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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28일 13시 28분 등록

응애 78 - 내 청춘이 지나가네 

덥다. 밤엔 춥다. 낮엔 너무 덥다. 저녁에도 덥다. 한 밤중 사방이 고요하고 차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 드디어 시원한 시간이 찾아온다. 몇시간째 꼼짝않고 미련하게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나는 이제야 겨우 배도 고프고 발도 시려온다. 

내 청춘이 지나가네

내 청춘이 지나가네
말라붙은 물고기랑 염전 가득 쏟아지는 햇살들
그렁그렁 바람을 타고 마음의 소금 사막을 지나

당나귀 안장 위에 한 짐 가득 연애편지만을 싣고

내 청춘이 지나가네, 손 흔들면 닿을 듯한
애틋한 기억들을 옛 마을처럼 스쳐 지나며
아무렇게나 흙먼지를 일으키는 부주의한 발굽처럼

무너진 토담에 히이힝 짧은 울음만을 던져둔 채
내 청춘이 지나가네, 하늘엔
바람에 펄럭이며 빛나는 빨래들

하얗게 빛바랜 마음들이 처음처럼 가득한데

세월의 작은 도랑을 건너 첨벙첨벙

철 지난 마른 풀들과 함께 철없이

내 청춘이 지나가네, 다시 한 번 부르면
돌아볼 듯 뒤돌아볼 듯 기우뚱거리며
저 멀리, 내 청춘이 가고 있네

시인 박정대
박정대 시인,교사 출생1965년 (강원도 정선) 데뷔 1990년 문학사상 등단 수상 2003년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시집 <단편들>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삶이라는 직업>


       
 박정대 시인,교사                                                    

 

출생1965년 (강원도 정선)
데뷔 1990년 문학사상 등단 수상
2003년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시집 <단편들>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삶이라는 직업>
경력 그룹 '인터내셔널 포에트리 급진 오랑캐' 멤버

  그 젊고 아름다운 아무르강의 시인이 부쩍 늙어 버렸다. 아마 시를 너무 많이 썼나보다. 그의 청춘의 격렬비열도에 눈이 내릴 때 잠을 자지않고 음악만 들었나 보다.

  어제는 <아름다운 동행>에서 어떤 그림을 보면서 주인공을 한 복판에 크게 그려놓은 그림을 보고 나의 선생님이 한 말씀 하셨다. 사람이 자연에 대해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 하신다. 사람은 본래 한쪽 끝에 조용히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겁니다. 자연이 사람에 우선 하거늘, 사람의 오만 방자함이 자기를 턱하니 중간에 말도 안되는 크기로 그려놓고 있습니다. 이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방금 쌍코피를 제물로 바치고 르네상스에서 돌아온 나는 또다시 새로운 각도에서 서서 그림들을 바라봐야하게 됐다. 무엇을 더 바쳐 성스런 지혜를 얻을 것인가....

    내 청춘도 지나가네

내 청춘도 지나가네
말라붙은 쌍코피 염전 가득 쏟아지는 햇살들
그렁그렁 바람을 타고 마음의 소금 사막을 지나

오른발 왼발 가벼운 신발 위에 한 짐 가득 연애편지만을 싣고

내 청춘도 지나가네, 손 흔들면 닿을 듯한

애틋한 기억들을 옛 마을처럼 스쳐 지나며
아무렇게나 흙먼지를 일으키는 부주의한 발자욱처럼
무너진 글빨에 우히힛~ 짧은 웃음만을 던져둔 채
내 청춘도 지나가네, 하늘엔
바람에 펄럭이며 빛나는 빨래들
하얗게 빛바랜 마음들이 처음처럼 가득한데
세월의 작은 도랑을 건너 첨벙첨벙 찰랑찰랑

철 지난 마른 풀들과 함께 철없이
내 청춘도 지나가네, 다시 한 번 부르면
뒤돌아볼 듯 뒤돌아볼 듯 기우뚱거리며
저 멀리,
내 청춘도 가고 있네

 

별짓을 다 합니다. 아무래도 내가 돌았나 봅니다.

 

 

IP *.69.159.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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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2011.08.28 13:44:58 *.108.163.130
우히힛~ 웃음 소리 특허낼까봐요..ㅎ
은근 매력있고 무엇인가 작게 작게 팍 ~ 터지는듯
좌쌤 뒷태는 10대같다니까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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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2011.08.28 14:22:49 *.108.163.130
블로그엔 글을 잘 올리는데
이곳은 제 영역이 아니어서 그런지 글과 사진 올리는게 힘들어서
여행기도 못 올리겠네요.. 우히힛.
재동씨한테 물어봤는데..
재동씨가 더 빠를 듯 해용..
지금은 사진이 둘 다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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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키
2011.08.28 14:26:06 *.95.177.135
이미지를 붙여 넣기 하면 깨져서 안보입니다.
블로그 사진을 선생님 pc 하드에 저장하고
파일 첨부 > 본문 삽입을 하셔야 합니다요. ^ ^

선생님 글 읽다가 도서관에서 빵 터졌다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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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히힛
2011.08.28 14:12:20 *.69.159.155
 
우산,
블로그에서 긁어온 사진이 어떤 경우엔 사라져버리는데 어캐하면
그냥 제자리에 좀 붙어 있어주나요?
참신한 박시인의 얼굴이 자꾸 사라지려고 하네요.  우히ㅎ히ㅣ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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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8.28 17:36:58 *.246.70.88
훔.. 좌슨생님 시 밑에 좌슨생님의 사진과 프로필도 올려주세요~~!!! ㅋㅋㅋㅋ.. (저런 각도로 찍은 사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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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9 12:17:20 *.69.159.155
그래 한때는 나도 저런 각도 잘나온적이 있었는데
주류에 휩쓸리다보니.... 흐흥~
미나야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 성당에 가면 마키아벨리의 무덤이 있단다.

그의 묘비명
"나도 한때는 지금의 자네의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장래의 자네 모습으로 이렇게 누워있네."

그 글을 못보고 온 것이 유감이란다.   이태리의 그 옛날 남자를 보고 왔어야 하는데..... 우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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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9 09:04:37 *.45.10.22
정말이지 좌쌤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사무엘 울먼의 청춘이라는 시가 생각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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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9 12:23:44 *.69.159.155
그래, 사샤도 그 시를 좋아한다고 그랬지....

지금 나는 긴 글을 써보려고 펌프질을 하고 있는 중...
힘이 드는지...자꾸만 웃고 놀고 ...좋기만 하던 그 시간들이 그립냐?

근데 사샤야  마감 임박  대박 스토리는 잘 나가고 있니?  더운 줄도 모르고 글은 흐르고....
호랑이 굴 보다 더 시원한 팔월의 마지막 날들을 즐기기를  바란다.  힘내라 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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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1.08.31 09:11:49 *.69.159.155
그래 오늘 밤 12시면...
드디어 "맨발의 청춘"을 끝내고.....새로운 도약을 꿈꾸겠구나....
이제 누가 감히 에이포 피프티에게 도전할 수 있을까?   비상을  앞당겨 축하한다. 애썼어... 

걸음걸이와는 다르게
사람의 마음에 매우 천천히 다가가는 나는 글에게도 그렇게 하네.
오늘은 열일 제쳐두고 놀아볼려구...
 조금 있다가 내 친구 김영화하고 영화보러 갈거야. 우히힛~
제목은 아이 엠 러브.... 다녀와서 또 얘기해줄게.

 아자아자~우리 사샤도 화이팅~
코피는 흘리지 말고....글의 강물을 따라 잘 흘러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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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30 17:22:09 *.45.10.22
네 선생님... 
마감의 힘을 믿고 있지요 ㅠㅠ
대박을 기원하면서... 
백조처럼 한 시도 쉬지 않고 생각하는데 
글의 시작은 쉽지 않네요... 
선생님의 번민이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얼마전 모페 식구들 만났다가 
선생님의 책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이 소식을 알려드리면 왠지 기운이 나실 것 같아서요~~

아자아자 범해 쌤 홧팅~!
강물은 쉼없이 흐르더군요 한 번도 같이 않은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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