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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7일 11시 43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오비디우스 [BC 43.3.20 ~AD 17]

국적 : 고대 로마, 활동분야 : 문학(시인)

중부 이탈리아의 술모나 출생. 모이시아 토미스(로마제국의 오지)에서 사망

주요작품 : 사랑도 가지가지(Amores)/여류의 편지(Heroides)/사랑의 기술(Ars Amatoria)

          비가(Tristia)/로마의 축제들(Fasti)/변형담(Metamorphoses)

 

로마의 술모(현재 이탈리아의 술모나)에서 부유한 기사의 아들로 태어남. 로마로 유학해 수사학과 법률공부. 아버지의 뜻에 따라 관리가 되나 적성에 맞지 않아 금방 그만두고 詩作에 전념. AD8년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하여 토비스(흑해 연안의 현재 루마니아 콘스탄차)로 추방. 추방 사유는 부도덕한 행위를 저질렀다라고 전해지지만 구체적인 것은 밝혀지지 않음.

후세의 시문학에 기법과 관련된 영향을 미침. 애가2행 연구(二行聯句)를 완성, 6보격을 모든 목적에 맞는 운율과 유창한 의사전달수단으로 만듬. 여러 시대에 걸쳐 많은 시인들에게 사랑을 받음. 음유시인과 궁정연애를 노래한 시인들, 초서 세익스피어,괴테맻 에즈라 파운등 등이 그를 좋아했음.

 

오비디우스에 대한 인간적 평가

 

지나치게 재주 있는 사람. 유쾌한 사람, 유복한 사람, 풍족한 유산, 빛나는 기지, 엄청남 기억력, 반듯한 사교술의 소유자.

당시 로마는 지나치게 관능적인 도시, 호화로운 도시, 평화로운 도시. 재물걱정 없고 능력 있고 매너 좋고 재주 많고 유쾌하고어쩌란 말인가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이 갖추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오비디우스의 유쾌한 경망輕妄덕에 장구한 세월 많은 독자에게 즐거움을 준다.

 

작품의 특징

 

사랑도 가지가지: 3권으로 구성, 엘레게이아(애도가)의 시형으로 이루어지고, 코린나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한 연애노래가 실려있음

여류의 편지 : 옛 전설 속의 유명한 여성들이 남편이나 애인에게 보내는 편지형식. 신화적인 요소와 세속적인 풍습이 얽혀있어 당시 로마 상류사회의 생활을 엿 볼 수 있음.

변신이야기 : 서사시형식 총15, 신화 전설 속의 변신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신화가 집대성됨

비가(5) 흑해로부터의 편지(4) 유배된 시인의 불행과 도시에 대한 귀환을 소망을 담고 있음.

그의 작품은 세련된 감각과 수사修辭가 풍부, 르네상스시대에 널리 읽혔음

 

 

개인적평가

 

우리의 역사는 문자 이후의 시대와 문자 이전의 시대로 구분할 수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가다 보면 문자로 기록된 그 이전 시대에 다다른다. 문자가 없던 시대, 그 시대의 역사를 전하는 방법은 구술, 구술된 역사를 기록한 것이 신화이다. 그 중 그리스로마신화, 소아시아의 설화, 로마의 건국신화까지 한데 모은 작품이 변신이야기이다. 자연과 신 인간이 한데 어우러져 태어남과 죽음 사랑과 애욕愛慾, 사회적으로 용인된, 또는 금기시된, 상식과 비상식 모든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젊은 남녀간 사랑, 동성애, 자기애, 부녀간 사랑, 남매간 사랑 등. 2천년이 넘는 세월을 넘어 온 이야기인데 지금도 보편화 되지 못한 동성애, 성전환등에 관한 이야기를 보노라면 사람이 가지는 원초적인 기질의 다양성과 보편성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변신의 의미도 욕정, 순결, 욕망, 욕심, 영원한 사랑, 부부의 행복, 불변, 열정, 자애, 정조, 형벌,두려움, 창피함, 불멸의 우애, 아름다운 우정, 진실, 용감, 결백, 장부의 권위,창조 다양한 이야기들과 등장인물(신과 사람 그리고 자연) 구성이라 얼마나 여러 번 읽기를 해야 좀 정리가 될까 싶은 생각이다. 아직 중구난방 정신이 없다. 서로의 가족관계도 복잡하고 특히 유피테르(제우스)의 바람기는 끝이 없다. 21세기에도 제우스같이 능력이 좋은 사람도 있다.

변신되어진 신들, 우리가 주변에서 보아온 꽃, 나무, 새 그 외의 가축들…신화를 읽다 보니 예사로이 보이지 않는다. 꽃이나 새 나무들이 스스로의 방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고 가끔 생각하는데 갑자기 좀더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하게 만든다. 딱 한번 굿을 했다. 사전 지식 없이 그냥 하게 된 굿이다. 찾아보니 굿의 종류는 많다. 내가 했던 것이 우환굿 정도 되지 싶다. 얼떨결에 치뤘지만 그때 어렴풋이 내가 존재하고 있는 21세기에 언제적 영혼일지 모르는 영혼들이 같이 생활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잠시 그러고 말았지만 시공을 초월한 하나의 우주란 생각이 든다.

 

출처 : 변신이야기1,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 http://blog.naver.com 윤기 인터뷰

     :http://100.naver. com 네이버 백과사전

     : http://navercast.naver.com

 

2.       인용문

 

마음의 원에 쫓기어 여기 만물의 변신 이야기를 펼치려 하오니, 바라건대 신들이시여, 만물을 이렇듯이 변신하게 한 이들이 곧 신들이시니 내 뜻을 어여쁘게 보시어 우주가 개벽할 적부터 내가 사는 이날 이때까지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힘을 빌려주소서. P15

 

이 조물주가 어떤 신이었든, 좌우지간 이 신은 혼돈을 이루고 있던 물질의 덩어리를 정리하고 구분하고 각각 그 있을 곳에다 배치한 뒤 우선 대지를, 어느 쪽에서 보아도 그 모양이 똑같도록 거대한 공꼴로 만들었다. 그러고는 바다를 사방으로 펼치고 거친 바람으로 풍랑을 일으킨 뒤 땅 주변에 펼쳐진 해안선을 빠짐없이 둘러싸게 했다. 이어서는 샘, 큰 호수, 그리고 연못을 파고, 흐르는 강 양쪽으로는 꾸불꾸불한 둑을 만들었다. 강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P17

 

빈 곳이 있으면 거기에 사는 것이 있어야 마땅한 법이다. 그래서 신들과 별들이 천상에 자리를 잡았다. 이 짐승들보다는 신들에 가깝고, 또 지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다른 생물을 지배할 만한 존재는 없었다. 인류가 인간이 창조된 것은 이즈음이었다. 어쨌든 이렇게 만들어진 인간은, 다른 동물들이 머리를 늘어뜨린 채 늘 시선을 땅에다 박고 다니는 데 비해 머리가 하늘로 솟아 있어서 별을 향하여 고개를 들 수도 있었다. P19

 

한 처음은 황금의 시대였다. 기후는 늘 봄이었다. P20

 

크로노스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속성은 태어난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시간 자체의 속성을 상징한다. 이는 유피테르 6남매가 이로써 시간을 극복했음을 상징한다. P21

 

유피테르의 손으로 넘어오자 은의 시대가 되었다. 계절은 뚝 분질러 겨울과 여름, 가을, 짧은 봄 처음으로 집이라는 것 세 번째 시대에 해당하는 청동의 시대다. 온 시대는 철의 시대다.  P22

 

유해한 철과, 철보다도 더 위험한 황금이 속속 인간의 손안으로 들어갔다.  p23

 

도처에서 본 인간의 악행을 다 섬기기에는 시간이 아까우니 내 말하지 않겠소 p27

 

전혀 불가사의한 기원에 그 뿌리를 두는 세 인류에게 땅을 맡길 것을 약속했다. P30

 

물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을 즈음 데우칼리온이라는 사람과 그의 아내 되는 퓌라는 조그만 배를 타고 이 산꼭대기에 이르렀다. P33

 

나에게 아비 되는 재주가 남아 있어서 자손을 퍼뜨리고 새 나라를 일으킬 수 있다면 좀 좋으랴.내게 흙을 이겨 사람의 형상을 만들고 여기에다 숨결을 불어넣는 재주가 있다면 좀 좋으랴. p36

 

우리가 힘 드는 일도 수나롭게 해내는 강인한 족속인 까닭은 이로써 설명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P38

 

물과 불은 비록 상극이기는 하나 습윤한 온기는 만물의 근원이었다. P39

 

아폴로는 사라에 빠졌고 다프네는 사랑이라는 말만 들어도 천리만리 도망치는 지경에 이르렀다.p43

 

이리를 피하여 어린 양이 도망치듯이, 사자를 피하여 사슴이 달아나듯이, 수리를 피하여 날갯짓하듯이 p45

 

사냥개는 속도록 이 사냥감을 확보하려 하고 사냥감은 속도로 절대 절명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는 법이다. 아폴로와 다프네가 쫓고 쫓기는 형국은, 사냥개가 한시바삐 이 추격적을 마무리하고 싶어 주둥이 p46

 

젊은 신과 아름다운 요정은, 전자는 따라잡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혀, 후자는 잡히면 끝장이라는 공포에 쫓기며 빠르기를 겨루었다. P47

 

내가 신이라는 것이 한스럽구나. 신이라서 죽음의 문이 내 앞에서 닫혔으니, 영원히 슬퍼해야 하는 이 팔자를 어쩔꼬……. P54

 

태양신은 보라색 용포를 입고 빛나는 에메랄드    보좌 좌우로는 <>, <>, <>, <세대>, 그리고 <>가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머리에 화관을 쓰고 있는 것은 <이른 봄>, 가벼운 차림에 고식 이삭관을 쓴 것은 <여름>, 포도즙이 묻은 것은 <가을>, 백발을 흩날리고 있는 것은 <추운 겨울>이었다.  P62

 

너는 때가 되면 죽을 팔자를 타고난 인간이다. 팔자를 타고난 인간에게는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P64

 

그냥 도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박힌 별을 싸잡아 안고 도는 것이다. 돌고 도는 천체 축에 휘말리는 걸 피할 수 있을 성싶으냐? 회전하는 천궁에 휩쓸리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올 성싶으냐? p65

 

내 아들로 용인하는 징표를 보이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보이마. 보아라, 자식의 안위가 위태로워

질까봐  이렇듯이 속을 태우는 이 아비를 보아라. 이 아비의 마음, 이것이 너를 아들로 용인하는 확실한 징표가 아니겠느냐? 자 이리 와서 아비의 얼굴을 보아라. 네 눈으로 내 속을 들여다보고 아비의 마음이 근심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주려무나, , 그러면 좀 좋으랴! 살펴보아라. 이 세상에는 이보다 귀한 것이 얼마든지 있다. 하늘, 바다, 어디에 있어도 좋다. 네가 바라는 것이면 무엇이든 내 너에게 주겠다. 그러나 이것만은 어쩔 수가 없구나. 이것은 명예가 아니고 파멸이라는 것을 왜 모르느냐?  네가 바라는 것이 정말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아직도 이렇게 조르고 있는 것이냐? 할 수 없구나, 네 소원대로 해보려무나. 내 이미 스튁스에 맹세했으니, 내가 무슨 수로 이 약속을 반복하겠느냐? 네가 이보다 조금만 더 지혜로웠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P66

 

온 거리가 적지 않았으나 가야 할 길은 이보다 훨씬 더 멀었다. 그는 도저히 이를 가망이 없을 듯한 서쪽 하늘과, 두고 온 동쪽 하늘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그 거리를 마음속으로 가늠해 보았다. 갈 수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그렇다고 고삐를 놓을 수도 없고, 고삐를 잡고 있을 힘도 없었다. 천마의 이름조차 잊어버린 판국이었다.   p71

 

공작의 털 빛깔이 현란해진 것은, 아르고스가 죽은 뒤의 일이다. p90

 

절대로 상자를 열어보지 말라고 하셨다. P91

 

인간에게 절대로 뭘 하지 말라고 하면 그렇게 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 젤로 어려운 일인듯. 열어볼 줄 알고 그런 거다. 다음 시나리오를 위한 장치?

 

무엇을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한다는 것은 하라는 것보다 더한 주문이다.

 

신들에게 눈물은 금기였다. P95

 

상급이 곱절이 되었으니 노인의 생각이 달라졌을 수밖에. 그래서 노인은 이 변장한 메르쿠리우스에게 말했다.

[이런 사기꾼, 면전에서는 그러마고 해놓고 돌아서서는 딴 소리를 해? 영감은 내 앞에서 나를 배신했어] P101

 

인비디아는, 어둡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집에 살고 있었다. 그 집은, 햇살이 비치기는커녕 바람도 한 점 불지 않는 깊은 계곡에 있었다. P104

 

집 안은, 손가락이 곱을 만큼 추웠지만 불기가 없는 데다, 햇빛이 비치지 않은 곳에 있어서 늘 어둠에 잠겨 있었다. 전쟁의 여신은 이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105P

 

이 인비디아의 입술에 미소가 감돌게 할 수 있는 것은 남이 고통 받는 광경뿐이었다. 인비디아는 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밤이고 낮이고 근심 걱정에 쫓기고, 남의 좋은 꼴을 보면 속이 상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나날이 여위어가는 것이 인비디아였다. 남을 고통스럽게 하면 하는 대로, 자신이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운 대로 저 자신만 녹아나는 게 바로 이 인비디아였다. P105

 

사랑을 성취시키려는 마음과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은 원래 조화도 양립도 불가능한 법이다. P109

 

무기 이상으로 미더운 용기도 있었다. P114

 

그러나 사람은 죽어서 땅에 묻힐 날이 되어봐야, 그 한살이가 행복한 한살이였는지 박복한 한살이였는지 . 드러나는 법이다.

악타이온은, 여신의 벌을 받아 사슴으로 전신했다가, 제 손으로 기른 사냥개를 이빨에 찢기어 죽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악타이온이 이런 변을 당한 것은 그의 팔자가 그래서 그랬지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죄가 있었다면 길 잃은 죄밖에 없었다. P118

 

여신의 말투가 특별하게 표독스러웠던 것도 아니었다. 이어서 여신은 이 청년의 가슴에다 공포의 씨앗을 뿌렸다. P121

 

주인이 쓰러지자 나머지 개들까지 합세하여 그 몸에다 이빨을 박았다. 이빨 댈 자리가 모자랄 만큼 몰려와 물고 뜯었다. 악타이온은 비명을 질렀다. P123

 

아씨를 정말 사랑한다면 증거를 보이셔야지요. P125

 

그래서 유피테르는, 보는 능력을 빼앗긴 테이레시아스에게 대신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눈을 주었다. P129

 

[저희가 그를 사랑했듯이, 그 역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해소서. 하시되 이 사랑을 이룰 수 없게 하소서. 이로써 사랑의 아픔을 알게 하소서] p 133

 

어리석어라! 달아나는 영상을 좇아서 무엇하랴! 그대가 구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돌아서보라. 그러면 그대가 사랑하던 영상 또한 사라진다. 그대가 보고 있는 것은 그대의 모습이 비춰낸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대가 거기에 있으면 그림자도 거기에 있을 것이요, 그대가 떠나면, 그대가 떠날 수 있어서 그 자리를 떠나면 그림자도 떠나는 범인 것을… p134

 

[숲이여! 사랑을 나보다 더 아프게 사랑하는 자를 본 적이 있는가? 그대들은 보아서 알 것이다. 수많은 연인들이 밀회하기 좋은 곳으로 여기고 이 숲을 드나들었다. 숲이여, 그대는 이것을 보았으니 알 것이다. 아득하게 긴 세월을 산 숲이여, 그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나만큼 괴로워하는 자를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자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고 내가 보는 내 사라에, 나는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마침내 닿지 못하는구나. 이를 어쩌면 좋은가? 내 사랑이 나를 피하는구나.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저 넓디넓은 대양도 아니요, 먼 길도 산도 아니요, 성문의 빗장이 걸린 성벽도 아니다. 견딜 수가 없구나. 많지도 않은 물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으니, 참으로 견딜 수가 없구나. 내 사랑이 내 포옹을 바라고 있는데 어찌 이를 내가 모르겠는가? 내가 허리를 구부리고 그 맑은 수면에 입술을 갖다 대려고 하면 내 사랑도 얼굴을 가까이 대면서 내 입술을 마중하는데 어찌 내가 모르랴! 그대는, 우리의 입맞춤이 이루어지지 않을 리가 없다고 할 것이다. 우리 사랑을 갈라놓는 장애물을 참으로 하찮다고 할 것이다. 우리 사랑을 갈라놓는 장애물을 참으로 하찮다고 할 것이다. , 사랑이여, 그대가 누구든 좋으니 내게로 오라.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자여, 왜 나를 피하는가? 내가 그대에게 다가가려 할 때마다 그대는 어디로 가는가? 내 모습이 추해서, 내 나이가 많아서 피한 것은 아닐 것이다. 수많은 요정들이 나를 사랑했는데,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대의 다정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 가슴 안에서 희망이 샘솟는다. 내가 손을 내밀면 그대도 손을 내밀고, 내가 웃으면 그대도 웃는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면 그대도 고갯짓으로 화답한다. 그대 입술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그대는 분명히 내 말에 응답하는데도, 그 응답은 내 귀에 닿지 못한다. , 그랬었구나. 내가 지금껏 보아오던 모습은 바로 나 자신이었구나. 이제야 알았구나, 내 그림자여서 나와 똑같이 움직였던 것이구나. 이 일을 어쩔꼬,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구나.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의 불길에 타고 있었구나. 나를 태우던 불길, 내가 견디어야 했던 그 불….. 그 불을 지른 자는 바로 나였구나. . 이 일을 어쩔꼬. 사랑을 구하여야 하나? 사랑 받기를 기다려야 하나. 사랑을 구하여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이냐? 구하는 것이 내게 있는데…… 내게 넉넉한 것이 나를 가난하게 하는구나. 나를 내 몸에서 떨어지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사랑하는 자가 하는 기도로는 참으로 기이한 기도다만, 신들이시여, 내가 사랑하는 것을 내게서 떨어져 나가게 하소서. . 슬픔이 내 힘을 말리는구나. 내게 이제 생명의 시운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나는, 내 젊음의 꽃봉오리 안에서 죽어가고 있구나. 죽음과는 싸우지 말자. 죽음이 마침내 내 고통을 앗아갈 것이니……. 그러나 나는 죽어도 좋으니, 내가 사랑하던 것만은 오래오래 살 수 있게 되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우리 둘은, 하나가 죽으면 나머지 하나도 따라 죽어야 할 운명……] 이렇게 한탄하면서 그는 샘물에 비치는 그 얼굴을 다시 한번 눈여겨 바라보았다. 눈물이 샘물에 떨어지자 물 위에 파문이 일면서 그 영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라져가는 영상을 바라보며 그가 외쳤다. [어디로 도망쳐, 이 무정한 것아! 너를 사랑하는 나를 버리지마! 네 몸에 손을 대는 게 싫다면 손대지 않으마. 그러니 이렇게 바라볼 수 있게만 해주어. 바라보면서 내 슬픈 사랑을 이별 하게 해주어] p135 ~137

 

나르키소스는 다시 사무치는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따뜻한 햇살에 녹는 금빛 밀랍처럼, 아침 햇살 에 풀잎을 떠나는 서리처럼, 그의 육신도 사랑의 고통 속에서 사위어가다 가슴 속의 불길에 천천히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P137

 

장애물이 없을 때는 조용히 부드럽게 산 아래로 잘 흘러가는 시냇물이, 나무와 바위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포말을 날리고 소용돌이치면서 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P142

 

[내 이름은 아코이테스라고 합니다. 태어난 곳은 뤼디아. 부모님은 신분이 천하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버님은 저에게, 힘 좋은 황소로 갈아야 할 만한 전답도, 양떼도 소로 물려 주시지 못했습니다. 그럴 여유가 없으셨던 것이죠. 아버지는, 지금의 저처럼  가난하게 사셨습니다. 강가에서 낚시질로 물고기나 잡으셨으니까요. 아버지의 전 재산은 바로 고기 잡는 기술 이었던 것이지요. 아버지께서는 이 기술을 가르쳐주시면서, [내가 물려줄 것은 이것뿐이니, 이 재주를 익혀 내 뒤를 이어라]이러십디다. 아버지는 이로부터 오래지 않아 돌아가셨습니다. 저에게는 강물만 유산으로 남기시고요. P 143

 

고갯짓, 눈짓으로만 사랑을 나누었으니까, 감추면 감출수록 깊어가는 게 사랑이잖아? 속으로 속으로 타들어 가는 섶 속의 불씨 같은 게 사랑이잖아? 157P

 

사랑에 빠진 처녀 총각 눈에 무엇이 안 보였겠어? 두 사람은 이 틈 이쪽 저쪽에서 목소리만으로 사랑을 나누었어. 무슨 뜻이냐 하면,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사랑을 나누었다, 이거야. 퓌라모스는 벽 이쪽에, 티스베는 벽 저쪽에 마주서서 서로의 숨결을 느끼면서 이 무정한 벽을 원망했을 테지.  P157

 

뽕나무는 이때 퓌라모스가 흘린 피에 젖어 보랏빛으로 물들었어. P159

 

미풍이 수면에다 파문을 일으킬 때 바다가 떨듯이……p160

 

태양신의 상사병 때문이었대. P165

 

이슬과 눈물을 마셨을 테니까. 제비꽃 비슷한 꽃이 피어 올랐어. P169

 

그런 처녀가 있으면, 그 처녀 몰래 가만히라도 좋으니 나를 좀 만나 사랑해 주세요. 없으면 나를 애인 삼아 주면 이보다 좋은 일이 없을 테지요. 애인이 없으면, 바라건대 내를 사랑해 주세요, 나와 혼인해 주세요. p173

 

고대의 문학 예술이 주로 인간의 기억을 통하여 구전되어 왔음을 암시한다. P218

 

여신의 행색을 보고 허기와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안 이 노파, 물에다 볶은 보리 가루를 풀어 마실 것을 만들어주었다는군.  P 225

 

버리는데…… 아, 그 순간 아이의 얼굴에는 거뭇거뭇한 반점이 나타나면서 팔 있던 자리에서는 다리가 돋아났고, 엉덩이에는 꼬리가 나오기 시작했대. 이 건방진 아이, 여신을 비웃었다가 도마뱀으로 둔갑한 것이다. 노파가 기겁을 하고 이 괴상하게 생긴 것에 손을 대려 하자, 이 도마뱀은 황급히 도망쳐서 그 몸을 감추고 말았다는 것. 이 동물의 몸에는 지금까지도 알락달락한 반점이 있어. <반점>이라는 말이 결국은 이 동물의 이름이 되고 만 것 ……  온 세상을 다 뒤진 여신은 다시 시카니아로 되돌아갔지. 여신은 이 섬에 이르자마자 요점 퀴아네를 찾았다는군. 하지만 이를 어째. 물로 화하지 않았더라면 이 퀴아네가 케레스 여신께 자기가 본 것, 겪은 것을 다 이를 수 있었으련만. 말이야 하고 싶었겠지만 물로 화한 요정에게 입이 있을 리 없고, 혀가 있을 리 없으니. 그런데도 요정은 딸 잃은 어머니에게 어떻게든 뜻을 전하고 싶어서 마침 그 물에 떨어져 있던 프로세르피나의 허리띠를 살며시 물 위로 떠올려 여신께 보여주었다지. 케레스 여신이 외딸 프로세르피나의 허리띠를 알아보지 못할 리 있으랴. 여신은 허리띠를 보자마자 딸 잃은 설움이 복받쳐 새삼 머리를 쥐어뜯고 가슴을 치며 울부짖었다는군. 하지만 울부짖는다고 어디 될 일이던가. P226

 

그래서 여신은 손을 들어, 그 땅을 가는 쟁기라는 쟁기는 모조리 그 날이 부러지게 하고, 그 땅을 가는 쟁기를 끄는 황소라는 황소는 모조리 다리가 부러져 그 자리에 주저앉게 만들었지. 하지만 그런다고 분이 풀릴까. 여신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자 이번에는 땅에 명하여 농부들의 믿음을 저버리게 하고, 씨앗에 명하여 싹을 틔우지 못하게 했어. 비옥하기로 소문나 있던 그 고장 땅은 여신의 명을 받들어 황무지로 둔갑, 농부들의 희망을 저버려도 철저하게 저버렸고, 씨앗은 여신의 명을 받들어 싹을 틔우지 않거나, 싹을 틔우더라도 곧 말라버렸다지. 용케 한동안 자라던 싹이 있었어도, 오래지 않아 햇볕에 말라 버리거나, 폭우에 씻겨가 버리거나 새 먹이가 되고는 했다지. 그래도 자라는 싹은 독보리, 엉거시, 잡초가 거들어 쓰러뜨렸다지. 그러니 옥토가 황무지 될 수밖에. <위대하신 대지의 여신, 곡물의 여신이시여, 따님을 찾아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셨으니, 여신의 믿음을 배신한 땅을 원망하실 만도 하지만요, 땅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만일에 땅이 입을 벌려, 따님을 납치한 자를 숨겼다면 그야 어쩔 수 없어서 그랬을 테지요. p 227

 

<유피테르 대신이여, 내 딸이자 그대의 딸인 프로세르피나 문제로 청원할 일이 있어서 이렇게 왔으니, 내 말을 들으세요. 딸의 어미가 그 아비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고 해서 딸이 그 아비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 아이 어미가 나라고 해서 그 아이를 업신여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가 그토록 오래 찾아 다니던 그 아이 행방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대신께서 보시기에는, 내가 그 아이를 잃은 것이나, 이제 그 행방을 알아낸 것이나 마찬가지겠지요? 행방을 알았으니 찾아오면 되지 않느냐고 하실 테지요? 하지만 나는 대신이 아닙니다. 229P

 

불길한 전조를 보이는 기분 나쁜 새, 올빼미가 된 것이지.p 231

 

프로세르피나의 운명은, 일년의 반은 땅속에 묻혀 있고, 나머지 반은 지상에 나와 있는 씨앗의 운명을 상징한다. p232

 

아름다워보았자, 사내의 눈 요깃감 밖에 더 될 것이 무엇이냐,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입니다.p233

 

풍요의 여신은 두 마리 용을 끌어와 멍에를 채워 수레를 맨 뒤 하늘로 날아올라 하늘과 땅의 중간을 날았지. 여신은 어디로 갔느냐. 여신은 트리톤의 도시로 날아가 이 수레를 트리프톨레모스에게 주었어. 그러고는 이 수레와 함께 곡식의 씨앗을 주어, 밭에다 뿌리게 했지. 이랑이 만들어진 밭에도 뿌리고 이랑이 없는 땅은 새로 일구어 이랑을 만들고 거기에다 뿌리게 했지. 청년은 일이 끝나자 에우로파와 아시아로 가서 상공을 날면서 씨를 뿌렸어. 뿌리면서 릔코스 왕이 다스리던 스퀴티아 땅으로도 갔고…… 청년이 왕을 찾아 왕궁으로 들어가자 국왕 릔코스는, 이름은 무엇이고, 어느 나라, , 어떻게 왔으냐고 물었지. 청년은 이렇게 대답했다지. <내 이름은 트리프톨레모스이고, 내 나라는 저 유명한 이테나이올습니다. 나는 바다를 건너온 것도 아니요, 땅을 지나서 온 것도 아닙니다. 배를 타고 온 것도 아니요, 걸어서 온 것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나는, 그렇습니다, 하늘 길을 따라 여기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케레스 여신의 선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p236

 

수다쟁이 까치가 된 것 p238

 

[이것 보아요, 처녀. 나이 먹은 할마시의 말이라고 해서 다 귓가로 흘려버리면 안 됩니다. 나이를 먹은 사람은 본 것 들은 것이 그만큼 많은 법이니 더러 쓸 말도 있는 것입니다. P241

 

아라크네는 꽁무니로 실을 내어놓기 시작했다. 이때 거미가 된 아라크네는 지금도 옛날과 다름없이 실을 내어 공주에다 걸고는 거기에 매달려 산다. 신들을 가볍게 여기면 무서운 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제 것으로 따담지 못했다.   이 니오베가 교만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니오베에게는 자랑거리가 많았다. 지아비의 재능도 니오베에게는 자랑거리였고, 자신과 지아비의 가문, 지아비와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의 영광도 니오베에게는 큰 자랑거리였다. P249

 

이 니오베가 정말 자랑거리로 여겼던 것은 아들딸들이었다. 아닌게아니라 스스로 이렇듯이 자랑만 하지 않았던들 이 세상의 니오베만큼 자랑스럽고 행복한 어머니도 없었을 터였다.  p 250

 

내가 누리는 행복은 요컨대 보름달과 같아서 한 군데도 빈 데가 없다. 나는 앞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이것 또한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리라. 나의 자식 복이 내 행복을 보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게는 포르투나 여신도 해칠 수 없을 만큼 막강한 힘이 있다. 내 자식 중 한둘이 없어진들 어떠냐? 자식이 둘밖에 없는 라토나 꼴은 되지 않는다. P252

 

자식이 둘밖에 없다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 어떠냐? 이래도 라토나를 섬길 터이냐? 가거라. 제사는 그 정도로 끝내고 어서들 가거라. 어서 머리에서 그 월계수 관을 벗고 이 자지를 떠나거라]  불평하시면 불평하시는 만큼 저 여자가 벌을 받는 시각이 지체될 뿐입니다.p 253

 

자식 잃은 아버지로서 앓아야 하는 모진 가슴앓이를 면했다. P255

 

불행이 오히려 니오베를 대담하게 만든 것이었다. P256

 

니오베의 혀는 입천장에 달라붙어 침묵하는 돌이 되었고 핏줄에서는 맥박이 사라졌다. 몸속의 장기도 남김없이 돌이 되었다. 그런데도 니오베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문득 일진광풍이 불어와 돌이 된 니오베를 감아 올려 고향 땅으로 데려갔다. 돌이 된 니오베가 내린 곳은 산꼭대기였다. 돌이 된 니오베는 오늘날 까지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p257

 

자연이 공기와 햇빛과 함께 넘실거리는 물을 창조한 것은  p260

 

개구리로 변한 것입니다. 미다스의 귀를 당나귀 귀로 만들어 버린다.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는 여기서 나오게된다. P 262

 

이 모든 나라에서 왕들이 펠로프스를 위로하러 왔던 것이었다. P265

 

하기야 인간이 무슨 수로 한치 앞을 볼 수 있으랴! P 266

 

마른 옥수수 대궁이 아니면 건초 창고를 태우는 불길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테레오스의 가슴속을 번져갔다. 원래 트라키아 사람들은 지극히 감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아름다운 불모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P267

 

필로멜라의 아버지였더라도 테레오스의 의도가 불순하기는 마찬가지였을 터였다. P268

 

칼보다 나은 무기가 있다면 그것을 버려야 할 때다. P 275

 

어쩌면 제 아비와 이렇듯이 똑같이 생겼느냐? P276

 

요리하되 일부는 청동 솥에 넣고 삶고 일부는 구웠다. P277

 

이 황금빛 양의 모피, 즉 금양 모피를 전쟁신 마르스의 숲에 있는 떡갈나무에 걸어놓고 p 281

 

젊음, 문벌, 무용이 하잘것없다고 하더라고 그 언변에 반하지 않을 못난 계집도 있을까? p284

 

저 용모, 저 고결한 성품, 저 참한 사람됨됨이를 보라. 저런 사람이 나를 속일 것이라고, 내가 베푼  은혜를 잊을 것이라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P285

 

내게 두려운 것이 있다면 오직 그분뿐. P 286

 

자지 않은 별만 하늘에서 빛나고 있었다. P292

 

하늘 높은 곳에서 이 기적이 일어나는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던 박쿠스 신은 자기를 기르느라고 늙어버린 유모들을 생각하고는, 이 콜키스의 공주인 메데이아로부터 이 약을 얻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P297

 

메데이아는 오래전에 스퀴티아 해변에서 따온 바곳이라는 독초로 독약을 제조하여 이로써 테세우스를 죽이고자 했다. 이 약초는 저승 궁을 지키는 개 케르베로스의 이빨에서 생겨난 풀로 알려져 있다.  스퀴티아에 이 약초가 있었던 것은, 이곳에 있는 한 동굴이 저승 세계로 통하기 때문이다. P305

 

오래 살 팔자라면 나는 이 눈물도 오래오래 흘려야 할 것이오. 이 창이 나와 내 아내를 갈라놓았기에 하는 말이오. 차라리 이 창이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만 같지 못하오. 내 아내의 이름은 프로크리스였소만, 그대가 알기 쉽게 말하리다. 아테나이에서 납치당한 오리튀이아를 아시지요.p320

 

사랑으로 하나가 된 거지요. 사람들은 나를 일러서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소만, 아닌게아니라 나는 행복한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신들은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것을 좋게 안 보셨던 모양이오. P321

 

그 젊음과 아름다움이 나를 불안하게 하더라는 말이오. 원래 사랑하는 사람들 가슴에는 불안이라는게 도사리고 있는 법입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고통 받는 한이 있더라도 선물을 잔뜩 들고 가서 내 아내의 정절을 한번 시험해 보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P322

 

<나는 한 사람에게만 사랑을 바칩니다. 그분이 어디에 계시든, 나는 그분께 드릴 사랑밖에는 간직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 정도면, 아내가 정숙한 여인이라는 증거는 충분하지 않겠소? 그러나 나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소. 그래서 더욱 집요하게 다가섰소. 마치 저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처럼요….. 나는, 선물의 양과 질을 올리면서, 말하자면 더 나은 선물을 약속하면서 하룻밤만 동침할 것을 졸랐소. 결국 나는 내 아내의 마음속에 갈등을 일으키는 데 성공하고 말았고, 내 행복이 거기서 걸린 줄도 모르고 아내를 취하는 데 성공한 나는 이렇게 소리를 질러주었소. 서방이다. 이제 그대는 가면을 벗었구나, 이제야 나는 그대가 부정한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프로크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 당혹과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소리없이 울면서, 프로크리스는 모망쳤소. 자기가 시험에 걸려 무참하게 무너지던 집과, 자기를 시험한 이 사악한 서방을 버리고….. 나에게 실망한 프로크리스는 남성을 혐오하며 온 산을 방황하다가 결국 사냥의 여신 디아나를 섬기게 되었지요. 프로크리스가 집을 떠나고 나니, 프로크리스에 대한 내 사랑이 다시 걷잡을 수 없이, 골수까지 태울 듯이 타오릅디다. 여자가 있다면 나라도 그 유혹을 이기지 못했을 거라고 고백했소. 내가 이런 고백을 하니까 프로크리스도 그만하면 나의 못난 행동에 복수가 그 정도로 넉넉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내게로 돌아왔지요. 우리는 꿈같이 화목하게 몇 년을 살았어요. P323

 

표정은 행복해 보였소. 행복을 누리다가 행복한 가운데 죽어가는 것 같더라는 말이오 p329

 

미노스의 왕의 손에 잡히는 저 창은 얼마나 행복할까, 미노스 왕의 손에 잡히는 저 고삐는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생각까지 했다. P333

 

인간의 근심을 치료 하는 전능한 의원인 밤이 찾아왔다. P335

 

온 세상의 문이 내 앞에 닫혀 있는 지금, 내가 피하여 몸 붙일 곳은 크레타뿐이다. 그대가 나를 크레다로 용납하지 않는다면, 그대가 나를 버릴 만큼 배은망덕한 인간이라면, 그대가 저 무정한 쉬르티스의 아들, 아르메니아 암호랑이의 자식, 남풍을 받아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저 카륍디스의 자식일망정 에우로페의 아들일 리가 없다. 그대가 그렇게 배은망덕한 인간이라면 유피테르의 자식일 리 없으니, 그대의 출생을 둘러싼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다. 그대가 그렇게 배은망덕한인간이라면 그대의 어머니를 꾀어낸 것은 황소로 둔갑한 신이 아니라 진짜 황소, 한번도 암소를 사랑해 본 적이 없는 황소였을 것이다. p337~338P

 

[처녀여, 그대가 받은 선물을 바닥에 내려놓으시오. 우리가 나누어 받을 명예를 가로채지 마시오. 그대가 아름답기는 하오만 그 아름다움을 지나치게 믿지는 마시오. 우리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 아름다움을 지나치게 믿지는 마시오. 우리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대를 짝사랑하는 자도 그대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오] p356

 

테스티오스의 딸이자 멜레아그로스의 어머니인 알타이아는 아들이 괴수를 죽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타이아는 즉시 신전으로 달려가 신들에게 감사의 제물 드릴 차비를 했다. 그러나 아들의 승전보에 이어 곧 두 아우가 죽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알타이아는 두 아우의 부고를 받고 성이 떠나게 울었다. 한동안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던 알타이아는, 금빛 제복을 검은 상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러나 알타이아가 울부짖은 것은, 두 아우를 죽인 자가 누군지 몰랐을 때였다. 오래지 않아 두 아우를 죽인 자가 누군가를 안 알타이아는 더 이상 슬퍼하고 있을 수 없었다. 알타이아는 눈물을 거두고 두 아우의 죽음을 복수할 생각을 했다. P 357

 

무시무시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는,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이 곧 말랐다. 그러나 그 눈물이 마른 자국 위로는 새로 나온 눈물이 흐르고는 했다. 이쪽으로 부는 바람과 저쪽으로 흐르는 조류 사이에서 이쪽으로도 못 하고 저쪽으로도 못 가는 배처럼 알타이아의 마음도 분노와 연민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누나로서의 알타이아가 어머니로서의 알타이아를 이겨내기 시작했다. 알타이아는 죽은 아우들의 영혼을 피로써 달래여주기로 마음먹었다. P358

 

<제비를 뽑으시어 하늘에 버금가는, 저 무서운 바다를 다스리시게 된 신이시여, 삼지창을 드신 위대하신 신이시여, 제 아버지의 손에 바다로 떠밀린 이 처녀에게 머물 곳을 허락하시든지, 이 처녀로 하여금 그 머물 곳이 되게 하소서.> p365

 

신들의 힘을 누가 장차 측량하랴. 신들께서는 능하지 않은 바가 없으시다네. 신들께서는, 당신들께서 바라시는 바는 언제든지 어디서든 이루어지게 하신다네. 내가 이야기를 하나 할 테니 잘 듣게. 이 이야기를 들으면 자네 생각도 달라질 것일세. P 366

 

이윽고 식사가 시작되었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 접시와, 오래된 것은 아니어도 그래도 질이 괜찮은 포도주가 든 술병이 몇 순배를 돌았지. 식사가 끝나자 비우키스 할멈은 상을 치우고 후식을 내어놓았네. 호도, 무화과, 쪼글쪼글하게 마른 대추, 오얏, 향긋한 사과, 갓 딴 듯한 포도가 바구니에 담겨 나왔지. 식탁 한가운데엔 꿀이 묻어 반짝거리는 벌집도 나와 있었네만 뭐니뭐니해도 귀하고 귀했던 것은 유쾌한 어울림, 주인 내외의 따뜻한 대접이었네. 식사가 계속될 때의 이야긴데, 주인 내외는 자꾸만 따르는데도 따르는 족족 술병에는 새 술이 차는 데 놀랐지. 이런 기적이 일어나는 걸 보았으니 얼마나 놀랐겠으며 얼마나 두려웠겠는가? 그래서 두 사람은 손을 벌리고 신들께 빌었지. 신들이신 줄 모르고, 허름한 음식을 대접한 무례를 용서해 달라고. 음식을 공들여 준비하지 않은 비례를 용서해 달라고. P .369

 

제가 할미의 장사 치르는 꼴을 보지 않고, 할미가 저를 묻는 일이 없었으면 하나이다. P370

 

<신들을 사랑하는 자는 시들의 사랑을 입고, 신들을 드높이는 자는 사람들로부터 드높임을 받는 법이거니.> [용감한 영웅 중에서도 출중하신 테세우스세여. 모습을 바꾸는 데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즉 한번 그 모습이 바뀌면 영원 p.371

 

히 그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 변신이 있고, 수시로 그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둔갑이 그것입니다. 신들은 우습게 여기는 사람이라서 신들의 신전에서 향 한 번 피워본 적이 없었답니다. P372

 

<이것이 여신의 사랑을 입은 나무에 지나지 않을 것이지, 아니면 여신이 정말 깃들여 있는 나무인지 이 나무를 쓰러뜨려 보면 안다.> p373

 

파메스  운명의 여신들께서는 케레스 여신과 파메스가 만나는 것을 허락지 않으십니다. 케레스 여신께서는 이 파메스에게 접근하실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여신께서는 오레아스를 하나 불러 이렇게 이르시었지요, <여기에서 멀리 떨어진, 눈 덮인 스퀴티아 땅에 가면, 대지가 곡식이 무엇인지 나무가 무엇인지 모르는 참으로 황량한 불모지가 있다. 저 얼어붙은 <한기>,<창백>,<전율>,그리고 늘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는 <파메스>가 사는 땅이 바로 여기다. 가서 파메스에게 이 신들에게 참람한 인간에게 허기의 씨앗을 좀 뿌리라고 하여라. 내가 베푸는 자양분과 싸우되, 아무리 좋은 음식, 아무리 많은 음식이 들어와도 물러서지 않고 버틸 수 있을 만큼 좀 듬뿍 뿌리라고 하여라. 갈 길이 멀다고 걱정하지 말아라. 비룡이 끄는 내 수레를 빌려주마. 비룡이 끄는 이 수레가 하늘을 날아 너를 그 땅으로 데려가 줄 게다.  374~375P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 시장기를 느꼈던 거지요. 바다는 온 땅의 물이라는 물은 다 받아 마시고도 배가 차지 않는지 먼 땅의 물까지 다 받아 마시지요? 탐욕스러운 불길은 온 산의 나무라는 나무는 다 태우고도 나무가 더 있기를 원하지요? 에뤼식톤의 배가 이와 같았답니다. 에뤼식톤은 음식이라는 음식은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면서도, 그릇이 비지 않았는데도 더 가져오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가 먹어치운 음식은 그의 배를 채운 것이 아니고 그의 식욕을 자극했던 모양입니다. 그가 먹어치운 음식은 그의 허기를 채운 것이 아니고 허기를 자극했던 모양입니다.  377P

 

그러던 어느 날, 준비된 음식을 다 먹고도 성에 차지 않았던 그는 처음에는 제 팔다리, 그것도 모자라 결국은 제 몸을 모두 뜯어먹었다… 378P

 

2

 

그대가 물으시는 것에 답하기가 나에게는 고통스러운 노릇입니다. 이 세상에, 제가 진 싸움이야기를 하기 좋아할 자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지만, 말이 나온 김에 말씀드리기로 하지요. 싸운 것 자체의 영광이 진 불명예를 덮을 수 있다면 말씀드려도 좋겠지요. 나는 그때의 싸움에서 진 것을 몹시 부끄러워 합니다만 싸운 상대가 온 세상이 다 아는 영웅이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는답니다. 13~14P

 

☞ 이번 총선생각이 난다. 민주통합당 문재인과 새누리당 손수조후보의 결과를 두고, 선거를 하기 전부터, 문재인 이겨도 이긴 것 아니다. 사실상 진 것이다. 이런 말장난을 하고 있다. 이긴 것과 진 것은 분명히 다르다.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 분위기를 물타기 하는 사람들. 진 싸움을 이야기하는 것 좋아하지 않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였나보다.

손수조 입장에서 진 것에 대하여 위안을 받을 수는 있겠다. 허나 그 결과에 대하여 마치 이긴 싸움 인냥 기사를 써대는 매체는 뭐란 말인가.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의 일면을 요즘 많이 본다. 자신감의 결여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유피테르 대신의 아들이라고 하더라도 이 또한 자랑거리가 될 턱이 없다. 그대가 만일에 유피테르 대신을 아버지라고 부른다면 그대는 이로써 그대 어머니의 간통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자 어쩔 테냐? 유피테르 대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인정할 테냐, 아니면 유피테르대신의 아들이라고 우겨 그대가 참으로 부끄러운 짓거리의 씨앗이라고 할 테냐? 헤라클레스는, 이런 말을 할 동안 내내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더니만 화를 삭이지 못하고 영웅들이 대개 그러듯이 우렁찬 소리로 이렇게 응수합디다. [나는 말은 잘 못하는 사람이나 손 쓰는 데는 자신이 있는 사람이다. 만일에 나와의 싸움에서 네가 이기면 네 말이 맞는 것으로 하자.] , 이러더니 내게 달려듭디다. 큰소리를 친 참이라 물러서기가 창피하더군요. 나는 초록색 옷을 벗어 던지고, 두 손을 가슴에다 끌어다 붙이고 방어 자세를 취하는 것과 동시에 싸울 차비를 했습니다. 16P

 

나는 언젠가, 아주 근사한 풀밭과 잘생긴 암소를 두고 두 마리의 황소가 맹렬하게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다른 소들은, 누가 그 싸움에서 승리해서 암소를 차지하게 될 것인지 궁금했던 나머지 두려움에 떨면서 구경하고 있었고요. 우리들이 그 황소와 비슷했지요. 헤라클레스는 세 번이나 자기 가슴을 내 가슴에댜 대고는 나를 밀어보려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내 손을 뿌리치고는 나를 한 대 쥐어박는데, 사실을 말하기로 결심한 김에 솔직하게 말씀드리리다. 정신이 없더군요. 17P

 

힘으로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길래 나는 방법을 바꾸어 긴 뱀으로 둔갑, 재빨리 그의 손아귀를 빠져나왔습니다. 17P

 

, 사투르누스의 따님이신 유노 여신이여. 제가 고통스러워하고 있으니 마음껏 보고 즐기소서, 높은 데서, 고통받는 저를 내려다보시다, 그 심술이 가라앉을 때까지 마음껏 보소서, 제 팔자가, 제 적인 여신까지 불쌍하게 여겨야 할 만큼 기막히다면 실컷 보신 연후에 제 피를 말리는 이 고통, 이 몸쓸 영혼을 거두어주소. 저에게 어울리는 선물은 죽음입니다. 이 죽음이야말로 庶子서자인 저에게 주시기에 알맞은 선물입니다. 제가, 저 신전을 이방인들의 피로 물들이던 부시리스를 죽였다고 내리시는 상이 이것입니까? 저 잔인무도한 안타이오스를 공중으로 들어올려 죽였다고 내리시는 상이 이것입니까? 머리가 세계인 히베리아의 양치기를 죽이고 머리가 세개 인 저 저승의 개 케르베로스를 끌고 왔다고 내리는 상이 이것입니까? 이 손으로 저 무서운 황소의 뿔을 잡아 땅에다 무릎을 끓렸고, 이 발로 엘리스로 갔고, 스튐팔로스 늪으로 갔고, 파르테니오스의 숲으로 갔다고 이런 상을 내리는 것입니까? 아마존의 나라로 원정하여 금을 두드려 만든 허리띠를 가져왔다고, 잠들지 않는 용이 지키는 황금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왔다고, 이런 상을 내리는 것입니까? 馬人마인들도 제 적수는 될 수 없었고 아르카디아 땅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던 멧돼지도 제 상대가 될 수 없었으며,머리가 하나 잘리면 두 개가 돋아나던 저 휘드라도 제 앞을 가로막지는 못했습니다. 이들을 정복한 저에게 내리는 상이 겨우 이것입니까? 또 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살로 살이 오른 트라키아의 암말과 구유에 쌓인 인간의 고기를 보았고 이 말과 그 주인을 죽였습니다. 네메아의 사자도 이 손으로 죽였고, 하늘 축도 이 어깨로 메었습니다. 보소서, 잔인한 유노 여신께서 저에게 난사 맡기는 일에 지친 일은 있었을지언정 제가 그 난사를 해내는 데 지친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것이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참을성으로도 참아낼 수 없고, 무기로도 무찌를 수 없는 것이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저의 원수인 에우르스테오스 왕은 편안하게 살고 있는데, 저는 오장육부를 그을리고 사지를 태우는 이 불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러는데 누가 하늘에 신들이 있다 하겠습니까? 25~27P

 

슬픔에 잠긴 그대들의 얼굴을 보니 내 마음이 흡족하오. 내가 은혜를 아는 인간들의 절대자이자 왕으로 불린다는 것이 오늘처럼 만족스러웠던 날은 없소. 나는 그대들 역시 나처럼 내 아들을 지켜주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오. 그대들은 저 아이가 이룬 위대한 업적으로 저 아이를 대견하게 여기는 모양이오만, 그 영광은 나로 인한 영광에 다름아니오. 그러나 그대들이 온 마음으로 슬퍼해야 할 일인 것만은 아니오. 저 오이타 산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모든 것을 정복한 헤라클레스는 그대들이 바라보고 있는 저 불길까지 정복할 것이오. 저 불카누스의 권능이 태울 수 있는 것은 저 아이가 제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 뿐이오. 저 아이가 내게서 받은 것은 영생불사하는 것이니 저런 불길에 탈 리가 없소. 나는 이제 지상에서 한 살이을 마친 저 아이를 이 천상으로 불러올리려 하오. 나는 그대들 신들이 모두 기뻐하리라고 믿소. 혹 헤라클레스가 천궁으로 올라와 신이 되고. 이런 특혜를 누리게 되는 것을 반기지 않을 이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런 이에게도 私感사감은 있을지언정 저 헤라클레스에게 그런 특혜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오. 30P

 

 

불카누스가 헤라클레스의 몸으로부터 불에 탈 수 있는 것은 모조리 털어내자 이 영웅의 형상은 이 영웅을 떠났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영웅의 모습. 오로지 아버지 유피테르로부터 받은 것으로만 이루어진 영웅의 모습은 이제 지상에서 숨쉬던 영웅의 모습이 아니었다. 뱀이 낡은 껍질을 벗고 새 비늘이 반짝이는 새 껍질로 거듭나듯이 티륀스의 영웅도 必滅필명의 육체를 벗고 불사의 몸으로 거듭났다. 인간의 五體오체를 벗고 새로운 생명을 얻는 그는 이전보다 더욱 위엄 있는 모습으로 거듭난 것이었다. 전능한 그의 아버지 유피테르는 그를 사두마차에다 태우고 구름으로 가려 천상으로 불러올리고는 반짝이는 별자리 사이에다 박아 주었다. 아틀라스는 이 새로운 별의 무게를 어깨로 느낄 수 있었다. 31P

 

신들께서 너에게만은 사랑을 베풀어주셔야 할 텐데. 그러니까 보름달이 뜰 때가 되거든 시기 놓치지 말고 반드시 루키나여신을 찾아뵙도록 하여라. 임신한 여자들을 돌보아주시는 역신이시다. 내가 아이를 낳을 때는 이 여신께서, 유노 여신의 뜻을 받들어 나를 어찌나 괴롭히던지…32P

 

나는 이레 밤낮으로 진통하면서 하늘을 향해 팔 벌리고 해산을 주관하시는 루키나 여신과 닉시 여신께, 어서 좀 오셔서 나를 도와주시라고 기도했다. , 오시기는 오셨지. 하지만 오시기 전에 뇌물을 받으시고는 내 목숨을 잔혹하신 유노 여신께 넘기시고 오셨던 거야. 내가 비명을 질러대는 데도 문 앞 제단 옆에 가만히 앉아 계셨으니까. 그냥 가만히 앉아 계신 것이 아니라, 두 다리는 포개시고 두 손은 깍지끼신 채로 앉아 내 해산을 저지하고 계셨던 거지. 여신께서는 가만히 무슨 주문을 외시는데, 세상에, 여신께서 주문을 외실 때마다 나오던 아기가 들어가버려. 나는 악전고투하면서, 정신이 나갔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나를 그 꼴로 만들어 놓고도 나 몰라라 하시는 유피테르대신을 원망하기까지 했다. 그랬는데도 보람이 없더구나. 나는 목석이라도 돌아앉게 할 만큼 애절하게, 차라리 죽게 해달라고 기도했지. 그 자리에 와 있던 테바이의 여자들은 모두 나와 같은 기도를 하면서 나를 위로했단다. 내가 부리던 하녀 가운데 갈란티스라고 하는 금발 처녀가 하나 있었다. 이 갈란티스는, 신분은 천해도 내 말을 잘 듣고, 내가 시키는 일이면 몸을 아끼지 않고 잘했다. 그런데 내가 아기를 낳지 못해 애쓰는 걸 보고는 유노 여신이 심술을 부리고 있다는 걸 알았던 모양이다. 한동안 집을 들락날락하던 갈란티스는, 팔짱을 끼고 제단 옆에 앉아 있는 루키나 여신을 보았어. 갈란티스는 루키나 여신께 이런 말을 하지 않았겠어.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저희 마님을 축복해 주세요. 아르골리스의 알크메네 마님께서 방금 기동의 응답을 받으셔서 옥동자를 분만하셨답니다.]

해산의 여신께서는 이 뜻밖의 소식에 기겁을 하시고 팔짱을 푸셨는데, 이 분이 팔짱을 푸시는 순간에 나도 아기를 낳을 수 있었지. 33P

 

언니가 꽃을 꺾은 수련 대에서 피가 흐르더군요. 줄기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지요. 나중에야 그 까닭을 알았습니다만, 그 나무는 파리아포스라는 자에게 쫓기다가 로토스 나무로 변한 요정 로토스였어요. 모습은 바뀌었어도 이름은 옛날 이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걸 알지 못하는 드뤼오페 언니는 파랗게 질리고 말았어요. 언니는 요정들에게 기도하고는 그곳을 빠져나오려고 했죠. 하지만 언니는 발을 떼어놓지 못했습니다. 그때 벌써 발 밑에 뿌리가 생겼던 것이죠. 언니는 이 뿌리를 뽑으려고 발버둥쳤습니다. 35P

 

우리 엄마는 이 나무 안에 숨어 있대요.’

이 한 마디를 하게 해다오. 아이가 물가에 가지 않도록 해주고, 나무에서 함부로 꽃을 꺽지 않게 해다오. 열매가 달리는 나무는 모두 여신들의 몸이라는 것을 가르쳐다오. 아 이올레야, 안녕. 사랑하는 내 지아비여, 안녕히, 아버지, 만수무강하소서. 바라건대 저를 사랑하시면, 제 둥치를 날카로운 도끼에서 지켜주시고, 제 가지를 가축으로부터 지켜주소서. 이제 저는 몸을 구부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손을 들어 저를 안으시고 저에게 입맞추어 주소서. 제 아기를 안아 올려 주소서. 이제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부드러운 껍질이 내 목 안으로 차올라 옵니다. 나무 껍질이 내 몸을 빈틈없이 에워쌉니다. 아버지, 제 눈에서 손을 치우셔도 됩니다. 아버지가 감겨주시지 않으셔도 나무 껍질이 제 눈을 가린답니다. 37P

 

그대들은 모두 운명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는 신들이오. 그러니까 그대들은 이를 기꺼이 용인하여야하오. 나 역시 이 운명의 손길은 벗어날 수가 없는 몸인 것이오. 나에게 만일 운명의 물길을 돌린 권능이 있었다면, 아이아코스의 허리는 세월의 무게로 휘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라다만토스는 아직까지 혈기방장한 것이며, 지금은 노경에 들어 온갖 조롱을 받고 있는 미노스도 법을 이런 식으로는 집행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오. 유피테르의 말은 신들의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충북했다. 신들은, 나이를 먹어 꼬부랑 노인이 된 아이아코스와 라다만토스와 미노스를 보고는 더 이상 저희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않았다. 43P

 

☞ 늙음이란 객관적으로 시간이 많이 않다는 걸 이야기해주는 요소이다. 유한함과 무한함의 좋고 나쁨. 젊음과 늙음의 좋고 나쁨. 아무리 얇은 종이가 양면이 있다고 했던가. 상황은 언제나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니까

 

처음에는 이 뷔블리스도 자기 마음에 깃들여 있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고는, 당연한 것이거니 여기고 오라비에게 다정하게 입을 맞추거나 오라비의 목을 팔로 감아 안거나 했다. 뷔블리스는, 자신의 행동에 자연스럽지 못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꽤 오랫동안 저희가 남매간이라는 것에 기대어 제가 하는 짓을 정당화했다. 44P

 

잠들어 꿈이야 꾼들 어떠랴! 누가 내 꿈을 엿볼 것이며, 누가 내 누리는 기쁨을 탓하랴! , 베누스 여신이시여, 이 다정하신 여신의 날개 달린 아드님이신 쿠피도 신이시여, 일찍이 누리지 못했던 달콤한 순간이더이다. 잠들어 꿈을 꾸면 너울을 벗은 욕망이 저를 사로잡아 그 뜨거움으로 저의 뼈마디를 녹이더이다. 저를 질투하여 밤은 서둘러 새고, 그래서 제 꿈은 짧기가 그지 없어도 그 일만 생각하면 그 기억이 제 몸을 저리가 하나이다. 46P

 

, 신들이시여, 우리가 무엇이든 서로 나누게 하소서. 46P

 

아무런 소용도 없는 꿈은 왜 꾸는 것이지요? 아 신들이시여, 이런 꿈은 이제 더 이상 꾸지 않게 하소서. 46P

 

하늘에는 하늘의 법도가 따로 있다고 하실 테지요만, 하늘에 하늘의 법도 따로 있고 땅에 땅의 법도가 따로 있다면, 하늘의 법도로 인간을 다스리려 하시는 것에 장차 무슨 뜻이 있겠습니까? 하오나, 바라건대 이 금단의 욕망을 저에게서 떠나게 하소서. 떠나게 하지 못하신다면 이 금단의 욕망에 굴복하기 전에 저를 죽이소서, 죽어 棺관에 들면 제 오라비로 하여금 저의 시신에 입맞추게 하소서. 47P

 

그래, 결정은 오라버니에게 맡기자. 나로서는 내 가슴을 태우는 이 욕망을 고백하는 수밖에 없다. , 나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이냐? 이 가슴을 태우는 불길은 도대체 어떤 불길이라는 말이냐? 47P

 

☞ 누군가를 向하는 열정은 그곳에 도달하기 전에 스스로를 태운다. 어떤 기운으로 발화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글과 말 몸 어떤 것이든 최선을 다하여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과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누군가는 과정의 두려움으로 시작도 못하고…

 

창백한 내 빰과 여윈 내 몸과 슬픔에 잠긴 내 표정, 늘 눈물이 고여 있는 내 눈을 보소서. 까닭없이 나오는 내 한숨도 이 고통을 증언하니 그대가 알 것이요.  턱 없이 잦은 내 포옹과 입맞춤도 누이가 할 수 있는 예사로운 포옹과 입맞춤과는 다르니 그대가 알 것입니다. 48P

 

이제 그대만이, 그대를 사랑하는 나를 죽이거나 살리거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하소서.49P

 

☞ 두려움의 표현이다. 선택 받지 못할 사랑에 대한 두려움. 선택권을 넘기는, 실상은 상대는 선택할 수 있음이 없음을 말면서 하는 이율배반이다.

 

바람을 떠보지도 않고 돛을 올리고 바다로 나섰다가, 배가 돌섬을 받고 난파하는 바람에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만 것이 내 신세로구나. 돌이킬 수 없는 이 실수를 어쩔거나, 내가 서판을 시종에게 건네줄 때, 서판이 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 것은, 내 사랑을 드러내지 말라는 계시였거늘. 서판이 떨어진 것은 내 희망도 그렇게 무참하게 깨어질 것을 미리 알리는 계시였던 것을…51P

 

뷔블리스는 이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그 몸이 하나도 남김없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는 바람에 그만 셈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름이 이 처녀의 이름과 같은[뷔블리스 샘]은 지금도 그 산자락의 계곡 감탕나무 그늘에 있다고 한다.  54P

 

참으로 불가사의한 이 사랑, 이같이 기묘한 사랑에 빠진 나는 장차 어떻게 될까? 세상에 이런 사랑이 있을 줄을 그 누가 알랴? 신들께 나를 살려두실 생각이 있었더라면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버려두지 않으셨을 것이다. 58P

 

사랑에의 욕망을 낳고 이 욕망을 살찌우는 것은 바로 희망이다. 그러나 네 경우, 자연은 너에게 그런 희망을 허락하지 않았다. 네가 바라는 그 달콤한 포옹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세상의 눈길도 아니요, 의심 많은 지아비의 질투심도 아니며, 너의 그 엄격한 아버지도 아닐 것이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 역시 너에 대한 사랑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들과 인간이 너를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의 사람이 될 수 없고, 너 또한 행복할 수가 없을 것이다. , 신들은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구나. 그러나 신들은 자비로우시다. 신들은 나에게 주실 것을 모두 주셨다. 내 아버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아버지, 모두가 나와 같은 기도를 드린다. 그러나 자연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오직 자연뿐이다. 그러나 이 자연을 누를 자는 이 세상에 없다. 60P

 

☞ 슬프다. 가슴 아프다. 절실해진다. 희망을 품을 수 없기에

 

처녀로서 약속드렸던 이피스의 제물을, 청년이 된 이피스가 드리나이다. 62P

 

☞ 이미 오래 전에 성전환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빨리 오든, 늦게 오든 필경은 모두 이곳으로 와야 합니다. 저희들은 모두 이곳으로 오고 있으며 이곳은 저희들 최후의 안식처입니다. 인간은 이곳에 와서 영원히 이곳의 신이신 저승 왕의 지배를 받아야 합니다. 제 아내도 다른 산 것들과 마찬가지로, 저 윗 세상에서의 한살이를 마치면 신께서 다스리시는 땅으로 내려오게 되어 있습니다. 65P

 

이 동안 그가 양식으로 삼은 것은 슬픔과 눈물뿐이었다. 69p

 

오르페우스는 트라키아 사람들에게 이런 풍습(남성들의 동성애를 말하는 듯)을 맨 처음으로 전한 사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9p

 

이 땅의 어느 산꼭대기에는 푸른 풀이 잘 자라 있는 평평한 공터가 있었다. 햇살을 피할 만한 곳은 없었다. 그러나 신들의 피를 받은 이 가인이 이곳에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수금을 타며 노래를 부르면 나무들도 이 가인을 향하여 그 가지를 구부리는 바람에 그곳이 그늘로 변하고는 했다. 주위에는 나무가 빽빽이 자라고 있었다. 카오니아의 名木이자 유피테르 대신의 神木인 참나무, 피에톤의 누이들이 변신한 백양나무, 잎이 부드러운 보리수, 너도밤나무, 처녀 다프네가 변신한 월계수, 잘 부러지는 개암나무, 창 자루 만드는 데 쓰이는 물푸레나무, 마디가 없는 전나무, 도토리가 잔뜩 달려 가지가 휘어진 상수리나무, 언제든 열매를 맺는 무화과나무, 알락달락한 단풍나무, 강가에서 잘 자라는 버드나무, 역시 물가를 좋아하는 로토스, 늘푸른 화양목, 날씬한 위성류渭城柳, 색깔이 두 가지인 도금양桃金孃, 검붉은 열매가 맺히는 가막살나무로 숲은 울울창창했다. 이런 나무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덩굴손으로 나무를 잡고 오르는 담쟁이, 산포도, 산포도 덩굴에 잠긴 느릅나무,, 산물푸레나무, 가문비나무, 장밋빛 열매를 잔뜩 달고 있는 산딸기, 승리자의 상징인 종려나무, 신들의 어머니인 퀴벨레 여신이 자신의 신관新官 아티스가 인간의 모습을 버리고 이 나무로 변신했다고 해서 유난히 사랑하던 소나무 등등…이 산에는 온갖 나무가 다 있었다. 70p

 

☞ 산딸기 따 먹으로 작대기 들고 들로 산으로 다닐 때 생각난다. 장밋빛 열매의 유혹을 견딜수가 없어 요즘도 한여름 딸기나무를 보면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열매를 찾는다. 주로 살짝 숨어있는지라…발견할때의 두근거림. 새콤 맛있는 산딸기

 

네가 남을 위하여 슬퍼하고,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이웃의 벗이 되고자 하니 나 또한 너를 위하여 슬퍼하리라. 72p

 

휘아킨토스는 나름대로 불사不死의 몸이 되었다. 봄이 겨울을 쫓아내고 태양이 백양궁白羊宮에 들 때마다 휘아킨토스는 다시 살아나 풀밭에 꽃으로 피어나니까….내 아버지 포에부스는 이 세상의 산 것들 가운데서 이 휘아킨토스를 가장 뜨겁게 사랑했다. 내 아버지가 수금이나 활 같은 것도 버려둔 채 휘아킨토스를 만나러 에우로타스와 성벽도 없는 스파르타의 도시로 떠나면 세계의 중심인 델포이는 신이 없는 신전이 되었다. 74P

 

한번 대가 부러지면 다시는 바로 서 있지 못하고 대지를 향하여 고개를 꺾는 오랑캐꽃이나 양귀비나 백합처럼 휘아킨토스의 고개도 아래로 내리꺾였다. 76P

 

생각 같아서는 너를 살리고 내가 대신 죽고 싶구나. 대신 죽을 수 없으니 함께 죽고 싶구나. 그러나 나는 식인지라 운명의 법에 매여 죽을 수가 없다. 나는 살아 있고 너는 죽었으나 너는 영원히 나와 함께할 것이다. 76P

 

이 상아상은 살아 있는 여인이 가진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이 상아상은 언제보아도 살아 있는 것 같았고, 언제 보아도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았다. 80P

 

처녀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 가령 조개 껍데기나 반짝거리는 조약돌, 예쁜 새, 갖가지 색깍의 꽃, 색칠한 공, 한때는 파에톤의 누이들이 흘린 눈물이었던 호박琥珀 구슬 같은 것들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는 이 상아상에다 옷을 입혀주는가 하면, 손가락에는 반지를 끼워주고, 목에는 긴 목걸이를 걸어주기도 했다. 이 상아상의 귀에는 귀고리, 목에는 목걸이가 젖가슴 위로 늘어져 있기도 했다. 이 모든 장신구는 아름다운 상아 처녀에게 잘 어울렸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울 때는 역시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을 때였다. 81P

 

만일에 자식이 없었더라면 이 키뉘라스도 복이 많은 사람 축에 들 수 있었으리라. 83P

 

인간만은 이러저러한 것을 근심하여 갖가지 금제를 만들어놓고 자연이 허락한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것이 어찌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들리는 바에 따르면 사랑의 유대를 강화하되 이를 이중으로 강화하기 위해 아비와 딸이 혼인하고 어미와 아들이 혼인하는 것을 용인하는 나라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신들이시여, 그러나 저는 박복한지라 그런 땅에서는 태어나지 못하고 제가 태어난 땅의 미풍양속으로 인하여 이렇듯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85P

 

산 사람들은 모두 근심과 걱정의 짐을 벗어놓고 잠이 든 한밤이었다. 87P

 

하늘에 신들이 계신다면, 그리고 이런 신세타령도 들으신다면 아뢰고 싶습니다. 저는 무거운 벌을 받아 마땅한 죄를 지었습니다. 아무리 무거운 벌을 내리신대도 몸을 사리지 않겠습니다. 저는 살면 사는 대로 이 세상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죄를 지었고, 죽으면 죽는 대로 저 세상 사람들의 분노를 살 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저를 쫓으시되 이 세상에서도 쫓으시고 저 세상에도 들지 않게 하소서. 바라오니, 저를 다른 것으로 바꾸시어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닌 몸이게 하소서 93P

 

뮈르 즉 몰약, 아라비아 산 관목인 이 나무의 수액은 방향제나 여인용 머리기름으로 쓰인다. 특히 그 수지樹脂는 미이라를 만들 때 없어서는 안될 방부제로 쓰인다. 따라서 다음 장에 나오는 아도니스가 뮈라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사멸하지 않고 해마다 재생하는 아도니스의 운명을 암시하는 듯하다. 원래 그리스어[뮈라] [쓰다]는 뜻이다. 아기 예수가 태어났을 때 동방박사들이 가져왔던 세 가지 예물, 즉 황금과 유황과 몰약의 [몰약]이 바로 이것인데 이 몰약이 그리스도가 당할 고난과 부활을 암시하고 있다고 보는 이도 있다. 94P

 

명예에 대한 네 욕심 값을 나는 근심으로 치러야 한다. 97P

 

베누스 여신은 아도니스의 피에다 향기로운 넥타르(神酒)를 뿌렸다. 신주가 뿌려지자 아도니스의 피에 젖었던 노란 모래에서 거품이 일었고 잠시 후에는 여기에서 핏빛 꽃이 피어났다. 꽃 모양은 외피가 종자를 싸고 있는 석류꽃과 흡사했다. 그러나 이 꽃은 피기가 무섭게 곧 지고 말았다. 워낙 대가 연약한데다 꽃잎이 얇은지라, 꽃은 산들바람만 불어도 그 대에서 떨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람을 연상하여 이 꽃의 이름을 아네모네(바람꽃)라고 부른다. 107P

 

근심에 잠긴 인간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위안이 되는 아폴로의 신탁을 한번 받아보기로 결심했다. 130P

 

저를 버리고 떠나지 마시라고 한 것은, 맞바람이 치는 곳으로 가시지 못하게 한 것은 이 때문이었답니다. 그대가 이렇게 될 줄 알고 두려워서 한사코 말렸던 거랍니다. 그대가 어쩌면 그런 일을 당하실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저를 데려가 달라고 했던 거랍니다. 데려가 주셨으면 좋았을 것을, 데려가 주셨으면 그대 없는 세상을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데려가 주셨으면 함께 죽을 수 있는 것을, 저는 그곳에 없었지만, 저는 그대와 바다에서 죽지 못했지만, 제 마음은 이미 바다 속에 들어가 있답니다. 이 세상에 남아 목숨을 부지하려고 애쓴다면, 이 슬픔과 싸우면서 살아간다면 저는 그대를 앗아간 바다보다 못한 여자입니다. 그렇습니다. 슬픔과 싸우면서 살지는 않으렵니다. 그대 없는 세상을 살지는 않으렵니다. 우리를 태운 재가 비록 한 항아리에 들지는 못할지언정, 비록 그대와 나란히 묻히지 못할지언정 저는 그대 뒤를 따르렵니다. 제 뼈가 그대 뼈와 섞이지 못할지언정 제 이름만이라도 그대의 이름과 나란히 새겨지게 하렵니다 142P

 

, 그대가 누군지 모르겠으나, 그대의 인생이 불쌍하군요. 그대에게 아내가 있는지 없는지 나는 모르나, 있다면 그대의 아내가 불쌍하군요. 사람의 주검은 물결에 밀려 자꾸만 해변 쪽으로 나왔다. 주검이 가까이 밀려옴에 따라 알퀴오네의 가슴을 뛰기 시작했다. 얼굴을 알아볼 거리까지 접근한 알퀴오네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바로 남편의 주검이었기 때문이었다. 알퀴오네는 비명을 질렀다. . 그대였군요! 알퀴오네는 재빨리 자기의 겉옷을 벗어 지아비에게 덮어주었다. 그러고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지아비의 주검을 쓰다듬으며 울부짖었다. 그대여, 이렇게 되어 돌아오시려고 저를 떠나셨나요? 바닷가에는 방파제가 있었다. 먼 바다의 파도를 막아 그 힘을 약화시킬 목적으로 사람들이 쌓아올린 아주 높은 방파제였다. 알퀴오네는 이 방파제로 올라가 바다로 몸을 던졌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알퀴오네가 거기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도 기적이었고, 알퀴오네에게 거기에서 뛰어내릴 용기가 있었던 것도 기적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기적보다도 더욱 놀라운 기적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방파제에서 뛰어내린 알퀴오네가 어느새 돋아난 날개로 날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느새 새로 변신하여 바다 위를 날고 있는 것이었다. 144P

 

이 세상의 한가운데, 말하자면 땅과 하늘과 바다 한가운데 이 땅과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내려다보이고 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들리는 곳이 있다. 바로 이곳에 소문의 여신인 파마가 살고 있다. 파마가 거하는 처소는 산꼭대기에 있다. 이 집의 문은 밤낮을 불문하고 늘 열려 있다. 이 집에는 문이 수천 개가 있는데 이 많은 문이 다 항상 열려 있는 것이다. 그래야 사방의 소문을 잘 드나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집은 소리를 잘 울리는 청동으로 지어져 있다. 그래서 오고 가는 말로 집 안은 늘 시끄럽다. 침묵과 고요라는 것은 이 집 안에 없다. 고함소리 같은 것도 없다. 그저 시끌시끌, 웅성웅성 하는 소리가 있을 뿐이다. 멀리서 들리는 파도 소리, 유피테르가 검은 구름을 치고 난 뒤에 들리는 벼락 소리의 메아리 비슷한 소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파마 여신을 비롯한 이 집 주인들은 청동 거실에 거처한다. 이들은 늘 들락거리면서 이렇게도 들리고 저렇게도 들리는 갖가지 소문, 참말 같기도 하고 거짓말 같기도 한 갖가지 소문을 모아들인다. 이들 중에는, 귀얇은 사람들에게, 모아들인 이야기를 속닥거리는 이도 있고, 들은 이야기를 먼 곳까지 퍼뜨리는 이도 있다. 이야기에는, 이렇게 전해질 동안에 살이 붙는다. 이를 듣고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는, 들은 사람보다 조금씩 보태기 때문이다. 이 집에는, [경거망동], 생각이 깊지 못한[실수연발], 터무니없는[기쁨], 소심한[공포], 당돌한[선동],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속삭임]이 식객으로 붙어 산다. 파마 여신 자신은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두루 알아내어 온 세상에 그 소문을 퍼뜨린다. 152P

 

해신께서는 저를 이렇듯이 사랑하여 주셨으나, 저에게는 이것이 그렇게 견디기 어려운 일일 수가 없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니 여자만 아닐 수 있다면 저에게 더 바랄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159P

 

오리오스는 무녀巫女인 뮈칼레의 아들인데 이 뮈칼레는 무력巫力이 신통해서 주문으로 하늘의 달을 끌어내렸다는 여자였네만, 용한 무녀면 무엇하는가, 아들이 그렇게 죽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네. 162P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말이네, 보는 눈에 따라서 그 기준이 달라. 하지만 퀼라로스는 자타가 인정하는 미남 켄타우로스였네. 황금빛 수염에 묻히기 시작하는 턱, 어깨까지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황금빛 머리카락…어쨌든 이 자는 보기가 좋았네. 표정은 늘 싱싱했고 목, 어깨, , 가슴 등등 인간의 형상을 한 것은 모두가 대리석으로 조각한 것 같았네. 말의 형상을 한 하반신도 상반신 못지않게 아름다웠어. 우리가 이 놈을 보면서, 잔등에다 카스토르(유피테르 아들)를 태웠으면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네. 그만큼 힘살에도 흠잡을 데가 없고 가슴이 넓었던 것일세. 몸의 털빛도 검었네만 꼬리와 다리만은 흰색이었네, 이 자의 외모가 이러한데 켄타우로스 암컷들이 가만히 있었겠나? 이 자의 짝이 된 것은, 휘로노메라고 하는 아름다운 암 켄타우로스였네. 그 많은 암 켄타우로스 중에서 퀼라로스의 마음을 사고 잡은 것은 깊은 숲속에 사는 이 휘로노메뿐이었다고 하더군. 이 휠로노메는 퀼라로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늘 갈기를 잘 빗질하고, 머리에는 오랑케꽃이나 장미나 백합 같은 것을 꽂고 다녔다고 하더군. 어디 그뿐인가. 파가사이 산 숲에서 흘러내리는 짐승의 털가죽을 오른쪽 어깨에 비스듬히 걸치고 다녔네. 둘 다 서로를 사랑했으니까 그랬을 테지, 이들은 늘 나란히 산을 누비다가 해가 저물면 둘만을 위한 동굴로 돌아오고는 했다네.  167~168P

 

왜 하챦은 것들을 죽이는 일로 창에다 피를 묻히고 있느냐? 만일에 너에게 형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거든 아이아코스의 손자(아킬레오스)를 공격하여 죽은 네 형들의 원수를 갚아라. 아폴로는 이렇게 말하면서, 칼을 휘두르며 트로이아 병사들을 죽이고 있던 아킬레오스를 가리켰다. 아폴로는 파리스를 위하여 활의 겨냥을 도우주기까지 했다. 파리스가 화살을 날리자 아폴로는 화살을 인도하여 아킬레오스에게 명중하게 했다. 아들 헥토르가 전사한 이래 프리아모스 왕이 웃는 얼굴얼 보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수많은 트로이아 영웅들을 이겨내었던 저 유명한 영웅 아킬레오스는 이렇게 해서, 그리스 땅에서 남의 아내를 꼬드겨온 비겁한 자의 손에 죽었다. 아킬레오스는 자신이 여자만도 못한. 파리스 같은 자의 손에 죽으로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터였다. 전작에 알았더라면 아킬레오스는 차라리 아마존(여인족)의 도끼에 맞아 죽는 편을 택했으리라.

177~179P

 

살아 있을 때는 범 같은 장수였던 아킬레오스도 재가 되었을 때믄 항아리 하나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영광은 온 세상에 차고 넘쳤다. 아킬레오스라는 이름이 있을 곳으로 마땅한 곳은 넓디 넓은 우주뿐이었다. 179P

 

저 헥토르가 우리 함대에 불을 질렀을 때 오뒤세우스는 도망쳤습니다만 나는 불길을 잡는 한편 함대 근처에서 트로이아 군을 몰아내었습니다. 오뒤세우스가 왜 도망쳤을까요? 오뒤세우스는 무기로 하는 싸움보다는 말로 하는 싸움을 더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창칼로 싸우는 데 능하지만 오뒤세우스는 세 치 혀로 싸우는 데 능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세 치 혀로 싸우는 데 능하지 못하듯이 오뒤세우스 역시 창칼로 싸우는 데 능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의 장수들이여, 그러나 나는 굳이 이런 이야기까지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대들이 눈으로 보았으니 익히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뒤세우스 역시, 자기에게도 공이 있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공을 세우는 것을 본 사람, 이를 증언할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뒤세우스의 공을 증언할 수 있는 것은 어둠뿐입니다. 내가 마땅히 내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킬레오스의 유품은 신성한 것입니다. 그러나 나와 더불어 그 소유권을 주장하는 오뒤세우스의 인품은 이 신성한 유품을 욕보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이 아이아스는 설사 이 유품을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아이아스가 차지하기 전에 이미 오뒤세우스가 욕심을 부렸다는 사실만으로 이 유품은 더 이상 신성할 수 가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나의 적수인 오뒤세우스는, 설사 이 논쟁에서 패배하고 유품을 나에게 양보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만한 보람은 얻는 셈입니다. 오뒤세우스라는 이름은 오뒤세우스가 이 아이아스를 상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유명해지게 될 테니까요. 182~183P

 

사람은 누구든, 자신이 지닌 재주를 써서 제 주장을 펴야 하는 것이니까요. 191P

 

군왕君王으로서의 의무감보다는 아버지로서의 사랑이 더 진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이때 사리를 따져, 대의大義를 위해서는 부녀간의 사랑을 희생시켜야 한다고 그를 설득시킨 사람은 바로 납니다. 195p

 

나의 적병이 내습할 경우에 대비해서 우군友軍을 매복했고, 우리 진영에다 참호를 팠으며, 이 기나긴 소강 상태를 견딜 수 있다록 방법을 가르쳤으면, 우군이 나를 필요로 할 때는 사자로서 적진을 드나들었소. 197p

 

나는 사랑하는 내 아내 때문에 합류가 늦었고, 아킬레오스는 사랑하는 어머니 때문에 합류가 늦었습니다. 우리는, 개전초에는 각각 아내와 어머니에게 사랑을 바쳤지만 그 나머지 동안은 여러분을 위해 신명을 바쳤습니다. 203p

 

장수들은 오쉬세우스의 웅변에 술렁거렸다. 웅변의 힘은 과연 위대했다. 영웅 아킬레오스의 유품인 무기는 이 웅번가인 오뒤세우스의 차지가 되었으니까…혼자서 헥토르를 대적했고, 불과 창칼과, 심지어는 유피테르대신과 맞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아이아스는 분노로 마음을 가누지 못했다. 슬픔과 분노가, 어느 누구도 정복하지 못하던 아이아스를 정복한 것이었다. 그는 칼을 뽑아들과 이렇게 외쳤다. ‘누가 뭐라고 하든, 이 칼만은 내 것이다. 아니다. 오뒤세우스는 이 칼까지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 필요한 것은 이것뿐이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이것뿐이다. 트로이아 군의 피를 부르던 이 칼이, 이제 아이아스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정복할 수 없는 이 칼의 주인, 아이아스의 피를 부를 것이다.’ 아이아스는 이렇게 말하고는 급소인 가슴에다 칼끝을 대고 깊이 찔러 넣었다. 그의 팔은, 찔러 넣은 칼을 다시 뽑아내지 못했다. 칼을 뽑아낸 것은 용솟음치는 핏줄기였다. 피에 젖은 대지는, 휘아킨토스의 피에 젖은 대지에서 피었던 것과 똑같은 보랏빛 꽃을 피워올렸다. 꽃잎 한 가운데엔, 미소년 휘아킨토스의 죽음과 아이아스의 죽음을 동시에 상기시키는 문자가 세겨져 있었다. 그 문자는, 휘아킨토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탄식인 동시에 이 영웅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두 분자이기도 했다. 208p

 

아킬레오스의 유품인 무기를 얻은 오뒤세우스는 휩시필레와 토아스의 이야기로 유명한 나라,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악명 높은 섬(렘노스)으로 갔다. 오뒤세우스가 이 섬으로 간 것은 헤라클레스의 활을 얻기 위함이었다. 오뒤세우스가 그 활과 활의 새 주인(필록테테스)을 데리고 트로이아로 돌아오고 나서 오래지 않아 그토록 오래 끌던 트로이아 전쟁도 끝났다. 209p

 

돈이라는 것은 성한 사람도 유혹하는 법인데 마음이 맑지 못한 사람을 그대로 둘 까닭이 없다. 211P

 

.이 폴뤽세나는 마침, 남의 노예로서는 죽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참이다. 그러나 너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이런 식으로 가라앉힐 수 있는 신의 분노는 없다고 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내게 마지막 소원이 하나 있다. 내 어머니에게만은 내가 죽었다는 것을 당분간 알리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내 어머니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나의 죽음이 아니라 당신의 죽음이겠지만 내 죽으로 크게 상심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상심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 편하게 죽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이다. 부탁할 것이 또 한가지 있다. 내 말에 일리가 있는 듯하거든, 나는 처녀의 몸이니 내 주검에는 남정네의 손이 닿지 않게 해주기 바란다. 바라건대 자유인 처녀의 몸으로 스튁스의 땅으로 내려가게 해주기 바란다. 나를 죽여 마음의 평정을 얻으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말하겠다. 노예를 죽이는 것보다야 자유인을 죽이면 더 낫지 않겠는가. 이 말을 하는 것은 노예 폴뤽세나가 아니고 프리아모스 왕의 딸인 자유인 폴뤽세나다. 마지막 소원을 더 듣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말하겠다. 만일에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내 어머니에게 알려야 할 경우 내 주검은, 다치지 말고 그대로 다 내 어머니에게 돌려주기 바란다. 내 어머니는 , 물론 돈이 있으면 돈으로도 사실 것이지만, 돈이 없으니까 아마 눈물로 내 주검을 사실 것이다. 213P

 

너의 죽음에 어미가 바칠 수 있는 제물은 눈물과 이국의 모래뿐이구나 216P

 

잡은 먹이를 다른 짐승에게 도둑맞고는 분노를 이기지 못해 서성이다가 이윽고 그 도둑의 박자국을 따라가는 암사자처럼. 헤쿠바도 분노와 슬프멩 사로잡힌 채, 나이도 자기가 처한 형편도 잊고, 배은망덕하게도 자기 자식을 죽인 트라키아 왕 폴뤼메스토르의 궁전을 향하여 걸음을 옮겨놓았다. 궁전에 이른 헤쿠바는, 자기 아들에게 줄 황금이 남아 있다면서 폴뤼메스토르 왕의 알현을 청원했다. 폴뤼메스트로 왕은 한번 황금을 빼앗아본 사람이라 재미가 붙어서 그랬겠지만 헤쿠바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독대獨對를 허락했다. 217p

 

폴뤼페모스라는 괴물도 사랑을 알고 나니 참으로 희안해지더구나. 사랑을 알고 난 뒤부터 폴리페보스는 가슴에 불이 붙었는지 양떼고 동굴이고 도무지 아는 체를 하지 않아. 폴뤼페모스가 흉측한 제 외모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남들 눈에 들려고 애를 쓰기 시작한 게 이즈음부터였어. 나뭇가지를 꺽어들고 머리를 빗는가 하면, 낫으로 수염을 깎고는 맑은 물에 제 모습을 비추어보고는 울지를 않나, 웃지를 않나, 이러기 시작하고부터는 이 피렝 굶주려 있는 것 같던 폴뤼페모스는 아무것도 죽이지 않았어, 지나가는 배들도 무사히 그 섬을 지나갈 수 있었고. 229~230p

 

그대의 이마 한가운데 박혀 있는 그 눈이 머지않아 오뒤세우스의 손에 멀게 되고 말리라. 하지만 폴뤼페모스는 예언자를 비웃으면서 이렇게 응수했지. 그러 소리 마라, 이 엉터리 예언자야. 이미 한 아름다운 처녀의 미모 앞에서 멀고 말았는데, 더 멀고 자시고 할 눈이 어디 있느냐? 230P

 

, 갈라테이아여, 넓은 풀밭에서 아름답기로 쳐도 으뜸이고 곱기로 쳐도 으뜸인, 백설같이 흰 매발톱꽃 꽃잎보다 희고, 오리나무보다 더 키가 크고 더 의연하며, 수정보다 더 투명하고 어린아이들보다 더 천진한 갈라테이아여, 만나면 겨울의 햇살보다, 여름의 응달보다 더 반갑고, 보면 키 큰 백양나무를 보는 것보다 더 마음이 시원해지는 갈라테이아, 잘 익은 능금보다 붉고, 잘 익은 포도보다 달콤하고, 백조의 깃털이나 갓 만들어낸 건락乾酪보다 보드라운 갈라테이아여, 어디로 도망치려하는가, 손질 잘한 뜰보다 아름다운 그대여.

갈라테이아여, 그대는 길들이지 않은 송아지보다 거칠고, 나이 먹은 참나무보다 단단하고, 바다보다 무정하고, 버드나무 진보다 쓰디쓰고, 바위보다 드세고, 강보다 요란하고, 공작새보다 오만하고, 불보다 뜨겁고, 돌밭 다듬는 써레보다 더 튼튼하고, 어미곰보다 엄하고 대양보다 귀가 어둡고, 밟힌 뱀보다 무자비한 갈라테이아여, 그러나 이런 것은 나도 어쩔 수 없구나. 사냥개에 쫓기는 사슴처럼, 바람처럼 빠르게 달아나는 것은 나도 어쩔 수 없구나. 231p

 

그러나 그대가 내게서 달아나는 것은 나를 모르기 때문. 그대가 나를 알면 달아난 것을 후회하리라. 그대가 나를 알면 낭비한 시간을 아까워하고, 그대가 나를 알면 내 품에 안기기를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내게는 굴이 있으니까, 좋은 돌이 이루어낸 산자락의 굴이 있으니가. 여름에는 햇볕도 닿지 못하고, 겨울에는 추위가 파고들지 못하는 굴이 있으니까. 내게는 포도송이 늘어진 포도나무가 있고, 이 포도나무에는 금빛 포도송이도 달려 있고, 보랏빛 포도송이도 달려 있으니까. 내게는 모든 것이 넉넉하다. 내 집에 오면 그대는 그대 손으로 응달에서 익은 딸기도 딸 수가 있다. 가을이면, 버찌와 자두도 있고, 물이 많은 흑딸기는 물론이고 갓 따낸 밀랍같이 말랑말랑한 노랑 딸기도 있다. 그대가 내 아내가 되면, 밤이 주렁주렁 열린 밤나무, 열미로 가지가 휘어지는 양매나무도 그대의 것이다. 갈라테이아여, 여기 있는 양은 모두 내 것이다. 하지만 골짜기에서 헤매는 내 양은 아직 얼마든지 더 있다. 숲속에 사는 양도 있고 내 집인 동굴 안 우리에도 있다. 그대가 물으면 뭐라고 할까? 사실 내 양이 몇 마리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 양의 대가리 수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가난뱅이뿐이니까.

갈라테이아여, 내 말만 듣고 믿으려고 애쓸 것은 없다. 오서보면 알게 될 테니까. 젖통이 어찌나 큰지 양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걸 보면 알게 될 테니까. 우리 집 따뜻한 우리에는 어린 양도 있고, 다른 우리에는 갓 태어난 새끼양도 있다. 양유羊乳가 어찌나 풍족한지 날로 마실 것도 넉넉하고 굳혀서 먹을 것도 넉넉하다. 232P

 

그대가 데리고 놀 짐승 또한 얼마든지 있다. 아기사슴, 메토끼 새끼, 염소 새끼, 비둘기 한 쌍….이렇게 쉬 잡을 수 있는 짐승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꼭대기에서 나는 어미곰과 모양이 비슷비슷한 새끼 곰 한 쌍을 보아두었다. 어미에게서 떼어놓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그대가 원한다면야 내가 데려오지 못할까. 이놈들을 보는 순간, 언젠가 내 사랑하는 이에게 주어야겠다고 해두었는걸. 232P

 

눈이 이마 한가운데 박힌 것 하나밖에 없지만 이게 크기가 방패만하다. 생각해 보라, 태양도 이런 눈으로 우리 사는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지 않은가? 태양에게도 눈이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233P

 

나를 불쌍하게 여기고, 내 애달픈 구애를 물리치지 마시라. 그대 앞이 아니면 내가 누구 앞에 무릎을 끓으랴, 유피테르와 천궁과 벼락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에게 두려운 것이 있다면, 아름다운 네레이드여, 그대뿐. 그대가 보내는 비웃음은 유피테르의 벼락보다 내게는 무서운 것이다. 그대가 조롱하더라도 그 조롱이 그대의 천성에서 나온 것이라면 견디지 못할 것이 무엇이랴, 233P

 

그런 여자를 두고 가슴을 앓기 보다는, 그대를 원하고 그대를 따르고자 하는 여성, 그대가 사랑하는 만큼 그대를 사랑하는 여성을 찾아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대는 남의 짝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분이니까요. 그대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 사랑을 던질 생각이 있거든 나를 믿고 나를 살랑하세요. 아직은 늦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의혹과 우유부단한 태도를 버리세요. 그리고 자기 자신의 외모에 자신을 가지세요. 하늘에서 빛나는 태양신의 딸인 나는 이래봬도 여신이랍니다. 게다가 내가 가진 약초의 효험도 만만챦고, 내가 풍기는 매력 또한 만만챦답니다. 그러니 나를 차지할 생각을 해보세요. 그대를 능욕한 계집일랑 잊어버리고, 그대를 따르고자 하는 나를 따르세요. 그대 마음먹기에 따라 나는 그대의 것이 될 수 있고 그대는 내 것이 될 수 있답니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피차 어울리는 일일테니까요.242P

 

스퀼라가 살아 있는 한, 바다에 들풀이 돋고, 산꼭대기에 해초가 자랄지언정 스퀼라에 대한 내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신 키르케는 화를 내었다. 그러나 키르케는 글라우코스를 해칠 수가 없었다. 해칠 마음도 없었다. 글라우코스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키르케는 그래서 글라우코스에게 분풀이하는 대신 자기보다 나은 대접을 받고 있는 인간 스퀼라에게 분풀이할 결심을 했다. 243P

 

이제 인생의 황금기는 나를 떠나고, 황혼이 비틀거리며 내게로 다가옵니다만 나는 이런 채로 오래오래 더 살아야 합니다. 보시다시피 나는 7세기를 살았습니다만, 흙덩어리에 들어 있는 흙의 낱알 수에 해당하는 햇수를 살려면 3백번의 씨뿌리기와 3백번의 가을 걷이를 더 보아야 합니다. 오래오래 살다보면 언젠가는 내 몸이 한 움큼도 못 되게 오그라지고 내 사지 역시 오그라져 한줌의 흙으로 돌아갈 날이 오겠지요. 누가 나를 보고, 한때는 사랑을 받았고, 심지어는 신까지 즐겁게 해준 적이 있는 여자라고 하겠습니까? 이제는 포에부스 아폴로 신께서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시거나, 알아보시더라도 내게 애정을 기울이신 일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실지도 모릅니다. 언젠가는 내 모습도 사라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게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모습은 사라질지언정 목소리만은 이 땅에 남겨야 하는 팔자를 타고났습니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목소리를 듣고 그게 내 목소리인 줄 알게 되겠지요. 250P

 

에우뢸로코스의 보고를 받은 오뒤세우스 장군은 우리를 구하러 올라왔네. 그런데 말이지, 평화의 수호자이신 메르쿠리우스 신께서 우리를 구하러 올라오는 오뒤세우스 장군에게, 꽃은 하얗고 뿌리는 검은 약초를 주셨다고 하더군, 신들의 세계에서는 [몰뤼](야생마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식물이었다고 들었네. 메르쿠리우스 신께서는 이 약초를 주시면서, 키르케를 조심하라는 당부까지 하셨다지. 258~259P

 

사랑의 불길이 골수를 태울 듯이 뜨겁게 뜨겁게 타오르는 판인데 까짓 약초가 문젠가요. 한동안 정신 나간 사람처럼 그렇게 서 있던 키르케 여신은 평정을 되찾자 피쿠스 왕에게 사랑을 고백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피쿠스 왕의 말이 워낙 빠른데다 주위에는 신하들이 있어서 그게 여의치 않았나봐요. 키르케 여신은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렸지요. 그대가 바람을 타고 도망쳐보아라. 내게서 도망칠 수 있나. 내가 누구더냐. 내 약초가 어떤 약초인 줄 아시는가. 그대는 내 마법을 피할 수는 없을 게다. 262P

 

나를 사로잡은 그대의 그 아름다운 눈, 여신은 나를 사로잡아 이렇듯 부끄러움을 모르게 한 그대의 아름다운 청춘에 기대어 드리는 말씀이니 들으소서. 원컨대 네게 친절을 베푸시어 나를 사랑해 주시고, 만물을 내려다보시는 태양신의 사위가 되소서. 마음 문을 여시되, 티탄의 딸인 이 키르케를 욕보이지 마소서 263P

 

그대가 누구인지 모르나 나는 그대 사람이 될 수가 없어요. 나는 이미 다른 여성의 포로가 된 몸, 오래오래 이렇게 포로로 머물고 싶어하는 사람이랍니다. 그러니 운명의 여신이 나와 야뉴스의 딸 카넨스를 떼어놓지 않는 한, 혼외婚外의 사랑을 유혹하여 사랑의 맹세를 깨뜨리게 하지 마시오.263P

 

곧 이를 후회하게 될 것이다. 사랑의 상처를 입은 여자의 원한이 얼마나 깊고 무서운가를 알게 될 테니. 이제 그대는 카넨스에게로 돌아갈 수 없을 게다. 263P

 

베누스는 누미키우스 강에 명하여, 아이네이아스의 몸에서 죽음이 앗아갈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씻어가 깊은 바다 바닥에 안치하라고 했다. 뿔이 달린 강의 신은 여신의 명에 따라 아이네이아스의 몸에서 죽음이 앗아갈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씻어내고는, 영생에 필요한 부분만 남겨두었다. 베누스 여신은 아들의 몸을 정죄하고, 신들이 쓰는 향수를 뿌린 뒤 그의 입술에다 달디단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발라주었다. 아이네이아스는 이리하여 신이 되었다. 275P

 

저기 저 느릅나무를 좀 보아요. 저 느릅나무가 포도 덩굴과 혼인하지 않고 저 혼자 덜렁 서 있다면 잎밖에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게 뭐 있겠어요. 포도 덩굴도 그렇지요. 포도 덩굴도 느릅나무와 혼인해서 저렇게 가지를 감고 올라가 있으니까 보기에 좋쟎아요? 아무리 포도 덩굴이지만 느릅나무와 혼인하지 않았더라면 땅 바닥이나 기고 있지 별 수 있겠어요? 아가씨는 그래, 저 느릅나무와 포도 덩굴을 보면서도 느껴지는 게 없나요? 그대는 혼인이라는 걸 싫어하지요? 혼인 같은 것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대는 누구와든 혼인을 해야 해요. 279P

 

신들의 세계에서는 한 신이 한일을 다른 신이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286P

 

우주의 기원, 만물의 근원, 자연의 정체, 신들의 속성,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까닭, 번개와 천둥의 정체, 이 번개 및 천둥과 유피테르와의 관계, 천둥과 바람이 구름을 찢는 소리와의 관게, 별들의 운행에 관한 법칙. 지진이 일어나는 까닭, 그리고 그 밖의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가르쳤다. 처음으로 육식을 금해야 한다고 가르친 사람도 그였고, 처음으로 자신을 현자와 유사한 말로 지칭한 사람도 그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의 가르침은 이러하다. 그대들이여 죄많은 식물로 그대들 육체를 더럽히지 마십시오. 우리에게는 곡식이 있고, 가지가 휘어지도록 달린 과실이 있고. 포도덩굴에서 부풀어오르는 포도가 있습니다. 먹을것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단맛이 도는 나물도 있고 삶아 먹을 수도 있고 구워 먹을 수도 있는 야채도 있으며, 우유도 있고, 꽃 향기가 도는 꿀도 있습니다. 대지는 그대들에게 죄없는 식물을 얼마든지 베풀어주고 있고, 도살하지 않고도 피를 보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잔칫상을 얼마든지 차려내고 있습니다. 고기로 배를 불리는 것은 짐승들 뿐입니다만 짐승이라고 해서 다 고기를 먹고 사는 것은 아닙니다. 295-296P

 

나는 이 땅, 이 무지한 땅을 떠나 저 하늘에 높이 뜬 별 사이를 여행하기를 즐깁니다. 구름 위에서 저 거인 아틀라스의 어깨 위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 지향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인간을 내려다 보며 운명의 두루말이 펼쳐 보이고, 죽음의 공포와 불안에 쫓기고 있는 인간에게 이렇게 말하기를 즐깁니다. 그대들이여, 그러니 잘 들으십시오.

그대들이여, 차가운 저승 땅을 두려워하고 있는 그대들이여, 왜 스튁스의 땅을 두려워합니까? 빈 이름뿐인 어둠의 땅, 詩人의 망상이나 존재하는 땅,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땅을 왜 그렇게 두려워합니까? 그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육체라는 것은 화장단에서 재로 화하건, 땅 속에서 오랜 세월 썩어 없어지건, 한번 없어지면 고통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영혼은 영원합니다. 이 영혼이라는 것은, 원래 있던 곳을 떠나면 다른 집을 찾아 들어가 거기에 다시 거합니다. 299P

 

모든 것은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영혼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알맞은 형상이 있으면 거기에 깃들입니다. 짐승의 육체에 있다가 인간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하고 인간의 육체에 있다가 짐승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돌고 돌 뿐, 사라지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300P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드러난 것은 단지 찰나적인 형상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입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항상 흐릅니다. 강처럼 흐릅니다. 강문에 어디 가만히 정지해 있는 순간이 있던가요? 물결은 다른 물결에 밀립니다. 그 다른 물결은 또 다른 물결에 밀리면서 앞서 있는 물결을 밀어냅니다. 그래서 순간순간 물결은 밀고 밀리면서 흐르는 것입니다. 앞에 있던 것은 뒤로 처지고, 오지 않았던 것이 옵니다. 그래서 시시각각으로 자리바꿈을 하는 것입니다. 300-301P

 

[태어남]이라는 말은, 하나의 물상이 원래의 형상을 버리고 새 형상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죽음]이라는 말은, 그 형상대로 있기를 그만둔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변하여 저것이 되고 저것이 변하여 이것이 될지언정 그 합合은 변하지 않습니다. 303P

 

카에사르(줄리어스 시저)는 당신의 나라에서 신이 되신 분이시다. 마르스 신의 직분인 전쟁은 물론이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정치에도 능하신 이 분께서 새로운 별, 즉 새로운 혜성이 되신 것은, 이 분께서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끄셨고, 평화시에는 많은 업적을 쌓으셨으며 엄청난 명성을 얻으셨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옳다. 카에사르의 공적 가운데 이 분을 아드님으로 삼으신 것 이상으로 빛나는 공적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329P

 

이제 내 일은 끝났다. 유피테르 대신의 분노도, 불길도, 칼도, 탐욕스러운 세월도 소멸시킬 수 없는 나의 일은 이제 끝났다. 내 육체밖에는 앗아가지 못할 운명의 날은 언제든 나를 찾아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이승의 삶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나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가 정복하는 땅이면 그 땅이 어느 땅이건, 백성들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다.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不死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336P

 

3.       내가 저자라면

 

목차와 전체적 뼈대에 관하여

천지창조에 대한 대서사시. 기독교의 성경과 함께 서양 중세문화를 형성하는 하나의 축. 그리스신화이다. 그리스로마신화에 소아시아의 설화, 트로이 전쟁사, 로마의 건국신화까지 한데 모음 작품.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유피테르(제우스)에 비유하여 신성과 정통성을 부여했다사실 로마신화라는 것은 거의 없다. 그리스 신화가 곧 로마신화이다. 신성과 정통성을 부여하기위한 억지가 곳곳에 보인다. 문자로 기록되기 전의 구술로 전해오는 설화나 신화에서는 신과 자연 인간이 어루러져 과학적 사고를 가지고는 설명이 안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2000년이 넘은 지금 이 시대까지 신화에 모티브가 되어 상징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것은 무수히 많다. 어쩌면 방대한 내용의 신화와 설화 곳곳에 흩어져 있는 것을 시대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어서 의미는 달라 지지 싶다.

 

차례

1.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

2.       신들의 전성시대

3.       박쿠스의 탄생 외

4.       페르세오스와 메두사 외

5.       무우사의 탄생 외

6.       신들의 복수

7.       영웅의 시대

8.       인간의 시대

9.       헤라클레스 외

10.    오르페우스의 노래 외

11.    미다스의 귀는 당나귀 귀 외

12.    트로이 전쟁 외

13.    유민의 시대

14.    로물루스와 레무스 외

15.    카에사르의 승천 외

 

호라티우스는 정복그리스가 자신의 정복(로마)정복했다"(Graecia capta ferum victorem cepit)고 말한다. 승리자의 기록이 역사라고 했던가. 문화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한 억지를 제거하고 나면 인간사가 나온다. 신화 속에 담겨져 있는 변신의 의미. 인간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감정의 종류들이다. 신화를 주제별 시기별로 재구성하면 특정주제에 대한 인간사의 변천을 알 수 있을 것이니목차는

 

  1. 창조(시작)
  2. 자애, 우정, 진실
  3. 정조, 영원한 사랑, 순결, 부부의 행복
  4. 욕정, 욕심, 욕망
  5. 용감, 결백, 권위, 열정
  6. 두려움, 부끄러움, 형별
  7. 불변(소멸)

 

초점을 삶의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춘 이야기를 풀어봐도 재밌겠다.

 

감동적 장절

 

나는 이레 밤낮으로 진통하면서 하늘을 향해 팔 벌리고 해산을 주관하시는 루키나 여신과 닉시 여신께, 어서 좀 오셔서 나를 도와주시라고 기도했다. , 오시기는 오셨지. 하지만 오시기 전에 뇌물을 받으시고는 내 목숨을 잔혹하신 유노 여신께 넘기시고 오셨던 거야. 내가 비명을 질러대는 데도 문 앞 제단 옆에 가만히 앉아 계셨으니까. 그냥 가만히 앉아 계신 것이 아니라, 두 다리는 포개시고 두 손은 깍지 끼신 채로 앉아 내 해산을 저지하고 계셨던 거지. 여신께서는 가만히 무슨 주문을 외시는데, 세상에, 여신께서 주문을 외실 때마다 나오던 아기가 들어가버려. 나는 악전고투하면서, 정신이 나갔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나를 그 꼴로 만들어 놓고도 나 몰라라 하시는 유피테르대신을 원망하기까지 했다. 그랬는데도 보람이 없더구나. 나는 목석이라도 돌아앉게 할 만큼 애절하게, 차라리 죽게 해달라고 기도했지. 그 자리에 와 있던 테바이의 여자들은 모두 나와 같은 기도를 하면서 나를 위로했단다. 내가 부리던 하녀 가운데 갈란티스라고 하는 금발 처녀가 하나 있었다. 이 갈란티스는, 신분은 천해도 내 말을 잘 듣고, 내가 시키는 일이면 몸을 아끼지 않고 잘했다. 그런데 내가 아기를 낳지 못해 애쓰는 걸 보고는 유노 여신이 심술을 부리고 있다는 걸 알았던 모양이다. 한동안 집을 들락날락하던 갈란티스는, 팔짱을 끼고 제단 옆에 앉아 있는 루키나 여신을 보았어. 갈란티스는 루키나 여신께 이런 말을 하지 않았겠어.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저희 마님을 축복해 주세요. 아르골리스의 알크메네 마님께서 방금 기동의 응답을 받으셔서 옥동자를 분만하셨답니다.]

해산의 여신께서는 이 뜻밖의 소식에 기겁을 하시고 팔짱을 푸셨는데, 이 분이 팔짱을 푸시는 순간에 나도 아기를 낳을 수 있었지. 2 33P

 

우리에게도 삼신할머니란 단어가 있다. 루키나여신이 그렇지 싶은데 뇌물을 받을 일이 따로 있지. 그 시대에도 뇌물을 통했더란 말인가. 신들에게도…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 다르지 않다.

 

이 땅의 어느 산꼭대기에는 푸른 풀이 잘 자라 있는 평평한 공터가 있었다. 햇살을 피할 만한 곳은 없었다. 그러나 신들의 피를 받은 이 가인이 이곳에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수금을 타며 노래를 부르면 나무들도 이 가인을 향하여 그 가지를 구부리는 바람에 그곳이 그늘로 변하고는 했다. 주위에는 나무가 빽빽이 자라고 있었다. 카오니아의 名木이자 유피테르 대신의 神木인 참나무, 피에톤의 누이들이 변신한 백양나무, 잎이 부드러운 보리수, 너도밤나무, 처녀 다프네가 변신한 월계수, 잘 부러지는 개암나무, 창 자루 만드는 데 쓰이는 물푸레나무, 마디가 없는 전나무, 도토리가 잔뜩 달려 가지가 휘어진 상수리나무, 언제든 열매를 맺는 무화과나무, 알락달락한 단풍나무, 강가에서 잘 자라는 버드나무, 역시 물가를 좋아하는 로토스, 늘푸른 화양목, 날씬한 위성류渭城柳, 색깔이 두 가지인 도금양桃金孃, 검붉은 열매가 맺히는 가막살나무로 숲은 울울창창했다. 이런 나무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덩굴손으로 나무를 잡고 오르는 담쟁이, 산포도, 산포도 덩굴에 잠긴 느릅나무,, 산물푸레나무, 가문비나무, 장밋빛 열매를 잔뜩 달고 있는 산딸기, 승리자의 상징인 종려나무, 신들의 어머니인 퀴벨레 여신이 자신의 신관新官 아티스가 인간의 모습을 버리고 이 나무로 변신했다고 해서 유난히 사랑하던 소나무 등등…이 산에는 온갖 나무가 다 있었다. 270P

 

이 세상의 한가운데, 말하자면 땅과 하늘과 바다 한가운데 이 땅과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내려다보이고 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들리는 곳이 있다. 바로 이곳에 소문의 여신인 파마가 살고 있다. 파마가 거하는 처소는 산꼭대기에 있다. 이 집의 문은 밤낮을 불문하고 늘 열려 있다. 이 집에는 문이 수천 개가 있는데 이 많은 문이 다 항상 열려 있는 것이다. 그래야 사방의 소문을 잘 드나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집은 소리를 잘 울리는 청동으로 지어져 있다. 그래서 오고 가는 말로 집 안은 늘 시끄럽다. 침묵과 고요라는 것은 이 집 안에 없다. 고함소리 같은 것도 없다. 그저 시끌시끌, 웅성웅성 하는 소리가 있을 뿐이다. 멀리서 들리는 파도 소리, 유피테르가 검은 구름을 치고 난뒤에 들리는 벼락 소리의 메아리 비슷한 소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파마 여신을 비롯한 이 집 주인들은 청동 거실에 거처한다. 이들은 늘 들락거리면서 이렇게도 들리고 저렇게도 들리는 갖가지 소문, 참말 같기도 하고 거짓말 같기도 한 갖가지 소문을 모아들인다. 이들 중에는, 귀얇은 사람들에게, 모아들인 이야기를 속닥거리는 이도 있고, 들은 이야기를 먼 곳까지 퍼뜨리는 이도 있다. 이야기에는, 이렇게 전해질 동안에 살이 붙는다. 이를 듣고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는, 들은 사람보다 조금씩 보태기 때문이다. 이 집에는, [경거망동], 생각이 깊지 못한[실수연발], 터무니없는[기쁨], 소심한[공포], 당돌한[선동],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속삭임]이 식객으로 붙어 산다. 파마 여신 자신은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두루 알아내어 온 세상에 그 소문을 퍼뜨린다. 2 152P

 

소문. 확대재생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이런 속담의 속성은 윤리나 도덕 정직 뭐 이런 것에 뿌리를 두고 있지 싶다. 언젠가는 진실은 밝혀지고 진실은 승리하고이런 의미도 포함된 것이 아닐까. 지금은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는 나고 진실이 묻혀도 좋다는 정서도 공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갑자기 내가 정의로운  척 하는 건가. 미성년에서 성년이 되고 조금 정신이 들어서 다른면을 볼 여유가 생겨서 그런걸까.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수위까지 와버린 걸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중간이 얇아지는 우리사회에 우후죽순처럼 홍수에 떠내려가는 쓰레기더미처럼 어지럽다.  

 

그대의 이마 한가운데 박혀 있는 그 눈이 머지않아 오뒤세우스의 손에 멀게 되고 말리라. 하지만 폴뤼페모스는 예언자를 비웃으면서 이렇게 응수했지. 그러 소리 마라, 이 엉터리 예언자야. 이미 한 아름다운 처녀의 미모 앞에서 멀고 말았는데, 더 멀고 자시고 할 눈이 어디 있느냐?

 

, 갈라테이아여, 넓은 풀밭에서 아름답기로 쳐도 으뜸이고 곱기로 쳐도 으뜸인, 백설같이 흰 매발톱꽃 꽃잎보다 희고, 오리나무보다 더 키가 크고 더 의연하며, 수정보다 더 투명하고 어린아이들보다 더 천진한 갈라테이아여, 만나면 겨울의 햇살보다, 여름의 응달보다 더 반갑고, 보면 키 큰 백양나무를 보는 것보다 더 마음이 시원해지는 갈라테이아, 잘 익은 능금보다 붉고, 잘 익은 포도보다 달콤하고, 백조의 깃털이나 갓 만들어낸 건락乾酪보다 보드라운 갈라테이아여, 어디로 도망치려하는가, 손질 잘한 뜰보다 아름다운 그대여.

 

갈라테이아여, 그대는 길들이지 않은 송아지보다 거칠고, 나이 먹은 참나무보다 단단하고, 바다보다 무정하고, 버드나무 진보다 쓰디쓰고, 바위보다 드세고, 강보다 요란하고, 공작새보다 오만하고, 불보다 뜨겁고, 돌밭 다듬는 써레보다 더 튼튼하고, 어미곰보다 엄하고 대양보다 귀가 어둡고, 밟힌 뱀보다 무자비한 갈라테이아여, 그러나 이런 것은 나도 어쩔 수 없구나. 사냥개에 쫓기는 사슴처럼, 바람처럼 빠르게 달아나는 것은 나도 어쩔 수 없구나. 230~231p

 

흰 매발톱꽃 묘사된 것보다 많이 예쁘면서 순결함이 전해오고, 오리나무 이건 좀 심한 사기다 싶다. 본래 사랑의 감정이란 그런거니까. 커도 너무 크던데건락 무슨 뜻 인지 모르던 단어였다. 그러니까 치즈의 역사는 2천년을 넘었다는 이야기다.

 

보완점

 

많은 등장인물. 신과 사람 가족관계 정인들 변신한 요정들 정신이 없다. 주요등장인물의 가계도는 좀 있으면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찾아서 읽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지 않을까 싶다.

그리스식 표기 로마식표기 미국식표기 각각의 주를 달고 있다.

더불어 뒷면에 가계도와 색인표 있으면 좋겠다.

IP *.166.16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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