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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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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11일 16시 08분 등록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알렌 B. 치넨 지음, 이나미 옮김, 황금가지, 1999)
30대 이후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16가지 이야기
Once Upon a Midlife
Classic Stories and Mythic Tales to Illuminate the Middle Years.. by Allen B. Chinen

알렌 B. 치넨.. 미국의 정신 분석학자로 현재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교 정신 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융 학파에 속하는 그는 옛날이야기와 신화를 통해 인간의 심리 현상을 해명하는 여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주요 저서로는 「젊은 여성을 위한 심리 동화」,「영웅을 넘어서」,「어른스러움의 진실」등이 있다.

<머리말>

이 책은 ‘왕자가 늙어 대머리가 되고 공주가 중년의 위기에 처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같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중년의 남녀가 가족과 일의 요구를 어떻게 아슬아슬하게 다루고 있는지, 또 자신에 대한 회의나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 어떻게 마음속에서 격투를 벌이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중년의 새롭고도 깊이 있는 의미를 어떻게 발견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중년의 이야기들은 한 가지 특성으로 구별된다. 주인공들은 늙지도 젊지도 않았고, 결혼을 했으며 살기 위해 일한다. 중년의 이야기들은 개인적인 실패, 결혼의 갈등, 비극들과 씨름하고 있다. 비록 이런 문제들은 중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중년에 가장 잘 드러나는 문제들이고, 보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는 아마도 이혼을 하거나 치료할 수 없는 병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중년의 주제란 정말로 연령을 뛰어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제1부> 서른 이후, 젊음의 마법을 풀어놓다

1. 젊음의 마법을 상실하는 중년(요정과 구두장이 - 독일)

대부분의 중년들은 자신들을 당나귀의 운명과 동일시할 것이다 순수와 자발성, 그리고 젊은이들의 자유는 포기한 채 짐만 잔뜩 지고 사는 짐승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쉽거나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성장에는 분명 슬픔과 비탄의 요소가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이행을 거치는 데 실패하거나 그렇게 하기를 거부하는데, 이는 또 다른 어려움을 초래하기도 한다.

자크는 창조성에는 두 가지의 기본적인 유형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불 속에서 나온 것처럼 뜨거운 창조적 작업이 있다. 이런 창조성은 미친 듯한 영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사라진다. 그 다음에야 두 번째 유형이 전면에 나타난다. 이를 자크는 잘 다듬은 창조성이라고 이야기한다. 만약 젊은이들의 창조성을 99%의 영감이라고 한다면 성숙한 창조성은 99%의 땀이다.

2. 중년기에 잃은 젊음의 이상들(마술 주머니 - 한국)

젊은이들의 신성한 야망 뒤에는 완전한 사회, 완전한 게임, 완전한 사랑 등 완벽성에 관한 이미지가 숨어 있다. 순수함과 야망에 가득 찬 젊은이들은 완벽함이 가능할 것이라는 짐작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생활과 부딪치면서 그런 꿈들은 결국 깨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왜 중년의 이야기에서 마법을 잃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작은 인간의 잘못들과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약점들이 완벽성에 대한 신성한 꿈을 깨버린다.

인간의 허약함과 실질적인 현실 세계는 젊은이들의 성스러운 이상을 가리게 마련이다. 게다가 여성들은 또 다른 장애물을 겪어야 한다. 대부분의 문화는 젊은 남성에게 자신들의 꿈을 쫓아가라고 격려를 하지만 여성들은 그 반대로 자꾸 방해를 받는다. 결혼해서 가정에 머물며 이이를 키우고 요리하고 입은 꽉 다물도록 교육을 받는다. 남자들이 마법의 상실을 받아들이느라 애쓰는 동안 여성들은 보다 끔찍하고 어려운 문제인 자신의 정체성과 자발성, 그리고 영혼과 자아의 상실이라는 문제와 싸워야 한다.

3. 젊음의 마법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어부와 언어 - 웨일즈)

이 이야기는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족 관계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이런 집에서 부모들은 너무 자신들 일에만 빠져 살기 때문에 아이들을 성숙하게 돌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되고 극단적인 경우는 영혼이 그냥 죽고 만다.

마법의 상실은 슬픈 게 아니라 발달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일 뿐이고 이를 거절할 때는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상실이란 단순히 마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서 가족으로 또 다음 세대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로 변하는 것뿐이다.

<제2부> 서른 이후, 남자가 가는 길과 여자가 가는 길

1. 중년 남녀의 성역할 바꾸기(고집쟁이 남편과 아내 - 페르시아)

성인의 발달 과제에 대해 연구한 초기 심리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융은 중년 남자들이 전통적으로 여성적인 기호나 필요들과 싸우기 시작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중년의 남자들은 젊은 시기에 그들을 움직이게 했던 힘과 지위에 대한 남성적인 경쟁 심리를 옆으로 치워버린다. 그 대신 그들은 관계와 감성에 대해 관심을 두는데 이들 특성들은 젊었을 때는 너무나 여성적인 것이라서 거부했던 성격들이다.

반대로, 여성들은 자신감, 자발성, 모험심 같이 전통적으로 남성 특징이었던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관심을 갖게 된다. 여성들은 어린 시절 사회가 소녀들에게 요구했던 복종적이고 자기 희생적인 역할을 벗어버리고자 시도한다. 융이 지적한 대로 ‘인생의 아침에 활짝 피었던 모든 이상과 가치관들이 인생의 정오쯤에는 바뀌게 되는 것이다.’

2. 중년기의 여성 해방(왕이 된 부인 - 중국의 위구르 문화권의 이야기)

중년의 이야기에서는 결혼은 일종의 유형지이자 감옥에 갇히는 일이며 억압이고 심지어는 죽음 그 자체와도 동등하게 취급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문화에서 보이는 어두운 진실을 반영한다. 사실 모든 사회에서 여성은, 특히 결혼 후에는 여러 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해진다. 여성들의 문학 작품 속에서 여성 주인공들은 미치거나 죽고 만약 불공평한 상황에서 저항하거나 도망치게 되면 혼자 살아야만 하고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한다. 여성 작가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문화적 현실 속에서는 결코 행복한 결말을 상상할 수가 없다.

중년의 여성들은 자녀들을 세상에 내보낸 다음 새로운 일을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사회가 만든 여러 가지 장애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이 놀랄 만큼 성공을 거둔다. 중국처럼 고도로 가부장제적인 문화에서도 중년 이후 대가족에서 여성들의 권위는 훨씬 더 커지고 남편들은 그저 상징적인 어른으로 남게 된다. 이런 예들은 가부장제적 전통의 방해 속에서도 여성들이 자신들의 타고난 재능과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보다 좋은 환경이라면 개인적인 자원들을 훨씬 더 빨리 되찾을 수 있고 자신들을 감출 필요도 없을 것이다.

3. 중년의 남자와 여자(피리 부는 왕비 - 러시아 민담)

소녀들은 생존하기 위해 진정한 자신들을 감추고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심리적으로는 동면기에 들어간다. 중년에 이르렀을 때야 비로소 다시 눈을 뜬다. 그들은 성역할의 금기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 자신들의 정체성, 에너지, 적극성, 생명력을 다시 선언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왜냐하면 이런 일들에 실패한 여성들은 중년 이후 정서적인 문제들 때문에 매우 불행한 삶을 살기 때문이다.

남성은 자신의 약한 부분과 고통을 감추도록 사회화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중년에 겪는 혼란과 의심을 감춘다. 남자들은 대개 작은 실망들을 여러 번 겪고 나서 자신들이 젊었을 때 가졌던 큰 야망들을 줄여나간다. 그리고 극적인 특별한 위기 없이 수년 간 적당히 타협해 나간다. 중년의 이야기들은 저속도 촬영 사진같이 느리고 점진적인 이러한 과정들을 빠르게 돌려준다. 고통은 오래된 방식의 사고와 행동을 태워버리고 새로운 길을 위하여 깨끗하게 청소된다. 여기서 새로운 요소들의 가장 중요하고 첫 번째 가는 것은 여성적인 것이다.

<제3부> 서른 이후, 운명을 받아들이다

1. 중년에 바라보는 죽음(죽음을 피할 수 없는 왕 - 중국)

죽음의 문제는 중년 이야기에서 특별한 것이다. 청소년 이야기는 죽음을 가볍게 다루고 젊은 영웅들은 대개 죽음의 신을 피하거나 속인다. 노년의 이야기들은 죽음을 단순히 삶의 한 사실로 다룰 뿐, 삶의 문제로 다루지는 않는다. 죽음의 공포는 실제의 삶에서 중년의 위기를 유발하고 공포가 크면 클수록 고통은 더 강렬해진다. 중년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의 세월이 아니라 죽을 때가지 남아 있는 나이를 생각할 때 시작하는 것이다.

젊은이에게 죽음은 극적이고 영웅적이며 낭만적이다. 그리고 젊은이와 여성은 사랑과 진실과 정의를 위해 기꺼이 죽는다. 그러나 젊은이들에게 죽음은 단지 추상적일 뿐이다. 중년의 남녀는 이런 환상은 버린다. 중년에게 죽음이란 엄연한 현실이며 단호하고 불가피한 것이며 영광의 문제가 아니라 한계의 문제인 것이다.

2. 죽음과 중년의 내면 여행(죽고 싶지 않은 남자 - 일본)

중년의 남녀는 일에 몰두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식이요법을 하면서 죽음의 불가피성을 부정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청춘의 감각을 되살리려고 나이 어린 연인들과 사랑에 빠진다. 불행하게도 동화에서 나타나듯이 이러한 노력 중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한다.

죽음과의 조우는 개인으로 하여금 평범한 일상의 삶을 긍정적으로 만든다. 숭고한 정신적 수양이나 세상을 버리는 대신 죽는다는 것은 중년의 남녀에게 세속적인 질서를 긍정하도록 촉구한다. 이 과정은 가슴을 저리듯 통렬한 아픔이 있을 수 있다.

중년의 여행은 근본적으로 내적 탐험이며 무의식으로의 순례 여행이다. 그 여행은 내면을 향한 심리적인 것이고 세상의 모험을 통해 물질적 보상을 찾으려고 헌신하는 청춘의 영웅적 탐구와는 완전히 다르다. 중년의 여행은 내면 여행이며 이 시기의 내향적인 태도는 더 나은 정신적 건강과 행복에 관련되어 있다.

3.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중년(운명의 신 - 달마시아)

운명이나 행운의 힘을 받아들이는 것은 고대 그리스풍으로 말하자면 비극적(tragic) 예견에 굴복하는 것이다. 비극은 불행한 결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형성하는 통제할 수 없는 힘을 통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 시절의 정신과 비교해 볼 때 중년의 비극적 관점은 우울하고 침울한 것 같아 보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년에 운명과 행운을 수용한다는 것은 자유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운명, 행운, 그리고 자신의 통제를 능가하는 힘과의 갈등 같은 문제가 중년의 대부분의 남녀와 부딪히게 된다. 운명은 또한 많은 형태를 띤다. 직장에서 물러나는 것, 자식들의 약물 문제와 씨름하는 것, 치매에 걸린 부모를 돌보는 것, 어떤 이름으로, 어떤 설명으로든 운명이나 행운은 중년에 그의 의무를 요구한다.

4. 중년기의 오이디푸스 갈등(운명을 이기려는 왕 - 인도)

아버지는 대개 아들에 대해 자부심과 애정을 느끼지만 또한 질투와 경쟁 관계도 느낀다. 이런 오이디푸스적 갈등은 중년에 심해진다. 유사한 갈등이 엄마와 딸 사이에 또는 대개 엄마의 모습과 딸의 모습 사이에서 일어난다. 중년의 오이디푸스적 갈등은 남성의 또는 여성의 심리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부모와 지도자 즉 다음 세대에 의해 어떤 방법으로든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심리를 다룬다. 중년의 오이디푸스적 질투를 이기지 못하고 베풂의 미덕을 발전시키는 데 실패한 사람은 자신의 괴로움과 분노로 소모되고 만다.

운명은 그것 자체로는 중년의 질투를 해결하지 못한다. 운명이 부여하는 것은 다소 비극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이다. 인간의 통제력을 능가하는 힘의 수용이다. 중년의 비극적 통찰의 발전은 남녀가 인생의 어두운 면을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운명이나 숙명의 힘을 깨닫고, 그들은 단지 일어나는 일에 대해 제한된 통제력만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통제하지 못한다 해도 어떤 책임도 없으며 어떤 자책감이나 비난도 없다. 중년은 불운과 실수에 대해 그들 자신을 용서하게 된다. 겸손과 동정은 비극적 통찰에서 나온다.

<제4부> 서른 이후, 삶을 깨닫다

1. 젊음의 추상적 이성 vs. 중년의 실리적 지혜(현명한 대답 - 러시아)

실질적인 삶의 문제에 부딪혔을 때 중년의 성인들은 젊은이보다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중년의 개인은 어떻게 추상적 이성을 사용하는지 알며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하는데, 그것은 왜냐하면 순수한 이성은 실제의 삶의 문제에 있어서는 실용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숙한 성인은 책에서 배우는 것과 삶에서 배우는 것을 구별하며 후자가 그들에게는 더 실리적이라는 것을 안다.

로고스는 추상적이고 우주적이고 이성적이고 지적이다. 그것은 자연과학, 수학, 철학의 본질이며 사심 없는 관찰자의 견해를 나타낸다. 반대로 에로스는 감정, 직관, 내적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 그것은 신화, 꿈, 인간관계의 언어로서 멀리 떨어져서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관련된 사람의 견해를 반영한다. 전통적으로 남성은 로고스로 시작하여 에로스를 포용하는 반면, 여성은 에로스로 시작하여 삶에서 로고스와 통합한다. 남녀 모두에게 있어 성숙이란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의 이성적 유형의 조화를 요구한다.

2. 악마의 도전에 대한 중년의 방어(솔로몬의 충고 - 이탈리아)

인생의 그늘진 면과 맞서야 하는 것은 중년의 중요한 일이 된다. 심리적으로 젊은 남녀는 악을 다른 사람에게 투영할 뿐 결코 그들 자신 안에 악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죽음과 비극과 악을 무시하는 것은 젊은이들이 낙관적인 생각과 희망을 갖는 데 도움을 준다. 악에 대한 관용은 중년의 미덕이다. 삶을 경험한 후 남자와 여자는 고통스럽게 괴로움과 악을 깨닫고 또한 종종 상황을 바꿀 수 없음을 깨닫는다. 중년의 지혜는 바로 이러한 비극적 통찰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3. 중년의 유머와 기지(밀고자 - 일본)

유머는 성숙의 징표이다. 유머는 깊은 공감력, 자기 확신, 그리고 창조적 재능과 비례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유머는 대처 능력 중 가장 고귀하고 성숙한 방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사람이 성숙하면 성숙할수록 보다 많은 유머를 사용한다. 한 사람의 심리적인 행복감이 클수록 유머 감각도 늘어난다.

아이러니란 어떤 것을 인지할 때 그것이 동시에 완전히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확신할 때 거칠게나마 만들어진다. 다른 말로 하면 아이러니란 두 관점을 동시에 견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농담이나 유머는 전형적으로 서로 같지 않은 관점이나 사건들이 연결될 때 우러나온다. 아이러니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은 중년에 주로 생기기 때문에 성숙의 징표이기도 하다. 성숙한 개인은 불확실한 것이나 파라독스를 견딜 힘이 있다. 의식적으로는 서로 모순되는 생각들조차 즐길 수 있는 것이다.

4. 중년의 고통과 치유(돌무덤 - 모로코)

중년들은 물질적인 관심에 빠져 있고 천천히 쇠약해지는 육체에 갇혀서 자연히 치유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아주 잘 움직여주던 젊은 육체는 중년이 되면서 신음하고 절름거리게 된다. 젊은 육체일 때는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던 과식과 과로도 이제는 녹록지가 않다. 상처들은 치유하는 데 시간이 점점 더 걸리고 원하지 않는 체내 지방은 점점 축적된다.

중년들은 인간 조건들의 비극적인 차원을 경험하고 나서야 보다 깊은 동정심을 배우게 된다. 이는 치료를 할 수 있게 하는 덕목이 된다. 보다 깊이 들어가면 고통은 자기 성찰과 자기 변형의 과정을 통해 치유로 이르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질병이란 각 개인들에게는 자신들의 삶을 반성하고 그들의 어두운 부분인 잘못과 단점, 악덕들을 반성하게 한다. 자기 반성과 재생이라는 치유의 과정은 사실 정화의 경험이다.

5. 재생과 지하 세계(뼈 맞추는 사람 - 일본)

중년에서 상극이란 매우 뚜렷하게 보인다. 특히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의 이중성이 그렇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게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는 모든 세계의 신화에서 원형 이미지로 만들어진다. 역할의 뒤바뀜은 특히 치료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하다.

치료의 능력이나 파괴의 행위는 중년이 되어서야 완전히 등장한다. 이는 젊은이들은 분노나 성욕같이 악마적이고 강력한 본능들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중년이 되어서야 젊은 시절의 억압이 사라지고 거칠고 다듬어진 정신적 에너지들이 전면에 나선다. 비록 처음에는 무서워하지만 마치 화산이 폭발되는 것처럼 이런 원시적인 리비도들이 나오면 치료에 필요한 심리적 에너지들을 제공해 준다.

6. 인생의 샘(황금나무 - 인도의 유대인 전설)

양성성이란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의 대안이자 하나의 가능성이다. 각 개인은 그들이 생물학적으로 남성이건 여성이건 간에 자기 내부의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을 다 발전시켜야 이상적이다.

이야기는 상상력이란 시원적 샘물과 인간 영혼의 창조성이라는 보다 깊은 실재로부터 솟아났다. 그리고 이는 중년을 병들게 하는 전복과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통찰과 재생 그리고 치유가 기다리고 있다는 중년 이야기들의 궁극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에필로그 - 중년의 길>

중년에는 젊은 시절에 노력과 투쟁으로 성취한 것들이 파괴되고 새로 만들어진다. 첫 번째 전복은 젊은 시절의 마법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들은 생활을 꾸려나가고 가족들을 부양하면서 자신들의 이상과 타협해야만 한다. 순수함은 일로 바뀌고 이상주의는 현실주의로 바뀐다. 그림 형제의 ‘인생의 시간 동안’이라는 이야기에서 중년이란, 짐을 잔뜩 싣고 가는 가축에 불과한 당나귀일 뿐이다. 그러나 이런 책임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지구를 떠받들고 있는 아틀라스처럼 중년의 남자와 여자들은 젊은이를 먹여 살리고 노인들을 부양하며 이 사회의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들 의무들을 만족시켜 주는 보다 깊은 만족이 있다.

두 번째 전복이 다음에 일어난다. 여성들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그들이 겪는 억압을 알아차리고 그들의 재능과 자신감을 키우며 사회적 금기들을 던져버린다. 남자들은 반대로 자신들이 오랫동안 억압했던 여성성에 대해 새롭게 탐색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유약함에 대해 인정하며 관계의 중요성을 알기 시작한다. 목표는 오히려 균형과 통합에 있다. 중년이 되면 남자와 여자들은 권력과 무기력, 자발성과 관계성, 승리와 고통에 대한 지혜를 직접 경험한다.

중년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극이 악한 사람들뿐 아니라 덕을 갖춘 사람들에게도 일어난다는 사실과 죽음이 모든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부분의 남녀 모두를 가장 진지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 자신이 희생자일 뿐 아니라 악한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고 악함이 남들뿐 아니라 그 자신의 마음에도 존재한다는 점을 배우는 일이다. 자신의 한계에 대한 자각이 젊은 시절의 끝없는 희망을 대신한다. 운명이 믿음을 가리게 하는 것이다.

기지와 아이러니는 중년에 겪는 일 중의 유예, 즉 모라토리엄이기도 하다. 중년들은 그들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유머는 하나의 대안이다. 짐만 싣고 살아야 하는 당나귀와는 달리 인간은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만들어낸다. 그리고 정말 마술처럼 농담과 이야기들은 짐을 덜어준다. 유머가 영웅주의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 더욱 기적적인 것은 사람들은 위기에 깊숙이 빠졌을 때 치유의 힘을 발견해 낸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깊은 치유력과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자신들의 고통으로부터 재기할 수 있다.

중년의 목표는 어린 시절의 문제들을 단순히 풀어버린다든가, 사적인 고통들을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때에 이르러 완전한 인간으로서 전통적인 사회 역할에서 벗어나 밝음과 어두움, 남성성과 여성성이 통합된 생을 껴안도록 요구된다. 그리고 이것은 대개 각 개인들이 인생의 어두운 부분을 다루는 힘과 지혜를 갖추어 그 둘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때 가능하다.


***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은 ‘젊은 여성을 위한 심리 동화’에 비하면 훨씬 매끄럽게 읽혔다. 저자의 고백대로 자신의 사적인 경험을 그려가면서 ‘여성적인 측면’을 발휘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면에서 울려나오는 여성적인 측면을 만족시키는 일이 ‘공포와도 같았다’고 표현을 한 것을 보면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낯선 용기’를 필요로 하는 부분인 듯하다. 어쨌든 저자의 솔직함 덕분에 책읽기는 흥미로웠다. 특히 중년의 특징 중 하나인 성역할 바꾸기는 자주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전형적으로 젊은 남자들은 성취의 기본적인 원천으로 일의 성공을 생각한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 그들은 동료들과의 관계나 가정에서의 행복을 보다 강조하게 된다. 나이 든 남자들은 사실 점점 더 집안의 잡다한 일을 더 하게 되고 자신의 용모에 관심을 더 많이 갖는다. 반면에 여성들은 전통적인 주부 역할을 포기하고 개인의 성취에 훨씬 더 관심을 두며 새로운 직업을 시작하거나 또 다른 교육을 받기도 한다. 이때쯤 되면 여성들은 예쁘게 자기를 장식하는 일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훨씬 더 독립적으로 변한다.」

남편은 언젠가 내게 이런 얘기를 해 주었다. ‘내가 결혼한 김미영은 어디로 갔나? 넌 도대체 누구냐?’고.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자기 얘기는 전혀 안하던 애가 어느 날 갑자기 쏟아놓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대로라면 내겐 ‘중년’이 꽤 일찌감치 찾아왔던 것 같다. 7살에 입학을 하고, 직장생활도 18살 겨울에 시작했으니 남들보다 조금씩 빠르기는 했지만 30대에 맞이한 중년은 특이할 만하다. 아니, 어쩌면 의도적으로 ‘중년’을 준비했는지도 모른다. 그건 아마도 준비 없이 맞이했던 나의 지난 시간에 대한 반성이었을 것이다.

부모에게서 벗어나는 합법적인 독립의 방법으로 결혼을 선택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아이를 낳고 키웠던 시간동안 난 참으로 엄청나게 깨졌었다. 육아를 통해서 모성이란 이름의 책임감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함께 호흡하는 아이들을 통해서 나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게 되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혼란스러움을 정리조차 하지 못한 채 시간은 마구 흘러갔고 갈수록 지쳤고 수없이 후회했고 아주 많이 아팠다. 이런 나에겐 ‘준비된 40대’를 맞이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 책의 제목대로라면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가끔씩 나는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명쾌하게 그 의심을 없애주었다. 내가 잘 하고 있다는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작은 용기를 덤으로 챙겼다. 그래서일까? 늙지도 젊지도 않은 ‘중년’이라는 이름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물론 오늘도 난 전쟁 중이다. 신나는 방학을 즐기는 아이들과, 집에만 오면 환자가 되는 엄살쟁이 남편과, 살림에서 땡땡이 치고 싶은 나와, 오만 가지 생각을 쏟아내고 싶은 또 다른 나와, 아직 깨어나지 않은 무수한 나와 벌이는 전쟁 말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종합선물세트로 겪고 있는 김미영. 화이팅이다!

「남자와 여자가 더 이상 젊게 느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늙은 것도 아닌 때, 또한 남성성과 여성성, 선과 악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할 때, 그러나 나를 혼란시키는 와중에 떨어지는 느낌이 들 때, 세계의 4분의 3을 지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또 다른 제5의 방향을 발견하게 되어 이 모든 것을 함께 쥐려고 할 때,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의 중심에 깊이 존재하는 시원적인 인생의 원천과 마주하게 되고 이런 신성한 내적 자원이 또 다른 중심으로 새롭게 변해 보다 긴 여행의 첫 디딤돌로 작용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쉬지 않는 모색은 중년과 중년의 이야기의 주제이다. 그리고 바로 이 중간 지점의 정신이 퉁합과 변환 그리고 인생 그 자체인 것이다.」


IP *.210.111.168

프로필 이미지
박노진
2006.01.11 21:36:50 *.118.67.206
'인생으로의 두번째 여행'이 무척 보고 싶었는데 ...
나도 좀 구해 주세요?
프로필 이미지
김미영
2006.01.12 11:59:31 *.210.111.168
선물을 원하신다는 말씀으로 이해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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