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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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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0일 22시 39분 등록


<1> 저자소개 - 조용헌

- 61년 전남 순천 출신, 원광대학교에서 불교민속학으로 불교학 박사취득

- 사주, 풍수, 한의학을 강호동양학으로 명명, 스스로 강호동양학의 일인자가 되다

-지난 1999년 첫 책 <나는 산으로 간다>를 내면서 문필가가 됐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 2002년 펴낸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풍수’의 관점에서 명문가들을 살피는 과정에서 탄생한 책이다. 이 책에서 조씨는 명문가들을 지탱하는 철학을 한국적 ‘노블리스 오블리주’(특권층의 사회적 책무)로 해석해 주목받았다.

-이후 2년 동안 신작이 없다가 2005년, 2권의 책을 내놨다. 고정관념과 조직사회의 틀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삶을 사는 ‘평범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인 <방외지사1·2>(정신세계사), 그리고 데뷔작 <나는 산으로 간다>를 손보고 새 글을 더해 다시 펴낸 <조용헌의 사찰기행>(이가서)이다. <방외지사>는 그가 지금까지 그가 돌아다니면서 만난 이들 가운데 ‘삶의 고수’들을 골라 소개하는 새 책이고, <~사찰기행>은 그가 강호동양학에 천착하게 되면서 홀로 느끼고 깨우친 것들의 총론이다.



<2> 소감

조용헌은 ‘강호동양학’이라는 영역에 이름을 붙이고 스스로 그 분야의 1인자가 된 사람이다. 학문적인 동양학을 지양하고 제현들이 숨어사는 강호에서 동양학을 추구한다는 것인데, 풍수 사주 한의학을 일컫는다. 동양학이 주는 딱딱함과 고리타분함을 대중적인 글쓰기로 극복하여 나름대로 새 영역을 구축하였다. 틈새시장 개척에 성공한 것이다. 19년 동안 한·중·일 3국의 사찰과 고택 600여곳을 답사했고 전국 각지의 기인들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2005년도에 ‘재야의 고수’를 인터뷰해서 쓴 책 <방외지사>가 호응이 좋았는지, 이번에 같은 성격의 책 <고수기행>을 또 펴냈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조금 다르게 사는 사람들>의 범주에 들어가되, 도인을 많이 다루고 있는 편이다.

“요즘 세상이 30년 공부해야 취직하는데 15년 직장 다니면 쫓아냅니다.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데, 이런 위기를 극복할 정신적인 부분을 도와줄 어떤 것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삶이 정답이라면서 다들 그 길에 줄서는데, 저는 다른 줄도 있다고 그냥 알려주고 싶다 이겁니다. 당신들만 그렇게 쫄딱 망한 거 아니다, 여기 이런 건달같은 삶도 있다, 그런데 이런 삶을 들여다보니 그리 불행하지 않고 정신적으로는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는 겁니다. 그 속에서 새로운 지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관심있게 읽은 인물은 ‘자연을 퍼주는 독지가 변동해씨’와 ‘오디오 마에스트로 일명 스님’이다.
변동해씨는 장성군 북일면 문암리 축령산 자락에 두 채의 집을 지어놓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열쇠 100개를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주었다고 한다. 처음에 열쇠를 받은 사람들과 그 100명이 인연 닿는대로 소개를 해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6000명이 다녀갔단다. 그는 이용객들에게서 돈을 받지 않는다. 전기요금과 전화요금, 기름값 등 한 달 운영비 30만원을 직접 부담한다.

그의 집 ‘세심원’은 평범한 시골집이지만, 거실과 방바닥을 편백나무로 깔아 향기가 좋다.
바닥에는 죽염을 깔고 2톤의 숯을 깔았다. 숯은 탈취, 공기정화, 습도조절에 탁월하다.
그래서 항상 방 안이 쾌적하다.

변동해씨는 30년 동안 장성군에서 근무한 평범한 공무원이다. 지금은 퇴직을 하고 날마다 세심원 중 한 채인 흙집에 장작불을 때고, 보리와 차를 심으며 산다. 허름한 잠실을 고쳐 이웃이 쉬고 갈 수 있는 쉼터를 만들었다. 누구나 할 수 있되,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도인의 몸짓에 닿아있는 일이다. 삶에 찌든 중생을 위로하려는 마음이 시킨 일이다.
그의 넉넉함에 갈채를 보낸다.

구로동 관음포교원의 일명스님은 지난 27년 동안 소리에 깊이 천착한 스님으로 스피커 도사로 알려져 있다. 일명스님은 직접 만든 스피커를 가지고 LA의 CES같은 국제 오디오쇼에도 나가 호평을 받았다. 그는 좋은 스피커를 만드는 일이 공덕과 연결이 된다고 한다.

“먼저 좋은 스피커를 만들려면 자본이 있어야 하는데, 이 자본이라고 하는 것도 인연이다. 인연이 없으면 배짱도 맞지 않는다. 자본도 사람이 가지고 오는 것이고 기술도 마찬가지다. 이 분야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팀워크를 이루어야 스피커를 만들 수 있다.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을 만나려면 평소에 공덕을 쌓아놓아야 한다. 공덕을 쌓아놓으면 스리 쿠션, 파이브 쿠션으로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로 돌아온다. 껍데기로 보면 기연奇緣이지만 알고 보면 공덕의 댓가다.” 195쪽

일명스님이 공덕을 쌓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전국 선방의 스님들에게 무상으로 한약을 공양하는 것이다. 구리 3백킬로그램을 사용하여 솥을 만들고, 솥의 밑바닥에 순금 1000만원어치를 사서 방짜로 두들겨 붙였다. 약을 다리면서 금이 자연스럽게 녹아나야 약의 효과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1년에 1000재씩 다려서 무상으로 공양하곤 했다.

그런가 하면 이 솥을 싣고, 솥을 들어 내릴 수 있는 레카차를 포함하여 다섯 대의 차량이 움직여 전국의 모든 선원, 강원 스님들에게 점심, 저녁 공양을 두 차례 했다. 스케일도 엄청나고, 대단한 에너지를 가진 축제적인 인물인 것같다.

관음포교원 옆의 관음문화원에 직접 제작한 스피커를 비롯하여 음향 시설 일체를 갖추어놓고, 매월 2MF 모임을 갖는다. 잡지 편집장, 가수, 영화감독, 앤틱 수집가, 화가, 경기민요 전수장 등이 모여서 영화 보고 식사하면서 토론한다고 한다. 넘쳐나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도, 누구는 예술가가 되고, 누구는 정치가가 되고, 누구는 스님이 된다. 그러나 출가를 했어도 타고난 끼는 감출 수 없다. 일명스님에게서 관음觀音에 대해 소개를 받은 기분이다.

조용헌은 인터뷰 대상을 만나면 생년, 월, 일, 시를 물어보아서 사주부터 풀이하는데, 정말 부러운 방법론이다. 가끔 일간지의 ‘오늘의 운세’도 기가 막히게 절묘해서 웃곤 하는데, 내 머리의 용량으로 덤빌만한 분야가 아닌 것이 아쉬울 뿐이다.

조용헌의 말처럼 30년 준비해서 직장에 들어가면 15년 만에 정리하는 세태에서, 자녀교육과 아파트에 휘둘리고 살다보면, 어느새 백발이 되어버리는 인생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방외지사>들의 선택이 신선하다. <고수>가 되자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내 안의 행복을 위해서, 그 어느 길도 갈 수 있음을 이들의 삶이 보여준다.

<3> 책 속에서 인용한 부분

120-사지사지귀신통지<思之思之鬼神通知> -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귀신과 통해서 알게 된다.
141-세심원의 제일 밑바닥에슨 황토가 있고, 거기에 죽염을 깐 다음, 그 위에 숯을 깔았다. 숯의 두께만 7센티미터다. 그 위에 1센티미터의 공간을 띄워서 편백나무를 얹었다고 한다. 편백의 두께는 1.5센티미터 정도.
175-거거거중지, 행행행리각 <去去去中知, 行行行裏覺> - 가고 가고 가다 보면 알게 되고, 다니고 다니고 행동하다 보면 깨닫게 된다
180-사찰의 대웅전에 가보면 보통 삼존불이 모셔져 있다. 왜 세 명의 부처님이 한 조를 이루어 모셔져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첫째, 깨달음을 이룬 성자의 인격은 두 가지 면이 있는데, 하나는 자비이고, 또 하나는 지혜다. 자비로운 표정은 대체로 미소를 머금는 경우가 많고, 지혜로운 표정은 냉철한 기색을 띠게 마련이다. 이 상반된 두 가지 표정과 역할을 충돌 없이 나타내기 위해서 양쪽에 두 명의 불상을 조성했다고 보는 설이 있다. 오른쪽 불상이 자비라면 왼쪽 불상은 지혜를 담당하는 식이다.
둘째, 가운데 계신 본존불이 도를 닦고 있을 때 옆에 있는 두 사람이 시봉侍奉을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오른쪽 불상은 빨래나 밥을 하거나 불을 때는 일을 담당한다면, 왼쪽 불상은 돈을 벌어오는 역할을 한다. 도닦는 도중에도 먹어야 하고, 전기요금도 내야 하는 것이 사바세계의 실상 아닌가. 그러니까 자금 공급책이 필요하다. 좌우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가운데 본존불이 도를 통하면, 이번에는 반대로 본존불이 좌우 두 사람이 도통하는 일을 책임져야 한다. 서로 품앗이를 하는 셈이다. 어디를 가나 ‘기브 앤 테이크’ 법칙이 있다
셋째, 깨달음과 예술의 관계를 상징하고 있다는 설이다. 가운데 자리가 깨달은 도인이 앉는 자리라고 한다면, 좌우의 자리는 예술가가 앉는 자리다. 도인과 예술가, 깨달음과 예술은 이처럼 밀접한 과계에 놓여 있다. 상호보완적인 관계일 수도 있고, 한 걸음만 움직이면 서로 자리를 바꿔 앉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바꾸어 말하면, 예술을 통해서 도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186-7 불교의 <능엄경>의 핵심은 이근원통<耳根圓通>의 수행법이다. 즉 귀로 소리에 집중하는 수행을 하면 크게 통한다고 설파한다. 소리에 집중하는 이 방법은 바로 관음보살이 수행하던 방법이다. 관음이란 글자 자체도 소리를 관觀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관이란 소리를 듣는다가 아니고, 소리를 본다는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
해조음은 바닷가의 파도 소리다. 파도 소리는 항상 들린다. 집중하려면 항상 들리는 소리를 택해야 한다. 우리 나라의 유명한 관음도량은 모두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다. 동해안의 낙산사 홍련암, 서해안의 강화도 보문사, 남해안의 남해 보리암이 3대 관음도량으로 꼽힌다. 낮이나 밤이나 해조음을 듣다 보면 귀에 해조음이 쟁쟁해진다. 그러다 보면 밤에 잠을 자는 동안에도 해조음이 들리는 경지에 이른다고 한다.
192-일명스님의 스피커는 인도네시아산 구스 나무로 마감했다. 구스라는 말은 우리말로 혹이라고 한다. 나무의 혹이 수백 년 된 것을 잘라서 쓰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 나무를 화류목이라고 불러왔다. 화류목으로 만든 가구는 화류장樺榴欌이라고 해서 최상급의 가구로 쳤다. 화류장이라고 해도 그 가구를 모두 화류목으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가구의 주요 장식 부분만 화류목으로 만들었다.
206-인간은 자연이다. 이 평범한 사실을 잊고 살기에 우리는 만병에 시달린다. 날짐승들 다 몸을 피하고 오직 인간만이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할 때, 인간만이 앉아서 쓰나미를 뒤집어쓴다. 우리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이다. 그는 말한다. - 한의학 전문가 이의원 - 잃어버린 생명 기운을 되찾는 것이 병을 다스리는 최상의 의학이라고.
234-일본말로 훌륭하다는 말을 리파나데스라고 한다. 한자로 쓰면 立派가 된다. 파를 세우다, 즉 일가를 이루는 일을 어렵다고 본 것이다. 스토리텔러의 입장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만나보면, 걸어다니는 이야기 보물 창고다.
262- 비전 전문 명상가 한바다: 명상이란 생각을 쉬는 것이다. 생각을 쉬고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생각을 쉬면 마음이 맑고 고요해져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불가에서의 모든 것을 놓으라는 방하착放下着이라는 가르침이나, 분별심 또는 양변 兩邊을 여의어라는 가르침도 간단히 말해 생각을 쉬라는 것이다. 부처도 아니고 부처 아님도 아니라는 말이나 불일不一도 아니고 불이도 아니라는 선가의 표현 또한 생각을 통해 진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로 그 생각’을 쉬게 만든다. 성경의 ‘침묵하라 그러면 내가 곧 하느님인 것을 알리라’는 말씀도 생각을 쉬면 본래의 자기 자신 즉, 진아眞我가 곧 진리이자 신인 것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스스로를 자각하라, 또는 바라보라’는 인도성자들의 말도 결국 생각을 쉬고 자신의 본성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다.
268-지리산의 피아골처럼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소가 근원의 마음을 찾는 데 유용한 장소다. 밤낮으로 물소리를 들으면서 생각을 쉬다 보면 근원의 마음이 느껴진다. 잠을 자면서도 물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생각은 잊게 된다.
282-울산의 방어진 바닷가 - 대왕암, 특별한 기운이 뭉쳐 있는 영험한 곳.
울산의 언양도 지기地氣가 특이, 그 밑바탕에는 자수정이 있고, 그 위에 황토 흙이 뒤덮인 곳이다. 자수정의 기운이 인체에 미묘한 영향을 미친다. 화강암이나 일반 돌보다도 기운이 강하게 뻗쳐 나온다. 미국 애리조나 주의 세도나에 있는 유명한 두 군데의 vortex중 하나가 Bell Rock이라는 산인데 이 밑바닥에 자수정이 깔려 있다고 한다. 치유의 에너지는 자수정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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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5.25 18:56:05 *.145.123.223
재밌는 책이네요. 꼭 한번 읽어봐야 게ㅆ습니다.
저도 색다른 사람들을 찾아다닌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전 생각만 했지만, 조용헌 님은 직접 하고 책까지 써내셨네요.. 반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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