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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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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30일 13시 53분 등록

 약속장소를 향하다 길에서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언뜻 보니 폼클렌징에 관한 설문조사였고 작은 튜브로 된 샘플을 하나씩 나눠주고 있었다. 클렌징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니 당연히 그 샘플은 클렌징이라 생각했고 마침 그만한 크기의 휴대용 클렌징이 필요했기에 시간이 촉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설문조사에 응했다. 기쁜 마음으로 샘플을 받아들고 갈 길을 재촉하는데 웬걸 그건 클렌징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겐 전혀 필요도 없는 헤어트리트먼트였다. 이게 뭐니... 발걸음은 빠르게 약속장소를 향해가면서도 나는 혹시 헤어트리트먼트랑 클렌징이랑 섞어서 나눠 주는 게 아닐까? 가서 한 번 물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렇듯 살다보면 예상을 빗나가는 일들을 만나게 된다. 당연히 내 예상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도 때론 그 생각을 보란 듯이 짓밟는 결과를 가지고 다가오기도 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맞게 되면 당황을 넘어서 절망하게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 거지?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누구를 붙잡고 하소연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 어떤 것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저 결과를 되돌리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더 이상 참기가 어려운 순간이 있었다.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도 힘들었고 어느 한계에 다다르자 감정이 폭발했다. 그 순간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게 되었고 그 일은 완전히 어그러져버렸다. 시간을 되돌려 그 시간으로 돌아가서 조금 더 인내하자며 나를 다독이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지 않게 하고 싶었다. 간절히 너무도 간절히 기적이라도 일어나게 하여 그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불현듯 예전에 보았던 슈퍼맨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슈퍼맨이 무너지려고 하는 건물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보니, 미처 구하지 못했던 사람 중에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미 그 여자는 죽었다. 다음 장면은 슈퍼맨이 지구 밖으로 날아가 지구를 반대로 돌린다. 그렇게 시간을 되돌려 이번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부터 구한다. 왜 하필 그때 이 장면이 생각난 건지... 내 앞에 슈퍼맨이 나타날 수는 없겠지만 그 순간은 시간을 되돌려 주길 얼마나 절절히 기도했는지 모른다. 한동안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해야 되는 일들을 겨우 처리해 가며 살아가던 중에 도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일방적으로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다 상대방 탓이라며 나는 잘못한 거 없다고 주장하고 싶었지만 덮어놓고 그럴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또 그 일이 상처만 남긴 것은 아니었다는 것도...
시간이 많이 흘러 그런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음에 그리고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지 않았음에 감사할 수 있었다. 그 일을 통해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었고 그 전과는 다른 내가 되었기 때문에 나를 낭떠러지로 몰았다고 생각했던 그 일이 나를 성장시켰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갈림길에서 삶을 묻다’의 저자는
문제, 결점, 열등함은 온전히 나쁜 것만이 아니다. 이것이 없이는 개발과 성숙에 이를 수 없으므로 사람을 구해 주는 힘이 있는 것이다.
전해 내려오는 설화와 지혜로운 이야기를 살펴보면, 눈에 띄지 않고 무시당하던 어린아이가 마침내 승리하거나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그러한 승리는 패배자에 의해 이루어질 것 같지 않던 방법으로, 또는 처음에 실수로 보였던 것에 의해 성취되어 항상 뒷문으로 들어온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어린 도로시는 이상한 여행을 떠나면서 친척의 메마른 농장과 쓰러질 것 같은 농장 건물을 구하게 된다. 만일 그녀가 폭풍에서 빠져나왔다면 폐허가 된 낡은 집 외에는 이야기도, 구원도 없었을 것이다. 라고 한다.

 삶은 언제나 예측불허다. 아무리 예상하려 애쓴다하더라도 그것은 말 그대로 예측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행동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예상할 수 없다는 것에 두려워하며 주춤거리는 것보단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덜 불안하지 않을까? 도로시는 자신이 신고 있었던 그녀의 집에 깔려 죽은 나쁜 마녀의 신발 뒷축을 ‘탕탕탕’하고 세 번만 구르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착한 마녀는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도로시가 앞으로 겪게 될 온갖 모험이 그녀를 성숙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미리 그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낯선 길을 떠나는 그녀도 두려움은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그 길을 나섰고 그 과정 안에서 그녀는 성장할 수 있었으며 여행길에 만난 동료들에게도 도움을 주게 된다. 만약 토토가 중요한 순간마다 엉뚱한 길로 도망치지 않았다면 도로시는 그런 멋진 경험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당장은 토토로 인해 어려운 일을 겪게 되었지만 결과를 보면 불운 이라고 여겼던 그 순간이 오히려 도로시에게 좋은 거름이 되는 일이었다.

 내 앞에 산재해 있는 문제들이 보인다. 행동할 때마다 내 발목을 붙잡는 열등감도... 문제는 언제나 답을 가지고 있다. 그 답은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었던 다른 사람을 통해서 얻을 수도 있겠지만 그와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푼다면 그것은 언제고 내 뒷덜미를 다시 한 번 잡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 어차피 직접 풀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설 수 있는 것이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로 인해 남들보다 뒤쳐진다고 느껴질 지라도 직접 풀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문제라고 보고 있는 것들을 어떻게 이용해서 스스로를 개발하는 데 이용할 것인가이다. 내 발목을 붙잡고 있었던 열등감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러 다니게 되었다. 여전히 아직은 미흡하다며 뭔가를 계속해서 배우려고 하지만 열등감이 없었다면 이렇게 배우는데 애쓰지도 않았고 나를 채우지도 못했을 것이다.
인생의 지혜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를 둘러싼 장애물을 극복하는 과정 안에서 그것들은 하나 둘 쌓이게 되고 그것을 통해 나는 새롭게 전환될 수 있다. 어차피 인생에 정답은 없고 누구에게나 딱 들어맞는 스킬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삶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그 삶을 매력적으로 만들려면 일단 마음이 이끄는 대로 도전해 봐야 한다. 도전을 통해 얻은 것이라면 가치 있게 느껴지게 되고 그로인해 자신과 삶은 빛을 발하게 된다. 지금 당장은 불운이라 여기는 일도 시간이 흐르면 삶에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양분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삶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을 당당히 마주하고 세상을 향해 과감히 나를 던져 보자! 어차피 이리하든 저리하든 예측불허 인생 아닌가?

그림.jpg
http://youtu.be/LZu7KR04o9U - 이문세 알 수 없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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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2011.10.03 04:59:38 *.23.188.173
제목을 보자마자 왠지.. 인생은 회전목마 하는 음악이 떠올랐어.
이름이 닮아서 그랬나? 왜..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왔던 음악
언니는 조금 럭비공스러워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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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3 22:52:28 *.139.110.254
내 글이 두서가 없었나 보다. 글마저 럭비공 같아지면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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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10.03 10:39:34 *.163.164.178
미선 요즘 많이 바쁘니...글을 일찍 올렸구나.

글을 읽다가...슈퍼맨 뒤에 나오는 '그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글에서 알수가 없네.
폼클렌징... 이야기는 아닐테고...
칼럼을 읽다가 길을 잃어버렸어...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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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3 22:54:02 *.139.110.254
금요일 부터 3박4일간 피정에 들어가게 되어서 글을 일찍 올렸어요.
'그 일'을 길게 늘어놓고 싶지 않아서 아에 쓰질 않은건데 읽는 이로하여금 길을 읽게 했네요.
너무 제 입장에서만 글을 썼나봐요, 그래서 조금 고치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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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
2011.10.03 11:42:18 *.111.51.110
'그 일'은 무엇일까?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더 생동감있게 읽힐것같아~
내용이 좋은데, 미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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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3 22:55:17 *.139.110.254
'그 일'에 대해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저만 이해할 수 있는 글이 되어버렸네요.
저만의 포인트 찾기가 쉽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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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2011.10.04 13:47:41 *.143.156.74
미선아, 피정 잘 다녀왔니?
헤어트리트먼트 샘플은 잘 놔두어라.
머리는 길게 되어 있고 당장 쓸모없다 생각했던 물건도 요긴하게 쓸데가 있는 법이니라.
나도 미선의 그림에 나오는 늘씬한 스쿠버 다이버가 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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