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도명수
  • 조회 수 2023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6년 3월 27일 06시 27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인 찰스 핸디는 다국적 석유 회사 셸의 간부를 거쳐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 BBC 방송의 경제 프로그램 <투데이>를 진행한 방송인이다. 또한 원저궁에 있는 세인트 조지 하우스 소장, 왕립예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대의 경제 현상과 인간성 상실 등의 문제를 쉽고도 깊이 있게 전달하는 경제평론가이자 사회철학자로 유명하며 현재 프리랜서 작가이다. 1994년 '올해의 경제평론가상'을 수상한 『텅 빈 레인코트』를 비롯하여『비이성의 시대』『확실성을 넘어서』『헝그리 정신』『홀로 천천히 자유롭게』등 그의 책들은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권이 팔렸다.

저자는 아버지가 목사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집안 출신이 아니었기에 부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부를 축적하려는 마음은 없어 보인다. 또한 결혼생활은 개방적인 서구 문화에 비해 상당히 다른 성향을 지니고 있다. 즉 이혼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책에서도 아내 엘리자베스와 지속적인 가정생활을 이끌어가면서 아내에 대한 사랑의 소중함을 피력한다.

찰스 핸디는 구속적 삶을 거부한다. 누구의 지시나 명령을 따르는 것보다는 자신이 판단하고 추진하는 일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는 처음부터 그러한 삶을 시작한 것이기 보다 코끼리 생활을 몇 십 년 체험하면서 얻은 결론이라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는 철저하게 벼룩의 삶을 원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기를 원한다. 그렇다고 벼룩의 삶이 장밋빛은 아니라고 설파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자본주의가 오늘날의 요체이지만 자본주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본주의가 부를 축적하는데 분명 기여한 것은 틀림없지만 자본주의가 인간에 대한 분명한 목적이 결여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러한 목적의식을 상실한 경우 자본주의가 몰락할 것임을 지적한다. 확실히 저자는 부의 축적을 속성으로 하는 자본주의자라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배려가 마음깊이 숨어있는 인류애자다.

저자는 벼룩의 세계가 그렇게 순탄치 만은 않은 삶임에도 프리랜서의 길을 과감히 걷는다. 그것이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의 이상은 되지는 않을지언정 반드시 거쳐야 될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경영의 신이라는 저서에서 오늘의 대기업을 아폴로에 비유하고 창조적 개인을 상징하는 프리랜서를 디오니소스에 비유하면서 과거 자신이 아폴로형 세계에 갇힌 디오니소스였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진정한 디오니소스로 살기를 갈망하기에 이 책을 썼음을 갈파하고 이렇게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지침서의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

또한 저자는 자유주의자이며 변화주의자이다. 어떤 조직에 억매이기 보다는 그곳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자유분방하게 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찾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자네는 자네라는 존재가 지겹지도 않나?”바로 변화는 자신으로부터 옴을 강조한다. 물론 이것이 지나치면 이기적 자만심을 낳게 함을 경계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배려의 도덕성이 수반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는 진정한 행복주의자다. 행복은 할 일이 있는 것. 바라볼 희망이 있는 것. 사랑할 사람이 있는 것. 이 세 가지이다. 그는 행복을 설계하기위해 벼룩의 삶을 택한 사람이다.


[2. 책을 읽고 나서]

“코끼리와 벼룩”은 제목부터 특이하고 재미있다. 지난번 대담 그리고 소유의 종말은 책의 두께나 내용의 난이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은 데 반해 이번에 읽은 “코끼리와 벼룩”은 왠지 정감이 가는 듯했다. 우선 글의 내용이 이해하기가 쉬웠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려는 내용이 앞으로 내가 가야할 방향과 일치되는 것 같아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았다.

저자 찰스 핸디는 처음부터 프리랜서가 되려는 마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을 보는 타고난 비이성적 사고와 직장에 근무하면서 자신이 벼룩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기질을 발견하게 된다. 더구나 인도, 미국, 싱가포르 등을 거주하면서 겪은 자본주의에 대한 체험이 그를 벼룩의 생활로 인도하는 밑거름이 된 듯하다.

오늘을 사는 현대인이 처음부터 벼룩인 경우는 매우 드물 것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있다거나 가업을 전수받지 않는 이상 대부분은 타인이 만든 직장에서 샐러리맨 생활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저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학 졸업 후 남들이 부러웠을 법한 영국의 세계적인 석유회사 셸에 입사한다. 10년간의 직장생활은 그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줄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보다 발전하려는 의지에 이끌려 자리를 옮기게 된다.

아마 이 과정에서 책에는 나와 있지는 않지만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10년 이상 근무한 직장을 그렇게 쉽게 나올 수 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아마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직 제의가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교수직, 그리고 원저궁에 있는 세인트조지 하우스 소장 등을 역임하면서도 자신의 내면에 있는 벼룩기질을 버릴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이 타고난 반항기와 홀로서기로 인해 지난날 대부분 호화롭게 느껴질 수 있는 직책들을 훌훌 벗어던지고 프리랜서의 길로 접어든다. 자신이 말하는 포트폴리오 생활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 때 그의 나이가 49세이었다.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며 인생 2막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그것은 대단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다. 대부분 프리랜서는 전문직의 몫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고 저자는 과거의 모든 직책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길로 접어든 시점이 너무 늦지 않았냐는 생각에서다. 그럼에도 저자는 프리랜서로 가는 길에 갖추어야할 내재적 가치 몇 가지를 품고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그 내용은 앞으로 벼룩이 되고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덕목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첫째가 열정이다. 대부분 조직 생활하는 사람은 열정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 거대한 코끼리의 세상에는 개인의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열정을 불러일으킬 토양이 별로 없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한 자 또는 성공한 자는 아마 이 두 글자가 없던 사람은 있을 수도 없을 것이다. 물론 성공한 CEO들도 이 단어를 무척 좋아한다. 그러나 하부조직원들이 이 단어를 체화시키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거나 체화하는 데 인색하다.

저자는 이러한 열정이 나이에 관계없이 존재함을 인식했던 것 같으며 그것은 진실이었다고 보여 진다. 왜냐하면 열정이란 단어는 자신이 느끼는 나이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가끔 이런 문구를 좋아한다. ‘젊어서는 정열을 불태우며 살고 나이 들어서는 열정에 녹아서 산다고.’ 열정은 벼룩세상을 지피우는 모닥불이다.

둘째는 목적의식이다. 나는 이 이후 무슨 일을 하면서 살 것인가. 나는 세상에 태어나 나를 위해 그리고 남을 위해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는 프리랜서의 모습은 부질없어 보인다. 저자는 작가가 되기 위해 벼룩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가 처음 선택한 단어가 변화였다. 그는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자신의 삶의 목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그는 첫 저술을 변화라 명명했지만 ‘비이성의 시대’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고, 호평을 받은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아마 이 책은 구본형 소장님의 첫 저서인‘익숙한 것과의 결별’과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셋째는 신념이다. 저자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해내고야 만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아마 이것은 그가 프리랜서로 나서면서 많은 회의와 갈등을 극복하는 준거틀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럴 때마다 분명한 기준을 제시해주는 자신만의 믿음과 가치관이 있는데 바로 그것이 신념이다. 신념이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작가는 신념을 갖는 자는 자신의 내부에 가능성이 도사리게 되며 그 가능성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성사케 하는 근본임을 잘 알고 있다. 저자는 이것을 남의 말을 빌어 “우리는 본질적으로 우리 내부에 있는 가장 위대한 ‘그것’이다.” 그것을 저자는 영혼이라 불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마치 벼룩이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그동안 거대한 코끼리의 울타리에서 그저 주는 월급이나 받고 희희낙락하면서 덧없는 세월을 보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구본형 소장님의 저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읽게 되었고 새로운 창작업무를 수행하면서 삶을 재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때 문득 나의 존재란 무엇인가? 라는 강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나도 작가가 되고픈 꿈을 꾸게 되었다. 과연 나의 부족한 지식과 엷은 식견이 그렇게 이끌 수 있을까? 그것은 너무나 높은 곳에 위치한 듯 했다. 그래서 이번에 그 높낮이를 조금은 낮추려는 생각에서 연구원 모집에 응시하게 된 것이다.

이제 이 책은 나에게 조금의 가능성과 나의 잠재력을 깨우쳐 주는 전기를 갖게 한 서적의 하나가 되었다. 우리는 찰스 핸디를 만날 수는 없겠지만 아폴로의 세계에서 벗어나 디오니소스가 되려는 모든 사람의 가슴 한 구석에 저자는 자리 잡을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3. 책 속으로]

인생의 중간에서 새로 시작하기-되돌아본 미래

포트폴리오 인생의 도래

나는 자유를 얻기 위해 안정을 내팽개치고 바로 그 새롭고 무모한 모험의 세계를 선택한 것이다. p11

1981년 7월 25일, 마흔아홉 번째 생일 아침에 나는 일찍 깨어났다. 평상시 같았더라면 특별하달 것도 없는 날이었겠지만 그날은 좀 달랐다. 그날은 바로 자발적으로 실업 상태가 된 내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첫날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그것을 실업상태라고 부르지 않는다. 내가 그로부터 2년 전에 만들어낸 말에 따르면 나는 비로소 ‘포트폴리오 인생’이 된 것이다. 그 당시에 나는 앞으로 20세기 말이 되면 포트폴리오 인생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이다. p11

코끼리와 벼룩

나는 예측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가르쳐온 것을 몸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대기업의 보금자리를 떠나 나 혼자서 바람찬 들판에서 풍찬노숙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세기 고용문화의 큰 기둥이었던 대기업, 그 코끼리들의 세계에서 벗어나 벼룩처럼 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결심했다. 여기서 벼룩은 프리랜서를 가리키는 말이다. p15-p16

글로벌에서 로컬로

20년 전에 이미 대기업들은 사업 활동 범위가 넓어진 만큼 어떤 부분에서는 소규모 경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글로벌(Global) 무대에서 효과적으로 움직이려면 로컬(Local)무대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는 그럴듯한 구석도 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그것은 코끼리 회사의 일하는 방식이 전면적으로 재고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 옛날처럼 본부에서 모든 것을 일률적으로 지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p23

벼룩과 연금술사

벼룩은 어떻게 배울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들을 연구함으로써 얻은 교훈이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연금술사라고 불렀는데 1997년과 1999년 사이에 그들을 연구한 결과가 아내와 나의 공저로 출간되었다. 그들은 정말로 소망하면 그 어떤 것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그들을 움직이게 만든 것은 열정이었다. p28-p30

자기만의 인생 스크립트

나는 지금 글쓰기와 연설을 병행하는 포트폴리오 생활을 하고 있는데, 누구도 이런 생활을 크게 부러워할 것 같지는 않다. 이 생활은 때때로 외로우면서도 두렵기까지 하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내가 하는 얘기를 너무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말기 바란다. 다만 독자 여러분이 21세기의 전혀 다른 세상을 잘 헤쳐 나가는 데 이 책이 하나의 지침이 되기를 바란다. 그 결과 여러분이 자신만의 독특한 인생 스크립트를 써나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바랄 것이 없겠다. p34


제1부 포트폴리오 인생의 시작

자기 자신을 알려면 먼저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p37

우리의 과거는 불가피하게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일부분이다. 생애의 후반기에 접어들어 벼룩의 생활을 영위하려면 먼저 나 자신에게 충실해져야 한다.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염원하거나 가장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가? p38

결혼은 신성한 것

나는 이혼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의 부모님이 이혼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 것처럼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이혼이라는 단어를 아예 나의 사전에서 삭제한 것이 나의 생활 관점을 바꾸어놓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p43

성서와 셰익스피어

나는 성서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일요일마다, 아침 기도 때마다, 그 아름다운 표현과 청명한 운율이 내 기억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나는 오늘날 옛날판 성서와 기도서를 즐겨 애용한다. 이 책 덕분에 나는 말을 가지고 벌어먹는 사람이 되었다. p50-p51

셰익스피어는 또 다른 성서였다. 물론 어린 시절에 많은 부분을 오해하기도 했지만, 성서 못지않게 내 생활의 일부를 이루었고 또 언어적 마법의 원천이 되었다. 셰익스피어의 시행은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문장의 의미나 메시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읽어나가도 흥취가 느껴졌다. p52

내가 아닌 것을 거부하다.

“너 자신을 알라”는 델피의 아폴로 신전에 새겨진 고대 그리스의 명언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알려면 먼저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나는 사십대 중반에 이르러 여러 가지 역할과 직장을 거치고 난 다음에야 ‘내가 아닌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p59

나의 포트폴리오 인생, 남의 결재를 받기 위해 내 어깨 너머를 쳐다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난생처음으로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것, 내가 아닌 그 어떤 것으로 위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그런 상태를 편안히 여긴다는 것 등등이 너무나 좋았다. p60

우리가 장차 진입할 세계가 점점 더 개인의 세계, 선택과 리스크의 세계가 되어가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썼다. 미래의 세계는 항상 편안하기만 한 세상은 아닐 것이므로 리스크 또한 높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삶을 스스로 형성하고 우리 자신을 스스로 규제하는 기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다. 이제 인생은 길어졌다. 일생 동안 세 가지 형태의 삶을 살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런 형태 중 하나가 바로 벼룩의 삶이다. 나는 지금까지 겪어온 여러 형태의 삶 중 그것이 가장 좋은 삶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p62


제2부 인터넷 시대의 기업 문화 - 자본주의의 과거, 현재, 미래

이제 회사는 그 누구도 단독 소유자가 될 수 없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집단(회사)이 누군가가 임의로 소유할 수 있는 재산이라는 생각은 낡아빠진 생각이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프리랜서들이 자신의 지식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하여 회사를 상대로 수수료를 청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의하기 애매모호한 지적 재산은 점점 더 벼룩들에게 속하게 될 것이고 점점 더 많이 코끼리들에게 임대될 것이다. p93

제3장 - 새로운 경제와 그리 새롭지 않은 경제

“회사의 소유주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각 개인의 에너지, 특징, 창조정신이다. 그 나머지는 소음에 불과하다. p95

옛날의 코끼리

회사 조직을 다룬 나의 첫 번째 책에서 나는 이렇게 주장했다. 아폴로는 대기업의 수호신이다. 그는 논리와 질서의 신, 조화의 신,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양(羊)들의 신이다. 고대 그리스 신들이 비유를 제공해 주었고 나는 그런 개념을 바탕으로 『경영의 신들』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에는 네 명의 신이 등장한다. 카리스마적 리더를 상징하는 제우스, 논리와 질서를 상징하는 아폴로, 팀워크를 상징하는 전쟁의 여신 아테나, 창조적 개인을 상징하는 디오니소스, 이렇게 넷이다. 각각의 신은 저마다 장점을 가지고 있다. 회사는 늘 이 네 유형의 혼합인데, 문제는 혼합의 정도인 것이다. p105

20년 전에는 아폴로형 회사가 유행이었다. 내가 본 그 당시의 회사는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자유시장의 거대기업이 중앙통제의 전체주의적 국가(그 거대기업이 그토록 싫어하는 것)를 그토록 닮았다는 그 기괴함에 입이 딱 벌어질 따름이었다. 당시에 열성적인 사원이었던 나는 아폴로형 세계에 갇힌 디오니소스였다. p105-p107

오늘날의 코끼리

지난 40년 동안 나는 기업의 조직표가 바뀌는 양상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네모 상자로 이루어진 피라미드 꼴에서 항공사의 기내 잡지에서 볼 수 있는 항공망도로 바뀌어갔다. 회사가 더 이상 인간 부품으로 구성된 기계가 아니고 개별적인 야망을 가진 개인들의 공동체로 인식되게 되었다. 이제 재능은 개인의 이름표가 달려서 나온다. 고객들도 예전처럼 시장을 구성하는 익명의 한 부분이 아니라 이름을 가진 사람들로 등장한다. 이러한 세계에서는 아폴로가 더 이상 통치하지 못한다. p110-p111

당신 자신의 디자인 팀과 정보 시스템만 챙기고 나머지는 가능한 한 하청을 주라. 하지만 사업 활동과 ‘파트너’의 새로운 체인 관리는 직접 다루어야 한다. 회사가 분산되면 될 수록 독특한 개인들 사이의 신뢰는 더욱더 중요하게 된다. 이제 소위 R 경제가 된 것이다(R은 인간관계 Relationships의 머리글자). p117-p118

테크놀리지는 파트너십과 사람들의 새 물결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그 물결은 계속 밀려오고 있다. 혁신의 빠른 속도, 개방된 시장의 압박, 치열한 경쟁 등이 회사로 하여금 좀더 날씬하고 좀더 유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디어와 지식은 전보다 더 중요하게 되었다. p121-p122

미래의 코끼리

새로운 코끼리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중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1. 기업의 규모를 계속 키우면서도 소기업적․개인적 분위기를 간직하는 것.
2. 창조성과 효율성을 잘 종합하는 것.
3. 번영을 이루면서도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것.
4. 회사의 사주는 물론이고 아이디어의 소유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는 것. p123

첫 번째 도전 : 연방주의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새로운 코끼리들이 직면해야 할 문제는 각양각색의 파트너 체인망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이다. 이러한 관리를 위해 새로 생겨나는 회사 조직은 기본적 구조(matrix)이상의 것이 되어야 한다. 나는 그런 틀이 아주 복잡한 네트워크 같은 것이 되리라고 전망한다. 동시에 그런 네트워크를 연방(federation)이라고 부르고 싶다. 연방은 첫 번째 도전에 대한 나의 처방전으로서 크면서도 작게 되어야 할 필요를 강조하고 있다. p124

두 번째 도전 : 연금술

두 번째 도전- 창조성과 효율성의 종합 -에 대한 해결안은 잘 관리된 연금술이다. 혁신과 사업가 정신은 요즘 같이 격변하는 시대에 회사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 사항이다. 혁신과 사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 철광석을 황금으로 바꾼 사람이라는 점을 착안하여 연금술사라 불렀다. p130

그들은 자기 앞에 밀려오는 일을 수동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적극적으로 일을 만들어내며 또 그런 일을 성취하여 커다란 차이를 보여준다. p131-p132

세 번째 도전 : 사회적 책임

코끼리의 덩치가 커질수록 점점 더 사람들의 눈에 띄게 된다. 그들은 수익성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상호 갈등하는 요구사항에 직면하게 된다. 세금을 착실히 내고 있으니까 그 나머지는 정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주장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p140

이제 대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재규정해야 한다. 이익금의 일부를 떼어내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회사가 이익을 올리고 또 그 수익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궁리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얼마나 회사를 정직하게 운영하고 또 서로 다른 이익단체의 요구를 얼마나 균형 있게 들어주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p144

네 번째 도전 :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

지적 재산- 회사를 움직이는 아이디어, 기술, 지식 등 -이 이제 대부분의 회사의 핵심 자산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제 고용 계약 하나만으로 지적 재산권의 소유자인 직원이 그 권리를 회사에게 넘겨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들의 권리는 이제 회사의 법적 소유주인 주주의 그것과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p146

앞으로 점점 더 많은 프리랜서들이 자신의 지식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하여 회사를 상대로 수수료를 청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의하기 애매모호한 지적 재산은 점점 더 벼룩들에게 속하게 될 것이고 점점 더 많이 코끼리들에게 임대될 것이다. p151


제4장 - 달라지는 기업 문화 그리고 개인

오늘날의 충성심은 첫째가 자기 자신과 자기의 미래에 대한 것이고, 둘째가 자기 팀과 프로젝트에 대한 것이고, 마지막이 회사에 대한 것이다. p155

변하지 않는 당면 문제

“아무리 변해봐야 결국은 그게 그거다.” 아무리 새로운 세계라고 할지라도 그 자체의 새로운 기술뿐만 아니라 과거의 낡은 기술도 필요한 것이다. p161

e 세계의 경영은 결국 상식의 문제이다. 정말로 어려운 것은 구체적인 실천인 것이다. p162

컨텐츠를 제공하는 개인들

사람들은 컨텐츠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지식과 아이디어가 컨텐츠의 대부분을 제공하는 정보 시대에 우리는 그런 컨텐츠를 제공해 줄 개인이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와 든든한 자금력이 필요한 테크놀로지는 코끼리 회사들이 통제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컨텐츠가 없으면 궁극에 가서는 가치가 없어진다. p168

컨텐츠는 구체화된 아이디어이고, 아이디어는 혼자 혹은 집단으로 존재하는 개인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과거에는 그랬지만 재능은 귀중한 것이고 미래에는 더욱 귀중해질 것이다. 거액의 영업비는 점점 그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재능 있는 벼룩들 모두가 자신의 지적 재산을 코끼리에게 팔아넘기지는 않는다. p168-p169

새로운 형태의 부익부 빈익빈

어떤 사람들은 이런 새로운 정보의 원천이 과거의 부의 원천과 마찬가지로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을 구분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설혹 새로운 정보가 공짜라고 할지라도 부유한 기업들만이 웹의 전초기지인 포털에 접근하는 능력을 갖출 것이다. p179-p180

어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온라인 상거래의 80퍼센트가 단지 30개 회사에 의해서 주도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부자가 온라인 거래를 싹쓸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사정이 이렇다면 이들 새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신경 쓰는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혹은 부자의 의무(richesse oblige)를 획득할 때까지 우리는 한두 세대를 속절없이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p180

사라지는 직장

후기산업사회에서 일을 재빨리 재창조되고 있다. ‘고용가능성(employability)’은 ‘프리랜서처럼 생각하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고 많은 직원들이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유연성(flexibility)’은 아무에게도 장기간에 걸쳐 그 어떤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늘날의 충성심은 첫째가 자기 자신과 자기의 미래에 대한 것이고, 둘째가 자기 팀과 프로젝트에 대한 것이고, 마지막이 회사에 대한 것이다. p193

사람들은 개인적인 공간의 상실을 아쉽게 생각하겠지만 곧 새로운 근무 방식에 적응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자유의 가치를 배우게 될 것이고 오늘날 많은 회사의 불문율인 눈도장의 필요에서 해방될 것이다. p198

선택과 책임

고용의 세기를 이제 마감하려는 우리 앞에는 과연 무엇이 펼쳐질 것인가? 다양한 색깔로 구성된 일의 캔버스와, 더 많은 사람을 위한 더 많은 선택이 놓여 있다. 따라서 그런 선택은 우리에게 더 많은 책임감을 안겨줄 것이다. p199

나처럼 평생 직장 생활을 교육받았고 또 생각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이력을 자기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을 커다란 도전으로 느낄 것이다. 그들 중 잘 헤쳐나가는 사람들은 자유와 기회를 흡뻑 음미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회사 이후의 생활을 힘겹고 숨막히다고 생각할 것이다. p200

그런 사람일수록 내가 이미 겪은 것처럼 자기 자신을 판매하고 자기 자신의 값어치를 결정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자신의 학습과 능력 개발을 잘 조정하고 자신의 여러 삶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런 것을 가르쳐주는 학교는 아직까지 없다. 당신보다 앞서간 선배들의 힘겨운 경험과 교훈으로부터 어렵사리 배워야 하는 것이다. p200


제5장 - 새로운 자본주의와 그 딜레마

좀 덜 피곤한 형태의 자본주의는 어디 없을까? 나는 그런 것을 찾아보고 싶다. p201, P233

오늘날 전 세계 어디어서나 일하는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자본주의의 기본 이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미래를 내다볼 때, 자본주의는 이미 서방 세계의 실질적인 종교가 되었고 점점 더 동방 세계의 그것이 되어가고 있다. P201

글로벌 자본주의는 많은 사람을 전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부가 행복을 가져온다고 믿는 사람은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다. 자본주의는 거대한 강이다. 만약 그 강이 범람해 버리면 그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은 수장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니 정부, 국제기구, 우리들 자신은 모두 이런 홍수에 대비해야만 한다. P251-P252

우리는 때때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지구의 속도를 늦추어다오. 지구에서 잠시 내리고 싶다. 만약 우리가 진정으로 그걸 원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는 유일한 게임이다. 설혹 그것을 멈추고 싶더라도 우리에게는 방법이 없다. 단지 그것을 어느 정도 길들일 수 있을 뿐이다. P253-P254

자본주의는 부를 창출하는 수단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목적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그래서 그 부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또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잘 모르는 것이다. 만약 이런 현상이 심화된다면 바로 그때가 자본주의의 몰락 시점이 되는 것이다. P257


제3부 독립된 생활-인생 스크립트 새로 쓰기

‘좋아, 그런대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삶은 단 한 번뿐이고 그러니 그 삶을 영위하면서 그저 근근이 견뎌나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결국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P259

제6장 -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포트폴리오 생활

소속감의 상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독립된 생활은 미래에 많은 사람들이 채택할 생활방식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공동체에 자신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투자하거나 또는 연금술사들처럼 자신들의 공동체를 창조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공동체의 한 부분이 될 수 없다. P263

열정을 되살려주는 새로운 목적의식

열정은 연금술사들의 핵심동력이었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에 열정적인 믿음을 갖고 있었고, 그런 열정은 어려운 시기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삶의 목적을 지탱해 주었다. 열정은 사명이나 목적보다는 훨씬 강한 단어이다. 나는 그런 말을 하면서 그게 실은 나 자신을 향해 던지는 말이라는 것을 안다. P266-P267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창조하고 싶은 것에 대한 꿈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부자가 되고 싶다. 아이를 많이 낳고 싶다, 그저 행복해지고 싶다 등의 막연한 꿈이라면 그것은 꿈이라기보다는 희망에 가깝다. 열정은 막연한 희망으로부터는 생겨나지 않는다. P267

“실험을 해보라. 마음에 드는 것은 뭐든지 해보라.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열정으로 성숙하게 될 때까지 그것을 당신 인생의 중심으로 여기지 말라. 그것은 오래가지 못할 테니까.” P270

가장 중요한 것은 신념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든 해야 한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좀더 공식적으로 말한다면 내가 본 바 그대로의 진리를 말하고 실천해야 한다. 회의가 들든 말든, 나 아닌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매우 불만족스러운 일이다. P282

당신은 당신 내부에 있는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을 최대한 발현해야 한다. 당신은 그런 의무를 회피할 수 없다. 르네상스 시기의 철학자 마르실리오 피치노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잘 요약해 놓았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우리 내부에 있는 가장 위대한 ‘그것’이다.” 피치노는 ‘그것’을 영혼이라 불렀다. P283

우리의 삶은 단 한 번뿐이고 그러니 그 삶을 영위하면서 그저 근근이 견뎌나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결국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 질문은 여전히 나를 따라다니는 화두이다. P284


제7장 - 일 구획짓기

“포트폴리오 인생은 러시아워 때의 혼잡한 지하철을 타지 않습니다. 그들이 거기 없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그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을 보지 못하는 겁니다.” P285

어쨌든 의미 있는 생활을 되려면 4가지 유형의 일 덩어리를 포함시켜 균형 잡힌 일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P289

집안일
집안일을 별로 하지 않는 사람들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균형 잡힌 생활은 남녀 불문하고 집안일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켜야 한다. 포트폴리오 인생은 우리에게 그렇게 할 기회를 제공한다. P290

자원봉사

그 다음에는 자원봉사 일이 있다. P290

내가 잘하지도 못하는 것을 통해 기여하겠다고 하는 것보다는 내가 가장 잘하는 몇 가지를 무상으로 지원해 주는 편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글쓰기, 연설하기, 청강하기 등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자원봉사 활동 범위를 제한했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P292

학습

마지막으로 공부하는 일이다. 요사이는 평생학습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하지만 그 평생학습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요즘과 같이 급변하는 세계에서 기왕에 배운 것만으로는 미래를 투시하기가 쉽지 않다. P292

독립적인 벼룩은 기댈 곳이 자기 자신밖에 없다. 돈 버는 일의 미래를 확보하려면 공부하는 일이 본질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P293

운동

우리는 자발적으로 일의 배분(4가지 일)사이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 나는 은퇴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직장에 다니고 있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은 말하자면 자유의 상태이다. 이제 나 자신이 나의 이론을 실제에 적용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P296

나만의 브랜드

나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보다니 좀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내의 말이 맞았다. 포트폴리오 인생은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 될 수는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특별한 광고나 홍보도 하지 않고서 복잡한 시장에서 우뚝 솟으려면 자기 나름대로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 프리랜서의 생명은 명성, 명성, 명성인 것이다. P305

나는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사과는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우리 무릎 위로 떨어진다. 하지만 당신이 직접 과수원에 가서 나무를 약간 흔들어줄 때 사과가 떨어질 가능성은 더욱 많아지는 것이다.” P307

자신만을 위해 고용된 사람

포트폴리오 생활자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 고용된 사람이다. 이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당신의 대타를 내세우지 못한다는 뜻이다. 어떤 게임을 하든 당신이 직접 뛰어야 한다. 늘 준비하면서 곧장 게임에 뛰어들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P309

인생의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라 붙는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포트폴리오 일에서 오는 자유는 그런 대가를 지불하고도 남는 바가 있다. P313

독립 생활자의 문제

그런데 한 가지 나쁜 점이 있다면 포트폴리오 생활의 독립성이 이기심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벼룩 왕국의 진정한 위협은 이기적 사회의 점증하는 위협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아직 해답은 없고 약간의 희망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P315-P316

어쨌든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생활에 뛰어들어 인내하면서 나름대로의 공식과 포트폴리오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그리하여 자기가 아닌 어떤 것으로부터 벗어나서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진정한 능력을 발견하고 또 자신의 영향력과 그 특별한 즐거움에 만족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진정한 자유를 얻기 바란다. P316


제8장 - 생활구획짓기

갑자기 유명해지니까 지족(知足)해야 한다는 나의 생활신조를 잊어버리기 딱 좋았다. “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 나는 델피의 아폴로 신전에 씌어져 있다는 이 글을 적당한 때에 기억하면서 나 자신을 다잡았다. 정말로 아주 조심하지 않으면 성공은 사람을 망쳐놓는다. P320

이제 일과 일 아닌 것으로 나누던 과거의 구획짓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구획짓기를 해야 한다.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포트폴리오 사고방식이 전 기업에 널리 전파되리라는 것이다. P337

코끼리들은 벼룩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반해 벼룩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또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직접 편성하기를 바란다. 만약 그들이 회사의 우산 아래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럴 경우 포트폴리오 생활의 부정적인 측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P338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인 아미아르타 센은 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측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센의 정의를 적용해 본다면 구획짓기(포트폴리오 생활)는 우리가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P338-P339


맺는 글-마지막 생각들-자유로운 개인들의 공동체

나는 지금껏 독립된 생활을 자축해 왔다. 그런 생활이 모든 사람의 이상이라고 생각했다기보다는 그것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활 양태가 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P343

솔직히 털어놓고 말해 보자면, 대기업은 전혀 없이 벼룩, 독립생활자, 소기업만으로 이루어진 세계는 생각만 해도 황량하다. 자유라는 동전의 다른 면이 고독이라면 독립성의 이면은 이기심인 것이다. 자기 자신 속의 가능성에만 맞추어 생활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가능성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P343

경쟁적 개인주의의 문제점

영국의 사회 트렌드 분석가인 봅 티렐은 이런 세계를 가리켜 ‘경쟁적 개인주의’라고 했다. 이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어디서 일하고 어디에 집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사들이고 어떻게 사는가 등등의 생활 스타일이 더 중요하다. 그 결과 이런 불평등하고 독립된 세계에서 잘 나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격차가 발생하게 되었다. P348-P349

‘나도 살고 너도 사는’생활방식

경쟁적 개인주의 대신에 다양한 개인주의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우리는 남들보다 뛰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는 다르게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은 승자독식의 형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승자가 되는 그런 방식이다. P350

중년에 이르러 과거의 야망이 다 소진된 상태에서 나는 인생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사색, 우정, 반성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마감일과 요구사항에 쫓기지 않는 느긋느긋하고 한가한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은퇴가 아니라 내 생활을 다시 구획하여 다른 것들에 더 많은 공간을 부여하자는 것이었다. P351-P352

새로운 공동체의 건설

우리의 내부에는 악도 있지만 선도 있다. 인생의 목적은 우리의 내부는 물론이고 남들의 내부에서 그 선을 현양하고 악을 억제하는 것이다. 나는 인생이 내 안에 있는 진리를 찾아가는 지속적인 추구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나의 양심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가운데 나 자신이 실현할 수 있는 어떤 존재를 실현하는 것이다. P362

우리의 영혼은 우리 내부에 있는 가장 위대한 것, 우리의 가능성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능성은 엄청난 잠재력이다. 내 안에 개발되어야 할 잠재력, 선의 잠재력이 엄청 많이 있다는 뜻으로 나를 ‘캐퍼빌리티 찰스’라고 불러준다면 나는 그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겠다. P363

하지만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친구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자네는 자네라는 존재가 지겹지도 않나?” 그건 정말 멋진 질문이었다. 우리는 때때로 우리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것이다. P363

나의 잠재된 캐퍼빌리티를 찾아야겠다는 오래된 추구가 나를 지탱해온 힘이었다. 나는 ‘캐퍼빌리티’가 인정 넘치는 사회의 핵심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거기에는 남들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또 다른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신의 이익이 아무리 합리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 이익의 도덕성이 균형을 갖추기 위해서는 남들에 대한 배려의 도덕성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P363-P364

“철학자들은 오직 세상을 해석하기만 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욕만 갖고 있다면 세상은 변화하는 것이다. 중국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 “행복은 할 일이 있는 것, 바라볼 희망이 있는 것, 사랑할 사람이 있는 것, 이렇게 세 가지이다.” 나는 그 행복을 계획하고 있다. P364-P365


[4. 내가 저자라면]

저자 찰스 핸디는 자신이 태어나서 프리랜서로의 독립적인 생활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에게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다. 자신이 이야기 했듯이 자서전의 형식에 자본주의 세상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체험들을 곁들이면서 거대한 기업은 코끼리로 그리고 홀로서기에 진력하는 인간의 모습은 벼룩으로 비유하며 앞으로의 미래는 벼룩의 세계가 오리라 예측한다.

70세에 이른 저자로서는 자신이 마흔이 후반기에 직장과 대학교수직을 물러나 프리랜서가 되기까지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것은 저자가 근무했던 직장이 영국에서는 세계적인 대기업의 하나이었고, 그 이후 택했던 직업도 사회적 명망이 높았던 교수라는 신분이었기에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속에는 자신의 적성이 직장에 맞지 않고 다분히 프리랜서의 자질이 있다고 적고 있으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역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흔적들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아마 저자는 오랜 직장생활에서 오는 대기업의 부조리나 비합리성에 회의를 느끼는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끼게 되었고, 자본주의 세계를 겪으면서 체험한 자본주의의 딜레마로부터 벗어나고픈 생각이 오늘의 자신을 프리랜서로 이끈 계기가 되었지 않나 생각된다. 또한 저자의 사랑하는 아내의 끊임없는 격려와 독자적인 자구책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은 자서전의 성격과 자본주의 세계가 중첩되면서 왜 내가 프리랜서가 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원인이 어디엔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코끼리와 벼룩이란 제목이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과 유혹을 가지기에 충분한 제목이지만 대기업을 비유한 코끼리는 이해가 되도, 프리랜서를 의미하는 벼룩은 왠지 정겹지 못하다. 저자는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벼룩으로 묘사했지만 벼룩은 저자의 말을 빌리면 군집생활을 하지도 않고 동물에 기생하면서 피를 빨아먹고 사는 기생충에 불과한데 이를 프리랜서에 비유한 것은 과장이 지나친 것이 아닐까? 차. 차라리 대기업과 프리랜서가 적절히 은유된 “아폴로와 디오니소스”이면 어떨까? 나도 앞으로 프리랜서를 지향하겠다는 각오가 있지만 디오니소스면 몰라도 벼룩은 되기 싫다.

둘째는 저자가 궁극적으로 지향한 벼룩의 세계로 돌입한 것이 마치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귀결이었다는 인상을 주는 점이 거슬린다. 진정 현대인이 프리랜서를 가는 길은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것이고 앞으로 직장생활을 모두 마친다 해도 남은 시간이 엄청나게 길기에 중도에 직장을 포기하고 그만둔 사람이나 직장생활을 정상적으로 모두 마친 사람에게나 프리랜서로서의 삶은 당연한 귀착점일 수밖에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프리랜서로서 오늘을 사는 현대인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질이나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이 무엇인지에 중점을 두고 어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코끼리에서 오는 비합리적 요소에 대한 부각과 자본주의의 불목적성에서 오는 비판을 그리면서 궁극적으로 벼룩의 생활에 접어들었다는 모양새가 책의 일관성에 흠집을 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책은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에게 소중한 경험을 제공한다. 왜냐하면 직장을 갖지 않은 사람이든 직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건 프리랜서는 언제나 우리의 곁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이에 대비해 우리는 무엇인가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핵심이 이 책 내용의 주류이다. 인생의 수많은 경험과 지적 결과를 바탕으로 프리랜서 세계의 위대성을 일깨워준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은 프리랜서를 꿈꾸는 아니 디오니소스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멋진 길잡이가 되어줄 것임은 분명하다. 끝.

IP *.18.196.32

프로필 이미지
이종승
2006.03.27 13:30:23 *.109.152.197
도명수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저와는 많이 느낌이 달라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도명수님의 견해가 좋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전의 대담과 소유의 종말을
아주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읽었거든요.
비록 정리는 마음만큼 제대로 해내지 못했지만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명수님의 꿈이 꼭 이루어질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32 소유의 종말을 읽고 나서 [1] 도명수 2006.03.20 2150
4631 소유의 종말을 읽고 김귀자 2006.03.20 2108
4630 소유의 종말은 있는가? [1] 꿈꾸는간디(오성민) 2006.03.20 2266
4629 '정'과'김'의 대담 -'소유의 종말'을 읽고 [2] 정재엽 2006.03.20 2197
4628 (2) 소유의 종말 [1] 박소정 2006.03.20 1941
4627 소유의 종말 (제러미 리프킨) 강미영 2006.03.21 2171
4626 -->[re]〈공익을 경영하라〉비영리조직 혁신 보고서 한경비즈니스 2006.03.21 2318
4625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을 읽고 조윤택 2006.03.21 2196
4624 《코리아니티(Coreanity) 경영》 옮김 2006.03.22 1816
4623 나는 아폴로형 세계에 갇힌 디오니소스였다. [7] 한명석 2006.03.22 2530
4622 코끼리와 벼룩 [1] 정경빈 2006.03.26 2189
4621 '코끼리와 벼룩'을 읽고 이종승 2006.03.27 2051
» 벼룩보다는 디오니소스가 좋다 [1] 도명수 2006.03.27 2023
4619 소유의 종말(20060320) [1] 이미경 2006.03.27 1926
4618 코끼리와 벼룩을 읽고(개인브랜드화시대)` file 김귀자 2006.03.27 2259
4617 코끼리와 벼룩 오성민(꿈꾸는 간디) 2006.03.27 2275
4616 코끼리와 벼룩(The Elephant and the Flea)을 읽고 조윤택 2006.03.27 1935
4615 3. 코끼리와 벼룩 [1] 박소정 2006.03.27 2070
4614 코끼리와 벼룩(20060327) 이미경 2006.03.27 2081
4613 거인 골리앗을 이긴 소년 다윗- 정재엽 2006.03.28 2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