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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한 사람들의 어깨위에 내려와 삶이라는 꽃으로 일으키는 책이라는 이름의 그대.
나는 당신을 그리워하고 목말라한다.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던 나의 힘듦과 서러움을 묵묵히 기다리고 귀 기울여 주었기에.
내세울만한 무용담 하나 없던 그 시절 언제나 그러했듯 나는 당신에게로 향했다.
어릴 적 내 마음의 정신적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 아닌 화려한 그림으로 도배된 만화방.
잘난 것 없었던 나에게 유일한 돌파구이자 해방구였던 그곳.
수업이 끝나면 찾아가 어수룩한 공간에서 한쪽 구석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말 그대로 저녁나절까지 죽치고 있다가 집에서 밥 먹으라는 사인이 떨어지면 미적미적 그제야 일어났다.
그림으로 채색된 오묘함과 단둘이 대화할 때 나는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절대적인 자유로움으로 상상의 시공간을 넘고 넘었다.
하늘을 날고 바다를 헤엄치고 나를 넘어선 뜨거움의 무언가를 향해.
로버트 킹을 통해 내면 깊숙이 감추어져 있던 힘의 에너지를 마음껏 밖으로 표출할 수 있었고
독고 탁으로 인해 넘어져도 훌훌 털고 항상 일어나는 오뚝이의 존재를 가늠하게 되었고
바벨탑으로 인해 역사속의 구전을 현실로 끄집어내는 상상력의 세계를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얼마나 만화에 심취 했으면 고객관리 차원차 만화방에서 성탄절 카드가 날아오곤 하였을까.
우수 고객으로 이용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이러했던 내가 점점 머리가 굵어지면서 만화책을 넘어선 여러 유형을 만날 수 있었다.
동화책, 위인전, 백과사전, 에세이, 사상, 철학, 사회과학, 인문 그리고 역사물 등.
그들은 나에게 말을 건네었다.
무엇을 읽고 있니.
어떻게 사니.
어떤 삶을 살고 싶고 무엇을 꿈꾸고 있니.
그리고 묻는다. 내가 어떠니?
당신은 나에게 어떤 의미와 상징성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일까.
지식에 대한 단순한 욕구.
세상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
도전으로서의 마천루.
평생 짊어지고 가야하는 넘어야할 산.
아니면 남들과는 다르다는 만족감과 자아도취…….
속독을 하는 편이 아니어서 꼼꼼히 또박또박 글자 하나하나를 오늘도 눈에 익힌다.
구르는 굼벵이처럼 그렇게 무던히 읽어 나간다.
거기에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은 줄을 치거나 체크를 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반으로 접어 두고, 생각나는 것들이 떠오르면 나의 상념들을 주절주절 적어 놓기도 한다.
덕분에 나의 책은 남들에게 빌려 주기가 민망하다.
알아보지는 못하더라도 나의 고뇌한 흔적과 당시의 함께한 시간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기에.
하지만 그럼에도 돌아서 떠올리노라면 좀체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간직한 과거의 역사를 넘어 다가오는 유형의 그대는 나의 삶을 버티게 하고 이끌어 주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잘할 수 있는 방법들 중의 하나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일부러 매달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가. 그대와의 로맨스는 항시 떨림으로 시작된다.
오래 묵은 장맛처럼 전해져 오는 향기와 손으로 넘길 때 몸으로 전달되는 감촉 그리고 사각 사각 넘길 때의 소리는 오감으로 전해져 오는 선물이다.
세상이 바뀌었지만 어쩌면 신문과 라디오란 존재가 사라지지 않고 나름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가 존재하는 한에서는 동반자로써 함께할 당신.
그대는 책이다.

러브레터를 보내면 물러서고 뒷걸음질 치면 아쉬움으로 묻어나고.
글이란 존재는 사람의 마음과 같음 입니다.
의지대로 되질 않음이니.
시간은 지나감에 화두를 가진 글의 실체는 좀체 그모습을 드러내질 않습니다.
즐거움 보다는 고뇌가 기쁨 보다는 낑낑 대며 써내려 가는 내모습이 어저면 부질없는짓 까지 느껴지니.
아줌마의 화두는 소재의 모색에 머리를 쥐어짜다 보니 어느새 밑천이 다드러나고,
그나마 단상이라는 주제의 칼럼은 꾸역꾸역 의무감으로 써내려 갈뿐.
기운이 빠지지 않아야 될텐데 마리츠버그 역은 요원 하기만 하네요.
그래도 내공을 계속 단련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아야 겠지요.
그것이 삶의 또다른 이유가 될수 있기에.
보나씨는 금주부터 기행문 첫글을 시작 하였습니다.
싸부님! 관심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