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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24일 00시 10분 등록
고전과 역사의 독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제時制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논어』에서 읽어야 하는 것은 이처럼 사회 변동기에 광범하게
제기되는 인간관계에 대한 담론입니다.

미美는 글자 그대로 羊자와 大자의 회의 會意입니다. 양이 큰 것이 아름다움이라는
것입니다. 고대인들의 생활에 있어서 양은 생활의 모든 것입니다.
생활의 물질적 총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고기는 먹고, 그 털과 가죽은
입고 신고, 그 기름은 연료로 사용하고, 그 뼈는 도구로 사용합니다.
한마디로 양은 물질적 토대 그 자체입니다. 그러한 양이 무럭무럭 크는 것을
바라볼 때의 심정이 바로 아름다움입니다. 그 흐뭇한 마음, 안도의 마음이
바로 미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부언해두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이란 우리말의 뜻은
'알 만하다'는 숙지성 熟知性을 의미한다는 사실입니다.
'모름다움'의 반대가 아름다움입니다. 오래되고, 잘 아는 것이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새로운 것, 잘 모르는 것이 아름다움이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이 아니면 결코 아름답지 않은 것이 오늘의 미의식입니다.
이것은 전에도 이야기했습니다만 소위 상품미학의 특징입니다.
오로지 팔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 상품이고 파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상품입니다.
따라서 광고 카피가 약속하는 그 상품의 유용성이 소비단계에서 허구로 드러납니다. 바로 이 허구가 드러나는 지점에서 디자인이 바뀌는 것이지요.
그리고 디자인의 부단한 변화로서의 패션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결국 변화 그 자체에 탐닉하는 것이 상품미학의 핵심이 되는 것이지요.
아름다움이 미의 본령이 아니라 모름다움이 미의 본령이 되어버리는 거꾸로
된 의식이 자리 잡는 것이지요. 이것은 비단 상품미학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주변부의 종속 문화가 갖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중심부로부터 문화가 이식되는
주변부의 특징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단순한 미의 문제가 아님을 물론입니다.


일반적 의미에서 개념은 차이를 규정하는 것에 의하여 성립됩니다.
일반적으로 차이란 두 실체 간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 차이를 형성하는
두 개의 독립 항목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소쉬르 (F. Saussure) 에 의하면 언어의 경우에는 이러한 독립 항목이
전제되지 않는 것이지요. 모든 것에 대한 차이를 선언하고 있는 것이 언어입니다.
언어는 차이가 본질이 되는 역설을 낳게 되는 것이지요.
동양적 표현 방식에 있어서의 대비의 방식은 이러한 언어와 개념의 한계를 우회하고 뛰어넘는 탁월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비의 방식은 분리된 대상을 다시 관계망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대상 그 자체의
관념화를 어느 정도 저지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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