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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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파는 상인
처음은 황금의 시대였다. 이 시대에는 관리도 없었고 법률도 없었다. 사람들은 저희들끼리 알아서 서로를 믿었고 서로에게 정의로웠다. 이 시대 사람들은 형벌도 알지 못했고 무서운 눈총에 시달리지 않아도 좋았다.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중에서>
직장인들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알아서 믿고 정의로운 시대에 살고 있는가. 직장을 잃는 두려움이나 눈총은 신경 쓰지 않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 우리의 오늘은 황금의 시대로부터 너무 멀리 흘러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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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침 일찍부터 회사에 나가 저녁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일한다.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나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더욱 커지기만 한다.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언제 도태될지 걱정이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미 오래 전에 무너졌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회사에서는 언제든 젊고 유능한 친구들이 줄을 서 있다는 신호를 노골적으로 보낸다. 영어도 공부해야 하고 식스 시스마 블랙 벨트 같은 자격증 취득에도 정신이 없다. 그래서 아무리 시간을 쪼개도 부족하고 과연 내가 이 자리에서 계속 생존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시지포스의 형벌처럼 끊임없이 노를 젖고 있지만 배는 자꾸 밀려나는 느낌이다. 비즈니스는 찬란해졌지만 그 속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들은 외롭고 지쳐있다.
그렇다고 희망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변방의 북소리처럼 멀리서 하지만 경쾌한 울림으로 승전보를 전해온다. 새로운 질서는 미약하지만 이제 막 눈을 떠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구질서는 거대하지만 신질서의 유속(流速)에 어느 한쪽을 내어주고 균형을 잃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구질서는 '관리와 통제, 몸집 부풀리기, 분석'이라는 갑옷을 입고 '모든 것을 아는 명령의 천재'가 진두 지휘한다. 하지만 신질서는 '열정, 가치, 협력과 민첩성'이라는 옷을 입은 '희망을 파는 상인'들이 선동하고 있다. 비록 오늘 외롭고 지쳐있지만 희망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재미없는 일의 정체
희망의 승전보를 이야기 하기 전에 우리가 매일 감당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보자.
왜 우리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를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구는 월급이 적어서 회사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직장 상사가 싫어서 그럴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일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그렇고, 누구는 일이 너무 반복적이고 지루해서 행복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이처럼 저마다의 이유로 일과 직장에 대한 유감(有感)을 가지고 있지만 좀 더 일반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는 언제 일을 하면서 즐거워하는가? 그리고 어느 때 행복을 저당 잡혔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이 두 가지 물음의 분기점에서 일반적인 원인의 하나로 '일의 의미'를 떠올려 본다. 예를 들면 비스킷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좋은 간식거리와 건강을 제공하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15개의 공정으로 나뉘어지고, 150명의 사람들이 하는 일로 잘게 쪼개져 있어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일로 여겨질 수 있는지는 대단히 의문스럽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분업이라는 일의 형태가 생겨났다. 세밀하게 나누어 놓은 분업은 감탄할 만한 수준의 생산성을 낳았지만 왜 일을 해야 하는지의 의미마저 쪼개어 버렸다. 우리는 지난 세월 동안 '생산성'을 늘이기 위해 '일에 대한 의미'를 감소시킴으로써 파레토의 최적을 구해왔다. 그래서 우리는 일이 다양해진 만큼 소외감을 느낀다. 이것은 분야가 다르고 직종이 다르고 직급이 달라도 마찬가지이며, 육체노동을 하든 사무실에서 일하든 마찬가지이다.
이런 전통적인 일 쪼개기 방식은 일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더불어 일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물론 일이 잘게 쪼개져 나눠진 것이 일하면서 불행을 느끼는 이유의 전부라는 것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만인(萬人)에 대한 만 가지의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일이 재미없어진 유력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일에 대한 철학이 없어진 그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일하는 것이 자기 존재의 즐거운 표현이 아닌 살기 위해 억지로 해야 하는 의무로 생각될 때 일을 하는 우리는 우울하고 불행하며 절망하는 것이다.
희망의 승전보
현대 사회의 직업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다. 이런 상태에서 경영자들은 어떻게 개별의 직업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
한가지 사례를 통하여 힌트를 얻어보자. 미국에 웨그먼스 푸드마켓이라는 식품소매업체가 있다. 바로 월마트라는 공룡이 버티고 있는 산업이다. 월마트는 직원 150만 명을 거느린 세계 최고의 기업이며 어디보다도 가장 싼 가격 정책을 고수한다. 월마트는 표준화되고 분업화된 업무 스타일의 전형으로 구질서의 대표주자이다. 질서를 방해하는 목소리가 나오면 매장 하나를 변경하듯이 직원들을 교체한다. 이직률은 높고 급여는 낮다. 연간 60만 명의 직원들이 나가고 새로 들어온다. 낮은 급여와 복지로 '매일 최저가격'을 갱신하며 세계적 기업으로 위상을 세우고 있지만 직원들은 그저 갑과 을의 관계에서 힘없는 을의 지위를 지탱할 뿐이다.
이런 표준화와 분업화, 적은 마진, 낮은 급여, 높은 이직률로 악명 높은 식품산업에서 웨그먼스사는 월마트라는 공룡과의 싸움에서 승전보를 전할뿐더러 직원들은 일을 통한 자아실현을 매장에서 이룩하고 있다.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잠시 들여다 보자.
웨그먼스사의 직원들은 누구나 고객 만족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상사와 의논하지 않고도- 자유가 있다. 한 직원은 오븐 요리하기에 너무 큰 칠면조를 사간 고객을 위해 매장 조리대를 이용해 추수감사절 특별 요리를 직접 해주었다. 또 다른 예로 손님을 접대하려다 요리를 망친 고객을 위해 주방장이 직접 집으로 찾아간 적도 있다. 주방장은 요리를 끝마칠 수 있도록 고객을 도와주었다. 와인을 구입하려는 소비자에게는 전문지식을 갖춘 직원이 도우미로 등장하여 다양한 와인을 소개하고 상세한 설명도 해준다. 아울러 고객이 선택한 와인과 어울리느 비스킷이나 치즈까지 한꺼번에 추천해 주는 등 직원들의 섬세한 고객 사랑을 위해 마음껏 재량을 발휘한다.
이 회사의 사장인 대니 웨그먼은 직원들을 "우리 고객들이 딴 곳에서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직원들은 프랑스 파이를 배우러 유학을 떠나기도 하고 치즈 공부를 위해 시골 목장을 찾기도 한다. 이렇듯 웨그먼즈사는 직원들에게 단순히 '일'이 아닌 '일의 의미', '일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한다. 그래서 직원들은 남들이 보기에 허드렛일 같은 것을 하면서도 희망을 노래하고 미래를 이야기하며,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직원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판매라는 가치보다 더 큰 어떤 요구에 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웨그먼스의 철학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즐겁게 일하면 무엇이든 성취할 있다" 이다. 경쟁이 극심한 마트 산업에서 웨그먼스는 다른 회사와 분명히 다르다. 업계 평균보다 2만 종이나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대신에 정규직을 고용하고, 급여와 복지에 업계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높은 급여를 지불한다. 회사는 임시직 고졸 포장직에 4년간 6,000만 달러의 자자금 보조 혜택을 주고 있으며, 지난 20년간 웨그먼스는 전 직원 학자금 혜택을 휘해 5,400만 달러를 썼다.
나는 월마트와 웨그먼스 사이에서 서두에서 느꼈던 구질서와 신질서의 분기점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치열한 경영의 현장에서 이상에 젖은 자선사업가가 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구 질서를 거부한 영웅들은 확고한 신념으로 성공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비즈니스 전문가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같이 일하는 직원들까지 행복하게 만든다.
웨그먼스의 직원들의 영업이익률은 다른 마트 영업이익률에 비하여 자그마치 두배에 육박한다. 면적당 매출은 평균보다 50% 상회한다. 웨그먼스의 직원들은 월마트의 직원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특별한 애사심을 가슴에 품고 있다.
웨그먼스의 직원들은 칠면조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행복을 팔고 있다.
웨그먼스의 경영자들은 직원들에게 봉급을 파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팔고 있다.
변화의 분기점에서 서서
웨그먼스사와 같은 사례는 괴짜가 만들어내는 그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다. 이런 변화의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는 정해진 생산라인에 맞추어 일렬로 늘어서서 자동차를 조립하던 방식을 한 장소에 서너 명의 작업자가 팀을 이루어 처음부터 끝까지 자동차를 조립하는 워크스테이션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 방식은 작업자들에게 자신 스스로가 자동차를 전부 만들고 있다는 일의 실체감을 느끼게 하고 자신에 대해 긍지를 가지게 하고 있다.
또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승무원들은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회사 돈을 쓸 수 있는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고객의 불편 앞에서 망설이지 않는다. "잠깐만요, 관리자에게 물어보고 오겠습니다."라고 이야기 한지 않는다. 그들은 고객을 초라하게 만들지 않으며 스스로 당당해진다. 그들은 불만이 있는 고객에게 무료항공권을 줄 수 있는 재량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일에 대한 폭 넓은 역할 수행은 명령과 통제 아래에서 땀 흘리고 있는 경쟁사 직원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니엘 핑크는 "격변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의미를 찾기 위해 진지해진다."라고 이야기했으며, 이 새로운 진지함을 '의미로의 여행'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단순히 그들이 갖고 싶은 물건을 늘이려고 하기 보다 인생에 있어서 더 중요한 의미를 찾으려 한다. 사람들은 일에서 봉급이상의 의미를 찾는다. 그들은 지갑의 빈 곳을 채우는 것 뿐만 아니라 마음의 빈 곳도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 이렇게 의미를 찾으려는 경향은 직장의 기대치를 변화시키고, 기업문화를 재형성하는데도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보여진다. 우리가 오늘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의 어리석음이 아니다. 당연한 본성이며, 삶의 생명력을 대변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보다 큰 뭔가와 연결되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일에서 의미를 찾는 이유이다.
'비즈니스가 아닌 명분을 창조하는 기업이 성공한다' 라는 이야기는 새 봄을 전해오는 메시지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을 물고 올 수는 없지만 그것이 봄의 시작이듯이 우리는 변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서 희망과 미래의 한 끝을 볼 수 있다.
직원들은 목마르다. 그들은 변화의 분기점에 서서 단순히 일의 제공을 넘어 열정을 가지고 참여할 명분을 가지고 오는 영웅들의 귀환을 기대한다. 희망의 봇짐을 짊어지고 돌아오는 영웅들과의 해후를 고대하고 있다.
<끝>

너무 멋진거지. 나도 그런 데가 있으면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내가 언제 쇼핑몰에서 고객 전화를 받았던 적이 있거든요.
그때 불평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했죠.
나한테 해봐야 될 얘기가 아닌데.. 사장한테 하라고!!!!!
뭐 이런거. 갑자기 그때 생각이 떠오르네....ㅋㅋㅋ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들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쉽게 잘 풀어낸다면 누군가의 무릎을 "탁"치게 하는 글이 되지 않을까?
"그래 이런 거." 라고 생각하고 남들에게 "야. 읽어봐. 딱 내 맘이다." 이런거
좀 횡설수설인데~ 잘 필터링 하시길~ㅋㅋㅋㅋ

어렵지 않게 끝까지 읽혔구요. ^^
아래 있는 볼보와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사례도 좀 더 구체화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냥 3-4줄로 정리하기에는 아까운 사례이기도 하고,
웨그먼스와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음. 웨그먼스가 자유를 부여함으로서 일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했다면
볼보는 일의 실체감을 통해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직원에게 절대(?) 권한을 부여함으로서 일의 의미를 찾도록 도운 것일테니까요.
문제제기와 해결 사례의 비율을 잘 고려하셔서 사례 부분을 강점으로 가져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감히 해 봅니다. 고수님! ^-^

훈아, 같은 재로로 다른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조리법을 생각해라.
세 가지를 시도해 보아라,
앞이 무겁다. 앞이 무거우면 읽으려 하지 않는다. 앞을 가볍게 하려면 강력한 임팩트를 가진 이야기가 선도하게 해라. 웨그먼스사의 일은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먼저 풀어라. 이야기 식으로 ... 그리고 이성이 뒤 따르게 해라. '감성으로 끌어 오고, 반 쯤 녹은 놈을 이성으로 종결한다' 이것이 디자인 포인트다.
한 꼭지에 몇 개의 사례가 필요한지 생각해라. 볼보와 사우스 웨스트가 여기 필요한지 생각해라. 사례를 아끼고,
쓰려면 이야기가 되게해라. 게리 해멀의 사례는 적지만 깊이 끌고 간다. 블루오션 역시 몇개의 대표 사례를 엄격히 관리하여 각도와 내용을 나누어 접근함으로 독자의 피로도를 낮혀준다. 인터넷을 찾고,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해라. 책을 쓰는 과정이 이미 책의 내용을 결정한다. 쉽게 쓰려하지 마라. 너는 이론을 실전에 써야하기 때문에 단단해야한다.
세번 째는 제안하라. 사례만 얘기하면 안돼. 독자가 이 사례의 일부를 변형시켜 자신의 현실로 끌어 들일 수 있도록 통로를 터 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