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미
- 조회 수 2087
- 댓글 수 13
- 추천 수 0
임윤택을 아시나요? 그는 현재 슈퍼스타케이 3기에서 1위로 활약하고 있는 울랄라세션의 리더입니다. 3주간 방송된 경연에서 울랄라세션은 심사위원 점수 1위로 항상 가장 먼저 생존해 왔습니다. 탈락의 위기는커녕 무대마다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었죠. 각 심사위원들로부터 최고점과 기립박수까지 자아내었죠. 지난 주의 방송에서는 임윤택씨의 개인 사정이 방영되었습니다.
그는 현재 위암 4기입니다. 하지만 무대의 그에게선 병색이 느껴지지 않아요. 슈스케 오디션에 참여하기 이전에 그는 이미 자신의 병을 알게 되었다 합니다. 그래도 그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동생들과 함께 오디션을 보고 현재의 이 강행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너무 멋진 그의 무대는 동정의 눈물이 아닌 감동을 눈물을 쏟아내게 만듭니다. 위암 4기. 이에 따르는 고통이 어떤건지 건강한 저는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감기 몸살에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죽는다며 끙끙앓는 저로서는 정말이지 어떤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그가 말했습니다.
“우승을 자신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즐기는 것 하나는 자신 있습니다.”
그래요. 그는 음악을 즐기고 있는게 분명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그 몸을 이끌고 무대에 올라 그런 퍼포먼스와 노래를 할 수 없을 겁니다. 멋진 그를 보면 저도 모르게 빙긋이 미소가 지어진답니다. 그는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게 분명합니다. 그가 말 한 대로 음악을 즐기고 있는 거겠지요, 그렇기에 무대에 설 수 있을 겁니다.
그가 만약 음악이 아닌 다른 길을 걷고 있다면 결과는 달랐을 지도 모르겠어요. 서른이 넘은 나이, 이미 음악을 포기하고 다른 인생의 길을 걷게 되었다면 그는 같은 병 앞에도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르지요. 아마 음악이란 그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고, 그 안에서 그 자신의 모습이 가장 빛나기에 그는 그렇게 무대에 서고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하는 찬란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와서 음악으로 흥을 주고 인간적으로 감동을 주는 것이겠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사람은 아마 빛날 것입니다. 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눈에서 광채를 내뿜지요.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사람의 눈빛은 언제나 빛나고 부드러우며, 목소리에도 애정이 가득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정말 복 받은 인생임에 틀림없습니다. 우리 모두 그러한 인생을 바라지만 그렇지 않은 자신의 인생을 보면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저의 사부님께서는 자신의 책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산다는 것은 삶에서 실패한 것이다. 처참하게 패배한 것이다.
이런.... 저는 패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축하를 받는 승리를 꿈꾸는 것 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처참하게 패배하고 싶지는 않다는 말이예요.
일주일을 돌아보았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얼마나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어요. 시간에 쫓기어 과제를 올리는 것으로 일주일을 시작하여, 다시 똥줄타게 과제를 해내는 모습으로 일주일을 마감하지요. 그 와중 제가 해야하는 일들을 많이 있지만 그 중 과연 제가 좋아하는 일들은 얼마나 되는 걸까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무 것도 하기가 싫어졌습니다.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하는 물음이 머릿속을 빙빙 돌았고, 순간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까지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어딘가로 불쑥 떠나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 가는 거야. 어디로든지 떠났다가 더욱 충실해져서 돌아오는 거야. 생각을 많이 하고 돌아오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어 어디로 갈까 고민해 보았지만 떠날 장소마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던거죠. 다시 돌아와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똑같은 생각을 또 하고 또다시 떠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이 주기는 어쩌면 짧아질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제는 떠나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어요.
참을 수 없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두려워 말고 그 일을 따라 나서라. 그 우주적 떨림을 거부하지 마라. 그 일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면 그 일이 곧 자신의 천직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 그런 떨림을 얻지 못했다면, 지금 주어진 일을 아주 잘 해낼 수 있는 즐거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을 알아내는 순간 매일 숙제처럼 목을 죄어오던 일상의 일들 중에 어떤 것들은 나의 타고난 적성에 잘 어울려 이내 즐거움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구본형의 필살기>
저는 아직 우주적 떨림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누군가가 툭 튀어나와 제가 잘하는 일을, 즐거이 할 수 있는 일을 일러주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것은 너의 천직이다. 뭐 이런 식으로 일러주고 갔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요. 그런데 어쩌면 이런 생각은 왠지 오랜 옛날의 신분제 사회를 생각나게 하지 않나요? 옛날에는 그런 일을 신분에 따라서 나누었죠. 그랬더니 그 결과 해방 운동이 일어나서 지금이 이르렀어요. 흠. 결국 제가 했던 생각은 조금은 위험한 생각인지도 모르겠군요. 누군가 튀어나와서 제가 물리학자가 되야한다고 말하면 그건 정말 큰일이거든요.
그럼 이제는 차선책이 남았군요. 지금 주어진 일을 아주 잘 해낼 수 있는 즐거운 방식을 찾는 일이지요. 그러기 위해서 제가 좋아하는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경제적으로, 직업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 것들 중 하나를 끄집어내야 합니다. 바로 끊임없는 재잘거림이지요. 저는 쉬지 않고 재잘거리는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도 그랬구요, 지금도 별로 다르지 않아요. 오죽하면 책을 소리내어 읽었을까요, 책을 읽는 도중에도 말하기의 본능이 꿈틀거리는 사람, 그게 바로 저예요. 혼자 앉아서 사색하는 시간보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며 더욱 정리가 되는 사람이구요, 자신이 던진 멋진 표현에 혼자서 구름위를 동동 떠다니는 사람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재잘거림은 30년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유지해온 활동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처음 연구원을 지원할 때 책을 반드시 써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저 제 인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어떻게든 변화하고 싶었고, 제가 가진 생각이 이 변화경영연구소와 많은 부분에서 일치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지요. 그래서 리뷰를 쓰고 간단히 제 생각의 코멘트를 다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칼럼은 언제나 고민거리였죠. 글이라니요. 저는 정말이지 글과는 관련이 없어요. 초등학교 때 글짓기 숙제가 나오면 단 한마디도 적지 못해서 엄마가 불러주는 대로 적어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합니다. 밤 늦게까지 끙끙대고 있자, 보다못한 엄마가 몇자 적어서 불러주었죠. 무슨 내용인지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 칼럼은 언제나 끙끙거리게 만들었고, 이것만 끝내면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은 양 마음이 편안했어요.
그러다가 지금은 동기들이 ‘루미체’라 불러주는 저의 형식을 만났습니다. 그것의 시작은 제가 좋아하는 영화의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였지요. 저는 그저 영화이야기를 남들에게 들려준다는 느낌으로 재잘대기 시작했어요. 언젠가 엄마가 말씀해주신 “그냥 너는 말하는대로 써버려.”라는 말도 도움이 되었지요. 그렇게 글쓰기를 바꾸자 한결 쉬워지더군요. 재잘재잘재잘. 글쓰기란 것은 얼마나 좋은가요. 들어줄 사람이 없어도 혼자서 재잘거릴 수 있잖아요. 그런 생각이 들자 이제는 책을 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다행이지요. 천 만원은 작은 돈이 아니니까요.
저는 약 1년 간 새벽의 시간을 사용했습니다. 4시에 일어나서 무언가의 활동을 했었지요. 활동을 딱 꼬집어서 말할 수 없는 것은 그 시간을 언제나 가변적인 활동으로만 채워왔기 때문입니다. 해야 할 일을 처리하고, 하지 못한 취미 활동을 하며, 그저 일어나는 것에만 감사해 왔어요. 그저 일어났다는 것에만 만족했지요. 그것은 지속력을 가지지는 못했어요. 언제나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활동이었지요. 하지만 더 이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그 시간에 재잘거리기 시작했거든요. 슬슬 저의 책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더 이상은 함께 하지 못하는 길을 걸어가야하는 시간들이지요. 저는 아마 글을 쓰기 시작할 겁니다. 하지만 저의 글은 아마 저의 재잘거림이 가득 채울 것입니다. 누군가는 저의 글을 보고 “이건 뭐야?”이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저를 가장 즐겁게 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처음처럼”일 거예요. 그때도 저는 저만의 즐거운 방식으로 글을 쓰고 있을 테니까요. 그건 지금과 변하지 않을 테니까요.
오늘도 저는 저의 새벽을 재잘거림으로 가득 채웁니다. 이런 시간들이 모여서 두서없는 말하기가 점점 더 괜찮은 방식으로 자리 잡아 가겠지요. 그건 아마 제가 이 재잘거림을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표현을 써서 말하는 자신을 뿌듯해 하기 때문일 겁니다. 제 글이 좋으시다면 아마 제가 즐거운 방식을 찾아낸 것이겠지요. 저는 오늘도 이 새벽을 빛나는 눈빛으로 재잘거립니다. 이 재잘거림은 저의 글이 되고 저의 책이 될 거예요. 저는 즐겁기 때문이지요.
당신의 재잘거림은 무엇입니까?
PS. 임윤택씨의 쾌유를 빌며... 울랄라세션 빠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