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조윤택
  • 조회 수 220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6년 3월 21일 11시 01분 등록


A. 저자 소개

◇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

사회비평가이면서 세계 10대 미래학자로도 손꼽히는 제러미 리프킨은 워싱턴에 경제트렌트재단(the Foundation on Economic Trend)을 설립하고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사회의 공공 영역을 수호하기 위한 활발한 계몽운동과 감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 20여년 동안 과학기술이 경제, 노동, 사회, 환경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17권의 저서를 펴냈다. 1994년부터는 미국 워튼 경영대학원(Wharton School) 최고경영자 과정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과학기술의 새로운 조류와 이것이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1995년 발표한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은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노동 시간 삭감을 위한 사회운동의 기폭제가 되었고, <바이오테크 시대(Biotech Century, 1998)>는 생명공학 연구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를 제기하여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는 미래 진단서로 접속과 소유를 통해 세계 경제의 흐름을 흥미롭게 분석한다. 그 밖에 혁명적인 수소 에너지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수소혁명(The Hydrogen Economy)>,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을 고하며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제시한 <유러피언 드림(The European Dream)> 등의 저서가 있다.

개인적으로 대학원 시절 그의 <엔트로피(Entropy)>를 읽은 경험이 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날카로운 분석 능력과 탁월한 안목을 보여주는 뛰어난 저술가임에 틀림없다.


B. 책을 읽고 : 접속, 그리고 문화

2000년(국내 출판은 2001년)에 소유에 반대되는 ‘접속(Access)'이라는 개념으로 이러한 책을 저술했다는 것이 놀랍다. 기업은 물론 개인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가 지은 책들이 우리나라의 대학입시 논술시험에 자주 등장하는지 새삼 알게 해준 뛰어난 통찰력과 분석력을 보여 주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이 책을 저술하는 데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며, 350권의 책과 1천여 편의 논문, 5만장의 색인과 약 2천개의 주석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그가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다양한 사회 현상을 접속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고 있다.
신발이 아닌 개념을 파는 나이키社와 같은 기업의 등장, 맥도날드와 같은 체인망의 발달, 주택이나 자동차 등 각종 리스산업의 발달 등 그가 지적한 문제들은 현재진행형이다. 책에서 지적했듯이 최근 우리나라에도 본사 건물을 팔고, 다시 이 건물에 입주하는 기업도 생겨났다. 제품은 무료로 주고,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기업도 늘어났다.
이와 같이 소유와 반대되는 접속은 비단 인터넷뿐만 아니라 자동차, 주택, 공장, 체인점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찾을 수 있으며 점차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나도 물론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많은 시간을 접속에 할애하고 있다. 인터넷은 물론 렌트카,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등 물질적인 소유에서 점차 접속의 형태로 살아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접속의 시대에 기업은 무엇보다 고객관계에 힘써야 한다. 고객은 사업의 기초이며 기업의 존재이유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 인간관계까지 상품화하고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내가 만들어 가는 세상이 아니라 남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기업은 부동산, 설비 등과 같은 하드웨어 측면 보다는 아이디어, 상상력, 개념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지금 기업은 나이키나 베네통과 같은 디자인 본부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아웃소싱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IT업종이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중화학공업 위주의 우리 기업들이 반드시 고려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 또한 시장에서 파는 상품이 되어가고 있다. 예컨대 할리우드-고전적 거대 기업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네트워크 경제로 변신했다고 함-는 오래전부터 세계 영화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스크린은 할리우드 영화로 채워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의 동질화, 획일화는 문명의 위기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리프킨의 지적이다. 지금 미국은 영어와 달러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세계 문화를 지배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문화와 경제력에 대부분의 나라가 속수무책이다. 세계화가 이러한 동질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인류에게는 수천 년 간 축적해온 문화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며, 문화와 상업의 균형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C. 내가 저자라면

접속이라는 단어 하나로 정보화 시대를 설명한 제러미 리프킨은 정말 대단한 사회비평가이다. 책이 좋은 내용을 담고 있고, 읽었을 때 저자의 폭넓고 깊은 의견에 감탄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이 있었다. 책의 구성은 잘 된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내용에서 비접속자를 접속자로 만들기 위한 고민과 논의가 추가되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으로 사료된다.
정보화시대에 접속자와 비접속자는 마치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나 20퍼센트의 상위 계층이 80퍼센트의 부를 소유한다는 파레토 법칙을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비접속자를 어떻게 접속이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더해졌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책에서는 가진 것 없고 기댈 곳 없는 사람은 접속의 시대에도 낙오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비접속자들도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이다. 다양한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구촌 곳곳에 있는 각계각층의 삶이 존중되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빈부의 격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가고 있다.
그의 분석 능력과 통찰력이라면 이러한 범지구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실마리라도 제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접속의 시대를 통해 환경과 자원의 보전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보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산업들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지 지적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저자는 환경 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 부분에도 조금 더 지면을 활용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 보전에 대한 메시지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D. 내게 들어온 문장

1부. 자본주의의 새로운 프론티어

1.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
<10p>
재산을 모으는 것은 세상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커가면서 배운다.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배운다. 이 세상은 상품을 교환하고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재산을 누려보겠다는 원초적 충동에 의해서 굴러간다. 이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서 우리가 기본적으로 가진 생각이다.

<10~11pp>
사유 재산과 시장의 미덕을 한번쯤 열렬히 찬양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개인의 자유, 천부 인권, 사회 계약이라는 관념도 알고 보면 모두 시장이라는 완강한 사회 제도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12p>
새로운 경제에서는 물건이 아니라 개념, 아이디어, 이미지가 실리를 가져온다. 부는 이제 물적 자본에서 나오지 않는다. 부는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력에서 나온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적 자본은 여간해서는 교환되지 않는다. 공급자는 지적 자본을 단단히 거머쥔 채 제한적으로 임대하거나 사용권을 빌려 준다.

예전에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시장의 주역이었지만 이제는 공급자와 사용자가 주역이다.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시장을 통한 거래는 줄어들고 전략적 제휴, 외부 자원의 공유, 이익 공유가 활성화된다. 기업들은 이제 서로에게 물건을 파는 것보다는 집합 자원을 공유하여 광범위한 공급자-사용자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 경영을 선호한다.

<18p>
같은 인간들과 어울려 지내는 우리의 일상적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이 이미 순전한 상업적 관계로 얽혀 있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라. 타인의 시간, 타인의 배려와 애정, 타인의 공감과 관심을 돈으로 사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9p>
문화적 의식, 공동체 행사, 사회적 모임, 예술, 운동, 게임, 사회운동, 시민적 참여가 모두 상업 영역에 의해 야금야금 잠식되어 가고 있다. 다가올 시대의 가장 큰 화두는 <정부와 문화 영역이 크게 축소되고 상업 영역만이 인산 생활의 으뜸가는 매개 고리로서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과연 문명이 살아남겠느냐> 하는 것이다.

<21~22pp>
산업 시대에 자연 자원이 인간의 남용으로 고갈되어 버릴 위기를 맞이했던 것처럼, 문화 자원도 과도한 영리 추구로 인해 언제 고갈되어 버릴지 모른다. 상품화된 문화 체험에 점점 무게 중심이 놓이는 지구 네트워크 경제에서 문명의 생명수라 할 수 있는 풍요로운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고 끌어올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이 새로운 세기의 으뜸가는 정치적 숙제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26~28pp>
접속은 결국 구별과 분리의 문제다. 들어가는 사람과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의 문제다. 접속은 우리의 경제관과 세계관을 재고할 수 있는 막강한 개념적 도구가 되었다. 다가올 시대의 성격을 예고하는 가장 강력한 메타포가 되었다.

2. 시장이 네트워크에 밀리는 날
<34p>
전기 기술자로 일하다가 인텔을 설립한 고든 무어는 일찍이 컴퓨터 칩의 처리 속도는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나는 반면 칩의 생산원가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하락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무어의 법칙은 나중에 컴퓨터 메모리, 데이터 저장 용량, 무선통신 분야에까지 확장되었다.
※ 황의 법칙
삼성전자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이 2002년 국제반도체학회(ISSCC)에서 발표한 이 이론은 ‘메모리 반도체의 용량이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텔의 창업자 고든 무어가 1965년 주창한 뒤 40년 가까이 군림해 온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것이다.

<36p>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기술 본부장 에릭 슈미트는 이제 연구개발은 <웹 주web-weeks> 단위로 책정된다고 말했다. 그의 추정에 따르면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에서 생산되는 지식의 20퍼센트는 1년도 못 가서 무용지물이 된다. 휴렛팩커드의 컴퓨터 시스템 조직 본부장 빔 롤런츠에 따르면, 이 회사 매출의 대부분은 1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제품에서 나온다.

<37p>
<규모의 경제가 속도의 경제로 바뀌고 있다>

<45p>
할리우드는 수직으로 통합된 고전적 거대 기업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네트워크 경제로 변신했다……. 궁극적으로 모든 지식 집약 산업이 할리우드와 똑같은 납작한 원자 상태로 해체될 것이다. 할리우드는 그저 가장 빨리 거기에 안착했을 뿐이다.

<47p>
경제 활동의 중심부에서는 인간의 경험이 판매되고 구입될 것이다. 소비자 개개인의 일상 경험이 무대의 순간, 극적 사건, 개인적 변신의 끝없는 연속으로 상품화되고 탈바꿈되는 새로운 시대의 선두 주자가 바로 영화산업이다. 경제의 모든 영역이 지리적 시장에서 사이버스페이스로 이동하도 물건과 서비스의 판매에서 모든 인간 경험 영역의 상품화로 옮겨가기 시작하면 할리우드의 조직 모델은 상업 행위를 조직하는 전범으로 여겨질 것이다.

3. 무게 없는 경제
<55p>
부동산이 일부 업종에서는 짐이 되고 줄이거나 없애야 할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리적 시장에 기반을 둔 시대>에서 <사이버스페이스의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시대>로 변하는 추세의 중요한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64p>
<우리는 자본을 소유하거나 심지어는 통제하는 것이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자원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 <자본 설비를 보유해 보았자 재미를 못 본다……. 소유에 집착하면 점점 체중이 불어나서 기업의 발 빠른 변신에 걸림돌이 될 뿐>

<69p>
모든 분야, 모든 업종의 기업이 자신의 핵심 사업에 필요하지 않은 자산을 앞다투어 과감하게 처분하고 있다. 기업인들을 지배하는 새로운 사고 방식은 <의심스러우면 밖으로 돌리라>는 것이다. 기업의 일차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자산이나 업무가 아니라면 외부 하청업체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네트워크 경제에서 아웃소싱은 거의 종교처럼 떠받들어지고 있다.

<72p>
불과 10년도 못 되어 세계 굴지의 제조업체들이 공장과 부동산을 처분하여 생산을 외부 하청업체에게 맡기고 디자인실과 유통 본부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대규모 하청업체들은 전세계적으로 공장을 두고 공급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제조업체의 노릇을 실질적으로 하고 있다.

<74p>
나이키는 개념을 판다. 이 회사는 동남 아시아에 있는 무명의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그 개념의 물리적 형태를 생산한다.

<78p>
<마이크로소프트의 유일한 공장 자산은 직원들의 상상력이다>

<80p>
조지 길더는 기업의 시장 평가액과 장부 가격 사이의 격차를 <자본 주식에 담겨 있는 다이너마이트 같은 기업가 정신의 지표>로 이해하자고 제안한다.

<85p>
인간의 생각이 그렇게 중요한 상품으로 거래될 수 있다면, 중요하지만 상업성이 없는 사유는 어떻게 되는가? 자기 인생의 길잡이가 될 만한 생각을 상업의 영역에서 가져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문명에서,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관점, 의견, 관념, 개념이 존립할 수 있는 여지가 과연 있을까? 온갖 유형의 아이디어가 거대 기업들이 관리하는 지적 재산권의 형태로 얽히고 설켜 있는 사회에서 우리의 집단 무의식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미래의 사회적 담론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4. 지적 재산의 독점
<88p>
사업 방식의 체인화라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와 생명과학이라는 좀더 새로운 분야는 이 점에서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전자는 사업 방식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앞세워 거대한 점포 네트워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한다. 후자는 유전자 특허를 앞세워 농부에서 연구원과 보건 전문가까지 폭넓은 사용자를 아우르는 전속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91p>
체인 가맹점은 사업체를 소유한 것이 아니다. 즉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아이디어, 개념, 운영 방식, 브랜드는 남의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이들 점포는 종래의 의미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업체가 아니다.

<102p>
특허를 얻은 종자는 판매되지 않는다. 다만 한 해 농사를 지을 동안만 빌려주는 것이다. 수확을 해서 얻은 새 종자의 소유권은 특허권자에게 있기 때문에 농부가 이듬해 농사에 마음대로 쓸 수 없다. 농부는 타인의 지적 재산에 잠시 접속할 수 있을 뿐이다. 종자는 법적인 의미에서는 판매되거나 구입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임대될 뿐이다.

<103p>
먼저 담배 종자에 새 유전자를 이식하여 특허를 내고 여기에 특수 화학물질을 뿌려두면 종자에서 싹이 나서 한 해 농사를 지을 수는 있지만 수확을 통해 새로 얻은 씨에서는 싹이 트지 않는다. …… <터미네이터 기술>

<108p>
무형 재산과 다양한 지적 재산권에 대한 지배를 통해 다국적 기업은 강력한 공급자-사용자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전에 없었던 새로운 방법으로 경제력을 집중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다.

5. 서비스 세상
<126p>
<상품의 양으로 생활 수준을 재는 것이 산업 사회였다면 탈산업 사회에서는 지금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지는 보건, 교육, 오락, 예술 같은 각종 편의와 서비스를 가지고 생활의 질을 따진다>

<133p>
<이제 우리는 그 동안 우리가 만든 모든 제품을 앞에 놓고 사람들이 이 물건을 정말로 사는 이유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물건 자체가 필요한 건가 아니면 그 물건의 기능이 필요한 건가? 만약 우리가 카펫이 아니라 카펫 서비스를 판다면 그 경제적 여파는 어떻게 될까?>

물품을 팔지 않고 서비스 접속을 제공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자원이 대폭 절약되고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공해와 쓰레기가 줄어들어 환경 보호에도 상당히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140p>
<더 많은 제품을 팔려고 아등바등하는 것보다 설치한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관리하는 쪽에서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141p>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무료 배포는 정보 기술 회사에게는 특히 효과적인 전략이다. 한 회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연결된 사람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여기에 참여한 사람이 개인적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많아지고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수익성도 올라간다.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른다.

<142p>
독창성, 기민성, 순발력만으로 통하던 시대는 끝났다. 기술의 원가가 제로로 곤두박질치는 경제에서 가치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어야만 살아남는다. 머지 않아 이런 급락은 거의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똥값으로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가치라는 것은 처음 개발한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한이 있더라도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맺을 수 있을 때만 창출될 수 있다.

6. 인간 관계의 상품화
<146p>
<제아무리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이라 하더라도 진정으로 소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소프트웨어는 ‘고객 관계’> …… <당신이 만든 모든 제품은 뜬구름처럼 덧없이 사라진다. 믿을 건 당신의 고객밖에 없다.>

<149p>
정보과학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이제는 <관계relation 기술>이라고 불러야 한다며 정보 기술 대신 이란 말을 쓰자고 제안하는 사람까지 있다. MIT 슬론 경영 대학원 협동 과학 센터의 마이클 슈레이지는 <우리는 기술이 정보를 관리하는 수단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관계의 매개물이라는 쪽으로 과감한 의식 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52p>
새로운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하루하루 생활을 하고 경험을 하는 데 필요한 접속의 권리가 상품처럼 선망의 대상이 되며 추구해야 할 무형 자산으로 여겨진다.

<158p>
고객은 사업의 기초이며 기업의 존재 이유이다. 고객만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사회가 부를 낳는 자원을 기업에 위임한 것은 고객에게 그것을 공급하기 위해서이다……. 기업의 목표는 고객을 창출하는 데 있으므로 모든 기업은 오직 두 가지 기능, 즉 마케팅과 혁신에만 전념하면 된다.

<164p>
<아이들의 가슴과 머리를 사로잡아 예순 살까지 묶어두자는 것>

<166p>
인간 관계의 상품화는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다. 개인이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을 요금화하려는 의도를 품고 사람들에게 평생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 관계의 최종 단계를 나타낸다. 모든 것을 삼키는 상업 관계망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이 빨려든다면 과연 인간은 어떻게 될까?

<167p>
우리는 상업적 영역 안에서 서로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온갖 활동, 시간과 노동을 절약할 수 있는 온갖 수단을 만들었지만 이제까지의 역사에서 인간이 지금처럼 시간에 쫓기며 산 적도 없었다. 이것은 시간과 노동을 절약하는 서비스가 급증하면서 우리 주위에서 상품화되는 활동의 다양성과 속도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168p>
우리 존재의 거의 모든 측면이 유료 활동으로 바뀌면 궁극적으로는 인간 그 자체도 상품이 되어버리고 상업적 영역은 개인과 집단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권을 쥐게 된다.

7. 삶으로서의 접속
<182p>


<이제 공동체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시장의 가치관이 미국인의 가정 생활 안으로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들어왔는지를 시사한다.>

<187p>
이동성이 늘어난다는 것은 임대나 구입의 결정 시점이 그만큼 자주 돌아온다는 뜻이다. 이동성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제반 조건이 상존하고 고용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그런 결정 시점이 돌아왔을 때 구입보다는 임대를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193p>
인격은 스스로에게 현실을 부여하려는, 다시 말해서 외부 세계를 자기 것으로 주장하려는 몸부림이다.

<198p>
장소에 대한 갈망을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있지만 공간을 폐지하고 우리의 경험을 시간화하려는 욕망은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의 생활 공간을 소유에서 접속으로 어느 정도까지 탈바꿈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가 누구이며 21세기를 어떤 식으로 살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두 가지 감수성의 우열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다.

2부. 문화를 고갈시키는 자본주의

8. 자본주의의 새로운 문화
<203p>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인간 문화 안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뜻이며, 어떤 인간 문화 안에 있다는 것은 그 문화를 매일매일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세계를 보며 알고 세계와 소통한다는 뜻이다.>

<205p>
<웅변, 무용, 연극, 의식, 음악, 시각 예술, 조형 예술은 아득히 먼 옛날부터 인간 경험의 핵심이고 또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다.> 그런데 과거와는 달리 <인간이 가진 창조성을 표현하는 이런 기본적 요소를 집단적 공동체적 기원으로부터 자꾸만 분리하여 돈을 내는 사람에게만 팔아먹으려는 시도가 파죽지세로 확산되고 있다>.

<212p>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인간의 체험이라는 가장 일시적이면서도 가장 지속적인 상품을 생산하는 사회에서 살게 될 것이다>.

<213p>
<이제 소비자는 ‘내가 아직 안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가지고 싶은 것이 뭔가?’라고 묻지 않고 ‘내가 아직 체험하지 못한 것 중에서 체험하고 싶은 것이 뭔가?’라고 묻는다.>

<218p>
쿡은 체험을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단순한 서비스의 판매와는 전혀 다른 발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일찍부터 판매가-구매자 관계를 공급자-사용자, 서버-클라이언트의 관계로 탈바꿈시켜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통찰했다.

<222p>
한 나라가 갖고 있는 문화의 내밀한 영역은 다른 문화를 체험하는 특권을 누릴 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접속 지역>으로 제공된다.

<242~243pp>
<사업의 성패는 고객의 머리에 감동적 드라마를 얼마나 많이 집어 넣느냐에 좌우된다>

<246p>
<미국이 생산하는 이미지들은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세계인이 이민을 위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전세계로 유출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먼 나라 사람들도 미국에 대한 동경을 품으며 살아간다>

9. 문화의 광맥을 찾아서
<247p>
트루먼은 자신의 인공 세계에서 탈출하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어쩐 일인지 우리는 그 반대편 방향으로 휘파람을 부르며 나아가고 있다.

<249p>
<우주에서 단 하나 잘못된 점은 우리 아닌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따라 이 우주가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

<251p>
인공 환경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우리의 삶 자체가 상품으로 바뀐다.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삶을 만들어주고 우리는 그것을 구입한다. 우리는 우리 삶의 소비자가 되어 버린다.

<254p>
새로운 마케팅 시대에는 <이미지가 제품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이미지를 표현>한다고 강조한다.

<256p>
<소비자는 점점 문화의 소비자가 되고 문화는 점점 시장에서 파는 상품이 된다>

<260p>
비즈니스 위크는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산 채로 광고의 수렁에 매장당한 상태>나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오늘날의 기업은 <가만히 서 있는 모든 것에 메시지를 새겨 넣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272p>
문화 상품의 세계 무역 규모가 불과 10년 만에 3배로 늘어나면서 지구 문화의 동질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동질화 과정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전세계의 많은 언어가 한꺼번에 사라지고 있으며, 그 빈 자리에 영어가 새로운 문화 상품의 표준어로 밀고 들어오고 있다.

<272~273pp>
<이 세상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아득히 먼 옛날부터 인류가 쌓아온 지적 성취와 살아 있는 지식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데이비스는 언어의 소멸이 급속히 진행되는 현실을 개탄한다.

10. 탈근대
<276p>
탈근대와 근대가 이토록 다른 원인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하다. 그것은 바로 시간, 문화, 실체험의 상품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가 탈근대와 맞물려 있는 반면, 근대의 자본주의는 토지와 자원의 상품화, 노동력의 고용, 제품 생산, 기본적 서비스의 제공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278p>
자연이 우리에게 준 이 지구라는 터전이 존속하는 한, 인간이 완전해지는 것을 가로막는 모든 힘을 완전히 제압하는 이 과정은 무한정 계속될 것이다.

<286p>
근대가 목적을 추구했다면 탈근대는 유희를 추구한다. 내용 여하를 막론하고 아무튼 질서라는 것은 무조건 답답한 것, 숨막히는 것이라고 요즘 사람은 생각한다. 반면에 창조적 무질서는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권장하는 쪽에 가깝다. 오늘날 현실적으로 통용되는 유일한 질서는 자발성이다. 탈근대의 분위기에서는 모든 것이 예전처럼 진지하지 않다.

<300p>
요즘 사람은 개인적 구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는다. 흘러간 황금 시대를 되찾으려는 열망 같은 것은 더더욱 상상도 못한다.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일신이 편안하고 건강하며 육체적으로 안전하다는 느낌, 혹은 그런 유의 일시적 환상일 뿐이다. 순간을 위해서 살아가려는 열정이 사람을 지배한다. 그들은 자신을 위해서 살지 선조나 후손을 위해 살지 않는다.

<301p>
인간의 의식을 바꾸어놓은 데 기여한 요인의 수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통신 기술이 인쇄에서 컴퓨터로 바뀐 것이다.

<309p>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제는 <나는 접속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새로운 명제로 바뀌었다. 개인의 자율성이라는 오래된 관념은 복수의 관계라는 새로운 관념에 밀려나고 내 것과 네 것을 가르는 뚜렷한 경계선은 더욱 희미해진다.

<319p>
<우리는 종국에 가서는 그 안에서 살 수도 있을 만큼 너무나 생생하고 너무나 설득력 있는 너무나 ‘실감’이 나는 환각을 만들어낸 최초의 인간이 될 위험성이 있다.>

<322p>
한사람 한사람의 인생은 엄청난 상업적 잠재력을 가진 평생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11. 접속자와 비접속자
<331~332pp>
다국적 기업의 세계 진출은 눈부시다. 5백 개의 다국적 기업이 전체 공산품 수출의 1/3, 상품 교역의 3/4, 첨단 기술과 경영 서비스 부문에서 전체 교역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339p>
통신 혁명과 미래의 네트워크 세계에 대한 대담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보면 세계 인구의 65퍼센트가 평생 전화를 걸어본 적이 한번도 없는 사람들이고 40퍼센트는 전기가 안 들어오는 곳에서 살고 있다. 뉴욕의 맨해튼 한곳에 있는 전화기 수가 사하라 사막 남쪽의 전체 아프리카에 있는 전화기 수보다 많다.

<340p>
<미래는 풍족하고 어디서나 살 수 있으며 교육을 많이 받은 우리 중의 소수에게만 기회의 낙원으로 다가올 것이다. 대다수의 시민들, 다시 말해서 대학을 나오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 소위 불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디지털 암흑 시대가 열릴 것>

<343p>
가진 것 없고 기댈 곳 없는 사람은 접속의 시대에도 낙오된다.

<346p>
사이버스페이스는 종래의 장소와는 성격이 다를지 모르지만 그래도 수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엄연한 사회적 교류의 장이다. 앞으로 인간이 영위하는 문명 생활의 상당 부분은 전자 세계에서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접속의 문제는 다가오는 시대가 성찰해야 할 가장 중요한 화두의 하나가 된다.

12. 문화와 자본주의의 생태학을 향하여
<348p>
네트워크는 새로운 시대에 펼쳐질 인간의 행로를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이요 입구일 뿐이다. 접속 관계의 사회학적, 정치적 의미를 정의하는 작업은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354p>
자치와 소유보다는 포함과 접속이 개인적 자유의 더 중요한 가늠자가 된다. 관계를 맺고 공조를 구축하며 관심을 공유하는 네트워크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자유의 많고 적음이 판가름난다.

<362p>
문화는 인간 문명이 원활하게 기능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또 다른 가치의 산실이 된다. 리프턴에 따르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으로 들어가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감 능력을 통해 동질성을 확인한다>.

<370p>
마을, 지역, 국가 공동체를 결속시키고 동질감을 부여하는 문화적 가치가 글로벌 시장의 무자비한 힘에 압도당할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가 지역 문화나 국가 문화, 그리고 이것들을 지탱하는 창조성이 파손되지 않고 보존, 향상되는 방향으로 세계화의 충격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392p>
문화와 상업이 적절한 균형을 이룬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일은 다가오는 시대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접속의 시대는 <우리는 타인과 맺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 관계를 과연 어떤 방향으로 재설정하고 싶어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으로 우리를 내몰 것이다. 접속이라는 것은 참여의 수준만이 아니라 참여의 유형을 결정하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누가 접속권을 얻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유형의 체험과 세계가 과연 접속할 만한 가치가 있고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따지는 물음이다. 21세기에 우리가 만들어나갈 사회의 성격은 이 답변에 좌우될 것이다.



IP *.99.241.61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