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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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무대를 바꾸어 우리를 시험한다. 우리는 땅에 정착하며 살았다. 어느 날 경작이라는 개념 외에 생산이라는 개념이 우리의 삶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농장을 벗어나 공장으로 몰려갔다. 시간이 흘러 생산이라는 개념에 서비스의 개념이 더해졌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상품이 생기고, 아는 것이 힘이 되는 시대에 우리는 공장을 박차고 나와 빌딩 숲으로 몰려갔다. 시간의 강물은 흘러간다. 사각의 빌딩만큼 견고할 것 같았던 직장이라는 개념도 변화의 물살에서 예외가 아니다.
농장에서 공장으로 공장에서 빌딩으로, 빌딩을 나온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일까?
'평생 직장'이라는 말은 지난 날의 향수를 담은 옛말이 되었다. 변화의 복판에 있는 개념이 아니라 이미 과거가 되었다.
국내 100대 기업의 평균 근속 년수가 10년 안팎이고, 대한민국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의 평균 근속년수는 고작 7년에 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기업은 영원하지 않다. 모든 기업의 수명은 줄어들고 있다. 자신이 근무하는 동안은 평생 장밋빛 같기를 바라겠지만 그것은 그저 바램일 뿐이다. 경영이 가장 선진화가 되어 있다고 하는 미국의 우량기업들조차 평균 존속기간이 15년 정도라고 하니 장밋빛 바램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것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톰 피터스는 1982년 <초우량기업의 조건>에서 초우량 기업 43개사를 선정하고 그 이유를 8가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5년 후, 1987년 <경영혁명>을 통해 "초우량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주장을 펴야 했다. 왜냐하면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 다루었던 43개사 중 2/3가 망해서 없어지거나 다른 기업에 합병되거나, 그저 그런 별 볼일 없는 기업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라고 스스로 설명하고 있다.
지난 세월 직장은 일단 올라타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종착역까지 우리를 바래다 주던 열차였다. 하지만 이제 그 열차는 떠나버렸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여전히 올라타고 있고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그 열차가 막차가 아닌지 의심하여야 하는 상황이며, 열차에서 내릴 시점을 미리 짐작하고 준비하여야 한다.
저물어 가는 영광(사실은 모두가 떠나지 못해 안달하는 것을 보면 영광이라 할 수도 없지만)을 안타까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간밤의 여흥을 그리워하느라 아침을 거부할 수는 없다.
다니엘 핑크는 "우리는 기업이 직원들에게 안정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직원들은 기업에 충성하는 시스템에 익숙하다. 이런 거래는 이제 무의미해졌다. 이런 시스템을 믿는 사람은 모두 바보다"라고 직설적으로 조롱한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다시 다니엘 핑크의 조언을 살펴보자. 여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힌트가 있다.
"기업의 본질이 바뀌었다. 예컨대 과거에 우리는 기업이 영원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넷스케이프 Netscape를 보라. 성공, 아니 엄청난 성공을 거둔 넷스케이프는 1994년에 설립되어 1995년에 주식을 공개했다. 그러다가 1999년 초에 사실상 사라졌다. 넷스케이프의 수명은 겨우 4년이었다. 넷스케이프가 회사였을까, 아니면 그저 정말 멋진 프로젝트 중 하나였을까?"
회사는 망해도 개인은 남듯이 회사는 바뀌어도 일은 존재한다. 살아 있는 당신은 멋진 프로젝트에 기여할 당신만의 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키는 일을 집어치우고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럭저럭 때우는 하루를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는 시간으로 바꾸어야 하고, 20년 후에나 경영자가 되는 지루한 목표를 지금 당장 자신의 보스가 되는 기막힌 생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이것은 사다리를 타고 힘겹게 오르는 삶의 무대를 변화의 땅 너머로 도약하게 하는 번지점프와 같은 것이다.
변화되어 가는 '직장' 개념에 두 눈을 감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상상해보자. 타고 있는 열차에서 내리는 것은 성가시고 심지어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변화되어 가는 개념은 그저 먼산의 불처럼 느껴질 뿐이다.
이제 평생직장이라는 울타리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존속기간이 그리 길지 않은 프로젝트를 수행할 계약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이 속에서 일이라는 것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제안하는 것이 된다. 그 결과 학창시절 생활기록부와 같았던 인사기록은 당신이 완수한 일에 대한 기록과 파트너에 대한 기록으로 바뀐다. 매일 개성 없이 되풀이 되는 출퇴근 길은 제공할 서비스에 따라 그 얼굴과 생기를 달리한다.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세월은 성장하고 경험을 쌓는 평생 학습의 시간으로 전환된다. 직장 개념의 변화가 슬픔에서 기쁨으로 바뀐다는 것을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며, 이제 회사라는 것은 쉽게 망할지 모르니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닐 각오를 하라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직장 개념은 일의 개념과 상통하고 일의 개념은 곧 우리의 삶을 정의하는 맥락과 같은 것이니 미리 자신의 삶과 일을 조망하자는 것이다. 변변찮은 일에 매달려 떠나간 열차나 그리워하는 미망의 그림자에 묻혀있지 말자는 얘기이다.
게리 해멀이 이야기한 "일시적인 것을 영원한 것으로 착각할 때, 이미 미래를 놓친 것이다. 오늘의 모든 것은 일시적일 뿐이다." 라는 말이 더욱 각별한 이유이다.
회계처리를 하는 사람은 그저 매일 반복되는 시스템 입력작업과 재무제표를 만드는 것에 대한 당연한 역할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만의 서비스, 어느 곳에 가서도 당신을 차별화 시킬 수 있는 그런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가령 그저 판에 박힌 정보로서의 재무 숫자를 직원들과 경영자에게 재미있는 스토리로 전할 수 있는 능력은 반복되는 일을 프로젝트로서의 일로 변환시키는 개념이다. 틀에 맞춘 인사제도를 운영하던 인사 담당자가 사람의 장단점을 설명할 수 있는 50가지의 능력에 대해서 해석하고 분석해준다면 그는 제도에 앞서 사람을 이해하는 대체하기 힘든 특별한 인재이다.
인재는 일꾼과 다르다. 인재는 재능으로 말하고 일꾼은 어쩔 수 없이 내어 놓은 생의 시간을 희생처럼 말한다. 인재는 차별화된 20%의 독특함이고, 일꾼은 어쩔 수 없는 신세를 한탄하는 80%의 노동력이다.
어쩌지 못하는 회사를 탓하지 말자. 스스로를 일개 힘없는 회사원으로 제한하지 말자. 회사는 언제라도 없어질 수 있지만 나라는 존재는 힘이 있는 한 일을 해야 한다. 그 일에 대한 개념을 바꾸자. 개념의 변화를 인식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등을 파고 변화의 비수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날을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
<끝>
강훈은 막 글을 시작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 처음 세가지는 이론/ 사례/ 문학이었다. 다시 말해 이성 체험 선동을 글 속에 교묘하게 섞으라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내용을 전달하는 목소리에 대한 것이다. 불운한 목소리로 말할 것인가 ? 아니면 희망찬 목소리로 말할 것인가 ? 전자는 불길한 예언자의 모습이고, 후자는 위기를 이끄는 선도자의 기백이다.
이미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평생직장', '직장인의 위기' ' 짧은 직장 체류기간' 등에 대한 이야기는 진부하다.
체감하지 못하면서도 더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반드시 써야 한다면 강한 임팩트로 강타하되 말을 삼가라. 여기선 1/3로 줄여도 좋다.
대안에 대해서는 희망을 가지고 찾아내라. 이게 공부다. 예를들어 ' 틀에 맞춘 인사제도를 운영하던 인사 담당자가 사람의 장단점을 설명할 수 있는 50가지의 능력에 대해서 해석하고 분석해준다면' 이것에 대해서 써라. 이 컬럼의 1/2 의 분량이 넘어도 좋다. 좋은 것에대하여 생각하고 실천해 보기 위해 변형할 수 있도록 하려면 충분히 생각거리를 줘야한다. 그러러면 네가 생각해야한다. 작은 사례에서 퍼 올린 너의 생각, 이게 차별성이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