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선
- 조회 수 2300
- 댓글 수 9
- 추천 수 0
늘 내 등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이 열등감이다. 잘한 것보다는 잘못한 것이,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되어 스스로에게 비춰졌다. 할 수만 있다면 바닥에 내팽개치고 싶었지만 여간해서는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너무도 딱 들러붙어 있었다. 도대체 이 열등감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 실마리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엔 과거 어느 순간에 심하게 창피를 당하거나 모욕감을 느낀 적이 있었나하며 생각을 해봤지만 머릿속에 각인될 만큼의 그런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과는 정반대로 이 열등감은 내가 사람을 무시하는데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극과 극은 종이 한 장 차이니깐. 지금은 누군가와 비교를 할 때 내가 더 못난 점만을 보고 비교한다면 어릴 적에는 이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적에도 쟤 보다는 내가 낫다. 그러니깐 난 너랑 같은 수준은 아니야.’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역시 스스로가 만족스럽지 못하니깐 나보다 조금 약해보이는 상대를 대상으로 비교하며 작은 위안 아닌 위안을 삼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쌓이다보니 결국 어느 순간에 그 화살은 나를 향하게 되었고, 누구도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없는데 예전에 그랬던 마음이 깊숙한 곳에 남아서 남들도 그렇게 볼 것이라고 혼자서 짐작하고 괜한 열등감을 갖게 된 것이 그 시작이 되었던 것은 아닌지...
남들이 보면 질릴 정도로 가지고 있던 열등감은 나로 하여금 자꾸 뭔가를 하게끔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자꾸 뭔가를 배우게끔 해주는 것 까진 좋았는데 아무리 배워도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뭔가 부족한 것 같고 아직은 채울게 더 많게 느껴졌다. 지금 이 상태로 나가면 실수를 할 것 같았다. 실수를 하는 것이 두려웠다. 사람들이 실수하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싫었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짐작할 수도 없는 일인데 마치 내가 짐작한대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더 배우는 데 집착했고 조금 더 채워서, 조금만 더 채워서 보여주려고 하는 사이에 나는 배우는 것보다도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치기도 했다.
이젠 지금 당장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라면 열등감을 새롭게 디자인 해보고자 한다. 먼저 이 열등감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한다. 열등감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이것이 없었다면 현재에서 더 나아지기 위해 지금처럼 애쓰지 않았을 것이다. 늘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게 하는 힘이 바로 이 열등감이었던 것이다. 내 옆에 두고 싶지 않았지만 둘 수밖에 없기도 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보다 좋은 방향으로 내 삶에 들여올 수 있을까? 더 이상 이것 때문에 실수하는 것이 두려워 배운 것은 써보지도 않은 채 끊임없이 배우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누군가는 정말 어리석은 것은 실수 그 자체보다 실수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사람들이 내가 실수를 한다고 해서 얼마나 관심을 가질 것이며, 과연 그 실수를 기억이나 할까? 실수와 배움 역시도 종이 한 장 차이는 아닐런지... 중요한 건 실수가 아니라, 그 실수를 통해 조금씩 발전해서 ‘탁월함’에 가까워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열등감을 지닌 채로 마음껏 실수하는 용기를 내보고자 한다. 그 실수를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또 다시 배우고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찾을 테니깐. 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아야겠지.
그 다음은 나의 열등감 극복기를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그녀는 열등감의 화신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전에는 미처 꺼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풀어놓으면서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기억에서 감추고 싶은 사건들도 인생의 모자이크 판에서 모자이크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늘 완벽하게 준비한 후에야 세상에 나갈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녀 스스로가 완벽하게 만족하는 날은 죽는 날 까지 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세상으로 나온 그녀는 실수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그것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그녀는 사람들은 실수를 기억하지 않고 그녀가 이룬 성취가 무엇인지를 기억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양한 경험들로 인해 더해진 조각들로 그녀의 모자이크 판은 점점 채워지게 될 것입니다. 실수하는 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면 모자이크는 영원히 완성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여전히 그녀는 열등감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열등감은 그녀를 괴롭히지 못합니다. 이젠 그녀 자신이 열등감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때론 스스로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채찍질로 때로는 실수를 통해 민감하게 상황을 체크하고 받아들이는 눈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열등감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통로가 되어줄 것이다. 살면서 열등감 한 번쯤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 이상 움츠러들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극과 극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데 이 열등감의 바로 뒷면에는 그에 못지않은 자신감이 차지하고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