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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16일 21시 44분 등록


소유의 종말

<1> 저자소개

제러미 리프킨 Jeremy Rifkin 1945년에 태어나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 스쿨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터프트 대학에서 국제관계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학창 시절 베트남전 반대운동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인권.환경 등에 관한 사회운동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30년 동안 17권의 사회 비평서를 출간했다. 최근 10년동안 인류의 미래를 바꿀 5대 현안-노동문제, 생명공학, 새로운 경제시스템, 수소혁명, 유럽의 미래 -에 몰입해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노동의 종말' '유러피언 드림'을 비롯해 '바이오테크 시대' '소유의 종말' '육식의 종말'
'수소혁명' 등의 저서가 번역 출간되었다. 그 중 <유러피언 드림>에서는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은 끝났다고 전제하며, 개인적인 꿈에 기초한 미국에 비해 지역사회의 꿈을 바탕으로 한 유럽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의 발전모델을 따르면 안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한편 리프킨은 2000년에서 2006년까지 주요 18개 대학 논술기출문제에 출제된 제시문 474건 중 5번이나 출제된 인기저자이기도 하다.

<2> 소감

리프킨은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시야가 넓은 저자로 꼽힌다. 내가 읽은 리프킨은 우선 대중의 눈높이를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문체는 쉽고 잘 읽힌다. 또한 그는 거의 주술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반복한다. ‘소유의 시대가 가고 접속의 시대가 왔다’는 대명제를 증거하는 방대한 자료를 제시하고 어김없이 그 명제를 다시 한 번 반복한다. 자료도 엄청나지만 반복의 위력도 엄청나서 거의 세뇌가 될 지경이었다. 친절하게도 저자는 앞 장에서 나온 내용을 계속 요약해서 반복한다. 문명비평서치고 그의 저서는 잘 팔릴 것같다. 저자가 ‘대중’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리프킨은 ‘접속 access'이라는 단 한 개의 키워드로 오늘날의 경제, 사회, 문화를 전부 읽어냈다. 그가 거론한 사회현상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기에 그의 주장은 더욱 힘이 있다.

리스산업과 아웃소싱, 체인점과 콘도,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지배적인 확장같이 이미 우리의 환경이 되어버린 현상들을 리프킨은 ‘접속’이라는 하나의 용어로 꿰뚫은 것이다. 우리가 이미 그 현상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조금의 거부반응도 받지 않는다. 산발적인 현상들을 관통하는 그의 혜안에 감탄하면서 그저 고개만 끄덕이면 되는 것이다. 심지어 나는 어떤 현상에 접하면 ‘접속’의 관점에서 살펴보려는 시도까지 하게 되었다. 가령 건물주와 세입자의 관계를 보자. 요즘처럼 변화무쌍한 시대에 거금을 건물에 묶어두느니, 상권의 변동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세입자가 훨씬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우리 지역에서는 사무실의 공급과잉으로 은행이자보다도 저렴하게 사무실을 임대할 수 있는 형편이다.

리프킨이 제시한 다양한 접속의 양상 중에서 가장 나의 관심을 끈 것은 공동관심단지-
CID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CID형태는 나의 이상이다. 비슷한 생활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공동생활의 맛과 멋과 힘을 누리는 것 - 그러나 내가 꿈꾸는 공동체가 자발적이고 철학적인 공감에 기초한 인간적인 것이라면 CID는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입장권을 살 수 있는 상업적인 관계이다. 슬프게도 나의 청사진보다 CID가 훨씬 강력하고 현실적이다. 인간의 이기심에 기초한 상업주의의 위력은 언제나 우리 사회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월트 디즈니가 플로리다에 세우고 있다는 계획공동체 ‘셀러브레이션’은 그 시행사의 이미지 때문에 더욱 상업적이고 극적인 인상을 준다. 주도면밀하게 설계된 단지에서 입장료를 내는 사람에게만 접속을 허용하는, 반은 생활공간이고 반은 극장인 상업구역- 이제 공동체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는 것이 되었다!

아직 우리 세대는 자연과 자발성, 협동의 가치를 기억하지만 CID에서 성장하고 네트워크에서 일과 놀이와 쇼핑과 인간관계를 모두 해결하며, 찰나적이고 감각적이며 이미지를 중시하는 신인류는 가공할 존재이다. 이미 심리학자와 사회학자들이 우려하듯 닷컴세대의 젊은이들이 다중인격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한다. 정신없이 바뀌는 이들의 생활 공간에 습관, 전통이 들어설 여지는 없을 것이다. 가상 공간에서 여러 개의 역할을 연기하다 보면, 현실 속에서도 통일된 자아를 유지하는 것보다 복수의 인격을 가지는 것이 더 유용하리라고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두려움을 느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인간형으로 가득찬 세상을 생각만 해도 두려웠다. 내 판단력은 너무 작위적인 사람을 신뢰하기가 어려운 수준인데, ‘다중인격을 연기’하다니, 이 문명의 끝이 어디까지 뻗쳐 있는지 무서울 뿐이다.
다니엘 부어스틴이 지적하듯이 ‘우리는 종국에 가서는 그 안에서 살 수도 있을 만큼 너무나 생생하고 너무나 설득력 있고 너무나 실감이 나는 환각을 만들어 낸 최초의 인간이 될 위험성이 있다.’

이제 추세는 자명하게 보인다. 문제는 과연 ‘인간이라는 종’이 전방위적으로 우리 삶을 침투한 사이버스페이스와 ‘접속’의 생활양식에 만족하며 살 수 있을 것인가. 모든 체험과 관계가 상업적으로 변한 신자본주의 시대에 혈연이나 이웃, 문화적 취향의 공유, 종교적 결사, 민족의식, 형제애, 시민의식같은 전통적 가치는 어떻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리프킨은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았다. 스스로 미래연구가라기 보다 사회활동가로 불러 달라고 하는 사람치고는 그저 문제제기에서 그치고 있다. 이미 환경, 여성, 인권, 빈부문제같은 모든 저항문화조차 마케팅에 동원된 상황이다. 미국 서부가 부자들의 여가식민지로 전락하는 등, 자연이라는 절대절명의 과제조차 상업적인 동기에 의해 보존되는 세상이다. 마케팅의 촉수가 뻗치지 않는 곳은 이제 없다. 시대적인 인간형과 문명 간에 이처럼 빠른 속도로 이처럼 전면적으로 ‘단절’이 이루어진 시대는 없었을 것이다.

접속의 시대에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며 사회학적, 정치적 숙제라고 리프킨은 말한다. 그러면서 문화와 상업이 조화를 이루는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핵심적 도구로 ‘시민교육’과 ‘놀이’에 대해 귀뜸한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접속의 시대를 살아가는 닷컴세대-상상만으로도 진저리치게 만드는 신인류 중에서도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인간>이 출현해 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영화 <아일랜드>와 <로봇>에 보면 복제인간과 로봇 중에서도 <생각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아직은 우리의 상상력은 낙관 쪽으로 기울어진 것같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3>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의 2부는 1부만큼 명료하지 않다. 1부에서 받은 충격이 워낙 생생한 탓이거나, 저자 특유의 반복 강조하는 글쓰기가 빚은 폐단일수도 있다. 가령 8장 9장 10장은 한 가지 내용을 나누어 놓은듯한 느낌이 든다. 문화를 고갈시키는 신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인데 여행과 연예산업에 대한 예시라든지 간간이 1부에서 언급된 내용이기 때문에 조금은 동어반복이라는 인상을 준다. 8장에서는 가장 오래된 문화산업으로서 여행관광산업을 집중조명하고, 쇼핑몰에 대한 분석이 요긴했지만 ‘체험을 판매한다’는 기본 전제아래 계속되는 이야기가 딱히 새로울 것은 없었다. 9장 역시 엄청난 문화마케팅의 실상과 새롭게 부각되는 ‘문지기’의 막강한 위력이 흥미로웠지만 내용의 독립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10장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8,9,10장을 통폐합하여 내용을 집약시키는 대신 ‘새로운 인간형’을 독립된 장으로 엮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종국에는 모든 것이 ‘인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만한 비중을 두어도 좋을 것이다. 새로운 인간형의 문제는 10장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지지만, 그 내용이 심도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다분히 충격적이지만 ‘다중인격을 가지고 장면마다 맡은 역할을 연기하듯’ 살아간다는 차원에서 더 나아간 것은 없어 보인다. 아직 그에 대한 연구가 일천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사회학자나 심리학자에게 그 역할을 넘겼을수도 있다. 그러나 리프킨처럼 대중적이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학자가 저술해 준다면 훨씬 많은 독자에게 파급력이 있을 것이다.
11장 ‘접속자와 비접속자’는 빈부격차의 측면에서 나름대로 독립적인 내용이므로 그대로 두되 12장 ‘문화와 자본주의의 생태학을 위하여’를 대폭 강화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아닌 <난자에서 납골당까지> 이어지는 상업주의와 대항할 수 있는 <인간적인 영역>이 나의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4> 책에서 인용한 글귀 - 숫자는 페이지를 의미합니다.

1.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

11-시장은 네트워크에게 자리를 내 주며 소유는 접속으로 바뀌는 추세다.
근대 경제의 중요한 특성이었던 판매자와 구매자의 재산 교환은 네트워크 관계로 이루어지는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단기 접속으로 바뀐다.
12-새로운 경제에서는 물건이 아니라 개념, 아이디어, 이미지가 실리를 가져온다. 부는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력에서 나온다.
13-접속 중심의 구도에서 기업의 성공은 시장에서 그때그때 팔아치우는 물건의 양보다는 고객과 장기적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점점 좌우된다. 상품과 서비스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데 유념해야 한다.
15- 노동을 상품화하는 것이 산업 시대의 특징이었다면, 접속의 시대에는 놀이의 상품화가 그 특징이다.
17-제품 생산에서 기본 서비스의 제공으로, 다시 인간관계의 상품화로, 마지막으로 문화적 체험에 대한 접속권의 판매로 경제적 우선 순위가 달라져 온 것에서 우리는 모든 관계를 경제적 관계로 만들려는 상업 영역의 집요한 의지를 목격한다.
19-정부와 문화 영역이 크게 축소되고 상업 영역만이 인간 생활의 으뜸가는 매개 고리로서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과연 문명이 살아남겠느냐
23-심리학자와 사회학자들은 이른바 닷컴 세대에 속하는 젊은이들의 정신 발달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벌써 주목하고 있다. 다중 인격자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닷컴 세대가 현실을 수시로 바꿀 수 있는 한낱 이야기들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우려한다.

2. 시장이 네트워크에 밀리는 날

29-타임 워너의 월터 잭슨은 ‘구체제가 클럽이었다면 신체제는 네트워크’라고 갈파했다.
45-인텔 회장을 역임한 앤디 그로브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감독, 배우, 음악가, 작가, 기술자, 자본주가 잠시 모여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는 극장에 비유한다. 성공한 사례는 많다고 볼 수 없지만 한 번 터지면 일확천금을 거둔다.
47-경제활동의 중심부에서는 인간의 경험이 판매되고 구입될 것이다. 소비자 개개인의 일상 경험이 무대의 순간, 극적 사건, 개인적 변신의 끝없는 연속으로 상품화되고 탈바꿈되는 새로운 시대의 선두 주자가 바로 영화산업이다. 경제의 모든 영역이 지리적 시장에서 사이버 스페이스로 이동하고 물건과 서비스의 판매에서 모든 인간 경험 영역의 상품화로 옮겨가기 시작하면 할리우드의 조직 모델은 상업 행위를 조직하는 전범으로 여겨질 것이다.

3. 무게없는 경제

49-생일카드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칩의 정보 저장 용량이 1945년 전세계에 존재하던 모든 컴퓨터의 용량을 능가하는 요즘 세상에서 컴퓨터의 가치를 무게로 측정한다는 것은 정신나간 짓이다.
53-디지털을 통해 음악을 소비자에게 팔 수 있게 되면 음반사는 음악을 실제로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고 도매업자, 창고 재고, 유통업자, 수송업자에게 들어가던 돈을 모두 줄일 수 있다. 음악 상품을 이렇게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도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새로운 자본주의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사례의 하나이다.
56-7 새로운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돈도 물질성을 잃어버린다. 이제 돈은 이미지다.
58-9돈의 탈물질화가 진행되면서 저축은 감소하고 개인 부채는 증가한다. 축적이 아니라 발빠른 회전이 지배적 정서로 자리잡고 경제활동이 점점 가속화하는 시대에는, 개인이 저축의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으로 생각된다.
65-일례로 많은 기업들은 이제 자본 설비를 구입하기보다는 필요한 물리적 자본을 빌려 쓰고 단기 비용이나 경상비로 처리한다. 현재 미국 기업에서 쓰는 기계, 설비, 운송 수단의 약 3분의 1은 빌린 것이다. 공장 설비와 업무용 설비, 운송 수단, 부동산, 공작기계, 전기 생산 제어 설비, 건축 설비, 공장, 사무실 공간, 매장, 화물차, 항공기, 유조선, 자동차, 파이프라인, 엑스레이 설비, 컴퓨터, 프린터, 심지어는 젖소까지 사실상 모든 종류의 생산 자본이 임대되고 있다.
67-기업들이 구입보다 리스를 선호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장 상황의 변화에, 그리고 기존의 설비가 쓸모 없어졌을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스는 세계적 현상이 되었다.
69-아웃소싱은 지금까지 자체적으로 처리해 온 기능이나 서비스를 위탁 계약을 맺고 외부에서 처리하는 것이다.
75-아웃소싱은 경영진이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즐겨 쓰는 수단이 되었다. 노조의 힘이 강하지 않은 기업이나 노조가 아예 없는 기업에 업무를 넘김으로써 회사는 골치 아픈 단체 협상을 피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노조의 힘이 줄어드는 배경에는 아웃소싱이 있다.
78- 작가이며 언론인인 프레드 무디는 <뉴욕 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유일한 공장 자산은 직원들의 상상력이다’라는 말로 핵심을 찔렀다. 여기서도 우리는 다시 한번 21세기의 새로운 비즈니스는 딱딱한 물리적 자산이 아니라 아이디어로 가치를 평가하는 <가벼운> 기업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85-가벼운 제품, 소형화, 부동산의 비중 감소, 저스트인타인 재고관리, 리스, 아웃소싱, 이 모든 것은 물질성에 역점을 두었던 세계관이 쇠락하고 있다는 증거다.
자기 인생의 길잡이가 될 만한 생각을 상업의 영역에서 가져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문명에서,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관점, 의견, 관념, 개념이 존립할 수 있는 여지가 과연 있을까? 온갖 유형의 아이디어가 거대 기업들이 관리하는 지적 재산권의 형태로 얽히고 설켜 있는 사회에서 우리의 집단 무의식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미래의 사회적 담론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4. 지적 재산의 독점

89-맥도널드만 하더라도 햄버거를 파는 것보다 햄버거 매장을 파는 것이 훨씬 짭잘한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상품의 대량 생산이 아니라 개념의 대량 생산 시대가 열린 것이다. 모기업은 시설비나 인건비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지 않고 사업을 실제로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시을 넓힐 수 있다. 체인 가맹점은 운영 기술, 브랜드, 이미 성공이 입증된 안전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90-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체인화되고 있다. 체인의 종류도 2천 가지가 넘는다. 놀라운 것은 그 대부분이 25년 전까지는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96-체인점이라는 새로운 사업 형태는 소유이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나타난 혼성체라고 할 수 있다.
109-우리는 지식 경제에서 반독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한 개념을 정립하지 못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본 적이 없는 위험천만한 권력의 집중 양상을 드러내는 독점, 곧 기본적 정보에 대한 독점을 확실히 규제하기 위해서 반독점법을 활성화시키자.

5. 서비스 세상

113-자동차 구입자의 평균 보유 기간은 3년 6개월, 반면 임대 이용자는 평균 2,3년에 한번꼴로 차를 바꾼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헬무트 베르너 대표이사는 ‘우리의 목표는 자동차 한 대를 더 파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변신의 기회를 보장하는 완벽한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121-자기가 배타적으로 점유하거나 보유할 수 있는 것이 재산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언제까지 자기가 선택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재산이다. 제 3자에게 양도하거나 파는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재산이다. 시장의 관점에서는 이 세 가지 기준 중에서 마지막 것이 가장 중요하다.
130-1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종래의 물품이 순수 서비스로 전환하는 속도가 얼마나 빠르게 이루어지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본보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카타>는 가격이 싸면서도 계속 업그레이드된다는 장점이 있다. 불과 1년 반도 못 되는 사이에 <인카타>는 전세계 백과사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물질성을 벗어던지고 명실상부하게 순수 서비스로 변신했다.
143-세상 만사가 서비스화된다는 것은 , 자본주의가 상품을 교환하는 데 바탕을 둔 체제에서 경험 영역에 접속한는 데 바탕을 둔 체제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에어컨 자체를 사지 않고 에어컨 서비스를 받기로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에어컨을 통해 얻는 경험에 대해서 돈을 지불한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자본주의에서는 물질의 차원보다는 시간의 차원이 훨씬 중요하다. 장소와 물건을 상품화하고 그것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는 서로의 시간과 식견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필요한 것을 빌린다. 그것은 우리가 한시적으로 구입하는 활동이나 사건이 된다. 자본주의는 물질에서 출발했지만 물질성을 벗어던지고 점점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개별적 사건으로 나아가고 있다.

6. 인간 관계의 상품화

144-현대 자본주의의 두드러진 특징은 삶의 다양한 국면을 상업 관계망 안으로 강제 편입시켰다는 점이다.
145-사이버스페이스 경제에서는 남아있는 모든 시간을 네트워크의 힘이 상업성의 궤도로 끌어당긴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사방에서 밀고 들어오는 <상업화>의 노예가 된다. 접속의 시대는 한마디로 모든 인간 경험의 상품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이다.
앞으로 생산 중심에서 마케팅 중심으로, 판매 중심에서 관계 구축 중심으로 궤도 수정을 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마케팅 전문가와 경영 컨설턴트, 경제학자, 미래학자가 쏟아내는 무수히 많은 책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내용이다.
149-정보과학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이제는 relation 기술이라고 불러야 한다며 정보 기술 대신 R-기술이란 말을 쓰자고 제안하는 사람까지 있다. -여기서 처리되는 것은 물질로 이루어진 상품이 아니라 관계이기 때문이다.
153-스톱워치와 조립 라인이 노동자를 관리하는 과학적 수단을 제공했다면 사이버스페이스의 피드백 고리와 바코드는 소비자를 관리하는 과학적 수단을 제공한다. 새로운 세기에 소비를 조직하는 것은 지난 세기에 생산을 조직하던 것만큼 중요하다.
167-대부분의 관계가 상업적 관계로 변하고 모든 개인의 삶이 24시간 내내 상품의 틀에 갇혀 있을 때, 비상업적 관계, 다시 말해서 혈연, 이웃, 문화적 취향의 공유, 종교적 결사, 민족 의식, 형제애, 시민의식에 바탕을 둔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168-우리 존재의 거의 모든 측면이 유료 활동으로 바뀌면 궁극적으로는 인간 그 자체도 상품이 되어버리고 상업적 영역은 개인과 집단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권을 쥐게 된다.

7. 삶으로서의 접속

172-공동 관심단지는 기존의 지방 자치 단체를 대체할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
CID 는 단순히 집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생활방식을 파는 것이다. 월트 디즈니가 플로리다에 세우고 있는 계획 공동체 <셀러브레이션>은 많은 면에서 새로운 부동산 개발 방식의 전범으로 자리잡았다. 이 공동체의 집을 산다는 것은 이미 완비된 생활 양식에 접속할 수 있는 입장권을 산다는 뜻이다.
174-반은 생활공간이고 반은 극장인 상업 구역이다. 이 도시가 제공하는 모든 것은 상품화된 경험이라는 것이다.
180-엄격한 사유 재산 체제에 수반되는 자율성을 포기하는 대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상품화된 관계를 구입하는 데 수반되는 상호 의존성을 선택한다.
185-어느 모로 보나 재고가 가장 부족한 상품은 시간이다.
189-시간 공유는 콘도미니엄의 사용을 세분하는 방법이다.
시간공유 개념은 1960년대에 알프스 스키 휴양지에서 처음 창안되었다.
192-자기한테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그 때 그 때 접속해야 하는 자잘하고 단기적인 부분들로 가져와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을 그만큼 홀가분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소유가 접속으로 바뀌면 소유에 수반되는 개인적 책임감도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197-CID는 아무런 역사적 준거점 없이 설계 내역에 따라 하나부터 열까지 몽땅 인공적으로 만들어 허허벌판에다 툭 떨어뜨린 것이다. 그것은 역사를 모르는 공동체다. CID를 <고향>으로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198-시간적 네트워크 안에 편입하는 것은 장소에 뿌리를 둔 삶의 충분하고 의미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지리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인가, 아니면 지나간 시대의 주변적 찌꺼기에 불과한 것인가? 우리의 생활공간을 소유에서 접속으로 어느 정도까지 탈바꿈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가 누구이며 21세기를 어떤 식으로 살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두 가지 감수성의 우열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다.

8. 자본주의의 새로운 문화

202-우리는 디지털 통신 기술과 문화 상업주의의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 둘은 실제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강력한 쌍두마차이다.
205-문화-인간의 삶에 의미를 주는 공동의 경험-은 미디어 시장으로 인정 사정 없이 끌려 들어가서 상업적으로 개조된다.
206-공동체가 공유해 온 문화가 네트워크 경제에서 자꾸만 파편화된 유료 경험으로 쪼개지면서 접속권도 자연히 사회적 영역에서 상업적 영역으로 이동한다. 이제 접속권은 전통, 통행권, 가족과 친족의 유대, 민족, 종교, 성 같은 자연적 기준이 아니라 상업 광장에서 통용되는 경제력에 따라서 부여된다.
211-앤디 워홀이 켐벨사의 수프 통조림 같은 상품을 그려서 예술작품이라고 내놓았을 때 전통문화는 벌써 소비 문화로 이행한 지 오래였다. 한때는 시장이 추구하는 가치에 강력한 반기를 들었던 예술이 이제는 시장이 내세우는 가치의 가장 중요한 전달자, 가장 충실한 하수인이 되었다.
212-그러나 오늘날 자본주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더 이상 살 것이 없다>는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의 말은 바로 이 문제의 정곡을 찌른다.
213-체험산업은 심장 박동을 빠르게 만드는 모든 내용을 거래하는 것
215-세계 관광 기구에 따르면 78억으로 예상되는 2020년의 전세계 인구 중에서 16억 명이 해외 여행을 갈 것이라고 한다.
219-관광과 연예는 진정한 체험 그 자체라기 보다는 체험의 모방에 가까운 문화적 상품으로 융합되고 있다.
220-1990년 클럽 메드는 브라질에서 말레이시아에 이르기까지 세계 전역에서 98개의 휴양촌을 소유하거나 임대운영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995년 한 해 동안 140여 만 명이 클럽 메드를 통해 해외 여행을 떠났다.
224-살아있는 체험을 상품으로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지역 사회와 나라의 자연 유산과 문화 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225-스태퍼드 대주교는 ‘우리가 추진하는 새로운 유형의 개발은 입장료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놀이공원같은 -별개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위험천만한 것’이라고 경고한다. 서부는 미국부자들의 ‘여가식민지’로 전락하고 있다.
229-오늘날 몰은 소비라는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연극 공간 내지는 정교한 무대가 되엇다. 부동산 개발업자는 몰을 지을 때 할리우드의 착상을 대거 따온다. 몰은 시간을 넘어선 공간이다. 가급적 시계는 걸어놓지 말아야 한다.
236-문화는 체험의 공유다. 서로 비슷한 가치 아래 사람을 모아들이는 것이다.
20세기말, 미국을 이끌어가는 사업은 더 이상 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오락이다.
239-영화는 문화생산을 자본주의 시장의 무시 못할 주역으로 정착시켰고 상업적 오락물을 미국사회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241-경제는 거대한 공장에서 거대한 극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42-제조업 중심의 자본주의에서는 산출량이 중요하지만 문화중심의 자본주의에서는 연기가 중요하다.
243-이 <연출적 관점>은 인간의 상호 작용은 모두 드라마이며 연극에서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원리를 따른다는 기본 전제에서 출발한다.

9. 문화의 광맥을 찾아서

250-사이버스페이스가 워낙 전방위적인 의사 소통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제식, 의식, 축제, 연극, 예술, 종교, 공개 토론처럼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얼굴과 얼굴을 직접 맞대고 하는 전통적 의사 소통 형식은 비중이 점점 떨어지고 인간 관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251-작가이며 프리랜서 칼럼니스트인 하워드 라인골드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가 갈구하는 모든 체험을 실현하기 일보직전에 와 있다’ 라인골드는 ‘화면 저 너머로 현실이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우리 앞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세상에서는 ‘현실 자체가 상품으로 제조되고 계량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252-경제적 부가 가치의 순환 고리에서 문화 생산이 가장 각광받는 분야로 떠오르면, 당연히 마케팅은 협소한 상업 영역의 울타리를 훨씬 넘어서서 막중한 비중을 차지하게 도니다. 마케팅은 문화라는 공공재로부터 가치 있는 문화적 의미를 캐낸 다음 예술적 조작을 거쳐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상품화된 체험으로 변형시키는 수단이다.
253-이 새로운 마케팅 현실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의 이름이 박힌 최고급 상품의 세계다.
254-나이키는 운동화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 운동화를 신으면 어떻게 보일까 하는 이미지를 파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256-저항문화는 마케팅 전문가가 특히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다. 환경 문제, 여성 문제, 인권 문제, 빈부 문제, 이 모든 것이 이미 마케팅에 동원되었다.
259-슈라이버는 ‘접근하고 싶은 사람의 생활에서 무시 못할 비중을 차지하는’ 문화 활동이나 제도에 투자하라고 기업에 충고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후원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 다시 말해서 목표를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272-MIT의 언어학 교수 켄 헤일은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루브르 박물관이 폭격을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언어는 한 문화가 공유하는 의미, 표현, 가치관, 이해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273-다국적 기업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문화 중개자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접속이 체험의 유일한 통로가 되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지기의 노릇을 하게 된다.


10. 탈근대

274-새로운 인간형이 탄생하고 있다.
276-이 변화 무쌍한 남녀를 끌어당기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스타일과 패션이다.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을 도모한다. 정신없이 바뀌는 이들의 생활 공간에 습속, 관행, 전통이 들어설 여지는 없다.
285-스페인의 철학자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일찌기 현실의 수효는 관점의 수효와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관점주의 이론은 단순하고 인식 가능하고 객관적인 현실이라는 근대적 발상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나는 나와 주변 상황의 합.
288-누구나 열망해야 하는 단 하나의 이상적 사회 체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나름의 타당성을 모두 갖는 수많은 문화적 실험이 있을 뿐이다.
291-MTV는 풍자가 아니라 짜깁기다. 장보드리야르가 말한 대로 ‘커뮤니케이션의 무아지경’을 연출하는 문화적 파편들의 끝없는 나열이 있을 뿐이다. MTV는 아무런 맥락이 없는 체험이다. 그래서 무의식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295-중세인의 가장 큰 관심사는 내세에서 안전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덕을 쌓은 사람은 영원한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그들은 믿었다. 그러나 근대로 들어와 사회가 점점 생산 지향적으로 움직이면서 덕은 변방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브르주아지는 덕보다는 양식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양식은 무엇보다도 자기 절제와 지기 통제라는 관념을 연상시켰다.
297-양식이 매력으로 바뀌는 기나긴 여정에서 사유 재산은 여전히 사회에서 가장 으뜸가는 지위를 차지했지만 강조점은 서서히 생산에서 소비로 이동했다.
새로운 세대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문화라는 장터를 이루는 수많은 드라마에서 연기하면서 각본과 무대 사이를 경쾌하게 옮겨다니는 ‘창조적 공연자’로 간주하는 경향이 늘고있다.
299-이제 자아는 만들어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자아는 끊임없이 갱신되고 재편집되는 이야기의 전개로 여겨진다.
300-20세기 중반으로 넘어오면서 역사 의식은 쇠락하고 심리치료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인생은 역사나 먼 미래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기에는 너무 짧다는 각성이 움튼다.
305-요컨대 인쇄는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데 어울리는 마음가짐과 세계관을 안겨주었다.
307-자아는 대수롭지 않다... 섬처럼 혼자 설 수 있는 자아는 없다. 모든 자아는 관계의 날줄과 씨줄 안에서 존재한다... 늙었건 젊었건 남자건 여자건 부자건 가난하건 사람은 언제나 특정한 통신 회로의 ‘접속점’에 위치한다.
312-가상공간에서 만들어진 여러 개의 나는 현실속의 통일된 자아 관념을 허물어뜨린다.
나는 내가 흉내내는 사람이다.
313-복수의 인격을 가진다는 것은, 자아의 실종을 의미기는커녕 좀더 유연하고 성숙한 의식의 단계에 올라섰음을 뜻한다고 주장한다.
317-인격을 뜻하는 라틴어 ‘persona'는 원래 가면을 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인생의 연극성을 전보다 강하게 의식한다는 점, 같우 연극이라도 예전에 비해 상업성이 짙어졌다는 점이다.
319-다니엘 부어스틴은 지적한다. ‘우리는 종국에 가서는 그 안에서 살 수도 있을 만큼 너무나 생생하고 너무나 설득력 있고 너무나 실감이 나는 환각을 만들어낸 최초의 인간이 될 위험성이 있다.

11. 접속자와 비접속자

327-배급은 상품이고 콘텐츠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다. 이익은 부가 가치가 많은 쪽에서 나온다.
331-무역은 이제 국기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통신 시스템을 쫓아간다. 민간 기업이 구축한 통신망은 점점 지리적 공간에 속박되지 않는 새로운 이익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333-민간기업이 국내 인프라와 국제 접속 경로를 모두 장악할 경우 개발도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식민지 속국으로 되돌아가는 꼴이 되어버린다.
335-6 주파수가 국민을 대표하여 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재에서 거대미디어 기업의 사유재산으로 탈바꿈하면 거대 기업과 일반 국민의 관계에도 변화가 온다. 고도로 발전한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문명에서 지금까지 공공재산으로 여겨졌던 주파수를 잃어버리면 사람들은 거대 미디어 기업의 그늘 아래 들어가게 된다.
341-유엔 개발 계획이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358명의 억만장자들이 세계 인구의 절반이 가진 재산보다 더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342-캘리포니아의 교도소 예산은 고등 교육 예산보다도 많다.
346-사이버스페이스는 종래의 장소와는 성겨이 다를지 모르지만 그래도 수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엄연한 사회적 교류의 장이다. 앞으로 인간이 영위하는 문명 생활의 상당 부분은 전자 세계에서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접속의 문제는 다가오는 시대가 성찰해야 할 가장 중요한 화두의 하나가 된다.

12. 문화와 자본주의의 생태학을 위하여

348-접속의 시대는 인간의 경험을 조직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한다. 접속관계의 사회학적, 정치적 의미를 정의하는 작업은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다.
349-네트워크 경제와 접속 세계의 새로운 현실 앞에서 소유 관계의 본질과 철학을 새롭게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55-인간의 삶에서 이념성이 줄어들고 연극성이 늘어난다면, 거창한 줄거리나 웅장한 세계관의 비중이 줄어들고 수십억 가지에 이르는 개개인의 드라마가 상업 네트워크와 사이버스페이스 안에서 자기 나름의 각본에 따라서 공연된다면, 그 때 우리는 인간이 처한 조건, 인간이 추구하는 정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인생의 목적이라는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결국에 가서는 상업 광고만이 난무하고 그 사이사이에 간헐적으로 ‘본방송’이 끼여드는 세상으로 바뀌지 않을까?
상품화된 관계의 핵심은 그것이 도구적이라는 데 있다. 이런 관계를 유지시키는 유일한 결속력은 쌍방이 합의한 거래 가격이다. 이 관계의 성격은 기본적으로 호혜성보다는 계약성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359-한 사회의 문화 기구-교회, 세속 기관, 민간 단체, 상조회, 스포츠 클럽, 예술 집단, 비정부 기구 -는 사회적 신뢰의 샘물이다.
360-문화기구라는 버팀목이 있기 때문에 시장이 가능하다. 성숙하고 강한 제3부문을 가진 공동체와 나라에서는 자본주의 시장이 번성한다.
362-공감은 ‘타자의 인간성을 자신의 상상력 속에 끌어들이는 노력’을 요구한다. 공감은 가장 심오한 인간의 감정에 해당된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자아의 울타리 밖으로 넘어가서 타인 안에서 감정의 둥지를 틀고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처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363-대부분의 체험이 문화로부터 떨어져 나와 상업 영역으로 밀려 들어갈 때 그것은 공감이라는 발상을 허용하지 않는 상품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이다.
365-이러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는 성공을 거두는 바로 그 순간부터 제 무덤을 파기 시작한다.
367-쿠바와 푸에르토리코의 가난에 찌든 도시 빈민가에서 출현하여 가혹한 현실과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연대와 자부심을 나타냈던 살사라는 음악 장르는 제1세계 음악 팬의 입맛에 맞추는 과정에서 김빠지고 감상적인 음악으로 변질되었다.
373-인간과 인간의 교류는 컴퓨터 전송과 수신, 컴퓨터 전송과 수신, 컴퓨터 인터페이스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가장 깊은 인간의 교류는 언제나 지리적 공간에서 일어난다.
377-시민 교육은 문화와 상업이 조화를 이루는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핵심적 도구이다.
378-정부와 기업이 지역 공동체로부터 손을 떼는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거대한 제도의 진공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381-문화의 다양성을 되살리기 위해 문화의 복원을 부르짖는 것은 좋지만 예기치 못한 부작용으로 고약한 형태의 근본주의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384-네널란드의 역사가 요한 호이징가는 인간의 본질을 정의하는 호칭으로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사유하는 인간과 호모 파베르-도구룰 사용하누 인간과 동렬에 올려놓자고 제안했다.
389-1795년에 쓴 <인간의 미적 교육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프리드리히 실러는 ‘사람은 가장 인간다울 때 놀고, 사람은 놀 때 가장 인간답다’고 썼다.
390-자유와 놀이는 토대가 같다. 사람은 문화 영역에서 순수한 놀이를 경험하는 동안 마음을 열고 남과 어울리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서로에게 빠져들 때만 진정한 인간이 된다. 인간은 순수한 놀이에 완전히 참여해 보아야 비로소 진정한 자유룰 만끽할 수 있다.
391-주제 도시, 공동 관심 단지, 종합 오락 센터, 쇼핑몰, 해외여행, 패션, 요리, 프로 스포츠, 영화, 텔레비전, 가상 세계, 온갖 유형의 모의 체험은 새로운 단계의 자본주의가 눈독을 들이는 분야이다.
392-수천년을 이어온 살아있는 인간 체험의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상실한다는 것은 생물 다양성을 잃는 것 못지않게 앞으로 우리가 생존하고 번영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접속의 시대는 ‘우리는 타인과 맺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재설정하고 싶어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으로 우리를 내몰 것이다.
IP *.199.1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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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6.03.16 22:03:51 *.11.16.56
명석님 아니벌써 이렇게 빨리!!
저는 지금 읽고 있는 중인데 물론 직장생활과 함께하니
무척 힘든 과정의 하나입니다.

소감에 대한 부분에 많은 동감이 들지만
집을 만드는 회사에 있다보니 리프킨이 모르는
부분이 없지 않아요.

인간은 이기적이기에 인간의 속성은 소유라는 거지요
특히 집에 대한 소유는 우리나라에서는 극에 달하잖아요
아마 이러한 트렌드는 미래에도 지속될 것입니다.

다만 명석님이 꿈꾸는 CID는 이미 우리나라도 시작되고
있어요. 바로 타워팰리스가 그 예입니다. 자신만의 공간을
추구하는 공동집합단지, 그러나 그것도 가진자만의 공간으로
없는 자에게는 위화감을 조성하죠.

저는 아직 최종장을 넘기지는 못했지만
아마 리프킨의 요지는 문화보존이 아닐까요.
다양한 문화의 보존만이 접속에서 오는 부작용을
막는 길이라고...

그래서 그런지 역자의 소유의 종말이란 표현은
몹시 거슬르네요..

아무튼 무척 수고하셨어요. 이 과정이 끝나고서라도
다시 만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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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2006.03.17 09:43:06 *.109.152.197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유... 참 멋지네요.
모두에게 같은 시간이 주어져 있지만
한명석님의 부지런함이 빛나고 자극이 되어
좋은 날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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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6.03.17 10:25:57 *.199.135.198

연구원으로 1차 선정되기 전에 이 홈피에 드나들면서, 이 책을 미리 읽어서 조금 여유가 있었을 뿐이예요. 제가 이 책을 찍은 셈이지요.
그런데 과제물을 써야 한다는 강박감이 여유있게 생각하면서 읽게 내버려두지는 않더라구요. 읽으면서 막 쓰네요. 어차피 두 분처럼 차분하고 논리적인 글은 못 쓰거든요. 지난 번 독후감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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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6.03.18 08:27:47 *.190.172.46
한명석님 독후감이라기보다 소유의 변천에 대한 보고서같은 글이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소유의 종말이 접속이라는 것을 넘어서 공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상업적인 대량소비를 넘어서 커뮤니티 중심의 생활로 넘어가고있지요.
한명석님께서 생각하시는"내가 꿈꾸는 공동체가 자발적이고 철학적인 공감에 기초한 인간적인 것"아주 멋져요. 이것에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는 진정한 공유를 위해서 밖에서 욕구를 충족시키기보다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야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참 신선한 글이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원하시는 꿈이 이루워지면 더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있겠다는 생각을했습니다. 늘 좋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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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6.03.18 20:10:59 *.81.61.58


예, 숲기원님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홈피에는 관심사가 비슷하고, 이상적인 경향과 용어가 비슷한 분들이 많아서 참 신기해요. 적지 않은 세월을 살면서 늘 '미운 오리새끼'처럼 겉돌았거든요. 적어도 이 홈피에서는 아웃사이더로 남아있지 않으리라, 다짐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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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3.18 22:32:28 *.77.164.161
지금 책을 읽고 있는데,
한명석님의 글은 그야말로 명료하고, 명석해서
절 감탄케 만드네요.
윗글 공감 10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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