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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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버킹엄과 도널드 클리프턴은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에서 강점을 기반으로 한 조직 구축에 장애가 되는 것은 개인의 강점에 대한 고려 없이 그 사람에게 맞지 않는 직위로 승진시키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 승진은 인간의 모든 동기 중에서 명성에 대한 갈망이 가장 강하다는 위대한 통찰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 말은 일리가 있다. 인류의 역사는 인정받기 위한 투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교수이자 철학자, 정치경제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에서 수세기에 걸쳐 인류의 현명한 사상가들이 인간의 본질을 ‘훌륭하고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으로 규정해 왔다고 주장한다. 플라톤은 그것을 기개(thymos), 마키아벨리는 영광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홉스는 자존심과 허영심, 루소는 자존심, 알렌산더 헤밀턴은 명성에 대한 애정, 제임스 메디슨은 야망, 헤겔은 승인, 니체는 ‘붉은 볼을 가진 야수’라고 칭했다. 이들 사상가들은 인간의 영혼 저 밑바닥에는 존경할 가치가 있는 개인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강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으며, 이런 욕망 실현하기 위해 때로는 생명을 무릅쓰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욕망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스트렝스파인더를 아는가? 갤럽에서 30년 동안 각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200만 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개발한, 자신의 타고난 재능과 강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자기발견 프로그램이다. ID코드를 가지고 스트렝스파인더 홈페이지를 방문해 프로파일을 완성하면 34가지의 테마 중 자신의 주요 테마 5개를 찾아준다. 주요 테마 5개는 개인의 강점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부분을 의미한다. 이 34개의 테마 중에는 중요성(Significance)라는 테마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다. 중요성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자.
당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하게 보이고 싶어 한다. 이 말의 가장 진정한 의미는, 당신이 ‘인정 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사람들이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를 원한다. 두드러지고 싶어 한다.
알려지기를 원한다. 당신은 특히 자신의 독특한 특징인 여러 가지 고유한 강점을 사람들이
알고 인정해 주기를 원한다. 당신은 믿음직하고, 전문적이며, 성공적이라는 칭찬을 들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당신도 믿을 수 있고 전문적이며 성공적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한다. 만약
당신과 어울리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그렇게 될 때까지 성취하도록 강요한다. 그래도 안 되면 자신의 갈 길로 간다. 독립적인 정신의 소유자인
당신은 일이 직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생활 방식이기를 원한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구속 받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방식으로 하고 싶어 한다. 당신은
자신의 열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것을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당신의 생활은 소망하는 것, 열망하는 것, 아니면 무척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초점이 무엇인지는 각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이 중요성 테마는
당신이 평범함에서 벗어나 두각을 나타낼 수 있게 계속 위로 밀어 붙일 것이다. 이것은 당신이 계속 노력하게
만드는 테마이다.
마커스 버킹엄과 도널드 클리프턴은 인정 욕구가 강한 사람들에게 매우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명성을 갈구하며 이런 욕망을 분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주장은 20년 전까지만 해도 옳은 것이었다. 당시에는 판단의 자유, 결정의 자유, 행동의 자유가 윗사람의 기분에 따라 변하는 매우 독재적인 사회였다. 유일하게 가치 있는 명성은 다른 사람을 누를 수 있는 힘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가능한 빨리 출세의 사다리를 올라가려 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것이 존경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있다. 오늘날 많은 조직들은 명령과 통제에서 벗어나 직원에게 결정권을 위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분화된 전문지식과 개별화된 고객 관계가 중요시되는 지식 경제 시대에서는 특정 분야나 고객 정보에 대하여 관리자보다는 담당자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관리자가 직원들의 결정과 판단을 제안할 권한을 가지기는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그 명성 또한 관리자보다는 담당자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직무마다 성과에 따른 다양한 명성이 존재해야 하는데 아직도 조직은 한 종류의 명성, 타인을 지배하는 권력에서 나오는 명성만을 의지하고 있다. 이들의 해결책은 명성을 현상보다 세분화해서, 계단을 더 많이 만들어 명성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라는 것이다.
前직장은 다국적 제약회사였다. 직원의 상당수가 영업사원이었는데 이들 중 실적이 좋은 소수만이 팀장으로 승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실적이 좋은 영업사원이 반드시 유능한 팀장이 되지는 않았다. 어떤 직원은 팀장일 때보다 실무자일 때 성과가 좋았다. 그런데 팀장이 되지 않고서는 조직에서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회사는 영업사원의 커리어 패스를 두 가지로 나누어 관리자의 길을 걷는 경우와 전문가의 길을 걷는 경우로 구상했다. 관리자의 길을 걷는 직원은 팀장, 본부장으로 승진해 영업담당 임원이 될 수 있으며, 전문가의 길을 걷는 직원은 MR(Medical Representative의 약자로 ‘의학정보를 전달하는 전문가’라는 뜻) – 프로 MR – 엑스퍼트 MR – 마스터 MR로 단계를 밟아 세일즈 전문가로 포지셔닝할 수 있는 것이다. 마스터 MR은 관리자는 아니지만 세일즈 전문가라는 명성을 얻고 회사로부터 일정한 보상도 받는다. 이제 영업 팀장이 되지 않아도 조직에서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위의 제안은 아직 구상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대단히 빠른 속도로 많은 조직에서 이와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정받고 싶은 자, 당신은 무죄다. 당신의 욕구는 인류의 현명한 철학자들이 인간의 본성으로 찾아낸 것이지 않은가? 당신은 그 욕구로 큰 성취를 일구어 낼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염두에 두어라. 당신이 원하는 인정을 타인으로부터만 갈구하지는 마라. 세상은 변하고 있고 세속적인 출세의 의미가 이미 예전 같지 않음을 당신도 알 것이다. 당신은 구속 받지 않으며 당신의 방식으로 일하기 원하는 사람이다. 조직에서의 명성은 당신을 구속하고 그들의 방식으로 일하길 강요한다. 사회적 명성이 없이도 당신은 근사한 사람이다. 당신의 방식으로 당신이 소망하는 일, 열망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라. 그러면 당신은 자신의 인정뿐 아니라 타인의 인정까지 거머쥐게 되는 날을 맞이할 것이다. 당신은 그 자체로 어디서든 돋보이는 사람이다. 명성이란 액세서리를 걸치지 않아도 여전히 매력적인 사람이다.
인정받고 싶은 자, 당신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