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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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화(神話)에서 천복(天福)을 찾은 두 사람
조셉 캠벨 <1904-1987>
미국의 신화종교학자, 비교신화학자. 20세기 최고의 신화 해설자로 불린다. 소년 시절 북미대륙 원주민의 신화와 아더왕 전설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콜롬비아 대학과 파리 및 뮌헨의 여러 대학에서 세계 전역의 신화를 두루 섭렵했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아메리칸 인디언에 관한 책을 즐겨 읽었으며, 뉴욕 맨허튼에 있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을 자주 방문하였다. 캠벨은 그 박물관의 한 코너에 있는 토템 기둥에 특히 매료되었는데, 그 뒤로 1925년과 1927년에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파리 대학교와 뮌헨 대학교에서 중세 프랑스 어와 산스크리트 어를 공부하였다.
후일 방대한 정리 작업과 연구를 통해 『신의 가면 the Masks of God』(전4권)을 펴냈다. 그는, 프린스턴 대학 볼링겐 시리즈의 탁월한 편집자로도 유명하며, 『신화의 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신의 가면 1~4』, 『신화와 함께 살기』, 『신화의 세계』, 『야생 수거위의 비행』, 『신화 이미지』 등의 저서를 통해 왕성한 지적 연구 활동을 펼치다 1987년 세상을 떠났다.
이윤기<1947->
경상북도 군위군에서 출생. 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하얀 헬리콥터》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 이후, 1991년 미국으로 건너가 1996년까지 미시간주립대학교 국제대학 초빙연구원을 지냈으며, 1997~2000년 동대학교 사회과학대 비교문화 연구원을 지냈다.
번역에도 힘을 기울여 약 200권을 번역하였는데, 토머스 불핀치(Thomas Bulfinch)의 《그리스·로마신화》(1989)를 비롯하여, 《그리스인 조르바》 《뮈토스》 《변신이야기》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등이 있다. 특히 1980년대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열풍을 몰고온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은 그의 번역으로 유명하다.
1998년 중편소설 《숨은 그림 찾기 1》로 제29회 동인문학상을 받았으며, 2000년에는 한국번역가상과 소설집 《두물머리》로 제8회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칼이 짧은 스파르타 병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적을 무찔렀어.”
검정고시 자격증 하나로 창작과 번역의 가시밭길을 헤쳐온 소설가 이 윤기, ‘죽어도 하루에 8시간은 노동(창작 혹은 번역)한다’고 한다.
이윤기는 2000년 6월 “그리이스 로마 신화”를 출간함으로써 수백종에 달하는 신화 바람의 열풍을 가져왔으며, 이윤기라는 이름을 브랜드화하였다. 20여년 간 신화에 바쳐진 그의 연구는, 신화를 문화적인 코드로 떠오르게 했다.
그는 “대중이 느닷없이 신화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21세기는 트랜스젠더 하리수가 당당하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주장할 수 있는 시대다. 게이와 레즈비언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가 기꺼이 받아들여지는 시대. 정부의 검열에서 벗어나면서 사회의 규정력이 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화는 남성과 여성을 두루 가진 양성인(兩性人), 반인반마(半人半馬), 동성애, 근친상간처럼 제도에 대한 위반으로 가득 찬 이야기다. 인권이 신장하는 순간 신화는 힘을 갖고 분출한다." 여기에다 기술의 진보가 바람을 부추겼다.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화려한 컬러 도판으로 '총천연색 신화쇼'를 펼치게 됐다. 인터넷이 전세계를 한 동네로 만들면서 서양 문물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내가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그것이 '우리'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이윤기는 잘라 말한다. 그는 '우리'란 조선 민족으로서의 '우리'라기보다는 인류의 한 갈래로서의 '우리', 즉 보편적인 사람으로서의 '우리'에 가깝다고 밝힌다. 무수한 신들이 연출하는 드라마는 뒷날 인간세상에서 그대로 되풀이된다. 그러므로 신화를 아는 일은 인간을 미리 아는 일이다.
‘우리'는 몇 가지 기본적인 경험을 공유하는데, 죽음이나 성(性)적인 경험 등이 그 예다. 제우스와 헤라 커플처럼, 그리스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오누이 혼인만 해도 그렇다. 일본의 창조신인 이나자기와 이자나미, 중국의 창조신인 복희와 여와 신화는 물론, 우리 민족 설화에도 등장하는 보편적 소재라는 것이다. 그럼 세계 각국의 신화들이 그런 '부적절한 관계'를 공통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처음의 세상에는 배우자가 누이 아니면 오라버니밖에 없었고", "신화가 전하는 이야기는 도덕이나 윤리가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잡기 이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금기도 없고, 어떠한 도덕적 관념으로도 재단할 수 없는 인간 삶의 원형을 간직한 신화 속 성과 사랑 이야기들을 통해 이 주제에 대한 옛 사람들의 생각, 그리고 "인간의 바닥을 흐르는 저 낯선 강의 모양"을 짐작해 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윤기의 신화시리즈는 세 권인데 1권은, 신화의 상징체계를 이해하기 위한 12가지 이야기.그 12가지는 신발, 사랑, 나무, 저승, 노래, 홍수, 뱀, 술 , 뿔... 등이다.
2권은 신화 속의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이고 3권은 신의 마음을 여는 방법이다.
<2> 오직 모를 뿐!
영웅이 치르는 신화적 모험의 표준 궤도는 통과 제의에 나타난 양식, 즉 분리, 입문, 회귀의 확대판이다. 이 양식은 원질신화 monomyth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44쪽
전세계에서 발견되는 동화, 전설, 신화에 공통된 패턴이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사실이었다. 인간이라는 종(種)을 꿰뚫는 본질에 대해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비쳤다. 우리의 핵은 무엇일까? 우리라고 하는 존재의 기본적인 성격이란 어떤 것일까? 그러나 어렵게 책을 읽고난 지금, 처음에 느꼈던 경이로움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책을 읽는다는 나의 행위가 아무런 보답도 얻지 못한 어정쩡함, 미진함.
신화체계는 현대의 석학들에 의해, 여러 가지로 정의되었다. 프레이저는 자연계를 설명하려는 원초적인 서툰 노력이라고 했고, 뮐러는 후세에 오인되고 있는, 선사 시대로부터의 시적 환상의 산물이라고 했으며, 뒤르켐은 개인을 집단에 귀속시키기 위한 비유적인 가르침의 보고라고 했고, 융은 인간의 심성 깊은 곳에 내재한 원형적 충동의 징후인 집단의 꿈이라고 했으며, 쿠마라스와미는 인간의 심오한 형이상학적 통찰을 담은 전통적인 그릇이라고 했고, 교회에서는 하느님 백성에 대한 하느님의 계시라고 정의했다. 478쪽
나는 이 중에서 융의 정의에 이끌린다. 조셉 캠벨도 융파 심리학의 입장에서 다양한 영웅 전설을 통해 인간의 정신 운동을 규명하고자 했다고 한다. 실제로 많은 꿈의 사례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읽기는 읽었으되, 그 두 가지-신화와 꿈- 간의 어떤 연결도 비교도 할 수가 없었다. 꿈과 무의식에 대해 기본적인 탐구열을 갖고 있었던 만큼 더욱 곤혹스러웠다.
유아기의 경험과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깊이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정신분석학의 출발에 유아기의 경험이 버티고 있는 것같았고, 아버지라는 존재역시 막강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상징으로 점철되는 이야기는 내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프로이트 학파에서는 우리는 항상 어머니를 취하고 아버지를 살해한다고 주장한다. 단지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짓을 저지르는 우회적 상징적 방법과, 이에 수반되는 강제적 행동의 자각이 개인의 삶과 공동의 문명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444쪽
차라리 프로이트 학파의 주장은 선명하기라도 하지.
신화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읽고 무엇인가를 얻기에는 역부족인 책이었다. 이윤기의 ‘그리이스로마신화’ 라도 읽었다면, 신화에서 사용하는 상징체계에 익숙하여, 이해에 도움이 되었을지 모른다.
종횡무진으로 오가는 광범위한 예시들이 선명하게 드러나주지 않아서 답답했다. 놀랍게도 책이 니체를 인용하며 끝맺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니체로 간다.
<3> 내가 저자라면
조셉 캠벨은 그다지 친절한 저자는 아니다. 역자 이윤기가 명저(名著)로 칭송해마지 않으며, 이 책을 소개하고 있는 후기를 보면, 본래의 목적에 도달하지 못한 나 자신이 너무 서운하다. 조셉 캠벨역시 에필로그 만큼이라도 이해가 가도록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우선, 신화에 널리 쓰이는 상징체계를 알아야 하고, 융파 심리학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는 알아야 한다. 신화의 예시조차 너무 광범위한 것들이 너무 개별적으로 쓰였다. 가령 ‘처녀잉태’나 ‘영웅의 도피를 도와주는 방식’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신화를 집중적으로 제시해 주었다면 훨씬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실제로 콩쥐팥쥐와 유사한 민화를 접했을 때, 동화 ‘잭과 콩나무’가 제시되었을 때 너무 신기하고 반가웠다. 너무 추상적이고 현학적인 표현들을 지양하고, 강조점과 예시를 집중해서 배치했더라면, 훨씬 신화에 가까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4> 책에서 인용한 부분
14-놀라운 것은, 심원한 창조적 중심을 촉발하고 고무하는 특징적인 효과가 아이들 놀이방에서 굴러다니는 하찮은 동화책에도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15-프로이트와 융과 그 후계자들은 영웅과 신화의 행적이 현대로 계승되었음을 여지없이 증명해 내었기 때문이다.
19-인간이라는 왕국에서 우리가 의식이라고 부르는, 비교적 깔끔하고 비좁은 처소의 바닥 밑으로는 뜻밖에도 알라딘의 동굴이 뚫려 있다. 여기에는 보물뿐만 아니라 위험하기 짝이 없는 꼬마 정령, 그리고 우리로서는 생각해 본 적도 없거나 감히 우리 일상의 삶으로 통합하지 못했던, 불편한 혹은 억압당한 심리적인 힘이 도사리고 있다.
23-신화와 제의의 주요 기능은, 과거에다 묶어두려는 경향이 있는 인간의 끊임없는 환상에 대응하여 인간의 정신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상징을 공급하는 것이다.
29-오직 탄생만이 죽음을 정복할 수 있다. 그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십자가에 달렸다가 부활하는 길뿐, 갈가리 해체되었다가 재생하는 길 뿐이다.
44-영웅이 치르는 신화적 모험의 표준 궤도는 통과 제의에 나타난 양식, 즉 분리, 입문, 회귀의 확대판이다. 이 양식은 원질신화 monomyth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47-마라는 세 딸, 즉 욕망과 괴로움과 욕정을, 관능적인 시녀와 함께 풀었으나 존자의 마음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해지기 전에 이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정복자는 초저녁에 자기의 전생을 알았고, 한밤중에는 사물을 두루 꿰뚫는 혜안을 얻었으며, 새벽녘에는 인과를 깨쳤다. 그는 날샐 무렵에 완전한 정각을 얻었던 것이다.
50-대양을 방불케 하는 동양의 광대한 이미지로 표현되든, 그리스의 웅장한 서사시로 표현되든, 아니면 장엄한 성서의 이야기로 표현되든, 영웅의 모험은 위에서 말한 핵 단위의 패턴, 다시 말하면 세계로부터의 분리, 힘의 원천에 대한 통찰, 그리고 활홀한 귀향의 패턴으로 이루어진다.
54-영웅은 우리 모두가 내장하고 있되 오직 우리가 이 존재를 발견하고 육화시킬 때를 기다리는 신의 창조적, 구원적 이미지의 상징이다.
58-신의 화신으로서의 영웅은, 영원의 에너지가 시간성 안으로 흘러드는 배꼽, 즉 세계의 배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의 배꼽은 연속적인 창조의 상징, 모든 사물 안에서 약동하는 소생의 연속적인 기적이 일어나게 하는 세계 보존의 신비인 것이다.
62-따라서 세계의 배꼽은 도처에 있다. 그리고 이곳은 존재의 근원이기 때문에 세상의 하고 많은 선과 악을 두루 산출한다. 추한 것, 아름다운 것, 죄악과 미덕, 쾌락과 고통이 모두 이 세계의 배꼽의 공평한 산물이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이르기를 <신에게는 모든 것이 공정하고 선하고 정당하지만 인간은 어떤 것을 그르다고 하고, 어떤 것을 옳다고 한다>고 했다. 세계의 사원에서 섬김을 받는 대상은 늘 아름다운 것도, 늘 자비로운 것도 아니며, 덕이 놓을 필요도 없다. <욥기>에 나오는 신처럼, 그들은 인간의 가치 척도를 저만큼 앞지른다. 마찬가지로 신화도 위대한 영웅을 위대한 도덕가로는 다루고 있지 않다.
65-신화의 제신(諸臣)이 웃는 웃음은 적어도 현실 도피자의 웃음이 아니라 삶 자체만큼이나 무자비한 웃음이다. 우리는 이것을 신, 즉 창조자의 무자비함이라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71-프로이트가 밝혔듯이, 이러한 실수는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욕망과 갈등이 억압된 결과 나타난 것이다. 그것은 부지붕에 표출된, 삶의 표면에 잡힌 주름이다. 그리고 이 주름의 골은 매우 깊다. 영혼 그 자체만큼이나 깊다. 실수는, 운명의 시작에 해당되는 수도 있다.
73-이 징그러운 뱀이나 개구리, 즉 징그러운 동물은 무의식 심층을 상징한다. 여기엔 징그럽고, 사랑이나 인정을 받지 못한, 미지의 혹은 지진한 요소, 원리, 그리고 생존의 본질이 우글거리고 있다.
78-태어난다는 게 부끄럽구나. 태어난 사람이면 누구나 늙어야 하다니.
107-미지의 땅<황야, 밀림, 심해, 타향 등>은 무의식의 내용물이 자유롭게 투사되는 무대다. 근친상간 리비도와 부친 살해의 데스트루도는 , 거기에서 폭력의 위협과 가공의 위험한 환희를 암시하는 형태로, 도깨비는 물론, 신비스러운 정도로 매혹적이고 향수를 유발할 정도로 아름다운 세이레네스로 개인과 사회에 다시 투사된다.
112-자기 생활권이라는 벽에서 한 발이라도 밖으로 나가는 영웅은 반드시 이런 괴물과 만나야 한다.
120-마법의 문턱을 넘는다는 것이, 곧 재생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관념은,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고래의 배라는 자궁 이미지가 상징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영웅은, 그 관문을 지키는 세력을 정복하거나, 그 세력과 화해하는 대신, 그 미지의 힘에 빨려들어, 겉보기엔 죽은 것으로 나타나고는 한다.
123-신전으로 들어가는 것과, 고래의 입을 향한 영웅의 돌진은 같은 모험인 셈이다. 즉 희화적 언어로 말하면 둘 다 생의 구심화 행위, 거듭나는 행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124-아닌다 쿠마라스와미 박사는 <존재를 그만두지 않고는 어떤 생명체든 보다 높은 차원의 존재를 획득할 수 없다>고 썼다.
133-이 유아기 상태란 성장의 과정이 진행됨에 따라 수정되고 역전되다가 현실에 적용될 필요가 있을 때 재수정된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거기에서 보이지 않는 생명 충동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 유대가 없다면 인간의 집단은 존재할 수가 없다.
145-잠자는 여성은 미인의 본보기 중의 본보기이며, 모든 욕망에 대한 응답, 모든 영웅의 지상적, 비지상적 모험의 은혜로운 최종 목표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며, 누이며, 애인이며, 신부이기도 하다. 세상에 유혹하는 것, 기쁨을 약속해 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잠자는 여성이 지향하는 존재의 예조에 해당한다.
177-아버지는 아들에게 있어서 미래 세계의 상징이요, 딸에게 있어서는 미래 남편의 상징이다. 알든 모르든, 그리고 사회의 지위가 어떻든 아버지란 존재는 , 자식이 더 넓은 세계로 나갈 때 마땅히 거쳐가는 입문식의 사제다.
192-창조의 역설, 영원으로부터의 시간이라는 양식의 도래는 아버지가 지니는 근원적인 비밀이다. 이것을 설명될 수가 없다. 따라서 모든 신학 체계에는 배꼽, 즉 어머니인 생명의 손가락이 닿았던, 끝내 아무도 알 수 없는 아킬레우스 건이 있는 법이다. 영웅이란 정확하게 그곳을 뚫고 들어가, 그의 존재를 제약하는 매듭을 잘라야 하는 것이다.
196-옴 마니 밧메 훔 - 묘법연화(妙法蓮花), 즉 연화 속에 보석이 있다.
198-신이 남성과 여성의 성격을 두루 갖추는 예는, 신화의 세계에서는 그리 생소하지 않다.
209-오호라, 좋고 싫음의 무상함이여
만상이 본래 비었음을 알면,
그대 마음에 대자 대비가 일어나리라
그대와 남이 다르지 않음을 알면
남을 섬길 수 있으리라
남을 능히 섬겨 내면
나를 만날 수 있으리라
나를 만나면 불성에 이르리라
213-열반Nirvana이란 말은 탐욕과 성내는 것과 어리석음이라는 세 겹을 불을 끈다는 뜻이다.
214-정신분석학은, 무의식적으로 빗나간 욕망과 적의 때문에 비현실적인 공포와 애증의 이중 감정에 시달리는 환자를 치료해 주는 기술이다.
248-천상적인 것이 도다. 도는 영원이다. 여기에 이르면 육체가 썩는 것도 두려워할 바 아니다.
249-개인적인 한계를 넘는 고통은 곧 전신의 성숙에 따른 고통이다. 예술, 문학, 신화, 그리고 밀교, 철학과 수련은, 모두 인간이 자기한계의 지평을 넘고 드넓은 자각의 영역으로 건너게 해주는 가교인 것이다.
288-천국에서의 1년이 지상에서의 백 년에 해당한다는 등식은,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이러한 세계는 변화와 죽음으로 보이고, 신들의 눈으로 보면 불변하는 형상, 곧 끝없는 세계일 뿐이다.
292-깨어나신 두 분은 상대에게 정을 느낄 것입니다. 정을 더 깊이 느끼는 분이 지는 것으로 합시다.
319-전기나 역사나 과학으로 읽힐 때 신화의 명은 거기에서 다한다.
325-신화가 꿈의 내용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꿈이란 정신 역동의 증후라는 사실에는 별 의혹의 여지가 남지 않았다.
327-330 따라서 우리에게 전승된 신화학적 표상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우리는 이러한 표상들이 무의식의 징후일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정신적 원리의 통제되고 의도된 진술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정신적 우너리는 인간의 육체의 형태 및 신경 구조처럼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인류에 유전된 것이다. 즉 이 힘은 모든 구성물의 생성 원리이고, 그드링 이 세상에 현현해 있을 동안 그들을 지탱하고, 그들을 채우며, 궁극적으로 그들이 돌아갈 귀소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과학에서는 에너지라고 부르고, 힌두교도들은 샤크티, 기독교도들은 하느님 능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정신분석가들은, 심성에 나타나는 이 존재를 리비도라고 부른다. 이 존재의 우주적 현현이 바로 우주 자체의 구조며 우주의 변화인 것이다.
393-처녀 잉태의 이미지는 민담이나 신화에 수두룩하게 등장한다.
400-신적인 존재란, 우리 모두의 내부에 있는, 전능한 자아의 계시다. 삶에 대한 묵상은, 따라서 정확한 모방에 이르는 전주곡으로서가 아니라 자기의 내재적인 신성에 대한 명상의 형태여야 한다. 말하자면 ‘이러저러하게 행동해서 선함을 얻는’ 것이 아니고 ‘이를 앎으로써 신이 되는 것’이다.
431-이 다채로운 쿠훌린의 모험에서, 가장 웅변적이고 가장 극적인 것은, 바퀴와 사과가 구르면서 영웅에게 내어주는 보이지 않는 특이한 길이다. 이것은 운명적인 기적의 상징이며 교훈으로 해독되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표면적인 것에 대한 감상에 현혹되지 않고, 과감하게 자기 본성의부름에 응답할 수 있는 자-니체의 말을 빌리면, ‘스스로 구르는 바퀴인 사람’ 앞으로는 어려움이 비켜나고 뜻밖의 탄탄대로가 나타나는 법이다ㅣ.
432-첫번째 영웅의 특징적인 모험이 신부-신부는 곧 삶이다-를 얻는 것이라면, 두번재 영웅의 특징적 모험은 아버지를 찾으러 떠나는 것이다. 이 아버지는 곧 보이지 않는, 미지의 존재다.
440-모두들 슬퍼하지 말아요. 죽지 않고 영생하는 인간은 있을 수가 없어요. 자기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부터가 틀린 것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은 존재하지 않아요. 존재하는 것은, 오직 생과 사의 끝없는 순환일 뿐입니다.
444-프로이트 학파에서는 우리는 항상 어머니를 취하고 아버지를 살해한다고 주장한다. 단지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짓을 저지르는 우회적 상징적 방법과, 이에 수반되는 강제적 행동의 자각이 개인의 삶과 공동의 문명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479-개인은 이 집단으로부터 삶의 기술, 사유의 바탕인 언어, 삶의 자양인 이상을 빚졌다. 그의 육체를 이루는 유전자도 그 사회의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온 것이다. 개인이 실제든, 상상이나 느낌을 통해서든, 그 사회로부터 자신을 단절시킨다는 것은 존재의 근원과의 절연을 의미할 뿐이다.
484-그 당시엔, 모든 의미는 집단적인 것에, 위대한 익명의 형식에 귀착되었으며 스스로를 드러내는 개인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오늘날 집단 속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세계도 그렇다. 모든 것은 개인에 귀착된다.
486-인간이 되려면, 놀라우리만치 다양한 인간의 얼굴로 바뀌어 있는 신의 얼굴을 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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