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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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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21일 17시 38분 등록
현경과 앨리스의 神나는 연애 (현경, 앨리스 워커 공저, 마음산책, 2004)

현경.. 이화여대 기독교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나와, 유니언 신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1996년까지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96년부터 유니언 신학대학에서 초교파 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달라이 라마 등이 주요 위원으로 있는 종교간세계평화위원회의 최연소 위원 및 최초 아시아계 여성 위원으로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8개 국어로 번역된 <다시 태양이 되기 위하여(Struggle to be the Sun Again)>, <미래에서 온 편지>,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거야> 등이 있고, 그 외 여러 학술 논문이 있다.

Alice Walker.. 1944년 미국 남부 조지아 주 이턴튼 출생. 1968년 첫 시집 <언젠가 (Once)>를 출간했고, 1970년 첫번째 장편소설 <그랜지 코플랜드의 제3의 길 (The Third Life of Grange Copeland)> 출간 이후, 웨슬리 대학과 메사추세츠 대학에서 문학 강의를 시작했다. 1980년대 이르러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함께 페미니스트 저널 「미즈 Ms.」의 편집인으로 활동하며 백인 중산계층 중심의 서구 페미니즘의 한계를 지적, 흑인 및 유색인종 페미니스트를 의미하는 '우머니스트'란 단어를 만들어냈다. 지은책으로 1973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혁명하는 페튜니아>, 1983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컬러 퍼플>을 비롯해 <메디리안>, <여인들의 신전>, <은밀한 기쁨을 간직하며> 등이 있다.

< 여성들의 영혼을 치유해줄 열두 개의 대답 >

1. 여자와 남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여자와 남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아주 오래 묵은 금언이 하나 있지요. 우리는 과연 이 말을 인정하고 체념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괜찮은 남자를 찾기 힘들어서 연애하기 힘들다”고 탄식하는 여자들도 많지요. 눈높이를 낮추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야 하나요? 아니면 그저 여자들끼리의 우정에 자족해야만 하는 걸까요?

***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남성은 자기가 이뤄내는 ‘일’의 성공도에 의해 훌륭한 남성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왔고, 여성은 자기가 이뤄내는 ‘관계’의 성공도에 의해 사회적으로 좋은 여성으로 인정받아왔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관계에 더 투자하려는 것은 우리 속에 깊은 문화적 유전자로 들어와 있다.

‘용불용설’이라고, 많이 해보고 노력한 만큼 진화되는 것인데, 사랑에 관한 한 남자들은 여자들만큼 진화되지 않은 것 같다. 한마디로 사랑과 관계 맺기에 대한 진도가 맞지 않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사랑의 기준을 낮추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면서도 나는 남자와 ‘영혼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기할 마음이 없다. 왜냐하면 가부장제가 우리에게 준 영혼과 육체의 상처들, 남성에게는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고 자기감정으로부터 소외라는 현상으로 나타났고, 여성에게는 심리적 자기증오와 사회적 불평등으로 나타난 상처들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 간의 이해, 용서, 사랑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2. 당신은 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려 하는가?

“당신은 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려 하지요?”라는 간단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무척이나 간단할지도 모릅니다. “나는 여성이니까요” 이 한마디로 모든 게 설명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페미니스트로 ‘커밍아웃’하는 순간, 어떤 남자들은 우리를 슬슬 피하려 들고 ‘피곤한 여자’ 혹은 ‘싸움닭’으로 몰아붙이곤 하지요. 그래서 감히 ‘페미니스트’의 ‘페’자도 꺼내지 못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당당한 페미니스트 선언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

나는 ‘거듭난 Born Again 기독교인’이기보다는 ‘거듭난 페미니스트’이다. 페미니즘은 오천년이 넘는 가부장제 역사 속에서 ‘이름붙이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이름을 붙여나갔다. 나는 페미니즘, 여성학, 여성신학을 공부하면서 내 억울함, 분노, 우울함의 이유가 내 개인의 심리적 문제가 아니고 병든 가부장제 사회, 문화 시스템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플 때 병의 원인과 병명만 알아도 훨씬 마음이 놓이고, 그 병을 어떻게 치유해나갈지 대책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병의 정확한 진단은 정확한 처방을 가능하게 한다. 나 역시 병을 고치기 위해서, 건강한 나를 되찾기 위해서, 행복하기 위해서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그래서 페미니즘은 내겐 좋은 말이다.

3. '한국남자' 알레르기 치료법은?

수많은 한국여자들이 ‘한국’, 그리고 ‘한국남자’들에 대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며 살아갑니다. 치료 방법은 과연 떠나는 것? 그리고 다른 나라의 남자들을 만나는 것일까요? 자신과 맞는 주파수를 찾아 떠난 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떠나지 못하는 많은 여성들을 위해서도 한 말씀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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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나지 못하는 여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마음’으로는 다 떠날 수 있다. 우리를 죽이고 억압하는 것으로부터 떠나는 것, 이건 생존의 기본조건이다. 마음으로 떠나건, 이념으로 떠나건, 몸으로 떠나건 우리는 죽이는 기운을 떠나 살리는 기운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인간은 자신이 피해자(Victim)라고만 생각할 때 삶의 출구를 잃어버린다. 그러나 내 안에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행위자(Agent)라고 생각하면 출구가 보인다. 우리는 모두 어떤 의미에서 피해자이고 행위자이다. 나는 모든 여성들이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고 머물고 싶을 때 머물 수 있는 자유, 용기, 능력을 키우기를 바란다.

4. '진짜 사랑'은 가능한 것일까?

많은 여자들이 연애를 못해서 우울해하고, 연애를 하면서도 우울해하고, 연애가 끝나고 나서도 우울해합니다. 또 결혼을 하고 나서도 우울해하고, 독신을 선택하고도 우울해하며, 이혼을 하고 나서도 우울해합니다. 우리가 뭔가를 잘못 알고 있는 걸까요? 충만함 속에서의 ‘진짜 사랑’이란 정말 가능한 것일까요?

***

나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중요한 진리를 다시 확인한다. 사고시 주의사항을 스튜어디스들이 가르쳐주면서 공기가 희박해지면 먼저 자신이 산소마스크를 쓰고 그 다음 자기 자식들이나 주위 사람들이 산소마스크를 쓰는 것을 도와주라고 한다. 내가 충분히 산소를 들이마시며 숨쉴 수 없다면 그 누구를 도울 수도 사랑할 수도 없다. 자기 삶의 산소 공급은 자신이 해야 한다. 산소 희박으로 허덕이는 세상에서 자신의 참자아를 찾기도 전에 무턱대고 사랑에 뛰어들면 결국은 그도 죽고, 나도 죽는다.

내가 조금씩 매일 진화되어갈 때, 얼마나 아름다운 진화된 사람들이 전세계에서 내게 주파수를 보내 나를 찾아낼 것인가? 나는 그들이 누구일지 궁금하고 그들을 만날 희망에 산다.

5. '독신'은 결혼의 대안인가?

많은 여성들이 결혼의 대안으로 독신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독신의 삶도 그렇게 흔쾌하지만은 않지요. 자유 대신 얻은 외로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해 다시 결혼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 외로움의 정체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볼까요? 꿋꿋하고 즐거운 독신 살이를 위한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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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는 나도 더 편안히 무난하게 물의를 안 일으키고 살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를 편하게 느끼고 좋아하게 하기 위해서 내가 믿는 바를 말하지 않을 수는 없었고 또 내 가슴의 진실을 따라 살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나 자신을 잃고 온 세상을 얻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자유와 사랑 모두 필요하지만 만약 꼭 하나만을 택해야만 한다면 나는 주저함 없이 자유를 택할 것이다.

40대가 되면서 외로움을 삶의 오래된 귀한 친구로 모시게 되었다.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는 걸 받아들였다. 그래서 외로움이 찾아오면 도망가지 않고 “그래, 외롭자!”하고 외로움과 함께 지낸다. 외로움이 내게 가져다주는 선물, 외로움의 지혜에 귀기울인다.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책들, 시, 논문, 그리고 깨달음들은 가장 외로운 시간에 만들어졌다. 외로움과 창조성 사이에는 깊은 관계가 있는 듯하다.

6.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는가?

오랫동안 욕구불만에 시달려온 여성들의 후유증 중의 하나는 상상력을 잃어버린 것이지요. 현실의 삶이 지긋지긋하지만, 대안의 삶은 또 너무 멀어보입니다. 쉬워보이지도 않습니다. 아예 상상조차 잘되질 않습니다. 꿈꿀 수 있는 능력의 회복이 절실합니다. 무뎌진 감수성을 일깨워줄 유토피아의 청사진을 그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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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작가 홍승연은 어디에도 없다는 뜻의 유토피아 ‘No-Where'는 잘 뜯어보면 ’Now-Here'일 수도 있다는 멋진 해석을 했다. 그에 의하면 유토피아는 이 세상에 없는 환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우리가 만들어내는 존재로 가득 찬 시간과 공간일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그런 ‘Now-Here'의 유토피아를 꿈꾼다.

지구화(Globalization)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데모할 때마다 쓰는 슬로건이 있다. 그것은 “Another world is possible." 딴 세상은 가능하다는 말이다.
나는 개미같이 작은 개인들이 제국의 거대한 피라미드 권력 구조에 작은 구멍들을 많이 만들어 지배와 복종이라는 피라미드를 무너뜨리는 꿈을 꾼다. 그것도 즐겁게, 잘 먹고, 잘 살면서 무너뜨리는 꿈을 꾼다. 녹색 대학, 녹색 가게, 귀농 운동, 작은 살림 공동체 운동, 대안 지역경제 운동, 소규모 지방자치 운동, 대안 학교, 대안 문화운동, 이런 운동들이 바로 지금 여기서 유토피아를 사는 운동들이다.

7. '엄마'는 가부장제의 피해자인가?

부모라는 양팔 저울 위에서 여성들의 ‘마음 눈금’은 보통 엄마 쪽으로 많이 기울어집니다. 어떤 여성들의 마음속에는 ‘엄마는 피해자, 아버지는 가해자’식의 슬픈 이분법이 자리하고 있기도 하지요. “나는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발버둥치는 딸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불행을 보고 자랐다는 자체가 이미 딸들에게는 상처지요.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이미 늙어버린 엄마에 대한 연민, 과연 그것밖에는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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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이켜보면 어머니가 세 분이라는 것이 내겐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 어머니들을 통해서 강한 한국여성의 전형을 보았고 그들의 삶의 고통과 지혜에서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 여성들을 위한 삶의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정식교육, 정식 결혼제도에 한번도 안 들어가 본 나의 생모로부터 나는 자신의 근본적인 생명감에 충실한 정직함과 세상을 개의치 않는 자유로움을 배웠다. 키워준 어머니로부터 나는 강인한 생존력과 여성의 평생직업에 대한 절대적인 중요성을 배웠다. 그리고 나의 사랑 장원 선생님. 선생님은 내 영혼의 상처를 치유해주신 분이다. 이제는 나에게도 많은 딸들이 생겼다. 생물학적 딸은 없지만 사상과 영혼의 유전자를 나누는 딸들이 생긴 것이다.
여성도 자신의 꿈을 활짝 펼치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8. '내면의 아름다움'은 추녀의 변명인가?

여성들은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것은 주로 무언가를 덧바르거나, 몸에 칼을 대는 식으로 이루어져왔지요. 맨얼굴로 외출하는 건 일종의 용기로 간주됩니다.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추녀의 변명쯤으로 여겨집니다. 화장하지 않고, 성형하지 않고도 과연 아름다워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리들은 모두 아름다움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을 모르고 있기에, 시시하고 때로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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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아름다움의 기준이 다 다를텐데, 내가 보는 여성의 아름다움은 세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자연스런 생명력이고, 둘째는 진정한 자신감이고, 셋째는 이해심과 자비로 표현되는 도통함이다.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의 그림자인 아름답지 않음, 추함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썩은 두엄더미에서 꽃이 피어나듯이, 진흙에서 연꽃이 피어나듯이, 추운 겨울 뒤 봄이 오듯이. 오랜 장마 후 햇빛이 나듯이 우리의 고통, 슬픔, 절망, 분노, 두려움, 답답함, 좌절은 다 우리 아름다움의 거름이다. 그늘이 있어야 아름다움에 깊이가 생긴다.

9. 여성의 독립, 어떻게 이룰까?

누구나 한번씩은 “날씬한 수트를 입고 출근하는 당당한 커리어우먼”에 대한 꿈을 꿔봤을 겁니다. 그러나 막상 사회에 발을 디뎌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그 꿈은 조금씩 바스러지기 시작합니다. 여성들의 취업의 문은 예나 지금이나 바늘구멍처럼 좁고, 취업 후에도 한 사람의 당당한 사회인으로 서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힘들 때면 “그냥 시집이나 가버릴까”라는 유혹이 슬그머니 일기도 하지요. 진정, 단단한 ‘여성의 독립’은 어떻게 이뤄나가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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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동이 지향하는 여성의 독립은, 남성들의 세계에서 말하는 ‘단독자’로서의 독립(Independence)이 아닌 공동체 속에서 상생(Interdependence)을 이루는 ‘홀로 그리고 함께’하는 독립을 말한다.
내 삶을 통해 관찰한 여성의 독립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세 가지 종류의 독립이 있다. 첫째는 사회‧경제적 독립, 둘째는 심리‧문화적 독립, 셋째는 종교적, 영적 독립이다.

첫째, 여자가 돈이 없으면 치사해진다. 직업이 없으면 무시당한다. 나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일생 동안 자기가 혼자 벌어서 자기의 삶을 책임지는 일은 기본이라고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트너를 만나 서로의 경제력을 나눌 수는 있지만 파트너에 의존해서 살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라고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여자도 해방되고 남자도 해방된다. 남자는 이 세상에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온 것이 아니다. 여자가 그저 남자의 아이를 낳아 키우려고 온 것이 아니듯이. 인간은 다 자기의 ‘진정한 자아’를 활짝 꽃피우려고 이 세상에 왔다.

둘째, 내가 수많은 시간을 심리치료 상담사들과 보내면서 배운 것은 어머니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주듯이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주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남으로부터 내 심리적인 결핍감을 채우려는 노력은 정말 ‘눈물의 씨앗’이다. 내가 스스로 온전한 사람이 되어야 사람의 온전한 관계가 가능해진다.

셋째, 나는 깊은 명상을 통해서 내 심리적인 아픔을 치유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직접 우주로부터 들은 내면의 목소리, 거기에 거의 모든 답이 들어 있었다. 훌륭한, 깨달은 자에게 배우려는 의지는 좋지만 결국 그들 모두가 진리라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여성들이여, 남자 스승, 남자 도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여성 도인, 스승들을 함께 서포트하자. 그리고 우리 자신도 도통하여 도인이 되자.

10. 여성의 스트레스, 어떻게 풀까?

여성으로 살아가다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정말 열 받는 일 많지요. 지하철에서 다리 쩍 벌리고 앉는 남자들에서부터, 술자리에서 지분대는 남자들, 도저히 말이 안 통하는 웬수들…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지만, 눈감고 무뎌져버리는 것은 답이 아니잖아요. 남자들이 주는 스트레스,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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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이렇게 피곤한지, 화가 나 있는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슬퍼하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면 거기엔 꼭 이유가 있다. 안으로부터의 이유는 내가 어떤 것에 너무 빠지거나 집착해서 가장 기본적인 일,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는 걸 무시하고 생활의 리듬을 깨버린 데 있는 경우가 많다. 밖으로부터의 이유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등이 인간들 사이에서 부딪히면서 나타나는 온갖 욕심, 어리석음, 분노, 폭력 등에 내 자신이 휘둘렸기 때문인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현자의 가르침대로 “남들은 나를 오해할 권리가 있고 나는 해명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깊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세상사는 내가 원하는 대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왜인지 모르지만 우주가 원하는 대로 일어난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또 기대는 나의 기대일 뿐, 누구도 그 기대를 충족시켜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가운데 존재의 보호막이 생긴다.

11. 아름답고 강한 여신으로 태어나려면?

제우스를 비롯한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남신들은 고스란히 가부장의 원형을 띠고 있습니다. 우리가 믿는 종교의 신들은 대부분 남자들이고 어떤 종교에선 여자들은 사제가 될 수 없지요. 아름답고 강한 여신들은 모두 어디에 숨어 있을까요? 우리 안의 숨겨졌던 영성을 활짝 열리게 해줄 여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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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은 이미 우리 안에 와 있다. 우리가 그녀의 태어남을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여성 신학자들은 “남성신을 경배하면서 여성이 온전히 구원되고 치유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최상의 힘, 최고의 힘, 최고의 존재, 삶의 근원을 계속 ‘남성신’으로 상상하면서 여성이 온전해지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그들 연구의 결론이었다. 종교적, 신화적 상상력은 우리의 사회적, 정치적 힘의 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계속 남성신을 숭배하면서 여왕이나 여성 대통령, 여성 지도자를 자연스럽게 여기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가부장적 종교에 의해 세뇌당해 온 우리가 어떻게 하면 다시 여신을 기억해내고 우리 안에 있는 그녀를 태어나게 할 수 있을까? 여신의 대답은 단순하다. 여성들이 또한 남성들이 진정한 자신(True Self)을 발견해서 자신을 사랑하고 그 자존감에 근거한 사랑을 통해 세상을 사랑하게 되면 그들 안에서 여신은 탄생하게 된다.

12. 지구를 살리는 여성의 힘은 무엇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것들이 바스러지고, 깎여가고, 무너지고, 다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지구 학살에 대한 우리들의 양심 또한 점점 무뎌져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고, 기르는 여성들의 모성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여성들은 어떤 감수성을 개발하고, 힘을 보태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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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역사를 24시간이라는 프레임에 넣어보면 인간은 자정 5초 전에 이 지구에 도착했다. 그 전에 많은 광물, 식물, 동물들이 지구와 더불어 그런대로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자정 5초 전에 들어온 이 방문객이 지구 역사상 없었던 큰 파괴를 마지막 1초에 다 저질러버리고 있다. 인간은 가장 염치와 예의가 없는 지구의 종이다.

세계의 많은 영적 스승들, 페미니스트 운동가들, 환경운동가들은 우리가 지구와 함께 더불어 살려면 다음의 세 가지를 실천에 옮기라고 우리를 격려한다.
첫째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지적, 정서적, 영적 힘을 키우는 것이다. 둘째는 우리 자신이 이 세상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의 ‘희생자’만이 아니라 그것을 치유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행위자’라는 것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다. 셋째는 나의 의도보다 더 큰 우주의 사랑을 믿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우주에 맡겨버리는 것이다.


******


사전에서 찾아 본 ‘페미니즘’에 대한 명쾌한 한 마디! 남녀평등.
'페미니즘'이란 단어가 내 눈에 들어오기까지 난, 결혼이란 꼭 해야 하는 것인 줄 알았고, 아들도 꼭 낳아야 하는 줄 알았고, 여자는 집에서 살림만 잘 하면 되는 줄 알았고, 남편 봉급으로 우아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아이들만 잘 키우면 되는 줄 알았다. 말하자면 '나'란 인간을 내세우지 않고 오로지 다른 가족구성원의 그림자가 되어 조용히 살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교육 받았고, 내 주변엔 불행히도 그것이 '평범'이었다.

하지만 '페미니즘'의 사전적 의미를 염두에 두기 시작한 이후의 난, 결혼은 선택일 수 있고, 자녀는 골라 갖는 게 아닌 거고,'나'도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도 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더 소중하게 아끼며.

내가 현경 교수의 「미래에서 온 편지」를 받아본 것은 2003년 2월이었다. 히말라야 산속 마을에서 1년 동안 숨어살면서 한국의 젊은 여성들에게 여신 탄생의 비밀을 가르쳐주고 싶어서 썼다는 그 책은 여신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여신의 십계명’이라는 이름으로 들려주었다.

특정 종교인이 아닌 나로서는 ‘여신’이란 단어가 주는 불편함이 컸지만, 그런 어색함을 제외하면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그 편지를 읽고 나는 나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고 내 안의 나를 뜨겁게 안아주며 조금은 성숙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기독교인인 동시에 스스로 해탈하여 불교도이면서 신을 경배할 수는 없다.”
이러한 모순에 대해 갈등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며, 가끔은 갈등을 받아들이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에 감사한다. 그래서 나는 감히 ‘여신’의 자리에 ‘참 나(현경 교수가 언급한 True Self)'를 대신하기로 했다. 내 답은 거기서 찾기로 했다.

그동안 나는 ‘내가 원하는 큰 그림’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작은 퍼즐조각들을 모으고 있었다. 가끔 그 조각들이 서로 어울려 작은 그림이 되었고 그것에 용기를 얻어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다. 페미니즘은 내게 그러한 ‘작은 그림’을 선물해 준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또 선물을 받았다. 감사하다. 그리고 요약을 하다보니 현경 교수의 글만 옮기게 되었는데, 위의 열두 개 질문에 함께 답한 ‘Womanist’ 앨리스 워커의 목소리를 전한다.

***

인류 최초의 인간을 낳은 이가 누구인지, 그리고 이후 후손들을 잉태한 이가 누구인지를 여성이 상기해야 할 때다. 뒤지개를 들고서 여기저기 음식을 찾아 헤맸던 이가 누구인지를, 이후에 농업을 시작해서 기후와 날씨가 변했을 때에도 인류에게 먹을거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애썼던 이가 누구인지를. 우리는 나쁜 상황을 개선시키는 법을 알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면 시작된다. 그래서 ‘페미니즘’, 혹은 ‘우머니즘’이 그토록 중요해지는 것이다. 위험한 곳인데 여자가 가야만 한다면 사람들과 함께 가라. 명상하는 법을 배우고, 단련하는 법을 익히고, 강인해지라. 삶과 행복, 기쁨과 이 세계, 그리고 당신에게 속한 그 모든 것을 성심을 다해 믿으라. 그런 확신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가기 시작하라.

때론 우리의 건강함이 구원받을 수 있는 전부다. 때로는 가루받이를 열어놓은 하나의 소중한 씨앗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 씨앗은 유전적으로 자기를 파괴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식물들을 끊임없이 생산해낼 것이다. 우린 우리의 불운보다는 행운을 확신하기 시작해야만 한다. 우리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우리와 함께 이 세계를 변화시켜나가야 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너무 앞서나갈 필요는 없다. 언제나 출발하기에 적당한 자리는 우리 자신의 자아와 더불어 시작하는 곳이다. 자리에 앉아 깊은 숨을 쉬어보자. 한 번, 또 한 번. 세상이 요구하는 평화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내부에서 끌어내야만 비로소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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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10.27 09:30:18 *.118.67.206
잼있게 읽었습니다.
미영님의 마음과 모습이 글과 인용속에 그대로 녹아 있는 느낌입니다.
평범이 불행은 아니잖아요.
'열정과 결핍'에 보면 이윤기는 이렇게 말했을거예요.
[누구도 하루 여덟 시간, 꼬박 꼬박 한눈 팔지 않고 정진하는 사람을 당해낼 순 업다]고요.
미영님은 이미 그러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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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요한
2005.10.29 00:35:28 *.231.169.35
노진 사형 말처럼 재밌네요. 한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네요.
행위자가 되라는 말이 참 와닿구요.

민족주의가 그렇듯이 페미니즘도 나룻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강을 건넜으면 버릴 수도 있는 것으로서 말이죠.

'(한국)여성의 자기실현' 참 좋은 주제네요.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네요. 건강하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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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5.10.30 13:17:13 *.51.68.40
현경... 왜 회사 앞의 중국집이 생각나는지? ㅠ.ㅠ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앨리스 워커의 목소리는 윌 듀런트의 '역사속의 영웅들'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군요.
저도 요한님 말처럼 페미니즘이 반남성주의가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남자... 여자 없이 못사는 동물이기에 잘 보살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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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2005.10.31 10:28:30 *.239.12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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