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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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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20일 20시 25분 등록
코리아니티 경영 (구본형 지음, 휴머니스트, 2005)
지구를 유혹하는 소프트파워

구본형..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으로 활발한 강연,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7년 동안 10권의 저서를 통해 인문학과 경영학의 다양한 접점을 모색한 그는 앞으로 10년 동안 100명의 연구원들과 함께 한국과 세계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 어울림의 방식을 다루어 보려 하고 있다. 저서로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에서의 아침>, <월드클래스를 향하여>, <떠남과 만남>,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사자같이 젊은 놈들>, <일상의 황홀> 등이 있다.


|프롤로그| 모방과 추종을 넘어 선도의 자리로

추종을 통해서는 리더의 자리로 진입할 수 없다. 어떤 리더도 다른 사람을 닮으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모방은 리더의 속성이 아니다. 닮으려는 자, 그가 바로 추종자인 것이다. 스스로 역할모델이 되는 것만이 리더십을 쥐고 지속적인 성장으로 가는 길이다.

가장 훌륭한 전략은 싸우지 않고 번영하는 것이다. 남들이 감히 들어올 수 없는 특수성, 이 특수성의 보편 가치화가 바로 우리가 가야 할 ‘세계화(globalization)'의 전략 방향이 되어야 한다.

<1부> 코리아니티 문화경영

1장. 왜 코리아니티인가?

▶ 고독한 영웅 vs. 무리 속의 나
한국인들은 대개 ‘우리’와 ‘나’ 사이에 있다. ‘우리’라고 부르지만 늘 ‘나’를 생각하는 것이 한국인이다. 한국인들은 조직 속에 자신의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이름(名) 또는 격(格)이라고 불렀다. 이 자리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넘나듦이 가능한 유동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와 나’는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이면서 나’일 수 있는 것이다. 이 파격과 일탈이 만들어낸 새로운 어울림이 바로 멋이다.

▶ 단기성과주의 vs. 장기적 안목
한국인의 시간 인식은 이중적이고 혼합적이다. 여유와 느림의 나라이기도 하고, 빨리빨리의 나라이기도 하다. 모순을 버무리는 능력이 탁월한 한국인들은 시간 역시 이중적 모순의 조화로 이해했다.

▶ 점진적 개선 vs. 파격적 혁신
한국인은 기질적으로 점진적 개선을 선호하지 않는다. 멋이란 평범하고 정상적인 것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멋은 새로운 조화를 추구하는 파격의 변형력이며 에너지인 것이다. 실제로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요소는 ‘개혁에 대한 요구’와 ‘기업가 정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 보편주의 vs. 특수주의
한국인들의 윤리의식과 진리에 대한 판단 기준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전통적 지식계급이었던 선비의 정신 세계를 살피는 것이 마땅하다. 선비들에게는 마땅히 지켜야 할 당위적 가치가 존재했다. 선비 정신은 스스로 ‘수치를 아는 것’이다. 수치를 아는 사람은 부패할 수 없고 타락을 묵인할 수 없다. 이것은 우리가 물려받은 가장 훌륭한 정신적 유산이다.

▶ 수직적 작용 vs. 수평적 작용
권위는 존중하고 훌륭한 에너지로 활용하되, 권위주의는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수직적 권위주의는 도처에서 수평적 속성들이 자생해 나오려는 힘을 꺾고 부러뜨림으로써 조직을 과거의 반복적 증식 속에 빠뜨렸다. 그러나 미래는 과거를 통해 축조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방과 추격의 시대가 아니라 도전과 창조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2장. 코리아니티 핵심 5가지

▶ 코리아니티 1-남들만큼은 되어야 한다
고맥락 사회인 동양에서는 인간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유동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주변 맥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관계 지향적인 한국인들은 공동체를 떠나서 살기 어렵다. 공동체에 대한 충성심도 대단히 높다. 따라서 미국인들에게 적합한 ‘떼어내기’, 예를 들어 해고나 스핀오프(spin off)가 한국인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감정적 공황을 낳는다.

▶ 코리아니티 2-‘우리’ 속의 ‘나’
한국인에게 공동체는 자궁이다. 자신을 품어준 집단의 탯줄을 통해 배우고, 경험하고, 실험하면서 그 집단을 빛낼 또 하나의 전문가로 성장해간다. 그리하여 스스로 훌륭한 추종자를 보유하는 또 하나의 유파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 속의 작은 기업가가 되어 자신의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처럼 활동하다가 때가 되면 진짜 자신의 회사를 차려 독립하며, 모기업과 우호관계를 맺고 훌륭한 동지와 파트너로서 관련 영역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비즈니스 클러스터를 만들어가는 것은 기업에게나 개인에게나 멋진 기회일 것이다.

▶ 코리아니티 3-모순을 껴안는 힘
한국인들은 ‘이것 아니면 저것’을 선택하라고 할 때 마음이 편치 않다. 이것은 이것대로 옳고 저것은 저것대로 옳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순을 껴안는 힘은 내면에서 그 모순을 회통시켜 새로운 조화와 균형을 창조해내는 한국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모순은 갈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조의 동인(動因)이 된다.

▶ 코리아니티 4-거친 생명력과 흥청거림
한국인의 역동성과 생명력이 최근 들어 자연스러움을 잃고 다만 거침 그 자체로 남는 것을 종종 본다. 멋과 마음이 사라진 대강대강과 빨리빨리의 날림으로 흘렀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흥청거림이 물질적 낭비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즐기는 정신적 여유와 흥이었다는 점 역시 간과되었다. 조금은 거친 듯하면서도 대범하고 내면의 빛을 간직한 생기가 다시 한국인 고유의 매력이 될 수 있도록, 이 싱싱한 코리아니티를 더욱 발전시키고 진작시킬 일이다.

▶ 코리아니티 5-명분과 배움, 선비정신
윤리 원칙을 지키는 경영, 지구가 견딜 수 있을 만큼 절제된 자원의 배분,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긴 경영철학, 공동체와 상생하는 개인, 현장에서 계속되는 평생학습, 기회주의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묵묵함,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정신, 세계와 자연에 마음을 여는 열린 자세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식은 건강한 기업경영에 절대적 도움을 준다. 바로 이것이 경영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현대의 선비정신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여기서 너무 멀어져 있었다. 본래 가지고 있는 훌륭한 유산을 돌아보지 않고 그보다 못한 남의 것을 베껴와 찬양하곤 했다.

▶ 21세기의 흐름과 코리아니티
‘코리아니티와 세계화’라는 주제를 탐구하면서 내가 발견한 점은 21세기의 흐름과 코리아니티가 매우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1세기 미래 조직의 운영과 개인의 활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키워드로 글로벌리제이션, 기술, 속도, 지적자본과 지식, 고객화, 지속적 성장 등을 꼽는다.

3장. ‘나의 길’을 간 성공 기업들

▶ 캐논-사람을 절대 버리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작업자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나에게 일이 주어진다는 수동성에서 내가 제품을 만든다는 능동성으로 전환되었고, 능동성과 보람은 1인당 생산성을 1.5배 높이는 동기로 작용했다. 숙달을 통해 생산라인의 작업자 수가 줄어드는 것을 캐논에서는 활인(活人), 곧 사람을 살린다고 한다. 생산현장의 낭비가 줄고 생산성이 높아짐에 따라 약 2만 7,400명의 인원이 필요 없게 되었지만, 캐논은 인원을 감축하지 않았다. 대신에 이들을 모두 성장성이 더욱 높은 부서로 이동 배치했다.

▶ 노키아-가장 핀란드다운 사업모델
핀란드는 국토의 70%가 삼림이다. 그리고 전 국토의 10% 정도 되는 호수와 늪지가 그 숲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인구밀도가 낮은 핀란드 사람들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애를 써왔다. 이들에게 '거리(distance)'는 늘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한편 무뚝뚝하고 웅얼거리는 듯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바로 전형적인 핀란드인이다. 즉 텔레커뮤니케이션은 핀란드의 정체성에 가장 적합한 비즈니스 분야였다.

▶ LVMH-프랑스식 삶을 팔다
글로벌 패션명품 기업인 LVMH(Louis Vuitton, Moet, Hennessy)는 고급 소비재 산업의 대명사다. 이 기업은 프랑스적 특수성이라는 내수형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국제화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사치산업이 프랑스를 기반으로 발전한 이유는 프랑스의 귀족적 생활양식이 세계 시장에서 특별한 고객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곧, 삶의 양식을 상업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프랑스의 사치산업은 경제활동에서 차지하는 문화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 유한킴벌리-배우자, 함께 가자
윤리경영의 핵심은 건강한 정신과 이 정신이 구현되는 현장성에 있다. 다시 말해 그것은 경영의 현실 속에서 구현된 생활과 실천의 철학이다. 지속적인 윤리경영은 결과적으로 그 기업에 대한 사회적 존경과 고객의 신뢰를 얻게 해주는 가장 훌륭한 홍보이며 이미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유일한 박사의 기업정신에 뿌리를 두고 문국현 사장에 의해 계승된 유한킴벌리의 윤리경영은 그 점에서 좋은 사례가 된다.
“사람에게 투자하여 사람을 회사 제일의 자산으로 만들면, 그 사람들 개개인이 회사에 큰 이익을 안겨준다. 다만 거기에는 사람들이 역량을 키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기회와 토대를 제공하는 회사의 역할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 중심, 고객과 시장 중심으로 기업의 체질을 혁신하고자 했다.” - 문국현

▶ 그라민은행-우리는 정반대로 했다
그라민은행은 ‘담보 없는 소액융자’를 제공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제공한 소액융자의 원금상환율은 98%를 넘었고, 소액융자를 받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났다. 그라민은행의 목표는 ‘부자 만들기’가 아니라 ‘가난 극복’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자활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에게 한 번에 많은 돈을 빌려주면 오히려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정말 절실한 것은 열심히 하면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믿었다. 소액융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경제적 창의성과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2부> 코리아니티 인재경영

1장. 사람을 남겨라

▶ 사람에게 공들여라. 그것이 핵심이다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말은 참 멋있다. 평생을 비즈니스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비즈니스에도 도(道)가 있다는 것을 즐긴다. 사고팔고 이해를 다루는 영역에서도 인간다운 위대한 정신이 살아 숨쉬기를 바란다. 더욱이 인간이 경쟁력의 원천이 된 지식사회에서 우리는 인간 중심의 원칙과 도가 살아있는 경영에 대한 목마름을 느낀다. 그것은 인재전쟁(war for talent)이 도처에서 벌어지는 지금, ‘관계’를 통해 핵심 역량을 가진 사람들의 열정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 기회와 몰락의 변곡점, 사람
코리아니티 인재경영은 단 한 가지 믿음에서 시작한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전제를 진실로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차용한 가치관은 신념이 될 수 없다. 말과 신념의 차이는 결국 믿음이다. 정말로 믿는다는 말은 인재를 선발하고 계발하고 유지하는 일을 경영의 가장 우선적 가치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곧 훌륭한 인재의 발견과 계발과 유지는 인사부서의 일이 아니라 최고경영자와 관리자들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신념은 조직의 심리적 상태를 고무한다.

▶ 위대한 경영자만이 사람의 가치를 알아본다
나는 유능함이란 어울림이라고 생각한다. 일과 자신과의 어울림, 회사의 기대와 자신의 기대 사이의 어울림, 세상의 기준과 자신의 기준 사이의 화해 같은 것을 유능함의 기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은 경영자가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여 집중할 만한 훌륭한 투자처다. 매출과 수익을 챙기는 데 시간의 대부분을 쓰는 경영자는 삼류다.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적합한 직원’이며, 가장 큰 손실은 ‘부적합한 직원’이기 때문이다.

2장. 직원을 기업가로 만들어라

▶ ‘일을 아주 잘하는 사람’의 함정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직무기술서가 설정한 좁은 영역에서 자신이 담당한 일을 하며 갇혀 지낸다. 업무가 갇히면 정신이 갇히고,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고 동일화된다. 이것은 사람을 서서히 고사시키는 방식이다. 특히 한국인들처럼 역동적인 문화적 DNA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관리의 방식이 아니다. 더욱이 지금처럼 다양한 요구를 가진 고객들이 있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 속에서 ‘고체와 같이 딱딱하고 정형화된’ 관리는 대단히 위험하다.

▶ 직원을 1인 기업가로 만드는 전략
고객의 피드백이 가장 객관적인 평가라는 것을 인식하고, 고객의 평가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는 것, 이것이 제도적 장치의 핵심이다. 직원이 지난 1년간 얼마나 훌륭한 대고객 서비스를 제공했느냐가 평가의 한 축을 이룬다면, 또 하나의 축은 그가 지난 한 해 동안 자신의 서비스 수준을 올릴 수 있도록 얼마나 많은 자기계발을 했느냐가 되어야 한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품질은 결국 이를 제공하는 직원의 자세와 역량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 관리자에서 커리어 스폰서로 도약하라
피고용인이 아니라 스스로 사업을 꾸려가는 1인 기업가라는 새로운 자기인식은 훌륭한 비즈니스맨으로 성장하기 위한 ‘꿈의 가정(dream assumption)’이다. 1인 기업가라는 정신을 개인들에게 불어넣고, 동시에 개인이 가진 힘들을 모아 훌륭한 소규모 기업으로 만들어 주면 상당한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가정이다. 이 개념은 각각의 팀과 부서를 하나의 독립된 사업체로 인식하고, 부서장이나 팀장을 독립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로 대우하는 것이다. ‘1인 기업가들을 위한 스폰서’나 ‘기업 속의 작은 기업가’는 이제 관리자를 부르는 새로운 이름이 되어야 한다.

3장. 상생과 수평의 기업문화

▶ 일과 개인생활의 조화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한국인들은 일과 가정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보려고 애를 쓴다. 매일같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나는 이 고민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일과 가족, 커리어와 개인적 삶은 어느 것을 선택하고 어느 것을 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선택은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조화와 균형은 중요한 것들 사이에서 둘의 모순적 관계를 상생시키는 것이다. 삶에서 중요한 것들, 예를 들어 일, 가정, 친구, 배움 등은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것들은 삶을 받치는 기둥이어서 버리는 순간 삶이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 종신고용과 성과주의
새로운 인재상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아주 조금만 노력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직업인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주변부에 속한 지극히 평범한 개인들이라도 자신의 강점을 재발견하고 계발한다면 세상의 중심으로 진입할 수 있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이것이 이 시대의 메시지다. 세상이 만들어 주는 대로 살지 않는 사람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세상에 참여한 사람들, 그 주역이 바로 한때 평범했던 우리들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어제의 나에 갇히지 말자. ‘한국을 넘어선 한국인’이 되자. 연결하고 특화하여 새로운 직업적 변종을 만들자. 이것이 스스로를 고용하는 원칙이며,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는 최상의 전략이다.

▶ 노사관계-투쟁 모드에서 공존 모드로
노동자와 경영자, 피고용인과 고용인, 피지배자와 지배자라는 계급의식은 왜곡된 허위의식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언제고 갈등이 생길 수 있으며 연민과 사랑이 싹틀 수 있다. 갈등과 혼란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만일 그것이 문제였다면 어떠한 인간관계도 성립할 수 없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희생당했다고 여기고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호소할 수 있는 적절한 채널이 마련되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잘 돌볼 수 있는 조정장치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공존하고 함께 번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 가장 커다란 전략, 어진 상술
한국인들에게 과거의 유산 가운데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청빈과 기개의 선비정신을 가장 많이 꼽는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가 선비정신에서 멀어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선비정신은 사라진 것이 아니며, 사라지게 놓아두어서도 안 된다. 선비들은 명분과 실리를 조화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렇지만 이익이 있을 때는 그 옳고 그름을 따져 불일치가 생기면 언제나 명분을 따랐으며, 그것이 선비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법도라고 여겼다. 훌륭한 경영자가 된다는 것도 이와 같다. 돈을 추구하되 그것이 올바른 방법을 통하지 않으면 경영자로 살아남을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무너지는 유능한 사람들을 수없이 보았다.

▶ 수평적 관계 고리를 강화하라
서구인들의 관심은 자신이다. 자신에 대한 관심이 다른 것에 우선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자신을 ‘다른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해 왔다. 자연과 인간, 조직과 개인, 너와 나는 어떤 우주적 질서 속에서 인연을 맺고 연관되어 있다고 전제한다. 동료에 대한 관심, 부하에 대한 관심,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보이는 관심은 모든 격려의 구체적 내용이 된다. 곧 그에게 맞는 그 사람만을 위한 의미 있는 격려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이 구체적인 인간적 관심이 우리를 연결하고 한 팀이 되게 한다. 한국인에게는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none of your business'가 아닌 것이다.

|에필로그| 세계를 받아들이고 내 것을 활용하라

한국의 자산은 한국인밖에 없다. 광대한 영토도 매장된 자원도 쌓아둔 부(副)도 없다. 한국은 사람밖에 없는 나라이며, 인적자원을 가지고 경쟁하여 먹고살고 번영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기본 가정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21세기가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세기라는 점이며, 따라서 우리는 역사의 어느 순간보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다. 한국인에게는 사람이 바로 블루오션인 것이다.

가장 훌륭한 전략은 싸우지 않고 번영하는 것이다. 특화된 차별성은 경쟁의 공간을 넘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독점적 세계를 창조한다. 다른 사람들이 감히 들어올 수 없는 특수성, 이 특수성의 보편적 가치화가 바로 우리가 가야 할 세계화의 전략적 방향이 되어야 한다. 한국이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상대적 지위를 키워가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아시아와 유럽,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의 다리가 되고 길이 되어야 한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장소, 화해의 공간, 두 문명의 길과 다리로서의 역할에서 차별적 틈새를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일에 적합하다.

결국 성공의 축은 2가지이다. 하나는 세계를 향해 항상 열려 있어야 하며 세계적 수준의 배움에 늘 배고파해야 한다는 점이다. 곧 ‘세계적 보편성의 한국화’가 하나의 날개이다. 또 다른 성공의 축은 그 반대편에 있다. ‘우리’라고 하는 수수께끼를 풀어냄으로써 자신이 가진 차별적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를 개조하고 성형하여 그들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개성을 살리고 특화하여 우리의 매력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곧 ‘한국적 특수성의 보편화’가 또 하나의 날개이다. 이 두 개의 날개를 통해 한국은 세계적 보편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이 지금 코리아니티 경영이 필요한 이유이다.


***


'나는 누구인가, 내 기질은 무엇이고 내 재능은 무엇이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던 나에게 ‘코리아니티’라는 주제는 뜬구름만 같았었다.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답을 찾고 있던 내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논한다는 것은 또 다른 고민이기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고민의 시간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딱딱하게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정체성에 대한 정의는 그 중에서 가장 큰 수확이었다. ‘끝없이 흘러가는 것’이 정체성이라는 전제는 바로 ‘다양한 가능성’이었다.

나를 제한하고 가두었던 것이 나 자신임을 알게 된 것과 ‘우리’라는 ‘한국인’이 그 문화에 갇혀있었음을 알게 된 것은 기분 좋은 발견이기도 했다. 인위적으로 왜곡된 문화에 갇혀 있는 ‘우리’를 통해서 ‘나’를 돌아보게 된 것은 통쾌한 자유로움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이 자유로움에 뿌리와 날개를 만들어주는 일은 또 다른 시도가 될 것이다. 그 시도들을 ‘경영’에 접목시킨 실험들이 바로 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경영은 자신에 대한 탐구로부터 시작한다고 믿는다. 각 개인의 내면에 흐르는 문화적 DNA를 파악하고 계발하여 새로운 한국적 모델을 창조하자는 전략은 훌륭하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기질, 한국인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기질의 특성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런 개인들이 블루오션이라는 결론은 명쾌하다. 이 책을 통한 새로운 시도와 실험들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책을 요약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용이 방대하고 다양한 사례들과 적절한 인용들이 넘쳐서 선택에 시간이 걸렸다. 또 개인적으로는 ‘Coreanity'라는 신조어를 만드신 구본형 선생님의 저술에 함께 참여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흐뭇함과 책임감이 교차하기도 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을 계획하고 시작한 실험들은 모호했지만 멋진 첫 번째 결과물이기도 하다. 선생님의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시도와 애정이 깃든 주장에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사족을 달자면, 지난 3월부터 50권의 리뷰를 나와 약속했었다. 이 책은 50번째의 리뷰이다.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기쁨을 추가하고 싶다. 그리고 숙제를 내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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