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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9일 11시 48분 등록

장미 17. 피바다  

 쿵. 가라앉는다. 3년 공부 도로 아미타불. 그러니까 우선 문장이 되어야 출간 기획서를 읽어보기라도 할 것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쓰면 바빠 죽겠는데 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입니다.

 인사를 하고 말을 시작하면서 부탁을 했다. 익히 듣고 왔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면역이 없으니 살살 하시라고 부탁을 했다. 그는 달변이었다. 당장 김훈과 조정래를 들고 나왔다. 그래 김훈, 우리 시대에 글을 가장 잘쓰는 사람. 호오가 분명한 사람들도 그의 간결한 문장 하나만은 갑으로 쳐주는 작가. 몽땅 연필로 쓰고 지우고 버리고를 수없이 계속해온 사람. 거장 조정래, 며늘아기에게 까지 당신의 글을 베껴 써보라고하는 사람. 자신의 글 감옥에서 치열하게 사색을 했던 사람. 그는 어느 날  기념식에 초대받아 2분이란 시간을 받았을때, 장편소설을 몇편이나 써낸 사람에게 2분이 도대체 합당한 분배냐고 이의를 제기하던 사람. 한번 손에 들면 아무것도 못하고 그의 글만 읽게 만드는 작가. 존경의 마음을 넘어 저 높은 하늘 위의 구름같은 작가들의 이름을 지금 말하면 나는 어떻게 하라구요.   

주어와 목적어를 바로 놓고 한국말에 중요한 부사와 형용사를 신경을 쓰세요. 이런 표현은 미국식 표현입니다. 번역문에 쓰이는 글 이예요.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써보세요. 당신이 원하는 출간은 상업적 출간으로 분류되는 것입니다. 에이포를 원고지로 환산할 수 있어야 하고 타깃 독자가 매우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조사를 해보세요. 출판사도 다 알아보고 그 출판사의 주력 출판이 무엇에 대한 것인가, 최근에 내놓은 책들은 어떤 것인가 얼마나 팔렸나, 내가 쓰려는 책과 비슷한 책은 언제 나왔고 얼마나 팔렸나. 아마존까지 훝어 보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말한 것은 기본의 기본입니다  

당신의 기획서를 받고 하루를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모든 정보를 정리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이 사람이 글 속에 얼마나 일관성 있게 드러나고 있는가. 이 사람의 취향은 어떠한가. 나이는. 성장배경은. 글로 표현하는 능력은. 생각의 특이점은. 진정성은. 몇 개의 꼭지 글은 알려준 곳에 가서 읽어 보았습니다. 우선 문장이 안되어 있더군요. 그곳에서는 문장 훈련은 따로 하지 않나보죠. 우리글을 정확하게 쓰는 훈련이 전혀 안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나는 지금 일부러 더 "습니다와 군요"를 섞어서 쓰고 있고  마침표를 마구 남발하며 내가 글을 쓰는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고 있는 중이다.  

결론은 글을 다시는 못쓰겠구나. 난 이런 일에 내 귀중한 시간을 더 쓰기 싫다. 김훈의 후배가 쓴 피바다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대학원 시절, 자기가 쓴 글을 모두 붉은 펜으로 고쳐 피바다를 만들어주었다는 것이다. 날마다 그 피바다에서 헤엄을 치다가 어느 날엔가 잘나가는 작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지금은 김훈보다 인세를 더 많이 받고 상도 더 많이 받는 글쟁이가 되었다. 정확한 결론은 아니다. 김훈의 인세 수입은 알아본 적이 없으니. 일부러 이런 함정도 파 놓는다. 어쨌든 피바다의 전설은 그런 선배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를 기다리게 만들지만 그런 일은 생겨나지 않는다. 까만색으로 쓰고 붉은색으로 내가 칠하기 시작하는 것이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일 것이다.  

우리 게시판에는 그래도 제법 고정 독자가 있는데요. 궁색한 나의 쥐구멍 소리. , 그건 팔이 안으로 굽어있는 현상입니다. 계속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 독자들과 소통을 시작해 보세요.  

우물 안 개구리와는 바다를 논할 수가 없단다. 개구리가 그런 상황을 파악하게 된 순간,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 감히 제가 그녀를 그녀를 사랑합니다. 아아아~ 다시 임재범의 고해. 개구리는 바다가 보고 싶어서 뛰고 또 뛴다. 폴짝 한번 두 번 세 번 . 피바다를 보고 말 운명인지. 바닥을 보고 바다를 느끼고 말 운명인지. 그건 나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다. 산다는게 뭔지. .

IP *.69.159.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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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1.11.29 19:39:42 *.1.160.2
오~!! 무서버요.
피바다냐 바다냐...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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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9 21:55:47 *.69.159.123

묙아 무서울꺼 하나도 엄따.
피바다는 다 책에 나오는 소리고

글에게서 나오는 비명은 다 듣기좋은 파도소리가 된다.  후제....말이지....먼 훗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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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
2011.11.29 22:01:22 *.111.51.110
이 정도 간결하고, 입말이 살아있는 생생한 글도 그런 소리를 듣는다니요.
무섭습니다. 괜히 책 쓴다고 길을 나선채 엉거주춤 서있는 내가 보입니다.
좌선생님은 거의 문턱에 와 계신것 같습니다.
편집자의 말대로라면 문장만 좀 잘 맞춰주면 된다는 긍정적 의미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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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1 02:33:05 *.69.159.123

이  사람으로 말하자면... 어쩌구저쩌구.....그러니끼니 한푼줍쇼. 아님말고.....

골라골라 한보따리에 천원..... 뭐 이런 기획으로 나가야할찌도 몰겠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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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1.11.30 01:58:42 *.8.230.133
ㅎㅎㅎ.
왕누님!~~~ 
뭐 그런 걸가지고,  어차피 처음하는거...   고치고 또 고치고 또 고치면 되유..
그 짝들도 남 써 놓은 거 읽는 건 잘해도 쓰는 건 못혀유~ 아 근께 작가 안하고 출판사하죠. ㅎ
무지하게 오래전에 논문 썼다가  어떤 양반이 휙 던져버린 원고지, 바닥에 널려 버린 그걸  줍던 시절^^   있었디요.
문장이야 고치면 된께... 그라믄서 쪽 다 팔았지만 깡으로 버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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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범
2011.12.01 02:34:33 *.69.159.123

천하에 두려울 것 없는 호랑이를 잘못건드린게지.... 어흥..

그러지말고 꼬랑지를 팍 내려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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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11.30 06:46:49 *.35.244.10
6학년 혼나는 것 보고
잔뜩.....쫄아 있는

초딩 1학년!!
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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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1 02:54:55 *.69.159.123

훈이글 깜빡 넘겨뛰고 갔다가 다시왔어. 초딩 1학년이라고라....

나보다 졸업을 먼저하겠두만.... 자자... 쫄지말고 화이팅. 피로 쓰기위해 불로 확질러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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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11.11.30 09:14:55 *.128.229.122

좌샘은 벌컥이  재범이를 좋아하고 , 프란체스코처럼 발가 벚고 장미밭을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디서 그런 나약한 글쟁이를 만나  모욕을 당하셨나 ?   그들은 좌샘이 아니고, 좌샘은 그들이 아닌데, 
그리고 글이란 문법이 아니며,   그 인생인데,  어찌 부사 에 당하셨나요 ?   ㅉ ㅉ

죽음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피가 죽는 것이랍디다.  사람이 죽으면 저승에 내려가 유령으로 떠도는데, 
짐승을 잡아 제사를 지내면 , 그 유령들이 짐승의  피를 마시고, 잠시 피가 돌아 사람 흉내를 낸다고 합니다. 
좌샘은 원래 쌍코피니 용장의 모습입니다.   피대로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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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범범
2011.12.01 02:39:02 *.69.159.123

사랑하는 울아부지가 해주시던 말씀
응, 우리딸, 최고야....

사랑하는 싸부께서는
응, 우리 쌍코피, 재보미따라 승승장구 하씨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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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11.30 09:24:57 *.32.193.170
아놔............좌슨생님 글 읽고 잔뜩 쫄아가지고 댓글을 읽고 훈이오빠 댓글에 '아, 나는 유치원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부님 댓글에 완전 빵 터지네요!!!!!!!!

'피대로' 쓰세요..ㅋㅋㅋㅋㅋ...

좌쌤.. 저도 좌쌤의 왕팬~!!!! 넘흐 좋은데염!!!!^^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베껴써봐야겠다는 생각은 드네용~!^^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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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범범범
2011.12.01 02:41:20 *.69.159.123

그래, 미나야.

피대로.....> 가다가 핏대로 마감하지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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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뵤
2011.11.30 10:52:34 *.169.218.37
음.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 독자들과 소통을 시작해 보라는 제안에는 100% 공감하지만,
좌샘 글이, 특히 문장이 그토록 혹독한 평을 들어야 할 정도인가? 라는 부분에서는 갸우뚱 해 집니다. ^^;

저는 요즘 하루 1~2시간씩 필사를 하고 있답니다. ^^
오정희의 소설을 베껴쓰고 있어요. 원고지에요.
속도는 굉장히 느리지만,
나름 재미도 있고 언젠가는 힘이 되겠지 믿으며 밀어부치고 있어요.

바다가 보고 싶은 개구리를 무조건 끝까지 응원합니다! ^^
뛰어요뛰어! 폴짝폴짝! 새신이라도 사 드려얄까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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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5마리
2011.12.01 02:51:13 *.69.159.123

갸우뚱 기우뚱 기우뚱 갸우뚱...뚱똥뚱똥

장자가 말해준 겨울바다는 잠시 덮어두고
김현식의 겨울바다나 보러가야겠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유행가 가사들을  베껴 써보려구해. 내 글빨의 팔할은 유행가에서 오는 것이므로.... ㅋㅋ
난 첫사랑과 헤어지던 이별의 부산정거장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야.

잘있거라 나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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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1.12.03 14:02:05 *.119.126.191
첫 책 때 기획안을 스무 군데 이상 보내봐도
가타부타 말 한 마디 없이 외면하고 말던데 별 이상한 일을 다 겪으셨네요.

요즘에는 자기네와 방향이 맞지 않는다는 답신이라도 주는 곳이 좀 는 것 같구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좌샘 글 참 좋아요.
감각이 살아있고, 수려한 표현도 많아서 멋스러워요.

이제 짧은 글들을 하나로 꿰는 포인트만 잡으시면 되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반응을 보인 한 사례에 너무 마음상하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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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1.12.05 08:51:14 *.69.159.123

명석샘,
이젠 그  고민의 시간도 지나가버렸고

오늘 아침엔 새로운 혹을 혹부리 영감처럼 턱, 붙이고 있습니다.

노래방 컴플렉스죠.
 4321# 저만치 앞서가는 님뒤로.... 아니 언제 가사를 읊기 시작하지?

저저만만치치 앞서 앞서가는 님뒤로 그림자 기일게 드린 바아암~   1절만 할래 이제 꺼줘!
휴, 내차례 끝났다.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 걸까요? 노래방이 없어질 때 까지?
참 한심한 인생입니다. 다른 사람은 이해못하죠. 늘 걸려넘어지는 부분이고 ...해결되지 않는 고민입니다. 혹부리 혹하나 둘 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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