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해 좌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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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9. 10월의 마지막 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젊은 날, 10월의 마지막 밤은 언제나 찬바람 부는 가로수 길에 서서 이 노래를 한바탕 불러대는 일로 끝을 내고는 했다. 오늘이 몇십년을 한결같이 다시 돌아오는 바로 그날이다. 오늘도 내 인생에 한 획을 긋는 10월의 마지막 밤이 될 것같다.
그동안 줄곧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에 집중해서 살았다. 여름을 지나면서 부터는 더더욱 죽음을 마무리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엔 제법 잘나갔다. 목차를 정해 놓은데로 하나씩 풀어 나갔다.
웬만큼 나의 이야기가 다 써지자 어느 순간 싫증이 났다. 이런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이젠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좀 더 재미있고 좀 더 환하고 좀 더 잘나가는 책을 쓰고 싶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읽고 쓰는 일이 마치 사지마비를 일으킨 것처럼 그 자리에서 멈추어버렸다. 그리고 점점 생각이 굳어가면서 그 자리에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또 다시 어린아이의 울음으로 되돌아가 어리광 섞인 투정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별 성과?가 없자 그만 대문을 닫아걸고 굼벵이처럼 기어다녔다. 더 이상 무엇을 하기가 싫었다. 사는 것도 시시하고 살아갈 일도 시시해졌다.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모두 허무하고 별다른 의미도 없고 창밖을 하염없이 내다보고 있노라면 단숨에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생각도 떠올랐다.
이건 분명 중증이다. 80%는 우울증의 행태들이다. 해가 떠오른 한참 후에 느즈막하게 일어나서 겨우 밥 한숟가락 뜨고 다시 소파에 뒹굴 뒹굴... 그러고보니 이건 마치 이불 한조각 덮어놓고 관 속에서 누워있는 것 같았다. 딱 내 몸의 길이만한 관이다. 재질이 나무가 아니라 가죽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헤어날 길을 알지 못해서 마음 고생을 좀 했다.
이렇게 두 주일을 딩굴거리다가 사람들에게 긴급 구조를 요청했다. 아무래도 내가 정상이 아닌듯하니 나를 좀 도와주세요......친구들은 내가 하는 일을 잘 알고 있기에 누구보다도 그 문제는 내가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실은 자기도 내게 물어보려고 했던 주제였다고 말한다. 단순히 위로받기에는 뭔가 매끄럽지 못한 경력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나를 보았고 또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은 내 속에 있는 힘도 함께 믿는 사람들이어서......가만히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말해 주었다.
나는 이제 무덤 속에 누워 있는 듯한 공포감을 느끼며 이러다가 진짜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게 될까봐 두려웠다, 오늘 10월의 마지막 밤에 이 총체적 난국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정말 이제는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될 것 같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엇이 문제였는지 이젠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제일먼저 내 마음속에 무덤처럼 깊은 관을 짜두고 그동안 나는 너무 일찍 그 속에 들어가 누워버렸다. 날마다 죽음만 보고 듣고 관심을 기울였더니 그만 죽음이 내게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마치 그곳은 영원한 평화와 안식이 있는 것처럼 내가 먼저 죽어버린 것이다. 마음으로부터.
나의 믿음이 너무 순진했다. 평화와 안식이 있는 곳엔 죽음이 있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동안 사람들이 말하는 다른 생각과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온갖 사물에 대한 호기심도 더 이상 펼치지 않았으며 오직 오로지 죽어 편안한 것만 생각했다. 진짜 죽기 전에 잠시 죽어본 것. 이것이 내 우울증에 대한 진단이며 평가인 것 같다.
지난 주에는 안동엘 내려가서 붉게 타오르는 단풍을 보았다. 땅 위의 일이다. 그리고 어제는 청평엘 가서 신나는 음악을 자정이 넘을 때까지 들었다. 오늘은 시월의 마지막 밤, 이제 천천히 무덤에서 일어나 다시 땅위를 돌아다녀야 할 것 같다. 씨앗은 심었으되 적당한 물과 햇빛을 주지 못했다. 서둘러 검은 장막을 치고 들어가 누웠으니 삶과 죽음이 같이 있는 것 맞다. 그러나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밤이다. 이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무덤 밖으로 나와 새로이 진짜 무덤을 장식해야 할 것 같다. 지구의 서쪽 어느 마을에는 즐거운 묘지가 있다 했다. 잘 죽은 죽음 위 묘지엔 흰 새를 조각해두고 슬픈 죽음에는 까만 새를 조각해 두었단다. 그리고 그림과 조각으로 그 사람의 일생을 일목요연하게 표현해 두었단다.
나는 이제 임재범의 노래에 나오는 “살아도 죽은 겁니다~ 으으아”라는 부분은 건너 뛰고 들어야 할 것 같다. 가을날에는 노래가 속살을 파고들며 어떻게든 사람의 마음에 닿아보려고 분위기를 띄우는 시절이므로 더더욱 섬세하게 골라 들어야 할 것 같다. 아니면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라는 후렴구라도 ...그도 아니면 ”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l...”...를 부르던지 어쨌든 이 총체적 우울 모드는 이제 그만 벗어나야 할 것 같다. 이런 10월의 마지막 밤에 죽음아, 이제 그만 날 살려라......

미나야... 나도 함께 다녀온 공부길.... 참 좋았어.
그리고 11월은 참 좋은 달이다.
바바리 깃 세우고 기다란 그림자 거느리고...... 구름과자 먹다보면 이 좋은 시간들도 금방 가버려 ....욜심히 살아보자. 루카에 정착하는 그날까지....
근데.눈물은 그런데 언제 나오나...하도 울어서 울다가 아직도 눈물이 짤까 싶어서 눈물은 찍어 먹어봤지. ..그러다...소금기를 확인한 순간 나는 웃음이 빵터져서 그다음에는 자꾸 울다가 웃게되더라니깐...근데 울다가 웃으면 어케되더라.....ㅎㅎ 머리에 꽃을 꽂진 말아야겠지 .......어제밤 임느님이 임알락에 되돌아 오셨단다. 우히힛~

시월의 마지막 밤을 지나 11월이 되었으니 연두빛으로 환생?하실거라 믿습니다! ^^
좌샘에겐 늘 환한 소녀의 빛이 어울리니까요 ㅎㅎ
이 공간에서 선생님의 조곤조곤체의 글을 대할 수 있어 좋습니다.
언제 클릭해서 들어가도 거기 그 곳에는 마치 곁에서 말씀하시는듯한 샘이 계시니까요.
그럼 저는 또 언제나와처럼 저희들의 현역시절로 마구마구 끌려들어갑니다.. 참 좋습니다..^^
11월엔 더 마니 사랑하시고, 더 기뻐하시고, 더 마니 웃으시고 그래서 마음 깊숙이 행복한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늘 건강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