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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3일 12시 11분 등록

업무상 또는 모임에서 다수의 여성분들과 식사를 함께 나눌시 난감하게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를 겪을 때가 있다. 0월 0일 회식자리. 먹음직스러운 소고기가 맛깔스럽게도 진한 풍미를 폴폴 날릴 즈음 그녀들의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아유, 마블링이 좋아 보이네.”

“아줌마, 이거 한우 맞아요. 요새 워낙 가짜가 많아서.”

고기라는 매개체로 시작한 대화를 필두로 갖가지 화제가 본격화 된다.

“한우는 어디 어디가 맛있던데.”

“아참, 미희 엄마 지난주 손님상 치렀다는데 어떡하셨어요.”

“아유, 말도 마요. 얼마나 힘들었는데.”

“광수 엄마는 신수가 훤한 것 보니 무슨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지.”

“똘이가 이번에 좋은 대학 들어갔다면서. 아유, 얼마나 좋아. 자식 속안 썩히지 남편 척척 돈 잘벌어오고 바람 안피지. 똘이 엄마는 복 터졌어.”

“이번에 나온 영화 뼈와 살이 타는 밤 봤어요. 세상에 어쩜 그럴 수가 있어.”

“명절상 제수 준비 하는데 얼마나 살 떨리는지 알아요. 세상에 그렇게 물가가 오르다니.”

“머리 어디서 했어. 00엄마 알려주라. 예쁘다.”

“32평에서 이번에 40평으로 넓혀서 이사 갔다면서. 아유, 재주도 좋아. 비법좀 알려줘요.”

다양한 주제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그녀들의 대화 마당에 동참 하다보면 무슨 별천지 세상에 혼자 온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 가운데 가만히 듣다보면 작금 세상에 일어나는 이슈들의 난장판 속에 화려한 채색으로 도배된 그것들은 다시 새로운 날개를 달고 날아오른다. 그럼에도 신기한 것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방향을 못 잡고 헤매는 것 같으면서도 참석한 분들은 그 내용과 핵심을 알아듣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몰입을 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함께한 남자들은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아듣질 못하고 주변만 맴돌다가 급기야 머리가 산만해지고 두통이 찾아온다. 그 그룹에 끼이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반면 남자들의 대화에서는 대개 한 가지 주제 자체에 대한 반응과 화답으로써 포석이 이루어지고 형성이 된다.

“이번 서울 시장 보궐선거 어떨 것 같아. 김 차장은 누굴 뽑을 생각인가.”

“저는 000 후보가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래. 그 후보도 괜찮지. 그래서 말인데 요새 정치가 좀 그렇지 않나. 정권 말기가 되어서인지 모든 게 느슨해지고 다음 달이면 대중교통 요금도 줄줄이 오르는 등 공공요금 인상도 된다는데 걱정이야.”

“맞아요. 부장님. 월급이 오르는 것 보다 물가가 먼저 앞서가니. 그렇다고 최소한도의 생활비 비용을 줄일 수도 없고.”

“그래. 이 대리도 금월에 전세 만기가 되어서 집을 구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예. 걱정이에요. 매스컴에서는 전세 대란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부동산엘 나가보면 나온 물건이 없어요. 그렇다고 계속 있기에는 반월세가 너무 부담이 되고.”

“갈수록 힘들어 지는 세상 오늘 만이라도 근심을 벗어 버리고 술 한 잔 하자고.”

“원샷.”

어떤가. 여자들에 비해 내용이 쌍방향으로 전개되질 않는가. 그런 면에서 도대체 여자들 대화란…….

 

남자의 특성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순 좋게 말하면 심플하다는데 있다. One shot, One kill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하나의 Goal을 목표로 두면서 줄기차게 앞으로 전진하는 성향이 있는 것인데 어쨌든 못 먹어도 고다. 무조건 칼을 뽑았으면 썩은 무라도 잘라야 한다. 이런 특성은 대한민국 이십세기 후반의 격동기 동안 충분히 능력을 발휘 하였다. 고박정희 대통령의 재임기간 동안 이루어진 경제개발 계획시 잘살아보세의 오직 하나 된 일관된 사명아래, 하면 된다는 신념 하나로 맨땅에서 고속도로를 뚫고 제철소를 건립하며 선박을 만들어내고 인력을 외국으로 수출하여 달러를 벌어 들였다. 오직 하나였다. 하나였기에 대동단결의 정신으로 추진하였고 그 덕에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시장에서 십위권 내외의 경제적 위상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의 밑바탕에는 남자들에게 면면히 DNA로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슬픈 역사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주말 과천엘 가면 자신이 선택한 경주마에 배팅을 하고 목숨 걸고 환호를 내지르는 우리의 아버지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달려, 달려. 달리란 말이야.’

핏발선 눈매와 목에 핏대를 올리며 외치는 그네들의 함성은 어찌 보면 팍팍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달리고 있는 경주마에는 시야를 제한하게끔 좌우 양쪽에 가리개가 쳐져있다는 점이다. 이유인즉슨 옆을 돌아보게 되면 스피드가 떨어지기에 앞만 보고 달려 나가게끔 하는 인간들의 작위적 행위의 발로인 것이다. 이를 보고 관중들은 난리 부르스를 합창한다. 그런데 기를 쓰고 달리는 그 말들에서 우리 남자들의 뒤안길과 생존의 현장이 투영되어 보이는 건 나만의 생각일지. 결국 잠재적으로 학습된 이런 체계는 남자들이 한 번에 하나 이상 무언가를 하기가 힘들게 하는 시스템으로 훈련이 되게 하였다.

 

이에 반해 여성들은 단일화된 한 가지 포맷으로 형성된 지원체계가 아닌 복합적인 두뇌를 프로그래밍 하는 구조를 가지게끔 되어있다. 예를 들어 보자.

결혼 3년차 이경숙씨는 아기를 출산한지 몇 개월이 되지 않아 수유 등 한창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시어머님 전화를 받았다.

“어미야. 몸은 좀 어떻고 아기는 괜찮니“

“네. 어머님이 여러모로 신경써주신 덕분에 잠도 잘 자고 아기도 잘 크고 있어요.”

대화중에 인터폰이 울렸다.

“어머님, 잠시 만요. 누구세요?”

“예, 택배 왔습니다.”

택배 기사를 기다리면서 전화 통화는 계속 이어지고 그 와중에 냄비에 젖병 소독을 하는 동안 가스 불을 잠시 줄인다.

이윽고 울리는 초인종 소리.

“네. 내역이 뭐죠. 아! 홈쇼핑으로 주문한 상품이네요. 감사합니다.”

“사인은 여기다 하시면 됩니다.”

“아, 예”

그러면서 이어지는 시어머님과의 통화.

“금주 토요일 아버님 제사인데 제가 무엇을 준비하면 될까요.”

“준비는 무슨. 몸도 불편한데. 그냥 쉬어.”

“그래도 어떻게 제가…….”

전화를 끊은 그녀는 칭얼거리는 아기를 돌보며 남편 와이셔츠의 다림질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요새 한창 맛들인 아침 드라마 방송을 틀었다. 한쪽에는 아기를 달래고 와이셔츠를 다리미로 다리며 TV를 보고 있는 와중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오! 순덕이구나. 이달 말 동창회 모임이 있다고. 무슨 요일이지?”

다이어리에 사인펜으로 동그랗게 그려놓고 모임명과 시간, 장소를 기재한다. 그리고 다시 가스레인지 쪽으로 향하여 끓고 있던 냄비의 가스 불을 끄고 다리미 코드를 뽑았다. 이번에는 집안 청소를 해야 할 시간이다. 아기를 다시 한 번 추스르고 여백이 있었던 드라마를 흘깃 곁눈질로 쳐다보며 청소기를 돌리며 다시 저녁 식사를 위한 찬거리를 다듬는다. 오늘은 남편이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끓여 봐야겠다.

어떤가. 남자로써는 흉내를 못 낼 멀티적인 플레이 아닌가.

 

스포츠계에서는 각기에게 주어진 고유의 역할이 있음에도 리베로(libero)라는 포지션이 존재한다. 자유수비선수로 리베로는 이탈리아어로 '자유인'을 뜻한다. 축구 경기에서 리베로는 최후방 수비수지만, 자기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공격하기도 한다. 독일의 베켄바워, 한국의 홍명도 등이 대표적인 리베로인데 현대로 갈수록 이 전 방위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역할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박지성 선수가 세계 최고의 유럽 무대에서 호평 받는 이유는 몸을 사리지 않으며 자신의 수비 역할을 수행하는 것 외에 골 넣는 공격수로써의 본능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기업 사회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한 우물을 깊게 파는 것도 자신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통섭(通涉)의 시대에서 이런 업무의 영역만을 고집하는 사람보다는 넓은 스펙트럼의 시야로써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전천후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입장에서 여성들은 남성들과는 달리 여러 가지 일을 다양하게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다림질을 하면서 찌개도 끓이며 전화 오는 것을 받고 택배를 수령하며 애기까지도 돌보면서도 연속극 줄거리의 끊어진 행간을 이해한다. 남자로써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능력을 가진 그녀들을 보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인가. 오늘도 나프로씨는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후 바쁘게 사무실에 출근하여 업무를 보고나서,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는 저녁 준비와 함께 아이들의 학업 내용을 밤늦게까지 점검하며 다음 주 신사업에 대한 보고 자료를 최종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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