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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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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20일 17시 48분 등록
비블리오테라피 (조셉 골드 지음, 이종인 옮김, 북키앙, 2003)
독서치료, 책속에서 만나는 마음치유법
Read for Your Life.. by Joseph Gold

조셉 골드.. 런던 태생으로 위스콘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39년간 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24년을 캐나다 워털루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미국 결혼생활 및 가정 치료 협회의 임상회원으로 있으며 현재 북부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개인 상담소를 운영 중이다. 또한 문학작품을 교육과정의 중심에 두려는 투쟁을 오랫동안 해왔다.

* Bibliotherapy : 'biblio'는 그리스어로 ‘책’을 뜻하는 단어로서, 비블리오테라피는 독서를 통한 심리치료를 말한다.

<제1부> Read For Your Life

1. 읽고 싶은 것을 읽어라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보살펴주는 이야기, 복잡한 경험의 미로를 자신 있게 걸어가게 해주는 이야기, 대안적 인생을 꿈꾸게 해주는 이야기를 읽음으로써 인생에서 부딪치는 문제에 대한 대응능력을 회복한다. 우리는 남들의 정돈된 경험을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빠진 갈등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한층 넓힐 수 있다. 문학은 심리적, 정신적 건강의 수단이다.

2. 당신의 느낌을 믿어라

나는 모든 문학이 결국 인생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타당한 독서방법으로 승인되어왔던 상징 찾기나 기타 문학 분석방법은 하나의 특수한 읽기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말하자면 팬케이크를 뒤집는 것 같은 특수한 종류의 기술이다. 보통 독자들의 경우, 재미있게 읽은 책에서 상징이나 숨겨진 기호를 발견했느냐 못했느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독자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삶과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재미를 얻어냈는가 하는 것이다.

3. 삶과 연결된 책읽기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겉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어두운 구석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진실은 종종 말해지지 않은 부분에 들어있는 것이다. 가장 좋은 글은 말로 묘사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드러내면서 불가능한 것을 표현한다. 훌륭한 작가가 자신의 경험과 세계인식을 동원하여 써낸 뛰어난 문학은 흥미로운 거짓말 또는 매혹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 이야기에는 작가정신의 반영인 진정한 세계인식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제2부> 책읽기와 시간

4. 책과 함께 다시 만들어 가는 과거

과거가 불변이라는 생각은 하나의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 자체는 변하지 않겠지만, 기억 속에서 그것의 의미, 이해, 해석은 인생의 큰 그림이 바뀜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정신치료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에 대한 관점을 바꿀 목적으로 과거를 탐구한다. 우리는 과거를 다르게 봄으로써 그것을 바꿀 수 있다.

억압된 기억은 결코 끝까지 잠자코 있지는 않는다. 정서적 반응, 고통의 반응은 당사자가 원인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불쑥불쑥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강력한 정서를 환기하는 소설(이나 시)을 읽을 때, 그 정서와 관련된 기억은 의식 속에 떠오르기를 거부할 것이다. 하지만 독자의 정서적 반응은 책을 읽는 당시에도 그렇고, 언젠가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런 반응을 하나의 정보원으로 활용해서, 그 정서를 통해 기억, 경험, 태도를 발굴해낼 수 있다.

5. 현재의 내 느낌을 책 속에서 만나기

슬픔, 분노, 즐거움, 공포, 정욕, 당황, 수치, 놀람, 적개심, 경멸, 질투, 상냥함, 좌절 등의 느낌은 언어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것은 인간이 두 발로 걷는 동물(호모 사피엔스)로 진화되어 나오는 과정에서 언어에 앞서 느낌이 먼저 발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언어로 ‘생각’하기에 앞서서 우선 느낀다. 언어는 생각이다. 느낌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으로서 인간의 본성 중에 동물적 부분과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문학은 우리 대신 느낌을 표현함으로써 우리의 느낌을 발견하게 해 준다. 앞에서 나는 느낌이 인간의 반응 중에서 언어로 표현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스토리는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느낌을 표현한다. 우리는 언어와 일치되어 그 느낌을 경험한다. 픽션은 느낌에다 맥락을 제공해주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픽션은 독자 자신이 직접 제시하지 못하는 언어를 사용하여 맥락을 제시한다. 독자는 그 언어에 정서적 내용물을 제공함으로써 자아의 감춰진 부분을 의식하게 된다.

6. 독서는 예방주사다

우리는 우리의 유전자 프로그램, 말하자면 원재료와 우리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의 종합으로 구성된다. 즉 원재료가 어떻게 가공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사람됨이 결정된다. 우리에게 벌어진 일, 우리가 지금껏 해온 일은 우리가 장래에 하게 될 일에 영향을 미친다.
과거는 너무나 중요하여 우리의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독서를 통하여 과거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꾸고 나아가 과거를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미래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미래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과거의 정보를 활용한다. 피드포워드는 미래의 행동을 계획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정보를 사용하는 과정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들 앞에 놓여 있는 문, 말하자면 통찰의 문, 지각의 문, 상상의 문을 여는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 발생하지 않은 일에 대한 스토리를 읽음으로써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날지 모르는 그 일에 대한 대비책을 세울 수 있다. 미래의 유사한 문제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다.

<제3부> 독서를 통하여 성장하기

7. 독서가 아이의 상상력을 키운다

전문가들은 유아자살이 실제로 일어나며 또 어린아이들도 삶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리는 때가 있다고 말한다. 아이가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려면 아이에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사랑을 베풀고, 관련지식을 잘 알고, 편집증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이것은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동화의 언어는 ‘느껴진’ 체험에 호소한다. 언어를 단 하나의 의미에만 국한시키는 것은 언어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어린아이에게는 잔인, 야만, 욕정, 교활, 불안, 수치 같은 정서를 표현하기 위한 추상적 언어가 없다. 어린아이는 추상적 이름이 아니라 ‘행동’을 인식하고 자신의 느낌을 파악하고 통제하면서 마음속에서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다. 동물은 하나의 기호, 표시, 상징으로 기능한다.

판타지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은 일상적이고 규범적인 것을 뛰어넘어 시공간을 재배치하는 능력이다. 친숙한 것을 변형시켜서 기이한 것, 그럴 법하지 않은 것, 자연과학의 보편법칙을 위반하는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고정적인 생활의 논리를 파괴하는 꿈꾸기 능력은 창조력의 한 부분이다. 우리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 아직 발명되지 않은 것, 아직 우리와 관계없는 것을 꾸준히 상상함으로써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

8. 질풍노도 시기의 동반자

십대 중‧후반의 아이들은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된다. 독서는 젊은이들이 모험과 위험한 상황 속에서 느끼는 정서에 적절히 반응하는 가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무엇보다 공포를 느껴야만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허망한 유쾌함을 끊임없이 제공하면서 우리의 절실한 느낌과 불안을 외면하는 오락물은 따지고 보면 우리를 모욕하는 것이다. 우리의 공포는 표현되고 이해되고 실제로 연습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자아는 그 스토리에 의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제4부> 어른으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

9. 결혼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하나의 스토리로 조직한다. 그런데 한 가지 나쁜 것은 우리가 부모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소식도 있다. 스토리는 얼마든지 새로 쓸 수 있는 것이어서, 새로운 경험을 적절하게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학은 우리에게 현실과 그것의 복잡성을 보여주고 인생의 함정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생존방법을 가르쳐준다.

결혼생활은 종종 가치와 신념, 도덕의 문제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흘러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생의 가치와 목적, 신념을 다루는 진지한 질문에 때로는 당황해한다. 자기의 느낌과 배우자의 느낌에 대한 존중, 타협에 대한 정직한 태도는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 당신의 느낌과 연결된 책을 찾아보라, 독서는 당신이 얘기하고 싶었으나 미처 직접 거론하지 못한 여러 문제를 제기해줄 것이다.

10. 별거, 이혼 그리고 그 밖의 기회

많은 사람들이 결혼이 인생의 끝이자 최종목표인 듯 생각한다. 이제부터 우리는 앞으로 영원히 행복하게 살리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완성되고 행복은 보장되었으며 우리의 운명, 부모, 교사, 친구들은 만족스러워한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 때, 우리의 인생, 사회, 건강이 별거를 요구할 때, 우리의 배우자가 사고 또는 자발적 의사로 우리를 떠났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책망한다.

안타까운 일은, 이혼한 사람들이 보통 ‘수치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독신이 되면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변명하고, 실패하고 남을 실망시켰다는 느낌을 지닌다. 상실, 급격한 변화, 좋은 것이 사라졌다는 느낌도 수반된다. 과도기를 넘기는 데는 시간, 일, 용기, 생각, 정직함이 해독제가 되어준다. 또 다양한 활동, 친구, 대화, 독서도 도움을 준다. 이혼이 사별과 다른 점은 당황, 실망감, 자책감의 강한 엄습이다. 때로는 진정한 안도감 또는 탈출에 성공했다는 의기양양함도 느낄 수 있다.

11. 죽음은 끝이 아닌 삶의 일부

독서도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독서를 제대로 하자면 생각과 에너지, 집중이 필요하다. 독서는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생각과 기억,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에게는 슬픔에 매달릴 시간, 잃어버린 사랑에 집착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당신이 당신 자신의 어느 한 부분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면 아픔, 분노, 박탈감, 버림받은 느낌을 품을 것이다.

슬픔 속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표현되지 못한 느낌을 문학의 힘을 빌어 표현하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자신의 느낌을 멋지게 표현하는 재주를 지닌 사람은 인류의 귀중한 자산이다. 그들은 우리가 이루어내야 하는 적응과 생존을 돕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을 대단히 어려워한다. 그래서 우리는 소설가나 시인 같은 전문가가 우리를 도와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제5부> 우리 시대의 문제들과 책읽기

12. 금지된 것에 저항하기

당신이 픽션 속에서 읽게 되는 언어는 당신의 감각을 활발하게 가동시킨다. 당신은 그림을 볼 수 있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당신이 텍스트에 이런 그림과 소리, 냄새를 ‘공급’하려면 먼저 당신의 기억창고를 동원해야 한다. 당신 자신만이 그 텍스트에 ‘당신의’ 읽기 재료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당신은 기억을 연습시키게 된다. 문학은 당신이 당신의 기억을 가동시키게 도와준다.

메타포(은유)는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살짝 옮겨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 둔갑시키는 언어의 힘이다. 고체가 액체가 되는가 하면 눈이 애무를 하고 실망감이 혀의 씁쓸한 맛으로 바뀌는 것이 구체적 사례이다. 언어에 은유와 이미지를 추가함으로써, 우리는 제 입장을 잘 표현하고 의사소통을 생생하게 하며 너무 익숙하여 죽어버린 언어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13. 누구나 늙는다

나이 든다는 것이 대지의 탄생, 죽음, 부활의 사이클과 관련이 있음을 깨닫는 것은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늙은 사람에게도 봄은 여전히 찾아오고 잎새는 여전히 푸르며 새들은 여전히 노래 부른다. 나이 듦에 대해 보이는 거부와 당황은 우리 자신에 대한 경멸감의 한 표현이다. 노년을 대비한다는 것은 곧 중요한 것, 가치 있는 것, 우리가 직접 하기를 바라는 것을 재평가하는 기회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큰 정신적 괴로움을 수반한다. 죽음, 최종결산, 마지막 단계라는 현실을 날카롭게 인식하게 되면, 젊은 날의 사건이나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지도했던 가르침에 회의를 품게 된다. 많은 사람이 노년에 도달하면 더없이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된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늙음과 죽음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 단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모르고 있을 뿐이다.

14. 고통의 순간을 넘어서

놀라운 점은, 필요한 책을 찾아내는 방법을 잘 몰라도 사람들이 결국은 그것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자기가 읽은 것에서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특정한 소설에서 받는 감동적인 인상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중요한 요소는 독서를 할 때의 심리상태, 분위기, 필요이다.

독자는 자신이 필요한 것은 받아들이고 불편한 것은 거부한다. 그러나 때때로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의 까다로운 부분에 직면하는 것도 치료과정의 하나가 된다. 가령 분노와 공포, 근심, 좌절이 병을 일으키고 우리의 행복을 방해한다고 해보자. 환자는 책을 읽으면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질병이 주는 권태와 불편함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 있고 자신의 상황을 새롭게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15. 또 다른 세상, 더 넓은 세계

당신이 외롭다고 느끼거나 남에게 이해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당신의 입장에 대한 느낌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 문학에게 도움을 요청해보라. 문학은 당신에게 당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모델을 제공하고 또 분명한 목소리를 제공한다.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말을 잘 못하는 독자들은 자신을 대변해줄 목소리를 필요로 하게 된다.

16. 새로운 문학교육에 대한 제안

우리는 나이 먹는 사람, 아이를 키우는 사람, 상실을 슬퍼하는 사람, 모험을 꿈꾸는 사람, 친구를 사귀면서 죽음에 대비하는 사람, 이 모두를 겨냥하여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독서의 상실은 곧 총체적인 상실이 될 것이다. 우리의 자연계, 우리의 숲과 시내와 들판, 우리의 음식과 공기와 빛, 시인과 작가들이 칭송했던 이 마법, 아름다움, 위로는 그것을 보고 느낄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작가들은 우리에게 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느낄 것인지 가르쳐준다.

<제6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17. 독서는 3L이다

독서는 결국 3L이라는 말이 있다. 곧 문자해득능력(Literacy), 여가(Leisure), 도서관(Libraries)이 그것이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대체로 생각하듯 도피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우리 자신에게서 도망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혼란에서 잠시 구조될 뿐이다. 우리는 재조직하여 재생하는 것이다.


***


이 책은 문학작품을 심리치료에 이용하는 독서치료와 그 효과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독서치료의 대상이라는 것이 전문적인 치료를 요구하는 신경증환자라기보다는 크고 작은 아픔의 기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일상의 우리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에는 낯설지 않은 문학작품들과 여러 상담사례를 통해 일상의 독서활동이 상처받고 불완전한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고 위안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동, 청소년, 노년층을 위한 독서치료의 가능성을 세분화하고 성년기에 처할 수 있는 위기상황과 스트레스, 불안에 시달릴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문학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지난 시간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철없던 어린아이에서 조용한 사춘기를 거쳐서 갑자기 성인이 되고 후다닥 결혼을 했던 나는 이제야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각각의 시기에 해당되는 부분을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장면들이 새삼스러워 미소 짓기도 하고 가슴 먹먹함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랬던 기억 중 하나는 이렇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가 나에게 한 유일한 투자는 책을 사서 읽는 일이었는데 인터넷을 몰랐던 그때는 책이 유일한 정보원이기도 했다. 큰아이 돌 무렵이던가. 여느 때처럼 술에 취해 귀가한 남편이 화를 내며 책을 찢은 적이 있었다. 대화도 별로 없던 내가 읽던 책 제목이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그 책의 제목은 ‘여보, 우리 이혼하면 행복할까?’였다.

그리고 기억 하나 더. 시간이 지나 어느 날 문득, 나도 모르게, 남편이 나의 선녀 옷을 감춰둔 것처럼 느끼게 되었었다. 갑자기 나는 ‘선녀’가 됐고, 남편은 ‘나무꾼’이 되어 있었던 거다. 그리고는 남편에게 내 날개옷을 내놓으라고 징징거리곤 했다. 물론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로 알아주지도 않는다는 원망을 덧칠한 상태였다. 삐걱거릴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당연히 내게 있었다. 나는 나의 고민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었다. 그리고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남편에게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내 화의 근원이 나 자신이라는 깨달음은 의미 있는 신호였다. 그때부터 나는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제대로 된 길을 걷게 되었다. 내게 없었던 것은 ‘날개옷’이 아니라 ‘자신감’과 ‘독립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독서는 나에게 삶을 위한 연습이다. 내 인생을 향상시키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이고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행위들이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보게 하는 힘을 주고 내 상황을 직면하게 하는 훌륭한 도구이다. 상상력이 부족한 내게 날개를 달아주고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멋진 친구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대로 독서는 나의 심리치료사인 것이다.

좋은 친구를 추천해 준 홍승완 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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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꿈나무
2006.01.24 09:47:01 *.232.174.217
뵌적은 없지만 진정한 의미의 독서를 참으로 열심히 하시는 미영님. 드디어 이 책을 만난 분을 찾게 되어 더욱 반갑습니다. 전 이 책을 보게 된지가 한 2년전인거 같은데 우연히 서점에서 다른 책을 고르다 끌려서 읽게 &#46095;었는데요 참 좋았었습니다. 읽는다는 것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었구요. 스스로에게도 많은 위로가 되더군요. 좋은 책 만나신거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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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2006.01.24 12:37:28 *.210.111.168
아! 이 책을 읽으셨군요..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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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물
2006.02.16 13:55:46 *.236.202.105
미영님, 대단하신 분이세요. 3년전 제 마음을 사로 잡았던 구본형씨가 우연히 생각나서 와 보았어요. 이 사이트가 아직도 있으며 회원들도 아주 많아진것 같고 많이 발전되어 있는것 같군요. 오늘 처음인데... 미영님의 글 너무 가슴에 들어 오는군요. 어떻게 마음속에 있는 내용을 글로 그렇게 잘 표현하시는지 대단하시네요. 너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앞으로도 많이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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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2006.02.20 12:10:25 *.210.111.168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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