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해 좌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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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17. 피바다
쿵. 가라앉는다. 3년 공부 도로 아미타불. 그러니까 우선 문장이 되어야 출간 기획서를 읽어보기라도 할 것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쓰면 바빠 죽겠는데 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입니다.
인사를 하고 말을 시작하면서 부탁을 했다. 익히 듣고 왔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면역이 없으니 살살 하시라고 부탁을 했다. 그는 달변이었다. 당장 김훈과 조정래를 들고 나왔다. 그래 김훈, 우리 시대에 글을 가장 잘쓰는 사람. 호오가 분명한 사람들도 그의 간결한 문장 하나만은 갑으로 쳐주는 작가. 몽땅 연필로 쓰고 지우고 버리고를 수없이 계속해온 사람. 거장 조정래, 며늘아기에게 까지 당신의 글을 베껴 써보라고하는 사람. 자신의 글 감옥에서 치열하게 사색을 했던 사람. 그는 어느 날 기념식에 초대받아 2분이란 시간을 받았을때, 장편소설을 몇편이나 써낸 사람에게 2분이 도대체 합당한 분배냐고 이의를 제기하던 사람. 한번 손에 들면 아무것도 못하고 그의 글만 읽게 만드는 작가. 존경의 마음을 넘어 저 높은 하늘 위의 구름같은 작가들의 이름을 지금 말하면 나는 어떻게 하라구요.
주어와 목적어를 바로 놓고 한국말에 중요한 부사와 형용사를 신경을 쓰세요. 이런 표현은 미국식 표현입니다. 번역문에 쓰이는 글 이예요.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써보세요. 당신이 원하는 출간은 상업적 출간으로 분류되는 것입니다. 에이포를 원고지로 환산할 수 있어야 하고 타깃 독자가 매우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조사를 해보세요. 출판사도 다 알아보고 그 출판사의 주력 출판이 무엇에 대한 것인가, 최근에 내놓은 책들은 어떤 것인가 얼마나 팔렸나, 내가 쓰려는 책과 비슷한 책은 언제 나왔고 얼마나 팔렸나. 아마존까지 훝어 보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말한 것은 기본의 기본입니다.
당신의 기획서를 받고 하루를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모든 정보를 정리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이 사람이 글 속에 얼마나 일관성 있게 드러나고 있는가. 이 사람의 취향은 어떠한가. 나이는. 성장배경은. 글로 표현하는 능력은. 생각의 특이점은. 진정성은. 몇 개의 꼭지 글은 알려준 곳에 가서 읽어 보았습니다. 우선 문장이 안되어 있더군요. 그곳에서는 문장 훈련은 따로 하지 않나보죠. 우리글을 정확하게 쓰는 훈련이 전혀 안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나는 지금 일부러 더 "습니다와 군요"를 섞어서 쓰고 있고 마침표를 마구 남발하며 내가 글을 쓰는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고 있는 중이다.
결론은 글을 다시는 못쓰겠구나. 난 이런 일에 내 귀중한 시간을 더 쓰기 싫다. 김훈의 후배가 쓴 피바다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대학원 시절, 자기가 쓴 글을 모두 붉은 펜으로 고쳐 피바다를 만들어주었다는 것이다. 날마다 그 피바다에서 헤엄을 치다가 어느 날엔가 잘나가는 작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지금은 김훈보다 인세를 더 많이 받고 상도 더 많이 받는 글쟁이가 되었다. 정확한 결론은 아니다. 김훈의 인세 수입은 알아본 적이 없으니. 일부러 이런 함정도 파 놓는다. 어쨌든 피바다의 전설은 그런 선배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를 기다리게 만들지만 그런 일은 생겨나지 않는다. 까만색으로 쓰고 붉은색으로 내가 칠하기 시작하는 것이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일 것이다.
우리 게시판에는 그래도 제법 고정 독자가 있는데요. 궁색한 나의 쥐구멍 소리. 아, 그건 팔이 안으로 굽어있는 현상입니다. 계속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 독자들과 소통을 시작해 보세요.
우물 안 개구리와는 바다를 논할 수가 없단다. 개구리가 그런 상황을 파악하게 된 순간,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 감히 제가 그녀를 그녀를 사랑합니다. 아아아~ 다시 임재범의 고해. 개구리는 바다가 보고 싶어서 뛰고 또 뛴다. 폴짝 한번 두 번 세 번 . 피바다를 보고 말 운명인지. 바닥을 보고 바다를 느끼고 말 운명인지. 그건 나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다. 산다는게 뭔지. 쿵.

좌샘은 벌컥이 재범이를 좋아하고 , 프란체스코처럼 발가 벚고 장미밭을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디서 그런 나약한 글쟁이를 만나 모욕을 당하셨나 ? 그들은 좌샘이 아니고, 좌샘은 그들이 아닌데,
그리고 글이란 문법이 아니며, 그 인생인데, 어찌 부사 에 당하셨나요 ? ㅉ ㅉ
죽음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피가 죽는 것이랍디다. 사람이 죽으면 저승에 내려가 유령으로 떠도는데,
짐승을 잡아 제사를 지내면 , 그 유령들이 짐승의 피를 마시고, 잠시 피가 돌아 사람 흉내를 낸다고 합니다.
좌샘은 원래 쌍코피니 용장의 모습입니다. 피대로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