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를 사랑하고 싶었는지 제 자신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왜 하필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묻고 또 물었지요.

답은 간단합니다. 사랑하고 싶었으니까요. 제가 가진 것을 그대로 온전히 사랑하고 싶었으니까요.

매우 추웠던 겨울이 생각납니다. 이제 막 스물 아홉이 되었을 때지요. 하늘에서 하얀 눈송이들이 펑펑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집안에 누워서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리 예쁠 수가 없더군요. 춤을 추듯이 날리는 눈송이들이 너무나 예뻤습니다. 그 눈송이들이 세상에 내려 앉아 세상을 온통 하얗게 바꾸어 놓고 있었습니다. 눈부신 새하얀 빛들이 인상적인 날이었지요. 하얀 눈으로 세상이 반짝반짝 빛나던 날이었습니다. 그 안에 제가 있었습니다. 연락할 곳도 없이, 만나러 갈 사람도 없이 그저 집 안에서 눈을 바라보는 아무런 할 일도 없는 제가 있었습니다. 무언가 좋은 일이 날 것만 같은 하루, 신비한 힘이 감싸는 듯한 날이었는데 저는 아무런 할 일도 없이 그 눈부신 광경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우두커니 환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스물 아홉의 나이. 싱글맘.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경력도 자격증도, 스펙도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알뜰살뜰 모아놓은 돈도 한 푼 없었습니다. 그리 예쁘다는 딸아이의 분유 값도 기저귀 값도 한 푼 내어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먹는 생활비 일부라도 부모님께 드릴 수 없었습니다. 제 결정으로 인해서 아이는 평생 아빠 없는 아이로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사람도 없고 동네도 낯선 이곳에 제가 혼자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일을 하면 나아질지 모른다고 구직 사이트를 뒤져 보았지만 이렇다 할 꿈도 없었던 저는 이거다 싶은 일자리를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 할 일이 없던 깜깜한 그 날, 세상은 그리 환한데 저는 그 자리에서 빛을 잃은 모습으로 그저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경쾌하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듯 살고 싶었어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춤을 추듯 그렇게 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멀리 있는 듯 했지요. 싱글거리며 반짝이는 눈을 들어 세상 안에서 춤을 추고 싶었지만 그건 꿈같은 이야기였어요.

  위로가 필요했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 따뜻한 손을 내밀며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래. 지금까지는 그랬지만 그래도 여전히 너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말해주었으면 했어요. 세상이 너를 힘들게 하여도, 세상에 실망하고 때로는 절망이 너를 휘감는 순간이 오더라도 너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사람이니 너의 사랑스러움을 믿고 굳게 나아가라는 그런 뻔한 위로의 말이 듣고 싶었습니다. 내가 이 막막한 현실에서 뭐라도 해나갈 수 있게 그래도 꿈을 키울 수 있게 만들어 줄 위로의 한 마디가 절실했습니다. 그러나 쉽게 찾아지지도 않았어요.

  아마 많은 분들이 저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셨을 겁니다. 그러셨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 메시지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도 없었던 사람이었습니다. 뭐야? 이런 구렁텅이 같은 곳에 빠져 있는 내가 괜찮다고? 나는 뭐 좋은 거 못 누리고 사는 사람이라는 거야 뭐야? 이런 알 수 없는 피해 의식에 빠져들어 다른 사람의 친절도 알아보지 못하고 많은 분들의 애정 어린 시선을 느끼지도 못했지요.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한 척, 이런 일 따위가 나에게는 상처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일부러 고개에 더 힘을 주고 무심한 시선을 던졌습니다. 괜찮은 듯 연출하려 했지만 상처를 받은 나를 알고 있기에 이것은 언제나 힘든 작업이었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 저는 제대로 웃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는 순간에 다른 이들이 나에게 해주었던 말들은 위로가 되어 주지 못했습니다. 내가 그들의 말을 받아들일만한 그릇이 되어 있지 못했지요. 그들의 말을 그대로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나의 시선은 언제나 못난 내 자신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그런 말들을 한다면 동정이나 위선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이제 저는 그 비뚤어진 시선에서 나와 저에 대한 사랑을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위로를 해주지 않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저에 대한 사랑을 노래합니다. 다른 이가 우리에게 그런 손길을 내밀어 주지 않는다면 내가 나에게 내밀어 주면 되잖아요.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나의 어깨를 두드려 주면 되잖아요. 그렇게 내가 나의 팬이 되어 나를 사랑해 주어도 되잖아요.

많은 분들이 자신을 향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살아남기 위하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스스로에서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 지켜야 할 첫 번째 원칙이다. 스스로를 증오하지 않으며, 자신의 가치와 더불어 지속성에 대해 중요성을 부여해야 한다. 요컨대 살고자 하는 의지, 존재해야 할 이유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 같은 에너지와 활력은 궁극적으로 단순히 ‘살아남기’를 넘어서 ‘더 낫게 살기’로 이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 존재하기 위해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애쓰는 마음, 자신을 보살피고 뛰어난 존재가 되려는 욕심, 더욱 강한 자의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도면 자신이 아닌 그 무엇으로부터도 기대할 것이 없으며, 오로지 자신만을 믿을 것이며, 자신만이 자진의 존재 이유를 댈 수 있다는 듯이 행동하게 될 것이다.

바디샵 아줌마 아니타 로딕은 <영적인 비즈니스>에서 이렇게 말했지요

자아존중심은 혁명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는 자아 존중심을 민주주의, 존엄성, 정치적 행동주의, 성저 표현의 자유와 관련짓는 데 익숙하지 않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자아 존중심은 새 천년에 우리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열쇠다

이분들의 이야기는 맞다고 생각되지만 이런 복잡한 내용들을 좀 더 간단하게 생각해 볼까요?

내가 나를 인정해 주지 못하는 데 누가 나를 인정해 주겠어요? 내가 나를 존중해 주지 못하는 데 누가 나를 존중해 주겠냐구요?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데 그 누가 나를 사랑한다 말하겠습니까? 내가 나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누구를 사랑하려 한다는 말이예요.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지도 인정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하는 데 누구에게서 그것을 구하겠습니까. 구한다해도 과연 그것을 알아볼 수 있을까요? 나도 사랑하지 못하면서 누구를 사랑하겠어요.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기적인 사랑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소중함을 깨달아 주변의 사람들과 더 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일 뿐입니다. 나의 소중함을 아는 자만이 다른 이의 소중함을 알아봐 줄수 있으니까요.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 내 옆에 있어주는 이 사랑스러운 사람을 한 걸음 더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며 그 사랑을 시작으로 주변으로 더 큰 세상으로 우리의 사랑을 키워 나가는 거지요. 이 아름다운 세상. 그 안에서 사랑으로 가득찬 빛나는 눈빛이 사랑스러운 미소의 사람들이 되기를 바라는 겁니다. 그것은 오직 당신만이 당신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일입니다.

  “지금 네가 선 자리가 바로 네가 시작할 그 지점이다.” 저는 이 말이 정말 싫습니다. 지금 있는 이 자리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요. 좀 더 좋은 자리에서 시작하고 싶다구요. 그런데 그건 아마 불가능 하겠지요? 에이 까짓꺼. 자리를 바꿀 수 없다면 어쩌겠어요. 이 자리에서 만족하고 나가는 것 외에 뭐 다른 방법이 있겠어요? 진짜 마음에 안 드는 모습이지만 뭐 어쩌겠어요? 이게 제 모습인데 말이예요. 죽어라고 싫어해도 무슨 뾰족한 방법있겠어요? 이왕 이 모습으로 살아가야 되는거 좀 더 사랑해 주는게 낫지 않을까요? 그냥 확 사랑해버리자구요.

 준비가 되셨다면 저와 함께 이 여행을 떠나 보시겠어요?

이제부터 당신이 보게 될 것은 저를 위로하던 시간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그 안에 당신 역시 위로와 희망과 사랑을 발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