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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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을 경영하라
: 구본형 저 / 을유문화사 / 2006년
■ 저자 소개
구본형 : 인문학과 경영분야를 접목시킨 상생의 작업으로 항상 독자들에게 신선한 비전을 제시하는 우리시대의 대표적 경영전문가인 그는 현재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으로 강연과 칼럼,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 IBM에서 근무하면서 경영혁신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했고, IBM 본사의 말콤 볼드리지 국제 평가관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조직의 경영혁신과 성과를 컨설팅했다.
그가 하는 일은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 일’이다. 어제에 갇히지 않고 오늘다운 생각과 행동을 시도하고 모색할 수 있도록 조직과 개인을 돕는 일이 그의 직업이다.
그에게 ‘오늘’이라는 시간은 평범한 사람들이 더 이상 주변적 인물로 남는 것을 거부하고, 자기 세계를 찾아 나서는 날이며, 그 세상의 중심인물로서 새로운 개인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날이다. ‘오늘 하루’는 위대한 전환의 가능성으로 가득한 자기혁명의 현장이라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대표 저서로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전문가 100인이 선정한 90년대의 책), <낯선 곳에서의 아침>, <떠남과 만남>,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일상의 황홀>, <코리아니티 경영> 등이 있다.
■ 저자와 나의 대화: 소고
경영에 대해 만연해 있는 두 가지 오해가 있다. 하나는 ‘경영은 기업 경영을 의미한다’는 가정이다. 이것은 경영의 본질을 완전히 왜곡한 것이다. 경영은 돈을 버는 기술이나 활동이 아니다. 돈은 경영의 다양한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경영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고와 활동이다. 따라서 개인, 기업, 국가, 비영리조직 모두에게 경영은 필요하다. 경영은 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적인 규율이다. 다른 한 가지 오해는 '경영은 경영자의 일'이라는 것이다. 경영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고와 활동이기 때문에,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경영 만능주의’를 외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경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짚고 넘어가고 싶다. 경영은 목적이 아니라 기본적인 수단이고 방법론이다. 찬양할 것도 아니고 무시할 것도 아니다. 잘 익혀 잘 활용하면 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공익을 추구하는 비영리조직들은 ‘경영(management)’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피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경영’은 ‘기업 경영’이나 ‘사업’을 의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고 비영리조직은 공익을 추구한다. 태생부터가 다르다. 경영이란 돈 버는 방법이고 공익은 돈을 벌어드리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경영에서 말하는 성과는 매출이나 수익을 가리키므로 공익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경영에 대한 또 다른 오해일 뿐이다. 경영은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니다. 기업이나 사업과 동의어도 아니다. 경영은 사명을 목표로, 목표를 전략으로, 전략을 행동으로, 행동을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과 그 결과(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여 어제 보다 더 나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경영은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사고이자 활동이고 방법론이다.
어떤 조직이든 자신의 사명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제한된 자원으로 필요한 것을 더 좋게 많이 산출해야 하는 모든 경우에 경영은 중요해진다. 대부분의 비영리조직들은 높은 수준의 공익성 추구하고 원대한 사명을 갖고 있다. 그에 비해 그들이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은 대부분의 경우 매우 제한적이다. 사실, 많은 비영리조직들이 기아와 가난, 질병, 환경, 교육과 같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에 걸맞지 않는 적은 자원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공익을 추구하는 기관들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에 반해 자원은 지금처럼 부족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경영의 본질은 아이디어나 생각을 사명과 목표로 전환하고, 그것을 계획과 전략으로, 계획과 전략을 행동으로 연결하여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경영은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조직이 자신의 사명과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편적인 규율이다. 따라서 경영은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경영자만을 위한 일도 아니다. 이것은 모든 조직과 개인들에게 필요한 것이고 그들이 마땅히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비영리조직들에게 경영이 필요한 이유는 그들에게 성과 지향의 원칙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조직들은 ‘공공의 이익’과 ‘선(善)’을 추구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공익 추구나 선한 의도가 목표의 완수, 성과,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 육성’이라는 사명을 추구한다는 것이 그런 인재를 배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것들은 선한 의도가 아니라 명확한 전략과 철저한 실행과 평가 등 경영의 원리와 규율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경영 없는 선한 의도는 좋은 의도일 뿐이다. 공익 역시 경영되어야 한다.
비영리조직은 공익성을 추구하지만 각각의 내용은 다르다. 그들은 고유한 목적을 갖고 있다. 이것은 비전, 철학, 이념, 목적, 가치, 사명과 같이 다양한 용어로 표현된다. 어떤 용어를 사용하든 본질은 이 조직이 왜 존재하고 추구하는 가치와 이상은 무엇인지 규정하는 것이다. 즉, ‘우리가 지향하는 신념과 도달해야 하는 아름다운 그곳’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경영’은 그런 신념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그곳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아름답고 고귀한 공익적 존재 이유와 경영은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둘을 손잡고 함께 가야 한다. 경영되지 않은 공익은 방만으로 연결되기 쉽고, 공익 없이 경영되는 비영리조직은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것과 같다.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가 일찍이 강조했듯이 모든 조직의 생존과 번영은 경영과 혁신에 달려 있다. 경영을 모르는 조직은 오늘 먹고 살기 힘들고 혁신을 모르는 조직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비영리조직도 예외일 수 없다. 오늘날 많은 비영리조직들에게 경영과 혁신은 화두가 되고 있다. 비영리조직이 ‘경영 마인드’를 도입하고 기업의 경영 프랙티스(practices)를 배우고 국내외의 성공적인 비영리조직 사례를 벤치마킹(bench-marking)하는 것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비영리조직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 하는 것은 사회 전체로 볼 때 매우 중요하다. 비영리조직이 있기 때문에 교육과 의료가 이뤄지고 있다. 비영리조직들이 예술을 진흥시키고 환경을 보존한다. 여러 비영리기관들의 수고 덕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것이 가능하다.
비영리조직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이런 조직들 대부분이 과거보다 여러 도전과 강한 외부의 힘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부자들이 더 많은 신뢰성을 요구하고 정부와 기업의 지원금은 성과 기준으로 지급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학교와 병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동시에 고유의 사명을 추구해야 한다. 박물관과 미술관과 같은 기관들도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혁신의 무풍지대였던 준정부기관도 고객의 높아지는 기대와 함께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의 비영리조직의 관계자들이 경영과 혁신을 위해 볼만한 책은 많지 않다. 있다고 해도 외국의 번역서이거나 오래 전에 출간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비영리조직의 관계자들이 경영과 혁신에 있어 참고할만한 책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구본형의 ‘공익을 경영하라’는 공익을 추구하는 조직들에게 경영과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책의 부제는 ‘무역협회 사례로 본 경영혁신 리포트’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무역협회’라는 한 조직의 혁신 과정을 생생히 담고 있는 책이다. 사례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의 백미는 무역협회의 다양한 혁신 사례나 과정이 아니라 구본형의 통찰력과 메시지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구본형의 통찰력이 번뜩이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에 눈치가 빠르고 내공이 있는 이들은 ‘목차’에서 그의 통찰력을 첫 번째로 엿볼 수 있다. ‘9장 무역협회의 혁신 사례가 비영리조직의 경영혁신에 주는 가치와 교훈’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무릎에 손이 갈 것이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를 공익을 추구하는 모든 조직과 개인들은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에 새겨야 한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이자 그의 통찰력은 각 장의 마지막에 있는 ‘집필 메모’에 모아져 있다. 이것들은 ‘집필 메모’라기 보다는 공익을 추구하는 모든 조직을 위한 경영 레슨이자 에센스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 책의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그의 통찰력을 조금 길지만 몇 가지 뽑아보면 이렇다.
“방만은 공익에 대한 배신이다.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게 하고, 훌륭한 공적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린다. 그러므로 공익은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공익 역시 경영되어야 한다.”[35]
“공익성이냐, 수익성이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마치 노를 젓듯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주제라는 것이다. 다만 비영리조직에 있어 ‘수익’은 비영리조직원이나 조직 자체의 영달이 아닌 그 존재 이유인 사명의 완수를 위해 쓰여야 하는 원칙의 준수가 중요하다.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하다면 지속 가능한 공익 서비스도 불가능하다.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하다면 지속가능한 공익서비스도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안정적 재원을 보장하는 적정한 수익이 창출되어야 한다. 이것은 경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공익 역시 수익경영이 필수적이다. 반면에 수익에 대한 집착이 적절한 한계를 넘어서면 공익을 빙자한 수익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또 다른 의미의 ‘공익의 실패’라 불릴 수 있다. 공익과 수익의 균형과 조화는 모든 비영리 공익조직의 핵심 과제인 것이다.”[43]
“고객이 누구인지 정의하라. 고객의 무엇을 요구하는지 명확하게 인식하라. 고객의 기대를 만족시켜라. 그리고 동시에 고객의 기대를 관리하라. 그리고 타인을 위한 훌륭한 서비스가 곧 자신의 자부심을 지키게 하는 특별한 공익 분야에서 일하고 있음을 즐겨라.”[203]
“한 분야에서 혁신이 이루어지면 관련된 기존의 제도적 장치들과 더 이상 어울릴 수 없기 때문에 불협화음을 만들어 낸다. 이 마찰이 연쇄적 개선과 혁신의 필요성을 촉발시킨다. 균형을 향한 이 영원한 조율과정은 한 조직의 건강한 지속 성장을 촉진한다. 새로워지기를 멈추는 순간 살아 있음이 사라지고 생명의 위대함도 시들기 시작한다. 어제 보다 나아지려는 시도와 모색을 통해 계속 진보하는 모멘텀을 잊을 때 조직은 낙후되고 이내 도태되게 된다.”[208-209]
구본형은 16년의 시간을 기업 혁신의 현장에서 보냈다. 그는 한국 IBM에서 경영혁신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했다. 아울러 IBM 본사의 말콤 볼드리지 국제평가관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조직의 경영혁신과 성과를 컨설팅하기도 했다. 그는 오랜 시간을 혁신의 현장에서 보낸 사람이다. 한 조직의 혁신을 주도했고, 다른 조직의 혁신을 진단하고 평가했다. 그는 경영혁신의 이론과 실무 모두에 정통한 인물이다. 경영혁신이 동전이라면 그는 양면을 모두 알고 있다. 그는 한 조직을 잘 볼 수 있는 시선을 갖고 있다. 이 부분은 말콤 볼드리지 평가관으로서의 지식과 경험이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나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제1기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공익을 경영하라’라는 이 책의 집필 과정(나는 이것을 ‘무협 프로젝트’라고 부른다)에 참여했기 때문에, 이 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 잘 알고 있다.
‘무협 프로젝트’에 참여한 초기만 해도, 나는 무역협회의 혁신 과정과 성과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자화자찬이거나 ‘용비어천가’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갖고 있었다. 구본형은 신중했다. 그는 무역협회 측에 충분한 사전 자료와 객관적인 성과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우리는 ‘컨텐츠 리뷰’를 통해 무역협회가 가치 있는 혁신 과정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줬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무역협회의 사례가 다른 비영리조직에게 전해줄 수 있는 교훈과 시사점이 있다는 점을 알았다.
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때로는 기억이 자료보다 더 선명하고, 체험은 글보다 말로 표현되는 것이 더 좋다. 현재 무역협회의 핵심 업무들을 관장하는 임원과 관리자 그리고 실무자, 무역협회의 고객, 무역협회 내의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수강생과 졸업자를 만났다. 무역협회의 개혁 한 가운데에서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떠난 퇴직자들, 무역협회의 개혁에서 가장 어렵고 민감한 부분인 인력구조조정을 지휘했던 관리자와 실무자, 무역협회에 입사한지 얼마 안 된 젊은 직원들을 만났다.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무역협회의 혁신 과정을 생생히 접할 수 있었다. 생생한 기억을 표현해준 사람들과 그들이 말해준 그 장면들을 여기서 밝히기는 어렵다. 많은 부분이 책 안에 잘 담겨져 있으므로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길 바란다.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부분은 민감한 부분이고 어려운 부분이다. 기업이든 비영리조직이든 사례연구에서 이 부분은 결과만 보여주거나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들춰내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흉터를 보여주기 싫고 건드려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 부분을 쉽게 넘기지 않고 있다. 가장 뼈아픈 기억일수록 다시 보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똑바로 봐야 치유할 수 있고 기억해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역협회의 전 ․ 현직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억은 다양했다. 어떤 이는 비판적이었고 다른 이는 호의적이었다. 이제까지의 과정과 성과에 자부심을 갖는 사람도 있었고 그 시기가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인 사람도 있었다. 앞으로의 시간을 낙관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 반대도 있었다. 이제까지 정말 많이 변했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고 앞으로 더 많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개혁의 칼 바람을 온 몸으로 받은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 간의 생각 역시 많이 달랐다. 같을 수 없을 것이고 같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무역협회의 혁신은 ‘하다 만’ 수준이 아니었다. ‘하는 척’하는 혁신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들의 혁신은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에 남다른 성과가 있었다. 또한 그들의 혁신은 절실한 만큼 아픔도 있었다. 혁신의 과정과 성과를 잘 정리하는 것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 중요하다. 무역협회와 구성원들은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고 더 나아져야만 한다. 그들을 위해서도 그렇고 국가와 고객을 위해서도 그렇다. 지난 과정의 실수를 새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고, 과거의 성공을 미래를 위한 도약대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도약한 후에는 이전의 것을 잊고 다음 도약대를 준비해야 한다. 다른 비영리조직들과 관계자들에게 무역협회의 사례는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무역협회의 사례를 통해 혁신의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혁신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장애물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피하고 부셔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역협회가 잘하지 못한 점과 실수들에서 배울 수 있다. ‘우리 조직에게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자각과 자신에게 적합한 혁신의 방법론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 물론, 무역협회에게도 남은 과제가 있고 그들의 앞에는 가치 있는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무역협회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을 구본형은 이렇게 강조한다.
“나아지려는 조직은 쉬지 않는다. 혁신 자체가 일상적 과업일 때, 조직은 비로소 자신의 과거와 경쟁함으로써 나날이 나아지고 이윽고 위대해 지는 것이다. 개혁과 혁신은 종료를 모르는 단어다. 그것은 그저 완벽함과 위대함을 향한 끊임없는 여정일 뿐이다.”[236]
■ 나의 목소리: 저자되기
‘공익을 경영하라’는 공동의 작업으로 나온 결과물이다. 이번 집필 과정의 참여 경험을 통해 나는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선, 나는 실용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모델(이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구본형은 말콤 볼드리지(Malcolm Baldridge)라는 정교하고 실용적인 경영 모델을 갖고 무역협회의 경영과 혁신 수준을 바라 봤다. 볼드리지에 대한 그의 지식과 경험이 없었다면 이 책은 다른 가벼운 사례집들처럼 시시하고 깊이가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볼드리지 모델로 무역협회에 대해 엄격한 경영진단이나 컨설팅은 수행한 것은 아니었지만, 볼드리지 모델은 한 조직의 경영수준을 평가할 때 꼭 봐야 할 것과 놓치지 말아야 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려 주었다. 구본형은 내게 이 책을 선물하며 훌륭한 모델의 중요성에 대해 첫 장에 이렇게 적어주었다.
“상황과 사물을 보는 시각과 시선은 중요하다. 모델은 창문이다. 창문 자체로 존재하지 않고 안을 보거나 밖을 보기 위해 중요하다. 가까이 접근하면 더 많이 볼 수 있다.”
둘째, 문제의 이면을 바로 보고 핵심을 간파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실천 간에, 그리고 개념과 현장 사이의 간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제도는 짐이 될 뿐이고 제도로 시스템화되지 못하는 실천은 지속되기 어렵다. 어떤 개념이 현장에서 작동하고 다른 개념은 작동하지 못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원인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구본형은 이에 대해 내게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책의 잘못된 개념(이론)에 계속 속게 된다”고 강조했다.
셋째, 책 1권이 탄생하는 새로운 방식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번 책의 집필 과정은 가설 수립, 자료 수집과 분석, 인터뷰, 가설 검증과 수정, 윤곽 잡기, 심층 인터뷰, 관련 담당자들과의 협력 작업, 과업의 분배 및 진행 상황 체크, 회의와 토론의 연속이었다. 여러 사람의 협력이 필요했던 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구본형은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의 역할을 여유 있고 노련하게 해냈다. 집필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이번 작업을 즐겼다. 그의 통찰력과 노련함을 이번 작업에서 나는 새삼 다시 봤고 다시 놀랐다. 나는 이번 과정에서 야구로 치면 삼구삼진을 당하기도 했고 병살타를 치기도 했다. 이런 나를 구본형은 믿고 지도해주고 격려해주었다. 그 결과 나는 희생타로 팀에 점수를 더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가끔 안타를 쳐냈다. 이런 경험은 책을 쓸 때나 다른 프로젝터를 수행할 때에도 분명히 유용할 것이고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번 작업은 할 때는 어려웠지만 지나고 보면 즐거운 것이었다. ‘처음부터 홈런을 칠 수 없다. 그것은 가당찮은 짓이고 과욕일 뿐이다. 집을 짓는 것처럼 벽돌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나가면 조금씩 집의 모습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내게는 중요한 깨달음이다.
■ 저자의 목소리: 인용
- ‘[]’ 안의 숫자는 page를 지칭한다.
- ‘인용’에서 별다른 표기가 없을 경우, 저자의 말이다.
Overview
[14] 혁신은 홍보가 아니다. 조직은 생명을 가지고 있는 유기체이며, 혁신은 환부를 도려내는 정교한 수술이자 이어지는 재활 훈련이다. 환상이나 과장이나 왜곡은 허용되지 않는다. 혁신은 ‘하면 좋은 것(nice to do)'이 아니다. 그것은 ’살기 위한 필사적 노력(survival issue)'인 것이다. 변화는 생명에 관한 주제이며 바로 생명을 살리고 번창해 가기 위한 힘들고 진지한 작업이다. 죽음조차도 생명의 관점에서 쳐다보아야 하는 다시 태어남의 과정인 것이다.
1. 수익이 공익을 돕게 하라
01. 방만은 공익에 대한 배신이다
[35] 방만은 공익에 대한 배신이다.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게 하고, 훌륭한 공적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린다. 그러므로 공익은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공익 역시 경영되어야 한다.
[35-36] 기업에게 배우고 경영 마인드를 도입하라. 경영의 목적은 고객을 돕는 것이고, 경영의 결과는 수익이다. 반면 공익성의 강점은 누구나 설득할 수 있는 분명한 사명감에 있다. 공익성 최대의 약점은 수익을 만들어 내는 데 취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적 지원이 없으면 계속 존속하기 어렵다. 경영 마인드의 도입은 질 좋은 공익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적절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내는 위한 것이다. 자립하라.
경영 언어로 말하라. 수익의 기초는 원가 이상의 부가가치를 가진 서비스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가는 경영의 기초다. 원가 없는 경영은 없다. ... 회계와 숫자 역시 가장 기초적인 경영언어다. 한 조직 내에서 서로 이해 가능한 경영 언어가 통용된다는 것은 경영 마인드의 적용 수준을 가늠하는 적절한 기준이다.
수익원을 확충하고, 비용을 줄여라. ‘많이 벌고 적게 써라.’ 이것은 조직이나 개인에게 공히 적용되는 부의 법칙이다. 가능한 모든 수익을 늘여라. 동시에 가능한 모든 비용을 절감하라. 그러나 이것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뜻해서는 안 된다. 수익은 성과 있는 일에 우선적으로 재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수익은 투명하고 깨끗해야한다. 수익원을 확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를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엄격한 윤리적 기준을 따라야 한다. 비용은 적절하게 통제되어야 하고 불필요한 낭비는 철저하게 자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조직의 사회적 책임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윤리경영은 훌륭한 조직 시민이 되기 위한 엄격한 자기 규율( self-discipline ) 이다.
02. 공익경영-조직의 태생적 가치를 높여라
[43] 공익성이냐, 수익성이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마치 노를 젓듯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주제라는 것이다. 다만 비영리조직에 있어 ‘수익’은 비영리조직원이나 조직 자체의 영달이 아닌 그 존재 이유인 사명의 완수를 위해 쓰여야 하는 원칙의 준수가 중요하다.
[43]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하다면 지속 가능한 공익 서비스도 불가능하다.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하다면 지속가능한 공익서비스도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안정적 재원을 보장하는 적정한 수익이 창출되어야 한다. 이것은 경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공익 역시 수익경영이 필수적이다. 반면에 수익에 대한 집착이 적절한 한계를 넘어서면 공익을 빙자한 수익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또 다른 의미의 ‘공익의 실패’라 불릴 수 있다. 공익과 수익의 균형과 조화는 모든 비영리 공익조직의 핵심 과제인 것이다.
[46-47] 비영리조직의 존재 목적은 사회적 사명감에 있다. 사회적 사명감은 이익을 우선적 목적으로 하는 이익경영과 배타적 관계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공익과 이익 역시 삶의 도처에서 발생하는 균형과 조화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가장 먼저 조직의 비전과 사명을 명확하게 하라. 비전은 전 직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유가치(shared value) 다. 비전은 변화의 목적지며 조직이 이윽고 다다라야 하는 유토피아다.
모든 공익조직은 그러므로 공익을 희생하는 순간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만다. 공익성은 의사 결정의 매순간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절대적 기준이다. 공익의 사명은 매 순간 북쪽을 가리키기 위해 수없이 떨리는 나침반이다. 떨림, 절묘한 형평에의 추구, 이것이 공익경영이 조화와 균형을 잃지 않는 요결이다.
2. 작고 수평적인 핵심조직으로 역량을 강화하라
03. 줄여라, 또 줄여라
[57] 조직의 가장 아픈 곳을 들여다보면 더 좋은 대안과 더 다양한 해결 방식에 대한 교훈을 찾을 수 있다.
[67]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 다만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것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는 레슨이 있을 뿐이다.
[72] 어디에나 냉소는 있다. 그러나 냉소를 통해 문제가 해결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74] 상처는 시간과 함께 치유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상처는 아주 커다란 구호와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라기보다는 일상 속의 작은 정치와 배려 속에서 회복되곤 한다. 작은 따뜻함들은 시간과 더불어 치유되어 가는 상처를 아물게 하는 연고 같은 것들이다. 그것은 공동체의식의 여기저기에 생겨난 균열을 메우는 따뜻한 닭고기 수프 같은 것이기도 하다.
[75] 혁신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사람이다. 조직을 바꾸고,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제도를 혁신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많은 사례와 연구 결과를 가지고 있다. 비교적 쉽게 배워오고,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시도와 모색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반드시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Human-side Quality, 이것이 개혁과 혁신의 성공을 쥐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04.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새로운 문화적 DNA를 만들어 내라
[88-89] 볼드리지 평가관으로 세계의 여러 나라의 조직들을 진단하고 평가할 때 내가 깨달은 것은 제도와 현장 사이, 철학과 현실 사이, 해야 할 일로 규정된 것과 실제로 행해지는 것들 사이의 간격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함이었다. 나는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과 감정과 느낌이 곧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현실이란 제도도 아니고 새로운 프로세스도 아니며 새로운 조직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실제로 벌어지는 일 그 자체, 바로 직장에서의 일상을 의미했다.
[104] 변화는 일회적인 것이 아니다. ‘변화가 곧 일상’인 혁신조직의 문화적 DNA를 만들어 내야한다. 이것은 조직의 문화와 시스템 속에 시장과 고객, 성과 그리고 창의성이라는 변화의 핵심 요소를 심어 두는 것이다.
05.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126-127] 경영자가 자신의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여 집중할만한 무엇보다 훌륭한 투자처는 바로 사람이다. 대부분의 경영자가 이 말에 동의 하지만 정말 이런 정신적 믿음을 가지고 실천하는 경영자는 드물다. 좋은 경영자의 비밀은 사람에게 자신의 시간의 대부분을 우선적으로 할애할 수 있다는데 있다.
1. 한 조직에 배움의 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애정과 솔선수범이 중요하다. 스스로 역할 모델이 되는 것 보다 설득력이 강한 것은 없다. ...
2. 끊임없이 교육하라. 교육은 투자효과가 불분명한 활동이며 성과를 보기까지 오랜 동안의 지속적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어찌 보면 기약 없는 투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은 ‘사람에 대한 우선적 투자는 반드시 성과를 보게 되어 있다’는 믿음에 대한 투자다. ‘믿음에 대한 투자’, 이것 보다 더 잘 교육의 속성을 말해주는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교육시킬 것이며, 교육의 성과를 조직의 핵심능력 배양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것이 체계적 교육의 관건이다.
3. 독학하라. 직원들은 종종 조직이 배움의 기회에 인색하다는 말을 많이 하곤 한다. 더 많은 교육, 더 많은 강좌, 더 많은 지원을 원한다.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독학이다. 자신을 위해 스스로 시간을 내어 기록하고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 보다 훌륭한 인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없다. 다수를 위한 교육은 평범한 행정가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독학은 차별적 전문가로 만들어 낸다.
4. 직원에게 자신이 원하는 현장을 제공하라. 현장이 가장 중요한 배움터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보다 더 커다란 동기 부여는 없다.
3. 공익의 목적 역시 ‘고객을 돕는 사업’이다
06. 오직 고객을 위해 존재하라
[135] ‘고객이 없던 조직’에서 ‘고객이 모든 것’인 조직으로 옮겨 간다는 것은 고통스러울 만큼 모든 것을 바꿔야 하는 도전이다. 그것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고된 작업이다. 늘 가변적이며 격동하는 시장 속에서 고객의 용구를 맞춰 주고 만족시켜 준다는 것은 움직이는 표적을 쏘는 것과 같이 긴장되는 일이다. 혁신은 늘 현장에서 작동하는 힘이어야 하며, 끝이 없는 여정인 것이다.
[143-144] 연구소라는 책상, 또 협회라는 책상, 그 책상 속에서는 현장이 없다. 현장이 없는 고객 서비스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고객이 있는 곳이 바로 현장이기 때문이다.
[153]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을 돕는 사업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즈니스맨들은 언제나 세 개의 커다란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첫번째 질문은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두번째 질문은 ‘그 고객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세번째 질문은 ‘우리가 고객의 요구를 얼마나 잘 맞추어 주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 기본적 질문들에 대하여 명확하게 대답이 준비된 비즈니스맨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07. 국가적 차원의 핵심 역량 계발을 지원하라
[156-157] 지식은 경쟁력의 핵심이 되었다. 지식을 창출하고 활용하는 기업은 승리할 것이다. 따라서 항상 배우는 학습조직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식은 스스로를 재생산하는 유일한 자산이다. 지식은 결국 모든 국가, 조직, 그리고 개인들의 부드럽지만 확고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처럼 분명한 진실은 없다.
[174] 지식은 곧 사람과 정보 그리고 연구를 전제로 한다.
1. 한국인, 그들이 바로 블루오션이다.
2. 세계를 현장으로 삼아라. 어떤 공익 산업에 종사하든 관련 분야의 글로벌 인재를 배양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08.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라
[177] 경쟁은 우리에게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야한다는 긴박성과 한국적 특수성을 차별화의 원천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적 배움에 끊임없이 목말라야 한다. 동시에 한국적 특수성의 세계적 보편화를 통해 차별적 리더십을 장악해야한다.
[200-201] ... 지식산업은 지리적 천연적 자원의 함수가 아니라 지적, 정신적, 문화적 자원의 함수라는 사실이다. 물리적 세계에서는 나라의 크기가 중요하다. 그러나 지식 사회에서는 그 정신적, 지적 크기가 중요하다. 이것이 한국에게는 커다란 기회이며 도약의 발판이다.
3. 한국성(Coreanity), 즉 한국적 특수성을 차별성의 원천으로 활용하라. ‘세계적 보편성의 한국화’와 병행하여 중요한 또 하나의 세계화 엔진은 ‘한국적 차별성의 보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이점을 간과해 왔다. 그러나 이 점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결정적 경쟁력이다. 한국의 문화와 인물과 사상과 개념, 즉 총체적인 한국의 매력, 다시 말해 ‘지구를 유혹하는 소프트 파워’로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09. 무역협회의 혁신 사례가 비영리조직의 경영혁신에 주는 가치와 교훈
[202-203] 모든 공익은 반드시 경영되어야 한다.
공익경영은 서비스다. 그러나 수익경영 없이는 공익조직도 살아남을 수 없다. 수익이 결국 더 많은 공익을 창출해 내는 모델을 창조해야 한다. 이것이 비영리조직에도 경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경영하라. 경영된 공익이 더 많은 국익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203] 오직 고객을 위해 존재하라
구체적 고객이 없는 공익은 누구도 도울 수 없는 허구다.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통해 공익에 공헌할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공익조직의 일상 속에 고객이 만져져야한다. 일상의 모든 업무 속에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과 마주쳐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고객 하나를 조직의 존재 목적으로 인식하는 정신적 자세가 중요하다. ...
고객이 누구인지 정의하라. 고객의 무엇을 요구하는지 명확하게 인식하라. 고객의 기대를 만족시켜라. 그리고 동시에 고객의 기대를 관리하라. 그리고 타인을 위한 훌륭한 서비스가 곧 자신의 자부심을 지키게 하는 특별한 공익 분야에서 일하고 있음을 즐겨라.
[204]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라
비만을 묵인하지 말라. 비만은 오래된 조직의 고질병이다. 기능이 중복됨으로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며, 층층시하 관료적으로 모든 의사결정은 지체된다. 창의적 모색은 과거의 관례와 낡은 패러다임에 막혀 의욕을 잃고 만성적 무기력증이 조직을 지배하게 된다. 비전도 없고 사명도 없고 열정도 없다. 오직 지루한 반복과 품삯이 있을 뿐이다.
[205] 학습조직을 만들어라
한국은 사람밖에 없는 나라다. 사람이 곧 블루오션이다. 인재 전쟁의 시대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열정이다. 사람에게 투자하고 사람을 키워라. 매주, 매일 배움을 강화하라.
[208-209] 혁신에 휴일은 없다
한 분야에서 혁신이 이루어지면 관련된 기존의 제도적 장치들과 더 이상 어울릴 수 없기 때문에 불협화음을 만들어 낸다. 이 마찰이 연쇄적 개선과 혁신의 필요성을 촉발시킨다. 균형을 향한 이 영원한 조율과정은 한 조직의 건강한 지속 성장을 촉진한다. 새로워지기를 멈추는 순간 살아 있음이 사라지고 생명의 위대함도 시들기 시작한다. 어제 보다 나아지려는 시도와 모색을 통해 계속 진보하는 모멘텀을 잊을 때 조직은 낙후되고 이내 도태되게 된다.
[209] 나는 진정한 프로페셔널은 처음 시작하는 자의 흥분과 정신적 자세를 견지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진정한 비전 기업은 영원한 혁신 기업임을 알고 있다. 어제의 자신과 경쟁하는 것, 어제 보다 나아지는 것, 이 끊임없는 여정, 이 줄기찬 탐험이 곧 위대함의 조건인 것이다.
[234] 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그 조직의 운명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한다. 경영자들은 평생을 경영에 바친 사람들이다. 그들이 맡았던 조직의 흥망성쇠는 또한 그들의 인생 그 자체이기도 하다.
[236] 나아지려는 조직은 쉬지 않는다. 혁신 자체가 일상적 과업일 때, 조직은 비로소 자신의 과거와 경쟁함으로써 나날이 나아지고 이윽고 위대해 지는 것이다. 개혁과 혁신은 종료를 모르는 단어다. 그것은 그저 완벽함과 위대함을 향한 끊임없는 여정일 뿐이다.
IP *.147.17.62
: 구본형 저 / 을유문화사 / 2006년
■ 저자 소개
구본형 : 인문학과 경영분야를 접목시킨 상생의 작업으로 항상 독자들에게 신선한 비전을 제시하는 우리시대의 대표적 경영전문가인 그는 현재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으로 강연과 칼럼,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 IBM에서 근무하면서 경영혁신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했고, IBM 본사의 말콤 볼드리지 국제 평가관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조직의 경영혁신과 성과를 컨설팅했다.
그가 하는 일은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 일’이다. 어제에 갇히지 않고 오늘다운 생각과 행동을 시도하고 모색할 수 있도록 조직과 개인을 돕는 일이 그의 직업이다.
그에게 ‘오늘’이라는 시간은 평범한 사람들이 더 이상 주변적 인물로 남는 것을 거부하고, 자기 세계를 찾아 나서는 날이며, 그 세상의 중심인물로서 새로운 개인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날이다. ‘오늘 하루’는 위대한 전환의 가능성으로 가득한 자기혁명의 현장이라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대표 저서로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전문가 100인이 선정한 90년대의 책), <낯선 곳에서의 아침>, <떠남과 만남>,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일상의 황홀>, <코리아니티 경영> 등이 있다.
■ 저자와 나의 대화: 소고
경영에 대해 만연해 있는 두 가지 오해가 있다. 하나는 ‘경영은 기업 경영을 의미한다’는 가정이다. 이것은 경영의 본질을 완전히 왜곡한 것이다. 경영은 돈을 버는 기술이나 활동이 아니다. 돈은 경영의 다양한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경영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고와 활동이다. 따라서 개인, 기업, 국가, 비영리조직 모두에게 경영은 필요하다. 경영은 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적인 규율이다. 다른 한 가지 오해는 '경영은 경영자의 일'이라는 것이다. 경영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고와 활동이기 때문에,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경영 만능주의’를 외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경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짚고 넘어가고 싶다. 경영은 목적이 아니라 기본적인 수단이고 방법론이다. 찬양할 것도 아니고 무시할 것도 아니다. 잘 익혀 잘 활용하면 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공익을 추구하는 비영리조직들은 ‘경영(management)’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피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경영’은 ‘기업 경영’이나 ‘사업’을 의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고 비영리조직은 공익을 추구한다. 태생부터가 다르다. 경영이란 돈 버는 방법이고 공익은 돈을 벌어드리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경영에서 말하는 성과는 매출이나 수익을 가리키므로 공익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경영에 대한 또 다른 오해일 뿐이다. 경영은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니다. 기업이나 사업과 동의어도 아니다. 경영은 사명을 목표로, 목표를 전략으로, 전략을 행동으로, 행동을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과 그 결과(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여 어제 보다 더 나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경영은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사고이자 활동이고 방법론이다.
어떤 조직이든 자신의 사명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제한된 자원으로 필요한 것을 더 좋게 많이 산출해야 하는 모든 경우에 경영은 중요해진다. 대부분의 비영리조직들은 높은 수준의 공익성 추구하고 원대한 사명을 갖고 있다. 그에 비해 그들이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은 대부분의 경우 매우 제한적이다. 사실, 많은 비영리조직들이 기아와 가난, 질병, 환경, 교육과 같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에 걸맞지 않는 적은 자원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공익을 추구하는 기관들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에 반해 자원은 지금처럼 부족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경영의 본질은 아이디어나 생각을 사명과 목표로 전환하고, 그것을 계획과 전략으로, 계획과 전략을 행동으로 연결하여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경영은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조직이 자신의 사명과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편적인 규율이다. 따라서 경영은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경영자만을 위한 일도 아니다. 이것은 모든 조직과 개인들에게 필요한 것이고 그들이 마땅히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비영리조직들에게 경영이 필요한 이유는 그들에게 성과 지향의 원칙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조직들은 ‘공공의 이익’과 ‘선(善)’을 추구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공익 추구나 선한 의도가 목표의 완수, 성과,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 육성’이라는 사명을 추구한다는 것이 그런 인재를 배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것들은 선한 의도가 아니라 명확한 전략과 철저한 실행과 평가 등 경영의 원리와 규율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경영 없는 선한 의도는 좋은 의도일 뿐이다. 공익 역시 경영되어야 한다.
비영리조직은 공익성을 추구하지만 각각의 내용은 다르다. 그들은 고유한 목적을 갖고 있다. 이것은 비전, 철학, 이념, 목적, 가치, 사명과 같이 다양한 용어로 표현된다. 어떤 용어를 사용하든 본질은 이 조직이 왜 존재하고 추구하는 가치와 이상은 무엇인지 규정하는 것이다. 즉, ‘우리가 지향하는 신념과 도달해야 하는 아름다운 그곳’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경영’은 그런 신념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그곳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아름답고 고귀한 공익적 존재 이유와 경영은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둘을 손잡고 함께 가야 한다. 경영되지 않은 공익은 방만으로 연결되기 쉽고, 공익 없이 경영되는 비영리조직은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것과 같다.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가 일찍이 강조했듯이 모든 조직의 생존과 번영은 경영과 혁신에 달려 있다. 경영을 모르는 조직은 오늘 먹고 살기 힘들고 혁신을 모르는 조직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비영리조직도 예외일 수 없다. 오늘날 많은 비영리조직들에게 경영과 혁신은 화두가 되고 있다. 비영리조직이 ‘경영 마인드’를 도입하고 기업의 경영 프랙티스(practices)를 배우고 국내외의 성공적인 비영리조직 사례를 벤치마킹(bench-marking)하는 것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비영리조직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 하는 것은 사회 전체로 볼 때 매우 중요하다. 비영리조직이 있기 때문에 교육과 의료가 이뤄지고 있다. 비영리조직들이 예술을 진흥시키고 환경을 보존한다. 여러 비영리기관들의 수고 덕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것이 가능하다.
비영리조직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이런 조직들 대부분이 과거보다 여러 도전과 강한 외부의 힘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부자들이 더 많은 신뢰성을 요구하고 정부와 기업의 지원금은 성과 기준으로 지급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학교와 병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동시에 고유의 사명을 추구해야 한다. 박물관과 미술관과 같은 기관들도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혁신의 무풍지대였던 준정부기관도 고객의 높아지는 기대와 함께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의 비영리조직의 관계자들이 경영과 혁신을 위해 볼만한 책은 많지 않다. 있다고 해도 외국의 번역서이거나 오래 전에 출간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비영리조직의 관계자들이 경영과 혁신에 있어 참고할만한 책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구본형의 ‘공익을 경영하라’는 공익을 추구하는 조직들에게 경영과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책의 부제는 ‘무역협회 사례로 본 경영혁신 리포트’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무역협회’라는 한 조직의 혁신 과정을 생생히 담고 있는 책이다. 사례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의 백미는 무역협회의 다양한 혁신 사례나 과정이 아니라 구본형의 통찰력과 메시지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구본형의 통찰력이 번뜩이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에 눈치가 빠르고 내공이 있는 이들은 ‘목차’에서 그의 통찰력을 첫 번째로 엿볼 수 있다. ‘9장 무역협회의 혁신 사례가 비영리조직의 경영혁신에 주는 가치와 교훈’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무릎에 손이 갈 것이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를 공익을 추구하는 모든 조직과 개인들은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에 새겨야 한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이자 그의 통찰력은 각 장의 마지막에 있는 ‘집필 메모’에 모아져 있다. 이것들은 ‘집필 메모’라기 보다는 공익을 추구하는 모든 조직을 위한 경영 레슨이자 에센스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 책의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그의 통찰력을 조금 길지만 몇 가지 뽑아보면 이렇다.
“방만은 공익에 대한 배신이다.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게 하고, 훌륭한 공적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린다. 그러므로 공익은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공익 역시 경영되어야 한다.”[35]
“공익성이냐, 수익성이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마치 노를 젓듯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주제라는 것이다. 다만 비영리조직에 있어 ‘수익’은 비영리조직원이나 조직 자체의 영달이 아닌 그 존재 이유인 사명의 완수를 위해 쓰여야 하는 원칙의 준수가 중요하다.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하다면 지속 가능한 공익 서비스도 불가능하다.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하다면 지속가능한 공익서비스도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안정적 재원을 보장하는 적정한 수익이 창출되어야 한다. 이것은 경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공익 역시 수익경영이 필수적이다. 반면에 수익에 대한 집착이 적절한 한계를 넘어서면 공익을 빙자한 수익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또 다른 의미의 ‘공익의 실패’라 불릴 수 있다. 공익과 수익의 균형과 조화는 모든 비영리 공익조직의 핵심 과제인 것이다.”[43]
“고객이 누구인지 정의하라. 고객의 무엇을 요구하는지 명확하게 인식하라. 고객의 기대를 만족시켜라. 그리고 동시에 고객의 기대를 관리하라. 그리고 타인을 위한 훌륭한 서비스가 곧 자신의 자부심을 지키게 하는 특별한 공익 분야에서 일하고 있음을 즐겨라.”[203]
“한 분야에서 혁신이 이루어지면 관련된 기존의 제도적 장치들과 더 이상 어울릴 수 없기 때문에 불협화음을 만들어 낸다. 이 마찰이 연쇄적 개선과 혁신의 필요성을 촉발시킨다. 균형을 향한 이 영원한 조율과정은 한 조직의 건강한 지속 성장을 촉진한다. 새로워지기를 멈추는 순간 살아 있음이 사라지고 생명의 위대함도 시들기 시작한다. 어제 보다 나아지려는 시도와 모색을 통해 계속 진보하는 모멘텀을 잊을 때 조직은 낙후되고 이내 도태되게 된다.”[208-209]
구본형은 16년의 시간을 기업 혁신의 현장에서 보냈다. 그는 한국 IBM에서 경영혁신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했다. 아울러 IBM 본사의 말콤 볼드리지 국제평가관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조직의 경영혁신과 성과를 컨설팅하기도 했다. 그는 오랜 시간을 혁신의 현장에서 보낸 사람이다. 한 조직의 혁신을 주도했고, 다른 조직의 혁신을 진단하고 평가했다. 그는 경영혁신의 이론과 실무 모두에 정통한 인물이다. 경영혁신이 동전이라면 그는 양면을 모두 알고 있다. 그는 한 조직을 잘 볼 수 있는 시선을 갖고 있다. 이 부분은 말콤 볼드리지 평가관으로서의 지식과 경험이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나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제1기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공익을 경영하라’라는 이 책의 집필 과정(나는 이것을 ‘무협 프로젝트’라고 부른다)에 참여했기 때문에, 이 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 잘 알고 있다.
‘무협 프로젝트’에 참여한 초기만 해도, 나는 무역협회의 혁신 과정과 성과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자화자찬이거나 ‘용비어천가’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갖고 있었다. 구본형은 신중했다. 그는 무역협회 측에 충분한 사전 자료와 객관적인 성과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우리는 ‘컨텐츠 리뷰’를 통해 무역협회가 가치 있는 혁신 과정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줬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무역협회의 사례가 다른 비영리조직에게 전해줄 수 있는 교훈과 시사점이 있다는 점을 알았다.
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때로는 기억이 자료보다 더 선명하고, 체험은 글보다 말로 표현되는 것이 더 좋다. 현재 무역협회의 핵심 업무들을 관장하는 임원과 관리자 그리고 실무자, 무역협회의 고객, 무역협회 내의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수강생과 졸업자를 만났다. 무역협회의 개혁 한 가운데에서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떠난 퇴직자들, 무역협회의 개혁에서 가장 어렵고 민감한 부분인 인력구조조정을 지휘했던 관리자와 실무자, 무역협회에 입사한지 얼마 안 된 젊은 직원들을 만났다.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무역협회의 혁신 과정을 생생히 접할 수 있었다. 생생한 기억을 표현해준 사람들과 그들이 말해준 그 장면들을 여기서 밝히기는 어렵다. 많은 부분이 책 안에 잘 담겨져 있으므로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길 바란다.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부분은 민감한 부분이고 어려운 부분이다. 기업이든 비영리조직이든 사례연구에서 이 부분은 결과만 보여주거나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들춰내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흉터를 보여주기 싫고 건드려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 부분을 쉽게 넘기지 않고 있다. 가장 뼈아픈 기억일수록 다시 보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똑바로 봐야 치유할 수 있고 기억해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역협회의 전 ․ 현직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억은 다양했다. 어떤 이는 비판적이었고 다른 이는 호의적이었다. 이제까지의 과정과 성과에 자부심을 갖는 사람도 있었고 그 시기가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인 사람도 있었다. 앞으로의 시간을 낙관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 반대도 있었다. 이제까지 정말 많이 변했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고 앞으로 더 많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개혁의 칼 바람을 온 몸으로 받은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 간의 생각 역시 많이 달랐다. 같을 수 없을 것이고 같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무역협회의 혁신은 ‘하다 만’ 수준이 아니었다. ‘하는 척’하는 혁신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들의 혁신은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에 남다른 성과가 있었다. 또한 그들의 혁신은 절실한 만큼 아픔도 있었다. 혁신의 과정과 성과를 잘 정리하는 것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 중요하다. 무역협회와 구성원들은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고 더 나아져야만 한다. 그들을 위해서도 그렇고 국가와 고객을 위해서도 그렇다. 지난 과정의 실수를 새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고, 과거의 성공을 미래를 위한 도약대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도약한 후에는 이전의 것을 잊고 다음 도약대를 준비해야 한다. 다른 비영리조직들과 관계자들에게 무역협회의 사례는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무역협회의 사례를 통해 혁신의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혁신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장애물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피하고 부셔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역협회가 잘하지 못한 점과 실수들에서 배울 수 있다. ‘우리 조직에게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자각과 자신에게 적합한 혁신의 방법론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 물론, 무역협회에게도 남은 과제가 있고 그들의 앞에는 가치 있는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무역협회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을 구본형은 이렇게 강조한다.
“나아지려는 조직은 쉬지 않는다. 혁신 자체가 일상적 과업일 때, 조직은 비로소 자신의 과거와 경쟁함으로써 나날이 나아지고 이윽고 위대해 지는 것이다. 개혁과 혁신은 종료를 모르는 단어다. 그것은 그저 완벽함과 위대함을 향한 끊임없는 여정일 뿐이다.”[236]
■ 나의 목소리: 저자되기
‘공익을 경영하라’는 공동의 작업으로 나온 결과물이다. 이번 집필 과정의 참여 경험을 통해 나는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선, 나는 실용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모델(이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구본형은 말콤 볼드리지(Malcolm Baldridge)라는 정교하고 실용적인 경영 모델을 갖고 무역협회의 경영과 혁신 수준을 바라 봤다. 볼드리지에 대한 그의 지식과 경험이 없었다면 이 책은 다른 가벼운 사례집들처럼 시시하고 깊이가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볼드리지 모델로 무역협회에 대해 엄격한 경영진단이나 컨설팅은 수행한 것은 아니었지만, 볼드리지 모델은 한 조직의 경영수준을 평가할 때 꼭 봐야 할 것과 놓치지 말아야 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려 주었다. 구본형은 내게 이 책을 선물하며 훌륭한 모델의 중요성에 대해 첫 장에 이렇게 적어주었다.
“상황과 사물을 보는 시각과 시선은 중요하다. 모델은 창문이다. 창문 자체로 존재하지 않고 안을 보거나 밖을 보기 위해 중요하다. 가까이 접근하면 더 많이 볼 수 있다.”
둘째, 문제의 이면을 바로 보고 핵심을 간파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실천 간에, 그리고 개념과 현장 사이의 간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제도는 짐이 될 뿐이고 제도로 시스템화되지 못하는 실천은 지속되기 어렵다. 어떤 개념이 현장에서 작동하고 다른 개념은 작동하지 못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원인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구본형은 이에 대해 내게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책의 잘못된 개념(이론)에 계속 속게 된다”고 강조했다.
셋째, 책 1권이 탄생하는 새로운 방식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번 책의 집필 과정은 가설 수립, 자료 수집과 분석, 인터뷰, 가설 검증과 수정, 윤곽 잡기, 심층 인터뷰, 관련 담당자들과의 협력 작업, 과업의 분배 및 진행 상황 체크, 회의와 토론의 연속이었다. 여러 사람의 협력이 필요했던 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구본형은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의 역할을 여유 있고 노련하게 해냈다. 집필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이번 작업을 즐겼다. 그의 통찰력과 노련함을 이번 작업에서 나는 새삼 다시 봤고 다시 놀랐다. 나는 이번 과정에서 야구로 치면 삼구삼진을 당하기도 했고 병살타를 치기도 했다. 이런 나를 구본형은 믿고 지도해주고 격려해주었다. 그 결과 나는 희생타로 팀에 점수를 더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가끔 안타를 쳐냈다. 이런 경험은 책을 쓸 때나 다른 프로젝터를 수행할 때에도 분명히 유용할 것이고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번 작업은 할 때는 어려웠지만 지나고 보면 즐거운 것이었다. ‘처음부터 홈런을 칠 수 없다. 그것은 가당찮은 짓이고 과욕일 뿐이다. 집을 짓는 것처럼 벽돌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나가면 조금씩 집의 모습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내게는 중요한 깨달음이다.
■ 저자의 목소리: 인용
- ‘[]’ 안의 숫자는 page를 지칭한다.
- ‘인용’에서 별다른 표기가 없을 경우, 저자의 말이다.
Overview
[14] 혁신은 홍보가 아니다. 조직은 생명을 가지고 있는 유기체이며, 혁신은 환부를 도려내는 정교한 수술이자 이어지는 재활 훈련이다. 환상이나 과장이나 왜곡은 허용되지 않는다. 혁신은 ‘하면 좋은 것(nice to do)'이 아니다. 그것은 ’살기 위한 필사적 노력(survival issue)'인 것이다. 변화는 생명에 관한 주제이며 바로 생명을 살리고 번창해 가기 위한 힘들고 진지한 작업이다. 죽음조차도 생명의 관점에서 쳐다보아야 하는 다시 태어남의 과정인 것이다.
1. 수익이 공익을 돕게 하라
01. 방만은 공익에 대한 배신이다
[35] 방만은 공익에 대한 배신이다.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게 하고, 훌륭한 공적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린다. 그러므로 공익은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공익 역시 경영되어야 한다.
[35-36] 기업에게 배우고 경영 마인드를 도입하라. 경영의 목적은 고객을 돕는 것이고, 경영의 결과는 수익이다. 반면 공익성의 강점은 누구나 설득할 수 있는 분명한 사명감에 있다. 공익성 최대의 약점은 수익을 만들어 내는 데 취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적 지원이 없으면 계속 존속하기 어렵다. 경영 마인드의 도입은 질 좋은 공익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적절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내는 위한 것이다. 자립하라.
경영 언어로 말하라. 수익의 기초는 원가 이상의 부가가치를 가진 서비스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가는 경영의 기초다. 원가 없는 경영은 없다. ... 회계와 숫자 역시 가장 기초적인 경영언어다. 한 조직 내에서 서로 이해 가능한 경영 언어가 통용된다는 것은 경영 마인드의 적용 수준을 가늠하는 적절한 기준이다.
수익원을 확충하고, 비용을 줄여라. ‘많이 벌고 적게 써라.’ 이것은 조직이나 개인에게 공히 적용되는 부의 법칙이다. 가능한 모든 수익을 늘여라. 동시에 가능한 모든 비용을 절감하라. 그러나 이것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뜻해서는 안 된다. 수익은 성과 있는 일에 우선적으로 재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수익은 투명하고 깨끗해야한다. 수익원을 확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를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엄격한 윤리적 기준을 따라야 한다. 비용은 적절하게 통제되어야 하고 불필요한 낭비는 철저하게 자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조직의 사회적 책임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윤리경영은 훌륭한 조직 시민이 되기 위한 엄격한 자기 규율( self-discipline ) 이다.
02. 공익경영-조직의 태생적 가치를 높여라
[43] 공익성이냐, 수익성이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마치 노를 젓듯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주제라는 것이다. 다만 비영리조직에 있어 ‘수익’은 비영리조직원이나 조직 자체의 영달이 아닌 그 존재 이유인 사명의 완수를 위해 쓰여야 하는 원칙의 준수가 중요하다.
[43]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하다면 지속 가능한 공익 서비스도 불가능하다.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하다면 지속가능한 공익서비스도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안정적 재원을 보장하는 적정한 수익이 창출되어야 한다. 이것은 경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공익 역시 수익경영이 필수적이다. 반면에 수익에 대한 집착이 적절한 한계를 넘어서면 공익을 빙자한 수익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또 다른 의미의 ‘공익의 실패’라 불릴 수 있다. 공익과 수익의 균형과 조화는 모든 비영리 공익조직의 핵심 과제인 것이다.
[46-47] 비영리조직의 존재 목적은 사회적 사명감에 있다. 사회적 사명감은 이익을 우선적 목적으로 하는 이익경영과 배타적 관계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공익과 이익 역시 삶의 도처에서 발생하는 균형과 조화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가장 먼저 조직의 비전과 사명을 명확하게 하라. 비전은 전 직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유가치(shared value) 다. 비전은 변화의 목적지며 조직이 이윽고 다다라야 하는 유토피아다.
모든 공익조직은 그러므로 공익을 희생하는 순간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만다. 공익성은 의사 결정의 매순간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절대적 기준이다. 공익의 사명은 매 순간 북쪽을 가리키기 위해 수없이 떨리는 나침반이다. 떨림, 절묘한 형평에의 추구, 이것이 공익경영이 조화와 균형을 잃지 않는 요결이다.
2. 작고 수평적인 핵심조직으로 역량을 강화하라
03. 줄여라, 또 줄여라
[57] 조직의 가장 아픈 곳을 들여다보면 더 좋은 대안과 더 다양한 해결 방식에 대한 교훈을 찾을 수 있다.
[67]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 다만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것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는 레슨이 있을 뿐이다.
[72] 어디에나 냉소는 있다. 그러나 냉소를 통해 문제가 해결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74] 상처는 시간과 함께 치유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상처는 아주 커다란 구호와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라기보다는 일상 속의 작은 정치와 배려 속에서 회복되곤 한다. 작은 따뜻함들은 시간과 더불어 치유되어 가는 상처를 아물게 하는 연고 같은 것들이다. 그것은 공동체의식의 여기저기에 생겨난 균열을 메우는 따뜻한 닭고기 수프 같은 것이기도 하다.
[75] 혁신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사람이다. 조직을 바꾸고,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제도를 혁신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많은 사례와 연구 결과를 가지고 있다. 비교적 쉽게 배워오고,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시도와 모색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반드시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Human-side Quality, 이것이 개혁과 혁신의 성공을 쥐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04.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새로운 문화적 DNA를 만들어 내라
[88-89] 볼드리지 평가관으로 세계의 여러 나라의 조직들을 진단하고 평가할 때 내가 깨달은 것은 제도와 현장 사이, 철학과 현실 사이, 해야 할 일로 규정된 것과 실제로 행해지는 것들 사이의 간격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함이었다. 나는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과 감정과 느낌이 곧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현실이란 제도도 아니고 새로운 프로세스도 아니며 새로운 조직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실제로 벌어지는 일 그 자체, 바로 직장에서의 일상을 의미했다.
[104] 변화는 일회적인 것이 아니다. ‘변화가 곧 일상’인 혁신조직의 문화적 DNA를 만들어 내야한다. 이것은 조직의 문화와 시스템 속에 시장과 고객, 성과 그리고 창의성이라는 변화의 핵심 요소를 심어 두는 것이다.
05.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126-127] 경영자가 자신의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여 집중할만한 무엇보다 훌륭한 투자처는 바로 사람이다. 대부분의 경영자가 이 말에 동의 하지만 정말 이런 정신적 믿음을 가지고 실천하는 경영자는 드물다. 좋은 경영자의 비밀은 사람에게 자신의 시간의 대부분을 우선적으로 할애할 수 있다는데 있다.
1. 한 조직에 배움의 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애정과 솔선수범이 중요하다. 스스로 역할 모델이 되는 것 보다 설득력이 강한 것은 없다. ...
2. 끊임없이 교육하라. 교육은 투자효과가 불분명한 활동이며 성과를 보기까지 오랜 동안의 지속적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어찌 보면 기약 없는 투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은 ‘사람에 대한 우선적 투자는 반드시 성과를 보게 되어 있다’는 믿음에 대한 투자다. ‘믿음에 대한 투자’, 이것 보다 더 잘 교육의 속성을 말해주는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교육시킬 것이며, 교육의 성과를 조직의 핵심능력 배양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것이 체계적 교육의 관건이다.
3. 독학하라. 직원들은 종종 조직이 배움의 기회에 인색하다는 말을 많이 하곤 한다. 더 많은 교육, 더 많은 강좌, 더 많은 지원을 원한다.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독학이다. 자신을 위해 스스로 시간을 내어 기록하고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 보다 훌륭한 인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없다. 다수를 위한 교육은 평범한 행정가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독학은 차별적 전문가로 만들어 낸다.
4. 직원에게 자신이 원하는 현장을 제공하라. 현장이 가장 중요한 배움터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보다 더 커다란 동기 부여는 없다.
3. 공익의 목적 역시 ‘고객을 돕는 사업’이다
06. 오직 고객을 위해 존재하라
[135] ‘고객이 없던 조직’에서 ‘고객이 모든 것’인 조직으로 옮겨 간다는 것은 고통스러울 만큼 모든 것을 바꿔야 하는 도전이다. 그것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고된 작업이다. 늘 가변적이며 격동하는 시장 속에서 고객의 용구를 맞춰 주고 만족시켜 준다는 것은 움직이는 표적을 쏘는 것과 같이 긴장되는 일이다. 혁신은 늘 현장에서 작동하는 힘이어야 하며, 끝이 없는 여정인 것이다.
[143-144] 연구소라는 책상, 또 협회라는 책상, 그 책상 속에서는 현장이 없다. 현장이 없는 고객 서비스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고객이 있는 곳이 바로 현장이기 때문이다.
[153]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을 돕는 사업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즈니스맨들은 언제나 세 개의 커다란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첫번째 질문은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두번째 질문은 ‘그 고객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세번째 질문은 ‘우리가 고객의 요구를 얼마나 잘 맞추어 주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 기본적 질문들에 대하여 명확하게 대답이 준비된 비즈니스맨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07. 국가적 차원의 핵심 역량 계발을 지원하라
[156-157] 지식은 경쟁력의 핵심이 되었다. 지식을 창출하고 활용하는 기업은 승리할 것이다. 따라서 항상 배우는 학습조직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식은 스스로를 재생산하는 유일한 자산이다. 지식은 결국 모든 국가, 조직, 그리고 개인들의 부드럽지만 확고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처럼 분명한 진실은 없다.
[174] 지식은 곧 사람과 정보 그리고 연구를 전제로 한다.
1. 한국인, 그들이 바로 블루오션이다.
2. 세계를 현장으로 삼아라. 어떤 공익 산업에 종사하든 관련 분야의 글로벌 인재를 배양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08.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라
[177] 경쟁은 우리에게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야한다는 긴박성과 한국적 특수성을 차별화의 원천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적 배움에 끊임없이 목말라야 한다. 동시에 한국적 특수성의 세계적 보편화를 통해 차별적 리더십을 장악해야한다.
[200-201] ... 지식산업은 지리적 천연적 자원의 함수가 아니라 지적, 정신적, 문화적 자원의 함수라는 사실이다. 물리적 세계에서는 나라의 크기가 중요하다. 그러나 지식 사회에서는 그 정신적, 지적 크기가 중요하다. 이것이 한국에게는 커다란 기회이며 도약의 발판이다.
3. 한국성(Coreanity), 즉 한국적 특수성을 차별성의 원천으로 활용하라. ‘세계적 보편성의 한국화’와 병행하여 중요한 또 하나의 세계화 엔진은 ‘한국적 차별성의 보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이점을 간과해 왔다. 그러나 이 점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결정적 경쟁력이다. 한국의 문화와 인물과 사상과 개념, 즉 총체적인 한국의 매력, 다시 말해 ‘지구를 유혹하는 소프트 파워’로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09. 무역협회의 혁신 사례가 비영리조직의 경영혁신에 주는 가치와 교훈
[202-203] 모든 공익은 반드시 경영되어야 한다.
공익경영은 서비스다. 그러나 수익경영 없이는 공익조직도 살아남을 수 없다. 수익이 결국 더 많은 공익을 창출해 내는 모델을 창조해야 한다. 이것이 비영리조직에도 경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경영하라. 경영된 공익이 더 많은 국익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203] 오직 고객을 위해 존재하라
구체적 고객이 없는 공익은 누구도 도울 수 없는 허구다.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통해 공익에 공헌할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공익조직의 일상 속에 고객이 만져져야한다. 일상의 모든 업무 속에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과 마주쳐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고객 하나를 조직의 존재 목적으로 인식하는 정신적 자세가 중요하다. ...
고객이 누구인지 정의하라. 고객의 무엇을 요구하는지 명확하게 인식하라. 고객의 기대를 만족시켜라. 그리고 동시에 고객의 기대를 관리하라. 그리고 타인을 위한 훌륭한 서비스가 곧 자신의 자부심을 지키게 하는 특별한 공익 분야에서 일하고 있음을 즐겨라.
[204]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라
비만을 묵인하지 말라. 비만은 오래된 조직의 고질병이다. 기능이 중복됨으로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며, 층층시하 관료적으로 모든 의사결정은 지체된다. 창의적 모색은 과거의 관례와 낡은 패러다임에 막혀 의욕을 잃고 만성적 무기력증이 조직을 지배하게 된다. 비전도 없고 사명도 없고 열정도 없다. 오직 지루한 반복과 품삯이 있을 뿐이다.
[205] 학습조직을 만들어라
한국은 사람밖에 없는 나라다. 사람이 곧 블루오션이다. 인재 전쟁의 시대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열정이다. 사람에게 투자하고 사람을 키워라. 매주, 매일 배움을 강화하라.
[208-209] 혁신에 휴일은 없다
한 분야에서 혁신이 이루어지면 관련된 기존의 제도적 장치들과 더 이상 어울릴 수 없기 때문에 불협화음을 만들어 낸다. 이 마찰이 연쇄적 개선과 혁신의 필요성을 촉발시킨다. 균형을 향한 이 영원한 조율과정은 한 조직의 건강한 지속 성장을 촉진한다. 새로워지기를 멈추는 순간 살아 있음이 사라지고 생명의 위대함도 시들기 시작한다. 어제 보다 나아지려는 시도와 모색을 통해 계속 진보하는 모멘텀을 잊을 때 조직은 낙후되고 이내 도태되게 된다.
[209] 나는 진정한 프로페셔널은 처음 시작하는 자의 흥분과 정신적 자세를 견지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진정한 비전 기업은 영원한 혁신 기업임을 알고 있다. 어제의 자신과 경쟁하는 것, 어제 보다 나아지는 것, 이 끊임없는 여정, 이 줄기찬 탐험이 곧 위대함의 조건인 것이다.
[234] 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그 조직의 운명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한다. 경영자들은 평생을 경영에 바친 사람들이다. 그들이 맡았던 조직의 흥망성쇠는 또한 그들의 인생 그 자체이기도 하다.
[236] 나아지려는 조직은 쉬지 않는다. 혁신 자체가 일상적 과업일 때, 조직은 비로소 자신의 과거와 경쟁함으로써 나날이 나아지고 이윽고 위대해 지는 것이다. 개혁과 혁신은 종료를 모르는 단어다. 그것은 그저 완벽함과 위대함을 향한 끊임없는 여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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