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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1일 22시 52분 등록

사기열전

사마천 저, 김원중 옮김, 민음사

2014. 6. 1


1. 저자에 대하여

사마천, 기원전 145년(?)~90년(?)

역사학자, 史聖, 자는 子長, 용문(지금의 섬서성 한성시) 출생


#1 사마천의 일생


사마천은 대대로 천문과 역술을 관장하던 司馬氏의 뼈대 있는 가문의 자손으로 태어났다. 어려서 아버지 사마담을 따라 장안에서 고문을 익히고 청년시절 중국 전역을 두루 돌아다녔으며 돌아온 후에는 낭중에 임명됐다. 이후에도 황제의 명을 받아 중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역사의 무대가 되었던 많은 곳들을 방문했다. 아버지 사마담은 한 무제 때 태사령(천문과 역법을 담당하는 관리)에 임명되었고 도가를 충실히 받들었으며 당대의 유명한 지식인들에게 천문학, 주역, 음양의 원리를 배운 인물이었다. 사마담은 죽으면서 아들 사마천에게 반드시 역사서를 집필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기원전 111년). 이후 그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면서 4년여 준비 기간을 거친 끝에 기원전 104년에 『사기』집필을 시작했다.


운명은 항상 영웅의 앞길에 고난과 역경이라는 함정을 빼놓는 법이 없다. 기원전 99년 전한의 명장 이광의 손자 이릉이 군대를 이끌고 흉노와 싸우다가 투항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사건을 두고 이씨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한 것이 한나라 조정의 체면을 깎아내린 것이라 성토하였다. 그러나 사마천은 이릉이 어쩔 수 없이 투항했다고 여겼고 홀로 무제 앞에서 이릉을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자신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옳다고 믿는 일에는 망설임이 없는 올곧은 성품의 소유자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그는 무제의 노여움을 사 죄인의 몸이 되고 말았다. 사마천에게는 세 가지 선택의 옵션이 주어졌다. 죽던지, 거금의 벌금을 내고 풀려나던지, 궁형을 청하는 것이었다. 아직 남은 과업이 있으므로 죽을 수는 없었고 벌금을 내자니 돈이 없었다. 결국 그는 당시로서는 죽음보다 더한 궁형의 치욕을 얻어 목숨만은 유지하기로 하였다. 천복을 이루려는 강력한 의지는 그에게 닥친 치욕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했던 모양이다. 그로부터 5년 후(기원전 93년) 친구 임안의 천거로 무제 곁에 다시 서게 되었으나 이 때 이미 사기는 거의 완성단계에 있었다. 아버지의 유언을 받든 지 대략 20년 만에 사기는 완성되었고 몇 년 후 그는 세상을 떠났다.


#2 사마천은 왜 궁형의 치욕을 견디며 사기를 집필했는가.


첫 번째, 아버지의 유훈이다.

사마담은 죽으면서 아들 사마천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거든 너는 반드시 태사(사관)가 되어라. 태사가 되거든 내가 논하여 저술하려고 했던 바를 잊지 말아라. 무릇 효도란 부모를 섬기는 데서 시작하며, 그 다음은 임금을 섬기는 것이고, 마지막은 자신을 내세우는 데 있다. 후세에 이름을 떨침으로써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 효도의 으뜸이다. (......) 그러나 내가 태사가 되고도 이들을 논하여 기록하지 못해 천하의 역사 문헌을 폐기하였구나. 나는 이것이 매우 두렵다. 너는 이 점을 염두에 두거라.”


두 번째. 마음속의 울분을 자신의 소명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태사공자서>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대체로 시경과 서경의 뜻이 은미하고 말이 간략한 것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바를 펼쳐 보이려 했기 때문이다. 옛날 서백은 유리에 갇혀 있으므로 주역을 풀이했고 공자는 진나라와 제나라에서 고난을 겪었기 때문에 춘추를 지었으면, (......) 이런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에 울분이 맺혀 있는데 그것을 발산시킬 수 없기 때문에 지나간 일을 서술하여 앞으로 다가올 일을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저작이 오로지 울분의 소산만은 아니었다. 현실의 부조리를 비틀어 고발하고 옳은 것을 칭송하며 귀감으로 삼게 하려는 깊은 소명의식의 발로였음을 상대부 호수와 공자의 <춘추>를 두고 논쟁한 기록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다. “(......) 어질고 재능이 있는데도 등용되지 못하는 것은 나라를 가진 자의 부끄러움이며, 임금이 밝고 거룩한데도 그 덕이 천하에 널리 알려지지 못하는 것은 유사의 잘못입니다. 지금 나는 기록하는 벼슬인 사관이 되었으면서도 밝고 거룩한 천자의 덕을 버려둔 채 기록하지 않고 공신과 세가와 현대부의 업적을 없앤 채 기술하지 않았으니, 선친께서 남긴 말씀을 어긴 것으로 이보다 큰 죄는 없습니다. 나는 이른바 지난 일들을 적어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것을 간추려 정리하려 할 뿐 창작하려는 게 아닙니다.”


사마천은 자신이 기술하고자 하는 시대의 사회 구조와 그 내부의 발전상, 인물과 사건 및 제도 등 그 사회가 가진 제반 현실에 역사적 해석을 부여하고자 했다. 그래서 사만천은 통사를 쓰면서도 자신의 시대인 한대를 다루었던 것이다. 사마천은 사료 해석에 충실하면서도 역사의 발전적 흐름과 사물의 본질을 통찰하는 날카로운 안목을 보여 주었기에 이 책이 오늘날까지도 지혜로운 삶의 지침서로서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것이다.


#3 보임안서(報任安書) : 임안에게 보내는 편지

소경족하(少卿足下)지난 번에 보내주신 편지에서 저에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원만히 하고 인재를 천거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하시는 뜻이 너무도 간절하였습니다. 아마도 제가 당신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속된 사람들의 말에 따른다고 생각하시고 책망하시는 듯합니다만 저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비록 보잘것없는 존재이기는 하나 군자들의 가르침만은 거듭 귀에 담고 있습니다. 생각건대 저 자신은 비천한 처지에 빠진 불구자입니다. 행동을 하기만 하면 남의 비난을 받으며, 더 나아지고자 하나 도리어 더 나빠질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홀로 울울하고 절망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습니다. 속담에 말하길 '누구를 위해 하는가, 누구더러 들으라고 하는가 했습니다. 종자기(種子期)가 죽고 난 후 백아(伯牙)는 두 번 다시 금(琴)을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이었겠습니까.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행동하고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하여 화장하는 것입니다(士爲知己用, 女爲說己容). 그러나 저와 같은 사람은 신체가 이미 망가졌으니 아무리 수후(隨候), 화씨(和氏)의 구슬과 같은 재능이 있고 행동은 허유(許由), 백이(伯夷)와 같이 개결(介潔)하다 할지라도 끝내 영예를 얻지 못할 것이며, 도리어 남의 비웃음이나 당하고, 스스로 부끄러워하기에나 족할 따름입니다. 당신의 편지에 대해 마땅히 답을 올려야 했지만 마침 황제를 좇아 동쪽 지방을 다녀왔으며 또 제 개인적인 일에 쫓겼습니다. 만나 뵌 지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바빠서 저의 속마음을 아뢸 수 있는 틈이 잠시도 없었습니다. 지금 소경께서는 불측의 죄를 안고 계시는데 만 1개월이 지나 형을 집행하는 12월이 임박하였습니다. 저는 또 천자를 좇아 옹(雍)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갑자기 당신께서 차마 말 못할 일을 당하시고 저는 끝내 저의 분만(憤만)을 가까운 사람에게 말할 수도 없게 된다면 당신의 혼백은 영원히 가고 저의 한(恨)은 끝이 없을 것입니다. 저의 고루한 생각을 대략이나마 말씀드리고자 하며, 오랫동안 답장 올리지 못한 것을 허물치 말아주시면 다행이겠습니다. 제가 듣건대, 자신의 몸을 수양하는 것은 지(智)의 표시이며,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것은 인(仁)의 실마리이며, 주고받는 것은 의(義)가 드러나는 바이며, 치욕을 당하면 용(勇)을 결단하게 되며, 뜻을 세우는 것은 행동의 목적이라고 합니다(修身者智之府也, 愛施者仁之端也, 取予者義之符也, 恥辱者勇之決也, 立名者行之極也).  선비는 이 다섯을 갖춘 후에야 세상에 몸을 의탁하고 군자의 대열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利)를 탐내는 것보다 더 참혹한 화(禍)는 없으며 마음을 상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런 슬픔은 없고, 선영(先塋)을 욕되이 하는 것보다 더 추한 행동은 없으며 궁형을 받는 것보다 더 큰 치욕은 없습니다. 형(刑)을 받고 살아남은 사람을 비교하고 헤아린 바는 없으나, 한 세대에만 있었던 게 아니라 오래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옛날 위령공(衛靈公)이 환관인 옹거(雍渠)와 수레를 함께 탔기 때문에 공자는 그 곳을 떠나 진(陳)나라로 갔습니다. 상앙이 경감(境監)의 주선을 받아 군주를 알현하자 조량(趙良)이 한심하게 여겼습니다. 조담(趙談)이 군주의 수레를 함께 타자 원사 (袁絲)가 안색이 변하였습니다. 이처럼 옛날부터 사람들은 환관과 관계를 가지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겼습니다. 대개 중간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도 일이 환자(宦者)와 관련이 되면 기분을 상하지 않음이 없는데 하물며 강개한 선비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지금 조정에 아무리 사람이 없다고 한들 저같이 궁형을 받고 살아남은 사람더러 천하의 뛰어난 인물을 추천하라고 하겠습니까. 저는 선친이 물려주신 사업으로 인해 군주의 수레바퀴 아래에서 벼슬하면서 죄 받기를 기다린 지 20여 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컨데, 위로는 충성을 바치고 믿음을 다하여 훌륭한 계책을 세우고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칭송을 들으면서 현명한 군주를 모시지도 못하였고, 다음으로 또 정치의 부족한 것을 보충하고 결여된 것을 메우며 어질고 재능 있는 자를 추천하거나 초야의 숨은 선비를 조정에 드러나게 하지도 못했습니다. 밖으로는 또 전쟁에 참여하여 성(城)을 공격하고 들에서 싸움하여 적장의 목을 베거나 적군의 기(旗)를 빼앗은 공도 없습니다. 아래로는 오랫동안 공로를 쌓아서 높은 지위, 후한 녹을 얻어 종족과 우인 (友人)들에게 광영과 은총을 가져다준 적도 없습니다. 저는 이들 넷 중에서 하나도 이루지 못하였으니 조정에 구차하게 용납되어 아무런 일도 한 바가 없음이 이와 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전에 저는 외람되이 하대부(下大夫)의 대열에 끼어 외정(外廷) 에서 말단 의론에 참가하였습니다. 그 당시 올바른 기강을 이끌어 내지도 사려(思慮)를 극진히 하지도 못하고, 지금 이지러진 몸으로 소제나 하는 천한 노예가 되어 용렬하고 어리석음 속에 빠져 있는데 이제서야 머리를 들고 눈썹을 펴서 시비를 논한다면 조정을 가벼이 여기고 동시대의 선비를 치욕 되게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아, 저와 같은 인간이 이제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이제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嗟乎! 嗟乎! 如僕, 尙何言哉! 尙何言哉!) 또한 일의 본말은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어려서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정신을 자부하였지만 자라서는 향리에서 어떤 칭송도 받은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요행히 주상께서 선친의 연고로 저의 얕은 재주나마 받들어 궁궐 안을 드나들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릇을 머리에 인 사람은 하늘을 볼 수 없듯 (戴盆何以望天) 한마음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인사(人事)를 닦을 겨를이 없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빈객과의 사귐을 끊고 집안의 일도 돌보지 많고 밤낮으로 미미한 재능을 다하여 한마음으로 저의 직무를 다하여 주상께 총애받고자 힘썼습니다만 결국 나의 뜻과는 전혀 달리 크게 잘못되기에 이르렀던 것이지요. 저는 이릉(李陵)과 함께 문하시중으로 있었지만 본디 서로 친밀하지는 않았습니다. 취향이 각기 달라서 함께 술을 마신 적도 없고 친밀한 교제의 즐거움을 나눈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 사람됨을 살펴보니 스스로를 지키는 뛰어난 선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부모를 모시는 것은 효성스럽고 선비들과 사귀는 것은 신의가 있으며 재물에 대해서는 청렴하고 주고받음에 공정함을 지키고 상하의 분별함에 있어서는 겸양하였고 공손하고 검약하며 남에게 자신을 낮추었습니다. 분발하여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나라의 위급함에 몸을 바칠 것을 항상 생각하였습니다. 그가 본디 마음속에 쌓아둔 바는 일국(一國)의 큰 선비로서의 기풍이 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대저 신하된 자로서 만 번 죽는다 해도 자신의 생명은 조금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나라의 위급함을 구하려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뛰어나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가 행한 일이 하나가 마땅하다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의 몸을 보전하고 처자를 보호하는 데에 급급할 뿐인 신하들이 서로 줄을 이어 그의 잘못을 지어내어 모해하였으니 저는 진실로 마음속으로 통분히 여겼습니다. 또 이릉이 지휘하고 있었던 보병은 5천 명이 채 되지 않았는데 오랑캐의 땅에 깊숙히 들어가 왕정(王庭)을 활보하였고 마치 호랑이 입에 미끼를 들이대듯 강한 오랑캐에게 마구 도전하여 억만의 군사를 맞이하였습니다. 선우(單于)와 싸움을 계속한 지 10여일 만에 죽인 자는 반이 넘었고 오랑캐는 사상자를 구조할 수도 없었습니다. 털옷을 입은 흉노의 군장(君長)들은 모두 두려워 떨었으며 모두 그 좌우의 현왕(賢王)을 소집하고, 활 쏘는 사람을 모두 불러내어 온 나라가 함께 이릉의 군대를 공격하여 포위하였습니다. 이릉의 군대는 천 리에 걸쳐 싸우면서 물러나 화살은 다하고 길은 막다른 곳에 이르렀으며 구원병은 오지 않고 병졸의 사상자는 쌓이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이릉이 한번 외쳐 군사를 위로하면 군사들은 몸을 일으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가 없었으며 피로 얼굴을 씻고 눈물을 삼키며 다시 맨주먹을 불끈 쥐고 칼날을 무릅쓰며 북쪽을 향해 죽음으로 적과 싸웠던 것입니다. 이릉이 아직 적에게 함락되지 않았을 때에 군사(軍使)가 와서 보고를 올리자 한의 공경(公卿) 왕후(王侯)들은 모두 축배를 들며 황제를 축수했습니다. 그 후 며칠 뒤에 이릉이 패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 때문에 황제는 음식도 들지 않고 조의(朝議)에서도 불편한 기색이었습니다. 대신들은 근심하여 어찌 할 바를 알지 못했습니다. 저는 저의 비천함을 헤아리지 않고 주상(主上)의 슬픔과 번뇌를 보고는 저의 어리석은 충성을 다하려고 생각하였습니다. 제가 생각컨대 이릉은 평소에 부하들과 어려움도 함께 하고 작은 것도 나누어 가져 병사들이 죽음도 마다지 않게 하였으니 비록 옛날의 명장이라 할지라도 그보다 더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몸은 비록 패했으나 그 뜻을 보건대 장차 적당한 기회를 얻어 한에 보답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일은 이미 어찌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지만 그가 적을 무찌른 공은 역시 천하에 드러내기에 족한 것 입니다.저는 이러한 생각을 갖고 아뢰고자 했으나 아뢸 길이 없었는데 마침 주상께서 하문(下問)하셔서 곧 이러한 뜻으로 이릉의 공적을 말하여 주상의 생각을 넓혀 드리고 다른 신하들의 비방의 말을 막아보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을 다 밝힐 수 없었으며 주상께서는 제 뜻을 이해하지 않으시고 제가 이사장군(貳師將軍)을 비방하고 이릉을 위해 유세한다고 여기셨던 것입니다. 결국 저는 하옥되었고 정성스런 저의 충성을 끝내 밝힐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황제를 속였다는 죄로 마침내 하급관리의 재판에 굴복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저의 집은 가난하여 형벌을 면할 수 있을 만큼의 재물이 없었고 사귀던 벗들은 아무도 나를 구하려 하지 않았으며 황제 좌우의 측근인물들은 나를 위해 한마다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 몸은 목석이 아닌데 오직 법리(法吏)와 마주하여 깊이 감옥 속에 갇혀 있으니 누구에게 내 사정을 하소연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것은 실로 소경께서도 직접 겪으신 것 입니다. 저의 처지가 어찌 이렇지 않겠습니까. 이릉은 살아서 항복함으로써 그 가문의 명성을 무너뜨렸고 저는 또 거세 되어 잠실(蠶室)에 던져져서 거듭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아아, 이런 일이란 속인들에게 상세히 말하기 용이한 것이 아닙니다. 저의 선친은 할부(割符)나 단서(丹書)를 받은 공적도 없었습니다. 천문과 역법에 관한 일을 관장하여 점쟁이나 무당에 가까웠으며 본디 주상께서 희롱의 대상으로 여기시며 악공(樂工), 배우의 부류로 기르셨고 세속 의 사람들이 경멸하는 바였습니다. 가령 제가 법에 굴복하여 주벌(誅罰)을 받는다 할지라도 아홉 마리 소중에서 털오라기 하나 없는 것 (九牛亡一毛) 과 마찬가지일 따름이니 저와 같은 존재는 땅강아지나 개미 같은 미물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그리고 또 세상에서는 내가 죽는다 해도 절개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사람과 동일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며, 다만 내가 지혜가 궁하고 죄는 너무나 커서 면할 수 없게 되어 마침내 죽었다고 여길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평소에 세워놓은 바가 그렇게 여기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이란 본디 한 번 죽을 뿐이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기도 하고 어떤 죽음은 터럭만큼이나 가볍기도 하니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이 다른 까닭입니다 (人固有一死, 死有重於泰山, 或輕於鴻毛 用之所趨異也). 사람에게서 최상의 것은 선조를 욕되이 하지 않는 것이며 그 다음은 자신을 욕되이 하지 않는 것, 그 다음은 자신의 도리와 안색(顔色)을 욕되이 하지 않는 것, 그 다음은 자신의 언사(言辭)와 교령(敎令)을 욕되이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몸이 속박되어 치욕을 당하는 것이요, 그 다음은 죄수복을 입고 치욕을 당하는 것, 그 다음은 손발이 묶이고 매질을 당하여 치욕을 받는 것, 그 다음은 머리를 삭발당하고 쇠고랑에 얽매이어 치욕을 받는 것, 그 다음은 신체가 훼손되고 발이 잘려 치욕을 당하는 것이요, 최하가 부형(腐刑)으로서 가장 극형인 것입니다. 전하는 말에 이르길 "형벌은 상대부에게 까지는 미치지 않는다" (刑不上大夫)고 했으니 이 말은 선비는 절개를 지키기 위해 힘쓰지 않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사나운 호랑이가 깊은 산중에 있을 때는 온갖 짐승들이 두려워하지만, 함정에 빠지게 되면 그 호랑이도 꼬리를 흔들며 음식을 구걸하는 것이니 (猛虎處深山, 百獸震恐, 及其在穽檻之中, 搖尾而求食) 이것은 점차 위세에 눌려서 그러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땅에다 선을 긋고 감옥이라 하여도 형세는 들어갈 수 없게 되고, 나무를 깎아 형리(刑吏)로 삼아도 이러쿵저러쿵 거기에 대꾸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형벌을 받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입니다. 손발을 얽어 판목(板木)이나 새끼줄에 묶이고 살갗을 드러내어 매질을 당하며 감옥속에 갇혔을 때에 옥리(獄吏)를 보면 머리는 땅에 닿이고, 감옥을 지키는 노예를 보면 마음은 두려워 숨이 막힐 지경이 됩니다. 왜 그런가 하면 형세가 위세에 눌렸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경에 이르고도 치욕을 당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뻔뻔스러운 것이며 사람들이 어찌 그를 귀하게 대접하겠습니까. 서백(西佰)은 백작이었지만 유리에 갇히는 몸이 되었고 이사(李斯)는 재상이었지만 다섯 가지 형벌을 다 당하였습니다. 회음(淮陰)은 왕이었지만 진(陳)에서 묶이는 신세가 되었고, 팽월(彭越) 장오(張敖)는 남면 (南面)하여 왕 노릇을 하였으나 감옥에 갇혀 죄를 받았습니다. 강후(絳侯)는 여씨(呂氏)들을 타도하여 권력이 오패(五覇五伯)를 능가하였으나 청죄(請罪)하는 방에 갇혔고, 위기후(魏其侯)는 대장(大將)의 몸으로 붉은 죄수복을 입고 목과 수족에는 고랑이 채워졌습니다. 계포(季布)는 주가(朱家)에 의탁해 목에 칼을 쓴 노예가 되었고, 관부(灌夫)는 거실(居室)에서 치욕을 당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모두 왕후장상의 지위에 이르렀고 명성은 이웃나라에까지 알려졌지만 죄를 입어 판결이 내려졌을 때에 자결함으로써 스스로 결단하지는 못했습니다. 오욕(汚辱) 에 처할 수 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러한 상황에서 어찌 치욕을 당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이런 견지에서 말한다면 용기와 비겁, 강인함과 나약함은 형세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니 이상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대저 사람이 법에 의해 처벌되기 전에 일찌감치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고 차츰 전락 하여 태형을 당하기에 이르러서야 절개를 지키려고 한다 해도 이는 늦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옛 사람들이 대부(大夫)에게는 형벌을 내리는 것을 어렵게 여긴 까닭은 아마도 이 때문인 듯합니다. 대저 살기를 애쓰고 죽기를 싫어하며 부모를 생각하고 처자를 돌보는 것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러나 의리에 격발되기에 이르러서는 그렇지 않으니 그것은 부득이한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불행히도 일찍이 부모님을 잃었고 가까운 형제도 없으며 홀로 외로이 살아왔습니다. 소경께서 보시기에 제가 처자에 대해서는 어떻다고 여기십니까? 또 용기있는 자라고 해서 반드시 절개를 위하여 죽는 것도 아니며 비겁한 사내라도 의(義)를 사모하면 어떤 행동이라도 힘쓸 수 있습니다. 제가 비록 비겁하고 나약하며 구차히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나 거취(去就)의 분별 또한 잘 압니다. 어떻게 몸이 속박되는 치욕 속에 자신을 밀어넣기에 이르겠습니까? 또한 저 천한 노복이나 하녀조차도 능히 자결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저와 같은 사람이 어째서 자결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고통을 감내하고 구차하게 더러운 치욕 속에 있으면서도 마다지 않는 까닭은 제 마음 속에 다 드러내지 못한 바가 있어, 비루하게 세상에서 사라져버릴 경우에 후세에 문채(文彩)가 드러나지 않을 것을 한스러이 여겨서입니다. 옛날부터 부귀하였지만 이름이 마멸된 사람은 이루 다 기록할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탁월하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비상한 인물만이 일컬어질 따름입니다. 문왕은 갇힌 몸이 되어 [주역]을 연역하였고 중이(仲尼)는 곤란한 처지를 당하여 [춘추]를 지었습니다. 굴원(屈原)은 쫓겨가서 [이소]를 섰고, 좌구(左丘)는 실명한 뒤에 [국어]를 지었습니다. 손자(孫子)는 발이 잘리고 [병법]을 편찬하였고 여불위(呂不韋)는 촉(蜀)에 유배되어 세상에 [세난] [고분]을 저술하였으며 [시경]의 300편 시는 대개 성현이 발분(發憤)하여 지은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모두 가슴 속에 맺힌 바가 있어 그 하고자하는 바를 통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나간 일을 서술하여 후세의 사람들이 자신의 뜻을 알아줄 것을 생각했던 것입니다. 좌구와 같이 눈이 없고 손자와 같이 발이 잘린 사람은 끝끝내 세상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물러나 서책(書冊)을 써서 자신의 분한 생각을 펴고 이론적인 문장을 세상에 남겨 자신을 드러냈습니다. 저도 감히 겸손치 못하게도 무능한 문장에 스스로를 맡기려고 하였습니다. 저는 천하의 산실(散失)된 구문(舊聞)을 수집하여 행해진 일을 대략 상고하고 그 처음과 끝을 정리하여 성패흥망(成敗興亡)의 원리를 살펴 모두 130편을 저술하였습니다. 저는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고금의 변화에 통달하여 일가(一家)의 말을 이루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초고를 다 쓰기도 전에 이런 화를 당했는데, 나의 작업이 완성되지 못할 것을 안타까이 여긴 까닭에 극형을 당하고도 부끄러워할 줄 몰랐던 것입니다. 저는 진실로 이 책을 저술하여 명산(名山)에 보관하였다가 내 뜻을 알아줄 사람에게 전하여 촌락,도시에 유통되게 한다면 이전에 받은 치욕에 대한 질책을 보상할 수 있을 것이니 비록 만 번이나 주륙을 당한다 해도 어찌 후회가 있겠습니까? 이것은 지혜로운 사람에겐 말할 수 있지만 속인에겐 말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빈천한 무리 속에 사는 것은 쉽지 않고 소인배들은 비방의 말이 많습니다. 제가 말을 잘못하여 이런 화를 만나 거듭 향리에서 비웃음거리가 되었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욕되이 하였으니 무슨 면목으로 다시 부모님의 산소 앞에 오를 수 있겠습니까? 비록 백세(百世)의 세월이 흘러도 저의 수치는 너무나 심한 것입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아홉 번이나 애가 끊어지는 듯하고 집안에 있으면 망연자실하여 무엇을 잃은 듯하고 집을 나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를 못합니다. 이 치욕을 생각할 때마다 땀이 등줄기를 흘러 옷을 적시지 않는 적이 없습니다. 저는 지금 후궁(後宮)에 있는 신하에 불과하니 어찌 스스로를 깊은 바윗골 속에 숨길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세월을 좇아 부침하고 때에 따라 처신하며 미혹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소경께서는 저에게 훌륭한 인물을 밀어주라고 충고하시지만 그와 같은 일을 저의 속뜻과는 어긋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지금 비록 스스로를 가다듬고 아름다운 말로 스스로를 꾸미고자 한들 아무런 유익함도 없을 것이며 세상에 믿어지지도 않고 치욕이나 얻기에 알맞을 것입니다. 죽을 날을 기다린 연후에야 옳고 그름은 판명되는 것입니다. 글로써 뜻을 다 전할 수는 없고 저의 고루한 생각을 대략 말씀드렸습니다. 

(박혜숙 역(譯),위대한 역사가 사마천, 한길사 1995년 87쪽~98쪽, 재인용.)



2.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1) 백이열전

- 파리도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천 리 길을 갈 수 있다.


-> 칠십 열전의 인물이 자신의 붓끝을 빌려 세상에 이름을 떨치게 됨을 암시하고 있다.

-> 백이열전을 통해 사마천은 하늘의 도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면서 인간사의 불공정한 여러 형태에 대해 회의를 품는다. 하늘의 도는 권선징악이지만 사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적지 않아 착한 사람이 재앙을 입고 나쁜 사람이 복을 누리는 현실을 개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양의 미덕을 강조하고 다툼을 꾸짖었다. 

-> 백이숙제의 행적을 통해 사마천 자신의 거역할 수 없는 모진 운명을 빗대어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모순과 역설로 가득 찬 세상은 역사의 도도한 물결과 함께 결국은 흘러간다. 


63. 저 서산에 올라 고사리를 뜯네. 폭력으로 폭력을 바꾸었건만 그 잘못을 모르는구나. 신농, 우, 하나라 때는 홀연히 지나갔으니 우리는 앞으로 어디로 돌아가야 하나? 아아! 이제는 죽음뿐, 우리 운명도 다했구나!

-> 백이와 숙제가 주나라의 백성이 되기를 거부하고 굶을 죽을 지경이 되어서 읊은 시라고 하는데 기실 사마천의 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당시 현실을 백이와 숙제편에 기대어서 말이다. 벌써 이미 황금의 시대와 은의 시대와 청동의 시대도 지나고 전쟁과 탐욕이 만연하는 철의 시대에 들어섰음을...


65.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하는 일이 올바르지 않고 법령이 금지하는 일만을 일삼으면서도 한평생을 호강하며 즐겁게 살고 대대로 부귀가 이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걸음 한 번 내 딛는 데도 땅을 가려서 딛고 말을 할 때도 알맞은 때를 기다려 하며, 길을 갈 때는 작은 길로 가지 않고, 공평하고 바른 일이 아니면 떨쳐 일어나서 하지 않는데도 재앙을 만나는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사실은 나를 매우 당혹스럽게 한다. 만약에 이러한 것이 하늘의 도리라고 한다면 옳은 것인가? 그런 것인가?

-> 하늘의 뜻은 옳고 그름이 없다. 다만 인간이 옳고 그름을 논할 뿐이다. 하늘은 언제나 이긴 사람의 편이다. 하여 세상을 밝히려면 우리는 깨어있는 이성으로 옳은 것을 융성하게 하고 그른 것을 핍박해야 한다. 


66.

추운 계절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세상이 다 흐려졌을 때 비로소 깨끗하고 맑은 사람이 드러난다.

-> 모두 맑고 모두 흐린 상태에서는 분별이 존재할 수 없다. 선은 악으로 통하여 드러나고, 미는 추함을 통해 드러나고, 맑음은 더러움을 통해 드러난다.


탐욕스러운 자는 제물 때문에 목숨을 잃고, 열사는 이름을 얻기 위해 목숨을 바치며, 뽐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그 권세 때문에 죽고, 서민을 그날그날의 삶에 매달린다.


같은 종류의 빛은 서로 비추어 주고, 같은 종류의 물건은 서로 어울린다.


시골에 묻혀 사는 사람이 덕행을 닦아 명성을 세우고자 하더라도 덕행과 지위가 높은 선비에 기대지 못한다면 어떻게 후세에 이름을 남길 수 있겠는가?

-> 백이와 숙제가 공자의 칭찬에 기대어 이름을 남기고, 안연이 공자의 제자라는 꼬리표가 붙었기 때문에 세상에 이름을 얻은 이유는 성인의 이름에 기대었기 때문이다. 그대들도 이름을 남기고 싶다면 멘토를 얻으라.


2) 관, 안 열전

-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안다.

- 군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에게 뜻을 드러낸다.


-> 제나라 명재상 관중과 포숙, 안영의 이야기

-> 포숙은 관중을 환공에게 천거했다. 환공은 옛 원수인 관중을 등용했다. 원수를 등용한 환공도 관중을 천거한 포숙도 뛰어난 사람들이다.

-> 안영은 2인자의 표상이다. 평생 긴장을 놓지 않았으며 청렴하였으며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오늘날 관료들이 살펴 닮았으면 좋겠다.


72.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

-> 관중은 야망과 능력을 갖춘 재원이다. 맡겨진 일은 훌륭하게 내 낼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포숙은 이런 관중의 능력을 알아보고 천거하여 그를 명재상으로 이끌었다. 그는 관중의 아랫자리에 있으면 그의 본분을 다하였다. 스스로 있을 자리를 알고 삼갈 줄 알며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포숙이야말로 현명한 사람이다.


73. 창고에 물자가 풍부해야 예절을 알며,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해야 명예와 치욕을 알게 된다. 나라를 다스리는 네 가지 강령 즉 예의, 정의, 깨끗함, 부끄러움이 펼쳐지지 못하면 나라는 멸망한다.

-> 오늘 날 반드시 새겨야 할 대목이다. 아~이치의 밝음은 시공을 초월하는 것이다. 이 상태라면 이 나라의 장래는 암울할 따름이다.

빈곤은 상대적인 것이다. 오늘 날 절대빈곤을 이야기 하기는 어렵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곤은 우리사회에 만연하다. 풍족하지 않으면 인을 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74. 주는 것이 곧 얻는 것임을 아는 게 정치의 비책이다.

-> 정치만 그렇겠는가!


75. 임금이 물으면 바르고 신중하게 대답하고, 묻지 않을 때에는 몸가짐을 조신하게 하였다. 임금이 나라를 올바르게 다스리면 그 명령을 따르지만 올바르지 않을 경우에는 그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 삼가고 겸손함이 안영과 같아야 할 것이다. 윗사람을 모시는 사람의 도리는 바로 이런 것이다. 이리하여 비로소 삼대에 걸쳐 재상으로 이름을 떨쳤다.


군자는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자에게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만 자기를 알아주는 자에게는 자신의 뜻을 드러낸다.


76. 안자라는 분은 키가 여섯 자도 채 못 되는데 몸은 제나라 재상이 되어 제후들에게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그분이 외출하는 모습을 살펴보니 품은 뜻이 깊고 늘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키는 여덟 자나 되건만 겨우 남의 마부 노릇을 하면서도 아주 의기양양해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소첩이 헤어지자고 하는 까닭입니다.

-> 오늘날 안자가 살아 있다면 나는 그를 위해 채찍을 드는 마부가 되어도 좋을 만큼 흠모한다.


3) 노자, 한비 열전

- 훌륭한 상인은 물건을 깊숙이 숨겨 둔다.

- 관리가 되느니 더러운 시궁창에서 놀리라.

- 용의 비늘을 건드리지 마라.


81. 훌륭한 상인은 물건을 깊숙이 숨겨 두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군자는 아름다운 덕을 지니고 있지만 모양새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고 나는 들었소. 그대는 교만과 지나친 욕망, 위선적인 표정과 끝없는 야심을 버리시오, 이러한 것들은 그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소. 

-> 이른 노자를 일컬어 공자는 ‘용 같은 존재’ 즉, 자신이 범접할 수 없는 큰 존재라고 칭송하였다. 


84. 나는 차라리 더러운 시궁창에서 노닐며 스스로 즐길지언정 나라를 가진 제후들에게 얽매이지는 않을 것이오. 죽을 때까지 벼슬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즐겁게 살고 싶소.

-> 장자의 학문은 노자에서 시작하여 노자에서 끝난다. 그의 말은 거침이 없었으므로 등용되지 못했다.


87. 

유세의 어려움은 군주라는 상대방의 마음을 잘 파악하여 내 주장을 그 마음에 꼭 들어맞게 하는데 있다.


유세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장점을 아름답게 꾸미고 단점을 덮어 버릴 줄 아는 것이다.


90.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나 아는 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어렵다.


91. 용이라는 동물은 잘 길들이면 그 등에 딸 수도 있으나. 그 목덜미 아래에 거꾸로 난 한 자 길이의 비늘이 있어 이것을 건드린 사람은 죽는다고 한다. 군주에게도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유세하는 사람이 군주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지 않으면 거의 성공적인 유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한비자의 설득에 관한 통찰이다. 고객의 마음을 읽어 그 마음에 합당하게 하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이익과 명성의 비유, 그리고 이들의 중의 된 비유는 절묘하다. 고객이 설득에 반감을 가지지 않고 주장을 내치지 않아야 비로소 나는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다. 그는 이 세난 편을 짓고도 스스로는 재앙을 벗어나지 못했다.


4) 사마양저 열전

- 약속은 생명과도 같다.


100. 장수란 명령을 받은 그날부터 집을 잊고, (......) 백성의 목숨이 모두 당신에게 달려 있거늘 송별회라는 말이 뭡니까?

-> 약속의 엄중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만과 겸손과 삼감의 엄중함에 관한 이야기다. 아울러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교만한 자의 교만을 이용하는 잔인한 지혜를 선보인 사마양저는 선인인가! 


5) 손자 오기 열전

- 군령을 따르지 않는 병사에게는 죽음뿐이다.

-> 오늘날 역시 제복을 입은 사람은 그 조직은 질서와 목적에 부합된 삶을 살겠다는 것이다. 만약 여기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면 옷을 벗어라. 공무원인건 회사원이건 마찬가지다. 물론 공적인 사무를 보게 되는 공무원의 경우 그 책임이 무거울 것이다. 산입이 포도청이라고 제복을 입고 꾸역꾸역 조직에 복무하는 것은 조직을 위해서도 개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명심해야 할 일이다.

- 급소를 치고 빈틈을 노려라.

- 나라의 보배는 험난한 지형이 아니라 임금의 덕행이다.


108. 약속이 분명하지 않고 명령에 숙달되지 않은 것은 장수의 죄이지만 군령이 이미 정확해졌는데도 군법에 따르지 않는 것은 사졸들의 죄이다.

-> 기준과 규칙이 정해졌는데도 따르지 않는 것은 따르지 않는 자의 책임이다.


111. 당신의 하급 말고 상태편의 상급 말을 겨루게 하고 당신의 상급 말과 상대편의 중급 말을 겨루게 하며, 당신의 중급 말과 상태편의 하급 말을 겨루게 하십시오.


114. 오기는 이름을 얻기 위해 자기 아내를 죽여 제나라 편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 아내를 죽여 명성을 쫓은 오기. 이렇게 얻은 명성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는 훌륭한 장군이었으나 가족은 물론 자신의 복도 지키지 못하고 화를 입었다. 지나친 욕망은 화를 자초한다는 것을 오기의 삶을 통해서 읽을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직장인들이 바로 오기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족과 자신의 인생을 돌보지 않은 채 오로지 사회적 성취와 성공을 위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린다. 이들에게 자신은 없다. 일이 삶이고 삶이 일인 인생이다.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질문하지 않는다. 그들은 결국 다 쓰여지고 버려질 것이다.


116. 나라의 보배는 임금의 덕행에 있지 지형의 험준함에 있지 않습니다.

-> 조직의 보배는 리더의 덕행에 있지 시스템의 견고함에 있지 않다.


118. 전문이 대답했다.

- 황의 나이가 어려 나라가 안정되지 못하고 신하들은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며 백성은 그분을 믿지 못하고 있소. 이런 때에 재상 자리를 당신에게 맡기겠소, 아니면 내게 맡기겠소?

-> 이것이 바로 내가 당신보다 윗자리에 있는 까닭이오. 사람은 능력에 따라 쓰이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 쓰인다. 나에게 아직 기회가 오지 않았다면 그 때를 기다리자. 언젠가는 이라는 희망이 결국 허망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내가 버리지 않는다면 아직 기회는 있는 것이다. 포기는 배추 셀 때 쓰는 말이다.


121. 손빈이 방연을 해치운 계략은 실로 절묘했으나 그에 앞서 다리가 잘리는 형벌을 당하는 재앙을 막지는 못하였다. 오기는 무후에게 험난한 지형보다 임금의 덕행이 더 낫다고 말했지만 초나라에서 그의 행실이 각박하고 인정이 없었으므로 목숨을 잃었으니 슬픈 일이구나!

-> 사마천 스스로도 궁형의 치욕을 벗지 못했으며, 나도 백면서생의 이름을 벗지 못했으니...


6) 오자서 열전

- 때를 기다려라.

-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

- 성공하면 충신이고 실패하면 역적이다.

-> 누군가 설거지를 해야 한다면 나는 설거지를 할 것이다. 세상은 참으로 공평치 못할 때가 있다. 귀찮고 더러운 일을 마다하지 않았건만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을 깨면 책임을 지라한다. 복지부동한 그들을 또 이리 때처럼 들고 일어나 이를 문제 삼는다. 때문에 복지부동은 일소되지 못하는 것이다. 나서면 총을 먼저 맞을 것이므로...


143. 태사공은 말한다. 그는 작은 의를 버리고 큰 치욕을 씻어 후세에까지 이름을 남겼으니 그 뜻이 참으로 슬프구나.


7) 중니 제자 열전

- 사람은 성격에 따라 조언도 달라져야 한다.

- 좋은 말을 듣고 실행하지 못했는데 또 좋은 말을 들을까 두렵다.

- 자식은 태어난 지 삼 년이 지나야 부모 품을 벗어난다.

- 썩은 나무로는 조각할 수 없다.

- 닭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랴.

- 흰 바탕이 있는 뒤에 색을 칠할 수 있다.

-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 많이 듣고 삼가면 실수가 적다.

- 배우고도 실행하지 않으면 부끄러운 일이다.

- 흰 옥의 티는 갈 수 있지만 말의 티는 어찌할 수 없다.



148. 어질구나. 회여! 밥 한 그릇과 물 한 바가지로 누추한 뒷골목에 살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견뎌 내지 못할 텐데, 안회는 자기가 즐겨 하는 바를 바꾸지 않는구나!

-> 자신이 원하는 바, 추구하는 바, 하고 싶은 바를 위하여 남루한 현실 따위는 기꺼이 수용한다. 공자의 안회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던 것 같다. “벼슬에 나가게 되면 도를 실행하고 물러나면 조용히 도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와 너뿐이구나!” 했다.


149. 안회라는 자가 배우기를 좋아하고 노여움을 남에게 옮기지 않으며 잘못을 거듭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젊은 나이에 죽었습니다. 지금은 세상에 배우기를 좋아하는 자가 없습니다.

-> 공자는 안회가 일찍이 죽자 매우 슬퍼하며 소리 내어 울었다고 한다. 안회의 이른 죽음에는 정도가 지나친 인내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삐딱한 생각이 든다.


151. 얼룩소의 새끼라도 털이 붉고 뿔이 곧다면 사람들이 그것을 제물로 쓰지 않으려고 하여도 어찌 산천의 신들이 그냥 내버려 두겠는가?

-> 인재는 태생의 귀천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능이 있다면 태생의 귀천이 무슨 소용이랴. 쓰임이 있다면 아무리 벽촌에 숨어 있어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안달복달 하지 말자. 그리고 묵묵히 읽고 쓰고 행하며 기다리라. 이러다 말아도 손해 볼 것이 무엇인가.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으니 천복이다.


151. 염구가 공자에게 물었다. 

- 의로운 일을 들으면 바로 실천해야 합니까?

- 실천해야 한다.

자로가 물었다.

- 의로운 일을 들으면 바로 실천해야 합니까?

- 아버지와 형이 살아 계신데 어찌 들은 것을 바로 실천하겠느냐?

자화가 공자의 대답이 다른 연유를 물었다.

- 염구는 머뭇거리는 성격이므로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준 것이고, 자로는 지나치게 용감하므로 제지한 것이다.

-> 형편에 맞게 대처하는 지혜는 반드시 이와 같아야 할 것이다. 모자란 것은 더해주고 넘치는 것은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급한 놈에게는 천천히 가라하고 느긋한 놈에게는 빨리 가라한다. 충천한 놈에게는 삭히라 하고 머뭇거리는 놈에게는 분발하라고 한다. 이렇듯 사람에게는 저마다 맞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153. 공자가 자로에게 말했다. - 처음부터 끝가지 그렇게 하고 게으르지 않으면 된다.

-> 해야 할 일을 하고 계속해서 한다. 매일하는 것이 게으르지 않은 것이다. 매일할 수 있으면 잘 할 수 있게 된다.


169. 군자가 도를 배우면 남을 사랑하게 되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사람을 부리기 쉽다.

-> 어쨌거나 도는 손해날 일이 없다. 하물며 소인에게서 조차 소용이 있으니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도란 하늘의 명을 받드는 것 즉 인을 행하는 것이다. 인은 사랑이며 옳음이다.


170. 그림을 그리는 일은 먼저 흰 바탕이 있는 뒤에 색을 칠해서 다듬는다는 뜻이다.

-> 바탕이 없으면 아무것도 만들 수 없으며,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고,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바탕을 이루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여기서 바탕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다움’ 즉 ‘인’ 말고는 없다.


171. 많이 듣고 그중에서 의심나는 것을 버리고 그 나머지를 신중하게 말한다면 실수가 적을 것이다. 많이 보고 그중에서 의심나는 것을 버리고 그 나머지를 신중히 실행한다면 뉘우치는 일이 적을 것이다. 말에 실수가 적고 행동에 뉘우침이 적으면 벼슬은 그 가운데 저절로 얻어진다.

-> 삼가고 겸손함은 항상 옳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유념해야 할 일이다. 


178. 흰 옥의 티는 갈 수 있지만, 말(言)의 티는 어찌할 수 없다.

-> 쏟은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다. 말이 이와 같다. 뱉어 내기 전에 반드시 숙고해야 한다. 함부로 말하지 말라. 마찬가지로 함부로 쓰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183. 

- 어진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인을 실천하기란 어려운데 그것을 함부로 말할 수 있겠느냐?


- 군자는 걱정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마음속 깊이 살펴보아 부끄러울 것이 없다면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하겠느냐?


184

번지가 仁에 대해 물었다.

- 그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또 智(슬기로울 지)란 어떤 것인가 물었다.

- 그것은 사람을 아는 것이다.


187.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잘못을 저지르면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알려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하는 임금의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것을 숨기는 것이 예이다.

-> 부모나 상사의 말을 옮기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예이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아내와 아이들이 알려 준다. 그리고 주변에서 알려준다.


8) 상군열전

: 상군은 법가를 대표하는 정치가 상앙(공손앙)을 말한다.

-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야 성공적인 유세를 할 수 있다.

- 옛것을 따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 새로 만든 법은 믿음 속에서 꽃필 수 있다. 

- 법은 위에서부터 지켜야 한다.

- 뱃속에 있는 질병을 없애라.

- 사람의 마음을 잃는 자는 망한다.


202.

- 이 나무를 북쪽 문으로 옮겨 놓는 자에게는 십 금을 주겠다.

그러나 백성은 이것을 이상히 여겨 아무도 옮기지 않았다. 다시 이렇게 말했다.

- 이것을 옮기는 자에게는 오십 금을 주겠다.

어떤 사람이 이것을 옮겨 놓자 즉시 그에게 오십 금을 주어 나라에서 백성을 속이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고 나서 새 법령을 널리 알렸다.

-> 작금의 경우 세상은 투명하다고 하나 그들이 말하는 것을 믿지 않는다. 믿지 않은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인가! 믿을 수 없는 그들이 문제인 것인가! 알 수 있는 것이...믿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진짜가 드문 세상을 살고 있다. ‘솔직히’, ‘진짜로’, ‘정말로’, ‘원조’ 따위의 말들이 접두어로 붙어야 하는 작금의 실태를 어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203. 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것은 위에서부터 이것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병폐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말만큼 공허한 말이 또 없다. 

더불어 인정이 없이 모질고 잔인한 법과 집행은 백성들을 피곤하게 한다. 상항은 결국 잔혹한 거열형을 입어 생을 마쳤으며 그의 집안은 멸족 되었다.


9) 소진열전

: 합종가인 소진과 그의 두 동생 소대와 소려의 열전을 묶은 것.

소진은 가족에게 배척 받고 여러 나라에서 배척당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그는 여섯 나라의 합종을 이끌어 내고 육국의 제상이 되었다. 한마디로 맨땅에 헤딩이 이런 것이다. 

- 새도 깃털이 자라지 않으면 높이 날 수 없다.

- 천 리 밖의 근심을 버리고 백 리 안의 근심부터 해결하라.

- 어찌 어두운 곳에서 큰일을 결정하랴?

- 닭 부리가 될지언정 쇠꼬리가 되지 말라.

- 싹이 돋아날 때 베지 않으면 결국 도끼를 써야 한다.

- 과장된 몸짓 속에 가려진 진실을 보라.

- 우환이 닥친 뒤에는 걱정해도 소용없다.

- 부귀하면 우러러 보고 가난하면 업신여긴다.

- 원수를 버리고 든든한 친구를 얻어라.


10) 장의열전

: 대표적인 연횡가인 장의, 진진, 서수의 사적을 기록한 것.

- 작은 이익을 탐내면 큰 뜻을 이루지 못한다.

- 깃털도 쌓으면 배를 가라앉힐 수 있다.

- 호랑이와 양은 적수가 못된다.

- 달콤한 말은 나라를 망친다.

- 한때의 이익에 끌려 백대의 이익을 돌아보지 않는다.

- 오른팔을 잘리면 싸울 수 없다.

- 사람 됨됨이는 그 주위 사람이 제대로 한다.


265. 내 혓바닥이 아직 붙어 있는지 보아 주시오.

-> 장의의 필살기는 세치 혀다. 


267. 장의는 천하에서 현명한 인물이니 나는 그를 뛰어넘을 수 없네. 지금은 운이 좋아 내가 먼저 등용되었을 뿐이지 진나라의 실권을 잡아 휘두를 사람은 장의뿐일세. 그러나 그는 가난하여 다른 사람에게 등용 되지 못했네. 나는 그가 작은 이익을 탐내어 큰 뜻을 이루지 못할까 염려스러워서 일부러 그를 불러다 모욕을 주어 그의 뜻을 북돋은 것일세. 자네는 나  대신 은밀히 그를 도와주게.

-> 장의와 함께 수학한 소진은 그를 찾아온 장의를 박대하였다. 박대한 이유가 이와 같았다. 뒷날 장의는 이유를 알고 “소군이 있는 한 내가 감히 무엇을 할 수 있겠소.” 라고 했다.


275. 깃털도 많이 쌓으면 배를 가라앉히고, 가벼운 물건도 많이 실으면 수레의 축이 부러지며, 여러 사람의 입은 무쇠도 녹이고, 여러 사람의 비방이 쌓이면 뼈도 녹인다.


298. 그것은 장의만이 아니라 길 가는 사람도 다 압니다. 예전에 오자서는 그 임금에게 충성하였기 때문에 온 천하가 그를 자기 신하로 삼으려고 서로 다투었고, 증삼은 자기 부모에게 효도하였기 때문에 온 천하가 그를 자식으로 삼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노비가 그 마을을 벗어나기 전에 팔리면 좋은 노비입니다. 소박맞고 쫓겨 온 여자가 그 마을에서 다시 결혼한다면 좋은 아내입니다.

-> 진진의 사람됨이 이러하였는데 좋은 사람은 주위에서 이미 알아보는 법이다. 


11) 저리자, 감무열전

: 이 편은 지혜주머니라고 불린 저리자, 저리자를 통해 혜왕을 만나 천하의 일을 언급한 감무, 그리고 그 손자 감라의 전기를 다룬 것이다.


314. 증삼의 어머니는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세 번째 듣고서는 결국 아들을 믿지 못하고 베 짜던 북을 내던지고 베틀에서 내려와 담을 넘어 날아났다.

-> 믿음이란 것이 본디 이렇게 약한 것이다. 어미가 아들을 믿지 못할 만큼...하여 믿음을 관리하는 것도 상당한 정도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12) 양후열전

: 권력의 무상함을 양후의 전기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부유하고 존귀함이 최고에 이르렀을 때 범저 한 사람의 탄핵으로 신분이 꺾이고 권세를 잃었다.

- 잃는게 없는 싸움을 하라.


13) 백기 완전 열전

: 백기와 왕전은 보통 사람을 뛰어넘는 재능을 갖추어 천하를 무찔렀지만 진나라를 위해 천하를 지킬 수는 없었고, 심지어 자기 몸조차 온전하게 지키지 못했다.

- 백기는 조나라 병사 수십만 명을 생매장 했다.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운명을 면치 못했다.

- 왕전은 여섯 나라를 평정하는 노련한 장군이었으나 자신의 안위를 챙기는 것에 머물러 세상에 덕을 세워 천하의 근본을 튼튼하게 하지 못했다.


14) 맹자, 순경열전

: 맹자와 순자를 비롯한 여러 잡가들의 이야기다. 

- 병가, 법가가 인기 있던 세상에서 덕치를 부르짖던 맹자는 등용되지 못했다.

- 사욕은 환란의 시작이다.

- 시대 흐름에 들어맞지 않는 주장은 쓰이지 못한다.


363.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한을 사는 일이 많다.


15) 맹상군열전

: 식객을 맞아 선비 기르기를 좋아하고 사람 보는 눈이 탁월했던 맹상군의 이야기다.


- 군주가 이익에 눈이 멀면 백성은 떠난다.


379. 사람의 운명을 하늘에서 받는다면 아버님께서는 무엇을 걱정하십니까? 그렇지 않고 운명을 지게문에서 받는다면 지게문을 계속 높이면 그만입니다. 어느 누가 그 지게문 높이를 따라 계속 클 수 있겠습니까?

-> 맹상군의 운명이 그의 애비를 해칠 운명이라면 운명대로 될 것이고 지게문 때문이라면 지게문을 높이면 그만일 것인데 그런 이유로 아이를 버리려 했다니 말이 되는 것이냐며 아비에게 따지는 맹산군의 총명함이 돋보인다.


397. 살아 있는 것이 반드시 죽게 되는 것은 만물의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부유하고 귀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고 가난하고 지위가 낮으면 벗이 적어지는 것은 일의 당연한 이치입니다. 당신은 혹시 아침 일찍 시장으로 가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습니까? 새벽에는 어깨를 맞대면서 앞 다투어 문으로 들어가지만 날이 저물어 시장을 지나는 사람들은 팔을 휘저으면서 시장은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이는 그들이 아침을 좋아하고 날이 저무는 것을 싫어해서가 아닙니다. 날이 저물면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물건이 시장 안에 없기 때문입니다.

-> 사람들이 그대 곁은 떠나고 오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것이다. 가난한데도 지위가 낮으면 벗이 적어진다.


16) 평원군, 우경열전

선비를 사랑한 천하의 네 공자(맹상군, 평원군, 춘신군, 신릉군) 가운데 한사람이다.

- 강한 자는 공격하고 약한 자는 지킨다.


421. 작은 나라와 큰 나라 함께 일을 하면 이로운 것이 있을 때에는 큰 나라가 그 복을 받고 일이 잘못되면 작은 나라가 그 화를 입게 된다.


17) 위공자열전

: 선비를 사랑한 천하의 네 공자(맹상군, 평원군, 춘신군, 신릉군) 가운데 한사람이다.


- 어진 사람을 얻으려면 정성을 다하라.

- 노름꾼과 술파는 자라도 어질면 찾아가라.

- 비방 한마디가 인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436. 세상일에는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있고, 또 잊어야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남이 공자에게 베푼 은덕은 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공자께서 다른 사람에게 베푼 은덕은 잊으시기 바랍니다.


18) 춘신군열전

: 선비를 사랑한 천하의 네 공자(맹상군, 평원군, 춘신군, 신릉군) 가운데 한사람이다.

- 호랑이 두 마리가 싸우다 지치면 개도 못 이긴다.

- 마땅히 결단을 해야 할 것을 결단하지 못하면 도리어 어려움을 겪게 된다.

- 정확한 결단만이 몸을 보존할 수 있다.

- 복과 불행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19) 범저, 채택열전

: 이들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신들의 뜻을 잃지 않았고 공을 이룬 뒤에는 물러나 어진 사람을 따랐다. 진나라가 제후들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이 인재들을 받아 두루 썼기 때문이다.


- 군주가 의심하면 잠시 떠나 때를 기다려야 한다. 

- 열매가 너무 많으면 가지가 부러진다.

- 


465. 범저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이가 빠졌다. 범저가 죽은 척하자 대나무 발에 둘둘 말아서 변소에 내버려 두었다. 빈객들이 술을 마시다 취하여 번갈아 가며 그의 몸에 오줌을 누었다.

-> 그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왔으며 이 치욕을 갚았다.


504. 소매가 길어야 춤을 잘 추고, 돈이 많아야 장사를 잘 할 수 있다. _한비자

그러나 선비에게는 역시 우연히 때를 마나는 경우가 있다. 이 두 사람 못지않은 재능을 가지고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을 어찌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두 사람도 어려운 때가 없었다면 어찌 떨치고 일어날 수 있었겠는가?


20) 악의열전


- 충신이 반역자가 되는 것은 하루아침이다.

- 능력은 인정받지 못하면 떠나라.


21) 염파, 인상여열전

: 화씨벽으로 담판하는 인상여의 기개가 아름답다.


545. 죽음을 알면 반드시 용기가 솟아나게 된다. 죽는 것 그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고 죽음에 대처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22) 전단열전


550.

-> 전단의 계책은 내 몸의 한쪽을 적에게 내어 줌으로써 결국 승리로 이끌었다. 포로들의 코를 희생하고 조상들의 묘를 희생함으로써 병사들의 분노와 사기를 다시 끌어낸 것이다. 동기부여란 것이 곧 복지만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23) 노중련, 추양열전


566. 천하에서 선비가 귀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다른 사람의 걱정거리를 덜어 주고 재앙을 없애 주며 다툼을 풀어 주고도 보상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일 보상을 받는다면 이것은 장사꾼의 행위입니다. 저는 이런 짓은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 이 시절에도 쉽지 않은 일이었음에 이렇게 역사에 남아 오늘에 전해졌을 것이다. 선비를 만나는 것은 이야기 속에서만 가능한 것일런가!


569. 작은 예절에 얽매이는 사람은 영화로운 이름을 이룰 수 없고 작은 치욕을 마다하는 사람은 큰 공을 세울 수 없다. (......) 작은 절개를 버리고 대대로 전해질 수 있는 공을 세우라.

-> 삶에 치욕이 없길 바라지 마라. 사마천은 궁형의 치욕을 견뎠고, 이순신은 백의종군 했으며, 다산은 18년을 유배지에서 보냈으면서도 내내 죽음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571. 그러나 노중련은 달아나 어느 바닷가에 숨어 살며 이렇게 말하였다.

- 나는 부귀로우면서 남에게 얽매여 사느니 차라리 가난할망정 세상을 가볍게 내 맘대로 살리라.

-> 내 삶을 내가 살기로 결심한 날부터 나는 이런 맘이었다.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


575. 여자는 예쁘든 못생겼든 궁중으로 들어가면 질투를 받고, 선비는 어질든 어리석든 조정으로 들어가면 시샘을 받게 마련입니다.

-> 궁중으로 들지 말며 조정으로 나서지 말면 될 일이다. 조직의 속성을 꿰뚤어 한 말일 것이다. 


578. 어진 임금이 세상을 다스리고 풍속을 바로잡을 때는 도공이 돌림판으로 여러 가지 그릇을 만드는 것처럼 교화시킵니다. 그러므로 천박하고 현란한 말에 이끌리거나 사람들의 떠도는 말에 마음을 빼앗기는 일이 없습니다. (......) 의관을 바르게 하고 조정에 들어온 사람은 이익을 위해 의로움을 더럽히지 않으며 명예를 갈고 닦는 사람은 욕심 때문에 행실을 그르치지 않는다.

-> 정성으로 지극하게 사심 없이 성실하게...


24. 굴원, 가생열전

- 사람은 곤궁해지면 근본을 돌아본다.

- 우물물이 맑아도 마시지 않으니 슬프다.

- 사람들이 다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있다.

- 모자를 신발 삼아 신어서야 되겠는가.

- 들새가 들어오고 주인이 나간다.


591. 

- 대체로 성인이란 물질에 구애받지 않고 속세의 변화를 따를 수 없다고 합니다. 온 세상이 혼탁하다면 왜 그 흐름을 따라 그 물결을 타지 않으십니까? 모든 사람이 취해 있다면 왜 그 지게미를 먹거나 그 밑술을 마셔 함께 취하지 않으십니까? 어찌하여 아름다운 옥처럼 고결한 뜻을 가졌으면서 스스로 내쫓기는 일을 하셨습니까?

-> 굴원과 같은 사람은 태생적으로 이리 하지 못한다. 이리 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종류가 다른 사람인데 가능할 턱이 없다. 할 수 있었으면 그리 했을 것이다. 그러니 시 한수 남기고 멱라수에 몸을 던진 것이 아니겠는가!


25) 여불위열전

- 진귀한 재물은 사 둘만하다.

- 한 글자도 더하거나 뺄 수 없다.

- 거짓으로 얻은 명성은 물거품 같다.


: 세상을 두고 거래를 했지만 말로는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26) 자객열전

-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는다.

- 굶주린 호랑이가 다니는 길목에 고기를 던져 놓는다.

- 자객은 한번 떠나면 돌아오지 않는다.


27) 이사열전

- 사람이 잘나고 못남은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 달렸다.

- 제 몸조차 이롭게 못하면서 어찌 천하를 다스리랴.


661. 

- 사람이 어질다거나 못났다고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이런 쥐와 같아서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 달렸을 뿐이구나.

-> 변소의 쥐와 창고안의 쥐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깨우친바 환경에 따라 달라짐을 깨달았던 모양이다.

-> 통일제국이 간신배 하나 때문에 망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아~~~장탄식이 멈추어지지 않는다. 조고가 활개 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조정이 썩을 대로 썩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정이 건강했다면 이런 환관 나부랭이가 나라를 들어 먹도록 기능이 멈춰져 있었겠는가!


28) 몽염열전

- 충신은 대신들과 다투지 않는다.


711. 몽염은 이름 있는 장수로서 이러한 때에 곤궁한 백성을 구제하고 늙은이를 모시고 고아를 돌보며 모든 배성을 안정되고 평화롭게 하는 일에 힘써야 ㅎ나다고 강력히 간언하지 않고 도리어 시황제의 야심에 영합하여 공사를 일으켰으니 그들 형제가 죽음을 당한 것은 마땅하지 않겠는가! 

-> 사마천의 애민사상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황제의 욕심에 영합하여 백성들의 고통을 수반하는 큰 공사를 일으켰으니 그것이 죄라는 것이다.


29) 장이, 진여열전

- 명분이 있어야 도울 수 있다.

- 이익 앞에서는 친구도 원수가 된다.

- 지조 있는 신하가 왕을 구한다.


718. 적이 많으면 힘은 흩어지고 편이 많으면 군대는 강해집니다.


738. 장이와 진여가 처음에 빈궁할 때에는 서로 죽음을 무릅쓰고 신의를 지켰으니 어찌 서로 돌아보고 의심하는 일이 있었겠는가? 그러나 그들이 나라를 움켜쥐고 권력을 다투게 되자 마침내 서로를 멸망시켰다. 예전에는 서로 앙모하고 신뢰함에 성의 다하더니 나중에는 서로 배반하고 사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였으니 어찌 된 일인가? 그들이 권세와 이익만 쫓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30) 위표, 팽월열전

- 인생은 희 망아지가 문틈으로 지나가는 것처럼 짧다.

- 용 두 마리가 싸우면 기다려라.


: 이들은 결국 모두 붙들려 형벌을 받았다. 그 이유는 지략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자들이지만 오직 자기 몸을 보존하지 못하는 것만 걱정하였기 때문이다. 


31) 경포열전

- 팔장만 끼고 앉아 어느 쪽이 이기는지 보면 안 된다.

- 천하를 다스리는 데 어찌 썩은 선비를 쓰랴.


32) 회음후 열전

- 싸움에서 진 장수는 무용을 말하지 않는다.

- 과욕은 화를 부른다.

- 들짐승이 다 없어지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

- 높이 나는 새가 모두 없어지면 훌륭한 활을 치운다.


780. 항왕의 사람됨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항왕이 화를 내며 큰 소리를 지르면 1000명이 모두 엎드리지만 어진 장수를 믿고 일을 맡기지 못하니 그저 보통 남자의 용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 그러나 부리는 사람이 공을 세워 벼슬을 주어야 할 경우가 되면 인장이 닳아 깨질 때까지 만지작거리며 선뜻 내주지 못합니다. 이것은 이른바 아녀자의 仁일뿐입니다. (......) 항왕의 군대가 지나간 곳이면 학살과 파괴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다만 그의 강한 위세에 눌려있을 뿐입니다.

-> 한신의 입을 통하여 리더가 가져야 될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혼자서 용맹하나 사람을 쓸 줄 모르고 칭찬에 인색하며, 어질지 못하고 잔인하다. 힘으로 누를 수 있어도 마을을 얻지는 못한다.


806. 날랜 토끼가 죽으면 훌륭한 사냥개를 삶아 죽이고, 높이 나는 새가 모두 없어지면 좋은 활은 치워 버린다. 적을 깨트리고 나면 지모 있는 신하는 죽게 된다.


808. 폐하께서는 군대를 이끌 수는 없습니다만 장수를 거느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이 폐하께 사로잡힌 까닭입니다. 또 폐하는 이른바 하늘이 주신 바이니 사람 힘으로는 어쩔 수 없습니다.

-> 자신을 믿는 것과 자기애가 지나친 것은 좀 다른 문제 같다. 교만은 결국 자기애가 지나친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교만은 가장 무서운 적이며 가장 무서운 형벌이다.


811. 만약 한신이 도리를 배워 겸양한 태도로 자기 공로를 뽐내지 않고 자기 능력을 자랑하지 않았다면 .... 후세에 사당에서 제사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 삼가고 겸손하여야 한다. 특히 스스로 야망이 있고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33) 한신, 노관열전


831. 대체로 계책의 설익음과 무르익음과 성패가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이 깊구나.


34) 전담열전

: 전횡이 싸움에서 져 한나라 왕의 부름을 받고 치욕을 느껴 자살하자 그를 따르던 빈객 수백 명이 절개를 지켜 따라 죽었다.


837.

- 독사에게 물린 손은 잘라야 한다. 자르지 않으면 몸뚱이마자 해치기 때문이다.


35) 번, 역, 등, 관 열전

: 번쾌, 역상, 하후영, 관영의 이야기다. 이들은 모두 미천한 출신으로 시대에 편승하여 영웅이 되었다.


869. 어찌 파리가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천 리를 가듯이 한나라 고조를 만나 한나라 조정에 이름을 날리고 자손들에게까지 은덕을 내리게 될 줄 알았겠는가?

-> 선견지명이다. 항우와 함께 했던 이들은 역사에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했다. 이런 것을 운명이라고 할 것이다.



3. 내가 저자라면


역사는 오늘에 투영됨으로써 다시 태어난다. 수천 년의 시공을 넘어와 오늘의 우리에게 교훈과 직관을 선사한다. 사기열전에는 성인으로 추앙 받는 공자에서부터 노름꾼과 사기꾼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풍랑이 휘몰아치던 혼란의 시대 앞에 그 시대를 맛선 자, 시대를 거스른 자, 그리고 시대를 비껴간 자들의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성공과 좌절, 대립과 갈등, 배신과 충정, 도덕과 탐욕 등의 양립할 수 없는 가치들이 쉼 없이 부딪치며 반목한다. 이러한 구성은 이 책이 오늘날까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생명력을 부여한 원동력이다. 사마천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수많은 영웅들을 불러와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승시켰다. 기록이란 이런 것이며, 역사란 이런 것이다. 이것은 온전히 사마천의 공헌으로 삼아야 마땅한 것이다. 흥망성쇠의 시대를 살다간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오늘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어야 하는 것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책의 구성]


『사기』는 


- 사마천이 사관인 아버지 사마담의 유언에 따르고자 궁형의 치욕을 딛고 저술한 통사체(그냥 이야기처럼 시간 흐름에 따라 줄거리로 서술하는 방식)의 역사서.


-『사기』란 명칭은 사마천 자신이 붙인 것이 아님.

사마천이 세상을 떠난 뒤 <태사공서> 또는 <태사공기>로 불렸는데, 태사공기의 약칭이 바로 사기임.


- 전설의 황제시대로부터 사마천이 살던(당시로서는 현재) 한 무제 때까지 2000년을 아우름.


- 기전체 사서의 효시로써 중국 역사의 전범(典範)으로 일컬어지고 있음 : 본기와 열전을 중심으로 구성, 시대 순으로 제왕의 언행과 행적을 중심으로 당시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 외교 등 중대한 사건을 서술하고, 제왕이나 제후를 보좌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구성방식.


- 천체적인 구성은 본기 12편, 표 10편, 서 8편, 세가 30편, 열전 70편 등 전체 130편에 52만 6.500자로 구성 되었으며 각 편이 끝날 때마다 ‘태사공왈’로 시작하는 사마천 자신의 짧은 평론이 실려 있음.

본기: 오제부터 한 무제에 이르기까지 천하에 권력을 행사하던 왕조나 군주들의 서적을 연대순으로 기록한 것

표: 각 시대의 연표로서 연사 발전의 다섯 단계를 나타냄.

서: 정치, 사회, 문화, 과학, 천문학 등과 같은 전장(典章)제도를 기록하고 있어서 한 편의 문화사나 제도사의 성격을 가짐.

세가: 제왕보다 낮은 위치인 봉건 제후들의 나라별 역사를 다루고 있음. 제후들 외에 황제의 친척과 공훈을 세운 신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열전: 제왕과 제후를 위해 일했던 인물들의 전기를 주로 수록하고 있음.

주나라 붕괴 후 등장한 50개 제후국 가운데 최후까지 살아남은 전국칠웅(진, 한, 위, 제, 초, 연, 조)의 흥망성쇠를 주축으로 하여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 냄


사기 가운데 『열전』은 

- 주나라 붕괴 후 등장한 50개 제후국 가운데 최후까지 살아남은 전국칠웅(진, 한, 위, 제, 초, 연, 조)의 흥망성쇠를 주축으로 하여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 냄.

- 인물의 비중을 고려하여 안배하였으며,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대립되는 인물을 같은 편에 배치하기도 하는 치밀함을 보임.

- 인물에 대해 나열 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그 인물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특징을 제시하는데 주력.

- 가능한 도덕적 기여도가 높은 인물들을 먼저 고르고 거기에 평가를 더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선을 행하는 자는 복을 받고, 그렇지 않은 자는 화를 입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도록 하려함.

- 이러한 독특한 인물의 선택과 서술 방식은 사마천의 역사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역사는 결코 지배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열전의 전편에 깔린 복선으로 이해.

- 질퍽하고 적나라한 우리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세상은 언제나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전쟁과 기아, 권력에 미친 사람들, 권모술수, 배신, 음모...들의 반복이 마치 역사의 전부인 듯 하다. 이 가운데 아름다움 뜻을 품과 그것을 실천해간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도 간혹은 보인다.



[감동적이었던 장과 절]


170. 

자하는 공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 아름다운 눈의 맑게 갠 움직임이여, 아름다운 눈이 가진 흑백의 선명함이여, 흰 바탕으로써 아름다움을 이루었네. 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무슨 뜻입니까?

이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 그림을 그리는 일은 먼저 흰 바탕이 있는 뒤에 색을 칠해서 다듬는다는 뜻이다.

이 대답에 자하는 또 물었다.

- 예가 나중이라는 말씀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 비로소 너와 더불어 <시경>을 말할 만하구나.


-> 바탕이 없으면 아무것도 만들 수 없으며,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고, 무엇도 이룰 수 없다. 바탕을 이루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여기서 바탕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다움’ 즉 ‘인’ 말고는 없다. 나는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에 주목한다. 변화란 참 나에게로 가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본질, 즉 바탕을 닦는 것에 다름 아니다. 


397. 살아 있는 것이 반드시 죽게 되는 것은 만물의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부유하고 귀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고 가난하고 지위가 낮으면 벗이 적어지는 것은 일의 당연한 이치입니다. 당신은 혹시 아침 일찍 시장으로 가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습니까? 새벽에는 어깨를 맞대면서 앞 다투어 문으로 들어가지만 날이 저물어 시장을 지나는 사람들은 팔을 휘저으면서 시장은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이는 그들이 아침을 좋아하고 날이 저무는 것을 싫어해서가 아닙니다. 날이 저물면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물건이 시장 안에 없기 때문입니다.

-> 사람들이 그대 곁은 떠나고 오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것이다. 가난한데도 지위가 낮으면 벗이 적어진다.


[보완점]


보완점이라기보다는

#1

이 시대의 이야기를 열전으로 만들면 어떨까!

변경연 열전, 데카상스 열전, 피울 열전...짬짬이 재미삼아 훈련 삼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전의 형식을 빌려 정리해 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고 깨우친 것을 담박하게 실천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기분 좋은 이야기가 될 것 같다. 


#2

나는 늘 고전을 현대로 끌어오는 작업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원문을 이해할 만큼 공부가 깊지 못하고 여러 가지를 한 꿰미로 엮어내는 재주가 빈약하다. 구본형의 <사람에게서 구하라>는 가장 좋은 본보기다. 아니면 고운기의 <삼국유사>도 좋겠다. 고전을 씹어 오늘의 언어로 뱉어내는 작업은 언제나 유효하다. 내가 다시 <사기열전>류의 고전을 오늘의 언어로 씹어 낸다면 그 키워드는 ‘바탕’, ‘변화’, ‘혁신’ 등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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