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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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생활백서 #1.
이중생활은 선택. 평소 다닐 때는 패션도 백수, 하지만 정장을 입으면 커리어 우먼으로 변신!
백수생활백서 #2.
빈대붙기는 필수. 술 사주고, 밥 사준다는 사람은 무조건 만난다.!!!
백수생활 한 달을 넘기기 시작한 미나는 매일 형광색 운동화끈이 달린 회색 운동화에 두 개뿐인 청바지를 번갈아 입으며, 날씨가 추워져서 외투를 입게 된 덕분에, 티셔츠는 눈에 보이는 대로 대충 걸치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회색 후드자켓과 카키색 점퍼를 주로 입는다. 입는 옷이 옷이 거의 변하지 않아서인지 그녀가 즐겨 찾는 학교 앞 커피전문점에 들어가 주문을 하면 그녀의 주문을 받는 종업원이 “또 왔네?” 혹은 “또 같은 옷?” 따위로 해석될 수 있으나, 진정한 의미는 알 수 없는 묘한 웃음을 그녀를 향해 짓는 것일지도 모른다. 열 군데 이상의 다양한 분야에 입사지원서를 내고, 매일 가시밭길을 걷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합격 이메일이 오지는 않았을까 불안한 마음 과 기대로 시도 때도 없이 이메일을 확인하는 그녀다.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던 2011년의 마지막 긴 연휴가 끝난 다음 날 오후, 그녀의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뭐하시낙?!”
“웅. 나 집. 이제 슬슬 동네 마실 나갈까. 생각 중..ㅋㅋㅋㅋㅋㅋ”
“오호. 한추-압구정역 근처에 있는 술집으로 고추튀김이 특히 맛있는 집이다. 그녀의 친구가 압구정역 근처에 살고 있어서. 이 친구와의 만남이 10회라면 그 중 8번은 압구정역 근처에서 만나곤한다-로 마실오게낙. ㅋㅋㅋ”
“ㅋㅋㅋㅋ. 지금 어딘데??”
“시내쪽인데 여섯시 정도에 압구역에 내릴 듯. 쿄쿄”
“웅. 그래?? 알았어. 그럼 압구정역으로 마실가도록 하지.ㅋㅋㅋ”
요즘 들어 술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그녀이지만, 항상 유쾌하고 즐거운 수다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친구라서 선약이 없는 이상 왠만해서는 꼭 만나곤 한다. 압구정역 가까이에 있는 커피전문점에서 만나 둘은 서비스 안주가 푸짐하게 나오는 근처의 이자카야를 찾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전화가 마구 울린다.
“여보세요.”
“이미나씨 되시죠?”
“네, 전데요.”
“얼마 전, 싱가폴 창이국제공항 지원하셨죠? 1차 합격 하셔서 전화드렸습니다.”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아, 네!!!!!! 감사합니다~~~~~!!!”
“아니오, 저한테 감사하실 일은 아니구요. 면접 일정 알려드리려고 전화드렸습니다. 내일 오후 3시에 시간 가능하시죠?”
안 될리가 있겠는가? 그토록 기다리던 면접인데!!!! 다음 날 일정이 있었지만, 면접일정에 밀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네, 가능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확인하시고, 내일 늦지 말고 꼭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왠지 가슴이 마구 두근거린다. 전화를 끊으며 친구에게 기쁜 소식을 알린다. 친구도 잘 됐으면 좋겠다며 기분 좋게 술을 사준다. 사실 이 친구를 만나면 술값은 거의 이 친구가 내는 편이다. 그녀는 주로 얻어먹는 편이다. 술 10번 사면, 커피 한잔 사는 정도랄까? 그래서 이 친구를 부담없이 만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기분 좋은 소식으로 시작한 친구와의 술자리를 적당히 기분 좋게 마무리 하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당장 내일이 면접이라니 걱정이 앞선다. 보험영업을 그만 두고 지난 9개월간 집에 있는 정장이라곤 쳐다보지도 않았던 그녀였기에 당장 내일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할지도 걱정이고, 정장 입은 자신의 모습을 생각만해도 손발이 오그라들고, 어색하다. 집에 가서 옷을 찾아보니, 다행히 깨끗한 정장이 있다. 공항 지상직 면접이었기에 왠지 바지 정장보다는 치마 정장을 입고 가야할 것 같다. 근 2년간 치마는 걸치지도 않았던 그녀이지만,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위한 면접을 보러 가는데 왠지 첫인상이 신경이 쓰여서, 치마 정장 셋트를 골라 옷걸이에 고이 걸어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아르바이트 할 곳에 갑작스레 면접 일정이 잡혀서 오늘 못 가겠다고 미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하고, 입고 갈 옷을 다시 살펴 보기 시작했다. 정장은 골랐는데, 이번에는 정장 안에 입고 갈 이너웨어가 마땅치가 않다. 이것저것 입어보며 의도치 않은 패션쇼를 하다가, 작년에 친구가 입으라고 줬던 원피스가 눈에 보인다. 색깔도 정장이랑 맞고, 원피스를 입고 정장을 걸치니 꽤 커리어 우먼처럼 보인다. 다행히 엄마가 사둔 아이보리색 구두도 있고, 이제 입고 갈 옷과 신발 등은 준비 완료!!! 분주하게 면접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문자가 한 통 온다.
“오늘 pm 3시,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접 참석여부 확인드립니다. 답장주세요^^ GMP Korea”
‘엇? 이상하다. 핸드폰 번호도 아닌 전화번호로 문자가 왔네?’ 라고 생각하며.
“이 번호로 보내면 되나요?? 참석합니다.^^”
“네. 면접참석 확인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자를 받고 난 그녀.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든다. 면접 보러 오라는 데서, 왜 이리 친절한거지? 이상한데 아니야?라는 의심을 조금씩 하면서 그녀는 컴퓨터를 켜고, 면접 보러 갈 회사의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한다. 3개월 전인 7월부터 그녀가 지원한 것과 같은 채용공고가 한 달에 한 번꼴로 계속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급여에 대한 정보가 매번 조금씩 다르다. 그녀의 느낌을 더 안 좋게 만든 것은 이 회사가 항공사관련 교육을 하는 학원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싱가폴로 면접보러 가는 비용 등이 150만원 드는데 그 중에 교육비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한국 회사와 1차 면접 이후에 싱가폴 공항쪽과 면접을 진행하기 전에 교육이 있다는 것도 그렇고. 꽤 정확한 그녀의 직감이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순간 ‘면접을 가지 말까?’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어차피 다른 곳들 면접도 봐야 하니 연습하는 셈 치고 가기로 결정을 했다. 골라 둔 정장을 입고, 정말 오래간만에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선다. 오래간만에 걸친 정장과 구두가 꽤 어색하긴 하지만, 왠지 오래간만에 한껏 꾸미고 나니 묘하게 기분이 좋기도 하다. 면접 시간 30분 전인 오후 2시30분에 면접 대기장소에 도착했다. 어여쁜 여자분이 면접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도착한 이후에도 여자, 남자가 6명 정도 더 들어왔고, 어느 덧 시계는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면접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가장 먼저 오신 분이 누구죠?” 먼저 도착해 있던 단아한 모습의 여자분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오신 분은요?” 그녀가 손을 들었다. “두 분 면접장으로 가시죠”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장에 들어섰다. 항공사 승무원 포스의 여자분 1명, 마르고 인상이 썩 좋진 않은 안경을 쓴 남자분, 그리고 꽤 통통한 몸매를 가지신 남자분 이렇게 세 명이 면접관인가보다. 자리에 앉자마자 중간에 앉아 있는 남자분이 질문을 시작한다.
“해외에 나가서 일 하고 싶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단아한 모습의 여자분이 먼저 대답을 하고, 그녀가 대답한다.
“얼마 전, 이태리 여행을 열흘 정도 갔는데, 그때 이후로 해외에 나가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분이 나이가 같네요. 스물 아홉이면, 흔히 결혼 적령기라고 해서, 해외에 나가서 일을 하겠다고 하면 부모님이 반대하시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부모님은 어떻게 설득하실 생각인가요?”
또 여자분이 먼저 대답을 하고,
“이태리 갔다 와서 어머니께 이미 내년쯤에 해외에 나가서 살 생각이라고 말씀 드렸고, 흔쾌히 동의해 주셨습니다.”
“이태리요? 이태리랑 싱가폴은 많이 다른데 괜찮겠어요? 많이 실망할 수도 있을텐데요? 해외면 아무데나 다 괜찮은가요?”
“네. 사실 이태리에 가고 싶긴 한데, 꼭 이태리가 아니어도 될 것 같더라고요. 어디든 한국을 떠나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조금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인이랑 결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결혼을 꼭 해야 된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좋은 사람이 꼭 한국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외국인이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이것들 외에도 여러 가지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사실 여기까지 그녀는 같이 면접을 하러 들어간 여자분보다 자연스럽게 면접관들과 눈도 마주치고 말도 조리 있게 잘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외국 공항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영어 실력을 점검하기 위해 영어로 질문을 몇 가지 하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면접관 중 여자분께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이성적으로 잘 대답하던 그녀가 영어로 대답하면서 머리 속이 백지장이 되어 버렸다. 질문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생각나는 단어들도 몇 개 되지 않아,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도 못한 채 첫 번째 면접이 끝나버렸다.
면접관들에게 인사를 하고 짐을 챙겨 밖으로 나오면서 근처에 있는 친구에게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면접 보러 간걸 아는 친구라서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녀에게 물어본다.
“왜? 면접 잘 못 봤어?”
“어…. 그런 것 같아…ㅜㅜ”
“이구. 괜찮아.”
“시간 되면 차 한잔 하자~”
“너 괜찮으면, 이따 저녁 먹자~! 내가 살게”
“나야, 콜이지!!! 알았어. 근처에 만날 사람 한 명 더 있으니까, 강남역 근처에 있을게. 끝나고 전화해”
저녁을 사준다는 친구의 얘기에 면접을 망쳐 울적해진 기분은 금새 사라져버리고, 기분이 좋아진 그녀. 예전 회사에 다니고 있는 언니를 만나기 위해 회사로 간다. 가는 길에 후회가 밀려든다. ‘진작에 영어 공부 좀 해 둘걸…..’ 그렇지만 이제라도 시작했으니 괜찮다며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저녁에 친구를 만나 밥을 먹으면서 맥주를 한잔 하고, 백수에게 커피를 얻어 마실 수는 없다며, 친구는 좋지 않은 컨디션임에도 불구하고, 면접 보고 울적한 그녀를 위해 타로점을 봐주겠다고, 회사로 그녀를 데리고 간다. 사무실에 가서 녹차를 한 잔씩 하면서, 친구가 타로점을 봐준다. 과연 취직을 할 수 있을 것인지가 궁금했던 그녀이기에 온 마음을 담아 타로 카드를 10장 뽑았다. 예전 이탈리아에서 언니들이 타로점을 봐주며 해주었던 이야기와 비슷한 얘기를 한다.
“일단 결론적으로는 잘 될 것 같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좀 기울이고, 지금까지 너를 너무 희생해 가면서 일을 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그렇다. 사실 그녀는 점이나 타로 등을 100% 신뢰하지는 않지만, 점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자신의 선택을 확인 받기 위해 그녀도 타로점을 보곤 했다. 지난 여름 이탈리아 여행 중에도 비슷한 타로점을 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언니들이 하나같이 그녀에게 해 준 이야기는. “타로점 보고, 옆에서 얘기해 주면 뭐하냐? 어차피 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할텐데.” 였다. 그녀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동안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사부님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조언은 조언일 뿐, 결국에는 그녀의 마음이 가는 대로 결정을 하곤 했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지만, 이제는 정말 그녀보다 사회생활도 많이 하고 경험이 있는 주변 분들의 의견을 좀 더 신중하게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녀다.
백수생활백서 #3. 생계형 알바는 필수. 백수라고 용돈마저 손을 내미는 건, 차마 못할 짓이다.
면접 덕분에 가지 못했던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대학교 때 생활비를 벌기 위해 리서치회사에서 설문조사 아르바이트를 해 본 그녀였지만, 오래간만에 리서치 회사에 가니 기분이 남다르다. 지금은 자신의 전공인 드럼으로 생계를 잇고 있는 친구가 예전에 자신의 그간의 삶을 버리고 잠시 했던 아르바이트인데, 소모되는 시간이나 에너지에 비해 알바비가 괜찮다며 그녀에게 소개를 해 준 것이다. 설문조사를 하시는 분들이 있고, 그 분들 곁에서 모니터링을 하는 일이었다. 통계학과를 졸업한 그녀이기에 설문조사가 얼마나 허술하게 되는지 알고 있고, 그녀도 이전에 아르바이트를 할 때, 정석대로 하지는 않았기에 모니터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살짝 의문이 들었다. 짧게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모니터링 하는 법을 배우고 바로 현장으로 갔다. 갔더니 3명의 팀원분들과 1명의 팀장님이 이미 설문조사를 시작하고 계셨다. 오후 6시까지 아르바이트인데, 오후 3시쯤 일이 끝나 버렸다. 설문조사를 하는 분들은 설문조사 부수별로 돈을 벌기 때문에 일찍 끝나면 좋지만, 그녀는 시급으로 받는 아르바이트라서 너무 일찍 끝나버린 일이 왠지 아쉽다. 조금 더 일을 해야 최소한의 생활비는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분들께 정중히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해야 할 일들도 많고, 학교로 갈까 하다가, 배가 고파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 도착해 계란 후라이와 김치에 밥을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설거지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다시 학교로 향했다. 학교 앞에 도착하니 학교 축제기간이다. 축제기간이라서 카페에 사람이 별로 없을 거란 생각에 왠지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 문제는 그녀였다. "그녀의 재발견"
5년 전, 회사에 입사할 때 필독 도서 중에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이란 책이 있었다. 당시에는 책에 있는 코드로 설문조사를 30분 가량 진행한 후에 찾게되는 강점 5가지가 무엇인지 회사에 제출을 해야 했다. 그 때 찾은 그녀의 강점은 ‘최상주의자, 책임, 관계자, 미래지향, 개인화’ 이렇게 5가지였다. 그녀의 강점을 찾아서 보내고선 그 책을 다시 펼쳐보지도 않고 집안 어딘가에 버려 두었다. 그녀가 찾은 강점을 가지고 일상 생활에 활용을 해 본다던가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5년 만에 그 책을 읽는 과제가 주어졌다. 책을 읽는데 ‘강점을 활용하는 법’에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글이 있었다.
단지 “무엇을 하기로 결정하든 상관없다. 자신이 맡은 일에서 당신의 테마를 사용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성공적인 것이다.”라는 진실만을 주장할 뿐이다. 테마를 강조함으로써 그런 역할이 가능하길 희망한다.”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 중, p238)
이 부분을 읽는 순간 그녀는 뒤통수를 한대 크게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첫 직장이었던 보험회사 영업을 그만두고 나서, 이후에 5개월, 3개월 짧은 기간 여러 회사를 옮기고 다시 백수가 되기까지 그녀는 계속해서 회사 내에서 맡았던 그녀의 업무, 회사의 환경-사장님에 대한 불만이나, 회사 시스템의 불만 등등-만을 탓해 왔다. 그런데 사실 진짜 문제는 각 회사에서 그녀가 맡았던 업무들을 ‘그녀답게-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하지 못했던 것, ‘그녀가 처해 있는 환경’에서 얼마나 그녀의 강점을 활용해서 일을 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맞지 않는 무거운 옷을 입고 일을 하면서 점점 지쳐갔고, 더 이상 버텨낼 수 있는 에너지가 없어서 결국에는 퇴사결정을 내리곤 했었다. 그녀는 왠만해서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해 후회를 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엔 왠지 커다란 후회와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5년 전, 프로그램을 통해 강점을 찾고, 책도 같이 읽어보았더라면…. 그랬다면 지난 5년이란 시간이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보험회사를 다닐 때의 그녀는 욕심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 그녀가 들을 수 있는 대부분의 사내 강의를 듣기 위해 쫓아 다녔다. 회사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었던 동료들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녀가 가진 재능과 그녀가 들었던 강의를 하셨던 분들의 재능이 달라서 그냥 따라 한다고 해서 그들과 같은 성과가 나올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녀는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그녀의 재능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문제점과 강의를 들으며 그녀에게 없는, 흔히 그녀가 가진 약점들을 커버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던 것이다. 약점이란 녀석으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늘 욕심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최상주의자’-이 테마를 가진 사람은 기준을 ‘평균’이 아닌 ‘최상’으로 잡는다. 평균 이하를 평균보다 높이는 것에 보람을 느끼기보다 우수한 것을 최상으로 만드는 것에 훨씬 흥미를 느낀다-라는 테마를 가진 그녀가 계속 자신감과 일에 대한 흥미를 계속 잃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녀를 잘 알고 있는 지인들이 그녀에게 얘기하는 것처럼 ‘영업’이라는 직종 자체가 맞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지만, 그녀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그녀가 가진 재능을 활용해서 일을 하는 방법을 조금이라도 일찍 터득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들로 책을 보는 내내 경이로움과 후회라는 감정이 번갈아 그녀를 찾아왔다. 또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그녀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5년이란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 가지 경험들을 하면서 삶의 가치관이 많이 바뀐 그녀였기에 설문조사를 다시 한번 해 보기로 했다. 놀랍게도 5가지의 테마 중에서 3개나 다른 강점 테마가 나왔다. 지난 번에 두 번째로 나왔던 ‘책임’이란 테마가 사라지고, 세 번째로 나왔던 관계자 테마가 두 번째로 순위가 바뀌었고, ‘신중함’, ‘중요성’, ‘착상’이라는 새로운 테마가 나머지 자리를 대신했다. 책에서 말하길, 강점이란 쉽게 변하지 않으며, 만약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 6위 이후에 있던 강점들과 순위가 바뀐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제서야 결과가 이해된다. ‘그렇다면 왜 바뀐거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각 테마들이 가진 의미들을 찬찬히 살펴 보면서 지난 5년이란 시간 동안 그녀가 겪은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최상주의자’는 그녀의 제1 테마로 워낙 강력하게 그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변하지 않은 것 같다. 5년 전 두 번째로 나왔던 ‘책임’이란 테마는 5년간 고객들에 대한 커다란 책임감으로 일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그리고 얼마 전 이탈리아 여행 이후 그녀는 책임보다는 그녀의 자유를 삶의 우선순위로 두기로 마음먹어서 주요 강점에서 사라진 것 같다. 삶의 가치관, 기준이 바뀐 것이다. 5년간 계속해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이후에도 영업을 하며 사람들을 계속 만나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해졌다. 주기적으로 고객들에게 보냈던 이메일에는 그녀가 살면서 생긴 에피소드들이 주로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일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한번도 만들어 보지 못한 채 그만두게 되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졌다. 책임감보다는 자유를 선택하고 새로운 일을 구하면서 그녀는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그녀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해졌다. 그래서 ‘중요성’이란 테마가 나타났나보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꾸준히 있던 상황에서 그녀는 끊임없이 그녀 자신을 사람들에게 드러내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자신만의 생활, 즉 사생활을 지키는 것이 무척 중요해 졌다. 또한 아는 사람들을 통해 회사를 옮기게 되면서 생긴 사람에 대한 불신, 혹은 그녀의 선택에 대한 후회라는 감정들로 인해 사회라는 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쉽지 않음을, 많은 사람들이 겉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숨기고 있는 것들이 많음을 깨닫게 되면서 신중함이란 테마가 중요하게 나타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이번 강점 테마가 바뀌고 나서 ‘왜 바뀌게 되었는지’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처럼 어떤 사물들이나 현상 등 현재에 존재하는 것들이 ‘왜 이런 모습인지’를 설명해 주는 명확하고 간단한 개념들을 발견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바로 마지막에 새로이 나타난 ‘착상’이라는 테마였다. 무언가 새로운 것,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아이디어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 역시 이것과 관련된 것이다. 그녀는 새롭게 도전하는 것을 굉장히 즐긴다. 문제는 그 즐거움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직관적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파악하고 활용하지 못했던 그녀의 재능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녀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고 나니, 왠지 마음이 한결 가볍다. 조금 더 깊이 파고 알아가다 보면, 새롭게 구할 직장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 이전보다는 더 잘 해 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다. 더불어 빨리 이런 그녀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조바심도 생긴다. 이렇게 그녀는 그녀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가고, 알게 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바탕으로 새로운 꿈을 꾸고 계획한다.

여긴 포기할라구요..ㅋㅋㅋ.. 이상해이상해...
언니 걱정해주는게 이제라도(ㅋㅋㅋ) 잘 새겨들어야지~~~히히히.. 고마워요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