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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2일 00시 33분 등록

오비디우스

오비디우스는 이탈리아의 아브루치 주의 술모(현재의 술모나) 지방의 기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생애에 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평민사에서 출판한 <오비디우스>에서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기사 집안 아이들이 그렇듯 오비디우스도 정치나 법에 종사하기 위해 로마로 가서 수사학과 웅변술을 배웠다. 하지만 부친의 원하는 바와 달리 법률 공부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한다. 로마로 돌아와 사무국을 맡아 운영하는 일을 했는데 결국 이를 포기하 고 시인이 되고자 한다.

아우구스투스의 딸인 율리아가 주관하는 예술가 모임에 들어간 오비디우스는 <사랑의 시>로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다. 이후 그는 <헤로이데스, 일명 공주들의 편지>, <사랑의 기술>, <미인이 되는 법>, <사랑의 치유책> 등 사랑에 관련된 시를 발표하며 명성을 얻게 된다. 그러나 연애의 농락술을 교훈시풍으로 엮은 <사랑의 기술>이 풍속을 문란케 하는 책이라 하여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노여움을 샀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 헌정하려던 <행사력>을 제작 중이던 때, 그의 책 <변신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파스티>의 초고판이 사람들 사이에 돌던 시절, 황제로부터 로마 추방을 선고 받았다. 이 추방에 대한 의견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아우구스투스는 자신의 이상이나 신념과는 조금 다른 생활을 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집권 초기에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예술인들의 말들을 묵인해 주었다 한다. 하지만 집권 기간이 길어지자 이를 더 이상 묵인해 주지 않았는데 오비디우스 역시 아우구스투스가 주장하는 이상을 풍자하고 냉소한 경우다.

다른 하나는 위에서 말한 이유와 비슷한데, 자신의 딸인 율리아가 도덕성 회복이라는 자신의 이상을 가장 무시한다고 여겨 그녀를 추방하게 되는데 이때 오비디우스가 율리아와 관계하던 문인들 집단의 소속원이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또 다른 이유로 오비디우스 자신도 ‘잘못’으로 인해 추방되었다고 말을 했다고 하는데, ‘보면 안 되는 사건’을 목격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여기서 ‘보면 안 되는 사건’은 자신의 후계자로 티베리우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어떤 사건을 말한다.

추방당한 뒤, 오비디우스는 <트리스티아(일명 슬픔의 시>와 <이비스> <폰토에서 보낸 편지>등을 집필한다. 이 작품들은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아우구스투스를 칭송하고 그의 이상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많이 내포하고 있지만 끝내 귀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우구스투스의 뒤를 이은 티베리우스 역시 추방을 풀지 않았기에 흑해 연안의 벽지 토미스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비디우스 작품들 일부 소개

ㆍ사랑의 기술 - 이 작품은 매우 오래전에 쓰여 졌지만 현대의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시행하고 있는 행위의 지침이 발견된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이 책은 1서, 2서, 3서로 구성되어 있다. 제 1서는 여자를 구하는 장소와 여자를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제 2서는 주로 얻은 여자와의 사랑을 오래 지속하는 방법을 서술하고 있고, 제 3서의 내용은 사랑하려는 여성이 지녀야 하는 교양과 외모, 남자를 만났을 때 그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느냐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ㆍ사랑의 치유 - 사랑의 기술에 이어 속편으로 쓰인 것이 사랑의 치유 인데, 이것은 남자나 여자가 잘못된 애정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어떻게 상대에게서 멀어질 수 있고 어떻게 상대를 따돌리느냐 하는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ㆍ마음의 원(願)에 쫓기어 여기 만물의 변신(變身) 이야기를 펼치려 하오니, 바라건대 신들이시여, 만물을 이렇듯이 변신하게 한 이들이 곧 신들이시니 내 뜻을 어여쁘게 보시어 우주가 개벽할 적부터 내가 사는 이날 이때까지의 이야기들을 온전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힘을 빌려주소서. -15

너무 근사한 도입부. 마음의 원에 쫓기어 라는 표현도 좋고 신들의 이야기를 적으며 신에게 기도하는 부분도 좋다.

ㆍ이 카오스는 형상도 질서도 없는 하나의 덩어리에 지나지 못했다. -16

내가 나의 형상과 질서를 찾지 못하면 나 역시 하나의 덩어리 밖에 될 수 없다는 듯 다가온다.

ㆍ자연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지경에서 이들을 떼어 내고는 서로 다른 자리를 주어 평화와 우애를 누리게 했다. -16

천지창조의 주재자인 신(神)으로서의 자연은 왜 자연이 우리에게 평화와 우애를 느끼는지 알게 한다. 자연 그대로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알게 한다.

ㆍ빈 곳이 있으면 거기에 사는 것이 있어야 마땅한 법이다. -19

빈 곳이 있어야 무엇인가를 채울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빈 곳에는 무엇이 채워지게 마련이라는 말은 무엇인가를 채우고자 한다면 먼저 비워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ㆍ한 처음은 황금의 시대였다. 이 시대는 관리도 없었고, 법률도 없었다. 사람들은 저희들끼리 알아서 서로를 믿었고, 서로에게 정의로웠다. 이 시대 사람들은 형벌도 알지 못했고, 무서운 눈총에 시달리지 않아도 좋았다. -20

정말 황금의 시대. 그저 평화로운 기운만이 가득하다. 자연이 가득 느껴지는 시대.

ㆍ이로써 유해한 철과, 철보다도 더 위험한 황금이 속속 인간의 손안으로 들어갔다. 금속이 나돌자 사사로운 싸움은 곧 전쟁으로 번졌다. -23

철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나옴으로써 개인들은 자신들의 이속과 원한을 갚기 위해 무기를 들게 되었으며 이는 정복 전쟁의 시작을 알린다. 철보다도 위험한 빛나는 황금은 여전히 싸움과 전쟁으로 이끄는 커다란 원동력이다.

ㆍ이 환부 때문에 온전한 곳까지 상할 위험이 있다면 칼로 이 환부를 도려내어 버려야 하지 않겠어요. -26

치과 치료가 생각이 나는 건 왜일까. 온전한 것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희생이 뒤따를 수도 있다. 그때의 이 희생은 단지 희생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ㆍ홀로 남아 있었더라면 두려움은 어찌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며 슬픔에 잠기면 누가 그대를 달랠 수 있었으랴. -36

함께 하면 멀리 갈 수 있다.

ㆍ신의 뜻은 무류(無謬)하신 법, 죄업 쌓을 말씀은 아니하실 것이다. -37

절대적인 믿음. 뼈를 던지라는 말을 은유로 받아들이며, 신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고 있다.

ㆍ물과 불은 비록 상극이기는 하나 습윤한 온기는 만물의 근원이었다. 말하자면 물인 습기와 불인 온기가 조화를 이루어야 생명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39

극과 극은 통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극처럼 보이는 이것들이 만나서 결국은 생명을 창조해 나간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성질 중에서도 극과 극처럼 보이는 것들이 만나서 결국은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ㆍ나는 약초를 잘 아는 의신(醫神)이오만, 이 사랑병 고칠 약초는 없으니 이 일을 어쩌리오. -46

사랑의 강력한 힘. 그래서 사랑이고 자비이고, 김수환 추기경님은 돌아가실 때 “사랑하십시오."라는 말을 남겼던가 보다.

ㆍ내가 신(神)이라는 것이 한스럽구나. 신이라서 죽음의 문이 내 앞에서 닫혔으니, 영원히 슬퍼해야 하는 이 팔자를 어쩔꼬...... -55

죽음이 차라리 자비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준다.

ㆍ네가 소원하는 것은 필멸(必滅)의 팔자를 타고난 인간에게는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64

사람은 때로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하는 순간이 있다. 물론 자신의 가능성을 믿는 것은 아주 중요하지만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 분명하고 너무 분에 넘치는 것을 바라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못나서 그러한 것이 아니라 겸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ㆍ살펴보아라. 이 세상에는 이보다 귀한 것이 얼마든지 있다. 하늘, 바다, 어디에 있어도 좋다. 네가 바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내 너에게 주겠다. 그러나, 이것만은 어쩔 수가 없구나. 이것은 명예가 아니고 파멸의 씨앗이다. 네가 소원하는 것이 은혜가 아니고 파멸이라는 것을 왜 모르느냐? -67

진심어린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충언을 해주는 신하는 시대를 막론하고 중요한 요소이지만 충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왕이 있어야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수없이 들어왔던 많은 충고들을 얼마나 쉬이 여겼던가. 그것에 대한 반성이 들게 한다. 진심어린 충고를 그저 걱정거리도 많다고 느낀 나의 경솔함을 반성해 본다.

ㆍ하늘과 땅에 고루 따뜻한 빛을 나누어 주려면 너무 높게 몰아서도 안 되고 너무 낮게 몰아서도 안 된다. 너무 높게 몰면 창궁(蒼穹)에 불이 붙을 것이고 너무 낮게 몰면 대지를 그을리고 만다. 그 중간이 가장 안전하니 명심하여라. -68

중용

ㆍ설사 분간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천마를 다스릴 수 없었으니 결국은 분간이 되나 되지 않으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71

분에 넘치는 일의 위험을 경고

ㆍ우주의 안위를 생각하세요. -76

ㆍ곰이면서도 곰을 만나자 기겁을 하고 도망친 적도 있었다. 이리의 딸이면서도 이리 때문에 기겁을 한 일도 있었다. -87

사람이면서도 사람을 가장 무서워하는 순간이 있다.

ㆍ함부로 입을 놀리면, 혹은 공연히 입을 놀리면 이 꼴이 된다는 걸 나를 통해서 보이신 것이야. -93

말을 때론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의미는 두 번 듣고 한 번 말하라는 것이라 하는데 나는 여전히 두 번 세 번 말하고 한번이나 제대로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

ㆍ신들에게 눈물은 금기였다. -95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이유 중 하나가 눈물을 흘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기 때문에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라고. 그런데 눈물은 약하다는 인식이 너무 팽배해져 있는 듯하다. 울어야 할 때는 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울어야 할 때 우는 것은 때론 엄청난 용기를 요구한다. 눈물을 꾹 참는 것보다 소리내어 우는 것이 때로 용기있는 일이기도 하다.

ㆍ이 예언하는 능력은 은혜로 얻은 권능이 아니라 저에게 내린 하늘의 분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알지 못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저에게는 보입니다. 인간의 모습이 제게서 떠나는 것이 보입니다. -98

정말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다. 새해가 되면 한 해의 운을 점쳐 보고 사랑에 빠지면 그와 나의 미래를 궁금해 하기도 한다. 갖가지 방법으로. 결국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우울해 하고 믿으려 하지 않거나, 혹은 절망해서 행동하기 싫어하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미래를 궁금해 한다. 마치 미래속에 사는 사람처럼.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가 흔히 점을 보면서 내 놓는 복채는 나의 복을 그 사람에게 건네는 것이라고, 위의 말처럼 예언하는 능력이 하늘의 분노라면 그 사람은 아마 복이 필요하겠지. 하지만 개인에게 미래의 한 자락을 보는 것은 결국 내가 가진 복 중의 일부를 떼어내 주는 것이다.

ㆍ인비디아는 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밤이고 낮이고 근심 걱정에 쫓기고, 남의 좋은 꼴을 보면 속이 상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나날이 여위어가는 것이 인비디아였다. 남을 고통스럽게 하면 하는 대로, 자신이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운 대로 저 자신만 녹아나는 게 바로 이 인비디아였다. -105

ㆍ아글라우로스의 가슴의 불길은 건초더미에 인 불길과 비슷했다. 불꽃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속으로 속으로 타들어가 결국은 건초더미를 깡그리 태우고 마는 불길과 비슷했다. -107

ㆍ<질투>가 옮긴 괴질은 빠른 속도로 이미 병든 곳과 성한 곳을 파괴했다. 이어서 생명의 숨결이 지나다니는 길을 거슬러 치명적인 냉기가 올라왔다. -107

질투의 강력한 힘. 결국 자신만을 갉아 먹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어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도.

ㆍ사랑을 성취시키려는 마음과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은 원해 조화도 양립도 불가능한 법이다. -109

사랑에 눈이 먼 자. 라는 표현이 적당한 곳.

ㆍ사람은 죽어서 땅에 묻힐 날이 되어봐야, 그 한 살이가 행복한 한 살이였는지 박복한 한 살이였는지, 드러나는 법이다. -118

지금은 아직 알 수 없다는 것이로군. 어느 때 전화위복이 될지, 새옹지마가 될지 모르니까.

ㆍ여전한 것은 마음뿐이었다. -121

ㆍ그러나 세멜레는 인간이었다. 세멜레의 육체는 인간의 육체였다. 인간의 육체는, 이 천궁의 신이 내뿜은 광휘를 견딜 수 없었다. 세멜레는 이 유피테르의 광휘 앞에서 새카맣게 타 죽었다. -127

ㆍ천수를 누릴게요. 이 아기가 저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말이오. -129

똑똑한 사람은 좋다. 하지만 자신이 똑똑함을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다. 착한 일을 하는 사람도 좋다. 하지만 착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다.

ㆍ어리석어라! 달아나는 영상을 좇아서 무엇하랴! 그대가 구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돌아서보라. 그러면 그대가 사랑하던 영상 또한 사라진다. 그대가 보고 있는 것은 그대의 모습이 비춰낸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대가 거기에 있으면 그림자도 거기에 있을 것이요. 그대가 떠나면 그대가 떠날 수 있어서 그 자리를 떠나면 그림자도 떠나는 법인것을....... -134

ㆍ내가 사랑하는 자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고 내가 보는 내 사랑에, 나는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마침내 닿지 못하는구나. 이를 어쩌면 좋은가? 내 사랑이 나를 피하는 구나. -135

거울 속에 비치는 것이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나라고 생각하는 모습에 깊은 애정을 품고 가지려 하지만 결국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살아있는 나를 보지 못하고 내가 만들어 낸 모습만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닐까.

ㆍ아, 그랬었구나. 내가 지금껏 보아오던 모습은 바로 나 자신이었구나. -136

ㆍ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구나.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의 불길에 타고 있었구나. -136

나 자신을 향한 사랑의 불길에 휩싸여 다른 이들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자신의 대한 사랑은 반드시 지녀야 할 것임에는 분명하나 너무 도취되면 나 자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랑은 결국은 나를 좀먹는 것이 된다.

ㆍ사랑을 구하여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이냐? 구하는 것이 내게 있는데.... -136

ㆍ장애물이 없을 때는 조용히 부드럽게 산 아래로 잘 흘러가던 시냇물이, 나무나 바위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포말을 날리고 소용돌이 치면서 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142

장애물은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 장애물을 넘을 수만 있다면 더 부드럽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ㆍ저는 놈들과 한 패가 되어 못된 짓을, 정말이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146

용기가 필요한 일. 때론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그 길로 걸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냥 묻혀서 가는 일은 때로 너무나 쉽기 때문이다.

ㆍ늘 고맙다는 말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건 우리 사랑이 그만큼 진하기 때문일 것이야. -157

로미오와 줄리엣이 생각나게 하는 신화.

ㆍ무섭지 않았을리 있어? 하지만 사랑은 처녀를 아주 대담한 여자로 만드는 법이야. -158

사랑은 사람은 용기있는 자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ㆍ우리의 죽음을 영원히 기억하시어 사람들이 우리 둘이 흘린 피를 되새기도록 그대 열매를 어둡고 슬픈 색깔로 물들여 주세요. -161

단 3일만의 사랑으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게 만든 사랑. 비극이라 말하지만 그로 인해 가문들이 화해하고 사랑하는 날을 열어주었으니 어쩌면 희극이라고도 불릴 수 있는 소설이 생각난다. 어쩌면 셰익스피어도 이 신화를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

ㆍ클뤼티에는 죽었으면 죽었지 땅바닥에서는 일어나지 않으려고 했대. 앉은 해로 하늘을 지나는 태양신을 눈으로 쫓았다는 거야, 그러나 사지는 대지에 뿌리로 받혔고 살갗에서는 파리한 잎이 돋아났대. 꽃이 되어 버린 거아. 발그레한 살빛이 조금 남아 있는 얼굴에서는 제비꽃 비슷한 꽃이 피어 올랐어. 대지에 뿌리를 박고 있는데도 이 꽃송이만은 태양이 움직이는 대로 고개를 돌려. 클뤼티에의 모습은 바뀌었어도 사랑만은 변하지 않았던 거야. -169

내가 좋아하는 꽃

ㆍ이들의 이름도 <황혼>이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177

박쥐가 이렇게 예쁜 이름인 줄 몰랐다.

ㆍ아무리 많은 망령이 들어가도 이 저승 궁이 붐비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새 망령이 들어온다고 해서 저승 궁이 달라지는 법도 없다. -180

ㆍ왕과 왕비의 몸에 배암에 물린 상처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배암의 독니에 물린 것은 그들의 육체가 아니라 정신이었다. -183

몸에 있는 상처가 마음이나 정신의 상처보다는 더 치료하기 쉽겠지.

ㆍ진실의 힘이라는 것은 이래서 무서운 것이 아니던가. -191

생각하기 싫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군

ㆍ산호는 대기에 닿으면 돌이 되는, 이러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물 속에서는 식물인데 수면 위로 나오면 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198

산호가 이중적인데. 나도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생각하게 된다. 긍정적인 이중성도 존재할 수 있을까?

ㆍ저분은, 너를 우선해서 선택된 것이 아니고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니 그리 알아라. -203

간절함

ㆍ그 넓은 땅은 그만두고, 네 누울 자리만큼만 차지하거라. -208

바흠이 차지한 땅. 동화책이 있네. 깃발을 꽂는 만큼만 차지할 수 있다고 해서 하루 종일을 달리며 돌아다니지만 결국은 자신의 무덤 만큼만을 차지했다는 인간의 욕심을 경계하는 동화.

ㆍ그런 것들과 겨룬다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입니다만, 겨루어 보지도 않고 승리를 양보한다는 것은 이보다 더 치욕적인 일이 아니겠습니까?-218

어느 쪽은 옳은 것일까? 다 그러한 것이니 둘 다 옳을 수 있다고 말한다면, 어느 쪽이 더 나다운 일일까?

ㆍ이 자가 무슨 수로 이 신들의 감옥을 벗어나겠는가. -220

ㆍ너는 이미 천궁의 신들까지 정복한 사랑의 신이 아니냐? 유피테르 신을 비롯,, 천궁의 신들조차 네 손 안에 들지 않았느냐? 바다 신들의 우두머리 인들 어디 네 화살을 당할 수 있다더냐? -222

누구도 당해 낼 수 없는 힘.

ㆍ무서워라 쿠피도가 부리는 손속! -223

ㆍ제가 그 분의 신부가 된 것은 그분이 당신의 신부 되어주기를 저에게 청하셨고, 제가 그분의 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224

아주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때로 이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간을 볼 때가 있다.

ㆍ하릴없어라. 미친 듯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딸을 찾아온 땅, 온 나라를 누비는 케레스여. 이슬로 머리카락을 적시는 아우로라도, 초저녁 별 헤르페로스도 이 여신이 쉬는 것을 본 일이 없었다니. -225

쉴 수가 있겠어

ㆍ딸의 어미가 그 아비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고 해서 딸이 그 아비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229

ㆍ이 수다쟁이를 불길한 새로 전신(轉身)하게 했으니,

ㆍ새가 되었는데도 이 새는 제 힘으로 제 날개를 들지 못한다던가. 무슨 새가 되었는가 하면, 인간에게 불길한 소식이나 전하는 새. 불길한 전조를 보이는 기분 나쁜 새, 올빼미가 된 것이지. -231

이런 수다쟁이가 된다면 나도 올빼미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제 힘으로 사지를 들지도 못하며, 불길한 소식이나 전하고 불긴한 전조나 보이는 사람이.

ㆍ인간에게 소식을 전하려면 인간의 소리가 있어야 하고, 인간의 소리가 있으려면 인간의 혀가 있어야 하고, 인간의 혀가 있으려면 인간의 얼굴이 있어야 하니까..... 그래야 아름다운 노래 소리와 뛰어난 말재주로 그 천직을 다할 수 있게 될 터이니까. -232

그에 맞는 방식으로 소리를 전하게끔 만드는 신의 섭리. 다른 문화나 언어로 바꾸어 보아도 무리 없이 맞아 떨어진다.

ㆍ이렇게 해서 수다쟁이 까치가 된 것입니다. 저 까치는 그때의 그 버릇이 남아 여지껏 저렇게 수다를 떨어대는 것이지요. 쉴새없이 깍깍거리면서도 깍깍거리고 싶다는 욕망에 쫓기고 있는 것입니다. -238

이 책이 쓰여질 무렵에는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것이 매우 나쁜일이었던 듯 하다. 이렇듯 수다쟁이에 대한 것들이 많으니.

ㆍ이것보아요, 처녀. 나이 먹은 할마시의 말이라고 해서 다 귓가로 흘려버리면 안 됩니다. 나이를 먹은 사람은 본 것 들은 것이 그만큼 많은 법이니 더러 쓸말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 말을 귀담아 들으세요. -241

어른들의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는다고 했는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세상의 지혜로운 부분을 그냥 흘려 들으면 안 되겠지. 물론 그 중에는 쓰일 수 없는 말들도 있을 수 있지만

ㆍ인간만을 상대로 겨룬다면 그대가 가장 솜씨 좋은 분임에는 틀림이 없겠지만요, 여신의 신성(神性)은 그렇게 욕보이는 게 아니랍니다. -241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 신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는 더욱 그래야 할 것이다. 겸손을 일부러 갖추는 것은 받는 자나 하는 자 모두를 거북하게 할 뿐이다. 다른 신을 알아보고 신을 공경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ㆍ아라크네는 제 생각을 굽히려 하지 않았다. 오직 이길 수 있다는 일념으로 제 운명과 맞서려 할 뿐이었다. -242

ㆍ한 사기 색실이 다른 색실과 겹치는 부분에서는 어디서부터 이 색실에서 저 색실로 바뀌었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소나기가 하늘에다 그려놓은 긴 활꼴 무지개와 흡사했다. 무지개가 지닌 여러 가지 색깔의 띠는, 맞물리는 곳에서는 하나로 보이지만 여기에서 조금만 떨어지면 전혀 다른 색깔로 보이는 법이다. -242

ㆍ아닌게 아니라 스스로 이렇듯이 자랑만 하지 않았던들 이 세상에 니오베만큼 자랑스럽고 행복한 어머니도 없었을 터이다. -250

잘난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잘난 줄을 아는 사람이 문제인 법이지

ㆍ그만 하세요. 불평하시면 불평하시는 만큼 저 여자가 벌을 받는 시각이 지체될 뿐입니다. -253

그 사람에 대해서 불평하며 하는 만큼 그 사람이 벌 받는 시간이 지체된다고 생각하면 불평을 줄일 수 있을까?

ㆍ그는 이로써 삶을 마감하는 동시에 자식 잃은 아버지로서 앓아야 하는 모진 가슴앓이를 면했다. -255

ㆍ불행이 오히려 니오베를 대담하게 만든 것이다. -256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을 때 우리는 더 대담해지고 용감해지는 자신을 보게 된다.

ㆍ왜 이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요? 물이라는 것은 만물로 하여금 요긴하게 쓰라고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요? 자연이 공기와 햇빛과 함께 넘실거리는 물을 창조한 것은 어느 한 동아리만 이롭게 하자고 한 것이 아니고 모든 이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260

비단 물 뿐만이 아니라 자연의 모든 것이 그럴 것이다. 자연의 모든 것이 어느 한 동아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게 하기 위한 것이다.

ㆍ하기야 인간이 무슨 수로 한치 앞을 볼 수 있으랴! -266

우리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해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매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미래를 기다릴 수도 있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ㆍ오, 신들이시여, 이렇게 눈이 먼 인간들을 굽어살피소서. -268

ㆍ슬픔과 고통은 사람을 강하게 하고 역경과 곤경은 사람을 창조적이게 하는 법이다. -273

그러니 누가 슬픔과 고통, 역경과 곤경을 부정적인 것 이외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 있겠어, 모든 것에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어느 면을 볼 것인지는 개인이 선택하기 나름인거다. 학을 바라볼 것인지, 아니면 500이라는 수를 바라볼 것인지.

ㆍ그 사연은 한 마디 말로 그 반응을 나타내기에는 지나치게 슬픈 사연이었기 때문이었다. 말을 하고 싶어도 응분의 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슬픈 사연이었다. -273

거대한 슬픔은 때로 우리의 말문을 막는다.

ㆍ지금은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 칼을 갈아야 할 때다. 아니, 칼보다 나은 무기가 있다면 그것을 벼려야 할 때다. -275

ㆍ욕망안 나더러 이렇게 하라고 하고 이성은 나더러 저렇게 하라고 하니 이 일을 어쩌지?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나는 알고 있다. 분명히 할고 있는데도 나는 옳지 않은 길을 따르려 하고 있다. -284

알면서도 그 길로 뛰어드는 순간. 이 길이 최선이 아님을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 방법을 택하게 되는 순간. 갖은 합리화와 잘 될 거라는 예언을 구구절절히 늘어놓으며 내 자신의 구차함을 내가 가장 먼저 느끼며 가게 된다. 가는 도중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결국은 좋지 않은 결과를 보게 되면 다른 이의 탓을 하게 되는 경우까지 못난 내 자신의 3종 세트를 확실히 볼 수 있다.

ㆍ기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손을 써야 겠다. -284

물에 빠진 사제가 하느님을 기다렸다.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러 왔지만 그는 하느님을 기다리다가 죽었다. 기도를 하는 것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때론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시험 전날에는 “시험 잘 보게 해 주세요.”라는 한참의 기도보다 공부가 더 효과적이다.

ㆍ신들 중에 가장 위대하신 신은 내 가슴에 계시다. 내가 이 땅에다 남겨두어야 할 것들은 모두 하찮은 것들, 내가 좇는 것들은 모두 고귀한 것들이다. -285

메데이아의 합리화. 옳은 길을 알면서 다른 길을 선택했음을 알기에 장황한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은 이런 합리화에 대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ㆍ너는 울림이 좋은 이 말로 네 죄를 가림할 수 있다고 여기느냐? 네가 하려는 짓이 얼마나 무서운 짓인지 아느냐? 알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라. 잘 생각해 보고, 때가 너무 늦기 전에 사악한 길에서 비켜서거라. -286

ㆍ역시 이 세상에는 우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은 즐거움이란 없는 것인가? -308

새옹지마.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오고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온다. 최악의 최악의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 것. 하지만 그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매일 최악이라 말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상황이 최악인 것이 아니라 개인이 만족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ㆍ이 처녀는 바라던 돈을 손에 놓고는 발도 검고 날개도 검은 갈가마귀가 되었다. 이 새는 그래서 지금까지도 돈을 좋아한다. -309

황금의 색과 대비되는 검은색. 황금과 빛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신은 결국 검은 색밖에는 아니다.

ㆍ짐승의 시체는 그저 가만히 썩어가면서 대기를 그 더러운 냄새로 가득 채우고 이 냄새를 더 멀리까지 퍼뜨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314

ㆍ병자들 스스로가, 그 병세를 호전시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모두들 손을 들어버린 것이지요. -314

병자들이 가져야 할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은 나을 수 있다고 믿는 마음. 책에서 나오는 이 괴질은 아마 나을 것 같지 않지만.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는 동일한 선에서 시작하더라도 출발점이 확연히 구분된다.

ㆍ제 집을 그 병의 온상인줄 알았던 겁니다. 이 역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집안의 환경이 병의 온상이라고들 생각한 것이지요. -315

집이 싫었던 적이 있다. 집에서는 뭔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밖으로만 밖으로만 헤매고 다녔던 시절이 있다. 병은 내가 가지고 있으면서 결국 집을 탓하고 있었던 거다. 그걸 깨달으니 이렇게 편한 공간이 다시 없는데.....

ㆍ희생 제물들이 이 모양이니 이런 제물의 내장에 생명의 진실이 깃들여 있을 리 없고 생명의 진시 깃들여 있을 리 없으니 신들의 뜻을 알아낼 수 없을 수 밖에요. 생명의 진실이 없다는 말은 모슨 뜻이냐하면, 병이 들어 이런 짐승의 내장이 다 썩어버렸더라는 뜻입니다. -316

신들도 사람이 된 사람이 죽어 오는 것이 좋겠지. 사람들이 때로 너무 아까운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면 신이 보고 싶었다고 말을 하곤 하고 나쁜 사람을 보면 귀신은 뭐하나 저런 사람도 안 잡아가고 라며 말을 하는데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네.

ㆍ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운명의 순간을 마중하고, 이로써 죽음의 공포에서 도망치고자 그랬던 것이지요. -316

죽음의 공포가 사람을 죽이는 가장 큰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냉동창고 안에서 죽은 사람이야기. 냉동 창고는 상온이나 다름 없었지만 자신이 그 냉동 창고 안이라 추워지고 체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자 얼어죽어버리는 거지.

ㆍ힘든 일도 잘 견디고, 한번 얻은 것은 잃지 않고, 부지런히 모으는, 아주 근검하고 소박한 족속이랍니다. -318

ㆍ하지만 내 사랑은 프로크리스였지 여신이 아니었어요. 따라서 프로크리스는 언제나 내 입술에, 내 가슴에 있었어요. -321

모두가 아름다운 것을 동경하지만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눈에만 아름다울 수도 있지. 그래도 우리는 그 아름다운 동경하는 대상보다 자신의 사랑을 항상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밖에 될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ㆍ원래 사랑하는 사람들 가슴에는 불안이라는 게 도사리고 있는 법입니다. -322

그에게 기대고 있는 만큼. 그 사람으로 인해 행복을 느끼는 만큼.

ㆍ마치 저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처럼요..... -323

상처를 받게 하는 것은 결국 저 자신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상처를 받으라고 하는 적은 없다. 드라마에서 간혹 쏟아내는 복수극은 이야기가 다를 수 있겠지만. 어느 누구도 나에게 상처를 받으라 하지 않았다. 상처를 받는 것은 자기 자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어떤 이가 상처를 주려 하더라도 상처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

ㆍ사랑이 깊어 지면 귀가 얇아지는 법이오. -328

알 수 없는 사랑. 그의 말을 믿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다른 말을 하게 된다면 흔들리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

ㆍ아내는 희미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면서 내 입술에다 마지막 숨결을 내쉬었소. 그러나 표정은 행복해 보였소. 행복을 누리다가 행복한 가운데서 죽어가는 것 같더라는 말이오. -329

ㆍ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저 자신의 신이 되어 저 자신의 뜻을 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운명의 여신은 행동하는 인간을 돌보실 뿐, 기도만 하고 있는 인간은 돌보지 않으신다. -325

기도만 하는 인간을 돌볼 것이 무엇이 있겠어. 밖으로 뛰쳐나가 무언가에 부딪혀보는 인간을 돌보기에도 버거우실지도 모르는데. 등장 인물은 마음에 안들지만 하는 말은 마음에 드는군.

ㆍ인간의 근심을 치료하는데 전능한 의원인 밤이 찾아왔다. -325

ㆍ하늘과 땅의 중간을 겨냥하여 반드시 그 사이로만 날아야 한다. 너무 올라가면 태양의 열기에 깃이 타버릴 것이요, 너무 낮게 날면 바닷물에 젖어 깃이 무거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꼭 하늘과 바다 한 중간을 날도록 하여라. -344

항상 부모님들은 이렇게 괜찮은 충고들을 해주곤 하는데 왜 그리 잔소리처럼 들리는 것일까.

ㆍ죽음은 죽음을 통해서 화해를 이루게 하고, 사악한 죄악은 사악한 죄악을 통해서 씻기어야 하며, 살육은 살육을 통하여 갚음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359

인류 최초의 법으로 보이는 것들은 거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똑같이 되갚아 줌을 원칙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러한 되갚음의 형식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들을 많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활장면에서 이런 모습들이 눈에 띤다.

ㆍ황소가 힘이 세다 한들 물 속에서는 하릴없었고, 말이 빠르다 한들 물 속에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363

겸손을 갖추는 것이 좋겠지요? 황소보다 힘 세지도 않고 말보다 느린 우리 인간들은 말이야.

ㆍ노부부는 가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에 만족하는 사람들이라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었던 것이네. 이 집에는 주인과 종이 따로 없었지. 식구가 둘 뿐이었으니 명을 내리는 사람이 따로 있고, 그 명을 받들어 좇는 사람이 따로 있을 턱이 없을 것 아니겠나. -367

물질은 충분히 있어도 다른 욕심을 부른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도 살 수 있는데 이 풍요로운 세상에서 불행하게 살 수도 있다. 어떤 쪽이 바람직한 것인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물질이 더 넉넉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왜 자꾸 따라붙는 것일까?

ㆍ뭐니뭐니해도 귀하고 귀했던 것은 유쾌한 어울림, 주인 내외의 따뜻한 대접이었네. -369

커다란 집보다는 친구의 자취방 한 구석이 편했던 경험은 누구나 다 있지 않을까?

ㆍ신들을 사랑하는 자는 신들의 사랑을 입고, 신들을 드높이는 자는 사람들로부터 드높임을 받는 법이거니. -371

ㆍ모습을 바꾸는 것에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즉 한번 모습이 바뀌면 영원히 그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 변신이 있고, 수시로 그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둔갑이 그것입니다. -372

ㆍ바다는 온 땅의 물이라는 물은 다 받아 마시고도 배가 차지 않는지 먼 땅의 물가지 다 받아 마시지요? 탐욕스러운 불길은 온 산의 나무라는 나무는 다 태우고도 나무가 더 있기를 원하지요? -377

ㆍ그러던 어느 날, 준비된 음식을 다 먹고도 성에 차지 않았던 그는 처음에는 제 팔다리, 그것도 모자라 결국은 제 몸을 모두 뜯어먹었다는 이야깁니다. -378

우리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재 몸을 뜯어먹고 있는 경우는 없는 걸까? 아마 단지 배고파서 그냥 먹었을 뿐인데 어느 날 보니 자신의 몸이고 자신이 점차 사라졌을 것이다. 마음을 굳게 먹고 자신을 먹어야지 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세히 생활을 관찰하자. 우리 역시 지금 먹고 있는 것이 제 몸일지도 모른다.

ㆍ이 세상에, 제가 진 싸움 이야기를 하기 좋아할 자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13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듯 하다. 특히 자랑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면 더욱더. 아이들을 보면 그런 것들이 더욱 잘 느껴진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빠가 문제를 함께 풀어준 이야기를 듣고 “멋진 오빠네” 라고 하면 배시시 웃고, 더 큰 언니가 있다며 자랑하고, 그렇게 한 살이라고 많은 언니 오빠를 자랑하고, 선생님께 오늘 받은 사탕을 자랑하고.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아이들도 혼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그러한데 다 큰 어른들이야 당연하지.

ㆍ내가 강을 정복하기로 한 바에, 어찌 이 강이라고 그냥 둘 수 있을소냐! -21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ㆍ공포가 그의 피와 몸의 물기를 말리는 바람에 굳어져 돌이 되었다고 한다. -28

공포. 그 무서운 이름. 실제로 일이 벌어지지 않아도 그저 공포만으로도 사람을 해칠 수 있다. 공포는 사람의 일상적인 사유 능력을 앗아간다.

ㆍ그의 표정은, 머리에는 화관을 쓰고 술잔에 둘러싸여 있는 술잔치의 술손님의 표정과 다를 바가 없었다. -29

ㆍ저 불카루스의 권능이 태울 수 있는 것은 저 아이가 제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 뿐이오. 저 아이가 내게서 받은 것은 영생불사하는 것이니 저런 불길에 탈 리가 없소. -30

타는 것은 단지 내가 나라고 열심히 믿어 왔던 나의 몸 뿐이다.

ㆍ오로지 아버지 유피테르로부터 받은 것으로만 이루어진 영웅의 모습은 이제 지상에서 숨쉬던 영웅의 모습이 아니었다. 뱀이 낡은 껍질을 벗고 새 비늘이 반작이는 새 껍질로 거듭나듯이 티륀스의 영웅도 필멸(必滅)의 육체를 벗고 불사의 몸으로 거듭났다. 인간의 오체(五體)를 벗고 새로운 생명을 얻은 그는 이전보다 더욱 위엄있는 모습으로 거듭난 것이었다. -31

살아서 이런 모습이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 모두는 그리 할 수 있으나 나라는 의식 때문에 불가능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우리도 우리 몸을 벗어날 때 이런 의식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ㆍ아이가 물가에 가지 않도록 해주고 나무에서 함부로 꽃을 꺾지 않게 해다오. 열매가 달리는 나무는 모두 여신들의 몸이라는 것을 가르쳐다오. -37

단지 꽃 한송이를 꺾다가 나무가 되어 버린 슬픈 엄마의 이야기. 작은 미물처럼 보이는 것이라도 귀하게 여기고 함부로 대하면 안 되는 것을 가르쳐 준다. 이 책에는 이런 간단한 교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우리가 흔히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이 말이다.

ㆍ그대들은, 그대들에게 남의 운명을 바꿀 만한 권능이 있다고 보시오?(중략)

다 운명의 여신께서 그리 하셔서 된 것이지 (중략)

그대들은 모두 운명의 지배를 멋어날 수 없는 신들이오. 그러니까 그대들은 이를 기꺼이 용인하여야 하오. 나 역시 이 운명의 손길은 벗어날 수가 없는 몸인 것이오. -43

천하의 유피테르 조차도 이렇게 말한다. 섣부른 충고를 하지 말아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것이 더욱이 나 자신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더욱더. 운명에는 순응하고 그 안에서 나 자신은 자유로이 놔 주는 것이 어떨까. 운명 안에서 마음껏 춤을 추도록. 결국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ㆍ사랑해도 좋은 상대가 있고 사랑해서는 안 될 상대가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44

ㆍ하늘에 하늘의 법도가 따로 있고 땅에 땅의 법도가 따로 있다면, 하늘의 법도로 인간의 다르시려 하시는 것에 장차 무슨 뜻이 있겠습니까? -47

보편적인 진리의 필요성을 알 수 있다.

ㆍ먼저 돛으로 바람을 떠보고 바다로 나섰어야 하는 것을. 바람을 떠보지도 않고 돛을 올리고 바라고 나섰다가, 배가 돌섬을 받고 난파하는 바람에 바다 밑으로 가라안고 만 것이 내 신세로구나. -51

어떤 일을 할 때던지 교훈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ㆍ나는 기도하는 너희에게 유익한 여신이다. 그러니 섬겨도 돌보아 주지 않는다고 야속하게 여기지도 말고 불평도 하지 말아라. -57

신이 신이 보기에 가장 적절한 때에 우리에게 준다.

ㆍ암소는 암소를 사랑할 수 없고, 암말은 암말을 사랑할 수 없는 법이다. 암양의 피를 끓게 하는 것은 숫양이오, 암사슴 뒤를 쫓는 것은 수사슴이 아니던가. 새들도 이와 같이 짝을 짓는다. -58

ㆍ사랑에의 욕망을 낳고 이 욕망을 살찌우는 것은 바로 희망이다. -59

ㆍ아, 신들은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구나. 그러나 신들은 자비로우시다. 신들은 나에게 주실 것을 모두 주셨다. -61

기도를 들어 주시지 않는다고 하여 내가 받은 모든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거다. 마찬가지로 지금 당장 한 가지를 들어주지 않았다 하여 내가 받은 그간의 것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거다.

ㆍ저희들 산 것들은, 산 것들의 동아리들은 모두 이곳으로 와야 한다는 팔자를 타고 태어났습니다. 빨리 오든, 늦게 오든 필경은 모두 이곳으로 와야 합니다. 저희들은 모두 이곳으로 오고 있으며 이 곳은 저희들의 최후의 안식처입니다. -65

죽음

ㆍ네가 남을 위하여 슬퍼하고,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이웃의 벗이 되고자 하니 나 또한 너를 위하여 슬퍼하리라. -72

ㆍ나는 살아 있고 너는 죽었으나 너는 영원히 나와 함께할 것이다. 너의 이름은 영원히 내 입가를 맴돌 것이다. -76

인간의 유한한 생명은 신도 어찌 바꿀 수는 없지만 그가 죽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님을 아폴로가 잘 보여주고 있다. 한명의 지인이 죽음으로 가게 되었다고 해서 그와 나의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 이후로도 우리는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다. 물론 내가 그러고자 해야 하겠지만.

ㆍ죽여버리거나 쫓아버리는 것은 이것들의 모습을 다른 것으로 바꿔버리는 것만 같지 못하겠구나. -79

이 책에서는 죽음이 때론 더 쉬운 형벌이라는 혹은 축복이라는 글들이 많이 등장한다. 죽음이 인간에게 두려움을 일으키는 존재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찌 보면 세상의 근심이나 괴로움을 놓고 갈 수 있고, 또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가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황소가 되더라도 사는 것이 나을 것인가 아니면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나을 것인가.

ㆍ그러나 만약에 이런 일이 정말 이 세상에 있을 수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끔찍한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반드시 믿어야 한다. -83

후대에 경계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후에 소개되는 이야기는 아버지를 사랑한 딸의 이야기이다. 사랑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고, 사랑은 흔히 자유라고 이야기하지만 때론 사랑은 그 사랑의 대상에게 큰 상처와 상심을 안기는 수가 있다. 이것은 슬픈 이야기다. 나의 제멋대로인 사랑이 내가 사랑하는 대상에게 큰 상처를 남기는 것.

ㆍ자연은 이 땅에 이렇게 사악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용인했다. -83

김용규 선생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신의 뜻대로 조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 역시 신의 섭리 제 1법칙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때문에 자연은 인간의 자유 의지로 나타나는 모든 일들을 그저 묵인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 역시 자연 섭리 제 1법칙에 따라가는 것이리라.

ㆍ인간만은 이러저러한 것을 근심하여 갖가지 금제를 만들어 놓고 자연이 허락한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것이 어찌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85

어느 날 하은이와 씨름하며 세수를 시키고 양치를 시키고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수없이 많은 “안돼”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을. “치약 많이 짜면 안돼. 네가 다 먹을 거잖아.” “씻고 나왔으면 잠옷으로 갈아입어야지 그렇게 젖은 옷을 입고 다니면 안돼.” 양치하고 나서 음식 먹는 거 아니야.“ 등등등. 그리고 또 생각했다. 내가 하루 중 아이에게 안 된다고 하는 것은 과연 몇 가지나 될까? 그 중 과연 몇 가지나 꼭 필요한 것일까? 아니, 과연 꼭 필요한 것이 있을까? 젖은 옷을 계속 입고 다닐 리가 없다. 저도 불편하면 갈아입을 테고. 양치하고 나서 무언가를 먹으면 다시 양치하면 된다고도 말해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계속 ”안돼“ ”안돼“ ”안돼“ 라 말하는 내가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안된다고 말한 것 중에 몇 가지가 남을까?

ㆍ제가 태어난 땅의 미풍양속으로 인하여 이렇듯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85

초등학교 때였을까? 상대주의라는 말을 배운 것이. 별 생각없이 상대주의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 배웠는데, 이 후로 이 말은 많은 경우에 적용되었다. 사회문제를 푸는 것은 물론 문화에도 개인에도. 마풍약속은 다 다르다. 그런데 때로 우리는 이것들을 틀리고 맞는 문제로 보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 이야기에 나온 예화는 나도 틀렸다고 생각하는 경우이긴 하지만.

ㆍ아서라, 이 죄에서 놓여날 수 있을 때, 아직은 죄를 짓지 않았을 때, 마음에서 사악한 생각을 비우고, 전지전능한 자연의 법을 어기는 길에서 물러서거라. 너는 사악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으나 네 처지로 보아 이는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86

많은 경우에 나는 내가 잘못하고 있는 일임을 먼저 감지할 수 있었다. 그 잘못을 저지르기 전에 말이다. 흔히 “쟨 왜 저러는 거야?” 라고 말을 하지만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기 전에 그 잘못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충동이나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천사와 악마가 싸우는 장면처럼 자신을 합리화시킬 핑계를 혼자 찾고 혼자 둘러대면서. “내가 아니야. 나는 단지 ~ 때문에 그러는 거야. 내가 이러는 건 다 ~ 때문이라구.”

ㆍ몸의 모양이 바뀌면서부터는 뮈라의 마음도 나무의 마음을 닮아갔다. -93

ㆍ세월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가는 법이다. 그리고 세월만큼 빠른 것도 없다. -95

별다른 변화가 없는 듯 했는데 나는 벌써 30살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 집 아가씨는 4살이 되었다. 회색빛깔의 뼈 밖에 없던 몸으로 태어난 것이 아직도 눈에 잡힐 듯 선한데, 이제는 “왜 하은이를 무섭게 하고 그래. 그러면 나빠.” 라고 말을 한다. 세월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정말 많이 컸구나. 그런데 나는 그 만큼 아니 그 반이라도 성장하기는 한 건가? 어느 순간 사람은 보기로는 성장의 단계가 멈춘다. 키가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키도 더 이상 크지 않고 성장 할 수 있는 것은 아마 가로 사이즈뿐일 것이다. 이것은 아마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어야 할 때라서 육체는 더 이상의 성장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ㆍ나라고 이 겨루기에 내 행운을 걸지 못하라는 법은 없지. 신들께서는 용기있느 자들 편에 서신다니까. -99

신들께서 용기있는 자들 편에 서신다는 말은 할까 말까, 갈까 말까 망설이는 순간에 행하는 용기, 걸어가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누군가 그랬다. 할까 말까 망설여지면 그냥 해보면 되고, 갈까 말까 망설여지면 그냥 가보면 된다고. 신도 움직이지 않는 자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를 도울 방법은 없으실 것이다.

ㆍ그런데도 이 지각없는 것은 나에게 재물을 바치기는 커녕 그 명예를 내게 돌리는 데도 인색했다.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느냐? -104

신의 인간적인 모습. 우리도 우리가 잘 한 일을 두고 칭송 받기를 원한다. 내 마음이 시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때로는.

ㆍ신들의 어머니께서는 이것들을 스튁스 강물에다 밀어 넣으려 하시다 말고 손을 멈추셨다. 이들에게 그것은 너무 가벼운 벌이라고 여기신 것이지. -105

ㆍ이들의 눈에는 이미 무기가 될 만한 것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110

사람에게 하나의 목적이 존재하게 되는 경우에 우리의 시야가 좁아져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을 찾고 그 수단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 그것이다. 연금술사에 나왔던 현자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ㆍ음식이 아무리 많아도 먹을 수가 없었다. 목이 타는데 아무것도 마실 수가 없었다. 그는 황금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115

그래도 아직 우리에게 마이다스의 손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흔히 무엇인가를 잘 이루어내는 사람을 보았을 때 우리는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무시무시한 의미를 담고 있다. 배가 고플 때는 황금 한 덩어리보다 빵 한 조각 찬밥 한 덩어리가 더 도움이 된다. 목이 마를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 모금의 물이 더 힘이 된다.

ㆍ여신이 오만 가지로 모습을 바꿀 것이나 네가 속으면 안 된다. 끝까지 밧줄을 풀어주지 않으면 마침내 여신은 모습을 보일 게다. -122

수없이 달라지는 겉모습만 보지 말고 그 안에 있는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ㆍ그렇게 성정이 난폭하던 형은 저렇게 새가 되었어도 남에게 온정을 배풀기는 커녕 자기 자신을 불행하고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까지도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127

ㆍ그러나 아이올로스 신께서도, 일단 바다로 나온 바람은 다스릴 수가 없답니다. 아이올로스 신의 동굴을 나온 바람을 다스릴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131

김용규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자연의 힘과 인간의 자유 의지는 신도 임의로 행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는 신의 제2섭리로서 신의 제1섭리 안에서 통제가 되는 것이라 하셨다. 옛날 사람의 글과 21세기에 존재하는 사람의 글이 이렇듯 비슷하다는 것에 찌르르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ㆍ모르는 사람에게는 무섭지 않을지 모르지만 잘 아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무서운 것이랍니다. -131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알려 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바다와 나비. 김기림

ㆍ오로지 침묵, 오로지 고요가 있을 뿐이었다. -137

잠의 세계. 인간의 무의식의 세계.

ㆍ신들 가운데서도 가장 평화로운 신이시여, 산 것들의 마음을 고요하게 하시고, 산 것들의 마음을 근심으로부터 구하시는 신이시여., 산 것들의 모양을 고스란히 흉내낼 수 있는 꿈을 보내소서. -138

잠. 나는 화가 날 때마다 잠을 잔다. 화가 나서 걷잡을 수 없으면 그냥 잠을 잔다. 물론 잠이 마구 쏟아져서 그런 것은 아니다. 전혀 잠이 안 올 때가 많다. 그렇지만 그래도 잔다. 나에게 잠은 감정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연결되어 연상되던 사고가 잠시 끊어지면서 다른 방향에서 볼 수 있는 시각을 구성해준다.

ㆍ둘의 사랑은 그때까지 유효했다. 날개를 얻었는데도 혼인의 서약은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144

ㆍ이 세상의 한 가운데, 말하자면 땅과 하늘과 바다 한가운데, 이 땅과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내려다보이고 이세상의 모든 소리가 들리는 곳이 있다. 바로 이곳에 소문의 여신인 파마가 살고 있다. -152

ㆍ이야기는, 이렇게 전해질 동안에 살이 붙는다. 이를 듣고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는, 들은 사람마다 조금씩 보태기 때문이다. 이 집에는 <경거망동>, 생각이 깊지 못한 <실수 연발>, 터무니없는 <기쁨>, 소심한 <공포>, 당돌한 <선동>,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속삭임>이 식객으로 붙어산다. -152

소문의 여신에 붙어사는 군식구들. 정말 적절한 표현법이다.

ㆍ술이 그렇게 좋거든 스튁스 강물을 섞어 마시게. -165

ㆍ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말이네, 보는 눈에 따라서 그 기준이 달라. -166

세상 보편적인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의 눈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름다움의 기준이란 저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회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그럴 수도 있고 개인적인 성향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흑인들은 까맣게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는 것처럼.

ㆍ살아 있을 때 범 같은 장수였던 아킬레오스도 재가 되었을 때는 항아리 하나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영광은 온 세상에 차고 넘쳤다. 아킬레오스라는 이름이 있을 곳으로 마땅한 곳은 넓디넓은 우주뿐이었다. -179

나는 나의 죽음이 간소했으면 좋겠다. 유지하기 어려운 커다란 것들은 싫다. 화장하여 어딘가에 뿌려주어도 좋고 수목장도 괜찮겠다. 좋은 무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좋은 집이야 살아서 가지면 되고 살아서 안 되면 안가지면 그만이지. 그냥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리워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족하지 않을까?

ㆍ하늘에 계씬 신들은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내려다보고 계십니다. 그래서 남에게 도움을 베풀기를 거절한 오뒤세우스에게, 남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생기게 했던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내미는 구원의 요청을 거절했던 오뒤세우스가, 그래서 이번에는 구원의 요청을 거절당하게 된 것입니다. 이로써 오뒤세우스는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불리한 선례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187

요즘은 신도 바빠서 벌도 당대에 그냥 줘버리고 만다고 하는데. 스스로 자기에게 불리한 선례를 만든다. 잘 살펴 봐야 겠다.

ㆍ사람은 누구든, 자신이 지니 재주를 써서 제 주장을 펴야 하는 것이니까요. -191

재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 그리고 그 재주를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 재주를 찾기 위한 노력인 거지. 그리고 그 재주를 잘 활용하기 위한 노력인거지.

ㆍ그러나 무기로 싸우는 자에게만 공이 있고, 머리로 싸우는 자에게는 공이 없는 것은 아니오. -206

선두에 선 자만이 공이 있는 것은 아니듯, 눈에 띠는 활동을 한 자만이 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뒤에서 말없이 후원해 주는 자도 역시 공을 누려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후원자들에게 공을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지

ㆍ키잡이는 노잡이보다 나은 법이고, 장수는 졸병보다 귀한 법이오. 따라서 나는 그대 보다 낫고 그대보다는 귀한 사람이오. 나의 지력(智力)은 나의 체력보다 윗길인데, 내 힘은 바로 이 지력에서 나오는 것이오. -207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나는 공부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 뛰어난 미모를 가진 것도 아니고, 좋은 신체조건을 타고난 것도 아니니 공부 밖에는 할 것이 없다고. 그때는 ‘뭐야’이러면서 킥킥댔는데, 지금 와서는 정말 맞는 말씀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ㆍ웅변의 힘은 과연 위대했다. 영웅 아킬레오스의 유품인 무기는 이 웅변가인 오뒤세우스의 차지가 되었으니까..... -207

말은 많은 실수를 하게도 하지만 또 다른 것들을 얻을 수 있게도 만든다. 이른바 검이다. 일지매에 나왔던 공갈아제의 대사가 떠오른다. 네가 만약 검을 잡을 일이 생기거든 그건 사람을 살리는 활인검이어야 한다. 아무리 날이 없어도 맘만 먹으면 살인 무기가 되지. 사람을 죽이는 것은 말이다. 무기가 아냐. 네 마음이지.

ㆍ내 어머니는, 물론 돈이 있으면 돈으로도 사실 것이지만, 돈이 없으니까 아마 눈물로 내 주검을 사실 것이다. -213

아마도 그러시겠지.....

ㆍ폴뤽세나는 표정만은 끝까지 평온했다. 심지어는 쓰러지면서도 가슴을 열어젖힌 채로 죽을까봐 옷깃을 여몄을 만큼 끝내 요조숙녀의 품위를 지켜내었다. -213

ㆍ네 몸에 난 상처는 너의 상처이자 나의 상처이기도 하다. -214

하은이가 손을 데어 수술을 한 적이 있다. 엄지손가락에 화상을 입었는데 마침 낮잠자는 시간이 되어 수술실에는 평온하게 들어갔지만 1시간 후 수술을 마치고 난 하은이를 보았을 때는, 그때의 마음은 아마 말로 설명하기 힘들듯 하다. 마취가 깨지 않아 그르렁 그르렁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는데 작은 몸에 연결된 기계들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서 “하은아 엄마야, 엄마 왔어.” 계속 이 말만 하면서 하은이 손을 잡고 우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ㆍ분노가 헤쿠바에게 기이한 힘을 샘솟게 했기 때문이었다. -215

ㆍ모르겠어. 아키스에 대한 내 사랑의 감정이 강했는지 폴뤼페모스에 대한 내 증오의 감정이 강했는지는.... 아마 비슷비슷 했을거야. -229

사랑과 증오. 비슷비슷하다. 증오도 사랑만큼이나 강렬한 감정이다.

ㆍ나는 사실 내 양이 몇 마리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 양의 대가리 수를 제대로 알고 잇는 것은 가난뱅이들 뿐이니까.... -232

통장의 잔고를 잘 모르고 있는 나는 부자인가?

ㆍ태양도 이런 눈으로 우리 사는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지 않은가? 태양에게도 눈이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233

ㆍ아직은 늦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의혹과 우유부단한 태도를 버리세요. 그리고 자기 자신의 외모에 자신을 가지세요. -242

주문을 외워본다. “나는 예쁘다. 나는 예쁘다.”

ㆍ3백번의 씨뿌리기와 1백 번의 가을걷이를 더 보아야 합니다. 오래오래 살다보면 언젠가는 내 몸이 한 움큼도 못 되게 오그라지고 내 사지 역시 오그라져 한줌의 흙으로 돌아갈 날이 오겠지요. -250

죽음의 축복

ㆍ내가 두려워 했던 것은 죽는 것 자체가 아니었네. 나는 그 괴물이 나를 잡아 통째로 삼키는 광경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네. -253

죽음보다 더한 공포. 사람을 좀 먹는다.

ㆍ나는 한편으로 죽음을 두려워하면서, 도토리와 풀잎과 풀뿌리로 연명했네. 외로웠네. 그 죽음의 섬에 홀로 남은 내게는 희망도 없고, 희망을 가져야 할 건더기도 없었네. -254

영화 캐스트 어웨이. 희망을 가지게 해준 존재가 배구공 윌슨이 아니었을까? 예전과 같은 대화를 윌슨과 나누면서 그 사회 안에서 사는 자신의 존재를 잊지 않고 있었던 것.

ㆍ저 섬은, 멀리서 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는 섬이네만, 사실은 그렇지 못해 -256

가까이서 보고 실망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결국은 내 자신이 환상을 키웠을 수도 있다. 멀리서 아름다운 모습만을 보고.

ㆍ슬픔은 결국 이 카넨스의 골수부터 녹이기 시작했어요. -265

슬픔과 함께 가는 법을 알지 못한다면 우리도 역시 골수부터 녹아내릴 수 있다. 슬픔은 바꿀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을 바꿀 수는 있는 것.

ㆍ그렇게 험한 고초를 겪고도 겁을 먹는가? 지금까지 우리가 겪은 것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고초는 이제 없다. 베누스 여신이 이 이상 우리를 괴롭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두려움은 인간을 허약하게 만드는 법이다. 그러나 역경을 두려워 하지 않는 인간은 오히려 그 역경을 짓밟을 수 있는 법이다. 우리가 이 역경을 밟을 수 있을 때, 우리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베누스 여신이 내 말을 듣고 있다고 하더라도 할말은 하겠다. 베누스 여신이 디오메게스의 부하들을 증오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이 그렇지만, 나는 할 말을 하겠다. 우리는 여신의 증오를 비웃어주자. 우리는 여신의 증오를 비웃어 줄 만큼 강해져야 하는 것이다. -269

ㆍ편들어 주는 신보다도 귀한 용기가 있었다. -275

신을 백으로 가진 자보다도 더 큰 것을 가지고 있는자.

ㆍ저기 저 느릅나무를 좀 보아요. 저 느릅나무가 포도 덩굴과 혼인하지 않고 저 혼자 덩렁 서 있다면 잎밖에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게 뭐 있겠어요. -279

관계. 혼자서만 사는 사람이라면 보여줄 게 뭐가 있겠어요.

ㆍ그대들이여, 차가운 저승 땅을 두려워하고 있는 그대들이여. 왜 스튁스의 땅을 두려워합니까? 빈 이름뿐인 어둠의 땅, 시인(詩人)의 망상에나 존재하는 땅,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땅을 왜 그렇게 두려워합니까? 그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육체라는 것은 화장단에서 대로 화하건, 땅속에서 오랜 세월 썩어 없어지건, 한번 없어지면 고통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영혼은 영원합니다. 이 영혼이라는 것은, 원래 있던 곳을 떠나면 다른 집을 찾아들어가 거기에 다시 거합니다. -299

퓌타고라스의 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두려워한다. 현실에 닥치지 않은 것들을 걱정하기도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과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걱정하는 것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것보다는 현재 참여한 이 연회를 마음껏 누리는 편이.

ㆍ모든 것은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300

ㆍ영혼은 어디에 가든 처음의 영혼 그대롭니다. -300

변하지 않는 것을 보자. 변하는 것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은 좋으나 변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자. 변화를 즐기며 변하지 않음을 누리자.

ㆍ처음의 모양대로 영원히 있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무궁무진한 자연의 조화는 끊임없이 이 물건으로 저 물건을 지어냅니다. 내 말을 믿으십시오, 이 우주에 소멸되는 것은 없습니다. 변할 뿐입니다. 새로운 형상을 취할 뿐입니다. <태어남>이라는 말은, 하나의 물상이 원래의 형상을 버리고 새 형상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죽음>이라는 말은, 그 형상대로 있기를 그만둔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변하여 저것이 되고 저것이 변하여 이것이 될지언정 합(合)은 변하지 않습니다. -303

ㆍ하늘과 하늘 아래 있는 만물은 다 끊임없이 변합니다. 땅과, 땅 위에 있는 만물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피조물의 하나인 우리 인간도 변합니다. 우리라는 존재는 육체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날개 달린 영혼도 여기에 깃들여 있기 때문입니다. 날개 달린 우리의 영혼은 들짐승의 가슴을 찾아들어갈 수 있고, 가축의 가슴을 찾아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짐승들을 함부로 죽이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짐승의 몸에 어쩌면 우리 부모 형제나, 우리 친척, 우리와 같은 인간의 영혼이 깃들여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313

책의 전문을 전부 필사하자니 책의 몇 장을 그대로 베끼는 기분이 들어 간략하게 끝부분만을 정리했다. 변하고 변하지 않는 것. 변함을 유지하는 많은 것들을 열거하고, 자연도 그러함을 말하고, 나라도 그러함을 말하고, 그러기에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말하지만 동물들 차마 죽이지 마라는 교훈을 담고 있기도 하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것들은 얼마나 많은지 알게 해 준다. 그의 말을 단순히 육식의 반대라고 생각한다면 나 역시 육식주의자로서 할말이 있으나 이를 공감의 확장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구구절절 옳지 않은 말이 없음을 알게 한다.

ㆍ슬퍼해야 할 사람이 그대 하나뿐인 것은 아니오. 그대가 당한 것과 비슷한 슬픔을 당한 사람들 생각도 좀 하시오. 그러면 그대의 슬픔은 하찮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오. 내게도 내가 당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슬픈 일이 있었소. -316

언젠가 내가 슬픈 일이 있다고 생각했던 순간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을 보았다. 내가 겪은 슬픔이 컸다고 하나, 그런 나로 인해 더 큰 슬픔을 겪을 수 있다는 사람을 보았다. 나는 더 이상 슬퍼할 수 없었다.

ㆍ가까이서 구할 수 있는 것을, 너희는 멀리 있는 나에게까지 와서 구하는 구나. -323

최근들어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구하던 것들이 결국은 내가 가진 것들일 수도 있었음을. 어쩌면 너무 멀리서 찾아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발견하지 못했음을 느끼게 한다. <시크릿>에 이런 말이 나왔다. 흑인 여자가 하던 말이었는데 자신은 자신이 가진 것들을 보지 못하고 새하얀 피부와 금발을 원했다고. 나 역시 그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최근에 조금씩 사무친다.

ㆍ이제 내 일은 끝났다.
유피테르 대신의 분노도, 불길도, 칼도, 탐욕스러운 세월도 소명시킬 수 없는 나의 일은 이제 끝났다.
내 육체 밖에는 앗아가지 못할 운명의 날은 언제든 나를 찾아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이승의 삶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나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가 정복하는 땅이면 그 땅이 어느 땅이건, 백성들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다.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不死)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336






내가 저자라면

변신이야기는 말 그대로 이야기들을 한데 엮어 놓은 글이다.

최초의 천지가 개벽하고 세상이 우리가 아는 모습으로 자리 잡는 것을 시간의 흐름으로 신화로 보여주고 있다. 그도그럴것이 이글은 로마의 건국 신화쯤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글이기 때문이리라. 로마의 제정의 시작인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에게 바치는 건국신화 쯤으로 해석해 본다면 로마의 시작을 그리스 신화의 신성함을 잇게 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이 글은 천지 창조를 시작으로 하여 아우구스투가 로마에 처음으로 제정을 도입하는 시기까지의 신화를 연대기 순으로 정리해 오고 있다. 아마 아름다웠던 그리스를 본받고 싶다는 뜻이 이 로마 신화를 그리게 된 원인이었을 것이라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그리스의 신화가 로마 신화로 이어지면서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로마식의 표기법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의 골조는 그대로라 볼 수 있다. 많은 이야기들이 단편적이지만 연속적으로 진행되고, 등장인물들의 수도 만만치 않아 친절한(?) 주석이 있음에도 누구누구의 딸이라 말하면 앞부분을 팔락거릴 수밖에 없게 한다. 당시의 사람들은 이러한 신의 이름과 족보가 머리속에 다 들어 있었는지 의문을 갖게까지 하는 이 수많은 신들과 그들의 자손들의 이야기는(특히나 유피테르는 몇 명의 여자 사이에서 자식을 낳았는지 셈할 수조차 없다. 때문에 유피테르의 아들이라는 말이 나오면 으레 그러겠거니 하고 생각을 하고 만다.) 이것이 과연 연대 흐름대로 흘러가는 것인지 하는 의문까지 갖게 한다. 처음에는 글을 따라서 관계도를 그려보기도 했는데 이내 포기하게 되었다. 주요 신의 특징이나 성정을 한 군데에 모아 정리해 놓는다던지 간단한 가계도를 표시해 준다면 조금 다가가기가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극으로 치자면 상당수의 등장인물들이 있으니 처음 간단한 소개를 해 준다면 이 책을 처음 대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삼국지를 대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유비, 조조, 손권의 삼대 진영이 성립되기 전 까지 나오는 수많은 장수들을 헷갈려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는 수로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모습은 전혀 어색함이 없이 잘 맞물려 있다. 작은 소제목들만을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들의 나열만으로 보이는 것들이 “여신은 문득 (중략) 아라크네를 떠올렸다.” 던지 “그래도 니오베를 위해서도 눈물을 흘려주는 사람이 딱 하나 있었다.” 던지. 이런 식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에 이 많은 이야기들은 떨어져 있지만 관련성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이 수많은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어디서인가 본 듯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신화였음을 알게 하고 또한 많은 이야기들이 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구성되었음을 알게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면 퓌라모스와 타스베 이야기는 이리 저리 둘러보아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구성은 하나의 극이 되기에는 많이 빈약한 것이 사실이지만 기본적인 뼈대는 유사하다. 집안이 원수였다는 것, 만나기로 했는데 남자는 여자가 죽은 줄 알고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 죽은 남자를 보고 여자 역시 죽음을 택하게 된다는 것 등이 그렇다. 이런 것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도 우리가 읽어오는 이야기들이 많은 신화에서 모티브를 가져 왔음을 알게 한다. 그래서 신화란 것이 옛날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신화를 단순히 신화로 두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함으로써 신화를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물론 이 작가가 이 책을 저술하였을 때는 이런 결과를 예측하지는 못했겠지만 말이다.

이 글은 신들도 우리와 비슷하게 사랑을 하고 질투를 하고 복수를 꿈꾸고 실행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신은 인간과 다름을 말하고 있지만. 오비디우스는 기원후 17년에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액 2000년 정도 전에 쓰여진 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안에는 많은 세상의 말들이 담겨 있다. 질투에 대한 이야기라던지 소문에 대한 이야기라던지 남의 험담을 하다가 새가 된 사람의 이야기라던지, 생각 없이 꽃을 꺾다가 나무가 되어 버린 사람이라던지. 우리가 살면서 체득하게 되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로 이어진 글이고 단지 일화를 나열하는 것처럼 보여도 많은 세상의 교훈을 담고 있다.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의 이야기, 그리고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길이 얼마나 힘든 것임을 알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중용의 길을 걷지 못하고 한쪽의 욕심으로 치우칠 때, 어떠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지도 알게 하고 있다. 신화는 결국 우리 사람의 이야기를 좀 더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받아들이기 쉬운 모습으로 전환시켜주는 하나의 도구인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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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2011.04.12 14:35:20 *.35.19.58
루미는 책을 참 꼼꼼히 읽는 것 같아.
루미의 북리뷰를 보니 내가 책을 너무 설렁설렁 읽었네.
그리고 그 나이에 어쩜 저런 생각들이 나오는지 모르겠어.
나이만 헛 먹은 내가 부끄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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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2 14:40:04 *.45.10.22
그니깐.. 아이를 낳아봐야 어른이 된다고 하는데 
난 아직도 어린아이 같아요.. 
저의 멘토 상현 선배의 말이 바로 이런거구나 싶어요 
함께 공부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많이 배운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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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2011.04.13 04:23:43 *.23.188.173
정말 서로에게 많이 배우는 듯~
바로 올라온 재경언니 리뷰보고 "역쉬~"했는데
언니가 칭찬 해주니까.................. 좋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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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3 11:21:04 *.124.233.1
해바라기를 좋아하는 루미
사부님 말씀대로 1년이 지나면 루미가 가장 많은 것을 이루지 않을까 싶어
작지만 그 속은 얼마나 깊은지 알 수가 없네~^^
살짝 문을 열고 빼꼼이 밖을 살펴보는 그 눈에
세상의 많은 아름다움 담아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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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2011.04.14 04:19:46 *.23.188.173
다른 분들이 너무 배울 것이 많은 분들이라 그러신건 아닌지~ㅋㅋㅋ
일주일의 과제가 끝날 때마다 한가지씩 두가지씩
닮고 싶은 것들이 생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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