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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일 23시 51분 등록

사기열전1 - 사마천

-. 사마천 지음

-. 김원중 옮김, 민음사, 2011

 

■ 저자에 대하여

 

1. 10세 때 고문(古文)을 외우다. (기원전 145 ~ 133)

 사마천은 좌풍익 하양현의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다. 동쪽으로는 황하가 흐르고 북으로는 용문산이 자리 잡은, 중국사를 대변하는 지방이다. 지금의 섬서성 한성시 남쪽 지천진 고문촌 용문채다. 사마천이 태어난 해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기원전 145년이 정설로 인정 받고 있다. 출생지에 대해서도 몇 가지 이견이 있으나 한성시라는 점에는 모두 일치한다. 어릴 때 이름인 자는 자장(子長)이라 하였다. 사마천의 아버지 사마담은 고향에서 농사와 교학을 겸하였으며, 사마서원(司馬書院)에서 아들을 가르쳤다. <태사공사서>에 따르면 사마천은 '10세 때 고문(古文)을 외웠다'고 한다. 기원전 133년 사마천은 아버지를 따라 황하와 위수 일대를 다니며 자료를 수집하였다.

 

2. 천하를 답사하다. (기원전 132~ 111)

 기원전 126년 사마천은 학업을 일시 중단하고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천하를 답사하기 시작하였다. 수도 장안(長安)을 출발하여 2~3년 걸친 전국을 떠도는 대장정이었다. 훗날 <사기> 저술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기원전 123년 천하유력에서 돌아와 이 무렵부터 동중서에게 <춘추>를 배우고, 공안국에게 <상서>를 배움으로써 본격적으로 학문 연구를 시작하였다. 이때의 교육은 훗날 그가 <사기>를 저작하는데 큰 기초가 되었다. 기원전 118년 사마천은 학문과 실제 경험을 겸비한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아 녹봉 300석의 낭중(郎中)이 되어 처음으로 벼슬살이를 시작하였다. 기원전 113년 아버지와 함께 본격적인 지방 순시에 나선 무제를 수행하여 각지의 민정과 풍속을 살피는 기회를 얻게 된다.

 

3.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다. (기원전 110~ 100)

 서남이에서 임무를 마치고 귀경하던 중 삭방을 순시하던 무제와 합류하여 복명한 다음 교산 황제릉에 함께 제사를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 사마담이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았다. 사마천은 낙양으로 가서 아버지의 임종을 지켰는데, 사마담은 자신의 뒤를 이어 반드시 태사령이 되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사마천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산동 태산으로 달려가 무제와 합류하여 봉선에 참여하였다. 기원전 108년 사마천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태사령이 되었다. 이로써 필생의 저자 <사기>를 편찬하게 되는 기점과 중요한 조건이 마련되었다. 사마담이 세상을 뜬 지 3년 만이었다.

 

4. 치욕적인 궁형을 선택하고, 위대한 역사서 <사기>를 남기다. (기원전 99~ 87)

 기원전 99년 사마천은 흉노와의 전투에서 중과부적으로 패하여 항복한 이릉을 변호하다가 황제의 심기를 건드려 옥에 갇혔다. 역사에서는 '이릉의 화()'라 부르는데, 이 사건으로 사마천의 일생과 <사기>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한다. 태사령 직에서 파면당하고 대리 감옥에 갇혀 '황제를 무고하였다'는 죄명으로 사형이 확정된다. 하지만, 사마천은 치욕을 감수하고 궁형을 자청하여 죽음을 면한다. 기원전 96년 사면을 받아 출옥하고 중서령 직을 받고, 오로지 <사기>의 완성을 위하여 혼신의 힘을 쏟았다. 기원전 91, 14년에 걸쳐 저술한 <사기>가 비로서 완성되었다. 기원전 90년 그의 나이 56세에 세상을 떠났다.

 

5. 저자에 대한 평가

사마천은 스물 살이 되어 지금의 후베이, 후난, 저장, 산동, 안후이, 허난성을 둘러보는 대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당시 한나라가 차지하고 있던 지역을 거의 둘러보았다. 오늘날에도 넓은 중국을 여행하는 것은 보통 힘든 것이 아는데, 제대로 탈 것도 없던 기원전 시대에 그 넓은 지역을 여행했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고난이 따랐을 것이다. 이런 사마천의 열정을 보면서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떠올랐다. 헤로도토스 또한, 고대 그리스의 전쟁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목격자들을 통해 사실들을 취재하기 위해 수 많은 지역들을 걸어서 가거나 배를 타고 다녔다. 사마천도 역사의 현장을 두발로 누비면서 귀중한 자료를 모았으며, 이러한 경험들이 <사기>를 저술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사마천은 죽음보다는 치욕스럽다는 궁형을 당한 뒤 세간의 비웃음과 지옥 같은 고독을 이겨내내면서 <사기>를 완성하였다. 이는 '24'로 부르는 중국의 역사서 중에서 가장 위대한 역사서라고 손꼽히고 있다. <사기> '통사(通史)'라는 점에서 다른 정사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데, 다른 정사들은 모두 한 왕조의 역사를 기록한 '단대사(斷代史)'인데 비해, <사기>는 무려 3,000년을 다루고 있는 거대한 통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마천은 '기전체(紀傳體)'라는 전례 없는 새로운 역사 서술체제를 창안해냈다.

<사기> 24사의 맨 아에서 중국의 역사책을 대표하고 있지만, 사실은 나머지 23종의 책들과 확실하게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나머지 책들이 모두 황제의 명령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책인데 비해 <사기>는 개인이 만든 역사책이란 점이다. 임금의 명령으로 만든 역사책을 관청에서 편찬한 역사책이란 뜻의 '관찬 사서'라 부르고, 개인적으로 만든 역사책은 '사찬 사서'라고 하는데, <사기>는 사찬 사서였기 때문에 사마천이 가지고 있는 역사관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사마천은 <사기>의 각 편에 "태사공은 말한다" 문단을 넣어 두었는데, 이는 역사에 대한 신념과 통찰을 가지고 사건과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한 것이다. 사마천이 살던 한나라 무제 시대를 평가할 때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역사관을 관철시키고 있다. 가혹한 관리라는 뜻의 '혹리열전'을 보면 12명의 관리들을 모두 한나라 사람으로 뽑은 것을 보면, 위험을 무릎 쓰고 <사기>를 저술한 것으로 본다. 사마천은 황제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 것보다는 후대의 사람들이 읽고 역사를 평가하기 위해 저술했다. 그 이유는 <사기>를 살아 있을 때 세상에 내놓지 않고, 죽기 전에 자신의 딸에게 몰래 맡겨, 사마천의 외손자 대에 이르러서야 세상에 나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6. 출저

사기열전(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 민음사, 2010)

사기세가(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 민음사, 2010)

사기서(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 민음사, 2010)

완역 사기본기(사마천 지음, 김영수 옮김, 알마, 2010)

사마천 경제학(소준섭 지음, 서해문집, 2011)

서울대 선정 인물고전50선 사마천의 사기열전(정연 글, 진선규 그림, 주니어 김영사, 2011)

 

 

■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1 백이 열전

 

66 “탐욕스러운 자는 재물 때문에 목숨을 잃고, 열사는 이름을 얻기 위해 목숨을 바치며, 뽐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그 권세 때문에 죽고, 서민은 그날그날의 삶에 매달린다.”

 

2 .안 열전

 

73 포숙은 관중을 추천하고 자신은 그의 아랫자리에 있었다. 포숙의 자손들은 대대로 제나라의 봉록을 받으며 봉읍지를 십여 대 동안 가졌으며 늘 이름 있는 대부의 집안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관중의 현명함을 칭송하기보다는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포숙을 더 찬미하였다.

 

74  주는 것이 곧 얻는 것임을 아는 게 정책의 비책이다.”라는 말이 생겨났다.

 

76  안자라는 분은 키가 여섯 자도 채 못 되는데 몸은 제나라 재상이 되어 제후들에게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그분이 외출하는 모습을 살펴보니 품은 뜻이 깊고 늘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키는 여덟 자나 되건만 겨우 남의 마부 노릇을 하면서도 아주 의기 양양해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소첩이 헤어지자고 하는 까닭입니다.”

 

3 노비 .  한비 열전

 

83 노자는 하지 않는 것(無爲)으로써 저절로 교화되게 하고, 맑고 고요하게 있으면서 저절로 올바르게 되도록 했다.

 

87 대체로 일이란 은밀히 함으로써 이루어지고 말이 새어 나가면 실패한다.

 

89 이렇게 하여 오랜 시일이 지나 군주의 총애가 깊어지면 큰 계책을 올려도 의심 받지 않고 군주와 서로 다투며 말하여도 벌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때 유세자가 국가에 이로운 점과 해로운 점을 명백히 따져 군주가 공적을 이룰 수 있게 하며, 옳고 그름을 솔직하게 지적해도 영화를 얻게 된다. 이러한 관계가 이어지면 유세는 성공한 것이다.

재상 이윤이 요리사가 되고, 백리해가 포로가 된 것은 모두 군주에게 등용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성인이면서도 이처럼 자기 몸을 수고롭게 하고 천박한 일을 겪은 뒤에 세상에 나왔다. 그러므로 재능 있는 인재라도 이러한 일을 부끄러워할 것이 없다.

 

90 이웃집 사람과 관기사가 한 말은 모두 옳으나 심한 경우는 목숨을 잃고 가벼운 경우는 의심을 받았다. 이는 안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어렵다는 뜻이다.

 

91 용이라는 동물은 잘 길들이며 그 등에 탈 수도 있으나, 그 목덜미 아래에 거꾸로 난 한 자 길이의 비늘이 있어 이것을 건드린 사람은 죽는다고 한다. 군주에게도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유세하는 사람이 군주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지 않으면 거의 성공적인 유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92 태사공은 말한다.

노가자가 귀하게 생각하는 도는 허무이고, 무위 속에서 변화에 호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지은 책은 말이 미묘하여 이해하기 어렵다. 장자는 노자가 말한 도덕의 의미를 미루어 풀어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쳤는데, 그 요지 또한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신불해는 스스로 힘써 명분과 실질에 적용시켰고, 한비는 먹줄은 친 것처럼 법규를 만들어 세상의 모든 일을 결단하고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였지만 너무나 가혹하여 은혜로움이 부족했다. 이들의 학설을 모두 도덕에 그 근원을 두고 있지만 그 가운데 노자의 학설이 가장 깊다.”

 

5 손자 . 오기 열전

 

112 병법에 승리를 좇아 백 리 밖까지 급히 달려가는 군대는 상장군을 잃게 되고, 승리를 좇아 오십 리 밖까지 급히 달려가는 군대는 겨우 절반만 목적지에 이른다.’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제나라 군대가 위나라 땅에 들어서면 첫날에는 아궁이 10만 개를 만들게 하고, 다음 날에는 아궁이 5만 개을 만들게 하며, 또 그 다음 날에는 아궁이 3만 개를 만들게 하십시오.”

 

121 태사공은 말한다.

세상에서 병법을 말하는 자들은 누구나 「손자孫子」열세 편과 「오기병법」을 거론한다. 이 두 권의 책은 세상에 많이 알려져 있으므로 서술하지 않고 그들이 활동한 사적과 독창적인 계책만 논하였다. 옛말에 실천을 잘하는 사람이 꼭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며, 말을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실천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손빈이 방연을 해치운 계략은 실로 절묘했으나, 그에 앞서 다리가 잘리는 형벌을 당하는 재앙을 막지는 못하였다. 오기는 무후에게 험난한 지형보다 임금의 덕행이 더 낫다고 말했지만, 초나라에서 그의 행실이 각박하고 인정이 없었으므로 목숨을 잃었으니 슬픈 일이구나!”

 

6 오자서 열전

 

135 “당신의 복수는 너무 지나친 것 같소. 나는 사람이 많으면 한때 하늘도 이길 수 있지만, 일단 하늘의 뜻이 정해지면 사람을 깨뜨릴수도 있다.’라고 들었소. 일찍이 평왕의 신하가 되어 평왕을 섬겼던 그대가 지금 그 시신을 욕보이니, 어찌 이보다 더 천리에 어긋난 일이 있겠소?”

그러자 오자서는 말했다.

나를 대신해서 신포서에게 사고하고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어 천리를 좇을 수 없었소.’라고 말해 주게.”

 

137  구천은 반찬 하나로 밥을 먹으며 문상과 문병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장차 그들을 요긴하게 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를 죽이지 않으면 반드시 오나라의 걱정거리가 될 것입니다. 지금 오나라에 월나라가 있다는 것은 뱃속에 병이 생긴 것과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께서는 월나라를 먼저 없애려 하지 않고 제나라를 치려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으니, 어찌 잘못된 일이 아니겠습니까?”

 

138 또 『서경』 「반경」편의 고옳고 그른 것을 거스르고 공손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가볍게는 코를 베고 무겁게는 목을 베어 이 땅에 악의 씨가 자라지 못하게 하라.’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상나라가 흥성하게 된 까닭입니다.

 

143 태사공은 말한다.

원한이 사람에게 끼치는 해독은 정녕 심하구나! 임금이라도 신하에게 원한을 사서는 안 되거늘, 하물며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끼리야 어떠하겠는가? 옛날에 오자서가 아버지 오자서를 따라 함께 죽었다면 하찮은 땅강아지와 무엇이 달랐겠는가! 그는 작은 의를 버리고 큰 치욕을 씻어 후세에까지 이름을 남겼으니 그 뜻이 참으로 슬프구나! 오자서는 장강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위급한 상황에 놓이고, 또 길에서 빌어먹을 때도 마음속에 어찌 초나라의 수도 영을 잠깐인들 잊었겠는가? 그는 모든 고초를 견뎌 내어 공명을 이룰 수 있었다. 강인한 대장부가 아니면 어느 누가 이런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백공도 만일 스스로 왕이 되려고만 하지 않았던들 그 공적 또한 이루 말하지 못했으리라!”

 

7 중니 제자 열전

 

145 제자백가는 크게 유가, 도가, 묵가, 명가, 법가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휴가는 후세 중국 사상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지존의 지위를 자랑해 왔다.

 

145 그는 정치가로서의 삶에는 실패했지만 무관의 제왕으로 불릴 만큼 교사로서의 역할에서는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공자는 교육의 중요성을 부르짖고, 그의 나이 서른 살을 전후로 하여 제자를 모아 수업을 했는데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 자가 3000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교육관을 유교무류有敎無類에 두었다.

 

147 공자는 내 문하에서 학업에 힘써 육예에 통달한 사람은 일흔일곱 명이다.”라고 말했는데, 그들은 모두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이 가운데 덕행으로는 안연과 민자건과 염백우와 중궁이 있고, 정치로는 염유와 계로가 있으며, 언변으로는 재아와 자공이 있고, 문학으로는 자유와 자하가 특히 뛰어났다. 그러나 전손사는 생각이 치우친 데가 잇고, 증삼은 어리석으며, 고시는 우직하고, 중유는 거친데가 있었다. 안회는 끼니를 자주 거를 만큼 가난하였으며, 단목사는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재물만을 모았지만 세상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했다.

 

150 염옹은 자가 중궁이다. 중궁이 정치하는 방법을 묻자 공자가 대답했다.

문밖을 나서서는 귀중한 손님을 대접하듯이 하고, 백성을 부릴 때는 큰 제사를 받들듯이 신중하게 하라. 그렇게 하면 제후의 나라에서도 원망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대신들의 집에서도 원망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151 “얼룩소의 새끼라도 털이 붉고 뿔이 곧다면 사람들이 그것을 제물로 쓰지 않으려고 하여도 어찌 산천의 신들이 그냥 내버려 두겠는가?”

 

152 자화가 공자의 대답이 다른 것을 의아해 하며 물었다.

감히 여쭙겠습니다. 어째서 같은 물음에 달리 대답하십니까?”

공자가 말했다.

염구는 머뭇거리는 성격이므로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준 것이고, 자로는 지나치게 용감하므로 제지한 것이다.”

 

154 “포지방은 힘 센 자가 많아 다스리기 어려운 곳이다. 그래서 내 너에게 당부의 말을 하니 명심하거라. 몸가짐을 겸손하게 하면 그 지방의 힘센 자들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고, 너그럽고 올바르면 그곳 백성을 따르게 할 수 있을 것이며, 공손하고 바르게 정치를 하여 그곳을 안정시키면 임금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다.”

 

157 “부모의 상을 삼 년이나 치르는 것은 너무 길지 않습니까? 군자가 삼 년간 예를 닦지 않는다면 예는 반드시 무너질 것이며, 삼 년 동안 음악을 팽개친다면 음악도 반드시 무너질 것입니다. 일 년이 지나면 묵은 곡식은 다 없어지고 햇곡식이 익고, 나무를 비벼 얻던 불씨도 한 해에 한 번씩 바꿉니다. 그러므로 부모의 상도 일 년이면 됩니다.”

 

161 이 말에 자로가 서기를 청했지만 공자는 그를 제지하였다. 자장과 자석이 나서기를 청했지만 역시 허락하지 않았다. 자공이 나서겠다고 하자 공자는 허락하였다.

 

170 복상은 자가 자하이고 공자보다 마흔네 살 아래이다. 자하는 이렇게 물었다.

아름다은 눈의 맑게 갠 움직임이여, 아름다운 눈이 가진 흑백의 선명함이여, 흰 바탕으로써 아름다움을 이루었네.’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무슨 뜻입니까?”

이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림 그리는 일은 먼저 흰 바탕이 있은 뒤에 색을 칠해서 다듬는다는 뜻이다.”

이 대답에 자하는 또 물었다.

예가 나중이라는 말씀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비로소 너오 더불어 『시경』을 말할 만하구나.”

 

170~171 자공이 물었다.

와 상중 누가 더 낫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사는 지나친 데가 있고, 상은 미치지 못하는 데가있다.”

자공이 또 물었다.

그렇다면 사가 더 낫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공자는 자하에게 말했다.

너는 도에 힘쓰는 군자의 선비가 되어야지, 명성을 좇는 소인의 선비가 되어서는 안 된다.”

 

171 자장이 녹을 구하는 방법을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많이 듣고 그중에서 의심나는 것을 버리고 그 나머지를 신중하게 말한다면 실수가 적을 것이다. 많이 보고 그중에서 의심나는 것을 버리고 그 나머지를 신중히 실행한다면 뉘우치는 일이 적을 것이다. 말에 실수가 적고 행동에 뉘우침이 적으면 벼슬은 그 가운데 저절로 얻어진다.”

 

171 훗날 자장이 공자를 따라다니다가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었는데, 이때 세상에서 행세할 수 있는 도리를 물으니 공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말이 참되고 믿음이 있으며 행동이 착실하고 조심스럽다면 오랑캐 땅에서도 행세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이 참되지 못하고 믿음이 없으며 행동이 착실하지 못하고 조심스럽지 않다면 비록 자기 고향일지라도 행세할 수 없을 것이다. 서 있을 때에는 그것이 눈앞에 어른 거리는 것 같고 수레에 탔을 때에는 그것이 수레의 가로 막대에 기대어 있는 것처럼 한 뒤에야 행세할 수 있을 것이다.”

자장은 이 말을 잊지 않기 위하여 자기 허리띠에 적어 두었다.

 

172 자장은 공자에게 물었다.

선비는 어떠해야 통달했다고 할 수 있습니까?”

 공자가 되물었다.

네가 말하는 통달이란 무슨 뜻이냐?”

자장이 대답했다.

나라에서도 이름이 알려지고 집에서도 반드시 이름이 알려지는 것입니다.”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명망이지 통달이 아니다. 대체로 통달한 사람은 질박하고 정직하여 의를 좋아하고, 남의 말을 잘 듣고 표정을 잘 살피며, 깊이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낮춘다. 이렇게 하면 나라에서나 집에서나 반드시 통달하게 된다. 그러나 명망 있는 사람은 겉으로는 어진 척하지만 실제 행동은 완전히 어긋나면서도 그러한 것에 물들어 조금도 의심 없이 행동한다. 이렇게 하면 나라에서나 집에서나 반드시 이름을 얻게 된다.”

 

174 담대멸명澹臺滅明 은 무성武城사람으로 자는 자우이고 공자보다 서른아홉 살 아래이다. 그는 매우 못생겨서 공자는 그가 가르침을 받으러 왔을 때 재능이 모자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는 가르침을 받은 뒤 물러나면 덕행을 닦는 일에 힘쓰고, 길을 갈때는 절대로 사잇길로 가지 않으며, 공적인 일이 아니면 경대부卿大夫들을 만나지 않았다.

그가 남쪽으로 내려가 장강근처에 이르렀을 때, 그를 따르는 제자가 300명이나 되었다. 그는 제자들에게 물건을 주고받는 것과 벼슬에 나아가고 물러나는 도리를 이치에 맞게 가르쳤기 때문에 제후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공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탄식했다.

나는 말 잘하는 것으로 사람을 골랐다가 재여에게 실수하였고, 생김새만을 보고 사람을 가리다가 자우에게 실수하였다.”

 

176 공자가 죽은 뒤 원헌은 세상을 등지고 풀이 무성한 늪가에 숨어 살았다. 어느날 위나라 재상으로 있던 자공이 말 네 필이 끄는 마차를 타고 호위병과 함께 원헌을 찾아왔다. 원헌은 낡아 빠진 관과 옷을 입고 그를 맞이하였다. 자공은 그의 초라한 행생을 부끄럽게 여겨 이렇게 말했다.

어쩌다 병이 들었습니까?”

  원헌이 말했다.

내가 듣건대 재물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하고, 도를 배우고도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을 병들었다고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가난 하기는 하지만 병들지는 않았습니다.”

자공은 몹시 부끄러워하며 언짢게 떠났다. 그는 평생 동안 자신의 말이 지나쳤음을 부끄럽게 여겼다.

177 “예는 활을 잘 쏘고 오는 땅에서도 배를 움직일 수 있었지만 모두 제 목숨대로 살지 못했고, 우왕과 후직은 몸소 농사를 짓고 살았지만 천하를 차지했습니다. 이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공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용이 나간 뒤에야 비로소 이렇게 말했다.

자용은 군자로구나! 자용은 덕을 소중히 하는구나!”

 

181 자로가 자고를 비읍의 재상으로 추천하자, 공자가 이렇게 탄식했다.

남의 자식을 해치려 하는구나!”

이 말에 자로가 되물었다.

백성이 있고 사직이 있는데, 어찌 꼭 글 읽는 것만을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공자가 꾸짖었다.

그래서 나는 말만 잘하는 자를 미워한다.”

 

181 칠조개는 자가 자개이다. 공자가 칠조개에게 벼슬하라고 권하자, 칠조개가 이런 대답을 했다.

저는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 벼슬할 자신이 없습니다.”

이 말에 공자는 그가 도에 뜻을 두고 있음을 알고 기뻐하였다.

 

182~183사마경은 자가 자우이다. 자우는 말이 많고 성질이 조급하였다. 한번은 공자에게 인이란 어떤 것인가를 물었는데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진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그러자 자우가 다시 물었다.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 어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 말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인을 실천하기란 어려운데 그것을 함부로 할 수 있겠느냐?”

자우가 다시 물었다.

근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 군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마음속 깊이 살펴보아 부끄러울 것이 없다면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하겠느냐?”

 

184 “번지는 소인이구나! 윗사람이 예를 좋아하면 백성은 감히 공경하지 않을 수 없고, 윗사람이의를 좋아하면 백성은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없으며, 윗사람이 신의를 좋아하면 백성은 감히 성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만 한다면 사방의 백성이 자식을 포대기에 싸서 업고 찾아올 텐데 농사짓는 법을 배워 어디에 쓰겠는가?”

번지가 인이란 어떤 것인가를 묻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또 지란 어떤 것인가를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을 아는 것이다.”

 

185 “약속이 도리에 가깝다면 그 말을 실행할 수 있고, 공손함이 예에 가깝다면 치욕을 멀리할 수 있다. 의지할 때에도 친할 만한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또한 그를 존경할 수 있다.”

187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잘못을 저지르면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알려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하는 임금의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것을 숨기는 것이 예이다.”

 

8 상군 열전

 

203 “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것은 위에서부터 이것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법에 따라 태자를 처벌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태자의 태부로 있던 공자 건의 목을 베고 태사太師(임금을 보좌하는 관직) 공손고의 이마에 글자를  새기는 형벌을 내렸다. 그 다음 날부터 진나라 백성은 모두 새로운 법령을 지켰다.

 

206 조량이 대답했다.

저는 구태여 사귀고 싶지 않습니다. 공자는 어진 이를 추천하여 받드는 자는 번영하고, 어질지 못한 자를 불러 모아 왕 노릇을 하는 자는 몰락한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저는 어질지 못하기 때문에 감히 당신의 명령을 따를 수 없습니다. 또 제가 듣건대 자격이 없는 자가 그 지위에 있는 것을 지위를 탐한다고 하고, 자기가 누릴 명성이 아닌데 그 명성을 누리는 것을 이름을 탐한다고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당신의 뜻을 받아들인다면 지위를 탐하고 이름을 탐하는 사람이 될까 두렵습니다. 그러므로 감히 명령을 따를 수 없습니다.”

 

207 상군이 말했다.

선생은 진나라를 다스리는 내 방식을 싫어하십니까?”

조량이 대답했다.

  돌이켜 자기 마음속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을 총이라 하고, 마음속으로 성찰할 수 잇는 것을 명이라고 하며, 자신을 이기는 것을 강이라고 합니다. 순 임금도 스스로 자신을 낮추면 더욱더 높아진다.’라고 말하였습니다. 당신은 순 임금의 도를 따라야 합니다.

제 의견 따위는 물을 필요도 없습니다.”

 

207 조량이 대답했다.

천마리의 양가죽은 여우 한 마리의 겨드랑이 가죽만 못합니다.

천 사람의 아부는 한 사람의 올바른 직언만 못합니다. 주나라 무왕은 신하들의 올바른 직언으로 일어났고, 은나라 주왕은 신하들이 입을 다물어서 망하였습니다. 당신이 만일 무왕을 잘못됐다고 나무라지 않는다면 제가 온종일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죽이지 않으시겠지요? 그렇게 하겠습니까?”

 

210 『시경』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자는 흥하고 마음을 잃는 자는 망한다.’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몇 가지 일은 인심을 얻을 만한 행위가 못 됩니다. 당신이 밖으로 나갈 때에는 무장한 병사들이 탄 수레 수십 대가 뒤 따릅니다. 수레에는 힘세고 신체 건강한 장사가 옆에 타서 수행하며, 창을 가진 병사가 양쪽 옆에서 수레와 함께 달립니다. 『시경』에서는 덕을 믿는 자는 일어나고 힘을 믿는 자는 멸망한다.’라고 하였습니다. 당신의 처지는 아침 이슬처럼 위태로운데도 아직 목숨을 연장하여 더 오래 살기를 바라십니까?

 

9 소진 열전

 

228 항간의 속담에 차라리 닭 부리가 될지언정 쇠꼬리가 되지 말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왕께서 서쪽으로 투항하여 팔을 모아 복종해 신하로서 진나라를 섬긴다면 쇠꼬리가 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왕께서는 현명하고 군대는 강대한데 오히려 쇠꼬리라는 더러운 이름을 얻게 된다면 왕을 위하는 신으로서는 부끄러울 것입니다.”

 

231 『주서』에서는 처음에 싹을 자르지 않아 무성해지면 어떻게 하나? 터럭같이 작을 때 치지 않으면 결국 도끼를 써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미리 깊이 생각하고 결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재앙이 이르게 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께서 만일 신의 의견을 받아들여 여섯 나라가 합종으로 친교를 맺고 힘을 합쳐 뜻을 하나로 한다면 강력한 진나라를 근심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241 소진이 대답했다.

신이 듣건대 옛날에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들은 화를 복으로 바꾸고 실패를 기회로 삼아 성공했다고 합니다. 왕께서 진실로 신의계책을 들으려 한다면 즉시 연나라의 성 열 개를 돌려주십시오. 연나라는 이유 없이 성 열 개를 돌려받게 되면 틀림없이 기뻐할 테고, 진나라 왕도 자기 때문에 연나라의 성 열 개가 되돌려졌음을 알면 또한 틀림없이 좋아할 것입니다. 이것이 이른바 원수를 없애고 돌처럼 단단한 친구를 얻는 길입니다.

 

246 “신이 죽으면 신을 거열형으로 다스려 시장 사람들에게 돌려 보이시고 소진이 연나라를 위해 제나라에서 반란을 일으켰다.’라고 하십시오. 이와 같이 하면 신을 죽이려던 자를 반드시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247 연나라 왕이 물었다.

그대가 말하는 현명한 왕이란 어떤 것이오?”

소대가 대답했다.

신이 듣건대 현명한 왕은 자기 허물을 듣는 데 힘쓰고 자신의 뛰어난 점에 관한 칭찬을 듣기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신이 왕의 허물을 말씀드리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저 제나라와 조나라는 연나라의 원수이고 초나라와 위나라는 연나라의 동맹국입니다. 지금 왕께서는 원수 나라를 끼고 동맹국을 치고 있으니 연나라를 이롭게 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왕께서 스스로 잘 생각해 보십시오. 이것은 잘못된 계책입니다. 그런데 이렇나 허물을 왕께 말하지 않는 사람은 충ㄷ신이 아닙니다.”

 

249 “하늘의 시운이 그 나라를 돕지 않으면 청제와 탁하가 있은들 어찌 그것으로 튼튼하게 지킬 수 있겠습니까! 백성의 힘이 없어지면 장성과 거방이 있은들 어찌 그것을 요새로 삼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249 대체로 교만한 군주는 반드시 이를 좋아하고 멸망하는 나라의 산하는 반드시 재물을 탐한다고 합니다. 왕께서 진실로 아끼는 아들과 어머니와 동생을 제나라에 인질로 보내고 진주와 보옥과 비단으로 제나라 왕의 좌우 신하들을 섬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면, 제나라는 연나라를 자기편으로 여겨 안심하고 경솔하게 송나라를 멸망시키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제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252 지혜로운 자는 일을 처리할 때 화를 복으로 만들고 실패를 성공으로 바꿉니다. 제나라 사람들의 자주색 비단은 질이 나쁜 흰색 비단을 물들인 것이지만 그 값은 열 배나 비싸고, 월나라 왕 구천은 일찍이 회계산으로 쫓겨났지만 오히려 강대한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제패하였습니다. 이러한 것은 모든 화를 복으로 만들고 실패를 성공으로 바꾼 일입니다.

 

  10 장의 열전

 

270 이에 사마조가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신은 나라를 잘살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땅을 넓히는 일에 힘쓰고, 군대를 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 백성을 부유하게 만드는 일에 힘쓴다고 들었습니다. 이 세가지 조건은 갖추어지면 왕업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275 신이 듣건대 깃털도 많이 쌓으면 배를 가라앉히고, 가벼운 물건도 많이 실으면 수레의 축이 부러지며, 여러 사람의 입은 무쇠도 녹이고, 여러 사람의 비방이 쌓이면 뼈도 녹인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왕께서는 잘 살펴서 계책과 의논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287 나라의 오랜 이익을 돌아보지 않고 한 순간의 달콤한 말을 듣는다면 이보다 더 남의 임금을 망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298~299 “그것은 장의만이 아니라 길 가는 사람도 다 압니다. 예전에 오자서는 그 임금에게 충성하였기 때문에 온 천하가 그를 자기 신하로 삼으려고 서로 다투었고, 증삼은 자기 부모에게 효도하였기 때문에 온 천하가 그를 자식으로 삼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노비가 그 마을을 벗어나기 전에 팔리면 좋은 노비입니다. 소박맞고 쫓겨 온 여자가 그 마을에서 다시 결혼한다면 좋은 아내입니다. 지금 신이 자기 임금에게 충성스럽지 않다면 초나라도 어떻게 신을 충성스럽다고 여기겠습니까? 충성을 다해도 버림받으려 하는데 신이 초나라로 가지 않으면 어디로 가겠습니까?”

혜왕은 그 말을 옳다고 여기고 그 뒤부터 그를 잘 대우하였다.

 

305 태사공은 말한다.

삼진에는 권모술수와 임기응변에 능한 유세가가 많았다. 합종론과 연횡론을 주장하여 진나라를 강하게 만든 자들은 대체로 모두 삼진 사람이다. 장의가 일을 꾸민 것은 소진보다 더 심한 데가 있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이 소진을 더욱 미워하는 까닭은 그가 먼저 죽었기 때문에 장의가 그의 단점을 부풀려 들추어내고 자신의 주장을 유리하게 하여 연횡론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 두 사람은 참으로 나라를 기울게 하는 위험한 인물이었다고 하겠다!”

 

11 저리자 . 감무 열전

 

321 “저는 진나라에서 죄를 짓고 처벌될까 두려워서 도망쳐 나왔지만 몸을 안전하게 둘 만한 곳이 없습니다. 제가 듣건대 못사는 여자와 잘사는 여자가 함께 길쌈을 하였는데, 못사는 여자가 나는 초를 살 돈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행히 당신의 촛불에는 남는 빛을 나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당신의 밝음에 해를 끼치지 않고 나도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저는 곤궁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바야흐로 진날에 사신으로 가는 길입니다. 제 아내와 자식은 진나라에 있습니다. 부디 남는 빛으로 그들을 구제해 주십시오.”

 

328 감라는 나이가 어리지만 한 가지 기묘한 계책을 생각해내어 후세에 이름이 일컬어지게 되었다. 이들은 행실이 성실한 군자는 아니지만 전국시대의 책사였다. 바야흐로 진나라가 강성해졌을 때 천하는 더욱 권모와 술수로 치달으려 했던 것이다.”

 

13 백기.왕기 열전

 

349 백기는 사람들을 속여 모조리 산 채로 땅속에 묻어 죽이고, 남은 어린아이 240명만을 조나라로 돌려보냈다. 머리가 베이거나 포로로 사로잡힌 자가 이때를 전후로 하여 45만명이나 되었다. 조나라 사람들은 벌벌 떨었다.

 

353 “내가 하늘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잠시 동안 그렇게 있다가 말을 이었다.

나는 죽어 마땅하다. 장평 싸움에서 항복한 조나라 병사 수십만명을 속여서 모두 산 채로 땅속에 묻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죽어 마땅하다.”

 

356 “그렇지 않소. 진나라 왕은 포악하고 다른 사람을 믿지 않소. 그런데 지금 진나라 군사를 모두 나에게 맡겼소. 내가 자손을 위한 재산을 만들려고 많은 논밭과 정원과 연못을 요청함으로써 다른 뜻이 없음을 보여 스스로를 안전하게 하지 않는다면 진나라 왕은 가만히 앉아서 나를 의심할 것이오.”

 

356 왕전은 도착하자 보루를 굳게 하고서 지키기만 할 뿐 싸우려 하지 않았다. 형나라 군대가 자주 나와 싸움을 걸어도 끝내 나가지 않았다. 왕전은 매일 병사를 쉬게 하고 목욕을 시키고 잘 먹여 정성껏 보살피며, 자신도 사졸들과 함께 음식을 먹었다. 시일이 오래 지나자 왕전은 사람을 보내 진중을 둘러보게 하고 이렇게 물었다.

무엇을 하고 놀던가?”

대담은 이러했다.

돌 던지기와 멀리뛰기 시합을 합니다.”

왕전이 말했다.

됐다. 사졸은 이제 쓸 만하다.”

 

357 “왕이는 진나라의 뛰어난 장수이다. 지금 강한 진나라 군대로 새로 일어난 조나라를 치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그의 객이 말했다.

그렇지 않소. 무릇 세 대에 걸쳐 장군이 된 자는 반드시 싸움에서 지게 되오. 반드시 싸움에서 지는 것은 무엇 때문이겠소? 그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사람을 죽이고 쳐부순 것이 많아서 그 후손이 상서롭지 못한 기운을 받았기 때문이오. 이제 왕이는 이미 세 대째 장군이 되었소.”

그 뒤 얼마 안 가서 항우가 조나라를 도와 진나라 군대를 쳐 왕이를 사로잡았다. 왕이는 군대는 결국 제후에게 항복했다.

 

358 태사공은 말한다.

세상에 자에도 짦은 데가 있고 치에도 긴데가 있다.’ 라는 말이 있다. 백기는 적의 전력을 헤라여 날쌔게 대응하고 끈임없이 기이한 계책을 생각해 천하에 명성을 떨쳤지만, 응호와의 사이에서 생긴 근심은 없애지 못했다. 왕전은 진나라 장군이 되어 여섯 나라를 평정했다. 당시 왕전은 노련한 장수가 되어 시황제조차도 그를 스승으로 받들었다. 그러나 진나라를 보필해서 덕을 세워 천하의 근본을 튼튼하게 하지 못하고, 그럭저럭 시황제에게 아첨하여 편하게 있을 곳을 구하다가 늙어서 죽음에 이르렀다. 손자 왕이 때에 이르러 항우에게 사로잡힌 것도 마땅하지 않은가? 그들에게는 각기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14 맹자.순경 열전

 

363 태사공은 말한다.

 나는 일찍이 『맹자』라는 책을 읽다가 양나라 혜왕이 맹자에게 어떻게 하면 우리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구절에 이르러 책 읽기를 멈추고 ! 이익이란 진실로 혼란의 시작이로구나.’라고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공자가 이익에 대해서 거의 말하지 않은 것은 언제나 그 혼란의 근본 원인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공자는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한을 사는 일이 많다.’라고 했던 것이다. 천자부터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이익을 좋아하는 데서 생긴 폐해가 어찌 다르겠는가?”

 

366 추연의 학설은 다 이런 내용들이다. 그러나 그 결론을 요약하면 반드시 인의와 절약과 검소, 군주와 신하, 위와 아래, 육친六親, , , , , 자식의 사이의 일로 귀착되는데 그 시작은 너무 크고 넘친다. 왕후나 귀인들은 추연의 학설을 처음 들을 대는 몹시 놀라 감화 되는 듯하나 그 뒤로 실행할 수는 없었다.

 

368 “그러소. 내가 전에 왕을 만났을 대 왕은 말을 쫓아가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고, 그 다음에 만났을 때는 왕이 음악에 정신이 쏠려 있었소. 그래서 나는 말없이 있었소.”

 

  15 맹상군 열전

 

379 “사람이 태어날 때 그 운명을 하늘로부터 받습니까? 아니면 지게문으로부터 받습니까?”

전영이 대답하지 않자 문이 다시 말했다.

사람의 운명을 하늘에서 받는다면 아버님께서는 무엇을 걱정하십니까? 그렇지 않고 운명을 지게문에서 받는다면 지게문을 계속 높이면 그만입니다. 어느 누가 그 지게문 높이를 따라 계속 클 수 있겠습니까?”

 

380 제가 듣건대 장수의 가문에는 반드시 장수가 있고, 재상의 가문에는 반드시 재상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 아버님의 후궁들은 아름다운 비단옷을 질질 끌고 다니지만 선비들은 짧은 바지 하나 제대로 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381 맹상군이 손님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잘 대우하므로 사람들은 저마다 맹상군과 친하다고 생각하였다.

 

381 “오늘 아침 저는 밖에서 이곳으로 오는 길에 나무 인형과 흙 인형이 서로 주고받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무 인형이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너는 허물어질 거야.’라고 말하자 흙 인형이 나는 원래 흙에서 태어났으니 허물어지면 흙으로 돌아가면 그뿐이지만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너는 어디까지 떠내려가야 할지 몰라.’라고 대답했습니다.

 

397 풍환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살아 잇는 것이 반드시 죽게 되는 것은 만물의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부유하고 귀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고, 가난하고 지위가 낮으면 벗이 적어지는 것은 일의 당연한 이치입니다. 당신은 혹시 아침 일찍 시장으로 가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습니까? 새벽에는 어깨를 맞대면서 앞다투어 문으로 들어가지만 날이 저물어 시장을 지나는 사람들은 팔을 휘저으면서 시장은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이는 그들이 아침을 좋아하고 날이 저무는 것을 싫어해서가 아닙니다. 날이 저물면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물건이 시장 안에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지위를 잃자 빈객이 모두 떠나가 버렸다고 해서 선비들을 원망하여 일부러 빈객들이 오는 걸 막을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빈객들을 대우하십시오.”

맹상군은 두 번 절하고 말했다.

삼가 말씀대로 하겠소. 선생의 말씀을 들은 이상 그 가르침을 받들어 따르겠소.”

 

  16 평원군. 우경 열전

 

421 태사공은 말한다.

평원군은 새가 하늘 높이 날듯이 혼탁한 세상에서 벗어나 재능과 지혜가 있는 훌륭한 공자였다. 그러나 나라를 다스리는 큰 이치를 알지는 못했다. 속담에 이익에 사로잡히면 지혜가 흐려진다.’라고 하였다. 평원군은 풍정의 그릇된 말에 빠져 조나라 장평의 사십여 만 병사를 산 채로 매장되게 하고 한단을 거의 멸망시킬 뻔했다. 우경이 사태를 헤아리고 상황을 추측하여 조나라를 위해 꾀한 계책들은 얼마나 주도면밀했던가! 그러나 위제의 불행을 차마 볼 수 없어 결국 대량에서 고통을 받았다. 평범한 사람도 그것이 옳지 않음을 아는데 하물며 어진 우경이 몰랐으랴! 그러나 우경에게 고통과 근심이 없었다면 책을 지어 후세에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을 것이다.”

 

  17 위공자 열전

 

436 “세상일에는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있고, 도 잊어야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남이 공자에게 베푼 은덕은 잊으면 안됩니다. 그러나 공자께서 다른 사람에게 베푼 은덕은 잊으시기 바랍니다. 또 위나라 왕의 명령이라 속여 진비의 군사를 빼앗아 조나라를 구한 것은 조나라 입장에서는 공을 세운 것이지만 위나라 입장에서 보면 틀림없이 충신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공자께서는 스스로 교만해져 공로가 있다고 하시니, 이는 공자로서 취할 태도가 아닙니다.”

 

18 춘신군 열전

 

446 호랑이 두 마리가 서로 싸우면 힘이 약한 개가 그 기회를 틈타 이익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초나라와 친하게 지내는 편이 더 낫습니다. 신이 그 까닭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신은 사물은 한쪽 끝까지 가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겨울과 여름은 서로 바뀌게 마련이다. 쌓인 것이 극에 이르면 위태롭다. 바둑돌을 쌓아 올리면 무너지게 마련이다.”라고 들었습니다.

 

448 『시경』에 병사를 잘 다스리는 이는 멀리까지 가서 정벌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이것으로 보면 초나라는 진나라 편이고, 한나라와 위나라는 진나라의 적입니다. 또 『시경』에 이리저리 날뛰는 토끼도 사냥개를 만나면 잡힌다. 다른 사람이 무언가 마음에 두고 있으면 내 마음으로 그걸 헤아릴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왕께서 한나라와 위나라를 치는 도중에 한나라와 위나라가 왕께 잘한다고 믿는 것은 바로 오나라가 월나라를 믿었던 것과 같습니다. 신은 적은 용서하면 안 되고 때는 놓치면 안 된다.”라고 들었습니다. 한나라와 위나라가 말을 공손이 하여 진나라의 근심을 덜어 줄 듯이 하는 것은 사실 진나라를 속이려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진나라는 대대로 한나라와 위나라에 덕을 베푼 일이 없고 오히려 대대로 원한을 사 왔기 때문입니다.

 

 

459 춘신군이 재상이 된 지 이십오 년째 되던 해에 초나라 고열왕이 병에 걸렸다. 주영이 춘신군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생각지도 않던 복이 찾아올 수도 있고, 또 생각지도 않은 불행이 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생각지도 못한 행복과 재앙이 찾아오는 세상에 살고 있고, 기대를 걸 수 없는 군주를 섬기고 계십니다. 어찌 재앙을 막아 낼 수 있는 뜻밖의 인사를 구해 두지 않으십니까?”

 

 19 범저 . 채택 열전

 

470 옛말에도 평범한 군주는 사랑하는 자에게 상을 내리고 미워하는 자에게 벌을 주지만, 현명한 군주는 그렇지 않아 상은 반드시 공 있는 자에게 주고 형벌은 반드시 죄 있는 자에게 내린다.”라고 했습니다.

 

470 또 신은 대부분 집을 번창시킬 인재는 나라 안에서 찾고, 제후의 나라를 번창시킬 인재는 천하에서 찾는다.”라고 들었습니다. 천하에 현명한 군주가 있으면 다른 제후들이 마음대로 인재를 얻을 수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현명한 군주는 그러한 인재를 제후들로부터 빼앗아 오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의사는 환자가 죽고 사는 것을 알고, 훌륭한 군주는 일의 성공과 실패에 밝습니다. 이로우면 행하고 해로우면 버리고 의심스러우면 좀더 시험해 봅니다.

 

473 죽음이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언젠가 한 번은 반드시 죽을 몸, 죽음으로써 조금이라도 진나라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신의 가장 큰 바람인데 또 무엇을 걱정하겠습니까?

476 진나라 왕은 무릎을 꿇고 말했다.

과인의 잘못된 계책을 듣고 싶소.”

그러나 좌우에 몰래 숨어 듣는 자가 많은 눈치여서 범저는 말이 새어 나갈까 봐 나라 안의 문제는 말하지 않고 나라 밖의 문제를 말하여 진나라 왕의 태도를 살피려고 했다. 범저는 다가앉아 말했다.

 

481 , , 주 세 대가 차례로 망한 까닭도 군주가 신하에게 정권을 맡긴 채 술에 빠지거나 말을 달려 사냥에 몰두하며 정사를 돌보지 않은 탓입니다. 정권을 맡은 신하가 현명하고 능력 있는 자를 시기하여 아랫사람을 누르고 윗사람을 가리며 사사로운 욕심만 채워 군주를 위한 계책을 꾀하지 않건만 군주가 그것을 깨닫지 못하므로 나라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493 “을 바탕으로 하여 의를 지키며 도를 시행하여 덕을 베푼다면 천하에 자기 뜻을 이루는 것이고, 천하에 자기 뜻을 이루는 것이고, 천하 사람들이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존경하고 흠모하여 군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변설이 뛰어나고 지혜로운 선비가 기대하는 바 아니겠습니까?”

 

496 몸과 이름이 모두 온전한 것이 가장 훌륭하며, 이름은 남의 모법이 될 만하지만 몸을 보존하지 못한 것이 그 다음이고, 이름은 욕되어도 몸만은 온전한 것이 가장 아래입니다.”

 

498 옛날에 해가 중천에 오르면 서쪽으로 기울고, 달도 차면 기운다라고 했습니다. 만물이 왕성해지면 곧바로 쇠약해져 떨어지는 것은 천지의 변하지 않은 이치입니다. 나아가고 물러가는 것, 굽히고 펴는 것이 때에 따라 바뀌는 것은 성인의 영원한 도리입니다. 그래서 나라에 도가 시행되면 나아가서 벼슬하고, 나라에 도가 시행되지 않으면 물러나 숨어야 합니다. 성인이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면 덕이 있는 자를 만나기에 이롭다.’라고 말했고, ‘정당하게 얻지 않은 부귀는 나에게 뜬구름과 같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당신은 원한을 이미 다 갚았고 은혜도 이미 갚았습니다. 마음속으로 하고 싶던 것을 다 이루었습니다. 마음속으로 하고 싶던 것을 다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세상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잇는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당신을 위해 그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498~499 물총새, 따오기, 코뿔소, 코끼리는 그들이 사는 곳이 죽음의 위험으로부터 그리 멀리 벗어나 있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하늘에서 내려준 수명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잡혀 죽는 까닭은 먹이를 탐하는 욕심에 이끌리기 때문입니다.

 

499 성인은 예의를 만들어 욕심을 누르고, 백성으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데도 한도를 두었고, 백성을 부리는 데도 농사철이 아닌 때를 골라 일을 시키는 등 제한을 두었습니다. 생각은 지나치지 않고 행동은 교만하지 않으며 언제나 도를 지켜 어긋남이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천하 사람들이 그를 끊임없이 본받아 이어 갔던 것입니다.

 

499 이는 모두 최고에 이르렀을 때 본연의 도리로 돌아오지 않고 자신을 낮추어 겸손하지 않으면 절제할 줄 모른 데서 생긴 재앙입니다.

 

503 『역경』에 높이 올라간 용에게는 뉘우칠 날이 있다.’라고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오르기만 하고 내려갈 줄 모르며, 펴기만 하고 굽힐 줄 모르고, 가기만 하고 돌아올 줄 모르는 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504 “한비자가 소매가 길어야 춤을 잘 추고, 돈이 많아야 장사를 잘 할 수 있다.’라고 했는데 진실로 옳은 말이다.

 

 20 악의 열전

 

516 신이 듣건대 옛 군자는 사람과 교제를 끊더라도 그 사람의 단점을 말하지 않고, 충신은 그 나라를 떠나더라도 자기 결백을 밝히려고 군주에게 허물을 돌리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신은 영리하지는 못하지만 자주 군자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다만 왕을 모시는 신하들이 주위 사람들의 말을 가까이하여 멀리 내쳐진 신의 행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할까 염려되어 감히 글을 올려 말씀드립니다. 부디 군왕께서 신의 뜻을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21 염파 . 인상여 열전

 

530 “신 상여와 왕 사이는 다섯 걸음도 못 됩니다. 신은 목의 피를 왕께 뿌려서라도 요청할 것입니다.”

 

532 상여가 말했다.

저 진나라 왕의 위세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궁정에서 꾸짖고 그 신하들을 부끄럽게 만들었소. 내가 아무리 어리석기로 염 장군을 겁내겠소? 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건대 강한 진나라가 감히 조나라를 치지 못하는 까닭은 나와 염파 두 사람이 있기 때문이오. 만일 지금 호랑이 두 마리가 어울려서 싸우면 결국은 둘 다 살지 못할 것이오. 내가 염파를 피하는 까닭은 나라의 위급함을 먼저 생각하고 사사로운 원망을 뒤로하기 때문이오.”

염파는 이 말을 듣고 웃웃을 벗고 가시 채찍을 등에 짊어지고 빈객으로서 인상여의 문 앞에 이르러 사죄하며 말했다.

비천한 저는 상경께서 이토록 너그러우신 줄 몰랐습니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 화해하고 죽음을 같이하기로 약속한 벗이 되었다.

 

539 조괄의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예전에 제가 조괄의 아버지를 모실 때, 그 무렵 제 아들의 아버지는 장군이었습니다. 그가 직접 먹여 살리는 이가 수십 명이고, 벗이 된 사람은 수백 명이나 되었습니다. 왕이나 종실에서 상으로 내려준 물품은 모두 군대의 벼슬아치나 사대부에게 주고, 출전 명령을 받으면 그날부터 집안일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아들은 하루아침에 장군이 되어 동쪽을 향해 앉아서 부하들의 인사를 받게 되었지만 군대의 벼슬아치 가운데 누구 하나 제 아들을 존경하여 우러러보는 이가 없습니다. 왕께서 내려 주신 돈과 비단을 가지고 돌아와 자기 집에 감추어 두고 날마다 이익이 될 많나 땅이나 집을 둘러보았다가 그것들을 사들입니다. 왕께서는 어찌 그 아버지와 같으리라 생각하십니까? 아버지와 자식은 마음 씀씀이부터 다릅니다. 부디 왕께서는 제 아들을 보내지 마십시오.”

 

541 “! 당신은 어쩌면 그렇게도 판단이 더딥니까? 대체로 천하 사람들은 시장에서 이익을 좇는 것처럼 사귑니다. 당신에게 권세가 있으면 따르고 권세가 없어지면 떠나갑니다. 이것은 진실로 당연한 이치인데 무엇을 원망하십니까?”

 

545 태사공은 말한다.

죽음을 알면 반드시 용기가 솟아나게 된다. 죽는 것 그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고 죽음에 대처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인상여가 화씨벽을 돌려받고 기둥을 노려볼 때라든지 진나라 왕 주위에 있던 신하들을 꾸짖을 때 그 형세는 기껏해야 죽음뿐이었다. 선비 중에 어떤 이는 겁을 집어먹고 감히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상여가 한 번 용기를 내자 그 위세가 상대편 나라까지 떨쳤고, 물러나 고국으로 돌아와서는 염파에게 겸손히 양보하니 그 이름은 태산처럼 무거워졌다. 인상여는 지혜와 용기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22 전단 열전

 

552 전단은 이제 병사들이 싸울 만하게 되었음을 알고 몸소 널판과 삽을 들고 병졸들과 똑같이 일하였다. 또한 아내와 첩까지 군대 속에 끼워 넣고 음식을 있는 대로 풀어 병사들을 먹였다. 그러고 나서 무장한 병사들은 모두 숨게 하고 노약자와 부녀자들만 성 위로 오르게 한 뒤, 사신을 보내 연나라에 항복한다고 약속하였다. 이 말을 듣자 연나라 군사는 모두 만세를 불렀다.

 

 

554 태사공은 말한다.

용벙의 도는 정공법으로 싸우고, 기이한 계책으로 (허를 찔러) 이기근 것이다.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기이한 계책을 무궁무진하게 낸다. 기이한 계책과 정고업이 서로 어우러져 쓰이는 것은 마치 끝이 없는 둥근 고리 같다. 대체로 기이한 병법은 처음엔 처녀처럼 약하게 보여 적군이 (얕잡아 보고) 문을 열어 두게 하지만, 나중에는 그물을 벗어난 토끼처럼 날래져서 적이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다. 이는 전단의 용병법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23 노중련 . 추양 열전

 

565 지금 진나라는 만승의 나라이고, 위나라도 만승의 나라입니다. 다 같이 만승의 나라를 거느리고 각각 왕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다 같이 만승의 나라를 거느리고 각각 왕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나라는 진나라가 한 번 싸워 이기는 것을 보고 진나라에 복종하여 진나라 왕을 제라 부르려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삼진의 대신들을 추나라와 노나라의 하인이나 첩만도 못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또한 만약 진나라의 욕망이 제라고 일컫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면 제후국의 대신들을 마음대로 갈아 치울 것입니다. 그들은 못마땅한 사람들의 벼슬을 빼앗아 어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주며, 미워하는 사람들의 자리를 빼앗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줄 것입니다. 또한 그들은 진나라 왕의 딸과 천한 계집들을 제후들의 부인이나 첩으로 만들어 위나라 궁궐에 살게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위나라 왕이 어찌 편안하겠습니까? 장군은 또 무엇으로 지금처럼 남다른 사랑과 신임을 받겠습니까?”

 

566 “천하에서 선비가 귀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다른 사람의 걱정거리를 덜어 주고 재앙을 없애 주며 다툼을 풀어 주고도 보상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일 보상을 받는다면 이것은 장사꾼의 행위입니다.

 

569 또한 제가 듣건대 작은 예절에 얽매이는 사람은 영화로운 이름을 이룰 수 없고, 작은 치욕을 마다하는 사람은 큰 공을 세울 수 없다고 합니다.

 

571 “나는 부귀로우면서 남에게 얽매여 사느니 차라리 가난할망정 세상을 가볍게 내 맘대로 살리라!”

 

573 속담에 젊을 때부터 흰머리가 되도록 사귀었으면서도 새로 사귄 듯한 이가 있는가 하면, 길에서 우연히 만나 잠깐 이야기하고도 옛날부터 사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바로 상대방의 마음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입니다.

 

576 여러 사람 입은 무쇠라도 녹일 수 있고, 헐뜯는 말이 쌓이고 쌓이면 뼈라도 녹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4 굴원. 가생 열전

 

585 굴원은 왕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는 데 밝지 못하고 헐뜯고 아첨하는 말이 군주의 밝음을 가로막으며, 흉악하고 비뚤어진 말이 공경함을 해치고, 단아하고 올곧은 사람이 쓰임을 받지 못하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근심하며 깊이 사색에 잠겨 이소를 지었다.

이소걱정스러운 일을 만난다.’라는 뜻이다. 무릇 하늘은 사람의 시작이며 부모는 사람의 근본이다. 사람은 곤궁해지면 근본을 돌아본다. 그러므로 힘들고 곤궁할 때 하늘을 찾지 않는 이가 없고, 질병과 고통과 참담한일이 있으면 부모를 찾지 않는 이가 없다. 굴원은 도리에 맞게 행동하고 충성을 다하고 지혜를 다하여 군주를 섬겼지만 헐뜯는 사람의 이간질로 곤궁해졌다고 할 수 있다. 신의를 지켰으나 의심을 받고, 충성을 다했으나 비방을 받는다면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굴원이 「이소」를 지은 것은 이처럼 분통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586 그 글은 간결하고 그 문장은 미묘하며, 그 뜻은 고결하고 그 행동은 청렴하다. 그 문장은 사소한 것을 적었지만 담은 뜻은 매우 크며, 눈앞에 흔히 보이는 사물을 인용했지만 그 뜻은 높고 깊다. 그 뜻이 고결하므로 비유로 든 사물마다 향기를 뿜어내고, 그 행동이 청렴하므로 죽을 때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흙 속에서 뒹굴다 더러워지자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씻어 내고, 먼지 쌓인 속세 밖으로 헤쳐 나와서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았다. 그는 (연꽃처럼) 깨끗하여 진흙 속에 있으면서도 더러워지지 않은 사람이다. 이렇나 그의 지조는 해와 달과 그 빛을 다툴 만하다.

 

590 회왕은 충신과 그렇지 않은 신하를 구분할 줄 몰라서 안으로는 정수에게 미혹되고 밖으로는 장의에게 속았으며, 굴원을 멀리하고 상관 대부와 영윤 자란을 믿었다. 그래서 군대가 꺼이고 군 여섯 개를 잃어 땅이 줄어들었으며, 진나라에서 객사하여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는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서 생긴 재앙이다. 『역경』에 우물물이 흐렸다가 맑아져도 마시지 않으니 내 마음이 슬프구나. 이 물을 길어 갈 수는 있다. 왕이 현명하면 모든 사람이 그 복들 받는다.”라고 하였다. 왕이 현명하지 않은데 어찌 복이 있겠는가!”

 

591 굴원이 대답했다.

온 세상이 혼탁한데 나 홀로 깨끗하고 모든 사람이 다 취했는데 나 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소.”

어부가 물었다.

대체로 성인이란 물질에 구애받지 않고 속세의 변화를 따를 수 없다고 합니다. 온 세상이 혼탁하다면 왜 그흐름을 따라 그 물결을 타지 않으십니까? 모든 사람이 취해 있다면 왜 그 지게미를 먹거나 그 밑술을 마셔 함께 취하지 않으십니까? 어찌하여 아름다운 옥처럼 고결한 뜻을 가졌으면서 스스로 내쫓기는 일을 하셨습니까?”

 

591 “내가 듣건대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관의 먼지를 털어서 쓰고, 새로 목욕을 한 사람은 반드시 옷의 티끌을 털어서 입는다고 하였소. 사람이라면 또 그 누가 자신의 깨끗한 몸에 더러운 때를 묻히려 하겠소? 차라리 강물에 몸을 던져 물고기 뱃속에서 장사를 지내는 게 낫지, 또 어찌 깨끗한 몸으로 속세의 더러운 티끌을 뒤집어쓰겠소!”

 

599 그만두자꾸나!

    나라가 나를 알아주지 않으니

    홀로 답답한 마음 누구에게 말하랴!

    봉황새는 훨훨 날아 높이 갔네

    스스로 날갯짓하며 멀리 가 버렸네.

    깊은 연못 속 신룡은

    깊숙이 잠겨 스스로 제 몸을 소중히 한다네.

    밝은 빛 마다하고 숨어 지낼 뿐

    어찌 개미, 거머리, 지렁이와 놀랴?

    성인의 신덕을 소중히 여기고

    탁한 세상 멀리하여 스스로 숨네.

    준마도 고삐를 매어 지게 한다면

    어찌 개미, 거머리, 지렁이와 놀랴?

    성인의 신덕을 소중히 여기고

    탁한 세상 멀리하여 스스로 숨네.

    준마도 고삐를 매어 지게 한다면

    어찌 개나 양과 다르다 하랴!

    어지러운 세상에서 머뭇거리다 재앙 받는 것,

    또한 선생의 허물이로다!

    천하를 두루 둘러보고 어진 임금 돕지 않고

    어찌 이 나라만 고집했는가?

    봉황새는 천 길 높이 하늘 위로 날다가

    덕이 밝게 빛나는 것 보면 내려오지만,

    작은 덕에서 험난한 징조를 보면

    날개를 쳐 멀리 날아간다.

    저 작은 못이나 도랑이

    어찌 배를 삼킬만한 물고기를 받아들일 수 있으랴?

    강과 호수를 가로지르는 큰 물고기도

    정녕 땅강아지와 개미에게 제압당하는구나!

 

602 만물은 변하며

    진실로 쉼이 없다.

    돌아 흘러서 옮겨 가고

    또는 밀어서 돌아간다.

    형체와 기운이 끊임없이 도니

    변하고 진화하는 것 매미와 같네.

    그 깊은 이치 끝이 없는데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으리!

    재앙이란 복이 의지하는 곳이고

    복이란 재앙이 숨어 있는 곳이라.

    근심과 기쁨은 같은 문으로 모이고

    길함과 흉함은 한곳에 있네.

 

603 재앙과 복이

    어찌 꼬인 새끼줄과 다르랴!

    천명이란 말할 수 없는 것

    누가 그 끝을 알랴!

    물은 부딪치면 빨라지고

    화살은 힘을 받으면 멀리 가는구나.

    만물은 돌고 돌아 서로 부딪치고

    진동하며 변하네.

    수증기가 올라가 구름 되고

    구름이 모여 비 되니

    구름이 모여 비 되니

    얽히고 설켜 서로 흐트러진다.

    조화의 신이 만물 만드는 일은

    넓고 커서 끝이 없다네.

    하늘의 이치 예측할 수 없고

    도는 미리 꾸밀 수 없도다.

    수명에는 길고 짧음 정해져 있는데

    어찌 그때를 알 수 있으리!

 

605 저 천지는 화로요,

    조물주는 장인이라.

    음양은 숯이며

    만물은 구리라.

    모이고 흩어지고 줄었다 늘었다 하는 데

    어찌 일정한 법칙이 있으랴!

    천 번 변하고 만 번 바뀐들

    애당초 그 끝은 없는 법.

    우연히 사람 되었어도

    어찌 삶에 연연하리!
   
귀신이 된다 하여

    또 어찌 슬퍼하리!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기만 생각하고

    남을 낮추고 자기를 귀하다 하네.

    통달한 사람은 넓게 보고

    무슨 물건이건 한결같이 보네.

    탐욕스러운 사람은 재물을 위하여 죽고

    열사는 이름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법.

    권세를 뽐내는 자는 권세 때문에 죽고

    평범한 사람은 삶에만 매달리지.

    이익에 유혹되고 가난에 쫓기는 무리는

    이리저리 바삐 뛰어다니네.

    성인은 사물에 굽히지 않고

    수많은 변화를 만나도 한결같다네.

    세속 일에 구애받는 사람은

]   우리 속에 갇힌 죄수 같도다.

    지극한 덕을 지닌 사람은 만물을 버리고

    홀로 도와 함께 하누나.

    많은 사람 미혹에 빠져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 가슴속에 쌓지만

    진실한 사람은 담박하고 적막해서

    홀로 도와 더불어 사는도다.

    지혜와 형체를 버리고

    초연히 죽은 듯이 하는구나.

    조용하고 넓은 황홀한 세계에서

    큰 도와 더불어 나는 도다.

    흐름을 타면 흘러가고

    모랫벌에 닿으면 멈춘다네.

    몸을 자유롭게 천명에 맡기고

    자기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네.

    살아 있으면 떠 있는 것 같고

    죽으면 쉬는 것과 같네.

    심연의 고요함처럼 담담하고

    메이지 않은 배처럼 떠 있네.

    살아도 스스로 귀중히 여기지 않고

    공허한 마음을 길러서 유유자작한다네.

    덕 있는 사람은 얽매임이 없고

    천명을 알아 근심이 없으니

    하찮은 일이야

    어찌 걱정하겠는가!

 

607 「복조부」를 읽으니 그는 삼과 죽음을 한가지로 보고 벼슬에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을 가볍게 여겼으니, 나는 마음에 깨달은 바 있어 상쾌해지며 스스로 잘못 살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25 여불위 열전

 

622 『논어』 「안연」편의 소문이란 겉으로는 인덕을 좋아하는 듯하지만 실제 행동은 오히려 그렇지 못하고, 스스로 어진 사람이라고 여기며 살면서도 그에 대한 의혹이 없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관리가 될 때도 거짓으로 명성을 취하고, 집에 있을 때도 거짓으로 명성을 취한다.”라는 구절에서 나온다. 이 말은 마융이 말한 바와 같이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사람을 뜻한다.

 

  26 자객 열전

 

626 환공이 화를 내며 그 약속을 어기려고 하니 관중이 이렇게 말했다.

약속을 어기면 안 됩니다. 작은 이익을 탐하는 것으로 스스로 만족하신다면 제후들의 신뢰를 잃고 천하 각국의 지지를 잃게 됩니다. 그러니 약속대로 땅을 돌려주시는 편이 낫습니다.”

그래서 환공은 마침내 노나라로부터 빼앗은 땅을 돌려주게 되었다. 조말은 세 차례 싸움에서 잃은 땅을 모두 노나라에 되찾아 주었다.

 

638 어쩌겠습니까! 선비는 본래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고 합니다. 섭정은 제가 사아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을 훼손 시켜 이 일에 연루되지 않게 하려고 한 것입니다. 어찌 제게 닥칠 죽음이 두려워 동생의 장한 이름을 없앨 수 있겠습니까?”

 

642 “대체로 위태로운 일을 하면서 안전함을 찾고 재앙을 만들면서 복을 구하려고 한다면 계책은 얕아지고 원망만 깊어질 뿐입니다

 

645 전광이 말했다.

내가 듣건데 나이 들고 덕 있는 사람은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의심을 품게 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태자께서는 내게 우리가 말한 것은 나라의 큰일이니 선생께서는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태자가 나를 의심을 사는 것은 절개 있고 의협심 있는 사람의 행동이 아닙니다.”

전광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형경을 격려하려는 생각으로 이렇게 말했다.

  부디 빨리 태자를 찾아가 전광은 이미 죽었다고 말하여 일이 새나갈 염려가 없음을 분명히 해 주십시오.”

그리고 전광은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형가는 곧바로 태자를 찾아가 전광의 죽음을 알리고 그의말을 전하였다. 태자는 두 번 절하고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렸다.

 

27 이사 열전

 

661 “사람이 어질다거나 못났다고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이런 쥐와 같아서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 달렸을 뿐이구나.”

 

666 신이 듣건대 땅이 넓으면 곡식이 많이 나고, 나라가 크면 인구가 많으며, 군대가 강하면 병사도 용감하다.”라고 합니다. 태산은 흙 한 줌도 양보하지 않으므로 그렇게 깊어질 수 있었습니다. 왕은 어떠한 백성이라도 물리치지 않아야 자신의 덕을 천하에 밝힐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땅에는 사방의 구분이 없고 백성에게는 다른 나라의 차별이 없으며, 사계절이 조화되어 아름답고, 귀신은 복을 내립니다. 이것이 오제와 삼왕에게 적이 없었던 까닭입니다.

 

669 시황제는 그 제안을 옳다고 여겨 『시경』, 『서경』, 제자백가의 책을 몰수하고 모든 백성을 어리석게 만들어 천하에 그 누구도 옛것을 끌어들여 지금 세상을 비판하지 못하게 했다. 법률과 제도를 밝히고 율령을 만드는 일은 모두 시황제 때에 처음 생겼다. 문자를 통일하고 천하의 이곳저곳에 이궁(황제가 각 지역을 순시할 때 머무는곳)과 별장을 두루 지었다. 그 이듬해에는 세상을 돌아보고 사방의 오랑캐족을 나라 밖으로 쫓아냈는데, 이 모든 일은 이사의 힘으로 가능했다.

 

675 “편안한 것을 위험으로 돌릴 수도 있고 위험한 것을 편안한 것으로 돌릴 수도 있습니다. 편안하고 위험한 것을 결정하지 못한다면 어찌 승상을 성인의 지혜를 가진 분으로 존중하겠습니까?”

 

684 한비자는 자애로운 어머니에게는 집안을 망치는 자식이 있지만 엄격한 가정에는 거스르는 종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런 말을 했겠습니까? 잘못을 하면 반드시 벌을 주기 때문입니다.

 

692 “, 슬프구나! 도리를 모르는 군주를 위하여 무슨 계책을 세울 수 있겠는가? 옛날 하나라 걸왕은 관용봉을 죽이고, 은나라 주왕은 왕자 비간을 죽이고, 오나라 왕 부차는 오자서를 죽였다. 이 세 신하가 어찌 총명하지 않았을까마는 죽음을 면치 못나 겪은 충성을 다한 군주가 도리를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 내 지혜는 세 사람만 못하고 2세 황제의 무도함은 걸왕, 주왕, 부차보다도 더하니 내가 충성하였기 때문에 죽는 것은 당연하다. 장차 2세 황제의 다스림이 어찌 어지럽지 않으랴!

 

  28 몽염 열전

 

711 태사공은 말한다.

나는 북쪽 변방 지역에 갔다가 지름길로 돌아왔다. 길을 가면서 몽염이 진나라를 위해 쌓은 장성의 요새를 보니, 산악을 깍고 계곡을 메워 지름길로 통하게 했으니 진실로 백성의 힘을 가벼이 여긴 것이 분명하다.

 

 29 장이 . 진여 열전

 

725 “공께서는 이 두 사람이 바라는게 무엇인지 모르시는군요. 저 무신과 장이와 진여는 말채찍을 흔드는 것만으로 조나라 성을 수십 개나 차지했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왕 노릇을 하고자 합니다.

그들이 어찌 경상이 되어 몸을 마치는 데 만족하겠습니까?

 

730 “제가 듣건데 하늘이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그 재앙을 받는다.’라고 합니다. 지금 진 장군께서 당신에게 장군의 인수를 주셨는데, 당신이 받지 않는 것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으로 상서롭지 못하니 서둘러 받으십시오.”

 

738 태사공은 말한다.

장이와 진여는 어진 사람으로 세상에 알려졌으며, 그들의 빈객과 종들까지도 천하의 준걸이 아닌 이가 없어서 제각기 살고 있는 나라에서 경상의 자리를 얻었다. 장이와 진여가 처음에 빈궁할 때에는 서로 죽음을 무릅쓰고 신의를 지켰으니, 어찌 서로 돌아보고 의심하는 일이 있었겠는가? 그러나 그들이 나라를 움켜쥐고 권력을 다투게 되자 마침내 서로를 멸망시켰다. 예전에는 서로 앙모하고 신뢰함에 성의를 다하더니 나중에는 서로 배반하고 사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였으니 이것은 어찌 된 일인가? 그들이 권세와 이익만 좇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비록 명예가 높고 빈객이 많았다 해도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태백이나 연릉의 계자와는 상황이 서로 다르다고 하겠다.”

 

  29 위표 . 팽월 열전

751 지략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자들이지만 오직 자기 몸을 보존하지 못하는 것만 걱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물이 증발하여 구름이 되고 뱀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 가는 것처럼 때를 만나 자신들의 뜻을 펼쳐 보려고 했기 때문에 갇히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31 경포열전

 

768 “영포는 본래 여산의 무리로서 자기 힘으로 만승의 군주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한 일이지 뒷날을 생각하고 백성 만대의 이익을 위해 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낮은 계책을 쓸 것이라고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32 회음후열전

 

776 “네놈이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나를 찌르고, 죽음을 두려워하면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 나가라.”

이때 한신은 그를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몸을 구부려 가랑이 밑으로 기어 나갔다. 이 일로 해서 시장 사람들이 한결같이 한신을 겁쟁이라고 비웃었다.

 

779 한나라 왕이 한신을 불러 대장으로 삼으려 했다. 그러자 소하는 이렇게 말했다.

왕께서는 본래 오만하여 예를 차리지 않으십니다. 지금 대장을 임명하는데 어린아이를 부르는 것처럼 하시니, 이것이 바로 한신을 떠나게 한 까닭입니다. 왕께서 그를 대장으로 삼으시려면 좋은 날을 택하여 재계하고 단장(장수를 임명하는 곳)을 설치하여 예를 갖추어야 합니다.”

 

785 “내가 듣건대 병법에 의하면 병력이 열 배가 되면 적을 포위하고 두 배가 되면 싸우라.’라고 했소. 지금 한신의 군사는 말로는 수만 명이나 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수천 명에 지나지 않소. 그것도 1000리나 되는 먼 길을 와서 우리를 치니 역시 지칠 대로 지쳐 있을 것이오. 지금 이러한 적을 피하고 치지 않는다면 앞으로 큰 적들이 쳐들어올 때는 어떻게 대처하겠소? 그렇게 되면 제후들은 우리를 겁쟁이로 여겨 쉽게 쳐들어올 것이오.”

 

789 “제가 듣건대 싸움에서 진 장수는 무용을 말할 수 없고, 멸망한 나라의 대부는 나라를 존속시키는 일을 말할 수 없다.’라고 합니다. 지금 저는 싸움에서 지고 나라를 멸망하게 만든 포로에 불과한데 어떻게 그렇나 큰일을 꾀할 수 있겠습니까?”

 

789 “제가 듣기로 지혜로운 사람도 천 번 생각하면 한 번 실수가 있고, 어리석은 사람도 천 번 생각하면 한 번은 얻는 경우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798 “귀하가 되느냐 천하게 되느냐는 골법에 달려 있고, 근심이 생기느냐 기쁨이 생기느냐는 얼굴 모양과 빛깔에 달려 있으며, 성공과 실패는 결단력에 달려 있습니다. 이런 것을 참고하여 판단하면 만의 하나도 어긋남이 없습니다.”

 

802 들짐승이 다 없어지면 사냥개는 삶아 먹히게 마련입니다. (당신과 한나라 와의 관계는)교분으로 보면 장이가 성안군이 친한 것에 미치지 못하며, 충성과 믿음으로 보면 대부 종과 범려가 구천에게 한 것보다 못합니다. 이 두 가지 일은 거울로 삼을 만합니다.

 

803 “원래 남의 의견을 듣는 것은 일의 성공과 실패의 조짐이며,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일의 성공과 실패의 기틀이 됩니다. 진언을 잘못 받아들여 계책에 실패하고도 오래도록 편안한 이는 드뭅니다. 진언을 분별하는 데 한두 가지도 실수하지 않으면 말로도 어지럽힐 수 없고, 계책이 처음과 끝을 일지 않으면 교묘한 말로 분란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

 

811 만약 한신이 도리를 배워 겸양한 태도로 자기 공로를 뽐내지 않고 자기 능력을 자랑하지 않았다면 한나라에 대한 공훈은 주공, 소공, 태공망 등에 비할 수 있고 후세에 사당에서 제사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되려고 힘쓰지 않고 천하가 이미 안정된 뒤에 반역을 꾀했으니 온 집안이 멸망한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33 한신 . 노관 열전

 

821 폐하께서 저를 평민들 중에서 뽑아 남면하여 고라고 일컫게 해 주셨으니 이는 행운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형양 싸움에서 죽지 못하고 항적에게 사로잡혔으니 이는 저의 첫 번째 죄입니다. 흉노가 마읍으로 쳐 들어왔을 때 저는 굳게 지키지 못하고 성을 내주고 항복하였으니 이것이 두 번째 죄입니다. 지금은 도리어 오랑캐를 위하여 군대를 이끌고 한나라 장군과 대항하며 한순간의 목숨을 다투게 되었으니 이것이 세 번째 죄입니다.

 

831 태사공은 말한다.

한신과 노관은 본래 대대로 덕을 쌓고 착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한순간의 권모술수로 벼슬을 얻고 간사함으로 공을 이루었다. 한나라가 천하를 막 평정했을 때 만났으므로 땅을 갈라 받고 남쪽을 바라보며 고라고 일컬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라 안으로는 지나치게 강해지고 커졌다는 의심을 받았고, 나라 밖으로는 흉노를 원조자로 믿고 기댔으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조정과 멀어지고 자신들까지 위태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34 전담 열전

 

843 그러나 장례가 끝나자마자, 두 빈객은 무덤 곁에 구덩이를 파고 모두 스스로 목을 베고 거꾸로 처박혀 전횡을 따라 죽었다. 고제는 이 소식을 듣고 몹시 놀라며 전횡의 빈객이 모두 어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였다. 또 그 나머지 500명이 여전히 바다 가운데에 있다고 들었으므로 사신을 시켜 불러 오게 했다. 사자가 그곳에 이르러 전횡의 죽음을 알리자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로써 전횡 형제가 선비들의 마음을 얻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35 . . . 관 열전

 

850 “신은 죽음도 사양하지 않는데 어찌 술 한잔을 사양하겠습니까? 패공께서는 먼저 관중으로 들어와 함양을 평정한 뒤 패상에서 병사들을 노숙시키며 왕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왕께서는 오늘에 이르러 소인배의 말만 듣고 패공과 틈을 만드셨습니다. 신은 이 일로 천하가 분열되고 사람들이 왕을 의심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860 한나라 왕은 형세가 불리해지자 달아나다가 두 자식 효혜와 노원을 발견하고 수레에 태웠다. 그러나 한나라 왕은 말이 지치고 적이 뒤쫓아 와 사태가 급해지자 두 아이를 발로 차서 수레 밖으로 떨어뜨리려 하였다. 하지만 하후영은 그때마다 그들을 수레 아래에서 끌어올리고 천천히 가면서 두 아이가 자기 목을 끌어안게 했다. 한나라 왕은 몹시 화가 나 도중에 하후영의 목을 십여 차례나 베려고 하였으나, 마침내 탈출하여 효혜와 노원을 풍으로 데려다 주었다.

 

869 태사공은 말한다.

  내가 풍현과 패현으로 가서 진나라 때부터 살아온 그곳 노인들을 찾아 소하, 조참, 번쾌, 등공의 옛집과 그들의 평소 사람됨을 물어보았는데 세상에 전해지는 것과는 달랐다. 그들이 칼을 휘두르고 개를 잡고 비단을 팔 때, 어찌 파리가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천 리를 가듯이 한나라 고조를 만나 한나라 조정에 이름을 날리고 자손들에게까지 은덕을 내리게 될 줄 알겠는가? 나는 번타광과 교분이 있었는데, 그는 나에게 고조의 공신들이 처음 일어날 때 상황을 이와 같이 들려주었다.   

 

 

■ 내가 저자라면

 

<사기열전> <사기>라는 역사책 중에서 여러 사람의 전기를 쓴 부분을 말한다. <사기>는 본기, , , 세가, 열전이라는 5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30권을 포함하고 있다. 그 중에서 <사기열전> 70권의 영웅들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본기는 역대 황제의 업적을 중심으로 역사를 기록한 것이고, 표는 역사적 사건을 연대순으로 정리한 연표에 해당한다. 서는 의례, 음악, 천문 등 여러 문물 제도를 다룬 것이고, 세가는 제후국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열전은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쓰여져 있는데, 그리스 영웅들과 로마의 영웅을 비교하여 쓴 <플라타르코스 영웅전>보다 다양한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풀루타르코스 영웅전>이 주로 정치가들이나 군인을 다루는 데 비해 <사기열전>에서는 재상이나 장군, 충신들 외에도 다양한 직업을 가진 영웅들이 등장한다.

<사기열전> 70편의 이름은 보면, 그 열전 안에 나오는 대표적인 인물을 따서 붙였지만, 대개는 사람 이름이며, 관혹 관직의 이름을 쓴 경우도 있다. 한 열전에는 보통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열전 안에 보통 10명 내외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중니 제자열전>에는 공자의 제자가 77, <유림열전>에는 유학자가 53명이 나오기도 한다. 성격이 비슷한 인물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정반대의 인물들을 서로 비교하면서 주인공의 심리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사마천은 인물 중심의 역사를 대화체 형식으로 풀어냈는데, 꼭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처럼 재미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이야기 속에 사마천의 인간과 역사에 대한 생각이 흐르고 있어, 인생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사기열전>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일단 그 두께에 선택을 망설이게 된다. 처음에는 익숙한 주인공들이 등장하지만, 어려운 이름들의 반복과 각 열전들이 연결되지 않고 끊어지는 흐름 때문에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각각의 열전들을 하나씩 깊이 있게 들여다 보기 위해서는 <사기>중에 '본가', '', '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제후국의 여러 사건들을 시간적, 공간적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책이기 때문이다. 어떤 작가는 <사기열전>에 수록된 '화식열전'에서 얻는 영감으로 <사기>가 전하는 경영의 지혜를 책으로 썼다. 나 또한 작가라면, <사기열전>의 내용들을 다시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쓰는 방대한 작업보다는 하나의 열전에 담겨있는 의미를 거듭 음미해가면서 나와 어울리는 주제를 뽑아내고 싶다. 예를 들어, 손님 대접하기 힘써 재상이 되어 나라살림까지 맡게 된 '맹상군 열전'이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남에게 빌붙고, 심지어는 건달들의 가랑이 밑으로 기어가는 치욕을 견뎌내어 후에는 영주에 자리까지 오른 한신의 이야기인 '회음후열전'이 인상 깊었다. 

'맹상군열전'는 현재 나의 업무 중에 하나인 고객관리에 도움이 되는 지혜와 통찰이 담겨져 있다. 맹상군은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아버지의 버림을 받았지만, 어머니가 몰래 키워 어진 선비로 자라게 된다. 아버지는 맹상군을 통해 자신의 삶을 뒤돌아본다. 자신의 ''만 쌓아 둔 것을 뉘우치고, 후진양성을 통해 나라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 자신의 본분임을 크게 깨닫는다. 그리하여 나라의 힘이 될 인재들을 불러 모으기로 결심하고, 식객 접대하는 일을 맹상군에게 맡기게 된다. 맹상군은 모든 식객을 평등하게 대했으며, 심지어는 개처럼 도둑질하는 사람, 닭 우는 소리를 내는 사람등 타인들이 볼 때 보잘것 없는 사람들도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에게는 사람을 보는 안목과 사람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열전에는 사람에 대한 안목과 배려라는 덕목을 나의 주제로 끌어낼 수 있었다.

'회음후열전'에 나오는 한신의 젊은 시절의 삶은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폐수처리장에서 일하면서 분뇨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거나 차에서 내릴 때면 사람들의 곱지 않는 시선을 느껴졌다. 하지만, 한신은 알아 주는 사람이 없고, 눈칫밥을 먹더라도 자신의 꿈과 기개를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를 인정해 준 유방에 대한 믿음과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는데 큰 공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괴통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능력만 믿고 뽐내다가 후회를 하게 된다. 이 열전에서는 고통스런 삶 속에서 꿈을 버리지 않는 인내와 굴욕을 참아내는 당당함, 그리고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의 덕목을 주제로 끌어낼 수 있었다.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속에 이러한 소중한 덕목들이 담긴 문구들을 담고 싶다. 어쩌면 그 덕목들이 하나의 주제로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렇기 위해서는 현재의 삶도 <사기열전>에 나오는 영웅들처럼 학문에 힘쓰고, 사람들에게 겸손하고, 모든 일에 지나침 없이 주변을 둘러보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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