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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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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6일 02시 05분 등록

장인정신이 투철했던 대목수이셨다.  아버지는 엉뚱하게 사고치는 내게   늘 그렇게 말씀하셨다. " 될성싶은 나무는 말야 떡잎만 봐도 알 아 볼 수 있다   커다란 재목은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튼실한 떡잎이 자라서 되는 것이다.  지금  너하는 그 태도와 행동이 커서  니 모습이 되는 것이다  이 놈! '  나는 코치가 되서 선수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훌륭한 선수는 준비운동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 관절과 동작을 움직이는 것과 몸을 푸는 태도를  보고 알 수 있다. 준비운동은 몸만 푸는 것이 아니다. 정신상태도 운동할 준비가  돼야지...오랜 코치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기억해 두어야할 최고의 비방은 방법이나 수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태도와 믿음에 있다는 것이다. 동양의 의 현자는 그렇게 말했나보다." 옳은 수단과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옳은 사람이 있다."   
 

2

 준비는 되어 있는가?

생각은 길이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뜻을 세워 꾸준히 생각하면 길이 된다.

나는 그것을 '믿음'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자신이 있는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곳에 존재한다. 삶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전쟁같은 몸부림이 아니다 사랑하는 누군가, 무엇인가를 꿈꾸고 그것을 향해 다가가려는 몸부림인 것이다. 사랑은 그 꿈을 향한 열정과 도전의 몸부림을 일으키는 힘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위해 때때로 전쟁과도 같은 삶도 불사한다. 사랑 그 열정과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불같은 힘이 있기에 삶은 생생하게 생명의 빛을 발하게 된다.

 

태릉 부근은 분명 도심이 아니다. 손닿을 듯 가까운 초목이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주지만 선수촌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긴장이 엄습한다. 특히 큰일을 앞두고서는 뭔가 딱 부러지기 위해 임하는 결전장 같다.

선수 명단을 훑어보던 감독은 테이블 위로 내팽개치듯 휙 던져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내가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고 그가 말했다.

“한 사람은 은퇴를 앞둔 이빨도 힘도 다 빠진 늙은 병사, 한 사람은 체중 오버로 뒤뚱거리는 부실한 병사. 두 사람은 국제시합 무경험의 애송이 신참병사라.... 도대체 희망의 구석이 없네.”

그는 마치 비장한 전쟁에 나가는 장수가 병사를 점검하고 나서 평가하듯 말했다.

감독이 실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의 어깨에는 올림픽 출전권 획득이라는 큰 짐이 얹혀 있었다. 마치 무슨 명운이 달린 전쟁처럼 생각하는 그에게는 결전에 나갈 병사같은 선수들의 명단을 보니 가슴이 답답히고 숨통이 콱 막히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의 선수단으로 성과를 얻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으리라.

“전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한 사람은 백전노장, 한 사람은 왕년의 한가락, 두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물불 안 가리고 나아갈 겁니다.”

“남자고 여자고 플러레, 에페, 사브르 모두 아시안게임에서 참패당하고…… 그래도 새로 추가된 여자 에뻬는 자네가 맡게 되서 잔뜩 기대했는데. 병사도 무기도 형편없으니 명장이 무슨 소용인가.”

“선생님은 우리가 올림픽 티켓을 몇 장이나 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잘 해봐야 한두 장…… 이 판국에 그것도 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

“저는 10장 모두 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으로 감독은 말했다.

“세상일이란 게 의욕만 갖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잖나?”

“왜 안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자네 지금 올림픽 티켓을 따는 것이 얼마나 힘드는 것인지 몰라서 그러나? 운동은 리얼리스트의 게임이야. 우리는 모두가 목숨 걸듯 달려드는 시합에 나가는거야... 무슨 동네 체육대회가 아니라구.”

“선생님! 그럼 우리가 왜 여기에 있습니까?”

내 시선과 감독의 시선이 마주쳐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튀는 듯했다. 감독은 화를 내려다 억누르고 말했다.

“자네나 나나 마음은 똑같아. 목표도 같고. 하지만…….”

“선생님!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열심히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묘책을 생각해낼 수 있으며 누가 지원해 주려고 하겠습니까?”

“흥분하진 말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감독이 그러면서 테이블위의 명단을 가리켰다. 그리고 휙 일어나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하늘은 맑았지만 왠지 막막해 보였다.

미래 상황에 대한 예측은 그저 과거의 기록과 경험만으로 판단하기가 쉽다. 목표에 대한 의지와 아직 남아있는 시간의 의미와 가치는 무시되기 일쑤다. 그래서 잘못된 예측이 기대와 열정을 무너뜨리고 결국엔 그것을 향한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할 수 없어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아서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미래는 현재의 결과이자 현재는 미래의 원인이다. 그러나 현재는 아무것도 결정되어 있지 않다. 바라보는 자의 마음이 있다.’

불가의 어느 경전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났다. 어차피 미래는 사실이 아니라 상상에 속한다. 미래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그 기대와 희망으로 오늘을 좀 더 알차게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사실도 아닌 상상과 부정적인 예측으로 오늘을 망가뜨릴 필요가 있을까. 그건 마치 어정쩡하게 알고 있는 펜싱 선수가 이리 공격해도 막힐 것 같고 저리 공격해도 막힐 것 같은 생각에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머뭇거리다 당하는 것과도 같다. 일어나지도 않은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전의 움직임과 전술전략적 행동패턴을 통해 예측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예정된 것이지 결정된 것은 아니다. 선수는 상대에 대해 아는 만큼 보고 보이는 만큼 아는가 아니다. 보고 싶은 만큼 보이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보여지는 것일 뿐이다. 선수는 상대의 전부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상대 능력의 일부를 알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근거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예측과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상대를 공략할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유효한 공략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미래의 일은 미래에 가서야 알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설픈 점쟁이가 하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아니다. 다만 준비가 필요할 뿐이다. 어둠 속에서 지치고 목마른 원효에게 해골바가지의 선입견은 작동하지 않았다. 시원하고 달콤한 물이라는 착각이었을 뿐이다 그러니 모두가 보고 있는 사실을 뛰어넘어 보지 못하는 숨겨진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준비다.

그리고 그 준비의 시작은 바로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며 그로인한 열정과 도전정신을 확보하는 것이다. 절박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쟁같은 삶의 오늘이 아니라 아직 남아있는 기회를 향한 오늘을 삶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 미래를 만드는 오늘의 마음의 태도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 준비에 실패하면 실패를 준비하게 되는 것과 같다.

 

체육관에 들어서니 재린은 일찍 와서 도복 안쪽에 착용하는 프로텍터를 껴입으며 개별 자율훈련을 위해 붙어 있는 한쪽 벽을 채우고 있는 커다란 거울에 비쳐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모양새가 아직도 한 풀 껶여 있어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재린이 다가왔다. 나는 그가 할 말을 예감하고 있었다. 체육관 바닥에 힘없이 주저 앉는 그를 보면서 함께 따라 앉았다.

“우리가 그 시합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엉뚱한 대답을 했다.

“운명은 예정된 것이지 결정된 것은 아냐.”

재린이 계속 말을 이었다.

“죽기아니믄 까무려치기로 작정을 하고 들어왔지만 .... 정말. 이길 수 있다고,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전 가능은커녕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그냥 명분용일 뿐이는 생각에... 다른 애들 생각은 우리는 그저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희생양 정도로 생각할뿐입니다..”

“네가 그렇게 물으니 그럼, 나도 한 가지 물어보자.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당연하지 않나요? 체력도 능력도 그리고 단순하게 생각 해봐도 저희가 걔네를 이길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걔네랑 견줄 수 있는 실력도 안 되고 경험도 안 되고 그리고 지원마저 비교도 되지 않잖아요?”

“그래, 그런데 넌 여기 왜 왔니? 지금 나하고 함께 있는 이유는 뭐지?”

“그만 둘 때 두더라도 어차피 훈련은 해야 하는거고... 전 그저 선생님에 대한 막연한 믿음 때문에.....”

“막연한 믿음이라.... 앞뒤가 안 맞는구나.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아니고, 안 되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나를 믿는다고? 말이 되니?”

“그냥 제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어요.”

“희망이나 꿈은 말이야, 논리적인 생각이 아니다. 그냥 소원하고 상상하고 기대하는 거다, 그렇지? 네 말은 내게 ‘전 희망이 없어요’ ‘전 꿈도 없어요’로 들린다. 희망이나 꿈에 무슨 이유나 방법이나 근거를 따져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기대하고 상상하고 이루어졌으면 하고 소원하는 것이지.”

“그렇지만 선생님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아닌가요. 우리가 올림픽 티켓을 따는 게 목표시잖아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시잖아요.”

“그래. 하지만 난 이길 수 있을까 없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아냐. 난 알 수 없는 일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아. 나는 미래를 몰라. 그건 하느님만이 아는 거야. 그리고 나는 미래를 맞추는 점쟁이도 아니야.

예측이나 분석으로 알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말야, 그냥 결정하면 돼! 그렇게 될거라고 생각하면 그만인거야. 그냥 꿈꾸면 되는 거야. 난 말이야... 이길 거야, 그리고 올림픽 티켓을 따서 미국에 갈 거야……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내게 주어진 기회를 맞이하겠다는 생각이다. 그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다.“

“그 말이 그 말 아닌가요?”

“솔직히 나는 올림픽 티켓을 따느냐 마느냐하는 예측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어. 오로지 오늘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은 그저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내가 생각하는 건 미래를 점쳐보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행동의 실천이 가능한 오늘 해야 할 일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네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너의 그 생각을 긍정적이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필요한 것이다.

능력도 안 되고 생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그러면  지금부터 만들고 생각하면 돼.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 지금 우리에겐 불가능한 시합이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꿈을 향해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세상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재능과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마져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내가 억지를 부리는 것인가. 내가 만 가지의 기술을 외우고 있고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어도 ...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  방법이 없어 ! 길이 없다고? 방법은 만들면 돼, 길은 당연히 없지 아무도 가지 않았는데 길이 있겠어, 길은 사람이 가야 나는 법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우리가 가면 돼, 그것이 길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결국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어야 된다

그 하고자 하는 사람이 되게 하는 것, 그건 내가 할 수 없다  내가 너에게 어렵고 곤란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기술과 전략을 가르쳐 줄 수는 있어도 시합에서 실패와 두려움을 딛고 서 서 그것을 시도하고 안하고는 오직 너만이 가능하다. 그 누구도 대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걸 용기라고 부른다. 그 두려움에 도전하는 용기는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하는 것이다.어떤 확실한 근거도 없이  나를 믿는다고... 말하지 않았니? 그래 이 시합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나나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이 너에게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너 스스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힘이 네게 믿음을 주는 것이다.

 

재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래도 확신이 서지 않은 듯 말했다.

“선생님! never say never 시군요 (절대로 안된다고 결코 말하지 말라.)”.

“그래 맞다. 네가 교회 다니는지 아닌지 몰라서 얘기 안 했는데. 예수님이 말씀 한번 잘 하셨지.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한 일이 없느니라……^^ 오늘 너는 두 가지만 하면 돼. 뭔지 알지?”

“훈련, 그리고……”

희애는 새끼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약속.”

“그래, 그거면 돼.”

 

준비운동과 베이직 트레이닝이 끝났을 때 풀리그로 네 사람 모두가 녹초가 되도록 중간 휴식 없이 시합을 시켰다. 마스크를 벗었을 때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상기된 눈자위와 콧방울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너희, 사랑할 수 있겠니?”

무슨 소린가 하고 갑자기 던져진 엉뚱한 내 질문에 다들 잠시 얼떨떨해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 인생은 전쟁 아니면 사랑이라고 했다. 너희는 어느 쪽이냐?"

“전쟁이요.”

“그래,, 좋아. 전쟁을  할 때는 목숨이 가장 소중하지. 살아남는게 목표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랑을 하면 말이다, 사람들은 목숨도 건다. 그렇지? 어때 ...? 내가 다시 한 번 물어볼 테니 마음속으로 대답하기 바란다. 전쟁이냐, 사랑이냐?”

모두들 빙긋이 웃었다.

“지금 우리 상황은 정말 여러 가지로 어렵고 곤란해. 지난 아시안게임에서의 좋지 않은 성과 때문에 패배의식과 좌절감이 보통이 아냐. 우리 앞에는 모두들 지레 겁먹고 오르기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높고 높은 산이 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해 줄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 남아있는 전쟁사의 기록은  시작하기 전에 모두 불가능한 전쟁이었다. 마라톤 전쟁, 이순신 장군이 치른 해전, 이스라엘의 7일전쟁까지 모두가 다 승리가 불가능한 전쟁이었잖니.그러니 물어보자   우리가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까? 생각해봐...  내 대답은 ‘모른다’야. 정답은 ‘그때 가봐야 안다’야. 난 너희에게 ‘이길 수 있다’거나 ‘이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야. 몸과 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하는 것일  뿐이야. 그게 바로 내가 말하는 사랑이야! 바로 오늘이라는 자기 삶을 사랑하는 거야!  그리고 실제로 존재하는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온몸과 마음을 다해 바로 오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오늘 훈련에 충실하는 거야.”

세상엔 운명이 있고 사주팔자도  있으며 온갖 예언이 있다. 하지만 분명 미래는 오늘에 있어서 아무것도 결정되어 있지 않다. 왜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운명은 예정된 것이지 결정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오늘은 나의 생각과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성실하게 오늘을 살아감으로써 어제까지의 결과로서 미래에 다가올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신은 인간에게 운명과 더불어 우리 의지로 운명을 결정하는 권한도 함께 주었다. 우리는 나아가 싸워야 하고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우리 스스로 우리의 운명을 알아보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

“올림픽 예선전에 나가는 것은 천길 벼랑으로 밀려가는 게 아니야. 우리에겐 불가능한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 남아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싸우다가 다친 상처는 아무리커도 아물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자신뿐아니라 더 많은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다면 너희는 살아있는 동안 내내 이 순간을 생각할 때마다 두고두고 스스로 포기한 자신에 대해 굴욕과 후회를 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길 원하니?"

“아뇨!”

“자! 사랑할 준비 됐니?”

“네!”

재린은 머리 위로 두 팔 하트까지 그려 보인다.

삶을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한 순간의 마주침으로 그리고 누군가에게 선택받듯 내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존중이며 보호인 동시에 책임이며 상대에 대한 지식이라고 했다. 그것은 학습과 노력을 통해서 얻어지는 기술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삶을 존중하는 것, 자신의 존재가치를 보호하고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기 위해 방법을 찾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인간의 동기(motivation)는 욕구의 강도와 방향성을 갖는다.. 배가 고프면 ‘얼마나 배가 고픈가라는’ 강도와 ‘그래서 무언가를 먹어야 겠다’는 방향성을 같는다. 어려운 상황에서 목표에 대한 동기화는 그 가치와 의미를 분명하게 밝히면서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접근 방법을 제시할 때 비로소 동기화가 이루어 지게 된다.

우리 팀에게는 강력한 동기가 필요했고 나는 그 동기를 자기 삶에 대한 사랑에서 찾았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상황은 더 이상 나쁠 수 없을 만큼 최악이었기 때문에, 공감가지 읺는 명분이나 어설픈 설득은 하지 않았다. 더 잃을 것이 없다는 것은 역으로 두려울 것 또한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지만 없는 것이 아니라 보지 못하는 것이다. 협회는 절박하므로 어떤 가능성이라도 찾기만 한다면 누구보다 적극적일 것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접근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체육과학연구원의 현장지원과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 줄 수 만 있다면 충분한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자긍심을 지닐 수 있는 사명감이 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약 반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오늘속의 삶을 열심히 사랑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아닌가.

코치는 상상과 가정으로 준비를 시작해서는 안된다. 확실한 사실을 바탕으로 모든 경험과 가능성을 현실로 체계화하여 유효하게 함으로써 준비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것이 확고한 믿음의 기반이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은 본능이 아니다. 태어나 살아오는 동안에 만들어지는 인간 정신의 최고의 산물이다.

나는 선수들에게 창조적인 표현을 통해 부정적 사고를 긍정적 사고로 대체하고자 했다. 그들의 일상에 가장 가깝게 접근해 있으며 경험이나 느낌을 실감나는 단어나 표현을 통해서 공감과 함께 그들 생각의 한계를 넘어 섰다. 그 창조적인 표현들을 그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일상에서 구체적인 증거를 발견할 수 있게 하고, 생각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그날 저녁 나는 훈련일지에 그렇게 썻다.

‘그래, 오늘 할 수 없는 것을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하자. 그러면 곧 머지않은 미래에 할 수 없는 것이 할 수 있는 것이 될 것이다.’모든 인간의 꿈과 희망은 학습과 경험을 기반으로 한 열정과 도전에 의해서 현실로 실현되었다.
 
나는 오늘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의 적들과 싸우기 위해  내 눈에 보이는 선수들의 머리 속에 있는 적들과 싸웠다.

자, 나는 준비되었는가? 그렇다. 그럼 그들이 길을 떠날 준비가 되었다고 믿는가? 그렇다.

왜냐고 ? 우리는 이미 그 믿음을 향한 사랑을 오늘 속에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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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2011.09.06 11:14:49 *.108.163.130
와~ 사랑을 참 현실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표현하시는 덩치큰 남자는 처음보는것 같아요..

펜싱가방을
낚시가방으로 안 참 무지한 사람에게
여행내내 펜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분명 좋은이야기가 나올거예요
지금은 어디서 글을 쓰고 계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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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1.09.07 01:41:35 *.8.230.152
고맙습니다.
멋진 제주도 여행을 축하드려요
전 안성에 
다 쓰러져 가는 집에서 삽니다.^^ ㅎㅎㅎ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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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키
2011.09.06 15:52:58 *.143.156.74
인생은 전쟁인 줄 알았습니다.
이겨야 하는 것은 남뿐인 줄 알았습니다. 
이제 인생이 사랑인 줄 알고 남보다 나를 이기려 노력하고 있자니 행복합니다.

글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요.
'펜싱에서 배우는 인생' 이런 제목이 떠오르는데요.
앞으로의 이야기들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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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1.09.07 01:44:14 *.8.230.152
재키 !
우리는 늘 사랑하기 때문에 전쟁을 하지 ^^

어찌하다보니 12시간 책상앞에 앉아 있었다.
빨리 마무리가 됐으면 하는 바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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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9.07 12:45:15 *.163.164.178
"지금 전쟁이냐, 사랑이냐? 너는 어느 쪽이냐?"
어떤 철학적인 질문보다도 삶을 무찔러 들어오는 깊은 질문입니다.

전쟁도 아니고, 사랑도 아닌...나는 ?
형님, 시간 내서 훈련 좀 시켜주세요. 인생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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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1.09.07 16:10:18 *.8.230.152

간절한 무언가가 필요하겠지?
아니면 다가올 두려움때문에 첫 발을 망설이고 있는지도... ^^
아는가?
'꿈'은 생각이지만 '사랑'은 행동이라는 거... 
변경연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이미 발을 내 딛은 셈이니
지금 자네 현주소는... .아마도 물어야 할 것이 꿈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그꿈을 사랑하느냐가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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