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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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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10일 23시 11분 등록
“현실에서 통하는 전략이란 단순 명료한 것이다.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필사적으로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 이론은 흥미롭고 차트나 그래프는 멋있어 보인다. 그러나 전략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전략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고 데이터와 세세한 사항들을 파고들다 보면 점점 더 알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전략이 아니다. 고통일 뿐이다. 이는 비생산적인 일이다. 승리하고 싶다면 전략에 대해서 더 적게 생각하고 더 많이 행동해야 한다.” (p.221~222)

1.
뉴욕에서 공부할 때 처음으로 들었던 수업 중 하나가 인류학 과목이었다. 그 수많은 난해한 이론들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민족성’과 ‘민족의 개념’이 실제로 존재하냐는 베네딕트 앤더슨의 이론이었다. 그러면서 내준 과제물 중 하나가 각 자기 나라의 ‘정체성’과 ‘주체성’에 대해서 연구해 보고 과제물로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한국인의 주체성’과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서 힘겨운 씨름을 해댔지만, 끝내 만족할 만한 과제물을 제출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로 뉴욕에 머무는 동안 지속적으로 나를 따라다녔던 질문- 한국인은 미국인과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가장 친하게 지냈던 일본인 친구는 나와 무엇이 다른가? 혹 다른점이 발견되면 이것을 ‘한국적인’ 혹은 ‘미국적인’ 혹은 ‘일본적인’것 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 혹시 개인적인 차이를 ‘국가’의 차이로 잘못 해석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들었다.
‘한국적인 것’, 혹은 ‘미국적인 것’, 그리고 ‘일본적인 것’들에 대한 책들을 읽어보았으나 하나같이 단편적인 것들만을 보고 나름의 느낀점만을 기술한 ‘인스턴트식품’과도 같은 책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간혹 접하게 된 책들은 정반대의 ‘인류학적’ 관점에서 기술한 ‘지극히도 학술적인’ 책이 있었을 따름이다.
그러던 나에게 ‘코리아니티 경영’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코리아니티’ 의 개념과 ‘경영’의 만남이라-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언젠가 경영학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책을 내고싶다는 소박한 꿈을 꾸고 있는 나에게 한마디로 ‘군침도는’ 책이었던 것이다.

톰 피터스(Thomas J. Peters)는 <경영파괴>라는 책에서 한 여성 컨설턴트가 자신의 성과와 가치를 다음과 같이 평가하는 것을 예시한 적이 있다.
• 과거 나의 경력을 입증할 만한 완성된 프로젝트 중 가장 성공적인 두세 개를 선별할 것.
• 내가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제공했던 질적. 양적인 효익(benefits)을 열거할 것.
• 지난 12개월 동안 나의 존재 이유를 입증해 줄, 고객으로부터 받은 인증서와 감사장을 챙겨둘 것.
• 내가 한 해 동안 새로 배운 것들을 정확하게 설명할 것.
• 나의 자질이 지난해보다 얼마나 더 향상되었는지를 정확하게 설명할 것.
• 불어난 명함첩을 정리하고, 나의 네트워크에 추가하여 새로운 관계로 발전시킨 사람들의 이름을 들어볼 것.
• 내가 1년 전보다 크게 달라진 점들을 이력서에 명기할 것. (p.264~265)


2.
코리아니티(Coreanity)란 무엇인가? 코리아니티는 그가 진부한 ‘한국적’이라는 표현 대신에 그가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다수의 한국인이 공유한 문화적 동질성을 뜻한다. 코리아니티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한국인 대다수의 생활 속에서 작동하는 일상적 취향이다.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코리아니티는 한국인 다수의 정신적 기상도이며 문화적 DNA이다.

세상이 만들어 주는 대로 살지 않는 사람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세상에 참여한 사람들, 그 주역이 바로 한때 평범했던 우리들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어제의 나에 갇히지 말자. ‘한국을 넘어선 한국인’이 되자. 연결하고 특화하여 새로운 직업적 변종을 만들자. (p.314~315)


3.
그가 하필 지금 뜬금없이 한국인이 공유한 문화적 동질성을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소 자신의 내면에 있는 기질과 장점을 알고 이를 토대로 자신을 계발하기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탐구로부터 시작한다는 전작의 핵심과 마찬가지로, 이 책 또한 한국인과 한국인의 내면을 구성하는 구성인자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자기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게 하려는 그의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p.358)


그렇다면 코리아니티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그는 ‘남들만큼은 되어야 한다’, ‘우리 속의 나’, ‘모순을 껴안는 힘’, ‘거친 생명력과 흥청거림’, ‘명분과 배움, 선비정신’의 다섯 가지를 제시하는데 그 중에서 ‘우리 속의 나’와 ‘거친 생명력과 흥청거림’을 읽으며 무릎을 탁, 하고 쳤다.

한국인은 사물을 전체 맥락 속에서 파악하고자 한다. …세상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사건을 이해하려면 그와 관련된 많은 요인들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은 미숙한 인간으로 취급받는다. 따라서 한국인들은 논쟁을 설득의 방법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일체감을 깨는 갈등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짙다. 노쟁을 하기전 …. 열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p.95)

지역에 따라 동편제와 서편제로 갈라지고, 스승에 따라 계보가 갈라지며, 이윽고 자신이 커가면서 자기만의 계보를 하나 더 만들어가는 이 증식성이 바로 한국식 개인주의의 방향과 목표가 되어야 한다.(p.104)

기업 속의 작은 기업가가 되어 자신의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처럼 활동하다가 때가 되면 진짜 자신의 회사를 차려 독립하며, 모기업과 우호관계를 맺고 훌륭한 동지와 파트너로서 관련 영역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비즈니스 클러스터를 만들어가는 것은 기업에게나 개인에게나 멋진 기회일 것이다.(p.105)



한국인들은 왜 ‘우리’라고 부르면서 ‘나’를 앞세울까? 서양인들은 관계보다는 개인을 중시한다. 동양은 정반대다. 그러나 일본과 우리는 차이가 있다. 일본인들은 개인이 관계에 완전히 매몰된다. 물론 한국인들도 관계를 떠나서는 살기 어렵다. 그러나 그 관계 속에 묻혀 살기에는 너무도 역동적이다.

정작 미국과 프랑스에 머물렀을때는 몰랐던 사실을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과 한국에 대해서 장황하지 않으면서도 간결하게 설명한 그의 내공에 감탄을 보낸다.

경영속의 마키아벨리즘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경영에 적용해 본다면 대략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경영 상황이 안정적일 때 경영자는 연민, 신뢰, 정직함, 인륜, 종교적 미덕을 따라야 한다.

2) 불안정하고 특수한 상황 아래서 경영자들은 ‘책임의 윤리’를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

3) 경영의 핵심은 상징과 외양이다. 경영자는 능란한 위선자요 가장의 달인이어야 한다. (p.336)



문화경영과 인재경영 파트를 읽으면서 지난 해 경영전략실 주도로 오라클 프로그램을 들여와 사내 관리 프로그램을 적용한 경험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프로세스를 국내 현실에 맞게 내재화시키고 실천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프로그램을 응용하고 우리것으로 바꾸는 문제였다. 프로그램 자체는 얼마든지 들여올 수 있지만, 우리회사의 특유의 가치체계와 정서를 모르고서는 단순한 소프트웨어는 의미가 없었다.
한국인은 외국에서 만든 제도와 시스템, 프로세스와 조직을 빌려와서 사용해도 막상 사용하고자 할 때 브레이크가 걸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해결의 열쇠는 다수의 가치체계, 즉, 코리아니티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코리아니티 경영의 필요성’이 가장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새로운 인재들의 특징

1)자신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신의 욕망과 능력을 잘 가늠하고 있
다. 자신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가장 중요한 지적재산으로 먼저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2)취미를 직업화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원하는 일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특화함으로써 자신의 영역을 구축
하는 데 성공했다

3)매일 학습한다는 점이다.
빠른 시단대에 속한 사회가 개인에게 주는 최대의 스트레스는 터득한 지식
이 단명한다는 점이다.
4)자신의 욕망과 기질 그리고 경험을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직업적 변종을
만들어내는 직업 창조자의 역할을 즐기는 것이다 (p.313)


코리아니티 인재 경영에서 매우 실용적인 대목은 직장인의 경력개발에 대한 제안이다. 이제 막 신생제조회사를 본궤도에 올려야 하는 나는 직원들이 회사에서 경력개발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나는 우리 회사 모든 사람들이 관리자로 성장하는 길 외에 전문직, 사내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싶다. 누구나 관리자로 성장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지는 않는 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본인의 강점을 최대화하여 비즈니스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이제 그에 합당한 지위와 보상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기때문이다.

역사를 이해하면, 운동과 변화를 설명하면서도 인간 사회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불변의 요인과 원칙을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는 장점을 얻을 수 있다. 구체적인 사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역동적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요소와 질서를 발견하는 것은, 안정된 지식체계를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p.334)

이 책은 한국인을 알고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데 토대를 마련하기위한 실험적인 제안이다. 구소장님 자신도 매우 어렵게 쓰여진 책임을 고백했다. 한국의 세계화, 지식기술, 인재전쟁이라는 새로운 경영 환경 속에서 제2의 도약과 성장을 이루려면, 한국인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문화적 DNA를 깊이 성찰하여 기질과 특성에 맞는 한국형 경영모델을 창조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깊은 공감을 보낸다. 그 창조의 과정이 다소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기도 하고 미로를 헤메는 것 같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삶에서 중요한 것들, 예를 들어 일, 가정, 친구, 배움 등은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것들은 삶을 받치는 기둥이어서 버리는 순간 삶이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p.298)

한가지, 이 책의 내용에 비해 겉표지가 너무 무겁고 어둡다는 생각을 했다. ‘코리아니티’라는 밝은 미래를 앞둔 독자들에게 좀 더 화려하고 밝은 표지로 첫 장을 넘길 수 있게 했다면, 좀 더 기분좋은 시작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표지를 덮은 순간, 나는 ‘코리아니티’라는 이름의 꽃씨를 손에 한 웅큼 쥔듯한 설렘을 느꼈다.

IP *.148.13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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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4.11 05:02:15 *.229.28.221
각 카테고리를 하나로 버무리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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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이드잭
2006.04.11 11:01:31 *.248.117.3
멋진 글이네요.. 이 책을 아직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책의 향기와
그 향기를 음미하고 갈무리하는 님의 생각이 읽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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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2006.04.12 12:11:33 *.109.152.197
smilejay라는 아이디가 느껴지는 글입니다.
기업 경영을 중기목표로 삼고 있는 제게는
발췌부분들이 다 공감됩니다.
재엽님의 설렘이 밝은 미소를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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