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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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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19일 18시 08분 등록

괴테, 시와 진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 최민숙ㆍ전영애 역, 민음사)

 

 

I. 저자에 대하여

◆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

독일의 시인, 극작가, 정치가, 과학자

 

004.jpg

 

괴테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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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저자를 위대함으로 이끌었는가?

깨우침, 언어! 나에게는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 무엇에서도 기초가 닦여 있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해하고 나름으로 받아들이고 간직하는 것이 빨라서, 아버지나 다른 가정교사들의 수업이 나를 감당할 수 없었다. 언어형식과 어법을 나는 쉽게 이해했다. 그러다 보니 무엇이 어떤 일의 개념 속에 들어 있는지를 스스로 빠르게 밝혀냈다. 내가 언어상의 오류로 자주 뒤처질 때는 있어도 수사학적인 문제들, 과제 작문, 그리고 그와 비슷한 문제에 있어서는 아무도 나를 능가하지 못했다.

 

나는 한 언어의 울림과 음향, 그 움직임, 악센트, 음색과 그 밖의 외적 특성들을 쉽게 포착할 수 있었다. 라틴어를 배운 덕에 많은 단어들을 아는 것이었다. 이탈리아어가 좀 더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짧은 시일에 공무원들이며, 군인들, 보초들, 방문객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 많은 것을 얻어냈는데, 대화에 끼어들지는 않아도 적어도 개별적인 질문이나 대답은 그럭저럭 해낼 수 있었다. 라틴어도 나는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처럼 규칙도 개념도 모른 채로 그냥 쓰면서 배웠다. 나에게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나는 말과 그 모양과 변화형을 귓속에 머릿속에 담아두었다가 쉽게 글쓰기와 수다 떨기에 사용했다.

 

내가 나 자신에게서, 다른 사람들에게서, 자연에서 인지하는 것을 시적으로 모작해 보는 것이 나에게는 언제든 가장 큰 즐거움이기는 했다. 나는 그런 일을 점점 더 쉽게 해나갔는데, 그건 본능에서 이루어지며 어떤 비판도 나를 헷갈리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체로 내가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려면 그 일에서 내가 무언가 얻을 것이 있어야만 했다. 즉 그 일이 성과가 있을 듯 보이게 하며 기대를 품게 하는 무엇인가를 그 일에서 인정할 수 있어야만 했다.

 

더불어 나의 눈은 무엇보다 내가 세계를 포착하는 기관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화가들 사이에서 살았고, 대상들을 예술과 연관시켜 바라보는 데 익숙했다. 내가 내 자신과 고독에게 전적으로 자신을 내맡긴 지금, 절반은 선천적으로 절반은 후천적으로 이 재능이 나왔다. 어디를 바라보든 나는 심상 하나를 보아냈으며, 내 눈에 뜨인 것, 나를 기쁘게 한 것을 붙잡아 두려 하였다.

 

용기, 무언가 비범한 것 어쩌면 위험한 것을 해볼 만한 뱃심

나로 말하면, 나도 무언가 비상한 것을 이루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일지는 도무지 분명해지질 않았다. 그렇지만 사람이란 이룰 공적보다는 받을 대가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 소망할 가치가 있는 행운을 생각할 때면, 시인을 장식하기 위해 엮인 월계관의 모습이 가장 매력적으로 나타났다는 것 또한 부정하지 않겠다. 나는 무언가 비범한 것, 어쩌면 위험한 것을 해볼 만한 뱃심을 지녔었고, 이따금 씩은 그런 데에 마음이 쏠리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그런 것을 붙들 계기가 없었다.

 

사람, 헤르더! 나를 가리고 있던 장막을 찢어주다!

나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결과를 가져다 준 가장 의미 있는 사건은 헤르더와의 만남과 거기서 시작된 그와의 가까운 결합이었다. 그는 나보다 다섯 살 위였는데, 젊은 시절에는 오 년이란 시간이 상당한 차이를 만든다. 그를, 그의 있는 그대로를 내가 인정했기 때문에, 그가 이미 이룬 것을 내가 평가하려 했기 때문에, 그는 나에 대하여 큰 우위를 얻었음이 틀림 없었다. 내게 있어 헤르더의 논문은 어떻게 인간이 인간으로서 자신의 힘으로 하나의 언어에 도달할 수 있고 도달해야 하는가를 보여주었다.

 

헤르더는 독일 문학의 빈곤을 보지 못하도록 나를 가리고 있던 장막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던 것이다. 그는 내가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선입관을 무자비하게 파괴해 버렸다. 다시 말해 그로 인하여 내게 남아 있던 '허영, 자기도취, 오만의 잔재'가 씻겨 내려갔다. 그는 그 자신이 가려고 생각한 넓고 찬란한 길로 나를 이끌어 갔고, 그가 좋아하는 작가들에 대해 나로 하여금 관심을 갖게 하여, 나를 굴복시킬 때보다 더 강력한 힘으로 나를 뒤흔들어 놓았다.

 

넘어섬 하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예루살렘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고, 일반적인 소문이 퍼진 직후 그 사건에 대해 아주 정확하고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이 순간에 <베르테르>에 대한 구상이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결빙점에 있는 항아리 속의 물이 아주 미세한 진동을 받고 순식간에 단단한 얼음으로 변해 버리는 것처럼, 전체가 온 사방에서 몰려들어 견고한 덩어리를 이루게 되었다. 이 진기한 수확을 확보하고, 중요하고도 다채로운 내용을 지닌 이 작품을 내 마음속에 생생하게 그려보며, 그 모든 부분들까지 완성하는 것은 내게 한층 중요한 관심사였다. 왜냐하면 내가 이미 또 다시 이전의 경우들보다도 더 희망이 적고, 혐오까지는 아닐지라도 불쾌한 감정만이 예상되는 괴로운 지경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길지 않은 작품을 마치 몽유병자처럼 거의 무의식 중에 써 내려갔었기 때문에, 이제 좀 변경하고 수정하기 위해 쭉 훑어보았을 때 나 스스로가 이 작품에 대해서 놀랐다. 나는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이 작품의 구성을 통하여 폭풍우처럼 격렬한 경지에서 구제되었다. 자신의 죄과와 타인들의 죄과로 인해서, 우연적인 삶의 방식과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으로 인해서, 계획과 무모함으로 인해서, 또 고집과 양보로 인해서 아주 난폭하게 이리저리 쫓겨 다니고 있었던 경지에서 말이다. 나는 마치 총 고해를 하고 난 후처럼 다시 즐겁고 자유롭게 느꼈으며, 새 인생을 시작할 권리가 주어진 것처럼 느꼈다.

 

이 책자의 영향은 컸다. 아니 엄청났는데, 특히 그 책이 시기를 잘 만났기 때문에 그러했다. 강력한 지뢰를 폭발시키기 위해서는 조그만 도화선만 있으면 되듯이, 대중 속에서 일어난 폭발은 젊은 세대가 이미 스스로를 파괴했었기 때문에 더욱 강렬했으며, 그 진동은 각자가 과도한 요구나 채워지지 않는 정열, 그리고 망상으로 인한 고민을 폭발시켰기 때문에 더욱 컸다. 진실한 묘사는 어떤 목적도 지향하지 않는다. 진실한 묘사는 긍정이나 부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행동을 순서대로 전개시켜 그것을 통해 계몽을 하고 교훈을 주는 것이다.

 

넘어섬 둘, 높이와 깊이의 결합

우리에게는 가슴이 언제나 정신보다 가까이 놓여 있고 우리를 창작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리고 정신이야 자구책을 잘 알기에 가슴의 문제들이 나에게는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였었다. 나는 애정의 덧없음, 인간 본질의 변화무쌍함, 도덕적 감각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 높이고 깊이에 대해 숙고해 보는 데 있어서 지치는 일이 없었다. 높이와 깊이의 결합은 우리의 본성 가운데서 인간 삶의 수수께끼로 성찰될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서도 나는 나를 괴롭히는 것을 노래 한 곡, 경구 한 편, 그 어떤 시 한 편에 담아 떨치려 했다. 그것들은 가장 고유한 감정이며 아주 특별한 상황에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나 자신 이외에 다른 사람은 그 누구도 거의 관심을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넘어섬 셋, 젊은 시절에 소망한 것은 노년에 풍성하게 이루어진다

우리의 소망이란 우리들 속에 들어 있는 능력의 예감이다. 즉 우리가 이룰 능력이 있는 것을 예고하는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들 바깥에서 그리고 미래의 모습으로 우리 상상력에 그려진다. 우리는 우리가 이미 남모르게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하여 열정적인 선취야말로 진정으로 가능한 것을 꿈꾸어 얻은 현실적인 것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동안 우리 자신이 전에 소명을 느꼈었지만, 그 소명을 위해 또 다른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바로 그것을 다른 사람이 이루어 낸 것을 보면, 인류는 합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인간이며, 개개인은 자신이 전체 가운데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다만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아름다운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 동영상

영화  'Goethe!' Trailer

#1

 

#2

 

※ 자료 출처

1) 괴테, 시와 진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 최민숙ㆍ전영애 역, 민음사)

2) 네이버캐스트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2500)

3)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Johann_Wolfgang_von_Goethe)

4) 동영상 (http://www.youtube.com)

5) 사진 (http://incli-nation.com)

 

 

◆ 누구보다 치열하게 배우고 뜨겁게 사랑한 사람

그야말로 괴테는 '영원히 살 것처럼 꿈 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산' 사람이다. 타고난 재능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완성하려는 그의 열망이 그의 삶 전체를 이끌었다. 스승께서는 자기계발의 원류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보면 18세기에 이르고, 거기서 낭만주의와 만나게 되며 그 한 가운데에 괴테와 그의 대작 <파우스트>가 있다고 하셨다.

 

<시와 진실>에서도 괴테는 "우리는 자비로운 창조주로부터 상당한 영혼의 힘을 받아 가지고 있는데, 그것들을 합당하게 개발하는 것, 그것도 어린 시절에 바로 그렇게 하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 힘들은 논리로도 형이상학으로도, 라틴어나 그리스어로도 키워질 수 없는 것이다. 즉 우리는 상상력을 지니고 있다. 이 상상력에게 우리는, 아무런 표상들도 그것이 스스로 장악하지 않는 만큼, 가장 모양새 좋고 가장 아름다운 심상들을 내놓아 주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심성이 온 사방에 그리고 자연 자체 안에 있는 아름다움을, 그 특정한 진면모들 가운데서 그리고 또한 보다 세련된 면모들 속에서 인식하고 사랑하는 데 익숙하게 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학문이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 우리는 간략히 요약해서 배워지지는 않는 많은 개념들과 일반적인 지식을 필요로 한다. 우리의 감정, 호감, 열정을 유리하게 개발하고 정화해야 한다."며 자기계발의 본질을 언급한 바 있다.

 

대문호의 이름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8년 전에 개봉된 '클래식'이라는 우리나라의 한 영화에서였다. 30여 년 전 우리네 부모시대의 낭만적인 사랑에 대하여 다루었던 영화였는데, 남자 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전하는 애틋한 그리움이 담긴 시 한편이 당시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었다. 

 

연인의 곁 - 괴테

 

태양이 바다에 미광을 비추면

나는 그대를 생각하노라

희미한 달빛이 샘물 위에 떠 있으면

나는 그대를 생각하노라

 

먼 길 위에 먼지 자욱이

나는 그대 모습 보노라

깊은 밤 좁은 길을 나그네가 지날

나는 그대 모습 보노라

 

물결이 거칠게 출렁일

나는 그대 목소리 듣노라

모두가 잠든 고요한 숲 속을 거닐면

나는 또한 그대 목소리 듣노라

 

그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나는 그대 곁에

그대는 내 곁에 있도다

해는 기울어 별이 곧 반짝일 것이니

아, 그대 여기에 있다면.

 

나는 그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 그와 나를 연결하는 공통된 끈은 바로 '자기완성을 향한 열망'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결코 평온하지 못했다. 30년 전쟁 직후였고, 7년 전쟁의 한 가운데 있었으며, 산업 혁명, 프랑스 혁명, 미국 혁명 등 근대사의 굵직한 소용돌이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은 '끊임없는 배움과 뜨거운 사랑' 이란 한 점으로 수렴된다. 그렇게 응축된 에너지는 문학, 과학, 정치 등 다양한 분야로 발산되어, 역사 속에 길이 남을 대작을 저술하게 하고, 재상이 되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했다.

 

무엇보다 노년까지 결코 꺼지지 않는 연인에 대한 뜨거운 사랑의 불꽃을 간직한 것이야말로 그의 모든 창조력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그 방향이 어디로 향하건 간에 그 출발점은 '자신에 대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삶을 사랑한 괴테는 변화무쌍한 자신의 시대를 타고 놀았다. 그렇다. 괴테처럼 살아가고 싶다면 먼저 나와 나의 삶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거기가 비범한 삶으로 향하는 출발점이다.

 

괴테의 마음은 늘 사람과 사랑을 향했고 그렇게 생긴 마음 속의 울림과 경험을 그의 작품 속에 섬세하게 담아냈다. 한 주간 18세기 독일로 가서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경계선에 서보았다. 독서는 여행이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고 하지만, 이제서야 독서에 매력에 빠졌다는 사실은 참 아쉽고도 아쉽다. 그 길고 길었던 방학과 학창시절에 수 많았던 여백을 나는 무엇으로 채웠는가? 8월에 <이탈리아 여행기>, 2월에 <파우스트>를 만나게 되면 괴테를 더 깊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왜 스승께서 이전 연구원 과정에 없던 괴테를 왜 올해 새롭게 추가하셨는지 그 깊은 뜻도 헤아려 볼 수 있지 않을까.

 

 

II.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

내마음을무찌르는글귀_괴테(시와진실).doc


 

 

III. 내가 저자라면

◆ 전체적 구성에 대하여

"한 개인에게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발전의 시기이다. 내 경우 이 발전의 시기는 내가 자세하게 기록한 '진실과 시'와 함께 끝난다." 이것이 괴테의 <시와 진실>이란 그의 자서전이 그의 출생에서부터 젊은 나이인 26세에서 끝맺음 짓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그 스스로 이야기 하듯 "그 이후의 그의 삶은 세상과의 갈등이며, 그런 갈등은 거기서 무엇인가가 나오는 한해서만 흥미로운 것"이다. 그렇게 이 책은 그의 평온하지만 천재성이 번득이는 괴테의 유년기와, 내적으로는 화산을 간직한 듯 불안정한 대학생 괴테의 청년기, 슈트라스부르크 시절 밤새 말을 타고 달려가 파란 하늘 아래서 시골 처녀 프리데리케와 펼치는 소꿉장난 같은 사랑이야기, 그리고 세기를 풍미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배경이 된 베츨라 시기의 로테와의 만남 등이 내용의 중심을 이룬다. 무엇보다 이 책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것은 괴테의 사랑과 열정, 창작열이라고 할 수 있다.

 

<시와 진실>이 벅차게 다가왔던 이유는 두꺼운 책의 분량뿐만 아니라 괴테 특유의 유려한 묘사가 머릿속에 형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데는 2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괴테가 이 책을 저술한 이유는 파편적으로 출간된 자신의 작품들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자신의 삶의 공백을 메워 자신에 대해 총체적인 예술가의 상을 정립하는 것이었는데, 부끄럽게도 그의 작품을 한 권도 접해보지 못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배경지식의 부족이라 할 수 있는데, 크게는 서양사에 대한 지식과 그 중 독일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고, 특히 18세기 유럽의 시대적 상황 등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시대를 달리하고, 같은 문화권이 아닌 곳에서 저술된 고전을 읽게 될 때, 텍스트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 시대와 당시의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을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이로 인해서 틈틈이 서양역사와 독일의 역사 그리고 괴테가 활동했던 18세기를 그려보는데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찾아 읽었다. 그러나 괴테의 묘사는 글이라기 보다는 그림, 혹은 마음으로 찍은 사진, 동영상과 같다. 자신의 눈과 마음에 비친 세상을 망원경과 현미경을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그려냈다. 그 시대의 디테일을 모르면 결코 쉽게 형상화 할 수 없는 묘사다. 괴테가 살았던 당시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니 조선시대 후기 정조가 집권하던 시절이었다. 괴테(1749~1832)가 정조(1752~1800)보다 3년 먼저 태어났고, 괴테처럼 방대한 저술과 활동을 했던 정약용(1762~1836)도 같은 시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괴테는 자신의 삶을 역사적으로 진실하게 묘사하고자 했지만, 인생을 사실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이 <시와 진실>인 이유, 그리고 이 책이 단순한 자서전이 아닌 문학작품으로 간주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삶에 대한 사실적 경험이 '진실'의 영역에 해당되며, 그런 경험적 결과물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방향과 상징은 '시'의 영역에 해당한다. 결국 괴테는 시인의 작업으로 자신의 삶을 그려냈다. 즉 하나하나 조각난 그의 경험들이 그의 시적 작업을 통해 '괴테'라는 하나의 게슈탈트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결국 괴테가 <시와 진실>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진실 그 자체가 아닌 그 진실이 가리키는 방향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우리는 괴테의 손가락이 아닌 그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주목해야 한다. 거기에 달빛으로 빛나는 그의 시와 예술혼이 있다.

 

 

◆ 내가 저자라면

삶을 상징할 수 있는 굵은 꼭지를 정한다. '변화, 마음, 새벽, 사랑, 가족, 친구, 배움, 일' 등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잠시 그 상징 들을 내려 놓고,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사건들을 연대기 순으로 기록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많은 사건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열된 일련의 사건들을 앞서 선정한 굵은 꼭지의 상징이란 실로 꿰 맞춘다. 이 방법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귀납-연역'의 방식이 아니라 '연역-귀납-연역'의 방식을 따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을 상징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기억에 남아 있는 사건들을 소환시키고, 다시 거기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방식을 취한다.

 

개인적인 사건들뿐만 아니라 당시의 굵직한 사건들과 나에게 영향을 준 중요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시킨다. 내가 나의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혹여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아닌지, 또한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나의 분야에서 내 위치는 어디쯤 되는지에 대해 기록 할 것이다. 이는 또 다른 배움이자 나의 시대와 삶을 바라보는 균형감각을 제공해줄 것이다.

 

스승에게 배운 3가지 시선을 적용할 것이다. 즉 <깨달음 - 견딤 - 넘어섬>의 변곡점을 상세하게 묘사할 것이다. 괴테와 마찬가지로 내 저술만 가지고서는 나를 세상에 다 남겼다고 할 수가 없다. 파편적으로 출간된 나의 저술들 사이, 그 여백에 남아 있는 나의 소소한 일상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등이 채워져야만이 그것이 진정 내 삶이라 이야기 할 수 있다. 나의 저술들이 씨실이라면 나의 자서전은 날실이다. 이런 나의 씨실과 날실이 엮여 전체적인 '내'가 되는 것이다. 괴테가 가리킨 달이 '시' 였다면, 내가 가리키는 달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이 내 삶의 알맹이요 정수가 될 것이다.

 

이렇게 구성된 나의 자서전을 통해 내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한 깨달음', 즉 시간의 흐름에 따른다는 일 방향에서 벗어나, 미래의 어느 순간 얻을 법한 깨달음의 후보 군을  삶의 전제로 배치시킨 뒤 그것에 맞는 경험을 스스로 창조해 나가는 것이다. 최초에 내게 씨앗으로 접혀져 있는 것들과 배리 되는 것들이라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튕겨져 나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자서전은 삶의 종점이 아닌 중간 지점에서 여러 번 쓰여져야 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매일 빠짐없이 쓰는 수련일지가 든든한 날실이, 매주 읽는 책, 매주 쓰는 칼럼이 견고한 씨실이 되어 줄 것이다.

 

괴테가 자서전을 통해 놓치지 않았던 화두 '내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그리고 '내가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를 나 또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가 얼마나 왔는지, 미래에 피할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더 달성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 끊임이 반성하고 성찰할 것이다. 또한 그 안에 침몰하지 않고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망상을 가지지 않고 순수하게, 그 끝없는 깊이를 감히 들여다볼 것이다. 이 또한 내가 나의 자서전에 담아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IP *.192.5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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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1.06.19 19:26:36 *.237.209.28
경인씨, 정성스런 리뷰 잘 읽었어요.
더불어 고맙다는 말 꼭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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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0 14:53:47 *.124.233.1
부족한 리뷰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배님! ^-^/
2년차임에도 흐트러짐 없이 정진해 나아가시는
선배님의 열정을 늘 본 받고 싶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선배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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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2011.06.19 21:16:44 *.35.19.58
역시 경인이네. 괴테 영화도 있었네.
명색이 독일어 전공자인데 뭔소리인지 하나도 못 알아 듣겠다는 거에 좌절 했다. ㅠㅠ
경인은 참 리뷰도 잘 쓴다. 나는 읽느라 급급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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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0 14:55:23 *.124.233.1
응 누나!
이 영화 보고 싶은데,
우리 나라에서는 개봉도 하지 않았고,
DVD도 없는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어.
<이탈리아 여행기>도 있고, <파우스트>도 남아 있으니
함께 보면 땡7이들에게 무지하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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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9 23:35:41 *.166.205.131
경인이 리뷰는 틀이 잡힌 느낌이야!
영화 발음이 좋네~ 그냥 듣기가 좋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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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0 14:56:31 *.124.233.1
그쵸 형?
저도 독일어가 늘 투박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있었는데,
이렇게 감미롭고 부드럽기도 하네요.
고맙습니다. 형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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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11.06.20 09:13:14 *.160.33.89

사물을 구성하는 것은 지속적인 미세한 입자들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입자를 사건으로 바꾸어 놓았다. 
인간은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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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0 14:57:48 *.124.233.1
아직 제겐 어렵네요 사부님..

"인간은 사건이다"

두고두고 화두로 삼아 고민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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