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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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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8일 20시 07분 등록
도서정리 - 한국인의 심리에 관한 보고서

3. 인용

1장. “관계를 말해 주면...”

[[33p] 무릇 역사란 타협과 투쟁의 역사다. 하나의 이야기로 보이는 한국의 역사는 실상 경쟁하는 분파들, 경쟁하는 이야기들 간에 대결과 타협이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사회와 문화는 타협이 없으면, 다시 말해 힘의 균형이 유지되지 않으면 존속할 수 없다.

[39p] 서양은 유목 민족의 필요성에 의해 그리스도교를 기반으로 한 규칙, 법, 제3자로서의 신, 성적 질서 등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천막 생활을 하며 여기 저기 떠도는 유목적 환경에서는 무정부적 질서가 탄생할 위험성이 항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반면 동양과 같은 농경사회에서는 비교적 느슨하게 짜여진 전통만으로도 충분히 사회 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온갖 규칙과 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안정된 환경이었던 것이다.

[41p] 세계화의 악은 세계화가 가져오는 두려움만이 아니라 매력에서도 나온다. 세계화는 자유와 계몽을 약속한다. 스스로에게 타자가 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지만 동시에 더 풍요롭고 복잡하게 중첩된 자아로 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48p] 지혜란 선과 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단지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하고 의미있는 삶은 어떤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51p]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유교적 원칙에 굳게 집착하는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유교의 지배도 이제 거의 끝나가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은 유교가 낳은 가부장제다.

[53p] 미셸푸코는 계몽이란 정체성의 경계선을 뛰어넘음으로써 우리가 누군지를 정의하는 기획이라고 대답한다. 계몽은 날은 정체성으로부터 새로운 정체성을 창조하는 것이다. 푸코는 계몽적 태도가 사회의 가장자리나 틈바구니에서 생겨난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자리와 틈바구니가 많으며, 적어도 당분간은 그런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54p] 개인보다 관계에 충실한 한국적 미학은 언제나 사회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한국적 미학은 자유보다 책임을 중시하게 마련이며, 나아가 칸트보다 훨씬 포스트모던한 방식으로 도덕과 미학의 범주들을 결합하게 된다.

[61p] 만약 한국인이 악의 개념을 쓸 수 있다면, 아마 세계화를 악이라 부를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화는 전통적 관계를 엄격히 도구적인 관계로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장. 자아는 연속이 아니라 대립이다.

[64p] 한국의 전문가들 대다수는 집단적 자아를 장애물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가치로 간주했다.

[65p] 일본인은 공격적이면서도 비공격적이고, 오만하면서도 공손하고, 엄격하면서도 순응적이고, 복종하면서도 반역적이고, 충성스러우면서도 배반적이고, 용감하면서도 소심하고,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것을 잘 흡수한다. 그들은 칼인 동시에 국화이며, 호전적인 동시에 미학적인 민족이다.

[65p] 한국인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존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 폴 크레인

[66p] 한국 문화는 공동주의의 관점만이 아니라 대립하는 가치들의 갈등,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긴장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 빈센트 브랜트

[73p] 말 그대로 ‘우리 한국사람’ 이라는 뜻으로 쓰기도 합니다. 우리 민족의 일부라고 느끼거나 그러고 싶은 거지요. 하지만 보통은 자신의 개인적 야심을 집단 뒤에 숨기려는 뜻으로 그렇게 말하죠. 집단을 앞세우는 듯하지만 실은 자신을 위한 거예요. - “우리”에 대하여

[75p] 한국인들은 개인주의적이면서도 집단주의적이다. 한국의 문화, 모든 한국인의 심리의 중심에는 바로 개인주의적 자아와 집단주의적 자아간의 대립이 있다.

[89p] 인은 보통 benevolence(자비)로 번역되며,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선함을 가리킨다. 예는 ritual(의식)로 번역되며, 예절과 관습을 적절히 준수하는 것을 가리킨다.
인은 공자의 가르침이고, 예는 유교의 가르침, 즉 후대에 생겨난 것이라는 주장이다.

[91p] 플라톤에 의해 아레테는 엄격하게 내면적인 덕, 이성적인 자아로써 욕망하는 자아를 통제하는 절제의 덕이 되었다. 그 반면 인은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규정되는 동시에 개인적으로 배양할 수도 있는 덕이 된 것이다.

[92p] 오늘날 서구의 훌륭한 인간은 내면적 지향성과 절제를 갖춘 사람을 뜻한다. 오늘날 한국의 훌륭한 인간은 좋은 대인관계를 지닌 사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사람도 의미한다. 즉 그의 자아는 자아와 타자 사이의 과도기적 공간에 위치해 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의미다.

3장. 한국인들은 왜 늘 ‘우리’라고 말하면서 ‘나’로 행동할까?

[103p] 한국의 경우 ‘가장 나쁜 일’이 말 그대로 최악의 의미가 아니라 ‘수많은 나쁜 일들 중 하나’라는 의미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 그들은 최상급을 나타내는 용어들을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사용하며, 잘못된 이분법이라고 여기는 것을 교모하게 잘라버린다.

[104p]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상호의존을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의 견해와 믿음을 억눌러가면서까지 집단에 들어맞도록 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까지 집단에 어울리려는 자신의 태도에 대해 화를 내는 사람은 많아도 그것을 갈등이라 여기는 사람은 없다. 단지 좋은 것을 모두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106p] 자의식이란 본래의 자아에 대한 의식이 아니다. 본래의 자아 같은 것은 없다. 자의식은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 속에 있는 자아에 대한 의식이다.

[107p] 수치심은 집단주의 문화의 특징이고, 죄의식은 개인주의 문화의 특징이다.

[109p] 수치심 문화권의 사람들은 부정 행위를 저질렀을 때 낭패하거나 ‘체면을 잃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면 그런 기분은 없다. 그런 점에서 수치심 문화는 미성숙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수치심 문화의 사람들은 그 문화의 가치들을 죄의식으로 내면화할 수 없으며, 오직 부정이 폭로된다든가 하는 공개적 수모를 당했을 때에만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그 수모는 곧 자신이 속한 집단으로부터 추방될지도 모른다는 데서 비롯된다.
죄의식 문화는 개인적 자율성에서 진일보한 점이 있다. 이 문화의 사람들은 사회의 가치들을 제대로 내면화하고 있으므로 설사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았다 해도 뉘우침과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110p] 문명의 불만은 곧 죄의식의 불만이다. 아무리 화가 나도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마음껏 때려부술 수 없고 그 분노를 자신에게로 되돌려서 내면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117p] 미국에서 흔히 말하는 ‘관계망’은 돈을 먹여 특정한 대가를 얻어낼 수 있는 지위에 오를 만한 사람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자신이 ‘대가족’의 구성원으로 오를 수 있도록, 그래서 그 가족의 상사들에게 충성을 보이고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사람을 확보하는게 중요하다. 따라서 그는 직업적 단체, 대학교, 기업, 시장 등의 ‘가족’안으로 들어가고자 하며, 들어가서는 그 안에서 성장하려 애쓴다. 그 가족의 바깥에서는 누구에게도 복종할 필요가 없고 누구도 신경쓸 필요가 없다. 한국에서는 출세하기 위해 ‘관계망’을 짜는 게 아니라 세상의 그물에서 바깥으로 쫓겨나지 않기 위해 관계망을 짠다. 따라서 그만큼 필사적이다.

[118p] 한국에서는 창조적인 일이 주변적인 분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창조적인 분야에서는 관리할 인간관계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126p] 만약 문화를 유지하는 역할로서 법과 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한국인들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정을 택할 것이다. 한국에서 정의 중요성은 그것ㅇ 사회적 안정과 질서의 원천으로 기능한다는 데서 알 수 있다. 정은 사회통제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130p] 한국인들에게 그것은 화병이고, 미국인들에게는 경계선 인격장애다.
화병은 ‘분노의 억압으로 인한’ 한국 민족의 고유한 증후군이다. 이 증후군에는 분노, 공포, 가슴이 답답한 느낌 등이 포함된다.

[131p] 화병의 근원과 경로를 기가 가로막힌 데서 찾는다. 기란 삶의 에너지인데 이것이 가슴속에 갇히면 불에 닿는 뜨거운 느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병의 ‘화’는 단지 분노에 대한 은유가 아니라 실제로 가슴 속에 있는 불을 뜻하는 셈이다.

[134p] 억압적인 삶에서 비롯되는 분노를 특징짓는 말로 한국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것이 바로 ‘한’이다.
“한국인은 한의 자궁에서 태어나 한의 젖을 먹고 자라고, 한을 견디며 살아가고, 한을 남기고 죽는다.” - 고은

4장 - 악은 무관함이다.

[145]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상대주의적 입장을 취할 수는 없다. 한국인들은 악에 관해 상대주의자가 아니다. 그들은 악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

[166] 토착 문화 속에 외국의 개념을 수용할 만한 요소가 없을 경우, 다시 말해 그 개념을 수용할 만한 요소가 없을 경우 외국의 가르침은 제대로 흡수되고 토착화되기 어렵다.

[168] 키에르 케고르는 ‘두려움(불안)을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예감’이라고 정의했다.

한국인들은 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악의 상관물인 소외와 고독을 두려워할 따름이다.

5장 - 한국인들은 악을 믿어야 할까?

[187] 아름다움이란 진리가 인간관계에 적용될 때 취하는 모습이다.

[198] 눈치란 눈 짐작으로 상대방의 ‘기분’과 의도를 예민하게 느끼는 것을 말한다. 눈치의 좋은 점은 말하지 않고도 안다는 것이다. 차이를 말하거나 인정하지 않아도 아는 셈이므로 대단히 이상적인 것이기도 하다.

[210] 동양의 유교 문화는 대결보다 조화와 중용을 강조한다. 동양은 농경 문화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절제, 화해, 조화를 특징으로 하는 반면 인간관계는 법적 권리보다는 전통적 윤리에 의해 형성된다. - 클리퍼드 -

6장 - 세계화는 악이다.

[226] 김대중 정부의 키워드인 구조조정(restructuring)은 ‘세계화’에 필요한 비용을 대기 위한 정책으로,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 중 하나가 되었다.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구조조정이란 곧 해고를 의미한다.

[228] 한국인들이 세계화를 악으로 경험하는 이유는 그들이 세계화를 시장과 관료제가 일상생활의 구석구석에 침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한편으로 한국인들에게 가난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안겨주며, 다른 한편으로 인간적 유대가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안겨준다.

[237] ‘한국의 신체에서 서양의 도구를’ 이라는 말은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분명한 은유다. 그들은 마치 한국의 신체가 그 근본 구조를 변화시키지 않고도 외국의 생각을 소화할 수 있는 것처럼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환상이며, 사대주의에 대한 자기도취적 방어다. 강대국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강대국을 섬기고 강대국에게서 취할 것은 취하겠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239] ‘한국인들은 자존심이 매우 강하고 탐욕스러워요. 역설적이지만 나는 고통에 시달리는 것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은 한국인들을 분리시키고 고통은 다시 결합시킨다.
절약과 희생이 민족주의와 섞여 한국적인 것을 이룬다. 그 방법은 단기적으로는 통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들도 옛 방식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임을 재빨리 간파했으나 아직 더 나은 방식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242] 세계화를 경영하려면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합리적인 사회를 끌어안아야만 한다.

[256] 뇌물 수수는 전통적 관계를 상품화한 것이며 거기서는 현금이 인간관계를 대신한다.

7장 - 세계화는 계몽인가?

[283] 전통이 약해지면 정체가 굳어지고 전통은 더욱 더 굳어지고 공허해져서 변화를 수용할 수 없게 된다.

[286] 세계화는 삶이 아니라 가치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니체는 그것을 가리켜 가치의 상호평가라고 불렀다. 선이 악이 되고 악이 선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선택의 원칙을 잃었기에 상실감을 느낀다. 외국인이 간섭해도 좋다면, 나는 정을 권하고 싶다. ‘우리 둘만의 정’이 아니라 ‘상호 애정과 중첩적인 자아, 우정만이 아니라 옛 한국의 권위마저도 아우르는 토대로서의 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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