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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19일 01시 17분 등록
처음에 나의 대학시절?? 에 대한 생각은.
'아~신영복씨가 자신의 대학시절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하려는가보다. 뭐라는지 한번 들어보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홈피에 들어가서 읽은 글의 첫부분부터
저는 한대 맞았죠.

대학시절...그것을 이렇게 말할 수도 있구나.

다음은 나름대로 간추려 퍼온 신영복씨의 강연내용입니다.
지금껏 제가 들은 대학생활에 대한 지혜중 가장 근본을 건드리는 충고이자 말이었습니다.
다 주옥같은 말들이라 간추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나의 대학시절>

고리끼는 대학은커녕 학교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볼가강의 뱃사공을 도우는 일을 했지요. 그 배의 쿡크가 마침 책을 읽는 사람이어서 그가 가지고 있던 책을 읽기 시작 한 것이 고리끼의 시작이었습니다. 굳이 그 곳이 학교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전부인데도 <나의 대학시절>이란 작품을 썼습니다. 그는 노동자 합숙소의 생활을 자기 인생의 대학시절로 쓰고 있었어요. 매우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곳을 자신의 대학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오늘 제가 나의 대학시절을 여러분들과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습니다만 그것은 제가 다녔던 서울대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도 같이 징역살았던 사람들을 만나면 서로 '동창생'이라고 부릅니다. 전주대학 동창생, 대전대학 동창생 그렇게 부릅니다. 어쩌면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귀중한 깨달음을 바로 그 대학에서 깨달으며 고뇌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나의 대학시절>은 바로 그 대학시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러분들이 교실에서, 책을 통해서, 수많은 이론과 논의를 통해서 간추린 지식이 현실의 벽에 부딪칠 때, 이런 경우에는 가장 먼저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언어를 버리는 것입니다. 언어가, 말이 얼마나 무력한 것이라는 것을 재빨리 깨닫는 일입니다.
저는 현실의 벽 앞에서는 언어를 버리고 자신의 삶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검증 받아야 한다는 각오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교실과 책과 이론으로 배운 사람들이 갖는 공통적인 착각의 하나가 바로 언어로서 설득할 수 있다는 환상입니다.



그 사람이 발딛고 있는 처지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으면서 그 사람 개인에 대해서, 그 사람의 생각에 대해서 관여하려는 것은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의 생각은 결국 자기가 겪은 삶의 결론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어느 개인에 대한 이해는 그가 처하고 있는 처지와 그 개인을 함께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약한 사람들의 저항의 형태, 저는 테러리즘의 지지자는 아니지만, 약한 사람들의 저항의 형태와, 강자들의 억압의 형태에 대해서 우리가 그 형식만 가지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그런 어떤 전도되어 있는 의식들, 이런 것들이 완고하게 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되는 일이 자기자신과 우리 현실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공부, 즉 그 구조와 본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봐요.



저는 먼저 자본주의 200년사에 대한 환상, 더구나 앞으로의 자본주의 역사에 대한 어떤 환상들을 우리가 청산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역사는 풍요의 역사였는가? 과연 풍요라는 게 뭔가?



오늘날 자행되는 차마 못할 짓들이 대부분이 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서로 관계없기 때문이지요. 자본주의 상품생산구조가 바로 이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구조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됩니다. 화폐가 생산자와 소비자를 단절시킨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 이 사실이 갖는 엄청난 의미를 생각해야 합니다. 인간관계의 황폐화 이것은 인간낭비의 최고형태입니다. 다른 물질적 낭비와는 비교될 수 없는 삶 그 자체의 파멸로 이끌어 가는 것입니다.



제가 <나의 대학시절>에 확인한 것은 그런 겁니다. 사람과의 관계, 그것을 확대하면 바로 사회의 어떤 본질적인 구조가 되는 것이지만. IMF상황 나아가 자본주의 200년사에서 우리가 청산해야 할 환상은 무엇인가. 상품생산, 상품교환 구조가 양산하고 있는 바로 인간관계 그 자체가 황폐화되고 파괴된다는 사실이 아닌가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안고 있는 콤플렉스. 자기 것,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나 자신감이 없는 상태. 이것은 가장 불행한 상태라고 해야 합니다. 개인에게 있어서도 저는 그 사람의 판단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콤플렉스라고 생각해요, 합리적인 판단을 가장 심하게 왜곡시키는 것이 콤플렉스라고 생각해요.그래서 개인에 있어서는 최소한 자기가 어떤 종류의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확실한 자각이 있어야 돼요, 고치지는 못할망정.



일상생활에서도 자기를 흉내내고 뒤따라 오는 사람을 존경하지 않지요. 중요한 것은 바로 그런 허망한 동경들이 자기가 갖고 있는, 우리 사회에 구조화되어 있는 그런 콤플렉스, 열등감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걸 극복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로운 사고, 판단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콤플렉스를 청산하는 일이 없이는 우리가 진정한 자유나 해방을 이야기하지 못함은 물론입니다.



세계를 존재들의 집합으로 보지 않고 관계망(關係網)으로 인식하는 것이 우리의 사상적 기반이고 동양적인 패러다임입니다. 저의 동양고전 읽기는 대학시절에 만연했던 그리고 나자신도 깊숙이 물들어 있던 우리 것에 대한 좌절감과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관계 그 자체가 확실한 존재성을 갖는 것이 동양적인 기본 마인드입니다. 이것이 동양적 사고의 본질이 아닌가 생각해요.



저는 그 사람의 사상은 그가 주장하는 논리 이전에 그 사람의 연상세계, 그 사람의 가슴에 있다고 믿습니다. 그 사람의 사상이 어떤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어떤 연상세계를 그 단어와 함께 가지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봐요.



'가치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만약에 로빈슨 크루소가 절해고도에서 굉장히 큰 진주를 발견했다면 그 가치가 얼마나 돼요? 가치 없습니다. 가치란 기본적으로 교환가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교환을 전제로 해야지만 가치란 개념이 있을 수 있는 거죠. 제가 젊은 사람들에게 제일 불만인 것이 사람을 볼 줄 모른다는 겁니다. 어쨌든 아내의 미모를 통하여 그 남편을 평가한다는 것은 남편을 사용가치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교환할 것도 아니면서 그를 교환가치로 보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적어도 대학이 이데올로기의 재생산현장에 그치지 않고 변혁의 현장이라면 그렇습니다. 가치 없는 것, 쓸데 없는 것을 공부해야 된다고 봐요. '잘 팔리는 것을 연구한다'는 그 자체가 대학고유의 가치가 없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잘 팔린다'는 것은 가격이 있다는 것이고, 이를테면 상품가치가 크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본의 논리입니다. 자본의 논리라는 지배담론을 거부할 수 있고 그것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대학의 어떤 고유한 영역을 우리가 지키는 일, 이것이 오늘의 대학이 짐져야 하는 시대적 과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대학 4년 동안은 자본논리 대신에 인간적 논리, 인문학적 논리를 자기 내면적인 것으로 지킬 수는 없을까?




주역의 제일 마지막에 미완성을 배치한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지요. 세상의 운동은 반성과 시작, 이것의 반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만물은 무엇을 완성하기 위하여 변화합니까? 어디에 도달하기 위한 운동입니까? 미완성 그 다음에 이어지는 또 다른 미완성의 연속이라는 것이 주역의 철학이고 동양적 사고의 틀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남는 것은 과정(過程)만 남습니다. 달성(達成)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과정 그 자체가 의미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최후의 수평공간입니다. 쓸데없는 것, 가치 없는 것들, 더 정확하게 교환가치가 없는 것, 상품가격이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는 기간, 그런 기간이 저는 대학이라고 생각하죠. 수평공간이면서 자유의 공간입니다. 자기(自己)의 이유(理由)가 자유(自由)라고 생각해요. 자기의 이유를 갖는 것이 자유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유로 자기가 움직이는 것, 그것은 자기가 동의했건, 또는 충분히 공감을 하건 그건 부자유한 거라고 생각해요.
대학의 교육도 마찬가지로 현실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띄우고 근본적인 것에 생각을 모우는 곳이어야 합니다. 자본의 논리로부터 독립하는 시간과 공간을 대학이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지요. 자기의 이유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IP *.229.28.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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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빈
2006.04.19 12:39:18 *.183.177.20
읽어보셨군요^^ 좀 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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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4.19 13:18:29 *.229.28.221
자신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과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이해..
이 '이해'가 마음에 들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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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6.04.22 18:02:37 *.145.231.47
아주 좋은 글이군요.
많은 이들이 꼭 읽었으면 합니다.
두 분의 정성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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