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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6일 15시 28분 등록
하나의 경지, 하나가 되는 길(분석심리학 탐구 3)

-자기와 자기실현, 이부영-


< 책에서 캐낸 글맥 >

나의 일생은 무의식을 실현해가는 과정이다.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말라버릴 꽃뿐이다. 그러나 숨어있는 뿌리는 마르지 않고 언제나 살아있다.
-칼 구스타프 융(1875-1961)-


*간단한 용어해설*
▪자아(나, ego) : 의식의 중심
▪자기(self) : 의식과 무의식을 통틀은 전체정신의 중심.
▪자기실현(self-actualization): 자기가 되는 것으로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온 나의 모든 정신을 남김없이 발휘하고 통합하는 것.
▪페르조나 : 자아가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고 이에 적응해가는 가운데 형성되는 행동양식, 일종의 기능 콤플렉스.
▪그림자 : 무의식에 있는 열등한 인격으로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 남들도 싫어하는 것, 그래서 의식에서 배제되어 무의식으로 들어가 버린 자아의식의 여러 성격측면을 말한다.
▪아니마와 아니무스 : 남성속의 여성성을 아니마, 여성속의 남성성을 아니무스로 외적인격이 페르조나에 대응하는 무의식의 내적 인격을 일컫는다. 아니마가 에로스이며 감성과 예감능력이라면 아니무스는 로고스, 사유와 판단능력이다.


제1장 왜 자기실현인가
*왜 자기실현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인간의 핵심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자기실현은 엄숙한 것도 심각한 것도 아니다. 바로 개인의 ‘평범한 행복’을 구현하는 과정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당신 자신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 한결같이 성인군자나 초인이 되라는 요구가 아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으나 아직 실현하지 못한 삶을 가능한 한 많이 실현하는 것이다.

I 분석심리학에서 본 자아와 자기
1. 자아(‘나’)란 무엇인가?
*갓 태어난 아기는 무의식 그 자체라고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아기가 백지상태라는 말이 아니라 바다처럼, 대지처럼 무의식은 수많은 생명의 씨앗들을 그 안에 품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그것이 아직은 어둠 속에 있어서 드러나지 않거나 그 드러남이 극히 미약하여 겉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일 뿐이다. 갓난아기는 태어나면서 이미 장차 성장하면서 발휘하게 될 모든 정신활동의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 그 무의식에서 자아의식이 싹 텄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무의식은 자아의식을 탄생시킨 모체인 것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의 관점은 어떻게 자아가 위험한 무의식의 충동을 승화시키는가를 강조하는 데 비해 융은 어떻게 자아가 무의식의 창조성을 받아들이느냐에 집중한다. 자기와 자기실현의 관념은 무의식에 창조적 기능이 있다는 견지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학설이다.

*‘의식성’이란 단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내가 아는 것’이다. 그러나 어른이라고 해도 의식성이 부족한 면에서 어린이보다 못한 경우도 있다.

*페르조나는 한 집단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나누어가지는 공통된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 집단에서 통용되는 화폐에 비유될 수 있으며 다른 집단에 가면 통용되지 못하므로 그곳에서 쓰는 지폐나 화폐로 바꾸어야 한다. 사회적 의무로 대변되는 페르조나를 자기의 유일한 사명이며 삶의 목표라고 생각하고 살 때, 즉 자아를 페르조나와 완전히 동일시할 때, 자아는 무의식의 내면세계와의 관계를 상실하게 된다. 이럴 때 정신적 해리로 대변되는 여러 가지 신경증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페르조나의 형성은 인격의 발전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과정이며 청소년기에는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형성되어야 한다.


2. 자기란 무엇인가?
*자기의 내용에 관해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오직 자아만이 자기의 유일한 내용이라고 융은 말한다. 자기의 개념은 그 자체가 초월적 명제이므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는 전체 인격인 동시에 또한 전체 인격의 중심이다. 자기원형으로서의 무궁한 에너지를 갖추었으며 자율적으로 정신기능을 조절하여 전체정신의 실현시키는 원동력을 가지고 있다.

*자기는 단일성입니다. 그러나 둘, 즉 대극으로 이루어진 단일성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전체성이 아닐 것입니다. -1954, 융-
‘자기’는 대극의 합일이며 모든 관계에서 명제와 반명제, 동시에 종합명제를 나타내기 때문에 자기는 절대적인 역설적 논리로 남는 것이며 대극을 체험하지 않고서는 전체성을 경험할 수 없다. 융은 자기란 그 자체가 갈등이며 합일인 자기의 이율배반을 말하기도 했다.

*대극이 서로 상대극을 억누르려 하는 한, 갈등과 긴장은 강해진다. 그러나 대극의 존재와 갈등을 삶 본연의 요청으로 받아들이고 대극을 철저하게 체험해나감으로써 정신의 전체성, 즉 자기에 도달한다. 그 결과는 대극간의 적당한 타협이거나 하나가 다른 것에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대극을 뛰어넘는 하나의 경지, 융이 초월적 기능이라고 부른 것에 의한 새로운 의식성의 탄생이다.

3. 자기의 상징적 표현
*꿈과 환상 속에 드러나는 자기의 상징
동물 : 코끼리, 말, 곰, 새(특히, 희고 검은), 물고기, 뱀, 거북이, 나비, 거미 등
(동양인은 소와 용이 추가될 수 있음)
식물 : 꽃(서양-장미, 동양-연꽃)과 나무
자연 : 산, 호수, 돌(금강석, 바위 등), 빛, 불, 바람, 물

*만다라는 원(圓)을 뜻하며 명상의 도구로 이용되는 그림을 가리킨다. 융은 만다라에 표현된 명상과정의 목표는 요가 수행자가 신 안에 받아들여지는 것, 즉 관조를 통하여 그가 자신을 신으로 재인식하고 그로써 ‘개별적 존재의 착각에서 신의 상태라는 보편적 전체성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4. 자기와 신의 상
*악의 힘을 교계에서 말하듯 선의 결여, 약화된 선, 또는 완전성의 우연한 결여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그 영향력이 엄청나게 크다. 우리는 악을 선의 대극으로, 하나의 실체성을 가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융은 강조했다. 전통적인 그리스도 형상에서 자기의 심리적 출현의 유형을 인식한다면 반기독은 자기의 그림자에 해당된다. 이는 인간적 전체성의 어두운 반면이다.

*자기는 인격전체이면서 동시에 원형이다. 즉, 인간의 원초적 조건이다. 이 원형은 여러 가지 상징 속에 모습을 드러내며 각자 정신의 전체를 실현하도록 영향을 준다. 혹은 무의식을 의식화하고자 하는 자아의 적극적인 자세로 인해 무의식의 조절자인 자기원형이 활성화된다. 이리하여 인간은 의식을 넓히면서 자아에서 자기로 다가선다. 자기를 실현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는 진정한 의미로 그 사람의 개성이며 자기를 실현한다고 할 때 집단규범으로서의 그리스도나 붓다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개성적인 길을 걸어간 그리스도와 붓다의 그 정신과 용기이다.

II 자기실현 또는 개성화
1. 자기실현이란 무엇인가?
*무의식은 자기실현의 원초적 조건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현실에서 억압된 충동으로 가득 찬 쓰레기통이 아니라 인간의식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창조의 샘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전체성인 동시에 원형이라는 사실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누구에게나 자기실현, 즉 전체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의식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자기실현은 ‘그 인간을 그가 그렇게 있는 그 특정한 개별적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한 개체는 보편적 요소로 조성된 살아 있는 통일체이므로 집단적인 면을 가지고 있지만 개별적 형식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자기실현의 목표는 결코 모범시민, 도덕군자의 상이 아니다. 이들은 다시금 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으로서 자기의 페르조나에 불과하다. 자기실현은 바로 그러한 집단인간이 되지 않기 위한 작업이다.

2. 자기실현은 언제 시작되는가?
*자기실현이 시작되는 시기는 중년이후이다. 그 이전에는 무의식의 의식화보다 자아의식의 강화와 발전에 주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이다. 청소년기 신경증은 대개 삶을 두려워하고 삶에서 후퇴하는 데서 생기므로 이들의 치료는 다시 삶 속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을 돕는 일이다. 반대로 중년이후의 신경증은 너무 많은 시간을 바깥생활 속으로 나가 있어 본래의 자기를 망각한 데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내면을 보고 자기를 찾는 개성화의 작업이 바로 치료의 원칙이 된다고 융은 말했다. 35세 이후 그동안 내버려둔 내면세계와의 관계를 다시 맺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고통과 상실은 자기실현의 기회이다. 느닷없는 관계파탄, 절망과 병고 등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온갖 고통과 정신적 위기에 처했을 때 기회가 동시에 찾아온다. 고통은 대개 ‘버림받음’, 혹은 ‘잃음’으로 요약된다. 다시 말해 페르조나의 상실과 관계된다. 만일 어떤 사람이 집단에 대한 의존심이 강하다면 집단에서 버림받는 고통은 그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내몰 수 있다. 고통에는 기회가 있다. 사람이 새로워질 수 있는 기회이다. 그 새로워짐이 바로 자기실현이다. 그것은 부단한 인격의 변환과정인 것이다. 버림받음의 고통과 방황은 성인의례(initiation)의 3단계, 즉 고통, 죽음, 재생 가운데 첫 번째 단계이다.

*고통이 자기실현의 기회인 것은 틀림없으나 그것을 실제로 좋은 기회로 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많은 사람이 자기의 버림받음과 상실의 고통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 자기실현의 일차적 과제는 한편으로 ‘자기’와 페르조나를 분리하여 구별하는 일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밖의 대상으로 투사된 자기의 무의식의 내용들을 인식하여 자기의 분신들을 자신에게로 돌려오는 작업이다.

*버림받음과 버림
버림에는 ‘구함’과 ‘찾음’의 목적이 있을 수 있다. 버리는 것은 적극적인 용기의 소산이다. 수동적 버림을 능동적 버림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고 그러려면 그 의미가 확실해야 한다. 버림은 지금까지 아껴온 자신의 일부를 적극적으로 버리는 행위이다. 버림으로써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어디서 무엇을 찾는단 말인가. 무의식에서 자기를 찾는 것이다. 페르조나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 자아와 다른 자기의 큰 존재에 눈을 뜨는 것이다. 인간과 무의식의 창조성을 인정하는 심리학만이 인간의 고통 속에서 희망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버림과 포기가 누구에게는 정신병리적인 문제이지만 동양인에게는 버림이 하나의 깨달음이기조차 한다.

*융은 신경증은 아직 그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마음의 고통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단절된 내면의 세계와 다시금 관계를 맺고 전체가 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신경증은 ‘목적이 있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치료자는 바로 그 의미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환자와 함께 찾아서 환자가 진정한 개성, 그 고유의 개별적 존재가 되는 길을 도와야 한다. 융이 정신요법의 목표는 결국 환자 그 사람 자신이 되게 하는 것, 즉 개성화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자기실현의 진행과정
*자기실현의 구체적 방법은 분석을 통한 무의식의 의식화이다. 이는 주로 꿈의 의미를 깨닫고 꿈의 상징으로 제시된 무의식의 내용을 의식으로 동화시킴으로써 의식의 확대를 시도하는 일이다.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의 첫 번째 단계는 무엇보다 그림자의 인식이다. 그 뒤에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의식화가 진행되고 이를 통해 자기와의 대면이 이루어진다. 집단은 언제나 개인적인 성찰을 무디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그림자는 그것이 개인적 무의식의 내용인 경우에 절대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다.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기 때문에 나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의식화로써 그것은 발전된다. 그리자는 오히려 자기실현의 좋은 밑거름이고 원료라고 할 수 있다.

4. 자기인식과 자아팽창의 위험성
*무의식을 본다는 것은 그 양면성을 이해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어렵고 또한 자아가 그 엄청난 에너지에 전염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 무의식의 의식화가 진행되어 무의식의 그림자와 아니마, 아니무스에 들어 있던 세력이 감소되어 의식으로 편입되면 자아의식은 힘을 얻게 되고 이제까지와는 달리 세상을 보게 된 것에 보람과 희열을 느낀다. 이때 자만하고 단언하고 싶어지고 세상과 사람들을 구제하겠다는 마음을 대단히 경계해야 한다. 자아의 팽창은 ‘붕뜬 상태’로서 자아가 자기에 의해 동화됨으로써 생겨나는 가상적인 해탈감이다.

제2장 한국인 피분석자의 꿈에 나타난 자기와 자기실현의 상징
제3장 한국전통문화에 나타난 자기실현의 상징
I 신화와 민담에서 본 자기실현의 상징
II 전통종교문화에서 본 자기실현의 상징
*공자는 나이 사십을 일컬어 자신의 신념이 확고하여 혼란이나 미혹이 없는 불혹(不惑)이라 하였고 남의 미움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하였다. 융은 좀 더 자유로워 남이 미워하든 말든 소신껏 자신의 길을 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기실현을 완수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동일시(집단과의)에서 물러설 수 있다는 점, 문제를 남에게 투사(求諸人)하지 않고 자기 속에서 찾는 것(求諸己), 자아를 넘어서는 보다 큰 원리를 두려워하는(畏天命), 종교적 태도에 있다고 했다.

*<십우도(十牛圖)>에 나타난 자기실현 과정
①심우(尋牛) -소를 찾는다.
:동자승이 소를 찾고 있는 장면이다. 자신의 본성을 잊고 찾아 헤맨다.
자기인식이 언제 끝날지, 과연 자신이 전체정신을 실현할 수 있을지 아무도 미리 장담하지 못한다. 다만 깊은 숲속을 헤매듯이 암중모색을 할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간다. 전체가 되는 핵심인 자기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그의 마음을 통일케 하는 내적인 중심, 조정자가 있다.

②견적(見跡) -발자국을 보다.
:동자승이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그것을 따라간다. 발자국이란 의식계에 남긴 무의식의 발자국들이다. 마음의 상처, 고통, 신경증 증상 등에서 우리는 그 발자국을 본다.

③견우(見牛) -소를 보다.
:동자승이 소의 뒷모습이나 소의 꼬리를 발견한다. 자기의 흔적이 아닌 자기의 본체를 본다는 말이다. 수행자가 사물의 근원을 보기 시작하여 견성(見性)에 가까웠음을 뜻한다.

④득우(得牛) -소를 얻다.
:동자승이 드디어 소의 꼬리를 잡아 막 고삐를 건 모습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거친 야성을 발휘하고 그 활동력이 너무나 왕성하여 채찍을 들어 조종을 필요로 하는 상태에 있는 무의식의 충동성에 비할 수 있다. 무의식은 인식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씨름하며 대면해야 할 삶의 일부가 된다.

⑤목우(牧友)- 소를 기르다.
:동자승이 소에 코뚜레를 뚫어 길들이며 끌고 가는 모습이다. ‘소를 기른다’는 것은 분석심리학적으로 자아가 적극적으로 무의식과의 관계를 부단히 지속함으로써 무의식을 의식화하여 무의식의 충동성, 맹목성을 극복하고 자아와 무의식의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는 작업이다.

⑥기우귀가(騎牛歸家)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자아가 자기로 돌아가는 것이다. 귀원(歸源), 귀일(歸一), 원효의 귀일심원(歸一心源)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집이란 진정한 의미의 개성이다. 흰 소에 올라탄 동자승이 피리를 불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더 이상 아무런 장애가 없는 자유로운 무애의 단계로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때이다.

⑦망우재인(忘牛在人) -소를 잊고 사람만 남다(집에 돌아와 소를 잊다)
:소는 없고 동자승만 앉아 있다. 소는 하나의 상으로서 자아를 자기로 이끌어온 영혼의 인도자와 같은 기능을 하였으므로 인도자의 역할은 끝난다. 수행의 결과로 얻은 안락한 경지에 홀로 도취되어 있는 모습을 비판하는 뜻도 담겨 있다.

⑧인우구망(人牛俱忘) -소와 사람 둘 다 잊었다
:소도 사람도 실체가 없는 모두 공(空)임을 깨닫는다는 뜻으로 텅빈 원상만 그려져 있다. 여기서 ‘잊음’이란 자아의 자기에 대한 집착, 자기실현을 꼭 완수해야 한다는 의지, 자기실현의 목표에 대한 집착을 잊는 것이다.

⑨반본환원(返本還源) -본래의 근원으로 돌아가다
:강은 잔잔히 흐르고 꽃은 붉게 피어 있는 산수풍경만이 그려져 있다.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깨닫는다는 것으로 이는 우주를 아무런 번뇌 없이 참된 경지로서 바라보는 것을 뜻한다. 무위자연의 도의 경지이다.

⑩입전수수 -시중으로 들어가 중생을 돕다
:지팡이에 도포를 두른 행각승의 모습이나 목동이 포대화상(布袋和尙)과 마주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육도중생의 골목에 들어가 손을 드리운다는 뜻으로 중생제도를 위해 속세로 나아감을 뜻한다.

‘자기실현!’ 그것은 그냥 말이 아니다. 사회발전의 가장 작은 단위, 어느 날 강과 바다를 이룰 작은 물방울인 개인, 개인의 자각이며 실천이다.

<소감 >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외에 다른 학파가 왜 있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은 존재와 고통에 대한 이해만이 중요했을 뿐, 더 나은 존재로 비상한다는 것은 감히 생각할 수 없었다.

언젠가 지난 날 경험했던 방황과 고통의 기억들이 떼어 버려야 할 상처딱지가 아니라 말갛게 돋아나는 새살이라고 느끼는 순간! 삶은 그 자체로 반짝거렸다. 뒤늦게 만나게 된 융은 인간이 겪는 고통 속에 담긴 희망과 의미를 파악하고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고자 하는 우리들에게 날개를 달아준다.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그 정신의 품 안에서 식지 않는 온기를 느꼈다. 뒤늦게나마 그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리라 다짐해본다. 융의 사상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고 살을 붙여 건네 주신 인자한 교수님께도 감사드린다.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무의식이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데, 우리는 바로 이런 것을 두고 운명이라고 부른다.’ -칼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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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5.09.11 01:28:44 *.51.64.251
아직 책을 읽지 않은 관계로 간단히 한마디만 하고 슬그머니...
프로이드와 융의 차이가 그런거군요.
맨 마지막 융의 말이 가슴을 찌릅니다.
의식화, 많이 들었던 말인데 지금 다시 보니 새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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