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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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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6일 01시 04분 등록

 

l  짜증과 화가 자주 난다.  

l  일을 잘 해냈을 때 타인의 인정을 갈망한다.

l  다른 사람이 말을 느리게 하거나 횡설수설하면 중단시키거나 끼어든다.

l  일이 맡겨지면 즉시 처리한다.

l  마감일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l  여러 일을 동시에 수행하려 한다.

l  긴장을 풀고 쉬는 일이 거의 없다.

 

당신이 만약 위와 같은 성격이라면 당신은 A유형이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성격 유형을 A, B, C로 구분하는데 A형은 다혈질로 짜증과 분노를 잘 일으키며 경쟁심이 강하다. 반면 B형은 성격이 느긋하고 긍정적이며 주변 여건에 잘 순응한다. 이들은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이 있다고 생각해 좌절하지 않는다. C형은 억압적인 성격으로 겉으로는 강하고 행복한 척하지만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이 세가지 유형 중에서 A형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다. 이들은 사회 생활에서 유능하다거나 실력 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로 일 처리가 완벽하고 성공지향적이다. 하지만 인간관계보다는 일 중심으로 사고하는 까닭에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다. 이들은 주어진 과제를 완성하기 위해 항상 불안하고 긴장한 상태이기 때문에 B 유형의 사람들보다 고혈압, 심근경색, 뇌경색, 동맥경화 발병률도 높다.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 나는 전형적인 A 유형이다. 조직에 있을 때에는 위의 일곱 가지 성향을 골고루 가지고 있었다. 야인으로 생활하는 지금은 다소 B 유형의 성향도 가지게 되었지만 A형 성향도 일부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 유형의 사람들은 긴장을 완화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기술을 스스로 개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 작은 기쁨을 만끽하는 기술을 연마해보면 어떨까?

 

중국의 대문호 왕멍은 <나는 학생이다>에서 작은 기쁨이란 작은 일도 거절하지 않고 추진 하는 중에 인생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쾌락은 생활의 궁극적 목표와 원대한 이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구체적이며 소소한 생활에도 있다고 말한다. 쾌락은 목표에 도달해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에 도달하기 위한 전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그가 어떤 작은 기쁨들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보자.

 

푸르스름한 새벽녘에 일찍 일어나 방 안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도 쾌락이다. 물만두를 삶고 죽을 끓이며 떡고물을 만들고 우유를 끓이는 것이나 밀을 찧고 보리차를 마시는 것도 쾌락이다. 밀고 밀치며 버스에 올라서서 서로 정을 주고 받는 것을 보는 것도 쾌락이다. 택시를 타든가, VCD를 감상하든가, 친구들과 함께 한담을 하는 것도 쾌락이다. 신문 한 부를 구독하여 보면서, 공동 벽보에서 여러 신문을 골라 보는 것도 아주 즐거운 일이다. 밥을 짓고 반찬을 하고 송편을 빚고 냉동만두를 사고 설거지를 하는 것도 아주 즐거운 일이다. 자전거를 수리하고, 하수도를 보수하며, 열쇠를 손질하고 끊어진 퓨즈를 바꾸는 것도 재미가 있다. 사리를 잘 아는 사람과 함께 대담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어눌한 사람과 대화를 주고 받으며 세상에는 이런 순박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닐까? 부모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드리고, 아이들을 살뜰하게 보살펴주며, 배우자에게 즐거움을 안겨주고, 어려운 친구를 발벗고 도와주는 것, 쇼핑하고 녹차를 마시고, 전화를 걸고 받으며, 여행에서 귀가하는 것, 독서하고 글을 쓰고, 병이 있으면 약을 먹고 병이 없어도 신체를 단련하고, 겨울에는 난방에 신경을 쓰고 여름에는 그늘을 찾아가고, 세수를 하고 목욕을 하고 옷을 빠는 것 등등이 다 사람을 즐겁게 한다.

 

나에게도 쾌락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 작은 기쁨들이 있다. 말랑말랑하고 좋은 냄새가 나는 둘째를 안고 자는 것도 기쁨이요, 내가 만들어 준 떡볶이와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는 큰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도 기쁨이요, 남편과 아파트 근처를 손잡고 한가롭게 산책하는 것도 기쁨이다. 늦은 오후 소파에서 잠깐 눈을 붙일 수 있는 여유로움도 또한 기쁨이요, 모두들 분주한 월요일 오전에 동사무소 취미교실에서 아줌마들과 바느질하며 수다를 떠는 것도 기쁨이요, 라면을 먹으며 아이들과 개그콘서트를 보며 깔깔거리는 것도 기쁨이다. 친정 부모님께 새로 이사한 집을 보여드리며 뿌듯해하는 것도 기쁨이요, 볕이 잘 드는 창 아래 무럭무럭 자라는 화초들을 바라보는 것도 기쁨이요,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기쁨이다. 성시경 노래를 들으며 향긋한 냄새가 나는 빨래를 너는 것도 기쁨이요, 남편 회사에서 지급한 호텔 부페 식사권으로 결혼 기념일 밤에 분위기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기쁨이요, 노래방에서 동기들과 2NE1내가 제일 잘 나가를 목청껏 부르는 것도 기쁨이다. 먹을 묻힌 붓으로 한 글자 한 글자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닦는 것도 기쁨이요, 거실에 걸린 이황 선생의 한 시를 나직이 읊어보는 것도 기쁨이요, 좋아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정성껏 덧글을 다는 것도 기쁨이다.

 

나는 이런 작은 기쁨의 소중함을 몰랐다. 더 크고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 작은 기쁨은 포기해도 되는, 아니 포기해야 하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작은 기쁨이 모여 큰 기쁨이 되고, 이러한 기쁨이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니 작은 기쁨도 소중하지 않겠는가?

 

당신의 작은 기쁨은 무엇인가? 가을 볕이 좋으니 영화 귀여운 여인에 나오는 리처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 마냥 나무 밑에 누워 셰익스피어를 읽어보면 어떨까? 그들처럼 하루 종일 거리를 쏘다니며 사랑을 속삭이면 어떨까? 영화 속 리처드 기어처럼 양말을 벗고 잔디밭을 거닐며 생각에 잠겨 보면 어떨까? 발바닥을 간질이는 그 감촉이 당신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아니면 이해인 수녀의 작은 기쁨이란 시를 마음에 담아 보는 것도 좋겠다. 무엇이든 당신의 작은 기쁨을 만끽하는 가을 날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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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쁨

 

이해인

 

사랑의 먼 길을 가려면

작은 기쁨들과 친해야 하네

 

아침에 눈을 뜨면

작은 기쁨을 부르고

밤에 눈을 감으며

작은 기쁨을 부르고

 

자꾸만 부르다 보니

작은 기쁨들은

 

이제 큰 빛이 되어

나의 내면을 밝히고

커다란 강물이 되어

내 혼을 적시네

 

내 일생 동안

작은 기쁨이 지어준

비단 옷을 차려 입고

어디든지 가고 싶어

누구라도 만나고 싶어

 

고맙다고 말하면서

즐겁다고 말하면서

자꾸만 웃어야지

IP *.143.15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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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
2011.09.26 03:35:06 *.166.205.131
누님의 작은 기쁨들을 읽으며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져요.
드디어 누님의 글에도 '시'가 등장했군요.
그것도 말랑말랑하고 향기가 나는 그런 시로요~
(역시 이탈리아 여행을 갔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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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2011.09.26 17:49:42 *.143.156.74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시를 직접 쓰고 싶은데 그건 안되고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빌려왔네.
그래도 참 좋다.
나도 시가 좋아지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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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9.26 09:40:19 *.163.164.179
마지막에 제안을 해주는 방식이 매우 좋다.
나도 한번 이 가을에 이런 방법을 한번 써볼까....이것이 조금 어색하면 야외에서 다운 받은 영화라도 한편?
이런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간다.

가을 분위기가 묻어난다.
A형의 사람이라면 잘 느끼지 못했을 그런 가을 내음이 난다.
안식년을 통해서 A형+B형의 재경이로 변해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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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2011.09.26 17:50:56 *.143.156.74
훈사노바가 올 가을 너무 일에만 파묻혀 지내는 것 같아 안타깝네.
언니랑 단둘이 낙엽 깔린 길을 걸으며 사랑을 속삭여 보시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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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2011.09.27 05:13:49 *.23.188.173
언니가 느껴지는 글이다.
강해 보이는 모습 뒤에 숨겨진 귀여움을 우리는 이탈리아에서 보았지
이번 글은 언니의 감성적 모드가 발산되고 있는 느낌이다.
언니의 글을 읽다보니 내 삶에도 기쁨이 충분히 많이 존재하며
아직도 그 기쁨을 위해 할 일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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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2011.09.29 20:22:04 *.143.156.74
루미의 작은 기쁨은 나보다 더 다이나믹하고 뽀송뽀송하고 아기자기할 것 같은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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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9.27 22:20:09 *.38.222.35
난 짜증과 분노 면에서는 A 형 같은데,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과정에서 얻은것이 많다고 느끼는 B 유형에 더 가까운듯... 역시 경쟁과는 거리가 먼... ㅋㅋㅋ..(역시.. 이래서 영업은 내 체질이 더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작은 기쁨.. 나의 작은 기쁨을 오늘은 일기장에 적어봐야지..ㅎ..
언니 왠지 글에서 기운이 없는것처럼 느껴지는 건 지근 내가기운이 없어서 그런거겠지?? ㅋㅋ

무튼.. 요즘 이래저래 고민 많으시고, 바쁘신것 같은데 몸도 마음도 잘 챙기면서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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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2011.09.29 20:21:15 *.143.156.74
그래, 요즘 좀 슬럼프인가봐.
분주한 와중에 문득문득 외롭고 지루하네. ^ ^;;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조금씩 더 바빠지고 있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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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8 19:12:42 *.160.33.73

웨버일을 하느라 고생이 많다.  너는 훌륭한 웨버다.  나는 네가 계속 훌륭한 웨버이기를 바란다.
그런데 네 안으로 스트레스가 쌓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A, B를 잘 섞으면  좋아 보이는데... 그거 섞는 법이 
네  첫 책  아니냐 ?    중환이 북컨서트 할 때, 휴지 덮어 잘 흔들던데. 

그리고 말야,   네가 부르는  2 가지  노래 가사 말인데,  그거 맘에 드냐 ? 
나는 네가 그거 부르면 가슴이 꽉 막히면서  얘가 왜 이러나 그러는데.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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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2011.09.29 20:20:09 *.143.156.74
사부님, 스트레스 많이 받지 않고 있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 ^

그리고 제가 노래부를 때는 가사를 중점적으로 보셔요.(저는 사부님 노래할때 그리합니다. ㅎㅎ)

'신경쓰지 마요, 그렇고 그런 얘기들. 골치아픈 일은 내일로 미뤄버려요.
 인생은 한 번 뿐 후회하지 마요. 진짜로 가지고 싶은 걸 가져요.
웬일인지 인생이 재미없다면. 지난 일은 모두다 잊어 버려요.
기회는 한 번뿐, 실수하지 마요. 진짜로 해내고 싶은 걸 찾아요.
용감하게 씩씩하게 오늘의 당신을 버려봐요.'
- 자우림 <매직 카펫 라이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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