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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4일 22시 21분 등록

제목 : 삶을 바꾸는 가족 여행

 

콘셉트

아빠와 엄마, 그리고 여섯 살 아이가 함께 기획한 '신나는 모험‘ ’진지한 도전‘이 담긴 여행 리스트를 하나씩 실행에 옮긴 과정을 담은 사진에세이.


서문_4th

가족여행을 권함

민호산책3.JPG


 

여섯 살 아들 민호에게 물었다.

"민호야, 넌 뭐할 때 가장 행복해?", "응, 지금 이렇게 노는거"

"민호야, 행복이 뭐야?", "응, 산책"

또 물었다. "민호야, 넌 앞으로 뭐하고 싶니?", "응, 이렇게 아빠 위에 올라타고 싶어!"

 

우문현답이었다. 민호는 언제나 '지금 여기'에 살고 있다. 그에겐 과거도 미래도 구체적인 지금과 연관이 있다.  행복을 자꾸 과거와 미래에서 찾는 나에게 지금을 살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긴장이 풀어지며 웃음이 났다. 아이와 놀고 있는 지금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9년 동안의 결혼 생활을 돌아본다. 결혼을 통해 가족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결혼 전에는 부모님에 대한 반항심과 독립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집을 하숙생처럼 다녔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니 우리가 만든 공간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다.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었고, 정신적인 독립을 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바로 앞의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개인의 구체적인 일상이나 가까운 가족과의 관계가 사회적 성취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되었음을 느낀다. 아내가 정기 구독하는 여성잡지의 '당신은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가?'라는 주제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았다. 그 중 '행복과 생활 방식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가 인상적이었다. 행복과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 것은 '가족과의 대화시간', '가족과 함께 하는 여가생활',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 '가족에 대한 관심도'로 1위부터 4위까지가 가족에 대한 것이었다. 이는 여성들에게 가족 관계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큰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갤럽 조사결과 '한국인의 기쁨과 같은 긍정적 정서를 느끼는 정도는 하위권이고, 특히 일상에서 느끼는 정서적인 행복 수치가 떨어진다' 고 한다. 이 두 가지 결과를 종합해서 생각하면 한국인의 행복 수치가 낮은 이유는 '가족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다. 가족 관계의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지만 가족 속에서 좋은 감정을 만드는 방법을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다른 가족들과 함께 모여 하고 싶은 일들을 얘기해보면 언제나 '여행'이 빠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가 활동'으로 '여행'을 꼽았다는 기사도 보았다. 다행히 우리 가족은 그동안 틈나는 대로 가까운 곳을 여행할 수 있었다. 내가 지방에 있는 회사를 다니며 교대근무라는 특수한 생활을 했기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살 때는 여행이란 것이 거창하게 준비해서 떠나야 하는 행사였다면, 이곳에선 그냥 마음이 동하면 해지는 것을 보러가거나, 바다를 보러 갈 수 있었다. 빽빽한 숲이 있는 휴양림도 가까웠고, 천 년 전 백제의 마애불도 산책하듯이 보러 갔다. 여행을 서로 좋아해서 여름이면 제주도 자유여행을 했고, 작년엔 몇 년간 돈을 모아 가까운 일본에도 다녀왔다. 물론 민호와 함께였다. 민호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전에는 쉬는 날이면  "오늘은 어디가?" 라고 묻던 게 생각난다.

 

우리 가족이 여행을 잘 즐길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젊은 날의 여행 경험에 있기도 했다. 결혼 할 즈음 우리 부부는 떠나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린 결혼 후 '수행'이라는 거창한 목표와 함께 회사를 그만두고 1년여의 인도여행을 떠났다. 주로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인도 남부의 구석구석을 커다란 배낭을 메고 난 수염을 기른 채, 아내는 머리를 삭발한 채로 다녔다. 마치 히피나 전사가 된 듯이. 하지만 아직 젊었기 때문이었는지 우린 인도여행을 통해 다시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극적인 반전이었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말처럼 모험과 통과의례는 "개인에게 과거를 향해서는 죽고 미래를 향해서는 거듭 날 것을 가르친다." 정말 그랬다. 과거의 우리는 죽고 전혀 상상하지 못한 미래가 펼쳐졌다.

 

돌아와서는 아이를 낳게 되었고, 난 어렵사리 지방의 공기업에 입사하게 된다. 그렇게 6년 가까이 함께 아이를 키우며 안정된 생활을 했다. 우린 '일상과 가족'에 큰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에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겼다. 그러면서도 아내는 나름대로 자신의 공부를 하며 진로를 모색하고 있고, 지역 시민단체 활동도 하고 있다. 난 사진과 글쓰기라는 취미와 함께 자기 탐구를 시작했다.  그런데 문득 각자의 일들이 바빠지면서 서로의 공통된 경험이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오랜 시간에 걸쳐 깨달은 '일상'과 '가족'의 가치 또한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다시 제대로 된 여행을 떠나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세 명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신나는 모험'과 '진지한 도전'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여행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왠지 주저하고 있던 여행들은 '신나는 모험'이라는 이름으로 모았다. 생각만해도 가슴이 뛰는 일들이었다. 누구에겐 쉬운 모험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해보지 못했던 일들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그려보고, 과거를 성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들을 '진지한 도전'이라는 주제로 모았다. 당신은 이미 전국의 올레길이란 길을 왠만큼 걸어 다녀 봤거나, 캠핑의 귀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족들은 생각만 많고 여행을 떠나길 주저하거나, 가족여행을 의무적인 행사로 여기거나, 아이의 교육을 위한다는 목적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이런 가족들을 위한 '독특한 여행기'이다.  모든 것을 다 접고 떠나는 어려운 여행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더 잘 살기 위한 짧지만 '신나고 진지한' 가족 여행이다. 이 책을 읽고 "이런 여행도 가능하군, 우리 가족도 이런 모험과 도전을 해볼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좋겠다. 물론 이보다 더 좋은 당신 가족들만의 아이디어를 찾아내 시도한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이다.

 

여행은 삶을 낯설게 보게 한다. 그 낯설음이 그리워 때론 매일 반복되는 이 현실을 탈출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가족 여행을 통해서 묵혀둔 자신만의 꿈을 다시 찾을 용기가 생길지 모른다.  때론 그것은 서로에게 겁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자신의 역할(아빠, 엄마, 자식이라는 )에서 일탈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그리고 이 모든 꿈들이 조화롭게 현실에서 꽃으로 필 수 있게 서로를 돕자. 그러면 여행은 우리에게 새롭고 활력 있는 일상으로 연결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 부부가 꿈꾸는 <삶을 바꾸는 가족 여행>이다.

 

우리 가족은 함께 가슴 떨리는 일들을 할 것이며, 진지하게 과거와 미래를 들여다 볼 것이다. 그것을 통해 삶이 바뀔 것이다.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말이 있다. 혼자서 아무리 성공과 자기계발의 길을 열심히 달린다 하더라도 가족이 함께 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난 자기실현의 시작은 가족이라고 믿는다. 이 모든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우리의 가족여행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2011년 12월 당진에서 민호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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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2011.12.04 22:48:38 *.23.188.173
오빠의 책이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어요.
민호가 바라는 것은 정말 간단한 일이잖아요.
아빠 위에 올라타는 것.
언니가 바라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지도 몰라요.
설겆이 해주기. 여행가서 좋은 사람 만나 대화할 때 민호 재워주기.
자신의 일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기
조화라는 코드라면 조금 소소한 일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게 조화라는 코드에 맞지 않을까 문득 생각해 보아요.
민호의 인용구는 그래요.
그 애는 여행이 아니라도 괜찮을 만한 말을 하는걸요.
딴데 가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 나를 무등태워줘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오늘 나를 무등 태워준다면 나는 좋아. 이런 얘기
풍광이 아닌 가족의 모습을 담는 사진.
거실에는 아내의 친구들이 와 있고 오빠는 설겆이를 하는.,,,
이런 그림이랄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이라는 코드를 제가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구요.
하지만 나는 민호의 말에서 그 느낌을 받았어요.
어딘가로 가서 놀아주지 말고 지금 나와 노는 것이 제일 좋아 라는 느낌.
아내와 아들과의 조화를 꾀하면서 나 자신의 의미를 발견하고
나 자신의 즐거움을 발견한다면 많은 아빠, 남편들의 공감이 되지 않을까?
세상의 절반 넘게 아빠와 남편이며 누군가의 애인이잖아요.
실제로 여자들은 이벤트보다 길거리 지나가면서 예쁘다 말한 머리핀을 사주는 남자에게 감동한데요.

서툰 생각들이었어요.
조금 더 일상적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
그래도 나는 이런 글이면 남자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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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5 06:39:37 *.111.51.110
그렇구나.
민호의 이야기가 이 책의 콘셉트와 정확히 맞지 않는군.
다른 건 다 버려도 이 대화만은 버리고 싶지 않아서
가져다 썼는데 말야.
네 말대로 민호는 지금 여기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원하고 있지.
그런데 그것이 어렸을적 '여행' 경험을 통해 충족이 된 것 같아. 
일상에서는 집에서도 각자 일을 하고, 온전히 집중하기가 쉽지 않잖니.
여행 중에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공간에서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거지.
민호가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뭔가에 잘 집중하는 이유도 우린 그게 아닐까 생각했어.
이런 얘기를 넣어서 민호의 이야기와 여행이 연결이 되도록 해야겠다.

좋은 조언 고맙다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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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12.05 11:23:53 *.32.193.170
민호의 저 사진은 언제봐도 즐겁게 만드는군..ㅋㅋㅋ..

가족여행을 권함.. 이란 이 말이 왠지 좋다.
오라버니같은 아버지가 있는 민호는 참 부럽구만..ㅎ.

나도 어릴적 아빠와의 여행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아. 아빠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린시절 나를 차 옆에 태우고 여행을 다녔던 것일까? 하고 말이지.

나는 이번 글에서 이 부분,
"세 명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신나는 모험'과 '진지한 도전'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여행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게 확 와닿는뎅.. 왠지 첫 부분에서 이 문장을 가지고 조금 더 풍성하게 이야기를 시작해 보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 세명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민호는? 언니는? 이들이 생각하는 신나는 모험과 진지한 도전이란 도대체 뭘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암튼.. 저는 민호의 팬으로써... 민호가 저 질문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매우 궁금함.ㅋㅋㅋ

오빠, 요즘 많이 힘들지??? 에고. 많이 못챙겨줘서 미안한 마음 한 가득.!!!

화이팅하고... 이번주에 미친듯이 놀아봅세다~~~ ㅋㅋㅋ. (아.. 오프과제의 압박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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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
2011.12.05 12:10:47 *.166.205.132
그 문장에 대한 설명은 목차나 본문 내용을 보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야.
민호는 개그콘서트 보러가고 싶다는 반응^^
어쩌지 가야하나?!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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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12.05 11:39:20 *.33.245.98
경수야, 잘 지내지.

글을 읽다가 선명하게 대비되는 두가지의 이미지
1. 수염 덥수룩한 경수 + 삭발한 아내
2. 한전 작업복의 경수 + 현실의 아내

1번 --------------------------- 2번 그 사이에서 여행하고 있는
너와 아내의 모습이 오늘 모습이구나.
이 두사람은 언젠가는 1번이 담고 있는 삶으로 
옮겨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자유롭고 편안한 그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그냥 너에게서 느껴지는 것 같아.
이번에 쓴 서문은 앞에 올렸던 서문들 보다
너의 책에 대한 이해를 훨씬 수월하게 한다.
그런데...아쉬움 하나.
이해는 되는데 느낌이...너의 자유롭고 편안한 그런 느낌은 쬐까 부족한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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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
2011.12.05 12:13:34 *.166.205.132
저도 많이 느끼는 부분이에요.
왠지 이 책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논문을 쓰는 듯한
부담감에 휩싸이기도 하고요.

좀더 힘을 빼고,
여행에세이도 좀 보고,
김용규 선생님의 '시'에 대한 이야기도 좀 읽으며
부드러움을 불러오고 싶네요.

전 좀 느린 사람인가봐요.
속도가 잘 나질 않네요.
천천히 꾸준히 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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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2011.12.05 20:23:25 *.143.156.74
경수야, 지난 번 서문보다 는 이번 것이 훨씬 좋다.
지난 번에는 '집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가족에게 잘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
그런데 이번에는 경쾌하고 활기차게 가족 모두 즐거운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들어.
고민이 깊어갈수록 글이 좋아지고 있으니 언젠가 우리 모두 해냈다 소리치는 날이 올거라 믿는다.
경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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