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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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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28일 06시 45분 등록

아주 느리게 천천히 읽었다.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으면 몇번이고 다시 읽어 보았다.
출근길에 10분씩 읽었고 퇴근길에도 10분씩 읽었다.
읽다가 소로록 잠이 들면 책을 펴고 꾸벅꾸벅 졸았다.

책을 읽는 것이 일이 되면 안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내키는 대로 집었다 놨다 해서도 안될 것 같았다.
항상 지니고 다녔고 틈만 나면 펼쳤지만, 읽고 싶지 않으면 읽지 않았다.
그저 펼쳐만 놓기도 여러번이었다.

느리고 편안한 기행문이었다. 나도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한달반이 되었든 단 일주일이 되었든, 천천히 걷고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한번 다녀 볼 일이다.

머리에 순서없이 떠오르는 만가지 생각들. 그것들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과 자조와 '아님말구'들...
일상을 떠나 새로운 일상을 만나게 되는 먼 훗날, 나에게도 이런 상징이자 의식이 필요할 게다.


---나에게 들어온 글들---


<떠남과 만남> 中에서, 구본형 지음. 생각의 나무.

<서문>
처는 내가 긴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한 점 그리운 불빛으로 서울에 남아 있었다.
그녀가 없었더라면 아마 더 많이 세상을 떠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없었다면 나는 돌아올 곳이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존재하는 것 만으로 이미 충분한 고통이며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28>
순하다는 것은 자신도 편하고 남도 편하게 해준다.

<42>
내가 해가 아니고 달이 아닌 것이 좋다. 그것이 없으면 세상이 망하는 그런 엄청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행복하다.

<56>
우리는 충분히 쉬지 못한다. 늘 가장 하고 싶은 것이 푹 좀 쉬고 싶은 것인데 그러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는 휴식을 창조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휴식을 게으름과 소비로 인식한다. 한 개인이 이러한 사회적 시류에 반하여 살아가기는 어렵다. 부가가치가 높은 사회는 쉬어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휴식과 놀이를 창조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화적 결핍은 '기계적 번잡'만을 양산할 뿐이다. 먹고 살기는 하겠지만 미래가 없다.

<77>
우리는 어느날 깨달음으로 예전과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이것이 불가에서 말하는 정진이다. 선가귀감에 나오는 말을 인용한다 "이 일은 마치 모기가 무쇠로 된 소에게 덤벼드는 것과 같이 함부러 주둥이를 댈 수 없는 곳에 목숨을 걸고 한번 뚫어보면 몸뚱이째 들어갈 것이다"

<101>
하고 있는 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미래가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절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하나의 일을 아직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방황하는 것이다. 어떤 일에 깨달음을 얻어 밝아지면 자신이 곧 그 일의 미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일을 아주 잘하려면 타고난 재능과 각고의 노력과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천업이라 믿고 하나의 일에 평생을 매달려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생긴 대로 살겠다는 뱃심이 중요하다. 나약한 사람은 어떤 경지에도 이를 수 없다. 정진에는 용맹보다 나은 것이 없다. 백척간두에서 또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

<109>
하루하루를 낭비하지 마라. 충무공은 싸움터에서도 하루가 지나는 것을 무심코 넘기지 않았다. 그 하루를 기록하여 그날이 그날로서 존재함을 잊지 않았다.

<111>
함께 있으면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있으면 함께 있고 싶다. 함께 있다 혼자있게 되면 그립고 혼자 있다 함께 있게 되면 작은 일로도 서로 다툰다. 그렇게 얼고 녹고 다시 얼고 녹으면서 마침내 한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혹은 그녀가 또한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리움이며 질투며 욕심이며 상처다. 그것은 또한 지루함이며 떠남이며 귀환이며 눈물이다.

<119>
산다는 것은 약간 우물쭈물 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망설이는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음이며 미련이며 우유부단함이다. 그러고는 나중에 그것을 후회하고 그것이 차마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127>
자신이 즐거운 것보다 더 훌륭한 실속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162>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는 방법은 그 나라의 가장 우수한 인재를 끌어모으는 방법으로는 적당치 않다. 지혜롭고 뜻있는 훌륭한 사람이 어찌 저 아수라장을 거쳐 선량이 되고자 하겠는가? 피곤한 일이다.

<187>
천하에는 두가지 커다란 기준이 있다. 하나는 시비의 기준이요, 또하나는 이해의 기준이다. 이 두가지 큰 기준에서 네종류의 큰 등급이 생기게 된다. 옳은 것을 지켜서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등급이다. 그 다음은 옳은 것을 지켜서 해를 받는 것이다. 그 다음은 나쁜 것을 좇아 이익을 얻는 것이며, 가장 낮은 등급은 나쁜것을 좇아 해를 받는 것이다. (정약용)

<204>
심심하다는 것은 자기속에 데리고 놀 자기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늘 밖에서 친구가 될 만한 것을 찾는다.

<223>
가까운 형제처럼 좋은 지기는 없다.

<248>
내가 고등학생이었을때 내게 중요한 것은 사춘기다운 고민이었고, 대학 진학이었고, 통학길에서 마주치는 예쁜 여학생이었다. 부모님은 그저 나름대로의 생활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나는 나의 문제로 복잡하고, 힘겨웠고 또한 즐거웠다. 비록 어느 것 하나 결정된 것은 없었지만 나는 이미 나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250>
돈은 얼마만큼 가져야 넉넉할까? 사고 싶은 것을 하나도 살 수 없으면 가난한 것이다. 원하는 것이 두 개인데 그중에서 하나밖에 살 수 없는 경우는 그럭저럭 사는 것이다. 하나를 사면 다른 것을 살 수 없는 선택적 소비는 중산층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두가지를 한꺼번에 살 수 있으면 잘사는 것이다. 돈이 그보다 많으면 불행해진다. 갖고 싶은 바지 한 벌과 치마 할 벌을 한꺼번에 할 수 있으면 그대는 이미 위험하리만큼 부유한 것이다. 더 이상 바라지 마라.

<274>
한달반 동안의 일탈은 그에 상응하는 귀환의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인간은 상징성을 벗어날 수 없다.

<287>
바쁜 사람은 바보다. 자신을 괴롭히고 남을 못살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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