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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3일 11시 45분 등록

<사기열전-사마천>

1 저자에 대하여

http://cfile10.uf.tistory.com/original/275DC141534B04791C11CB

<사마천의 생애 BC145~BC90년경>

BC145년에 출생하여 BC90년경에 사망하였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사마천하면 사기와 궁형이 떠오른다. 궁형을 당했기에 초상화마다 수염이 없다고 한다. <사기>의 본래 이름은 <태사공서>. 태사(太史)는 천문 관측 및 그에 따른 일력(日歷)을 책정하고, 천지의 신을 제사 지내는 데 필요한 각종 의례 준비 등을 담당하는 관직명을 말한다. 그러니 당연히 역사기록 등을 볼 기회가 많았을 것이다. 사마천의 집안은 원래는 군관 집안이었으나 아버지 사마담때부터 역사의 기록을 담당하는 사관이 되었다고 한다.

사마천은 어린 시절 고향에서 목축 등의 일을 직접 했고, 열 살 때 고문(古文)을 암송했으며, 스무 살 때엔 홀로 천하를 여행하기도 했다. 이 시대에 이런 행적을 갖는다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마천은 우임금의 발자취를 탐사하고, 북으로는 제나라와 노나라 수도에서 공자 흔적을 쫓아 학문을 닦았으며, 여행 도중 갖가지 위협과 곤궁함을 겪기도 하면서, 양나라와 초나라를 거쳐 수년에 걸친 답파를 하였다. 관직에 나아가서는 황제의 경호원 격인 낭중이 되어 칙명에 의해 서쪽 파땅과 촉땅 남쪽을 정벌하고, 서남쪽 공 곤명 등을 공략하고 돌아온다. 평생에 걸쳐 사마천이 돌아다닌 천하는 지금 현재의 중국 전역에 필적했던 한무제 시절의 전역과 비슷했다. 나도 남자로 태어났으면 하늘을 지붕 삼아 유랑을 일삼았을 것 같다.

사마천의 부친 사마담은 한 무제가 주관하는 봉선의식에 참석을 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그러나 봉선에 참가하고자 하는 관리들이 너무 많아 하급 관리들은 소외 되었다. 봉선은 태산의 산정에 올라 토단을 쌓고 천신인 태일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이었다. 사마담은 하급 관리였으므로 봉선의식에 참석을 하지 못했는데 그것이 병이 되었다. 병이 깊어진 사마담은 아들 사마천에게 유언을 남겼다. “우리 조상은 주()나라 왕실의 태사(太史)였다. 일찍이 아주 먼 옛날 우임금과 하임금에게서 공명을 드러낸 이래로, 천하의 일을 만나게 되었다. 후세로 내려오면서 쇠락하더니, 나에게서 끊어지고 마는 것인가? 너는 다시 태사가 되어 우리 조상이 하던 일을 이어야 한다. 지금 천자께서 천 년의 대통을 이어받아 태산에서 봉선 의식을 거행하고 있는데도 내가 따라가지 못한 것은 분명 천명일 것인저! 천명일 것인저! 내가 죽거든 너는 반드시 태사가 되어라. 태사가 되거든 내가 하고자 했던 논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무릇 효도란 부모를 섬기는 데서 시작되며, 그 다음은 임금을 섬기는 것이고, 마지막은 자신을 내세우는 데 있다. 후세에 이름을 떨침으로써 부모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 효도의 으뜸이다.” 이 유언을 들었을 때가 기원전 110년 사마천의 나이 36세 때이다.

하지만 시대는 사마천에게 치욕적인 시련을 안겨주었다. 기원전 99년 무제의 명으로 흉노를 정벌하러 갔던 이릉이 패전하여 포로가 된 사건이 있었다. 이에 한 무제는 항복한 것이 치욕적이라며 이릉을 용서할 수 없다고 하자, 사마천은 이릉의 공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한번 패한 것으로 벌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구원군을 보내지 않은 총사령관 이광리를 벌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광리는 무제가 총애하는 후궁의 오라비였다. 그래서 사마천은 투옥 된 뒤 사형을 선고 받게 된다. 사형을 면할 수 있는 길은 거액의 돈을 내거나 궁형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돈이 없었던 사마천은 스스로 궁형을 선택한다. BC97년 그이 나이 49세이다. 실지로 궁형은 너무도 치욕적이어서 이를 받은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사마천은 아버지와의 약속 때문에 자신을 목숨을 내놓을 수 없었다.

<사마천의 사기에 대해서>

아버지의 유언이 있은 후 사마천은 BC104년부터 사기(史記)를 집필하게 되었으며, 그 후 궁형을 당하면서도 이 작업은 계속 되었다. 아니 이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사마천은 궁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훗날 무제의 화가 누그러지자 다시 황실의 총애를 받아 중서령이 되었지만 자기가 당한 치욕을 잊지 못한 채 은퇴해서 역사서 완성에 몰두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사마천의 <사기>이다. 이 책은 연도에 따라 쓰이지 않고 인물별, 소재별로 글을 쓰는 기전체를 택했으며 <사기>는 전설의 황제 시대부터 사마천이 살 던 한무제 때까지 2000년을 아우른 책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열전』은 주나라 붕괴 후 등장한 50개 제후국 가운데 최후까지 살아남은 전국칠웅의 흥망성쇠를 주축으로 하여 인물 중심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놓았다. 『사기』는「본기(本紀)12, 「표()10,「서()8,「세가(世家)30,「열전」70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중 「열전」은 주로 제왕과 제후를 위해 일한 인물들의 전기를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은 중국 역사를 다룬 가장 오래된 역사서이며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역사서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저자를 보고 느낀 점>

1 사마천은 한 마디로 유세에 실패한 인물이다.

용이라는 벌레는 잘 길들여 가지고 놀 수도 있고 그 등에 탈 수도 있으나, 그 목덜미 아래에 거꾸로 난 한 자 길이의 비늘이 있어 이것을 건드린 사람은 <용이> 죽인다고 한다. 군주에게도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유세하는 사람이 군주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지 않아야 성공한 유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용의 역린을 건드리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래서 노자. 한비 열전에서 유세에 대해 그렇게 많은 지면을 허락했는지도 모른다.

2 목표의 위력

수신(修身)을 효의 으뜸으로 삼았던 시대에 궁형이라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치욕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마천은 살아 남았고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켰다. 그게 첫 번째 이유였다면 두 번째는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자기가 당한 형벌의 의미를 찾아야 하니까. 사마천이 수치스러움 때문에 자살을 선택했다면 그는 궁형 때문에 이름도 없이 사라진 많은 사람 중 하나였겠지만, <사기>를 남김으로서 자신의 치욕을 승화시킨 인물로 후세의 사람들에게 강한 각인을 시키기에 충분했다. 삶의 목표가 주는 힘이 참 위대하다. 그는 주변과 자신을 뛰어넘어 이미 영웅의 여정을 걸어간 사람이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조그마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남루한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65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하는 행동이 올바르지 않고 법령이 금지하는 일만을 일삼으면서도 한평생을 호강하며 즐겁게 살고 대대로 <부귀가> 이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한 번 내딛는 데도 땅을 가려서 딛고, 말을 할 때도 알맞은 때를 기다려 하며, 길을 갈 때는 작은 길로 가지 않고, 공평하고 바른 일이 아니면 떨쳐 일어나서 하지 않는데도 재앙을 만나는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나는 매우 당혹스럽다. 만일 <이러한 것이> 하늘의 도라면 옳은가? 그른가?

>어찌 백 년도 살지 못하면서 하늘의 도를 운운할까?

66 “탐욕스러운 자는 재물에 목숨을 걸고, 열사는 이름에 목숨 걸며, 뽐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권세 때문에 죽고, 뭇 서민은 <그날그날의>생계에 매달린다.”

>재물과 이름에 목숨을 거는 것도 아니며, 권세를 쫓는 것도 아닌 나는 어쩔 수 없는 서민이구나.

66 “구름은 용을 따라 생기고 바람은 범을 따라 일어난다. 성인이 나타나야 만물도 다 뚜렷해진다.”

71~72 내가 가난하게 살 때 포숙과 장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익을 나눌 때마다 내가 더 많은 몫을 차지하곤 하였으나 포숙이 나를 욕심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가난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이 포숙을 대신해서 어떤 일을 도모하다가 그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지만 포숙이 나를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던 것은 유리할 때와 불리할 때가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일찍이 세 번이나 벼슬길에 나갔다가 세 번 다 군주에게 내쫓겼지만 포숙은 나를 모자란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내가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세 번 싸움에 나갔다가 세 번 모두 달아났지만 포숙은 나를 겁쟁이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공자 규가 임금 자리를 놓고 벌인 싸움에서 졌을 때, <나와 함께 곁에서 규를 도운> 소홀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나 나는 붙잡혀 굴욕스러운 몸이 되었다. 그러나 포숙은 나를 부끄러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자그마한 일에는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천하에 이름을 날리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

>관중의 인간됨과 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 혜안이 부럽다. 관중을 친구로 둔 포숙이 행운아 임에 틀림없지만 포숙 또한 많은 것을 갖추고 있었기에 관중이 알아볼 수 있었다는 것이 중요해보인다.

74 주는 것이 곧 얻는 것임을 아는 게 정치의 비책이다.

75 (월석보가 안자에게)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듣건대 군자는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자에게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만 자기를 알아주는 자에게는 <자신의 뜻을> 펼친다고 합니다. 제가 죄인의 몸일 때 저 옥리들은 저에 대해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깨달은 바가 있어서 보조금을 내어 저를 구해 주었으니 이는 저를 알아준 것입니다. 저를 알아주면서도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면 진실로 죄인의 몸으로 있는 편이 낫습니다.

>월석보의 당당함과 자신감이 멋있다. 내가 이런 상황이었다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81 (노자가 공자에게) 내가 듣건대 훌륭한 상인은 <물건을> 깊숙이 숨겨 두어 텅 빈 것처럼 보이게 하고, 군자는 아름다운 덕을 지니고 있지만 모양새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였소. 그대의 교만과 지나친 욕망, 위선적인 모습과 지나친 야심을 버리시오. 이러한 것들은 그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소. 내가 그대에게 할 말은 이와 같을 뿐이오.

>가장 안 되고 있는 부분 중에 하나이다. 가진 것이 빈천하여 그런지 조금만 있으면 알아주길 바라고 내세우고 싶어하는 우쭐거림이 꼼지락거린다. , 가난하다.

84 (장자가 사신에게) 이때 소가 <몸집이>작은 돼지가 되겠다고 한들 어찌 그렇게 될 수 있겠소? 그대는 빨리 돌아가 나를 욕되게 하지 마시오. 나는 차라리 더러운 시궁창에서 노닐며 즐길지언정 나라를 가진 제후들에게 얽매이지는 않을 것이오. 죽을 때까지 벼슬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즐겁게 살고 싶소.

>역시 장자이다. 장자의 기개가 참으로 멋지다.

87~91 (한비자의 세난편) 유세의 어려움은 군주라는 상대방의 마음을 잘 파악하여 내 주장을 그 마음에 꼭 들어맞게 하는 데 있다. (중략) 유세자가 아직 군주에게 두터운 신임과 은혜도 입지 않았는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다 말해 버리면 설령 그 주장을 실행하여 공을 세우더라도 군주는 그 덕을 잊을 것이며, 그 주장을 실행하지 않아 실패하게 되면 군주에게 의심을 받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유세자의 몸은 위태로워질 것이다. (중략) 유세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장점을 아름답게 꾸미고 단점을 덮어버릴 줄 아는 것이다. (중략) 군주가 유세자의 충성스러운 마음에 반감을 가지지 않고 주장을 내치지 않아야 비로소 유세자는 그 지혜와 언변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군주에게 신임을 얻고 의심 받지 않으며 자신이 아는 바를 다 말할 수 있는 방법이다. (중략) 재상 이윤이 요리사가 되고, 백리해가 포로가 된 것은 모두 군주에게 등용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성인이면서도 이처럼 자기 몸을 수고롭게 하고 천박한 일을 겪은 뒤에 세상에 나왔다. 그러므로 재능이 있는 인재라도 이러한 일을 부끄러워할 것이 없었다. (중략)  이웃집 사람과 관기사가 한 말은 모두 옳으나 심한 경우는 목숨을 잃고 가벼운 경우는 의심을 받았다. 이는 안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어렵다는 뜻이다. (중략)  용이라는 벌레는 잘 길들여 가지고 놀 수도 있고 그 등에 탈 수도 있으나, 그 목덜미 아래에 거꾸로 난 한 자 길이의 비늘이 있어 이것을 건드린 사람은 <용이> 죽인다고 한다. 군주에게도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유세하는 사람이 군주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지 않아야 성공한 유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세의 어려움을 알겠다. 하지만 유세자보다 강한 자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진정으로 강한 자는 필요에 의해 내려놓을 줄도 꺽일 줄도, 참을 줄도 아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끝내 자신의 하고 싶은 일이나 신념을 실천하는 자가 강한 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에서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이루고 싶은 것을 위해 무엇을 조심하고 참아야 하는 지에 대해서. 그리고 이것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인지도 다시 한번 물어본다. 내가 하고 싶은 유세는 무엇일까?

117 (오기가 왕 무후에게) 이렇게 보면 <나라를 다스리는 데 중요한 것은> 임금의 덕행이지 험난한 지형이 아닙니다. 만일 임금께서 덕을 닦지 않으시면 배 안에 있는 사람은 모두 적국의 사람이 될 것입니다.

121 옛말에 실천을 잘하는 사람이 꼭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며, 말을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실천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손빈이 방연을 해치운 책략은 실로 절묘했으나, 그에 앞서 다리가 잘리는 형벌을 당하는 재앙을 막지 못했다. 오기는 무후에게 험난한 지형보다 임금의 덕행이 더 낫다고 말했지만, 초나라에서 그의 행실이 각박하고 인정이 없었으므로 목숨을 잃었으니 슬프구나!”

>언행일치, 내가 항상 지향하는 바이다. 말을 줄이고 행동에 집중하고 싶다.

160 자공이 물었다. “부유하지만 교만하지 않고 가난하지만 아첨하지 않는다면 어떻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괜찮다. 그러나 가난하지만 도를 즐기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

199 의심스러워하면서 행동하면 공명이 따르지 않고, 의심스러워하면서 사업을 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행동을 하는 자는 원래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마련이며, 남들이 모르는 지혜를 가진 자는 반드시 사람들에게 오만하다는 비판을 듣게 마련입니다. 어리석은 자는 이미 이루어진 일도 모르지만 지혜로운 자는 일이 시작되기 전에 압니다. 백성은 일을 시작할 때에는 더불어 상의할 수 없으나 일이 성공하면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가장 높은 덕을 강구하는 자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며, 큰 공을 이루는 자는 뭇사람과 상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나라를 강하게 할 수 있으면 구태여 옛것을 본뜨지 않고, 백성을 이롭게 할 수 있으면 옛날의 예악 제도를 좇지 않았습니다.

231 주서에서는 처음에 싹을 자르지 않아 무성해지면 어떻게 하나? 터럭같이 작을 때 치지 않으면 결국 도끼를 써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미리 깊이 생각하고 결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재앙이 이르게 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244 어떤 사람이 관리가 되어 멀리 떠나갔는데, 그 아내가 다른 사람과 사사로이 정을 통했다고 합니다. 남편이 돌아올 때가 되어 정부가 걱정을 하자, 아내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는 이미 독약 탄 술을 만들어 놓고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사흘이 지나 남편이 돌아오자 아내는 첩에게 독이 든 술을 가져다가 그에게 권하도록 하였습니다. 첩은 술에 독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그러면 주모가 내쫓길까 두렵고 말을 안 하자니 주인을 죽이게 될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넘어져 술을 엎질렀습니다. 주인은 몹시 화를 내며 그녀에게 채찍을 쉰 대나 쳤습니다. 첩은 일부러 넘어져 술을 엎어서 위로는 주인을 살리고 아래로는 주모를 쫓겨나지 않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매 맞는 것만은 피하지 못했습니다. 어찌 충성스럽고 신실하다고 해서 죄가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대체로 신의 허물은 불행하게도 이러한 것과 비슷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나 같은 사람은 정말로 정치와는 거리가 멀구나! 옛날에 태어났으면 온 종일 책만 읽고 벼슬길에 오르지 못해 가식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소진의 기지가 돋보인다. 

265 “! 당신이 글을 읽어 유세하지 않았던들 어찌 이런 수모를 겪었겠습니까?” 그러자 장의는 자기 아내에게 이렇게 대꾸했다. “내 혀가 남아 있는지 보아 주시오.” 장의의 아내는 웃으면서 말했다. “혀는 남아 있네요.” 장의가 말했다. “그럼 됐소.”

>혀의 역할이 지금이 더 중요했을까? 이 시절이 더 중요할까? 아내와의 대화가 재밌다.

270 설령 땅을 손에 넣는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이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신이 듣건대 명분을 다투는 자는 조정에서 다투고, 이익을 다투는 자는 저잣거리에서 다툰다고 합니다.

275 신이 듣건대 깃털도 많이 쌓으면 배를 가라앉히고, 가벼운 물건도 많이 실으면 수레의 축이 부러지며, 여러 사람의 입은 무쇠도 녹이고, 여러 사람의 비방이 쌓이면 뼈도 녹인다고 합니다.

298~299 “그것은 장의만이 아니라 길 가는 사람도 다 압니다. 예전에 오자서는 그 임금에게 충성하였기 때문에 온 천하가 그를 자기 신하로 삼으려고 서로 다투었고, 증삼은 자기 부모에게 효도하였기 때문에 온 천하가 그를 자식으로 삼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노비가 그 마을을 벗어나기 전에 팔리면 좋은 노비입니다. 소박 맞고 쫓겨 온 여자가 그 마을에서 다시 결혼하면 좋은 아내입니다. 지금 신이 자기 임금에게 충성스럽지 않다면 초나라도 어떻게 신을 충성스럽다고 여기겠습니까? 충성을 다해도 버림받으려 하는데 신이 초나라로 가지 않으면 어디로 가겠습니까?”

302 호랑이 두 마리가 소를 잡아먹으려 합니다. 먹어 봐서 맛이 좋으면 분명히 서로 다툴 것입니다. 다투게 되면 반드시 싸울 테고, 서로 싸우게 되면 큰 놈은 상처를 입고 작은 놈은 죽을 것입니다. 상처 입은 놈을 찔러 죽이면 한꺼번에 호랑이 두 마리를 잡았다는 명성을 얻을 것입니다.

>나에게 부족한 것이 많겠지만 이걸 지혜라고 해야 할까? 권모술수라고 해야할까? 필요함이 느껴진다. 연구원을 하고 그 동안 접하지 않았던 책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

314 어머니는 어진 증삼에 대한 믿음이 있었지만 세 사람이나 그를 의심하자 정말인가 싶어 겁을 먹었습니다. 지금 신은 증삼처럼 어질지 못하고, 왕께서 신을 믿는 마음도 증삼의 어머니가 아들을 믿는 마음만 못합니다. 또한 신을 의심하는 자가 어디 세 사람뿐이겠습니까? 신은 왕께서 북을 내던진 증삼의 어머니처럼 신을 의심하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

>군신의 관계는 외나무다리를 함께 건너가는 느낌이 들게 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나은 관계가 아닌가?

321 저는 진나라에서 죄를 짓고 처벌될까 두려워서 도망쳐 나왔지만 몸을 안전하게 둘 만한 곳이 없습니다. 제가 듣건대 못사는 여자와 잘사는 여자가 함께 길쌈을 하였는데, 못사는 여자가 나는 초를 살 돈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행히 당신의 촛불에는 남는 빛이 있으니 그 남는 빛을 나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당신의 밝음에 해를 끼치지 않고 나도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저는 곤궁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바야흐로 진나라에 사신으로 가는 길입니다. 제 아내와 자식은 진나라에 있습니다. 부디 당신의 빛으로 그들을 구제해 주십시오.

380 맹상군은 신분이 귀하고 천함을 가리지 않고 한결같이 자신과 똑같이 대우해 주었다.

>가장 배우고 싶은 부분 중에 하나이다. 모두를 귀하고 평등한 존재라 생각하면서도 사람을 상대하면 가끔 귀함을 내팽개쳐 버릴 때가 있다. 후회를 하게 되지만 아직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383 처음 맹상군이 좀도둑과 닭울음 소리를 잘 내는 사람을 빈객으로 삼았을 때, 다른 빈객들은 모두 같은 자리에 앉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맹상군이 진나라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 이 두 사람이 그를 구하였다. 그 뒤 빈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마음속 깊이 맹상군을 따르게 되었다.

436 “세상에는 잊으면 안 되는 일이 있고, 또 잊어야만 하는 것 있습니다. 남이 공자에게 베푼 은덕은 잊으면 안됩니다. 그러나 공자께서 다른 사람에게 베푸신 은덕은 잊으시기 바랍니다. 또 위나라 왕의 명령이라 속여 진비의 군사를 빼앗아 조나라를 구한 것은 조나라 입장에서는 공을 세운 것이지만 위나라 입장에서 보면 틀림없이 충신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공자께서는 스스로 교만해져 공로가 있다고 하시니, 이는 공자로서 취할 태도가 아닙니다.”

>남이 나에게 베푼 은덕을 잊으면 안되지만 종종 이것을 잊고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들의 행동에 비추어 나는 또한 잊은 것이 없나 반추해본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조심스럽고 어렵다.

446 천하에 진나라와 초나라보다 더 강한 나라는 없습니다. 지금 들리는 말로는 대왕께서 초나라를 치려고 한다는데 이것은 호랑이 두 마리가 서로 싸우는 것과 같습니다. 호랑이 두 마리가 서로 싸우면 힘이 약한 개가 그 기회를 틈타 이익을 차지할 것입니다. (중략) “사물은 한쪽 끝까지 가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겨울과 여름은 서로 바뀌게 마련이다. 쌓인 것이 극에 이르면 위태롭다. 바둑돌을 쌓아 올리면 무너지게 마련이다.”

495 군주가 성스럽고 신하가 어진 것은 천하의 가장 큰 복입니다. 군주가 명철하고 신하가 정직한 것은 나라의 행복입니다. 아버지가 자애롭고 자식이 효성스러우며 남편이 성실하고 아내가 정숙한 것은 가정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비간은 충성스러워도 은나라를 보존하지 못했고, 오자서는 지혜롭지만 오나라를 온전하게 하지 못했으며, 신생은 효성스러워도 진나라는 어지러웠습니다. 이처럼 모두 충신이고 효자이지만 나라가 망하고 집이 어지러워진 까닭은 무엇입니까? 지혜로운 군주와 현명한 아버지가 없어서 충신과 효자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략) 만약 죽은 뒤에야 충성스럽다는 이름을 얻었다면 미자는 어진 사람이라 할 수 없고, 공자는 성인리라 할 수 없으며, 관중은 위대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대체로 사람이 공과 이름을 세울 때 어찌 완전하기를 기대하지 않겠습니까? 몸과 이름이 모두 온전한 것이 가장 훌륭하며, 이름은 남의 모범이 될 만하지만 몸을 보존하지 못한 것이 그 다음이고, 이름은 욕되어도 몸만은 온전한 것이 가장 아래입니다.

503 <역경>높이 올라간 용에게는 뉘우칠 날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오르기만 하고 내려갈 줄 모르며, 펴기만 하고 굽힐줄 모르고, 가기만 하고 돌아올 줄 모르는 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당신은 이 점을 잘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높이 올라간 용이 정말 뉘우치는 시간을 갖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524 “신이 일찍이 왕께 죄를 짓고 남몰래 연나라로 달아나려는 계획을 세운 일이 있습니다. 그때 신의 사인 인상여가 말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께서는 연나라 왕을 어떻게 알게 되었습니까?’ 그래서 신은 왕을 모시고 국경 부근에서 연나라 왕과 만난 일이 있소. 그때 연나라 왕이 가만히 내 손을 잡으며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였소. 이 일로 연나라 왕을 알게 되었소.’ 라고 하였습니다. 인상여는 신에게 조나라는 강하고 연나라는 약합니다. 게다가 당신께서는 조나라 왕의 총애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연나라 왕께서 당신과 친구가 되어 사귀려고 한 것입니다. 지금 당신께서 연나라로 달아나면 연나라는 조나라를 두려워하여 반드시 당신을 머무르게 하지 않고 사로잡아 조나라로 돌려보낼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께서는 웃옷을 벗어 어깨를 드러내고 부질에 엎드려 처벌을 바라는 편이 낫습니다. 그렇게 하면 다행히 죄를 용서받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라고 했습니다. 신이 인상여의 계책대로 했더니 왕께서 다행히 신을 용서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신은 인상여를 용감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사신으로 보낼 만하다고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545 죽음을 알면 반드시 용기가 솟아나게 된다. 죽는 것 그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고 죽음에 대처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인상여가 화씨벽을 돌려받고 기둥을 노려볼 때라든지 진나라 왕 주위에 있던 신하들을 꾸짖을 때 그 형세는 기껏해야 죽음뿐이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하는 일에 어찌 용기가 나오지 않을 수 있을까? 살아있으면서 죽음을 잊지 않는 것은 축복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555 (왕촉이 연나라 장군에게) “충성스러운 신하는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정조 있는 여자는 두 남편을 섬기지 않소. 제나라 왕이 내 간언을 듣지 않아서 벼슬을 그만두고 들에서 밭을 일구고 있지만, 나라는 이미 깨어져 망하였고 나는 나라를 보존시킬 수 없소. 그런데 지금 또 협박을 받아 당신의 장수가 된다면 걸왕을 도와 포악한 행동을 일삼는 것과 같을 것이오. 살아서 의로운 일을 못할 바에는 차라리 가마솥에서 삶겨 죽는 편이 낫소.”

591 (굴원과 어부의 대화) 어부가 물었다. “대체로 성인이란 물질에 구애받지 않고 속세의 변화를 따를 수 없다고 합니다. 온 세상이 혼탁하다면 왜 그 흐름을 따라 그 물결을 타지 않으십니까? 모든 사람이 취해 있다면 왜 그 지게미를 먹거나 그 밑술을 마셔 함께 취하지 않으십니까? 어찌하여 아름다운 옥처럼 고결한 뜻을 가졌으면서 스스로 내쫓기는 일을 하셨습니까?” 굴원이 대답했다. “내가 듣건대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관의 먼지를 털어서 쓰고, 새로 목욕을 한 사람은 반드시 옷의 티끌을 털어서 입는다고 하였소. 사람이라면 또 그 누가 자신의 깨끗한 몸에 더러운 때를 묻히려 하겠소? 차라리 강물에 몸을 던져 물고기 뱃속에서 장사를 지내는 게 낫지, 또 어찌 희디흰 깨끗한 몸으로 속세의 더러운 티끌을 뒤집어쓰겠소!”

661 그는 젊을 때 군에서 지위가 낮은 관리로 있었는데, 관청 변소의 쥐들이 더러운 것을 먹다가 사람이나 개가 가까이 가면 자주 놀라서 무서워하는 꼴을 보았다. 그러나 이사가 창고 안으로 들어가니 거기에 있는 쥐들은 쌓아 놓은 곡식을 먹으며 큰 집에 살아서 사람이나 개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그래서 이사는 탄식하며 말했다. “사람이 어질다거나 못났다고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이런 쥐와 같아서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 달렸을 뿐이구나.”

>놀랍다. 사람이 쥐를 닮은 것인가? 쥐가 사람을 닮은 것인가?

672 (조고가 이사에게) 대체로 큰 일을 행할 때는 작은 일을 돌아보지 않으며 큰 덕이 있는 사람은 일을 사양하지 않습니다. 고을마다 각기 제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으며, 백관들의 공은 다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은 일을 돌아보다가 큰 일을 잊어버리면 뒤에 반드시 재앙이 닥치고, 의심하며 주저하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됩니다. 결단을 내려 과감하게 행동하면 귀신도 피하고 뒷날 성공하게 됩니다.

745 (위표가 역생에게) 인생은 흰 망아지가 <작은 문>틈새로 달려 지나가는 것처럼 매우 짧소.

776 회음의 백성 중에서 한신을 업신여기는 한 젊은이가 한신에게 말했다. “네가 비록 키는 커서 칼을 잘도 차고 다니지만 마음속으로는 겁쟁이일 것이다.” 그러고는 사람들 앞에서 한신을 모욕하며 말했다. “네놈이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나를 찌르고, 죽음을 두려워하면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 다니라.” 이때 한신은 그를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몸을 구부려 가랑이 밑으로 기어 나갔다. 이 일로 해서 시장 사람들이 한결같이 한신을 겁쟁이라 비웃었다.

>한신이야 말로 정말 강하고 용기 있는 자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무엇을 위해 길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아울러 물어본다.

790 군사를 잘 쓰는 사람은 이쪽의 단점을 가지고 적의 장점을 치지 않고, 이쪽의 장점을 가지고 적의 단점을 칩니다.

803 대체로 나무를 하고 말을 먹이는 이는 만승의 천자가 될 만한 권위도 잃어버리고, 조그마한 봉록을 지키는 데 급급한 이는 경상 자리를 지키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지식은 결단하는 힘이며, 의심은 일하는 데 방해만 됩니다. 터럭 같은 작은 계획을 자세히 따지고 있으면 천하의 큰 술수를 잊어버리고, 지혜로 그것을 알면서도 과감하게 행동하지 않는 것은 모든 일의 화근이 됩니다. 그래서 맹호라도 꾸물거리고 있으면 벌이나 전갈만한 해도 끼치지 못하고, 준마라도 주춤거리면 노둔한 말의 느릿한 걸음만 못하며, 진나라 용사 맹분도 여우처럼 의심만 하고 있으면 보통 사람들이 일을 결행하는 것만 못하고, 순 임금이나 우 임금의 지혜가 있더라도 우물 거리고 말하지 않으면 벙어리나 귀머거리가 손짓 발짓을 하는 것만 못하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는 능히 실행하는 것을 귀중하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대체로 공이란 이루기 힘들고 실패하기는 쉬우며, 때란 얻기 어렵고 잃기는 쉽습니다. 때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원컨대 당신께서는 이것을 자세히 살펴보십시오.

805 “이 사람은 장사일지니, 나에게 모욕을 주었을 때에 내 어찌 이 사람을 죽일 수 없었겠는가? 그를 죽인다 하더라도 이름이 드러날 것이 없기 때문에 참고 오늘의 공을 이룬 것이다.”

>나아가야 할 때와 멈추어야 할 때, 낮추어야 할 때를 아는 한신이 멋지다. 그의 자리가 괜한 것이 아니었구나. 나는 이런 자리에 오를 만한 재목도 못되지만 작은 치욕도 참아내지 못할 것 같다. 이런 발끈하는 성미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3 내가 저자라면

연구원이 되지 않았다면 이 책을 언제쯤 보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아마 기약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연구원에서 말로만 듣던 책들을 하나하나 읽은 목록에 채워나가는 기분이 좋다. 가끔 책 보기에 기운이 빠지면서도, 읽고 있는 모습에 흐뭇할 때가 있다. 그러면서 활자들이 주는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는 날이 오기를 하는 바램도 함께 가져본다.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책들은 어려운 게 사실인데 이 책은 역자의 노고 때문인지 생각보다 술술 읽혔다.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고 모르는 이야기도 있고, 행간을 몇 번씩 음미해야 하는 글들도 있었지만 옛날 사람들의 스케일과 인내심, 지혜등은 가히 존경할만하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들여다 볼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또 시간조절에 실패했다는 변명을 늘어놓게 된다.

<책의 목차와 전체적인 뼈대>

 역자서문-해제, 차례, 일러두기

  1. 백이 열전

  2. .안 열전

  3. 노자. 한비 열전

  4. 사마. 양저 열전

  5. 손자. 오기열전

  6. 오자서 열전

  7. 중니 제자 열전

  8. 상군 열전

  9. 소진 열전

  10. 장의 열전

  11. 저리자. 감무 열전

  12. 양후 열전

  13. 백기. 왕정 열전

  14. 맹자. 순경 열전

  15. 맹상군 열전

  16. 평원군. 우경 열전

  17. 위공자 열전

  18. 춘신군열전

  19. 범저. 채택 열전

  20. 악의 열전

  21. 염파. 인상여 열전

  22. 전단 열전

  23. 노중련. 추양 열전

  24. 굴원. 가생 열전

  25. 여불위 열전

  26. 자객 열전

  27. 이사 열전

  28. 몽염 열전

  29. 장이. 진여 열전

  30. 위표. 팽월 열전

  31. 경포 열전

  32. 회음후 열전

  33. 한신. 노관 열전

  34. 전담 열전

  35. . . . 관 열전

너무 방대해서 한 눈에 버무려지지가 않는다. 나의 부족함만 눈에 뜨일 뿐이다. 이 책의 목차에 대해서 논한다는 것이 모순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은 두 번 읽기 시간으로 넘기고 싶다.

<감동적이었던 장과 절>

87~91 (한비자의 세난편) 유세의 어려움은 군주라는 상대방의 마음을 잘 파악하여 내 주장을 그 마음에 꼭 들어맞게 하는 데 있다. (중략) 유세자가 아직 군주에게 두터운 신임과 은혜도 입지 않았는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다 말해 버리면 설령 그 주장을 실행하여 공을 세우더라도 군주는 그 덕을 잊을 것이며, 그 주장을 실행하지 않아 실패하게 되면 군주에게 의심을 받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유세자의 몸은 위태로워질 것이다. (중략) 유세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장점을 아름답게 꾸미고 단점을 덮어버릴 줄 아는 것이다. (중략) 군주가 유세자의 충성스러운 마음에 반감을 가지지 않고 주장을 내치지 않아야 비로소 유세자는 그 지혜와 언변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군주에게 신임을 얻고 의심 받지 않으며 자신이 아는 바를 다 말할 수 있는 방법이다. (중략) 재상 이윤이 요리사가 되고, 백리해가 포로가 된 것은 모두 군주에게 등용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성인이면서도 이처럼 자기 몸을 수고롭게 하고 천박한 일을 겪은 뒤에 세상에 나왔다. 그러므로 재능이 있는 인재라도 이러한 일을 부끄러워할 것이 없었다. (중략)  이웃집 사람과 관기사가 한 말은 모두 옳으나 심한 경우는 목숨을 잃고 가벼운 경우는 의심을 받았다. 이는 안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어렵다는 뜻이다. (중략)  용이라는 벌레는 잘 길들여 가지고 놀 수도 있고 그 등에 탈 수도 있으나, 그 목덜미 아래에 거꾸로 난 한 자 길이의 비늘이 있어 이것을 건드린 사람은 <용이> 죽인다고 한다. 군주에게도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유세하는 사람이 군주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지 않아야 성공한 유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자.한비 열전이 인상적이다. 유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도 유세는 존재하고 있다. 각종 선거를 하기 전에 열렬한 유세가 선행된다. 하지만 이것이 끝나면 유세하며 내 뱉었던 말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예전에도 지금도 같이 존재하지만 비슷하면서도 웬지 다른 느낌을 갖게 된다.

380 맹상군은 신분이 귀하고 천함을 가리지 않고 한결같이 자신과 똑같이 대우해 주었다.

383 처음 맹상군이 좀도둑과 닭울음 소리를 잘 내는 사람을 빈객으로 삼았을 때, 다른 빈객들은 모두 같은 자리에 앉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맹상군이 진나라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 이 두 사람이 그를 구하였다. 그 뒤 빈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마음속 깊이 맹상군을 따르게 되었다.

*맹상군 열전도 인상적이었다. 신분이 귀하고 천함을 가리지 않고 똑같이 대우할 수 있는 내공을 갖고 싶다. 그런 대접을 받을 때면 우러르게 되고,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할 때면 비분 강개를 금치 못하면서도 안 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말만으로 마음가짐만으로 갖을 수 없고 진심으로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실행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보완점>

이 책에 대해서 논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도 모르겠다. 역자의 노력으로 생각보다 잘 읽혀 좋았다. 좀 더 깊이 읽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책의 두께 때문에 빨리 넘어가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각 장마다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설명을 하는 부분에 인물이나 사건이 있을 시 활동 년도나 사건발생 년도를 표기해 주었다면 더 친절한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기전체를 쓰고 있으므로 인물이나 사건 중심으로 읽다 보면 시간의 흐름이 궁금할 때가 많았다. 물론 각 장이 끝날 때마다 해설을 달아 놓기는 했지만 앞뒤를 왔다갔다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고, 미진한 부분도 있었다.

-책 앞부분에 시대적인 상황을 전체적으로 안내해 주었더라면 더 좋을 듯 하다. 왜 그렇게 많은 합종과 배신이 있었는지 머리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 책은 마치 인물과 사건, 권모술수의 백화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남는 것이 참으로 독하고 치열하고 처절하다.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달려가는 모습이 멋지면서도 한편으로 측은했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구절도 만나지만 자신의 삶을 구걸하는 모습을 볼 때는 씁쓸했다. 하지만 이 책은 많은 지혜를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 읽기 할 때는 반드시 더 깊이 읽을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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