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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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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8일 00시 02분 등록

 

실수하는 것 보다 두려운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사람들이 날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어떤 일이든 시작도 하기 전에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이런 마음 때문에 섣불리 행동하는 것이 어려웠다. 되도록 몸을 사리고 싶었고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어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움직이지 않으려 했다. 도저히 더 이상은 안 할 수 없는 상황에 오게 되면 뭔가를 한다고 해놓고도 그 다음부터 머릿속은 자동적으로 안 한다고 할 수 있는 적당한 이유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같은 실수를 해도 내가 하면 그것이 더 부각되어 보일 거라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하면 ‘어쩌다 그럴 수도 있는거지’ 라고 넘어갈 수 있는 일도 내가 하면 ‘쟤는 저런 것도 못 하냐’로 여겨질 것 같았다. 난 부족한 게 많으니깐...

물론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채워야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채우기만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직접 행동으로 옮겨 부딪쳐 보지 않는 이상 내가 뭘 얼마나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보완을 한다면 어는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행동으로 옮겨보기로 했다. 걱정으로 잠을 설쳐야 했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자 하는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여전히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기란 쉽지 않았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상담 현장에서 누군가를 상담할 때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도움을 줄 거면 지금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게 해줘야 해.’ 이런 생각이 들면 들수록 마음은 과거로 가기에 바빴다. ‘내가 삶을 좀 더 충실히 살았다면, 공부를 좀 더 집중해서 했더라면 이 순간 저 사람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동안 도대체 뭘 하면서 산거니?’ 과거에 대한 후회로 자책은 깊어져 갔고 그럴수록 나는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존재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자. 적절한 조언을 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그 사람이 그 조언을 따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자신이 판단하기에 조언해준 것 말고는 다른 해결책은 없다고 생각 될 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선택이다. 그 선택을 적용시키는 것은 나의 삶이 아닌 그 사람의 삶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그 사람이 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절한 문제해결책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내가 그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이 과연 진정한 조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상대방은 내가 조언했다고 해서 그의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할까? 그렇지 않다.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인생이외에 다른 이의 인생을 책임질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상담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그 사람이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지 내가 그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 주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살아가는 힘이 길러지게 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게 되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과거를 떠올리며 자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 갈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할 수 없는 부분은 도움을 청해야 한다. 마냥 앉아서 나를 탓하기만 하면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남는 것은 더욱 움츠러드는 마음뿐이다. 어떤 일을 하던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100%의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완벽하게 준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모든 일이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으로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성공하거나 거기서 무언가를 배웠거나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면서 산다. 내 실수가 유별나게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어디에 존재하던 필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기꺼이 안고 세상을 향해 한 발 내딛는 용기와 기꺼이 깨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나는 이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할 수가 없어. 한다 해도 잘 해낼 수 없을 거야.’ ‘실수하는 내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나를 무시할거야’란 생각에 쌓여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은 이런 생각을 함으로써 현실에 나를 던지려 하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합리화일 수도 있다. 행동하지 않는 것에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믿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상담이 생각대로 되지 않자 문득 어느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기억났다. 초심자들은 상담을 통해 그 사람의 긴 인생에 점 하나 찍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점 하나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그 점 하나로 인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는 거라며. 내가 찍는 점들이 그 전환점이 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하지만 그 점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내가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할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하고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채워가고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하면서 한 발 한 발 나가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상담한 것을 가지고 의견을 구하다 보면 실수한 것들이 보인다. 그런 것들이 보이면 이젠 걱정이 앞서기 보다는 다음에 저 부분에 좀 더 주의를 해서해야 겠다. 아직 어느 부분이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부족하게 느껴질 땐 뭘 해야 할지 막연했지만 이제는 어느 부분을 채워야 하는지 보인다. 글로만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고 했던 마음이 얼마나 큰 욕심이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많은 상담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학생이 보내준 도움이 많이 되었다며 감사하다는 문자를 두고두고 보면서 멋쩍게 웃을 수 있는 작은 기쁨도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이든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갇혀 움직이지 않는다면 채워야 할 부분은 더욱 커져만 갈 것이고 실수하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도 그 과정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도 모두 놓치게 된다. 삶의 윤기는 성공을 통해서만 더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험을 통해 그 안에서 맛보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을 통해서 자신의 삶에 윤기가 좔좔 흐르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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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11.28 08:44:41 *.163.164.176
제목에서 느끼는것은 그냥 '마음 내려놓기'가 더 좋지 않을까.
이미 제목에서 글의 범위나 독자가 생각해야 할 생각의 폭을 확실하게 좁혔다는 느낌.

내용에서 느끼는 것은 '전경과 배경'에 대한 것.
나도 보통 어두운 것, 힘든 것, 부정적인 것으로부터 뭔가를 느끼고 배우려고 해. (싫지만 잘 안돼)
미선의 글은 본인이 잘 안되는 것들이 전경에 드러난 느낌이야.
부족하고, 잘 안되는 것은 짧게 터치해서 그것을 배경으로 보내고,
그래도 해보니 좋았던 것, 막상 해보니 별것 아니었던 순간을 자세하게 전경으로 내세웠으면 하는 바램.

이번 글과 지난번 글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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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8 21:53:40 *.201.154.48

막상 해보니 별 것 아니었던 순간들은 저도 이제 시작하는 입장이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좀 더 쓸 거리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제 경험치에서는 막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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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2011.11.28 10:48:04 *.23.188.173
마지막 쯔음에 언니의 도전을 하나 소개하는 건 어떨까?
나는 또 실수하겠지만 실패할 수도 있지만 이것에 대해 도전한다.
그것은 나에게 또 하나의 경험과 의미를 가져다 줄 것이고 그러기에 소중하다.
뭐 이런 식의 경험 말이예요.
다른 사람에게 움직임을 촉구하는 것보다 내가 해 보니 나쁘지 않더라. 이런 식의 글이
조금 더 사람을 움직이게 하지 않을까요???
뭐.. 나는 실수할 것을 알지만 오늘도 상담을 한다. 이런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뭐... 이건 그냥 내 생각이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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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8 21:55:25 *.201.154.48

나의 도전을 써 넣는 것도 좋겠다.
열등감을 분류별로 나누고  도전할 거리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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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
2011.11.28 14:32:05 *.111.51.110
'두려움 많은 상담자' 라는 컨셉은 어떨까?
약간의 구체적 사례가 양념처럼 들어가면 더 좋지 않을까 싶네.

미선아, 우리 힘내자!
나도 요새 무지 힘들거든..ㅋ
이놈의 비평이란 것이 적당하면 좋기도 하지만
옴싹달짝 못하게 하는 족쇄처럼 작용한단 말이야.
우선 자유롭게 풀어 놓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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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8 21:57:05 *.201.154.48

오빠한테 하소연하고 나니 나도 좀 시원해 졌어요.
오빠 우리 힘내요~
내 사례를 써 넣는다고 했지만 그게 젤로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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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2011.11.28 16:25:14 *.146.26.24
제목이 전 참 맘에 듭니다. (독자 입장에서 보면)
제목에서 완벽해야할 필요는 없구나. 그래도 돼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전 책 제목 한줄에 이끌려 책을 구입하기도 하거든요..
다 읽지는 않더라도 그 때 꼭 필요한 한 줄이..
사람을 살릴수도 있더랍니다..

미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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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8 21:57:58 *.201.154.48

제목을 어떻게 고쳐야 하나 생각했는데 우산님의 댓글을 보니 그냥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더 고민은 해봐야 겠지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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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2011.11.28 18:22:41 *.143.156.74

미선아, 인턴하면서 과제하느라 고생이 많지?
내가 뭐 글쓰기에 대해서 조언을 할 처지는 아니지만 나의 글쓰기 선생님(2기 한명석 선배님)의 조언이 네게도 도움이 될 것 같구나. 들어보겠니?

글을 쓰는 이는 이 주제만 생각하지만 읽는 사람은 난생 처음 접하는 주제라는 점을 명심하고
또, 대부분의 독자들이 부담을 제일 싫어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고 쉽게 시작해서 한 편의 글에서 한 가지 생각만 각인시켜도 성공이다.
의욕이 앞서면 글이 무거워진다.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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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8 22:00:24 *.201.154.48

좋은 조언 고마워요.
다시 글이 무거워지려고 하는 것 같아요.
말랑말랑한 글을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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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11.28 18:57:35 *.246.73.206
언니 글을 읽고 나니 부모가 자식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한다는 유명한(?) 말이 생각나. 상담가도 비슷한가봐 그지?? 스스로 무언가를 찾을 수있게 도와주는 역할. 그러면서 서로에게 대한 부담은 조금 줄이고. 글 읽다보니 이번에 칼리 피오리나 글에서 읽었던 한 구절이 생각나는데. 그걸 가져다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지금 아이폰이라 찾기가 힘드네 ㅜㅜ. 이거모든 뜻밖의 사고에 대해 완벽히 준비할 때까지, 모든 질문에 대답을 얻을 때까지, 모든 위험 가능성이 파악될 때까지는 그대로 머물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었다.   모든 준비물을 다 모았을 때는 몸이 너무 무거워져서 움직일 수 없었고, 시간은 흘러가버렸다. 우리가 실수하지 않으면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가 없습니다. 목표는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닙니다. 목표란 과정입니다.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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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8 22:01:20 *.201.154.48

고맙다 미나야~^^
발견하지 못한 좋은 구절이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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