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이종승
  • 조회 수 207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6년 3월 27일 00시 21분 등록
코끼리와 벼룩

벼룩의 삶의 거장 찰스 핸디.

전통적인 아일랜드 목사관에서 성장한 찰스 핸디는 놀랍게도 비기독교적인 자유주의자이다. 통제와 질서의 학교 교육을 내성적으로 꾹꾹 참아내면서도 옥스퍼드대학 등을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한 마디로 재능 있는 사람이다.
다국적 석유 회사 셀에 입사하여 여러 대륙의 나라들에서 근무한 경험을 통하여 일찍 세계 사회의 차이와 변화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런던 경영대학원과 윈저성의 세인트조지 하우스에서 기업의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면서 코끼리와 같은 거대기업의 고용변화를 예측하고 벼룩으로 비유되는 개인들의 삶의 모델을 제시했다. 아예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49세에 자유를 얻기 위해 안정된 직장을 내팽개치고 그 자신이 불안정과 불안의 프리랜서인 벼룩의 삶으로 뛰어들었다. 그러한 자신의 삶에 대한 진솔한 기록인 ‘코끼리와 벼룩’은 전 세계에서 많은 직장인들에게 호응을 받았으며 또 다른 수많은 벼룩들을 탄생케 했다.
특히 74세의 찰스 핸디는 이웃집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같은 편안한 필체로 현대의 경제 현상과 인간성 상실 등의 문제를 쉽고도 깊이 있게 전달하는 경제평론가이자 경영철학자로 유명하며 현재 프리랜서 작가이다.


코끼리와 벼룩을 읽은 소감.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조금은 불편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쉘의 간부를 거쳐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 원저궁의 세인트 조지 하우스 소장 등의 화려한 경력을 지닌 보통 이상의 직장인이었다. 보통보다는 너무나 뛰어나고 확실한 보장 밑에 있던 직장인이었다. 그렇게 화려한 이력과 경력의 소유자였기에 벼룩이 되어서도 ‘그러한 소스가 성공의 열쇠를 만드는 기초가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저자 정도의 이력과 경력이라면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삶과 생활의 타협 속에서 일자리를 얻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벼룩의 삶을 찾는 것과도 다르다고 생각된다. 물론 저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바라는 삶을 찾아서 안정적인 코끼리의 품을 떠나 모든 것을 스스로 직접 해결해야 하고 불안정과 불확실한 벼룩의 삶에 도전했다는 것은 높이 사야하고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4년 전의 일이다. 몇 년간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대안교육 활동을 한 경험과 내 자신이 맞벌이 부부로서 육아를 분담하면서 내 안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본질에 대한 철학들을 주위의 소박한 권유로 원고를 쓴 적이 있었다. 출판계에서 일을 하고 있는 몇몇 지인들의 도움으로 출판하기 위하여 여기 저기 접촉을 했었다. 하지만 내 스스로 출판할 마음을 접기까지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 당시 나는 출판사로부터 대체로 두 가지의 비슷한 이야기들을 들어야만 했다. 하나는 내가 쓴 내용들을 그대로 살리자면 최소한 교육과 관련한 교수라는 타이틀 정도는 저자에게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두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이미지로는 내용상 저자의 상품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른 한 가지의 이야기는 나의 타이틀에 맞춰 내용을 대폭 수정하자는 제의였다. 그래서 나는 한번 해 보자고 했고 대필 작가를 통한 수정된 원고를 보고 마음을 쓸쓸히 돌리고 말았다.
저자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이것이 나의 첫 번째 벼룩의 삶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런 벼룩의 삶으로의 전환에 대한 실패의 경험을 안고 있는 내가 보기에 저자는 ‘남들보다 잘 살기가 아니라 다르게 살기’를 원하고 있었다면, 당연히 벼룩의 삶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라고 보여 진다. 그 누구보다도 벼룩으로서 성공의 가능성이 높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와 같은 벼룩이 되고 싶어도 되지 못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미래지향적인 벼룩의 삶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는 저자가 누구인가와는 상관없이 지금 모든 직장인에게 시기적절한 충고를 넘어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책에서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은 저자가 그래도 저자가 주장한 내용들이나 생각들 그리고 권면한 것들이 우리와 상황이 많이 다르기에 완전히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표현대로 이 책 역시 “좋은 개념들로 가득 차 있으나 읽기에 너무 따분한 경영서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하면 내가 ‘코끼리와 벼룩’을 거꾸로 읽은 것인가?
아 참, 이 책의 많은 부분에서 나는 왜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의 흔적을 보면서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코끼리와 벼룩 속에서.

<인생의 중간에서 새로 시작하기>
1981년 7월 25일, 마흔아홉 번째 생일 아침에 나는 일찍 깨어났다. 그날은 바로 자발적으로 실업상태가 된 내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첫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 전에 만들어낸 말에 따르면 나는 비로소 포트폴리오 인생이 된 것이다.(11) 당시 나는 앞으로 충만하고 보람찬 인생은 서로 다른 범주의 일-돈을 받고 하는 일, 자원봉사, 공부, 부부가 함께 하는 가사, 즉 요리, 집안청소, 세탁 등-로 채워지는 복합 포트폴리오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12)
20세기 고용문화의 큰 기둥이었던 대기업, 그 코끼리들의 세계에서 벗어나 벼룩처럼 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벼룩은 프리랜서를 가리키는 말이다. 어떤 벼룩은 저 혼자서 일하고 어떤 벼룩은 자그마한 자기 회사가 있고 또 어떤 벼룩은 파트너십에 참가하고 있다.(16)
나는 자유를 얻기 위해 안정을 내팽개치고 바로 그 새롭고 무모한 모험의 세계를 선택한 것이다.(17) 그것이 모두 20년 전의 일이었다. 이 책은, 부분적으로, 그 20년 세월 동안에 세상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더듬어본 개인적 회고록이다. 또한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를 예측하는 예언서이기도 하다.(19)

<시작으로 되돌아가서>
시작은 언제나 중요하다. 우리의 과거는 불가피하게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일부분이다. 생애의 후반기에 접어들어 벼룩의 생활을 영위하려면 먼저 나 자신에게 충실해져야 한다.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염원하거나 가장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가?(38)
오늘날까지도 나는 형편없는 협상가, 흥정가이다. 비즈니스 생활을 하면서 당황스러웠던 것은 상대방도 나처럼 늘 진실만 말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인생의 여러 가지 풍상을 겪다 보니 사람들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 면전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41)
개인에 대한 존경, 진리에 대한 외경이 좋은 미덕으로 여겨지지 않고 하나의 장애로 생각된다면 그건 정말 곤란한 일이다. 내 유년 시절의 이런 유산과 타협하는 데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만약 내가 그것을 바꿀 수 없다면 또 특별히 바꾸기를 원하지도 않는다면 그런 미덕이 장애가 되지 않는 생활방식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42)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돈 또는 어떤 필요에 소용되지 않는 돈, 그러니까 그저 쌓아놓기만 한 돈은 낭비된 돈이라는 것이다. ‘돈을 남에게 주어버려라.’ 그렇지 않으면 그 돈은 어떻게든 당신 손에서 사라지게 된다. 나는 미래의 세상에서 더 많은 개인 자선사업가들이 등장하여 자본주의의 일부 지나친 부작용을 치유하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하자면 필요 이상의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 교훈을 몸소 실천해야 한다.(49)
자식의 생활조건을 너무 제약하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반항을 불러일으키기가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조성하는 분위기, 부모의 가치관, 부모의 우선순위 이런 것들이 자녀의 세계관 형성에 일차적인 기여를 한다. 가정은 인간의 첫 번째 학교이다.(53)
전 직장의 상급자들은 내가 남 밑에서 일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었다. 게다가 나는 윈저성이 원하는 강인한 관리자도 되지 못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았고 우울했다. 그리하여 정신과 의사와 상담한 결과 내 문제는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모른다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기 자신을 알려면 먼저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나는 사십대 중반에 이르러 여러 가지 역할과 직장을 거치고 난 다음에야 ‘내가 아닌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59) 그렇게 하여 나의 포트폴리오 인생, 벼룩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는 무엇을 배웠나?>
아주 어린 나이에 존경하는 사람으로부터 ‘황금의 씨앗’을 물려받는 것이 인생에서는 아주 중요하다. 그것은 당신에 대한 칭찬, 혹은 기대감의 표현으로서 당신의 자신감을 크게 강화시킨다.(79)
나는 다행스럽게도 일등급의 성적으로 옥스퍼드를 졸업했다. 하지만 다른 교육기관에 신청할 때 이외에는 내 성적을 물어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거기서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83) 나는 학교가 인생을 미리 실험하는 안전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91) 우리는 학생들 모두에게 ‘황금의 씨앗’을 주어야 한다.(92)

<새로운 경제와 그리 새롭지 않은 경제>
내가 회사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그런 기업의 세계는 이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새로운 회사들은 아주 다른 곳이 되어 버렸고 그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20년 전에는 논리와 질서를 상징하는 아폴로형 회사가 유행이었다. 아폴로 회사는 회사의 일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서 그 조각들을 논리적, 위계적 관계로 배정한다. 아폴로주의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회사는 모든 조각이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열차시간표 같은 상태가 가장 이상적이다.(105)
이런 회사들은 널리 존경을 받았으나 아폴로형의 성격이 아닌 직원은 다니기가 아주 지루한 회사였다. 나는 아폴로형이 아니었고 내가 다닌 셸은 아폴로형 회사였다.(106) 나는 아폴로형 세계에 갇힌 창조적 개인을 상징하는 디오니소스였다.(107) 아폴로형 회사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가 안정되어 있고 예측 가능할 때에는 잘 해나가지만 동요하는 세계에서는 살아남기가 어렵다. 아폴로 회사들은 변화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과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변화를 좋아한다. 아폴로 회사는 과거를 무시하기 보다는 과거를 바탕으로 구축하기를 좋아한다.(108)
이처럼 아폴로 회사는 자기 자신이라는 네모상자의 바깥으로 나가서 사색하고 행동하는 법을 모른다.(110) 만약 다른 회사가 어떤 일에 전문성을 살려 당신 회사보다 더 싸고 더 좋게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면 당신 회사가 직접 하기보다는 대행시키는 것이 더 좋다. 과거의 아폴로형 회사들은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발견하고 있다.(113)
나이키는 개념을 판매한다. “이 회사가 꽉 잡고 있는 것은 회사 전체를 단단히 결속시켜 주는 정보시스템 뿐이다.” 마찬가지로 컴팩은 지적 재산권을 굳건하게 확보한 다음 나머지 일들은 전부 전문가에게 하청을 준다.(114) 이제 소위 R경제가 된 것이다.(R은 인간관계 Relationships의 머리글자) 당신은 직함이 아닌 이름을 부를 수 있고 정말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개인을 몇 명이나 알고 있는가?(118)
상대방을 잘 이해하고 또 상대방의 은밀한 e메일 메시지를 더 잘 해독하려면 그 상대방을 개인적으로 잘 알아야 한다.(120) 연방주의는 각양각색의 파트너들을 한데 아우르고 또 소유권 패턴을 전체 속에서 유기적으로 엮어낼 수 있는 이상적인 장치이다.(127)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는 스물한 가지 경우의 실패한 문명을 검토한 끝에 ‘중앙집중화 된 소유권’과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부적응’이 그 문명의 붕괴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130)
내 아내는 인물사진 작가인데 창조적인 사람들을 만나 사진을 찍고 싶어 했고 나는 기업, 예술, 공동체 등을 창업한 진취적 사업가의 동기와 배경을 알고 싶어 했다. 우리는 그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 철광석을 황금으로 바꾼 사람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그들을 연금술사라고 불렀다. 연금술사들은 자기 스스로 적극적으로 일을 만들어내며 또 그런 일을 성취하여 커다란 차이를 보여준다.(131)
스티브 잡스가 지휘하던 초기의 애플은 아주 창조적인 회사였다. 스무 명 정도의 연금술사로 구성된 그 회사는 이 세상을 바꾸어놓겠다는 야망으로 가득 찬 개인적 벼룩들의 조직이었다.(138) 사람들은 이제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가에만 관심 두지 않고 ‘어떻게 그 돈을 버는가’에 집중한다.(145)
지적 재산-회사를 움직이는 아이디어, 기술, 지식 등-이 이제 대부분 회사의 핵심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146) 한편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이 판매 가능한 가치임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이제 시간당 계약인 임금이나 봉급을 받고서 그 지식을 팔려고 하지 않는다.(151) 새로운 다위니즘적 세계관 속에서 가장 이상적인 회사는 소규모 운영단위, 유연한 위계제와 리더십,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팀 프로젝트 방식으로 움직여야 한다.(153)] 이제 코끼리들은 경제적 압력 때문에 점점 더 직원들을 개인적 경제 단위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154)

<달라지는 기업문화 그리고 개인>
체험경제에서는 회사들이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파는 것이다.(165) 지식과 아이디어가 컨텐츠의 대부분을 제공하는 정보 시대에 우리는 그런 컨텐츠를 제공해줄 개인이 필요하다.(168) 재능 있는 벼룩들 모두가 자신의 지적 재산을 코끼리에게 팔아넘기지는 않는다.(169) 인터넷은 나이와 성별을 배제해 버렸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타당할지 몰라도 누가 타이핑하고 있는지 누가 말하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그 진실성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175)
어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온라인 상거래의 80퍼센트가 단지 30개 회사에 의해서 주도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부자가 온라인 거래를 싹쓸이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180) 새로운 e세계는 그러므로 착잡한 축복이라 할 수 있다.(181) 중간배제현상(허리가 사라진다)은 계속 되고 있다. 중간배제는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밀어붙이는 선의의 불가피한 현상이 되었다. 그것이 글로벌과 로컬의 종합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중간은 점점 자리를 잃고 있다.(187)
변화는 우회로를 따라오기 때문에 익숙한 길을 따라가는 기존의 종사자들을 완전히 제쳐버리는 것이다.(189) 이동전화, 컴퓨터, 인터넷 등은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장소를 바꾸어놓고 있다.(196) 일은 다양한 활동의 포트폴리오 중 한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198) 고용의 세기를 이제 마감하려는 우리 앞에는 과연 무엇이 펼쳐질 것인가. 거기에는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책임지고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계발하고 자기 자신을 프로젝트와 팀 리더에게 판매하도록 요청받는 개인들이 있다. 이제 우리가 들어서고 있는 보다 유연한 세계에서는 자신의 학습과 능력개발을 잘 조정하고 자신의 여러 삶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200)

<새로운 자본주의와 그 딜레마>
미래를 내다볼 때 자본주의는 이미 서방세계의 실질적인 종교가 되었고 점점 더 동방세계의 그것이 되어가고 있다.(201) 나는 이제 자본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것이 아님을 확실히 알고 있다.(203) 미국은 경제가 발전할수록 빈부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는 이론의 구체적 사례이다.(225)
정치가들은 유권자가 공동체를 위해 해야 할 일은 전혀 말하지 않고 그들이 유권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만 말한다.(229) 이렇게 된 것은 조야한 개인주의와 ‘나 홀로’ 사회 때문이다. 시장제도는 공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기 이웃을 보살피고 자기가 번 것을 불우한 사람들과 나누려는 공감이 있어야만 시장제도가 잘 굴러갈 수 있다. 이런 공감이 없다면 시장의 거래를 지탱해주는 신뢰의 기반이 붕괴된다.(230) 개인주의적 자본주의라는 귀신이 병 속에서 일단 빠져나오면 그것을 다시 병 속으로 집어넣기는 아주 어렵다.(235)
케랄라는 인도의 가장 작은 주이다. 1950년대의 공산주의 주정부는 천천히 불타오르는 개발전략을 시작했는데 그들은 그것을 ‘천천히 서두르기’라고 불렀다.(238)
현대 자본주의의 변화속도가 개인은 물론 기업의 불안정성을 높여놓았다. 경제적 성장은 우리가 더 많이, 더 빨리 여행해야 하고, 더 적게 머물러야 하고 조용히 서서 풍경을 바라볼 시간이 점점 더 적어지고, 이웃의 관심사를 돌볼 시간이 점점 없어져 간다는 뜻이다.(253) 자본주의는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는 유일한 게임이다. 자본주의가 잘 돌아가고 또 제 발등을 찍지 않으려면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자본주의를 운영해야 한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발전도상국가의 자본주의가 성숙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선택 안을 제시해야 한다.(255)
좀더 실용적인 측면에서 볼 때 자본주의의 진짜 문제는 목적과 수단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것이다.(256) 여기서 적절한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우리의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손쉬운 돈을 벌어들이는 것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 부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또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게 될 때 바로 그때가 자본주의의 몰락 시점이 될 것이다.(257)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독립한 첫 해’ 나는 자유였지만 또한 외톨이였다. 나는 어떤 회사의 대표자가 아니라 나 자신을 대표하는 독립된 인격이었다. 그러나 연말 송년회 파티가 열리는 시점에서 이런 저런 부서의 초청장이 거의 날아오지 않는다는 게 분명해졌다.(261) 나는 이렇게 자문하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다면 과연 내가 남들에게 가치 있는 사람일까? 나라는 존재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사의 울타리를 떠났으므로 나는 다른 소속처, 다른 사냥동물을 찾아야 했다.(262)
나는 아내 엘리자베스와 함께 개인적 네트워크 혹은 준 공동체를 만들었다.(263) 내가 볼 때 인생은 우리가 가지고 놀 수 있는 유일한 것으로서 우리는 그것을 가지고 좀 더 유익한 어떤 것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266) 열정은 사명이나 목적보다는 훨씬 강한 단어이다. 열정은 막연한 희망으로부터는 생겨나지 않는다.(267)
그래서 자신의 열정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조언하고 있다. “실험을 해보라. 마음에 드는 것은 뭐든지 해보라.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열정으로 성숙될 때까지 그것을 당신 인생의 중심으로 여기지 말라. 그것은 오래 가지 못 할 테니까”(270)
나는 진취적인 사업가들에게 해준 나의 조언이 생각났다. ‘남보다 더 잘 하려고 하지 말고 남들과 다르게 하라.’(272) 뭔가를 남보다 더 잘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하려는 사람은 다른 세계로 걸어 들어가서 보고 듣고 살펴야 한다. 그런 다음 그런 견문을 당신의 세계를 새롭게 조망하는 수단으로 삼고 또 그 새로운 개념을 부지런히 사용하여 당신의 의식의 일부분으로 만들어야 한다.(278) 또한 남의 것을 엿보는 것은 아주 강력한 학습 방법이다. 하지만 그저 배우는 데에만 그쳐서는 안 되고 그렇게 엿본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280)
회의가 들든 말든, 나 아닌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매우 불만족스러운 일이다.(282) ‘좋아, 그런 대로’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삶은 단 한 번뿐이고 그러니 그 삶을 영위하면서 그저 근근이 견뎌나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결국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 질문은 여전히 나를 따라다니는 화두이다.(284)

<일 구획 짓기>
“포트폴리오 인생은 러시아워 때의 혼잡한 지하철을 타지 않습니다. 그들이 거기 없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그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을 보지 못하는 겁니다.” 어떤 것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도 없기 때문에 자신이 설정한 마감일은 손쉽게 수정되거나 포기되어 버린다.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처럼 일 없는 생활은 의미 없는 생활이었다. 하지만 나는 편협한 일의 개념이 우리 사회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288)
그래서 다른 유형의 일 네 가지를 강조함으로써 그런 편협한 개념을 시정하려고 애써왔다. 그 네 가지 유형은 집안일, 자원봉사, 학습, 운동이다.(289) 인생의 전체 싸이클을 놓고 볼 때 이 네 가지 유형의 일은 매 단계마다 다르게 편성될 것이다.
나의 30대 시절에는 돈 버는 일이 내 포트폴리오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했고 그보다 15년 전에는 공부하는 일이 일의 전부였다. 은퇴하여 여생을 즐기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바쁜 때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듣게 된다. 하지만 인생의 어떤 단계가 우리의 일을 어떻게 배분하고 조화시킬 것인지를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일의 배분(네 가지 일) 사이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295)
포트폴리오 인생은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 될 수는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305) 포트폴리오 생활자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고용된 사람이다. 어떤 게임을 하든 당신이 직접 뛰어야 한다. 늘 준비하면서 곧장 게임에 뛰어들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309) 프리랜서 생활은 노출된 생활이다. 그것은 자기 신념을 필요로 한다. 고객의 필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능력은 동시에 혹평에 상처받기 쉽다. 그리고 그런 상처는 좀처럼 잘 아물지 않는 것이다. 인생의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라붙는다. 포트폴리오 일에서 오는 자유는 그런 대가를 지불하고도 남는 바가 있다.(313)
나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아닌 어떤 것으로부터 벗어나서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진정한 능력을 발견하고 또 자신의 영향력과 그 특별한 즐거움에 만족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진정한 자유를 얻기 바란다.(316)

<생활구획 짓기>
나의 포트폴리오 생활이 제대로 도약하는 데에는 10년이 걸렸다.(317) 아무리 자부심이 강하고 또 예민한 사람일지라도 남의 조언을 잘 들어야 한다. 또 내편인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319)
코끼리들은 벼룩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비해 벼룩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또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직접 편성하기를 바란다. 기업들이 일의 순서를 느슨히 하여 융통성 있게 함에 따라 우리들도 자유롭게 우리 생활에 구획짓기를 할 수가 있게 되었다. 우리는 설혹 수입이 좀 줄어들더라도 그런 자유를 적극 활용하여 일의 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해야 한다. 지금과는 반대되는 입장에 서보고 또 지금과는 다르게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생활의 우선순위는 아주 다르게 보인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인 아미아르타 센은, 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측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센의 정의를 적용해 본다면 구획짓기는 우리가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338)

<마지막 생각들>
나는 지금껏 독립된 생활을 자축해 왔다. 그런 생활이 모든 사람의 이상이라고 생각했다기보다는 그것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활양태가 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343) 경쟁적 개인주의 대신에 다양한 개인주의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우리는 남들보다 뛰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는 다르게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은 승자독식의 형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승자가 되는 그런 방식이다. 그러려면 다양성은 인종의 다양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생활 스타일의 다양성이 되어야 한다.(350) 그 세계에서는 차이점을 귀중하게 여기고 ‘나도 살고 너도 사는’ 생활방식을 새로운 철학으로 받아들인다.(351)
나는 인생이 내 안에 있는 진리를 찾아가는 지속적인 추구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나의 양심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가운데 나 자신이 실현할 수 있는 어떤 존재를 실현하는 것이다.(362) 한 친구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자네는 자네라는 존재가 지겹지도 않나?” 그건 정말 멋진 질문이었다. 우리는 때때로 우리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이 아무리 합리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 이익의 도덕성이 균형을 갖추기 위해서는 남들에 대한 배려의 도덕성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363)
칼 마르크스의 저 유명한 묘비명이 생각난다. “철학자들은 오직 세상을 해석하기만 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욕만 갖고 있다면 세상은 변화하는 것이다. 내가 벼룩의 생활로 생활방식을 바꾼 지 20년이 흘러갔다. 나의 서류철에는 내 사후에 읽어보라고 자식들에게 남긴 봉인된 편지가 있다. 나는 가끔 그 편지를 수정하면서 편지의 내용에 대해 깊이 사색한다.(364)
사실 지난 여러 해 동안 편지의 내용이 바뀌어왔다. 내 야망이 그만큼 퇴색하고 내 인생이 더 새롭고 더 온유한 색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중국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 “행복은 할 일이 있는 것, 바라볼 희망이 있는 것, 사랑할 사람이 있는 것, 이 세 가지이다.” 나는 그 행복을 계획하고 있다.(365)


내가 저자라면.

책의 구성을 전면적으로 다시 검토해 보겠다.
제1부 포토폴리오 인생의 시작과 제2부 인터넷 시대의 기업 문화 - 자본주의의 과거, 현재, 미래의 순서를 바꾸어 놓겠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저자의 표현대로 회고록이며, 미래예언서의 상이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회고록-미래예언-회고록 순의 배열은 읽는 이로 하여금 두 권의 다른 책을 읽는 착각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내용상 자연스런 책읽기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들어가는 글로 인생의 중간에서 새로 시작하기-되돌아본 미래 역시 너무 장황했다는 느낌이다. 내용상 본문과의 중복이 많지 않았나 싶다. 자세한 이야기는 본문들에서 어차피 할 것이었다면, 좀 더 간결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정도로만 끝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제3부 독립된 생활-인생 스크립트 새로 쓰기 역시 결론을 도출해가는 개인적인 내용들이 조금은 억지스러워 보인다. 뭔가 페이지 수를 늘리기 위한 내용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곳곳에서 들었다.
또한 억지스러워 보이는 무리한 개인적인 내용들이 유명인이 책을 내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때때로 들곤 했다.
IP *.44.152.193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2 그녀로 돌아보는 나 -'영적인 비즈니스'를 읽고- 정재엽 2006.04.03 2252
431 영적인 비즈니스(Business as Unusual)를 읽고 조윤택 2006.04.03 2111
430 아니타 로딕의 남다른 비지니스 [1] 김귀자 2006.04.03 2231
429 아니타 로딕 - 그녀는 누구인가? 이종승 2006.04.02 2326
428 휴머니스트 아니타 로딕!! 도명수 2006.04.02 2054
427 (4) Business as Unusual [1] [2] 박소정 2006.04.02 2025
426 영적인 비즈니스 [1] 정경빈 2006.04.02 2239
425 차별화를 성취한 아니타 로딕-영적인 비즈니스를 읽고 꿈꾸는 간디(오성민) 2006.04.01 2073
424 -->[re] 제 2 기 연구원이 되심을 환영합니다 [2] 구본형 2006.03.29 2625
423 영적인 비즈니스 [7] 한명석 2006.03.28 2711
422 2기 연구원 첫 모임 - 4월 8/9일 남해 모임 [10] 구본형 2006.03.28 3031
421 코끼리와 벼룩(20060327) 이미경 2006.03.27 2088
420 3. 코끼리와 벼룩 [1] 박소정 2006.03.27 2077
419 코끼리와벼룩 (찰스 핸디) [1] 강미영 2006.03.28 1981
418 코끼리와 벼룩(The Elephant and the Flea)을 읽고 조윤택 2006.03.27 1958
417 거인 골리앗을 이긴 소년 다윗- 정재엽 2006.03.28 2202
416 코끼리와 벼룩 오성민(꿈꾸는 간디) 2006.03.27 2282
415 코끼리와 벼룩을 읽고(개인브랜드화시대)` file 김귀자 2006.03.27 2275
414 벼룩보다는 디오니소스가 좋다 [1] 도명수 2006.03.27 2045
» '코끼리와 벼룩'을 읽고 이종승 2006.03.27 2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