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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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가제 : 고리디아스의 매듭들
서문
알렉산더의 제스처
거듭된 내전으로 혼란을 겪던 프리지아의 제사장이 신에게 해결책을 물었다. "이륜마차를 타고 오는 첫 번째 사람이 나라를 혼란에서 구하고 왕이 될 것이다." 신탁이 내려졌다. 이륜마차가 드물던 프리지아에 어느 날 정말로 한 가족이 이륜마차를 끌고 나타났다. 고르디아스는 왕으로 추대 되었다. 나라는 평온을 찾았고 고르디아스는 수도 고르디온을 세웠다. 그는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준 마차를 기념하기 위해 신전에 묶어 두었다. 매듭이 매우 복잡했던 이 끈에도 신탁이 내렸다.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왕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도전했으나 매듭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를 불러 사사를 받았고, 20세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고, 이어 회의를 소집해 헬라스 연맹의 맹주가 되었으며, 자신을 배신한 테베시의 전 시민을 모두 노예로 팔아버린 마케도니아의 젊은 왕, 알렉산더는 페르시아로 향하는 원정길에 고르디온에 들렀다. 전설과 직접 대면 하고 싶어서였을까, 아시아의 왕으로 인정 받고 싶어서였을까, 단순한 호기심이었을까, 아니면 전기작가들의 허구 속으로 마지못해 끌려 온 것이었을까. 왕은 고르디아스의 매듭 앞에 섰고, 이전에 사람들처럼 매듭의 끄트머리를 찾는 수고는 생략한 채 칼을 뽑아 끈을 잘라 버렸다.
고르디아스의 매듭, 우리의 마음에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매듭처럼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직장인들에게 직장은 그런 중의 하나일까. 자신의 힘으로 쉬이 어찌할 수 없는 것. 많은 직장인들이 조직의 체계와 시스템 안에서 발버둥 쳐보지만 자신보다 더 강한 힘에 짓눌린다. 그러고는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꺾으면서 일을 한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조직의 시스템 안에서, 상사와 동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망각한다. 그들에게 직장은 버릴 수도 안을 수도 없는 그런 곳이 되었다. 이륜마차를 타고 나타날 신탁의 왕을 기다리거나, 풀지 못하고 쩔쩔매는 매듭을 단칼에 내려칠 수 있는 인생의 행운을 기대한다.
직장의 경영자와 리더들도 그러하다. 조직 내에 풀리지 않는 매듭이 산재해 있다. 양립할 수 없는 가치가 충돌할 때 더욱 그러하다. 직원들에게 자율을 부여하고 싶지만 통제가 무너질까 걱정이 되고, 정보를 공개하고 싶지만 누출될까 걱정이다. 그래서 더욱 단단히 걸어 잠그게 되고 더욱 의심한다. 꼬여있는 것을 풀어보고 싶지만 만지작거리는 동안 더 꼬이고 그렇다고 단칼에 내려칠 용기나 지혜는 더더욱 아쉽기만 하다.
상충되는 이해 관계, 모순적 가치를 조화시키는 것은 고통스럽고 성가신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거부할 수 없는 숫자로 조직의 목적이나 목표를 알려주는 쉬운 프로세스나 의사결정 규칙 등을 사용한다. 단순한 기법들이 세월의 지혜를 무색하게 하고 규칙은 혁신을 압도하며 내부 경쟁은 협동을 몰아낸다. 단기적 조망이 먼 미래의 희망을 퇴색시킨다. 하지만 영웅들은 양립할 수 없는 상충관계를 융합해 양쪽의 이점을 취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끊어내는 것이다. 구태의 매듭 하나를 끊어내고 자유와 책임, 커뮤니티와 경쟁, 사회적 사명감과 수익의 조화를 조심스럽고 훌륭하게 엮어 나간다.
나는 이 책을 통하여 직장문화의 영웅들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끊어내는 순간을 이야기하고 싶다. 왜 그들이 구태의 방식을 거부하고 새롭게 신탁을 해석하였는지 그리고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가치들을 어떻게 현실에서 융합해가는지 소명처럼 그 길을 쫓아 여행할 것이다. 그 여행의 길 어느 대목에서 알렉산더가 매듭을 베어내고 양손을 벌리며 "어때?" 하는 것처럼 나 또한 그런 순간을 선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기업문화? 먼 소리래 !, ?
"우리 인간은 자기 자신만의 개인적인 삶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수세기에 걸친 집단정신의 고도로 수준 높은 대변자요 희생물이요 후원자인 셈이다. 우리는 평생 동안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을 세계라고 하는 극장무대에서 주로 대사 없는 단역배우 역할만을 해왔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실들이 있다. 그것이 무의식적인 것일수록 그 영향력은 더욱더 크다. 이와 같이, 적어도 우리 존재의 일부는 수세기에 걸쳐서 살아온 것이다."
칼 융은 집단 무의식을 위와 같이 이야기한다. 인간은 집단을 이루면서 살아간다. 그리고는 그 집단이 만들어 낸 오랜 무의식 속에서 살아간다. 그것을 문화라고 한다. 직장문화 또한 보이지 않지만 적어도 그 기업의 문화 안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그에 따라 행동하고 사고한다. 결과적으로 각 개인의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경영활동과 성과 또한 기업문화의 영향에 지배 된다고 할 수 있다. 융이 말한 대로 직장인은 집단의 대변자요 희생물이요 후원자인 셈이다.
위대함은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아주 보잘것없는 행동과 언어로부터 개인과 조직의 가치가 느껴진다. 한 사람의 눈빛이 그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을 드러낸다. 그들이 내는 목소리의 톤과 사용하는 언어가 기업의 현재를 말해 준다. 지나가는 직원들의 표정과 웃음소리, 회식자리에 모인 사람들끼리 주고 받는 이야기의 소재, 흡연실에서 나누는 대화들, 고객을 대하는 예절과 비즈니스 매너, 화장실의 낙서와 복도의 질서, 퇴근 하는 직원의 발걸음과 텅 빈 사무실의 모습 등에서 그 회사만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이렇듯 드러나는 회사의 표정, 회사의 얼굴이 그들의 문화를 보여준다.
기업 문화는 그 조직의 무의식이고, 마음이며, 다양한 일상으로 표정을 드러낸다.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드러나는 것이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나타나거나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통제하거나 쉽게 변화시킬 수 없다. 남들을 따라 한다고 닮아지지 않는다. 세상이 변하니까 우리도 변해야 한다고 떠들어서 변해지는 게 아니다. 문화는 역사와 전통 위에 형성되면서 “눈에 띄지 않는 실체”로 존재한다. 기업의 문화를 통해 보여지는 현상은 감출 수가 없다. 외견상 보여지는 양태는 조직 구성원 각각의 내면의 가치가 결집된 것이며 오랫동안 쌓아 온 결실이다. 중요한 점은 기업문화가 현재를 나타내는 실상일 뿐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상(像)을 그려준다는 것이다.
공기처럼, 문화는 눈에 안 보이며 스며든다. 그리고 그 영향은 강렬하다.
이 책은 '눈에 띄지 않는 실체'이지만 '강렬한 작용'으로 실재하는 기업문화의 매듭들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그 매듭의 꼬임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모습으로 직장인의 하루 속에 존재하는지 이야기 한다. 그리고 신중하게 그 매듭을 베어낼 칼을 선택할 것이다. 그것은 영웅들이 칼이다. 그 칼은 자본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문화의 힘으로 움직이는 칼이다.
나는 잠시 조직에서 있던 자리를 떠나 있다. 한걸음 떨어져서 나를 돌아보고 가장 행복할 오늘을 가정하며 지난 과거를 예측해본다. 이것은 미래를 희망하고 계획하는 것 만큼 나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오늘 행복 하려면 나의 지난 과거는 어떠해야 했는가?' 그것은 직장인의 과거이자 우리가 오늘 풀어나가야 할 매듭이며,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열쇠 구멍이다.
지난 과거를 희망하는 여행에 회사는 삶의 무대로 상상의 뿌리인 동시에 내가 어쩌지 못하는 벽처럼 생각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나는 과감하게 그 걸림돌 하나를 넘어서서 상상해본다.
풀리지 않은 매듭 하나를 과감하게 베어내는 알렉산더의 제스처를 상상해본다.
<끝>

알렉산더의 단칼에 잘려나간 매듭을 떠올리며, 시원함을 느낍니다.
그리곤 저자가 보여주겠다는 직장문화의 영웅들의 매듭을 잘라내는 순간들에
귀가 쫑끗해집니다. 오호 뭔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
그런데 서문이 좀 길면 안되나요?
형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어가면 좋을것같다는 생각.
난 한 여섯쪽 나오던데...
거기에 이 책을 쓰는 이유를 다 쏟아넣으면
복잡해 질까요? 길지만 초점을 잡으면 어떨까요?
잘 모르겠네요~
오타 하나 --> "그것은 영웅들이 칼이다."
그리고 이 영웅들에 대해 약간 귀뜸해주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