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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7일 11시 24분 등록

■ 저자에 대하여

 

1. 탄생과 시대배경(B. C. 43)

로마 시인 푸블리우스 오비디우스 나소(Publius Ovidius Naso)는 기원전 43 3 20 로마에서 동쪽으로 15킬로미터쯤 떨어진 조용한 시골인 술모(Sulmo:현재의 술모나)에서 태어났다. 그는 기사계급 출신이었는데, 그 당시 로마의 기사계급은 정치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계층으로 대부분 이탈리아나 외국의 사무소에서 주요한 정치적 임무를 맡았다. 그가 태어나기 일 년 전인 기원전 44년 3월 15 카이사르가 브루투스 일파에게 암살됨으로써 로마는 또다시 내란에 휩쓸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로마는 정치체제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면서 흔히 아우구스투스로 알려져 있는 옥타비아누스(기원전63-기원후14)가 로마의 초대 황제가 된다. 그리하여 로마사와 로마 문학사의 이 시대를 흔히아우구스투스 시대라고 부른다.

 

2. 시인으로 다시 태어나다(B. C. 42 ~ B. C. 2)

대부분의 훌륭한 계층의 아들들이 그러하듯이 오비디우스도 한 살 위인 형과 함께 로마에 가서 아버지의 뜻에 따라 당시 엘리트 청년들이 그러하듯 법률가나 정치가가 되려고 수사학(修辭學)과 웅변술을 수학하였다. 공부를 마친 뒤 그는 그리스의 아테나이와 소아시아와 시킬리아를 여행하였다. 돌아와서 형과 함께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무국을 맡아 운영하였는데,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다. 오비디우스가 20세가 되던 해 형이 죽자 정치적인 입문을 포기하고 시인으로 등극하였다. B.C. 20년에 <사랑의 시(Amores)>, <헤로이데스(Heroides)>발표했다. B. C. 2년에 <사랑의 기교(Ars Amatoria)> 1,2권 발표했다.

 

3. 인생의 황금기에 <변신이야기>를 집필하다.(B. C. 3 ~ A. D 7)

이 시기에는 오비디우스의 가장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변신이야기> <파스티> 6권이 집필된 시기이다. 정신적으로 가장 원숙한 시기였던 40대 후반에 쓰여진 작품이다. 그래서 <변신이야기>는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분량이 많고 유일하게 헥사메터(영웅시육각운)시행을 사용하고 있다.

 

4. 추방에서 죽음까지(A. D 8 ~ A. D 18)

시인으로서 최고의 명예를 누리던 그는 기원전 8년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해 로마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인 흑해 서안의 토미스(오늘날의 루마니아)로 유배된다. 그러나 그는 다시 로마로 돌아가지 못하고 오늘날의 시베리아나 다름없는 그곳의 야만인들 사이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비참하고 쓸쓸한 만년을 보내다가 유배된 지 10년 뒤인 기원후 17년 또는 18년에 세상을 떠난다. 토미스로 추방된 말년의 시에서는 인간적인 측면이 더욱 부각된다. 홀로 이국의 땅에서 자신의 시를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외로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였으며, 나아가 이 외로움에서 이국의 문화를 영입하여 독특한 자신의 문학세계를 완성하는 성숙미까지 보여준다.

 

5. 출저

출처: 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오비디우스, 천병희 옮김, , 2005)

오비디우스(이현주, 평민사, 1999)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

 

6. 저자와 닮고 싶은 점(저자에 대한 평가)

오비디우스의 이야기는 일단 재미있다. 부담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인간 본성을 순수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이 신이고 영웅이어서 현실 속의 우리와는 다른 존재라고 생각되겠지만,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은 너무도 인간적이다. 비록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였다 할지라도 그들에게 동정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그는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표현했다. 또한 등장인물의 특징들을 하나의 상징으로 끄집어내어 형상화 했다. 그것이 은유다. 인간과 신화의 세계를 하나가 되어 어우러지도록 말이다. 동물과 사물의 기원까지도 이야기와 연결시켜나가는 그의 통찰을 닮고 싶다. 

구미문화권에서 오비디우스의 명성과 영향은 지대하다. 영국의 16세기는 오비디우스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사랑의 헛수고(The Labour’s Lost)>에서 참된 시인의 모델로서 오비디우스를 지목하였다. 존 던(John Donne), 밀튼(Milton), 낭만주의 시인들인 키츠(Keats), 셸리(Shelly), 테니슨(Tennyson) 등의 시에서도 <변신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작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현대에서는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서언이며 전 작품의 일관된 주제라 할 수 있는 이카루스의 비상이라는 주제가 그것이다. 엘리엇은 <황무지>에서 장님 테이레시아스를 비롯한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켜 시를 전개해 나간다. 이렇게 오비디우스의 작품은 현재 우리가 접하는 문학과 영화에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문구

 

#1. 변신이야기

 

39p 이러한 피조물들은, 온기와 습기가 알맞게 어울리는 환경에서만 그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만물이 이 두 가지 요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었다. 물과 불은 비록 상극이기는 하나 습윤한 온기는 만물의 근원이었다. 말하자면 물은 습기와 불인 온기가 조화를 이루어야 생명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43p 아폴로의 가슴은, 타작 마당에서 검불을 태우는 불길, 혹은 밤길 가던 나그네가 새벽이 되자 내버린 횃불이 잘 마른 울타리를 태우듯이 그렇게 타올랐다. 그는 이 허망한 사랑에 대한 희망을 끝내 버릴 수 없었다. 이성에 눈먼 아폴로는, 목 위로 아무렇게나 흘러내린 다프네의 머리카락을 보면서 이렇게 탄식했다.

 

45p 그는, 별처럼 반짝이는 다프네의 눈에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 그의 눈은 다프네의 입술에도 머물렀다. 그는 그 입술을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다프네의 손가락, , 어깨까지 드러난 팔을 찬양했다. 그러면서, 보이는 것이 저렇게 아름다운데 보이지 않는 것은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이런 생각을 했다.

 

48p 다프네는 이 기도를 채 끝마치기도 전에 사지는 풀리는 듯한, 정체모를 피로를 느꼈다. 다프네의 그 부드럽던 젖가슴 위로 얇은 나무껍질이 덮이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은 나뭇잎이 되고 팔은 가지가 되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힘있게 달리던 다리는 뿌리가 되고, 얼굴은 이미 나무 꼭대기가 되고 있었다. 이제 다프네의 모습은 거기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눈부신 아름다움만 거기에 남아 있을 뿐…….

 

48p “내 아내가 될 수 없게 된 그대여, 대신 내 나무가 되었구나. 내 머리, 내 수금, 내 화살통에 그대의 가지가 꽂히리라. 카피톨리움으로 기나긴 개선행렬이 지나갈 때, 백성들이 소리 높여 개선의 노래를 부를 때 그대는 로마의 장수들과 함께 할 것이다.

 

50p 알지 못하는 채로 강이라는 강, 흐름이라는 흐름은 오랜 방황으로 고단해진 몸을 이끌고 마침내 바다에 이른다.

 

53p 이오는 하는 수 없어서 발굽으로 땅바닥에다 제 이름을 써서 암소로 둔갑하게 되었다는 슬픈 소식을 전했다. 이나코스는, 애통해하는 암소 이오의 뿔을 부여잡고 백설 같은 그 등을 쓸면서 울부짖고 또 울부짖었다.

 

57p 사투르누스의 딸은 이 눈을 수습하여 자기 신조인 공작의 깃과 꼬리에다 달아주었다. 그래서 이 공작의 깃과 꼬리는 지금도 별같이 빛나는 보석이 잔뜩 박힌 듯하다.

 

62p 태양신은 보라색 용포를 입고 빛나는 에메랄드 보좌에 앉아 있었다. 보좌 좌우로는 <>, <>,<>,<세대>, 그리고 <()>가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사철도 있었다. 머리에 화관을 쓰고 있는 것은 <이른 봄>, 가벼운 차림에 곡식 이삭관은 쓴 것은 <여름>, 포도를 밟다가 나왔는지 발에 보라색 포도즙이 묻은 것은 <가을>, 백발을 흩날리고 있는 것은 <추운 겨울>이었다.

 

64p 네가 소원하는 것은 필멸의 팔자를 타고난 인간에게는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네가 몰라서 그렇지, 네 소원은 다른 신들에게도 이루어질 수가 없다. 신들이 각기 저희 권능을 뽐내지만 이 수레를 몰 수 있는 신은 오직 나 뿐이다.

 

65p 너는, 하늘에도 신들의 숲, 신들의 도성, 신들의 사당이 있으리라고 생각할 게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복병과 무서운 괴수들 사이로 길을 찾아 빠져나가야 한다. 요행 궤도를 제대로 잡아 여기에서 이탈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무서운 황소, 하이모니아 켄타우로스, 사자 이빨, 전갈의 으시시한 집게를 피해 갈 수 있을 성싶으냐?

 

68p “네 발이 이 단단한 태양신궁의 바닥에 닿아 있을 때 따르거라. 미숙한 너에게 하늘로 오르는 일은 어울리지 않는다. 네가 이 위험한 일을 해보겠다고 우기기는 한다만, 대지에 빛을 나누어주는 일을 나에게 맡기고 너는 그 빛을 누리기나 하는 것이 어떠하겠느냐?”

 

69p 네 마리 천마는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앞길을 막는 구름의 장막을 찢었다. 이들은 단숨에, 이 지역에서 이는 동풍을 저만치 앞질렀다.

 

73p 아이티오피아 사람들 피부가 새까맣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열기 때문에 피가 살갗으로 몰려서 그렇다는 것이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리뷔아가 사막이 된 것도 이때였고, 열기가 물을 말려버리자 물의 요정들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샘과 호수 없어진 것을 애통해한 것도 이때였다고 한다.

 

88p 곰 모습을 하고 있는 칼리스토는, 아들에게 다가서고 싶어 견딜 수 없었지만, 한 발짝만 접근하면 아들의 창이 날아와 가슴에 꽂힐 터였다. 그러나 이 모자에게 서로 죽이고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능하신 유피테르 신이 이 아르카스와 칼리스토의 손을 잡고는 이 모자를 다른 곳으로 옮겨 아들로 하여금 살모의 대죄를 짓지 않을 수 있게 했다. , 돌개바람을 시켜 아들을 빈 하늘로 옮기게 하고 다시 이들을 이웃해 있는 두 개의 별자리로 박아준 것이었다.

 

101p 메르쿠리우스는 이 노인을 단단한 돌로 만들어버렸다. 오늘날 시금석이라고 불리는 돌이 바로 이 돌이다. 그래서 이 돌에는, 옛날에 거짓말하던 흔적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고 한다.

 

105p 인비디아의 안색은 창백했고 몸은 형편없이 말라 있었다. 게다가 인디비아는 지독한 사팔뜨기였다. 이빨은 변색된 데다 군데군데 썩어 있었고, 가슴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이 인비디아의 입술에 미소가 감돌게 할 수 있는 것은 남이 고통받는 광경뿐이었다. 인비디아는 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밤이고 낮이고 근심 걱정에 쫓기고, 남의 좋은 꼴을 보면 속이 상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나날이 여위어가는 것이 인비디아였다. 남을 고통스럽게 하면 하는 대로, 자신이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운 대로 저 자신만 녹아나는 게 바로 이 인비디아였다.

 

106p 헤르세의 화려한 결혼과 늘어진 팔자에 대한 질투심에서 비롯된 아글라우로스 가슴의 불길은 건초더미에 인 불길과 비슷했다. 불꽃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속으로 속으로 타들어가 결국은 건처더미를 깡그리 태우고 마는 불길과 비슷했다.

 

109p 사랑을 성취시키려는 마음과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은 원래 조화도 양립도 불가능한 법이다.

 

114p 숲으로 들어간 지 오래지 않아 카드모스는 부하들의 시체와 왕뱀을 발견했다. 왕뱀은 부하들의 시체 위로 까마득히 솟은 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왕뱀은 이따금씩 시체에서 흐르는 피를 빨았다. 시체를 빨다가 머리를 쳐들 때마다 왕뱀의 혀 끝에서는 핏방울일 뚝뚝 떨어졌다.

 

116p 여신이 인간의 씨앗이라고 했던 왕뱀의 이빨을 뿌렸다. 그러자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흙덩어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서 이랑 사이에서 창날이 쑥 돋아났고 다음에는 깃털술이 달린 투구가 솟아올라 왔다. 오래지 않아 어깨와 가슴, 그리고 무기를 든 손이 올라왔다. 무장한 병사들이 올라온 것이었다. 극장의 무대에서, 막에 가려져 있던 등장인물이 나타나는, 말하자면 처음에는 얼굴, 이어서 몸의 각 부분, 그리고 막이 천천히 걷히면 무대 위에 선 등장인물의 전신이 나타나 보이는 것과 비슷했다. 카드모스는 이 새 적에게 놀라 무기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흙에서 솟아난 무사 중 하나가 소리쳤다.

 

118p 사람은 죽어서 땅에 묻힐 날이 되어봐야, 그 한살이가 행복한 한살이였는지 박복한 한살이였는지, 드러나는 법이다.

 

123p 그러나 그는 너무나 분명하게 거기에 있었다. 사냥개들은 둘러서서 겉으로만 사슴인, 사실은 저희들 주인인 악타이온의 살을 쉴새없이 뜯었다. 전해지는 말로는, 악타이온이 그 많은 사냥개에게 뜯기어 숨이 끊어질 즈음에야…… 저 사냥의 여신 디아나의 분이 풀렸다고 한다.

 

127p 유피테르는 이 세멜레의 뱃속에 들어 있던, 아직 달이 덜 찬 아기를 꺼내어 자기 허벅다리에 넣고 실로 기운 뒤, 남은 달을 마저 채워 꺼냈다고 한다. 유피테르는 이 아기를 아기의 이모인 이노에게 맡겨 은밀하게 기르게 했다.

 

130p 묻는 말에 대답이나 했으면 좋았을 것을, 에코는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로 수다를 늘어놓았고 이 틈에 유피테르와 요정은 감쪽같이 그곳에서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에코가 유노 여신을 잡아둔 셈이었다. 여신은 에코의 수다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속은 것을 알고 이 에코을 별렀다.

 나를 속인 그 혓바닥, 그냥 둘 줄 아느냐? 앞으로 너는, 한 마디씩밖에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그것은 남의 말을 되받아…… 내가 그렇게 만든다

 

131p 에코의 가슴은 이 사랑의 열기에 금방이라도 타버릴 것 같았다. 불길에 갖다 대기만 하면, 횃대 끝에다 재어놓은 유황이 타듯이……

 

133p 이때부터 에코의 모습은 숲 속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에코의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나 목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에코의 목소리만은 살아 있으니 당연하다.

136p , 그랬었구나. 내가 지금껏 보아오던 모습은 바로 나 자신이었구나. 이제야 알았구나, 내 그림자여서 나와 똑같이 움직였던 것이구나. 이 일을 어쩔꼬,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구나.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의 불길에 타고 있었구나. 나를 태우던 불길, 내가 견디어야 했던 그 불……  그 불을 지른 자는 바로 나였구나. , 이 일을 어쩔꼬, 사랑을 구하여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이냐? 구하는 것이 내게 있는데…… 네게 넉넉한 것이 나를 가난하게 하는 구나. 나를 내 몸에서 떨어지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사랑하는 자가 하는 기도로는 참으로 기이한 기도다만, 신들이시여, 내가 사랑하는 것을 내게서 떨어져 나가게 하소서. . 슬픔이 내 힘을 말리는구나. 내게 이제 생명의 기운이 얼마남지 않았구나. 나는, 내 젊음의 꽃봉오리 안에서 죽어가고 있구나. 죽음과는 싸우지 말자. 죽음이 마침내 내 고통을 앗아갈 것이니…… 그러나 나는 죽어도 좋으니, 내가 사랑하던 것만은 오래오래 살 수 있게 되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우리 둘은, 하나가 죽으면 나머지 하나도 따라 죽어야 할 운명……

 

137p 나르키소스는 다시 사무치는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따뜻한 햇살에 녹는 금빛 밀랍처럼, 아침 햇살에 풀잎을 떠나는 서리처럼, 그의 육신도 사랑의 고통 속에서 사위어가다 가슴 속의 불길에 천천히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붉은 반점이 내비치던 그 희디흰 살갗도 그 빛을 잃어갔고 젊음의 혈기도 그에게서 빠져나갔다. 제 눈으로 그렇게 정신없이 바라보던 저 자신의 아름다움도 그의 몸을 떠났다. 에코가 사랑하던 것은 하나도 남김없이 그를 떠나갔다.

 

138p 나르키소스는 푸른 풀을 베고 누웠다. 곧 죽음이 찾아와 아름답던 그의 눈을 감기었다. 사자들의 나라로 간 뒤에도 그는 계속해서 스튁스 강에 비치는 제 모습을 바라보았다. 케피소스 강 요정들은 동생인 나르키소스의 죽음을 애도하느라 머리를 모두 깎아 그의 죽음에 바쳤다. 숲의 요정들도 울었다. 에코는 이들의 울음소리를 숲 하나 가득하게 되울렸다.

 

147p 배가 바다 한가운데서, 갑자기, 물 빠진 항구로 들어간 것처럼 우뚝 서버렸습니다. 뱃사람들은 대경실색하고, 노를 젓는다. 돛을 팽팽하게 편다, 노잡이들을 돕고 돛 펴는 뱃사람들을 돕는다…… 이렇게 부산을 떨었지만, 세상에…… 노에는 덩굴이 감기기 시작하면서 손잡이 쪽으로 뻗어 올라오고 있었고, 돛에는 열매송이가 주렁주렁 열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157p 고갯짓, 눈짓으로만 사랑을 나누었으니까. 감추면 감출수록 깊어가는 게 사랑이잖아? 속으로 속으로 타들어가는 섶 속의 불씨 같은 게 사랑이잖아?

 

174p 요정이 이렇게 말하자 소년의 얼굴은 아주 새빨개졌어. ? 사랑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소년이었거든. 새빨개진 소년의 뺨은, 해 잘 드는 과수원 나무에 매달린 잘 익는 사과 색깔, 아니면 빨간 물감을 칠한 상아 색깔, 일식 때의 달 색깔 같았어.

 

193p 이렇게 외치면서 고개를 돌리고, 왼손으로 저 무서운 메두사의 머리를 꺼내어 들었다. 아틀라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보는 순간부터 저 자신의 체구만큼이나 큰 바위 산으로 변해갔다. 수염과 머리카락은 나무가 되었고, 어깨는 능선이 되었으며 머리는 산꼭대기가 되었고 뼈는 바위가 되었다. 이와 때를 같이해서 산이 된 그의 몸은 사방으로 뻗어나기 시작하여(다 신들의 뜻이었다) 수많은 별이 박힌 하늘이 그 어깨 위에 얹힐 때까지

 

194p 페르세오스는 이 나라 위를 날면서 두 팔이 바위에 묶여 있는 이 나라의 공주를 보았다. 미풍에 공주의 머리카락이 나부끼지 않았더라면, 공주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지 않았더라면 페르세오스는 이 공주를 대리석상쯤으로 보았을 터였다.

 

195p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그런 사슬에 묶여 있어야 할 그대에게 쇠사슬은 당치 않습니다. 바라건대 그대의 이름과, 이 나라의 이름과, 그대가 사슬에 묶여 있게 된 연유를 내게 일러주세요."

 

198p 오늘날까지도 산호는, 대기에 닿으면 돌이 되는, 이러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물 속에서는 식물인데, 수면 위로 나오면 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200p “나는 메두사의 얼굴을 직접 보지 않았습니다. 가지고 간 청동 방패에다 비추어 보았으니까요. 나는 메두사와 메두사의 머리 위에 똬리 튼 뱀이 깊이 잠든 틈을 타서 칼로 목을 따버렸던 것이지요

 

203p 저분은, 너를 우선해서 선택된 것이 아니고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니 그리 알아라.

 

205p 뤼카바스는 죽어가면서도 시시각각으로 그늘지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고는 아티스 옆으로 기어가, 죽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진한 우정을 황천에 이르기까지 누리려 했다.

 

212p “이 겁쟁이 피네오스야, 내가 너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베풀겠다. 너같이 하잘 것없는 것에게는 얼마나 과분한 은혜겠느냐? 이제 칼로써는 아무도 너를 해코지하지 못할 것이니 두려워 말아라. 무슨 까닭이냐? 나는 너를 아주 대리석 기념상으로 만들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너는 내 장인의 궁전 앞에 선 채 만인의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어찌 영광스럽지 않으랴. 내 아내는, 한 때는 자신의 약혼자였던 네 모습을, 이제부터 일삼아 보게 될 것이다.

 

232p 유피테르는, 슬픔에 잠겨 있는 케레스와 정든 아내를 내어놓지 않으려는 플루토를 화해시키려고 애썼어. 어떻게? 일년을 반으로 나누고는, 일년의 반은 어머니의 나라인 땅, 나머지 반은 지아비의 나라인 저승에서 지내게 한 것. 그러니까 프로세르피나는 이 두 나라에서 번갈아가면 살 수 있게 된 것이지.

 

242p 한 가지 색실이 다른 색실과 겹치는 부분에서는 어디서부터 이 색실에서 저 색실로 바뀌었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소나기가 하늘에다 그려놓은 긴 활꼴 무지개와 흡사했다. 무지개가 지닌 여러 가지 색깔의 띠는, 맞물리는 곳에서는 하나로 보이지만 여기에서 조금만 떨어지면 전혀 다른 색깔로 보이는 법이다.

 

249p 아라크네는 꽁무니로 실을 내어놓기 시작했다. 이때 거미가 된 아라크네는 지금도 옛날과 다름없이 실을 내어 공중에다 걸고는 거기에 매달려 산다.

 

252p 내가 누리는 행복은 요컨대 보름달과 같아서 한 군데도 빈 데가 없다. 이것을 누가 부정할 것이냐? 나는 앞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이것 또한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리라. 무슨 까닭이냐? 나의 자식 복이 내 행복을 보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256p 이제 적으로 여기던 나를 이겼으니 날뛰면서 춤이라도 추시지요. 하지만, 내가 왜 당신을 승리자라고 불러야 하지요? 내 꼴 비록 이렇듯이 비참하게 되었지만 살아 있는 내 자식들 수가 기뻐 날뛰는 당신의 자식들 수보다 그렇게 많이 잃었어도 아직 내 자식 수는 당신의 자식 수보다 많답니다. 니오베가 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시위 소리가 났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두려워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했지만 니오베만은 태연했다. 불행이 오히려 니오베를 대담하게 만든 것이었다.

 

270p 그는 자신의 전리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의 모습은 발톱으로 메토끼를 채어 제 둥지에다 내려놓고, 오갈 데 없는 이 희생물을 탐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약탈자인 독수리와 흡사했다.

 

278p “그대가 찾는 아이는 여기에 있소, 바로 그대 뱃속에 있소테레오스는 주위를 둘러보며서, 이튀스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고는 다시 이튀스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이튀스 대신 조금전에 죽은 이 아이의 피로 피투성이가 된 필로멜라가 피 묻은 머리카락을 산발한 채 이튀스의 머리를 들고 나타났다. 필로멜라가 테레오스에게 내미는 이튀스의 머리에서는 피가 뚝뚝 들었다. 필로멜라는, 자기가 말을 할 수 없는 것을 얼마나 다행스럽게 여겼을까? 말을 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순간에 어울리는 말을 적절하게는 할 수 없었을 것이므로…… 대노한 테레오스는 식탁을 걷어차고, 스틱스 나라에 사는, 배암 머리카락의 자매 이름을 불렀다.

 

279p 사랑이 실패로 돌아간 게 당연하지. 완력과 폭력, 분노와 위협 같은 내 비장의 무기를 포기하고 내 성격과는 어울리지도 않는 애원과 호소에 기대를 걸었으니……. 그래, 내게 어울리는 것은 폭력이다. 나는 폭력을 써서 검은 구름을 휘젓고, 폭력을 써서 바다를 둘러엎고, 해묵은 떡갈나무를 뿌리째 뽑고, 눈을 얼리고, 대지를 눈보라로 때려야 한다. 그렇다. 하늘이야말로 나의 무대다.

 

283p “메데이아야, 저항해도 소용없다. 어느 신인지는 모르나 어느 신인가가 너의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 이런 것을 사랑이라고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아버지의 요구가 지나친 요구라고 생각될 까닭이 없지. 아니다. 지나친 요구임에 틀림없어,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내가 이렇게 두려워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 이 어리석은 계집아, 네 어리석은 가슴에 붙은 불을 꺼버리면 되지 않느냐? 그렇지, 끌 수만 있다면 얼마나 나다우랴. 하지만 아무리 내가 마음을 다져먹어도 까닭을 알 수 없는 짐이 나를 짓누르니 이 일을 어쩌지? 욕망은 나더러 이렇게 하라고 하고 이성은 나더러 저렇게 하라고 하니 이 일을 어쩌지?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나는 알고 있다.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나는 옳지 않은 길을 따르려 하고 있다.

 

285p 그리스 영웅을 구하는 영예, 이 땅보다 훨씬 나은 나라, 먼 바다 해변에까지 그 이름이 두루 알려진 나라에 대해 내가 얻을 새로운 견문…… 이것이 어찌 고귀한 것들이 아닐까보냐. 그래, 그런 도시의 예술과 문화를 몸에 익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온 금은보화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이아손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아손을 지아비로 섬기면 온 세상 사람들은 나를, 하늘의 사랑을 입은 여자라고 부르겠지. 내 권세가 별을 찌를 만큼 드높아질 테지.

 

287p 잿더미에 묻혀 있던 불씨가, 문득 불어온 바람에 다시 타오르면서 원래의 그 왕성한 생명력을 되찾는 것처럼. 메데이아의 식어 있던 사랑도 이 청년 앞에서 되살아나 맹렬하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

 

289p 이 불길이 닿자 풀밭은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했다. 황소가 숨을 쉴 때마다 나는 소리는, 땔감을 잔뜩 쟁여넣은 용광로에서 나는 소리, 혹은 뜨겁게 달군 석회석에 물을 부을 때 나는 소리와 비슷했다. 숨을 쉴 때마다 이 황소의 가슴, 이 황소의 목 안에 갇혀 있던 불길이 맹렬한 기세로 뿜어져나오면서 쉭쉭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289p 아기가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사람의 형상을 얻기까지 자라다가 모양이 완전해지면 세상에 나오듯이, 이 대지에서도 대지의 풍요로운 자궁 안에서 제 모습을 완전히 갖춘 인간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일제히 무기를 들고 대지에서 돋아났다는 것이었다.

 

291p 내 아내여. 내가 오늘 같은 영화를 누리는 것은 다 그대 덕분이오. 그대는 내게 모든 것을 베풀었으니 나는 그대가 베푼 은혜 헤아릴 길이 없소. 그러나 할 수 있어서(그대의 마법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어디에 있으리오만), 내 수명에서 몇 년을 빼어 내 아버지 수명에다 보태어준다면 내가 더 무엇을 바라겠소?”

 

297p 희한하게도 감람나무 막대기가 파랗게 변하더니, 잠시 후에는 잎으로 뒤덮였고, 또 잠시 후에는 열매가 열렸다. 불길이 세어서 그런지 가마솥 가장자리로는 약이 넘쳐 그 옆의 땅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러자 약이 들은 땅이 파랗게 변하면서 여기에는 곧 풀이 돋았고 이 풀에서는 꽃이 피었다.

 

297p 약이 들어간 지 오래지 않아 그의 하얗던 수염이 그 흰 빛을 잃더니 곧 검어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그의 노구에서 보기에 거북하던 모습이 사라지면서, 살빛이 되살아났다. 주름살에 덮여 있던 그의 살갗은 다시 근육을 부풀어올랐고, 그의 사지는 늘어나면서 힘줄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노인은 달라진 자기 모습을 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303p 텔키네스 일족은 원래 눈에 띄는 것은 마법의 눈빛으로 죽여버리는 권능의 소유자들이었는데, 이 때문에 유피테르의 노여움을 사서 이 대신의 아우가 지배하는 바다에 수장된 종족이었다.

 

307p 수많은 도식국가의 지도자들과 백성들이 이 잔치에 참석했다. 포도주가 입을 열게 하자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태세우스를 찬양했다. "전능하신 테세우스시여, 그대는 그 뛰어난 무용으로 크레타의 황소를 죽임으로써 마라톤 평원에다 기적을 일으키셨습니다."

 

308p 역시 이 세상에는 우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은 즐거움이란 없는 것인가? 그래서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는 것일까?

 

315p 그때의 내 심정, 물으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내게는 삶에 대한 증오, 내 백성과 운명의 아픔을 나누고 싶다는 욕망뿐이었습니다.

 

322p 아우로라 여신이 이를 알고 내 모습을 바꾸어주었어요. 나도 나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나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변장하고 팔라스의 도시 아테나이로 들어가 내 집을 찾아들어갔어요.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어요. 집안 사람들이 주인이 사라진 것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만 빼면.

 

329p <우리가 나눈 혼인의 서약에 걸고, 하늘에서 우리를 내려다 보시는 신들의 이름에 걸고, 나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사랑에다 걸고 약속해 주세요. 이렇게 죽어가면서 드리는 부탁이니 약속해 주세요. 내가 그대에게 모자라는 아내였더라도 나 죽은 뒤에라도 아우라를 아내로 삼지는 말아주세요>

 

329p 아내는 희미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면서 내 입술에다 마지막 숨결을 내쉬었소. 그러나 표정은 행복해 보였소. 행복을 누리다가 행복한 가운데 죽어가는 것 같더라는 말이오.

 

335p 인간은 누구나 저 자신의 신이 되어 저 자신의 뜻을 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운명의 여신은, 행동하는 인간을 돌보실 뿐, 기도만 하고 있는 인간은 돌보시지 않는다. 누군들 나와 같이 하려 하지 않겠는가. 욕망이 내 욕망만큼 강렬하다면 누군들 사랑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을 깨뜨리지 않겠는가. 그래, 깨뜨리려 할 것이다. 기꺼이 깨뜨리려 할 것이다. 그러면, 남들은 용감하게 그것을 깨뜨리는데 나는 왜 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나는 할 수 있다.

 

335p 어둠은 스퀼라를 담대하게 했다. 잠이 인간의 가슴에 깃들인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재우는 이 평화로운 시간을 틈타, 스퀼라는 살며시 아버지의 침실로 숨어들어가 그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338p 이 배은망덕한 자여, 내 말이 귓구멍으로 들어갔느냐? 아니면 그대의 함대를 몰고 가는 바람이 내 말을 내 귓전을 흘려버리더냐?

 

344p “이카로스, 내 아들아. 내 단단히 일러두거니와 하늘과 땅의 한 중간을 겨냥하여 반드시 그 사이로만 날아야 한다. 너무 올라가면 태양의 열기에 깃이 타버릴 것이요. 너무 낮게 날면 바닷물에 젖어 깃이 무거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꼭 하늘과 바다 한 중간을 날도록 하여라. 목동자리, 큰곰자리, 칼을 빼들고 서 있는 오리온자리 같은 별자리에는 신경을 쓰지 말아라. 나를 잘 보고 내가 하는 대로만 하여라.

 

370p “선한 영감과, 선한 영감에 어울리는 역시 선한 할미야. 내게 말하여라. 너희가 내게 무엇을 구하느냐?”

 

370p “저희들은, 대신의 신전을 지키는 신관이 되고자 하나이다. 저희들은 한평생을 사이 좋게 살아왔은즉 바라옵건대 죽을 때도 같은 날 같은 시에 죽고자 하나이다. 제가 할미의 장사 치르는 꼴을 보지 않고, 할미가 저를 묻는 일이 없었으면 하나이다.

 

371p “신들을 사랑하는 자는 신들의 사랑을 입고, 신들을 드높이는 자는 사람들로부터 드높임을 받는 법이거니.”

 

377p 그가 먹어 치운 음식은 그의 배를 채운 것이 아니고 그의 식욕을 자극했던 모양입니다. 그가 먹어 치운 음식은 그의 허기를 채운 것이 아니고 허기를 자극했던 모양입니다.

 

#2. 변신이야기

21p “내가 강을 정복하기로 한 바에, 어찌 이 강이라고 그냥 둘 수 있을소냐!”

 

24p 말하자면 그의 피는, 빨갛게 단 쇠를 만난 차가운 물처럼 끓어 올랐다. 고통은 끝이 없었다. 그의 가슴속에는 독물이 불꽃이 되어 타올랐고, 그의 온몸에서는 검은 땀이 뚝뚝 들었다. 뒤틀리는 힘살에서는 탁탁, 힘줄 터지는 소리가 났다. 그의 뼈는 이 독하기 짝이 없는 독물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참다 못한 그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외쳤다.

 

28p 헤라클레스는 이 필록테테스에게 화장단에다 불을 지르게 했다. 탐욕스러운 불길은, 처음에는 그가 장작더미에다 깔고 누운 네메아의 사자 가죽을 태웠고, 그 다음으로는 뭉둥이를 베고 누운 그의 목,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그의 얼굴로 옮겨 붙었다. 그의 표정은, 머리에는 화관을 쓰고 술잔에 둘러싸여 있는 술잔치의 술손님의 표정과 다를 바가 없었다.

 

31p 불카누스가 헤라클레스의 몸으로부터 불에 탈 수 있는 것을 모조리 털어내자 이 영웅의 형상은 이 영웅을 떠났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영우의 모습, 오로지 아버지 유피테르로부터 받은 것으로만 이루어진 영웅의 모습은 이제 지상에서 숨쉬던 영웅의 모습이 아니었다. 뱀이 낡은 껍질을 벗고 새 비늘이 반짝이는 새 껍질로 거듭나듯이 티륀스의 영웅도 필멸의 육체를 벗고 불사의 몸으로 거듭났다. 인간의 오체를 벗고 새로운 생명을 얻은 그는 이전보다 더욱 위엄 있는 모습으로 거듭난 것이었다. 전능한 그의 아버지 유피테르는 그를 사두마차에다 태우고 구름으로 가려 천상으로 불러올리고는 반짝이는 별자리 사이에다 박아주었다. 아틀라스는 이 새로운 별의 무게를 어깨로 느낄 수 있었다.

 

37p “부드러운 껍질이 내 목 안으로 차올라 옵니다. 나무 껍질이 내 몸을 빈틈없이 에워쌉니다. 아버지, 제 눈에서 손을 치우셔도 됩니다. 아버지가 감겨주시지 않으셔도 나무 껍질이 제 눈을 가린답니다.”

 

43p 나 역시 이 운명의 손길은 벗어날 수가 없는 몸인 것이오. 나에게 만일 운명의 물길을 돌린 권능이 있었다면, 아이아코스의 허리는 세월의 무게로 휘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라다만토스는 아직까지 혈기방장할 것이며, 지금은 노경에 들어 온갖 조롱을 받고 있는 미노스도 법을 이런 식으로는 집행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오.

 

46p 잠들어 꿈을 꾸면 너울은 벗은 욕망이 저를 사로잡아 그 뜨거움으로 저의 뼈마디를 녹이더이다. 저를 질투하여 밤은 서둘러 새고, 그래서 제 꿈은 짧기가 그지 없어도 그 일만 생각하면 그 기억이 제 몸을 저리게 하나이다.

 

46p 그런데 왜 나는 이런 꿈을 꾸는 것이지요? 아무런 소용도 없는 꿈은 왜 꾸는 것이지요? , 신들이시여, 이런 꿈은 이제 더 이상 꾸지 않게 하소서.

 

49p 나는 나대로 그대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싸우면서 버티어 왔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이 싸움에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그래서 그대의 도움을 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대만이, 그대를 사랑하는 나를 죽이거나 살리거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하소서.

 

50p 뷔블리스가 시종에게 이 서판을 건네주려는 찰나 서판은 뷔블리스의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이 불길한 징조가 뷔블리스를 불안하게 했다. 그러나 뷔블리스는, 이런 징조에 마음음 쓰지 않고 시종에게 서판을 주어 보냈다.

 

51p 내가 서판을 시종에게 건네줄 때, 서판이 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 것은, 내 사랑을 드러내지 말라는 계시였거늘, 서판이 떨어진 것은, 내 희망도 그렇게 무참하게 깨어질 것을 미리 알리는 계시였던 것을…….

 

52p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가는 데까지 밀고 나아가보자. 이로써 내 희망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 는 있을지언정 내 죄가 이로써 더 무거워질 까닭은 없다.

 

54p 뷔블리스는 이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몸이 하나도 남김없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는 바람에 그만 샘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름이 이 처녀의 이름과 같은 <뷔블리스의 샘>은 지금도 그 산자락의 계곡 감탕나무 그늘에 있다고 한다.

 

59p 이피스여! 정신을 차리고 이 어리석은 생각, 쓸데없는 생각일랑 털어버려야 한다. 너 자신도 속이지 말고, 남들도 속이지 말고, 네가 무엇으로 태어났는지 잘 생각해 보아라.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보고, 여자인 네가 사랑할 수 있는 것을 사랑하여라. 사랑에의 욕망을 낳고 이 욕망을 살찌우는 것은 바로 희망이다.

 

60p 기다리고 기다리던 때는 다가오고 있다. 혼인할 날이 임박했다. 이 날만 지나면 이안테는 내 사람이 된다. 그러나 이안테는 내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다.

 

64p 횃불도, 있는 힘을 다해 흔드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타지 않아 하객들은 거기에서 나는 연기 때문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러나 불길한 일은 징조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혼례식을 갓 치른 새색시가 요정들과 함께 들판을 거닐다가 뱀의 독니에 발목을 물려 즉사한 것이었다.

 

65p 이 무서운 땅의 권능에 기대어, 이 끝없는 혼돈, 이 넓은 땅을 감도는 침묵의 권능에 기대어 소망합니다. 채 피기도 전에 져버린 에우뤼디케의 운명의 실을 다시 이어주십시오.

 

67p 저승 왕은 오프페우스에게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즉 에우뤼디케를 데려가되 저승 땅을 다 벗어나 아르베르노스를 다 벗어나기까지는 에우뤼디케를 돌아다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만일에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다본다면 에우뤼디케는 다시 저승 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72p 네가 남을 위해 슬퍼하고, 네가 고통스러워 하는 이웃의 벗이 되고자 하니 나 또한 너를 위하여 슬퍼하리라.

 

77p 나는 살아있고 너는 죽었으나 너는 영원히 나와 함께 할 것이다. 너의 이름은 영원히 내 입가를 맴돌 것이다. 내가 수금가락을 고를 때, 노래할 때, 내 노래와 내 가락이 너를 부를 것이다. 내 너를 새 꽃으로 만들되 내 흐느낌을 그 꽃잎에다 아로새기리라. 후대의 영웅 중에서도 가장 용감한 영웅이 너와 인연을 맺을 때가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너의 꽃잎에서 그 영웅의 이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82p 퓌그말리온의 입술에 닿은 처녀의 입술에 온기가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화들짝 놀라 입술을 떼었다가는 다시 입술을 대고 손으로는 가슴을 더듬어 보았다. 놀랍게도 그의 손끝에서 그렇게 딱딱하던 상아가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상아에는 그의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찍히기 시작했다. 흡사 태양의 열기에 부드러워져, 사람의 손끝에서 갖가지 모양이 빚어지는 휘메토스 산의 밀랍같이…….

 

83p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참으로 끔찍한 이야기다. 내가 바라기로는 이 이야기는 듣고 이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며, 이 이야기를 믿지 말기 바란다. 세상에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해 주기 바란다. 그러나 만약에 이런 일이 정말 이 세상에 있을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끔찍한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반드시 믿어야 한다.

 

91p 뮈라는 이런 불길한 조짐에 세 번이나 걸음을 멈추었다. 그렇잖아도 올빼미가 몇 번이나 울어 불길한 조짐을 경고한 참이었다. 그러나 뮈라는 갔다. 뮈라로서는 어둠이 자신의 부끄러움을 가려주어서 좋았다. 뮈라는 왼손으로는 유모의 팔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앞을 더듬으며 보이지도 않는 길을 따라 끌렸다.

 

101p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저 청년의 외모가 아니라 저 청년의 젊음이다. 게다가 저 청년에게는 용기도 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도 있다. 과연 해신의 자손답구나.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저 청년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저 청년은 나와의 혼인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쳐도 아까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107p 이 말 끝에 베누스 여신은 아도니스의 피에다 향기로운 넥타르를 뿌렸다. 신주가 뿌려지자 아노니스의 피에 젖었던 노란 모래에서 거품이 일었고 잠시 후에는 여기에서 핏빛 꽃이 피어 났다. 꽃 모양은, 외피가 종자를 싸고 있는 석류꽃과 흡사했다. 그러나 이 꽃은 피기가 무섭게 곧 지고 말았다. 워낙 대가 연한데다 꽃잎은 얇은지라, 꽃은 산들바람만 불어도 그 대에서 떨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람을 연상하여 이 꽃의 이름을 아네모네(바람꽃)라고 부른다 

111p 여자들은 오르페우스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고는 그의 몸을 갈가리 찢었다. 오르페우스의 숨결은, 바위의 마음을 움직이던 그 입, 들짐승의 마음도 누그러뜨리던 그 입을 통해 빠져나가 바람 속을 흩어졌다.

 

115p 미다스 왕이 이 황홀한 꿈에 잠겨 있는데 시종이 음식상을 마련했다. 상에다 고기를 차리고 빵을 차린 것이었다. 그러나 왕이 먹으려고 빵을 집자 빵은 딱딱하게 굳어져 금이 되었다. 배가 고파 고기를 먹으려고 한입을 베어물면 금으로 변한 고기에는 그의 이빨 자국이 났다. 그는 이러한 선물을 준 박쿠스 신의 포도주에다 물을 타서 마시려고 했다. 그러나 이 포도주는 그의 입술 사이로 들어가다 말고 굳어져 금덩어리가 되고는 했다. 엄청난 부자가 되는 판인데도 미다스는 슬며시 겁이 났다.

 

116p 황금에 눈이 어두웠던 너의 그 어리석은 욕망을 씻으려거든 사르디스에서 가까운 강으로 가거라. 그 강으로 가서 뤼디아 물길을 따라 계속해서 올라가 그 물이 발원한 곳에 이르거든 네 머리와 몸을 담그고 네 죄를 정하게 씻어라.

 

117p 그 자리에 나와 있던 청중들도 모두 이 점잖은 산신의 판정에 동의했다. 그러나 미다스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공정하지 못하다면서 심판의 판저에 항변했다. 델로신의 신은 이같이 어리석은 자의 귀가 여느 인간의 귀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겼던 모양이었다. 신은 이 미다스의 귀를 잡아늘이고는 그 안에 털이 소복이 자라게 한 다음, 미다스의 머리에 달린 채로 이쪽저쪽으로 움직일 수 도 있게 만들었다. 귀만 빼면 미다스의 다른 곳은 멀쩡했다. 단지 귀 모양만 바꾼 것이었다. 미다스의 귀는 당나귀 귀와 비슷했다.

 

118p 그제야 그는 집으로 돌아와 편히 잠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갈대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해 말쯤, 키 높이로 자란 이 갈대는 엉뚱한 짓을 했다. 즉 남풍에 흔들릴 때마다, 제가 자란 땅에 묻혔던, 임금님 귀에 대한 주인의 비밀을 누설한 것이다.

 

122p 아이아코스의 아들아, 그 여신이 동굴에서 세상 모르고 잘 때 밧줄을 가지고 가서 재빨리 묶어버리면 네 신부로 삼을 수 있을 게다. 여신이 오만 가지로 모습을 바꿀 것이나 네가 속으면 안 된다. 끝까지 밧줄을 풀어주지 않으면 마침내 여신은 본 모습을 보일 게다.

 

126p 저 빛나는 별의 손녀인 이 키오네가, 두 신의 사랑을 받고, 두 신의 자식을 낳은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과유불급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된 이 키오네는 디아나 여신에게 그만, 자기는 여신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오만불손한 말을 하고 맙니다.

 

139p 솜누스는 수많은 아들 가운데서 맏아들 모르페오스를 깨웠다. 모르페오스는 인간으로 둔갑하는 데 능하고 인간의 흉내도 잘 내기로 이름있는 꿈의 신이었다. 특정인의 걸음걸이, 표정, 목소리를 모르페오스만큼 완벽하게 흉내낼 수 있는 꿈의 신은 없었다.

 

142p 이 세상에 남아 목숨을 부지하려고 애쓴다면, 이 슬픔과 싸우면서 살아간다면 저는 그대를 앗아간 바다보다 못한 여자입니다. 그렇습니다. 슬픔과 싸우면서 살지는 않으렵니다. 그대 없는 세상을 살지는 않으렵니다. 우리를 태운 재가 비록 한 항아리에 들지는 못할지언정, 비록 그대와 나란히 묻히지 못할지언정 저는 그대 뒤를 따르렵니다. 제 뼈가 그대 뼈와 섞이지 못할지언전 제 이름만이라도 그대의 이름과 나란히 새겨지게 하렵니다.

 

149p 파리스가 이 헬레네를 꼬여 트로이아로 데리고 가자 메넬라오스는 아내를 되찾으려고 군대를 일으켜 트로이아를 치는 데 이것이 저 유명한 트로이아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는 양쪽 진영의 영웅들을 편드느라고 신들도 편이 갈려 서로 싸우게 된다.

 

153p 시게움 평원은 피로 물들었다. 넵투누스의 아들 퀴크노스는 수천의 그리스 군사를 죽였고, 아킬레오스는 병거를 탄 채, 펠리온 산에서 베어온 나무로 자루를 해박은 창으로 트로이아 진영 유린하기를 칼로 물 가르듯 했다.

 

159p 카이니스가 이런 말을 하는데 마지막 한마디에서는 남자나 낼 수 있는 아주 굵은 목소리가 나오더래요. 카이니스는 남자가 된 것이지. 해신은 이 카이니스를 카이네오스로 만들어준 것뿐만이 아니고 어떤 무기도 이 카이네오스에게는 상처를 입히지 못하게 만들어주었다는군. 카이네오스가 해신으로부터 이런 은혜를 입었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래서 그 땅을 떠나 남자들이나 하는 일을 하면서 테살리아 산야를 누볐다네.

 

168p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말이네, 보는 눈에 따라서 그 기준이 달라. 하지만 퀼라로스는 자타가 인정하는 미남 켄타우르스였네. 황금빛 수염에 묻히기 시작하는 턱, 어깨까지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황금빛 머리카락. 어쨌든 이 자는 보기가 좋았네.

 

179p 살아 있을 때는 범 같은 장수였던 아킬레오스도 재가 되었을 때는 항아리 하나도 채우지 못했다.

 

182p 오뒤세우스는 무기로 하는 싸움보다는 말로 하는 싸움을 더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창칼로 싸우는 데 능하지만 오뒤세우스는 세 치 혀로 싸우는 데 능하기 때문입니다.

 

199p 내게는 디오메데스가 있소. 디오메데스는 늘 자신의 공격을 나와 나누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고, 나를 인정하며, 날 진정한 전우로 여기고 있고. 수많은 그리스 군 가운데서 디오메데스에 의해 유일한 전우로 꼽힌다는 것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영광이 아니오.

 

206p 무기로 싸우는 자에게만 공이 있고, 머리로 싸우는 자에게는 공이 없는 것은 아니오. 따라서 상은, 무기로 싸워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만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오.

 

207p 그대는 그대의 몸으로만 우리 그리스 군을 섬기지만 나는 온몸과 온 마음으로 그리스 군을 섬기오. 키잡이는 노잡이보다 나은 법이고, 장수는 졸병보다 귀한 법이오. 나의 지력은 나의 체력보다 윗길인데, 내 힘은 바로 이 지력에서 나오는 것이오.

 

213p 너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이런 식으로 가라앉힐 수 있는 신의 분노는 없다고 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내게 마지막 소원이 하나 있다. 내 어머니에게만은 내가 죽었다는 것을 당분간 알리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내 어머니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나의 죽음이 아니라 당신의 죽음이겠지만, 내 죽음으로 크게 상심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상심하실 것을 생각하니 마음 편하게 죽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이다.

 

221p 그리스이인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는 별로 중요한 인물로 다루어지지 않는 이 아이네아스가, 후일의 로마 신화에서는 신화적인 영웅으로 대접받는 것은, 바로 아이네이아스가 트로이아 유민을 이끌고 이탈리아 반도로 이주, 로마 건국의 기틀을 닦게 되기 때문이다. 베르길리우스의 장편 서사시 <아에네이스>는 바로 아이네이아스의 행적을 노래한 것이다.

 

232p 나는 사실 내 양이 몇 마리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 양의 대가리 수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가난뱅이들 뿐이니까.

 

239p 수많은 바다의 신들은 저 오케아노스 신과 테튀스 여신에게, 어떻게 하면 내가 인간 세상에서 지은 죄를 닦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 두 분 신들께서는 내 죄를 닦아주셨다. 정죄의 주문을 아홉 번 외게 하셨고, 백 개의 강에 몸을 닦으라고 하셨다. 나는, 강을 찾아 다녀야 할 줄 알았는데 사방에서 물이 내 머리 위로 쏟아졌다. 그 뒤로 나는 별별 희한한 일을 다 겪었으나, 그대에게 들려줄 마음만 있을 뿐 기억할 수가 없구나.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나는 내가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전과는 다른 글라우코스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때 처음으로, 푸른 색깔로 변한 내 수염, 숱이 많은 이 머리카락, 엄청나게 넓어진 어깨, 검푸른 이 팔, 지느러미와 흡사하게 변환 내 다리를 보았다.

 

242p 그런 여자를 두고 가슴을 앓기보다는, 그대를 원하고 그대를 따르고자 하는 여성, 그대가 사랑하는 만큼 그대를 사랑하는 여성을 찾아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대는 남의 짝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분이니까요. 그대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 사랑을 던질 생각이 있거든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하세요. 아직은 늦지 않았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의혹과 우유부단한 태도를 버리세요. 그리고 자기 자신의 외모에 자신을 가지세요.

 

269p 두려움은 인간을 허약하게 만드는 법이다. 그러나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은 오히려 그 역경을 짓밟을 수 있는 법이다.

 

275p 베누스는 누미키우스 강에 명하여, 아이네이아스의 몸에서 죽음이 앗아갈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씻어가 깊은 바다 바닥에 안치하라고 했다. 뿔이달린 강의 신은 여신의 명에 따라, 아이네이아스의 몸에서 죽음이 앗아갈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씻어내고는, 영생에 필요한 부분만 남겨두었다. 베누스 여신은 아들의 몸을 정죄하고, 신들이 쓰는 향수를 뿌린 뒤 그의 입술에다 달디단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발라주었다. 아이네이아스는 이리하여 신이 되었다.

 

295p 기원전 550년 전후에 사모스에서 태어난 퓌타고라스는 <크로톤의 철학자>로 불리는 그는 젊은 시절에 이집트 승려들, 동방박사로 유명한 페르시아의 마기, 인도의 바라문으로부터도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가르친 메템프쉬코시스(윤회설), 아이네이아스가 저승에서 안키세스로부터 배운 것과 일치한다. 수는 만물의 근본 원리이며, 침묵을 사랑하고 살생을 삼갈 것을 가르친 그는 제자들에게 질문을 용납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비디우스는, 이 퓌타고라스의 철학, 특히 영혼 윤회설에 관한 가르침을 장황하게 소개함으로써 이 <변신 이야기>의 철학적 기초를 돋보이게 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299p 영혼은 영원합니다. 이 영혼이라는 것은, 원래 있던 곳을 떠나면 다른 집을 찾아 들어가 거기에 다시 거합니다.

 

300p 모든 것은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영혼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알맞은 형상이 있으면 거기에 깃들입니다. 짐승의 육체에 있다가 인간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하고, 인간의 육체에 있다가 짐승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돌고 돌 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300p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드러난 것은 단지 찰나적인 형상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입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항상 흐릅니다. 강처럼 흐릅니다. 강물에, 어디 가만히 정지해 있는 순간이 있던가요? 물결은 다른 물결에 밀립니다. 그 다른 물결은 또 다른 물결에 밀리면서 앞에 있는 물결을 밀어냅니다. 그래서 순간순간 물결을 밀고 밀리면서 흐르는 것입니다. 앞에 있던 것은 뒤로 처지고, 오지 않았던 것이 옵니다. 그래서 시시각각으로 자리바꿈을 하는 것입니다.

 

303p 처음의 모양대로 영원히 있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무궁무진한 자연의 조화는 끊임없이 이 물건을 저 물건을 지어냅니다. 내 말을 믿으십시오. 이 우주에 소멸되는 것은 없습니다. 변할 뿐입니다. 새로운 형상을 취할 뿐입니다. <태어남>이라는 말은, 하나의 물상이 원래의 형상을 버리고 새 형상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죽음>이라는 말은, 그 형상대로 있기를 그만둔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변하여 저것이 되고 저것이 변하여 이것이 될지언정 그 합은 변하지 않습니다. 나는 같은 형상을 영원히 그대로 간직하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314p 하늘과, 하늘 아래 있는 만물은 다 끊임없이 변합니다. 땅과, 땅 위에 있는 만물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피조물의 하나인 우리 인간도 변합니다. 우리라는 존재는 육체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날개 달린 영혼도 여기에 깃들여 있기 때문입니다. 날개 달린 우리의 영혼은 들짐승의 가슴을 찾아 들어갈 수도 있고, 가축의 가슴을 찾아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짐승들을 함부로 죽이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짐승의 몸에 우리 부모 형제나, 우리 친척, 우리와 같은 인간의 영혼이 깃들여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인간이라는 이 예사롭지 않은 지위를 불명예스럽게 하거나 튀에테스식 식사로 우리의 배를 채우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맙시다.

 

316p 슬퍼해야 할 사람이 그대 하나뿐인 것은 아니오. 그대가 당한 것과 비슷한 슬픔을 당한 사람들 생각도 좀 하시오. 그러면 그대의 슬픔은 하찮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오.

 

319p 에게리아의 몸은 늘 맑은 물이 고이는 샘이 된 것이었다. 디아나 숲의 요정들은 이 전신의 기적을 보고는 기겁을 하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마존의 아들도 이 놀라운 기적에 기겁을 하고 아연해 할 뿐이었다.

 

329p 포에부스의 피를 받은 이 신사는 배에서 내려 이 섬으로 들어갔다. 신이 뱀의 모습을 버리고 신의 모습을 드러내자 로마의 역질은 그것으로 끝났다. 이 산이 로마를 구한 것이다

 

333p 베누스여, 네가 네 마음대로,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여신들 뜻을 거스르려 하느냐? 운명의 세 자매 여신의 집으로 가서 네가 확인해 보아라. 거기에는 동판과 철판으로 도니 운명의 서()가 있다. 이 운명의 서는 벼락도 번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336p 아우구스투스 폐하께서, 당신께서 다스리시던 이 땅을 떠나 하늘에 오르시고, 그 높은 곳에서 인자하시게도 저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이루어지게 하시는 날이 더디 오게 하소서, 다음 세기에나 오게 하소서.

 

336p 이제 내 일은 끝났다. 유피테르 대신의 분노도, 불길도, 칼도, 탐욕스러운 세월도 소멸시킬 수 없는 나의 일은 이제 끝났다. 내 육체 밖에는 앗아가지 못할 운명의 날은 언제든 나를 찾아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이승의 삶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나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가 정복하는 땅이면 그 땅이 어느 땅이건, 백성들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다.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3. 역자후기

 

337p 아버지의 희망을 저버리지 못해 오비디우스는 짧은 기간 관리 노릇을 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세월을 보내기에는 오비디우스는 지나치게 재주 있는 사람, 유쾌한 사람, 유복한 사람이었고, 로마는 지나치게 관능적인 도시, 호화로운 도시, 평화로운 도시였습니다. 시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며예에 견주면 관리로서 누릴 수 있는 영달이 참으로 하찮은 것임을 깨달은 오비디우스는 곧 기지(機知) 놀음이 통하는 문단으로 진출, 오래지 않아 그 방면의 선두주자로 떠오르게 됩니다.

 

338p 그러나 아우구스투스의 유신이 추상같았는데도 불구하고 외동딸 율리아는 아버지의 율령을 귓전으로 흘리고 그 명령과 금령을 교묘하게 피하는 수단과 방법을 종횡으로 구사함으로써 로마의 미풍양속을 비웃게 됩니다. 아우구스투스는 정적들의 위협에 견디지 못하고 결국 이 딸을 로마에서 황량한 섬으로 추방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머니와는 동명인 율리아의 딸 율리아 역시 어머니를 그대로 시늉함으로써 아우구스투스가 요구하는 미풍양속의 호소에 순응할 생각이 없는 무리의 찬양을 받으며 로마의 불나비가 되어 버립니다.

 

339p 고비 풀린 말처럼 설치고 다니던 율리아는 많은 로마의 호걸들을 사랑하는 데 바로 그 중의 한 사람이 <사랑의 기술>로 한차례 로마의 미풍양속을 뒤흔들어 놓은 오비디우스입니다. 결국 아우구스투스는 그 시대를 비웃으면서 <사랑의 기술>로 성공을 거두고, 두 율리아와 어울림으로써 아우구스투스로부터 용서받기 어려운 괘씸죄를 얻게 됩니다. 참다 못한 아우구스투스는, 딸 율리아의 방탕한 삶을 찬양하고 게다가 손녀 율리아의 애이노릇까지 한 이 오비디우스를 토미스(지금의 루마니아 콘스탄티아)라는 땅으로 귀양을 보냅니다. 오비디우스 자신은 귀양당한 원인에 대해 <어떤 시구와 어떤 과실> 때문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바로 이 시구는 큰 율리아를 찬양하는 시구이고, 과실은 율리아의 애인 노릇을 한 일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339p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로마의 신화는 등장하는 고유명사만 달랐지 사실은 그리스의 신화와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리스의 신화는 우리라노스와 가이아에 의한 천지창조 시대, 이 천지창조 뒤에 오는 <티타노마키아(거신들의 전쟁)> 시대, <기간토마키아(거인들의 전쟁)>시대로 이어지고, 이윽고 이 시대는 올륌포스 신들의 시대, 영웅의 시대, 인간의 시대로 이어지다가 트로이아 전쟁으로 일단 막을 내립니다.

 

340p 중세를, <기독교와 오비디우스의 시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이 말은 오비디우스가 그려낸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체계가 작가와 시인과 화가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들의 붓끝에 세례를 베풀고, 꾾임없이 그 시대로 돌아가게 했다는 뜻일 것입니다.

 

340p 오비디우스의 <명쾌한 경망스러움>은 주신 유피테르의 <위대한 난봉>을 연상시킵니다 이 세상의 인간과 문화와 문명의 살림살이를 지어내고 온갖 개념을 시운전해 낸 유피테르에게 난봉기가 필요했듯이, 신들의 세계를 엿보고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려 했던  오비디우스에게 약간의 명쾌한 경망스러움은 어쩌면 필요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41p 호메로스와 달리, 이 오비디우스를 읽다 보면 이따금씩 궁색한 대목을 만나게 됩니다. 아마 오비디우스가 저희 왕통을 그리스의 신통에 끌어다 붙이기 위해 그리스 신화를 지나치게 아전인수로 윤색해서 풀어먹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따금씩 신화의 아귀가 맞지 않아서 마뜩지 못한 대목을 만나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귀합니다. 인류 2천년 문화의 두 대궁 중 한 대궁은 기독교적 인식체계를 바탕으로 한 문화인데, 그 인식체계에 물질지 않은 고대의 인식체계, 그리스도 이전의 세계관과 인간관을 읽는 것은 신선한 읽기의 즐거움을 줄 분만 아니라, 하늘이 열리던 때의 아득한 때와 우리가 사는 때 사이에 가로놓인 긴긴 세월이 소거되는 듯한 희한한 경험도 가능하게 합니다.

 

 

내가 저자라면

 

 <변신이야기>은 전 15권으로 된 서사시 형식의 시()로 천치 창조에서부터 오비디우스 자신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약 250편의 변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3가지의 큰 주제로 나누어보면 신들의 관한 부분(1~6), 영웅들에 관한 부분(6~11), 역사적 인물들(11~15)이다.

이 책의 구성을 보면, 1부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 / 2부 신들의 전성시대 / 3부 박쿠스의 탄생 외 / 4부 페르세오스와 메두사 외 / 5부 무사의 탄생 외 / 6부 신들의 복수 /7부 영웅의 시대 / 8부 인간의 시대 / 9부 헤라클래스 외 / 10부 오르페우스의 노래 외 / 11부 미다스의 귀는 당나귀 귀 외 / 12부 트로이 전쟁 외 / 13부 유민의 시대 / 14부 로몰루스와 레무스 외 / 15부 카에사르의 승천 외 이다.

 

그의 이야기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을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호메로스(Homeros)의 서사시들보다는 이야기를 하나씩 소개하며 전체를 하나로 묶어가는 방식이다. 성격이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한데 엮는 기법은 칼리마쿠스의 <기원 설명>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 시에는 지역의 역사와 기원 설명에 관한 일반적인 관심이 체계적으로 정립되어 있다. <변신이야기>에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그러한 기원 설명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때에도 누군가에게 들었다며 이야기를 소개하는 식이다. 

 

이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았다. 모든 문학에서 인용되고 있고, 로마 시대의 문화를 담겨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신화의 기원을 찾고 웅대한 서사문학을 배우기 위함이다. 어떤 대답도 명쾌하지 않았다. 몇 년 전에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큰 아들과 함께 보았다. 그림과 함께 표현된 신화 이야기는 기독교적 인식을 가지고 살아온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가 있었다. 주변에서 익숙해져 있던 자연의 모습들이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서 내 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선과 악의 모습들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는 이유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경험과 지식에 대한 재해석을 하기 위함이다. 기존의 생각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내가 저자라면 이전의 위대한 작가가 그러했듯이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에 접목하고 싶다. 또한 그렇게 접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살면서 수 많은 경험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경험들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끄집어 내고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연결시켜 보면 어떨까? 그래서 이번 칼럼은 내가 경험했던 인간의 탐욕들을 이라는 상징적인 동물로 연결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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