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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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일
2011년은 정말 그녀에게 ‘일 복’이 없는 해인가 보다. 하가노주방에서 서빙 알바를 할 때 이상하게 그녀가 가는 날들 중에 반은 그녀가 일하는 동안 손님이 거의 없었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기 한 시간 전인 10시부터 슬슬 테이블이 손님들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11시가 되면 몹시 바빠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 봤을 때는 시급을 받으면서 일을 했기에 일 복이 없는 게 어쩌면 좋은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런데 2011년이 3달도 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그녀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그녀가 했던 ‘일들’과 그녀가 받았던 제안들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이상하게 그녀가 몸담았던 곳 중에 한 곳은 문을 닫았고, 두 가지 제안을 받아서 포기했던 그 곳은 성공리에 사업들을 착착 진행시켜 가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있던 3달간 아무 할 일도 없어서 너무나 괴로웠던 회사는 그녀가 나오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빠졌고, 그녀가 하기로 했던 온라인 판매도 시작했으며, 매출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선택을 했던 것에 있어서 좀처럼 후회를 하지 않는 그녀이지만, 일이 이쯤 되니 조금씩 후회의 감정들이 밀려든다. 두 가지 제안을 받았을 때 월급을 먼저 주겠다고 제안을 해 주셨던 고마운 사장님을 뿌리쳤을 그 때, 그녀는 결정 내리기가 힘들어 멘토이자 스승에게 메일을 보내, 이런 제안들이 있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라고 조언을 구했다. 그 때 분명히 사부는 그녀가 포기했던 그 일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 해 주셨다. 주옥 같은 조언과 제안을 그렇게 뿌리치고 결국 그녀의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선택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에게 남은 것은 그저 아깝게 흘려버린 시간 뿐이다.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직후에 쓴 글을 다시 읽게 되었다. 글의 말미에 그녀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최선의 선택. 과연 지난 시간 동안 했던 그녀의 선택들은 최선이었을까? 최선의 선택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얼마 전에 본 연구원 선배의 글에 최선의 선택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나와 있었다.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
그녀의 첫 번째 직장이었던 보험사. 그리고 그곳에서 했던 보험 영업. 그녀가 그곳을 선택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녀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파일럿’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고 모을 수 있는 직장이 필요했고, 그녀가 생각할 때 최선은 금융권에서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어딘가에 올려 둔 그녀의 이력서를 보고 전화가 왔고, 그렇게 첫 직장이 정해지게 되었다. 첫 시작은 그녀의 뛰는 가슴으로 결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일을 하면서 그녀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이유들을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의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그녀의 욕망이 그러했고, 그 욕망이 열정을 만들어 냈고, 그 열정으로 그녀는 낮이고 밤이고, 열심히 뛰어 다니며 일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점점 일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고, 사람들과의 만남이 부담스러워지면서 그렇게 뛰던 가슴이 사망선고를 받기 직전의 환자마냥 희미하게 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때마침 회사는 그녀를 더 이상 기다려주지 못하고 회사 밖으로 밀어 내고 말았다.
절묘한 타이밍에 알고 있던 분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분의 제안으로 그녀는 두 번째 직장에서도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전 회사에서 주로 직장인들을 만나서 영업을 했다면, 이번에는 자영업자들을 만나는 영업이었다. 불현듯 생각 난 아이디어로 시작한 회사는 여느 벤처처럼 성공에 대한 열망으로 시작이 되었고, 그녀는 그런 회사의 창업 멤버였다. 회사를 멋지게 성장시켜보리라, 설레임과 기대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에 그녀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그 열정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열정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그리고 회사에 대한 실망으로 그녀는 점점 지쳐갔다. 그러던 와중에 영업을 하다가 알게 된 두 분이 그녀에게 일을 같이 해 보자고 제안을 한다. 한 분은 그녀의 경제상황을 알고서는 월급을 미리 주겠다고 할 정도로 그녀를 신뢰해 주셨다. 그리고 그분이 생각하고 있는 사업의 그림들을 그녀에게 그려주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그 분의 제안이 크게 공감되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믿고 제안 해 준 내용이 분명 당시 그녀의 상황에서는 몹시 고마운 제안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다른 한 분은 오프라인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에게 온라인 판매의 전권을 맡기겠다고 하였다. 온라인 판매에서 오는 매출을 모두 가져 가는 대신 그녀는 그에 필요한 모든 부대 비용들을 부담해야 했다. 두 가지 제안을 받고 나서 엄청나게 고민을 했다. 그녀의 스승과 그녀보다 오래 산 주변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첫 번째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 주셨지만, 결국 그녀는 조언보다 그녀의 마음이 이끄는 곳을 선택했다. 하지만 결국 그 곳에서 원하는 일이나 초기에 꿈꾸었던 비전을 전혀 맛 보지도 못하고, 3개월만에 넉다운 돼서 회사를 뛰쳐나오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뿌리쳤던 제안을 받았던 곳이 나날이 성공적으로 일을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니 괜히 뒷목이 뻣뻣해진다. 아마 그곳으로 갔더라도, 선택하지 않았던 다른 한 곳에 대한 미련이 조금은 남았을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두 군데의 회사를 거치며 그녀에게 남은 것이 전혀 없지는 않다.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일도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이 일 할 사람의 됨됨이였다. 일 하기 위해 돈을 내야 하는 이상한 회사처럼 무언가 그녀를 찜찜하게 만들거나,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 명확하지 않고 허무 맹랑한 제안을 하는 사람과는 되도록이면 일 하지 말 것. 그것이 바로 지난 시간의 선택과 경험이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것이다. 선택을 할 당시에 따져 본다고 따지긴 했지만, 사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선택하지 말아야 할 단서들이 몇 가지 있었던 것이다.
일요일 저녁. 이런 상념들에 푹 잠겨, 또 다가오는 불안한 내일을 생각하며, 신에게 묻는다.
“지지리 복도 없는 제게 언제쯤 일복을 던져 주실 건가요?”
그 동안 잠잠했던 우울의 혼령이 그녀를 다시 찾아왔다. 엄마가 잠들고, 혼자 방 안에 앉아 멍하니 앉아있으니 또 눈물샘이 터졌다. 평소에는 기억력도 나쁜데 왜 꼭 이럴 때는 애써 잊고 있던 힘든 일들이 모조리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가슴에는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숨구멍을 막고 있는 것 같다. 애써 크게 숨을 쉬어본다. 그리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들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든다.
#. 언제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백수의 특권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잠자리에 들기 전의 우울한 감정의 잔해가 여전히 묻어있다. 우울이라는 녀석은 오랜 시간 자취를 감추었다가도 한번 나타나면 꽤 오래 끈질기게 옷자락을 물고 늘어진다. 그래서 그럴 때면 그녀에게는 무언가 작더라도 변화가 필요하다. 잠시 놓아두었던 영어강의 동영상을 보면서 기분을 조금 바꿔보려 애쓴다. 배고파 때 되면 끼니를 챙겨 먹으면서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자, 문득 서울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떠날 1박2일의 경주여행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로 오기로 했던 동기 오라버니의 계획이 갑작스런 사정으로 취소되었다. 그래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렇다면 내가 당진으로 갈까요?’라고 얘기했었는데, 내뱉고 보니 당진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오후3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당진에 갔다가 내일 오겠다고 얘기를 하고,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짐이라고 해 봤자, 치솔, 치약, 로션, 양말 따위의 아주 간단한 것들이다. 집에서 나와 고속터미널을 타러 가는 길. 버스 창문을 넘어 내리쬐는 태양이 너무나 강렬해 눈이 부신다. 갑자기 막 설레기 시작했다. 충청남도는 얼마 전 친한 언니의 여행에 갑작스럽게 합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다녀왔었다. 무창포는 바닷가라서 참 좋았다. 당진은 처음 가는 곳이지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치도 좋고, 살기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한 번 쯤은 꼭 가 보고 싶었다. 사실 지금은 서울이 아니라면 어디로 가든 가슴 속에 숨구멍을 막고 있던 묵직한 바위를 던져 버리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로 가는 길. 전화가 울린다. 지난 주말에 이력서를 넣었던 회사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내일 오전에 면접 일정이 잡혔단다. 지금 지방에 가는 길이라서 오전은 좀 힘들다고 얘기했더니 오후로 면접일정이 조정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틀 후 쯤으로 면접 일정을 잡으면 안되겠냐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당장 먹고 사는 문제도 시급하기에 면접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터미널에 도착했고, 5분 뒤에 떠나는 당진행 버스표를 끊었다. 평일 오후인데도 당징행 버스는 거의 만석이다. 가는 사람들도 꽤 다양한 것 같다. 월요일 휴가를 낸 것 같은 직장인, 자식들 보러 왔다가 내려가시는 부모님, 친구들끼리 서울에 놀러 왔다가 내려가는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버스에 함께 탔다.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조용히 책을 보다가, 창 밖 풍경도 구경하면서 갈려고 했던 당진행은 이리저리서 오는 전화와 문자 그리고 바닥을 쳐서 흐트러질대로 흐트러진 집중력 덕분에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멍하니 눈을 감은 채 지나가 버렸다.
한 시간 30분이 금방 지나갔다. 어느 새 고속도로를 빠져 나오기 전 당진, 서산이 적힌 표지판이 보이고, 고속버스는 미끄러지듯 톨게이트를 빠져 나왔다. 생각보다 시골스럽지 않은 당진의 첫인상이었다. 그녀는 약간 허허벌판 완전 시골동네를 기대했는데, 살짝 실망스러웠다. 특히 생각보다 너무나 번화한 당진터미널 앞 풍경은 정말로 의외였다. 시골스러운 풍경을 조금은 찾을 수 있었다. 자그마한 터미널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가게들, 그리고 버스를 타러 나가는 출구 앞에 차를 기다리기 위해 다양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들. 그녀는 당진에 와서도 주변 어디를 둘러볼 생각보다는 편히 앉아 있을만한 카페를 가장 먼저 찾는다. 다행히 터미널 건너편에 ‘커피 볶는 집’이라는 카페가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하고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노트북을 꺼내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직원 분께서 아메리카노를 가져다 주셨다. 역시 시골인심이 후하긴 후하다. 아메리카노에 토스트와 생크림이 초콜릿으로 예쁘게 장식된 접시가 함께 나왔다. 출발하기 전에 밥을 먹어서 배부르기에 이건 안 주셔도 된다고 사양을 했더니 직원은 서비스라서 드려야 한다며 자리에 두고 갔다. 결국 두 시간 뒤에 출출해져서 빵은 다 먹어 버렸다. 참 신기하다. 같은 커피인데도 서울에서 마시는 것과 당진에서 마시는 것이 너무 다르다. 서울에서 마실 때는 왠지 누군가에게 쫓겨서 마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당진에서는 왠지 더 느긋하다. 커피 한 모금도 더 음미하게 되니 말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가나보다. 여행은 반복되는 일상을 마치 마법사가 마술을 부리듯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끼게 하는 마력이 있다.
슬슬 저녁 공기가 차가워질 때쯤 그날 그녀에게 일용할 양식과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해 줄 동기 오라버니가 도착했다. 서울에서의 만남보다 당진에서의 만남이 100배는 더 반가운 것 같다. 반가운 것도 잠시. 오라버니는 하루 종일 고민해서 만들어 온 여행 일정을 내민다. 여행 가서 할 프로그램들에 둘 다 마구 신나서 아이디어를 쏟아 낸다. 여행 일정을 짜다 보니, 이미 두 사람은 이미 경주에 가 있는 것 같다.
그녀는 이렇게 무언가 상상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이렇게 편하게 아이디어를 쏟아 낼 기회가 있으면 막 신나서 떠들어 댄다. 그리고 의외로 톡톡 튀는 생각들이 튀어나온다. 물론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의 아이디어가 식상하다고도 얘기한다. 어쩌면 그 아이디어라는 것도 자아도취에 빠져 그녀 혼자만 톡톡 튄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은 어느 정도 일정을 정하고, 함께 밥을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오빠의 가족이 있는 따뜻한 집으로 향했다. 터미널에서 10분도 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오라버니네 집에 도착했다. 사진에서 만났던 개구장이 민호가 가장 먼저 반겨주었다. 갑작스레 쳐들어온 손님 때문에 정신 없이 음식 준비를 하고 있는 언니를 보니 왠지 미안한 맘이 앞선다. 그래도 사진으로 봐서 익숙했던 언니와도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그녀를 위해 내어준 두 분의 서재에 짐을 풀었다. 역시 사진 찍는 사람 아니랄까봐, 집안 곳곳의 벽에 예쁜 사진들이 엄청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직접 찍고 인화한 사진들이며, 민호만을 위해 직접 만든 나무의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장식장 등 집안 구석구석에 사랑과 정성이 묻어있다. 왠지 분위기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집이어서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민호랑 민호의 팽이 친구들을 소개받는 동안 언니와 오빠는 밖에서 음식을 준비하시느라 바쁘시다. 나중에서야 정신차리고 음식 나르는 것을 잠깐 돕는 척하는 그녀. 그리고 드디어 눈 앞에 펼쳐진 맛있는 음식들. 서울에서 놀러 온 그녀를 위해 갈비찜을 준비해 주신 언니. 덕분에 그녀는 당진에서 배에 기름칠을 할 수 있었다. 밥을 맛있게 먹고, 맥주와 후식까지 풀코스로 준비해 주신 덕분에 그녀의 배는 다음날까지도 꺼질 줄을 몰랐다. 왠만한 개그맨보다 더 웃긴 민호가 잠들고, 세 사람은 테이블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다 언니가 타로점을 볼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바로 그녀의 요즘 여러 가지 고민들을 털어 놓았다. ‘사람들이 힘들고 지쳐서 고민을 하다가 안되면 결국 점을 보러 가지.’라고 말씀하셨던 사부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최근 들어 몇 번째 타로점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얼마 전 친구가 봐줄 때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인 상황이 되었다. 역시 타로점을 보고나니 모든 것이 명쾌해졌다. 타로가 모든 정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내일 있을 면접까지 봐야 완전히 결정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한결 마음이 가볍다. 타로를 보고 난 후, 오빠는 내일 출근을 위해 자러 들어가고, 언니랑 1시간 정도 더 이야기를 했다. 처음 만났지만, 공유할 수 있는 것들도 많고 말도 잘 통해서 무척이나 유쾌한 수다의 시간이었다. 즐거운 사람들과의 수다는 언제나 즐겁다.
느껴지는 당진의 아침 햇살에 눈을 뜨지 않았는데도 눈이 부시다. 일어날까 말까 뒤척이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개그맨보다 더 웃긴 민호가 졸린 눈을 비비며 방에 들어와 이불 위에 쓰러진다. ‘귀여운 녀석’ 엉덩이를 톡톡 치면서 아침인사를 건넨다. 더 자고 싶지만, 슬슬 일어나서 서울에 갈 준비를 해야 하기에 이불을 개어 놓고 문 밖으로 나갔다. 언니가 차려 주신 아침을 먹고, 민호는 얼른 씻고, 그녀에게 배꼽인사를 하고는 어린이집으로 갔다. 아침 식사를 한 테이블 위에 감동의 편지와 얼마 전에 잃어버린 5만원이 봉투 안에 고이 들어 있었다.
‘잃어버린 너의 5만원을 되찾아 주고 싶었어. 차비에 보태쓰렴. 요새 차비도 많이 들텐데^^ 잘 올라가고 먼 길 와주어 고맙다. 다음엔 좋은데 구경도 시켜주마. -양갱’
‘아……… 진짜. 감동이다.’ 알바비를 잃어버린 후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뭔가 가슴 한쪽이 뜨거워진다. 좋아하는 것도 잠시. 곧 그녀는 생각한다.
‘아, 정말. 난 이렇게 매일 사람들에게 받기만 해도 되는 걸까? 난 사람들에게 뭘 해 줄 수 있을까?’ 그녀를 생각해 주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아서 감사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크다. 또 다른 마음 한 켠에서는 어떻게든 갚아야 할텐데라는 마음도 있다. 그래도 그녀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누가 그녀를 이렇게 생각해 줄까.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참 많다는 것도 그녀의 복일지도 모른다. 2011년, 일 복은 없어도, 사람 복만은 확실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조금 더 머물러서 당진 이곳 저곳, 구석구석을 둘러 보고 싶은 마음에 아쉽기도 하지만, 그저 이렇게 훌쩍 어딘가에 다녀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언제든 반겨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못 봐서 아쉬웠던 당진의 바다가 버스 창 너머로 보인다. 잔잔하지만, 바다 위에 높이 떠 있는 태양빛이 반사되어 찬란하게 반짝이는 바다. 대서양, 태평양, 얼마 전 이탈리아에서 본 지중해보다 당진 앞바다가 오늘은 왠지 더없이 넓고 깊게 느껴진다.
서울에 도착해 집으로 가서 면접 복장으로 바꿔 입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광화문 우체국 옆 그녀가 면접을 볼 회사가 있는 건물에 도착해 그녀에게 연락을 했던 헤드헌팅 회사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더니 아직 도착 전이다. 건물 1층에 있는 커피전문점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긴장이 되는지 손에는 땀이 계속 나고 있다. 면접시간인 오후 2시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온다. 커피숍 창문 밖에 보이는 말끔한 정장 차림의 저 남자인가보다. 나가서 가볍게 목례를 하고 두 사람은 1층에서 방문증을 받아 10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 내려 문으로 들어가니 양쪽에 사무실로 들어가는 문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중에서 ‘인사과’라고 쓰여진 곳으로 들어가 오른쪽에서 각자 할 일을 하느라 정신 없는 사무실 직원들을 지나쳐 사무실 가장 안쪽에 있는 인사 담당자에게 인사를 한다. 사무실 복도 바로 앞에 있는 회의실에 앉아서 잠깐 기다리니 잠시 후에 그녀가 함께 일할 팀의 팀장님과 팀원으로 보이는 남자 두 분이 들어와서 자리에 앉는다. 두 사람의 손에는 그녀의 이력서가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인사를 하고 그녀의 이력서를 훑어보면서 팀장님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이것저것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10여분간 질문을 하고 나서 팀장님은 옆에 앉아 계신 분에게 마지막으로 질문 할 것이 있으면 하라고 하신다.
“꼼꼼하신 편이죠? 우리 일이 숫자를 잘 봐야 하는 일이라, 잘못 하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거든요.”
“아, 네. 꼼꼼하게 잘 보겠습니다.”라고 그녀는 대답한다.
모든 질문이 끝나고 인사를 하며 일어서는 팀장님이 한 마디 하신다.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우리끼리 얘기를 좀 해야 하니 여기서 잠깐 기다려 주세요.”
팀장님이 나가신 후 5분도 채 되지 않아 그녀와 동행했던 헤드헌터가 나오라고 한다. 인사담당자에게 인사를 하고 나오면서 그가 이야기한다.
“미나씨를 잘 보셨나봐요. 내일부터 출근하시라네요. 축하해요~. 아, 그리고 인사담당자분이 미나씨 이력서 보시고는 여기서 아르바이트 하기에는 아깝다고 하시더라고요.”
순간 그녀는 너무 가슴이 먹먹해진다. 보험영업으로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그 경력을 어필해서 이력서를 낼만한 곳이 많지 않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니 ‘지난 시간이 헛되이 보냈던 거였던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게다가 이력서를 냈던 곳에서는 하나 둘씩 불합격 발표가 나고 있었기에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경력을 보면서 ‘아깝다’고 해주는 그 말 한마디가 그녀에게는 너무나 큰 힘이 되었고, 감사한 말이었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그녀가 남들보다 인정을 받는 것에 목말라하는 편이긴 하지만, 누구나 자신만이 가진 강점과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레고 블록처럼 지금 열심히 회사를 위해 일을 해 주고 있는 직원들이 아니어도 늘 대체할 수 있는 인력들이 널려 있는 상황에서 인정해 주고 그 사람이 가진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일찍 면접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내일부터 진짜 사무직으로 일을 하겠구나.’라는 생각에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 그리고 ‘정장을 입고 출근해야 한다.’는 걱정이 그녀의 머리 속에 가득 해졌다. 그래도 왠지 지금까지와는 달리 조금은 안정적으로 4개월이란 계약기간 동안 일을 잘 마칠 수 있을 것만 같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전날 저녁에 챙겨둔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첫 출근이라 긴장되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회사에 도착해 방문증을 받고서 12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녀는 어떤 팀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사무실에 도착했다. 12층 보안을 통과해 양갈래로 나눠져 있는 길 중에 오른쪽으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끝에 팀장님이 앉아 계신다. 그녀를 보시고 팀장님은 팀원 분들에게 회의실로 가서 인사를 하자고 하신다. 어색하게 회의실에 둘러앉았다. 유독 여자들이 많이 보이는 팀이다. 다행히 첫 인상이 다들 좋으시다. 팀장님이 앉아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이름과 직책을 이야기해 주셨다. 짧게 인사를 나누고 대리님이 그녀를 그녀의 자리로 안내를 해 주신다. 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빈 자리가 없어서 그녀는 팀장님들과 같은 라인의 옆 팀의 비어있는 팀장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창문 바로 옆 구석에 있어서 딴 짓을 해도 모를 그런 자리다. 대리님은 가장 중요한 점심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신다.
“점심은 각자 알아서 먹어요. 화요일은 팀 점심이구요.”
이 한 마디로 회사 분위기를 대략 알 수 있는 그녀다. 점심시간이 자유롭다는 것은 공기업의 성격이긴 하나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유로운 분위기일 것이고, 개인화된 분위기일거라고 생각한다. 점심시간에 혼자 나가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점심시간이 그녀에겐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그녀가 하는 일은 공사를 통해 대출을 받은 사업자가 대출금을 못 갚게 되는 상황이 생겼을 때, 채권추심을 하게 되는데 채권 추심을 하기 전에 사업자와 연대보증인의 부동산 자산을 알아보는 일이다. 업무에 대해 과장님께 따로 교육을 받고는 바로 실무에 투입되었다. 첫 날이라 아직 어리버리하긴 하지만, 처음 해 보는 서류 업무가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엄청난 서류들을 검토하며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재산을 파고들고 숨겨진 재산을 찾는 과정이 한편으로는 재미있기도 하다. 업무들을 하나씩 익히는 사이에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과장님이 함께 점심을 하자고 해서 차장님과 함께 식사를 하러 나선다. 사무실이 워낙 많은 곳이라서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엄청 많다. 출퇴근 시간과 업무 중의 시간이 자유로웠던 예전의 일에 비해 정해진 업무시간과 점심시간이 조금 어색하지만, 이런 직장인 생활을 한번 쯤은 꼭 해 보고 싶었던 그녀이기에 빡빡한 일정 중에 잠깐이나마 주어지는 자유의 시간을 나름대로 즐기고 있는 그녀다. 점심을 먹으며 과장님은 요즘 비상이라서 회사 내에서 유일하게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는 팀이라고 말씀해 주신다. 차장님은 ‘그래도 미나씨는 6시 되면 그냥 퇴근해요’라고 친절하게 한마디 덧붙여 주신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이게 왠일인가. 점심시간이 1시 30분까지란다. 물론 1시 20분쯤에는 사무실에 들어가 있어야 팀장님 눈 밖에 나지 않는다고. 순간 그녀는 생각한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공사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거구나.’라고 말이다.
오래간만에 풀타임으로 일을 했더니, 집에 가는 길에 몸이 으슬으슬 춥다. 날씨가 추워지기도 했지만, 하루 종일 긴장한 탓에 몸이 바로 반응을 하는 모양이다. 집에 도착해서 감기 기운이 느껴진 그녀는 집에 있는 감기약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역시 환절기만 되면 찾아오는 감기란 녀석이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매번 겪는 일이라 이제는 감기 기운이 있다 싶으면 모든 해야 할 일들은 뒤로 미뤄 두고 따끈한 방에서 땀을 내며 푹 잠자리에 드는 최고의 감기약으로 컨디션을 조절한다. 주말에 그녀가 공부를 하고 있는 연구원 오프 수업이 있는 날이다. 이번 수업은 1박2일동안 안동에서 진행 될 예정이었다. 금요일 저녁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했으나, 엄마가 시킨 일을 하느라 결국에는 새벽 1시에 잠들었다. 지각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긴장을 하며 금새 곯아 떨어진다.
토요일 새벽. 그녀보다 늘 먼저 일어나서 집을 나서는 엄마가 그녀를 깨운다.
“미나야, 너 오늘 일찍 가야 한다며? 얼른 일어나~~~”
“응, 알았어. 엄마~”
부스스 일어나 씻고 짐을 챙겨 새벽 공기를 마시면서 사람들을 만나기로 한 양재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월요일에 당진을 다녀오긴 했지만, 항상 여행은 그녀를 설레게 한다. 이번 여행에는 어떤 풍경을 보고, 어떤 사건이 생길까? 가는 내내 동기들이랑 문자를 주고 받으며, 각자 어디쯤 있는지 실시간 보고를 한다. 약속 장소로 가는 이 길은 그녀가 지난 5년간 다녔던 회사로 가는 길이다. 당시에는 새벽에 출근을 했기에 오늘 탄 버스를 타고 다녔다. 출근할 때와 비슷한 시간에 이 길을 지나는데 기분이 달콤쌉싸름하다. 출근할 때의 새벽 공기와 놀러 가는 길의 새벽 공기는 어쩜 이렇게 다른 것일까? 옛 추억에 잠겨 있는 사이에 벌써 약속 장소 근처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열심히 걸어가는데, 멀리 약속장소에 이미 도착한 세 사람이 보인다. 훈오라버니와 미선언니 그리고 사부님이다. 늦었지만, 느긋하게 걸어가다가 그 분들이 보이자 그제서야 살짝 뛰는 시늉을 한다. 가까이 다가가 배꼽인사를 하며,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그녀가 사부님에게 “저 요즘 일 다시 시작했어요~!!! 광화문에서 일 하니까, 언제 오셔서 점심 사주세요~!!” 라고 말씀 드렸더니 사부님이 껄껄걸 웃으신다. 그녀가 연구원이 되어 스승이자 멘토가 되어 주신 선생님을 그녀는 참 좋아한다. 그녀의 아버지와 거의 동년배이시라서 때론 아버지 같기도 하고, 나이와 달리 늘 자유롭고 젊게 살고 계셔서인지 어쩔 때는 건너집에 사는 동네 친구에게 하듯 장난을 막 치고 싶기도 한 그런 분이다. 그녀는 젊은 나이에 이런 스승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늘 그녀는 어느 새 그녀의 스승에게 메일을 쓰고 있다. 이러저러한 상황인데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것일까요?’라고 말이다. 그러면 스승은 그녀에게 늘 현명하고 명쾌한 조언을 해 주신다. 물론 청개구리마냥 스승이 알려 준 방향과 정 반대의 결정을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왠지 들뜬 마음으로 안동 여행을 함께 하기로 한 좌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 지하철 앞에서 느긋하게 걸어오시는 선생님이 보인다. 도착하자마자 선생님은 사부님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한 마디 하신다. “아니, 오늘 어쩐 일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듣고 보니, 지금까지 사부님과 만날 때 정해진 시간보다 늦은 경우가 간혹 있었던 것 같다. 드디어 안동으로 출발! 하는 차에 타서는 사부님이 한 마디 하셨다. “내가 오후 시간은 잘 못 맞춰도, 아침 약속 시간은 잘 지켜~”
ㅋㅋㅋㅋㅋ.. 아..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안동으로 가는 길에 차가 막힐 기미가 보이다 싶으면, 고속도로에서 빠져나가 국도를 탔다가, 괜찮다 싶으면 다시 고속도로를 탔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당진에서 오는 양갱 오라버니와의 접선 장소인 안동 하회마을까지 30분 정도의 시간을 남겨두고 다시 국도로 갔는데, 갑자기 우리의 행선지가 바뀌었다. 이 근처에서는 꼭 가봐야 하는 곳이 있다며, 일행을 인도하시는 사부님. 세 강이 모인 곳이라서 이름 붙은 ‘삼강주막’에 주차를 하고 주막으로 들어섰다. 옛 나루터 옆에 자리하고 있어 흔히 사극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주막의 풍경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이런 곳을 절대 지나치지 못하는 사부님을 따라 가서 바깥 풍경이 잘 보이는 방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막걸리 한 주전자와 두부김치, 묵과 경상도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타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배추전을 시켰다. 얼음 동동 시원한 막걸리를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역시 이런 게 여행의 묘미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순간만큼은 이미 안동에 도착해 혼자 그녀의 일행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양갱오라버니를 잊을 수 있었다.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말이다.
사부님과의 여행은 이렇게 즉흥적이다. 그래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의 풍경을 볼 수 있게 되고, 맛있는 음식을 맛 볼 수 있고, 의외의 추억들을 가져 갈 수 있다. 오프 여행 가기 전 월요일 당진까지 가서 이번 여행의 프로그램을 열심히 준비했던 그녀. 왠지 그 프로그램들을 하나도 해 보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밀려든다.
이름도, 풍경도, 음식도 너무 좋았던 삼강주막을 뒤로 하고 일행은 다시 안동 하회마을로 출발했다. 비가 와도 안동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이미 하회마을에 들어가 혼자 구경을 하고 있던 양갱오라버니를 만났다. 안동 하회마을에 가면 꼭 부용대에 가봐야 한다며 그녀와 일행은 타닥타닥 우산위로 들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부용대로 향했다. 그녀는 안동 하회마을은 처음이었다. ‘뭐 특별한게 있을까? 비도 오는데 그냥 밥이나 먹고 얼른 숙소로 갔으면 좋겠다’라고 시니컬하게 생각하며 걷는다. 하회마을이 한 눈에 보인다는 부용대로 가려면 작은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멀리 산을 둘러싸고 있는 하얀 구름과 안개를 보니 온통 풍경 자체가 그림이다. 그 풍경을 보고 있자니, 신선이 따로 없다.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비 때문에 산길이 미끄러워 부용대 꼭대기까지 오르진 못했지만, 그런 풍경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다시 안동하회마을을 한 바퀴 돌고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 일행이 지나는 길에 하회마을 안에 있는 어느 집에 들러 식사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왠지 집에 있는 음식을 다 퍼줄 것 같이 인상 좋으신 주인 아주머니가 계신 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안동의 명물인 간고등어와 찜닭을 시키고 한옥집의 따끈한 방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회마을 안에 있는 한옥집에서의 점심식사라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그녀는 비를 맞아 병든 닭처럼 방바닥에 널부러져 있다가 음식이 나오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벌떡 일어난다. 메인으로 나온 고등어와 찜닭도 맛있었지만, 시골마을에서나 맛 볼 수 있는 반찬들도 그녀의 입맛을 돋구었다. 그녀와 일행들은 남김없이 모든 접시들을 깨끗이 비워버렸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밤 늦게까지 한옥집 따끈따끈한 방에서 했던 수업, 밤늦게 먹은 장어구이, 그리고 달빛과 별빛이 인상적이었던 월영교는 아마 영원히 그녀의 가슴 속에 또 다른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즐거운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그림 같은 풍경이 있는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미나의 글을 읽으면 주위에 있는 인복을 부러워할 것 같구나.
누군가....일에 치여 매일 매일 이름 붙일 수 없는 하루를 보내는 누군가.
미나의 글을 읽으면 일복은 없더라도 한번쯤은 이렇게 살아보아도 좋겠다 하는 생각이.
누군가....병원에서 깁스를 하고 누워있어서 꼼짝 못하고 있는 누군가. (누군지 알겠지????)
그대의 글을 읽으면 여행의 바람을 삼기코 싶다고 느끼겠군
그대는 누군가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는 행복한 사람!!
나도 한편으론 그대가 부럽군.
경수집에 놀러가면 밥도주고, 잠도재워주고, 돈도주냐?
나도 가족들 데리고 한번 가야겠구나.

이런 느낌이 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을까요??
비록 일복은 없지만, 주어진 인복에 감사해 하고,
누군가는 부러워할만큼의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는 상황에 다시 한번 감사해 하고,
이렇게 감사할 일은 주변에 널려있는데.. 난 그 동안 너무 욕심 부리면서 살았나? 하고. 반성의 시간을...ㅋ
양갱오라버니집에 가면. 밥도, 잠자리도.. 제공해 드립니다.. ㅋㅋㅋ.. (돈은 모르겠네.. ㅎㅎ)
당진의 양갱펜션 강추!!! ㅋㅋㅋㅋㅋ...(나 이러다 나중에 언니한테 혼나겠어..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