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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18일 12시 58분 등록

‘아름다운 공주님 선화 공주님.

서동 이와 노닐다가 궁궐로 돌아가네. ‘

사십대 이상 분들은 책이나 TV 인형극을 통해서 어릴 적 한번쯤은 들어보았음 직한 백제 무왕의 서동요(薯童謠)이다. 무왕이 어릴 때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를 사모하던 차 치밀한 전략적 접근을 설정 하였는데, 그것은 노래 하나를 지어 성안 아이들을 타깃으로 하여 부르게 하고 회자되게 하는 방법 이었던 것이다. 내용은 선화공주가 밤마다 몰래 서동의 방을 찾아간다는 것으로, 이 노래가 대궐 안에까지 퍼지게 되자 결국 그의 작전은 기막힌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것이 요새 말로 이야기 하면 버즈 마케팅(Buzz Marketing) 또는 구전 마케팅(Word of Mouth Marketing)의 모델인 것이다.

 

고향의 정겨움을 느끼게 하는 한가위가 찾아오니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백화점과 쇼핑센터는 사람들로 북적 거린다. 여기에서 소비계층의 핵심은 누구일까? 아무래도 주부들이 실세의 중심을 차지할 것이다. 남성들이 경제적인 수입의 원천으로 아직까지는 자리를 잡고 있으나, 그것을 지갑에서 끄집어내어 실제적인 구매까지 이어지게 하는 소구 점은 그녀들인 것이다. 그래서 홈쇼핑을 비롯해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에서는 이 주부들의 마음과 욕구를 사로잡기 위해 덤지원 등 별의별 방법을 동원을 한다. 그중에 하나가 여성들의 기질적 특성을 활용한 버즈 마케팅이다. 이 마케팅은 종교의 문헌에서도 나타나 있는데 아래의 예는 신에 대한 모독에 관련된 내용은 아니니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

 

오래전 예수라는 분이 계셨다. 그는 일찍이 예언자로써 불림을 받았으나 아깝게 서른 세 살의 나이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가 삼일 만에 다시 부활을 한 것인데 이것은 대단한 의미성을 심어주는 사건이었다. 죽음을 넘어 다시 부활을 이룬다는 것은 이세상이 끝이 아님과 동시에 새로운 삶으로써의 무언가가 저 너머에 주어져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사람들에게 심어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이같이 다시 살아났다는 소식을 누구에게 먼저 알릴 것인가가 화두가 되었다.

'나의 이 엄청난 일을 어떤 이에게 알려야 세상 사람들에게 빨리 전파가 될 것인가?'

일단 그가 손수 거두고 뽑은 열두 명의 남자 제자군 들을 면면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왠지 탐탁지 않아 보였다.

‘얘는 이런 면이 좀 그렇고 쟤는 성질 머리만 좀 고치면 좋겠는데 …….’

시간은 지나가고 한숨만 늘어갔다. 선정을 하여야 하는데 마땅한 인물이 없네. 나 참……. 그러다 한사람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렇지.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그는 막달라 마리아를 찾아갔다. 부녀자인 막달라 마리아는 죽었다고 생각한 부활한 예수를 다시 만나게 되자 온통 감동과 환희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래서 이 기쁜 소식을 어떡하든지 빨리 전해야 겠다는 오직 하나의 사명과 일념으로, 그녀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발이 부르트도록 다니며 알렸다. 그녀에게로부터 파급된 메시지는 동네를 넘어 마을을 넘어 국가를 넘어 세상으로 널리 퍼져갔다. 결국 장고 끝에 선택한 예수의 혜안은 탁월한 결과로 귀결이 되었다.

 

버즈 마케팅에서는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들을 소구 점으로 삼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이것은 여자의 특성 중에 하나가 수다를 떤다는 것에 있다는데 그 배경이 있다. 흔히들 하는 말로 하루 말하는 어휘수를 이야기 할 때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두 배 정도 어휘 량이 많다고 이야기 한다. 구강구조의 영향이 있기도 하겠지만 다음의 한 부부의 사례를 들어보자.

 

결혼 하자마자 아이가 들어선 여자는 신혼의 단꿈을 뒤로하고 양육의 최전선에 집중 하고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몇 년간은 전업주부로 들어서야 했다. 하루 종일 제대로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와 씨름하던 아내는 퇴근시간에 맞추어 시계만 쳐다보며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외부로 자신의 하루와 주변 일상을 발설할 말벗이 되어줄 너무나 그리운 상대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바라던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여보,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요.”

나름 애교 섞인 말투로 남편을 맞이하여 양복 외투를 건네받자 말자,

“여보. 왜 아파트 B동 1001호 부부들 있잖아.”

남편은 귀찮아하는 눈치다. 그럼에도 한번 건수가 잡혔다 하면 놓지 않는 여성 특유의 끈질김으로 이리 쫑알 저리 쫑알거리자 이를 보던 남편의 퉁명한 한마디 왈.

“됐어. 나 피곤해.”

라고 하며 문을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뭐야. 나는 이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씩씩대지만 남자가 피곤한 이유는 자신이 사용할 어휘의 수를 외부의 사회생활을 통해 다 쓰고 왔기 때문에 에너지가 방전이 된 탓이다. 그래도 그렇지. 지금 시방 무어가 됐다는 이야기여. 나는 아직 내안에 할 이야기와 풀어야 될 난제들이 얼마나 많이 쌓여 있는데. 서운하다. 부부라면 대화가 통해야 되는 거 아닌가. 이게 무슨 부부야. 나한테 벌써 애정이 식은 거야. 속이 상한 아내는 풀리지 않는 분을 참지 못하여 안방 장롱에서 이불을 꺼내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다 말고, 벌떡 일어나 전화기를 들더니 한참동안 골방에 들어가 무슨 이야기인지 신나게도 나눈다.

새벽에 잠이깬 남편. 그 시각에도 아내의 수다는 종결 점을 찾아 여전히 헤매고 있었으니.

“도대체 누구랑 통화 하는 거야.”

이해를 못하고 황당해 하는 남편의 한마디에 아내 왈.

“광주에 사는 친구랑 통화한다. 왜?”

광주? 시간을 보니 통화한지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세상에? 지금 이 오밤중에 그것도 그 멀리 떨어진 전라도 친구랑 전화통화를 하면 도대체 전화비가 얼마야. 갑자기 현실적인 계산기 산술식과 함께 감정이 치밀어 오른 남편.

“빨리 이불 뒤집어쓰고 안자니. 위치로!”

 

서울을 떠나 경기도 외곽 아파트 단지에 거주할 때였다. 모든 업종이 마찬 가지듯 거기서도 생존경쟁의 현장은 여지없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수많은 동종 점포가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미용실 하나가 새로이 사거리 쪽에 오픈을 하였다. ‘오드리 될뻔 미용실’ 상호명도 참 희한하네. 오지랖이 넓은 나는 마실 나가던 차 그쪽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어느 한 문구를 발견 하였다.

‘신장개업. 최상의 사은품 증정.’

평소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 자신 이기에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아싸 가오리~ 이발 할 때도 되었는데 이게 웬 떡이냐.’

쾌재를 부르며 마눌 님에게 달려갔다.

“자기야, 요기 앞에 미용실이 생겼는데 개업식 선물로 무엇을 준데.”

이런 나를 보며 혀를 끌끌 차던 그녀는 온갖 감언이설에 못 이겨 함께 미용실로 향했다.

“사장님. 저는 단정하게 커트 해주시고요, 와이프는 예쁘게 세팅 파마 해주세요.”

그런데 한참 후에 사단이 일어났다. 나의 꾐에 머리를 하긴 했으나 결과를 보니 본인의 마음에 썩 들지 않았나 보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커트라지만 너무 짧게 잘랐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확연한 반응 태도의 차이점이 나온다.

‘우이씨. 머리를 이렇게 해주다니. 할 수 없지. 다음에는 다른 곳에 가면 되니까.’

남자들은 대개 혼자 분을 삭이면서 자책을 한다. 그럴 수도 있지 뭐.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고 더구나 세고 쎈게 미용실인데. 하지만 여자들은 다른 모양이다.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는지 씩씩 대다가 위층 301호 아줌마를 찾아간다.

“솔희 엄마. 왜 여기 사거리쪽 오드리 될뻔 미용실 있잖아요.”

“새로 생긴 미용실 말이죠. 왜요? 그런데 어머나. 201호 아줌마 머리가 왜 그래요.”

“그렇죠. 나만 느낀 게 아니라니까. 세상에 남편 꼬임에 짜져 반신반의로 찾아간 미용실에서 머리를 이 지경으로 해놓다니. 어떡해요.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다시 머릴 풀어야 되나. 돈이 얼만데.”

와이프의 안절부절 못하며 털어놓는 하소연을 나와는 달리 옆집 아줌마는 무척이나 맞장구를 치며 잘 받아 주었던 모양이다. 그 덕에 반나절이 지나 돌아온 마눌 님은 한결 기분이 좋아 보인다.

‘참 희한하다. 여자들은.’

그런데 사건은 그것으로써 끝난 게 아니었다. 마침 그날 아파트 반상회가 열리고 뒤풀이를 하는 와중에 솔희 엄마가 와이프 이야기를 화두로 꺼내었으니.

“밑에 201호 아줌마 있잖아요. 그 아줌마가 오드리 될뻔 미용실에서 머리를 했는데 글쎄, 지랄같이 했다지 뭐예요. “

좋은 이야기도 아니건만 건수를 하나 잡았는지 입에 침을 튀기면서 이야기하는 그녀 앞에, 함께 참석한 아줌마들도 남편 흉을 보다가 하나같이 하나 된 마음으로 동조를 하며 한마디씩을 내뱉는다.

“어쩐지. 주인 생긴 모습이 기생오라비 같이 생겼더라니.”

“그래.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첫 모습부터 좋지 않았다니까요.”

“어머, 201호 아줌마도 그랬더래요. 내가 아는 어떤 분도 머리하고 나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데.”

정말 별것도 아닌 이 화두가 된 이야기는 우리 동을 넘어 옆집 동 앞집 동을 지나 아파트 단지로 점점 퍼지고 말았으니.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여섯 달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된 오드리 될뻔 미용실.

아주머니들의 무서운 결집력과 입소문의 구전 효과를 뼈저리게 체험한 순간이었다.

 

이런 버즈 마케팅은 영업사회 그중에서도 방문판매를 근간으로 하는 업체에서 중요하게 활용이 된다. 써보게끔 하고 발라보게 하고 먹어보게 하고 체험해 보게 하는 툴을, 여성들 그중에서도 말 빨과 영향력이 있어 보이는 부녀회장 등에게 직접 공을 들이고 공략을 하는 것이다. 여론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 이 마케팅의 Key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나름 파워가 있는 이분들에 의해 극단적으로는 아파트에 서는 장이나 여러 행사들이 좌지우지되기도 한다.

“내가 써보니까 괜찮아. 너도 한번 발라봐.”

“건너편 대형 마트보다 가까운 여기 장터에서 파는 고등어가 싸고 싱싱하고 괜찮아.”

“거기서 지난주 포도를 한 상자 사서 먹어 봤는데 별로더라고.”

이런 말 한마디면 어찌 보면 게임 끝이다. 신뢰성 있는 사람이 던지는 한마디의 맨 파워 능력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발휘하는 것이기에. 그래서 여러 기업체에서는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 신장과 앞으로의 신상품 개발 및 리서치를 위한 소비자 평가단 등을 운영 하는데, 그 주축이 되는 집단은 당연히 일반 주부조직으로 포진이 되어있다. 이 그룹만큼 큰 위력을 행사하는 대상층은 많지 않기에 다시 이야기 하지만 이 세력에 잘못 보이는 날엔 국물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참 서글프다. 집안에서도 이런 눈치를 보아야 하고 살벌한 사회에 나와서도 이분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온갖 신경을 써야 한다면, 기죽은 남자들이 설 땅은 도대체 어디인 겨~ 

 

IP *.117.11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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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2011.09.19 00:13:29 *.143.156.74

오드리 될뻔 미용실에서 빵 터졌습니다. ^ ^
옛날에 주병진이 제임스딘이라는 속옷가게 등록을 하러 갔더니 당시에는 외국어 간판 등록이 안되었데요.
그래서 고심하다가 뭐라고 등록했는지 아세요?


 

제, 임씨든 이랍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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