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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2일 11시 12분 등록

장미 14. 즐거운 묘지, 서푼짜 마을  

   루마니아의 북서쪽 끝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의 작은 마을에는 즐거운 묘지가 있다. 서푼짜 마을이다. 이 마을 안쪽에 있는 교회의 뒤뜰에 바로 이 즐거운 묘지(Cimitirul Vessel)‘ 가 있다. 이곳엔 600여개의 알록달록한 묘비가 화려하게 장식 되어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묘비명들을 만나보자. 그곳의 주인이 되어 죽어서도 자기 진술을 솔직하게 하고 있는 묘비명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는다.     

한 청년의 묘비명을 읽어보자  

모두들 저를 봐 주세요. 저는 이 세상을 즐겁게 잘 살다 갑니다. 왜냐하면 저는 저의 형제들과 놀기를 좋아했기 때문이죠. 그들은 노래하고 나는 춤을 춥니다. 우리는 모두를 기쁘게 하였죠. 내가 결혼을 하려고 할때 죽음이 나를 찾아왔고 나의 삶을 거두어갔죠. 사랑하는 부모님. 저의 형제들로부터 위안을 받으세요. 이제 작별을 고합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저를 잊지 말아주세요.”   

두 살 때 교통사고로 죽은 아이의 말이다.  

나는 시비우시에서 온 그 택시를 증오한다. 이렇게 넓은 나라에 어디 차 세울 곳이 없어서 우리 집 대문 앞에까지 와서 나를 차로 받다니. 어린아이를 잃은 나의 부모의 슬픔은 비교할 것이 없을 정도로 크다. 나의 가족들은 그들이 살아 있는 그날까지 나를 위해 애도할 것이다. 1978년 두 살의 나이로 죽다.”   

불치병으로 사망한 한 가정주부의 비문은 가족들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내 이야기 좀 들어보시오. 나는 나쁜 병이 들었는데 나를 돌보던 의사는 나를 치료할 수 없었다오. 불쌍한 나의 삶은 얼음처럼 녹아만 갔소. 불쌍한 내 딸은 엄마를 잃어버린 비탄에 쌓여 있고, 나의 사위도 슬픔에 젖어 있다오. 나는 51세의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난다오. 1987년 사망하다.”   

죽음의 고통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킨 것처럼 보인다. 묘비명이 안내하고 있는 그 무덤 주인의  이름이 다양하다. 양치기, 농부, 퇴직한 군인 등 직업에서부터 귀머거리, 주정뱅이 등. 묘비에 장식된 각종 그림도 죽은 이의 특징을 쉽게 파악하게 해준다. 죽은 이가 주로 했던 활동들을 다양하게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림의 색깔도 무언가를 알려준다. 녹색은 삶을, 노란색은 풍요로움을, 붉은색은 열정을, 검은색은 죽음을 각각 상징한다. 그림 위에 위치한 비둘기가 흰 색이면 정상적인 죽음을 검은색이면 비극적인 끝을 상징한다. 이에 죽은 자의 자기소개까지 보태지면 한마디로 즐거운 묘지는 마을의 역사책 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서푼짜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을 따라 흐르는 티사강과 카르파티아산맥으로부터 이어지는 작은 언덕들에 둘러싸인 평화로운 마을이다. 5천명 정도의 주민들로 구성된 이 마을은 매우 고립돼 있다. 우선 지리적으로 멀고 접근이 어려운 관계로 다른 지방의 문화가 유입되지 않아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  

서푼짜의 주민들은 정교회의 전통을 열심히 실천하며 신앙심이 깊었다. 루마니아의 농부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들은 십자가의 수난과 부활의 의미를 믿고 있으며 죽음을 영원한 휴식으로 생각하고 죽음 후의 영원한 생명을 바라보고 살았다. 죽음은 자연발생적인 것이며 인생의 통과의례의 끝이기에 나이든 이들은 죽음을 초연히 기다리고 있다  

이 마을에서 가족은 삶의 기본적 터전으로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 지역의 가족 구조는 부족적 생활단위에 기초해 대를 이어 계속돼왔다. 결혼한 여성들은 남편의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며 맏딸은 그의 아버지와 같은 이름을 얻는다. 결혼은 주로 같은 마을 내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성도 몇 개 되지 않는다. 서푼짜 마을의 경우에는 단지 네 개의 성이 존재한다. , 스탄, 투르다, 홀디스다. 묘비에 별명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네 개의 성으로는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일상생활과 연관이 되는 별명을 붙여 구별을 했다. 그리고 별명은 주로 그 사람의 직업, 모자라는 점, 나쁜 습관 등과 연관돼 만들어진다. 양치기, 귀머거리, 주정뱅이 등은 대표적인 예다  

묘비의 재료가 되는 나무도 이 지역에서는 역시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푼짜 마을에서 숲은 옛날부터 중요한 경제적 활동의 원천이었다. 나무는 거의 모든 사물들에 사용되는 기본적 재료로 이 지방에서는 힘과 영원의 상징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교회, 십자가, 가정집, 대문, , 가구 등 거의 모든 것에 나무가 사용되었다. 물론 현재는 벽돌집 등이 많이 보이기도 하지만 최근에 생겨난 것들이다. 즐거운 묘지는 따라서 이런 서푼짜 마을 민족예술의 살아 숨쉬는 보고이며 마을의 추억이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죽은 이가 들려주는 그 덤덤한 슬픔과 기쁨의 이야기로 죽음의 어둠에 도전한다. 서푼짜 마을의 묘지는 그래서 삶을 찬양하는 즐거움의 장소로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선다  

'즐거운 묘지'의 재미있는 묘비들을 더 보시려면 아래의 주소를 방문해 보세요. .http://www.samaelwings.com/sapanta/selfrm.html

   자료출처: www.eknews.net

IP *.69.159.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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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
2011.11.22 20:32:00 *.104.207.203

죽음에서 날아올라 ~
즐거이 비상하시는감용 ^^  olleh~
가벼운 .. 가벼운 ..느낌이 ..헤헷 !
... ' 덤덤한 슬픔과 기쁨의 이야기로 죽음에 도전한다... 캬아 emoticon   함축은 힘이 세다 ^^
쌤 ! 홧팅 !  이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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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3 11:18:46 *.69.159.123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울어도 돼 울어도 돼 울어도 돼
울어울어울어 눈물이 마를때까지
울지마울지마울지마  울면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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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2011.11.23 10:20:00 *.104.207.203
... 난.. 지쳤어.. emoticon
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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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3 00:58:48 *.69.159.123
난 요즈음 왕따로 지내고 있어요.
남의 글을 읽어줄 여유도 없고 내 글을 참아줄 여유도 없고....빨리 지나가야 할텐데....
에너지좀 보태주오, 난지쳤어...흙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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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뵤
2011.11.22 22:48:18 *.169.218.37
옴마나. 재밌는 묘지를 더 보려고 갔더니 완전 꼬부랑에 꺾인 글씨네요. ㅎㅎㅎ
저는 양치기 스탄 뎀뵤 하고 싶어요. 이게 젤 맘에 들어요.
잼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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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1.11.23 01:05:30 *.69.159.123

재밌는 묘지를 바라보는 안재밌는마음.
여유가 좀 생겨야 7기들의 글을 읽고 느낌을 말해줄 수 있을텐데....
나도 지금 터널속에 있는지라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네, 아니 볼 수가 없어. ....

춤추라아무도바라보고있지 않는것처럼
사랑하라한번도상처받지않은것처럼
살라오늘이마지막인것처럼  난요렇게 적어놓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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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3 18:26:13 *.160.33.251

그리고 마지막 세 줄에 더하여 
터져라 쌍코피,  날 막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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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범람
2011.11.25 01:22:06 *.69.159.123
yellow/yellow_emoticon (1).gif  그림도 함께....우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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