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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4일 19시 20분 등록


I. 저자 소개

리처드 니스벳(Richard E. Nisbett)
터프스대학교(Tufts University) 심리학과[1962, Summa cum laude(최우등졸업)], 콜롬비아대학교 사회심리학 박사(1966)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의 시어도어 M 뉴컴 석좌교수(Theodore M. Newcomb Distinguished University Professor)로 재직 중이다.
미국의 양대 심리학회인 미국심리학협회와 미국심리학회의 학술상을 수상했다. 2002년 사회심리학자로는 최초로 미국 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 회원으로 선출됐다.
- 관심분야
사람의 이성적인 행동과 세상에 대한 추론 과정, 동아시아와 서구의 비교 등
- 저서
‘Human Inference: Strategies and Shortcomings of Social Judgment’, ‘Induction: Processes of Inference’, ‘Learning, and Discovery, Rules for Reasoning’, ‘Culture of Honor: The Psychology of Violence in the South’, ‘The Geography of Thought: Why We Think the Way We Do’ 등
- 논문
'Culture and causal cognition', 'Culture, control, and perception of relationships in the environment', 'Cultural psychology of surprise', 'Attending holistically versus analytically: Comparing the context sensitivity of Japanese and Americans', 'Cultural preferences for formal versus intuitive reasoning' 등
- 학회 편집위원
Psychological Review, Cogni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Journal of Behavioral Decision-Making,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등

* 역자
최인철(崔仁哲)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을 졸업하고, 미시간대학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리처드 니스벳이 역자의 지도교수임). 일리노이대학에서 심리학 교수로 일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 동대학교 심리과학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으며, 듀오 휴먼라이프연구소 연구책임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생각의 지도>, 지은 책으로 <돈 버는 심리 돈 새는 심리 >가 있다.

II. <생각의 지도>를 읽고

동양과 서양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비슷한 것도 있지만 그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자연(nature)에 대한 관점의 차이일 것이다. 서양에서는 자연을 철저하게 이용하고, 극복하려고 한다. 반면 동양에서는 자연을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할 무엇, 인간과 더불어 있어야 할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2장(동양의 더불어 사는 삶, 서양의 홀로 사는 삶), 3장(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의 제목이 자연에 대한 동서양의 차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책에서 언급했듯이 의학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예컨대 눈이 아파서 안과(서양식)에 가면 안약으로 치료 받지만, 한의원에 가면 간과 같은 인체의 다른 기관에는 이상이 없는지 검진을 받게 된다. 동양에서는 침술이, 서양에서는 수술이 발달했다.

이처럼 이 책은 동양과 서양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동양은 종합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부분보다는 전체에 주의를 기울이고, 사물을 독립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그 사물이 다른 사물들과 맺고 있는 관계를 통해 파악한다. 이와는 달리 서양의 분석적인 사고방식은 사물과 사람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형식논리나 규칙을 사용하여 추리한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동서양 사고방식의 차이를 무시한 채 서양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우리는 서양의 것들이 동양에 비해 옳거나, 우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서양의 제도, 관습, 학문 등 많은 것들을 비판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거나, 받아들일 태세다. 저자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공존함으로써 교육적 환경과 업무 환경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서양 문화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 동남아시아 문화에 대한 편견 등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 이제부터라도 서양과 동양이 다르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그들의 문화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책에서 지적했듯이 아무래도 동양인인 만큼 논쟁하는 것은 싫어하는 기질이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시각, 고유한 관점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논쟁을 통해 진리가 발견되고, 설사 진리의 발견에는 이르지 못한다 해도 유용한 가설들이 세워질 수 있다니 말이다. ^^;;

책을 읽고 나의 관심분야와 연계해 보았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경영, 윤리경영, 환경경영 등이다. 앞으로 기업에 대한 동서양 생각의 차이를 파악해야겠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근대식 기업이 생긴 것은 1950년대 이후라고 볼 수 있으니, 수백 년 이상의 기업 역사를 가진 서양에 비해서는 역사가 매우 짧다. 또한 상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입장도 서양의 것과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III. 내가 저자라면

<생각의 지도-동양과 서양, 세상을 보는 서로 다른 시선>는 동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재미있는 책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 동양과 튀어야 인정 받는 서양, 종합하는 동양과 분석하는 서양, 마음을 읽는 동양과 표현에 집착하는 서양, 논쟁하는 서양과 타협하는 동양…… 이러한 차이를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가 기원을 찾고, 생태 환경에서 비롯된 사회 구조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책의 서두에 언급했지만 중국을 동양으로, 유럽 문화권을 서양으로 일반화시킨 부분이 아쉽기도 하고, 일면 타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동양인임에 틀림없나 보다. 중도적 입장을 추구하는 것을 보니……) 하지만 동양만 하더라도 한국과 중국, 일본의 차이가 엄연히 있다.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선 삼국지, 중국에선 홍루몽, 일본에선 서유기가 인기가 있는 책이란다. 같은 한자문화권이라지만 세 나라가 무척 다르다. 한, 중, 일 3국을 동양으로 일반화 시키는 것이 아쉬운 이유이다.

이 책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개인적으로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은 충돌할 것인가, 통일될 것인가가 더욱 궁금하다. 저자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서로 문화를 수용하여 중간쯤에서 수렴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동양과 서양이 서로의 장점을 수용하여 두 문화의 특성이 함께 공존하는 문화 형태를 만들어 나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동전쟁 등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는 사례도 많다. 내가 만약 저자라면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보다 자세하게 하여 마지막 장으로 작성했을 것이다.


IV. 내 안에 들어온 글들

- 목 차 –
서론
1. 동양의 도와 서양의 삼단논법
2. 동양의 더불어 사는 삶, 서양의 홀로 사는 삶
3. 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
4. 동양의 상황론과 서양의 본성론
5.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동양과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서양
6.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과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
7.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의 차이, 그 기원은?
8. 동양과 서양, 누가 옳은가?
에필로그

서론
인문학자들과 다른 사회과학 분야의 학자들은 정확한 용어로 표현만 안 했을 뿐 사실상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근본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첫째,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은 서로 다른 ‘민속 형이상학(세상의 본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둘째,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은 서로 다른 ‘사고 과정’을 가지고 있다.
셋째, 사고 과정은 ‘사고의 내용’ 혹은 민속 형이상학과 분리될 수 없다. 즉 사람들은 자신이 세상을 이해하는 내용과 부합하는 사고 방식을 사용한다. (17)

동양과 서양이 여러 분야에서 나타내는 차이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즉, 특정한 사회적 행위들은 특정한 세계관을 가져오고, 그 세계관은 특정한 사고 과정을 유발하며, 그 사고 과정은 역으로 원래의 사회적 행위들과 세계관을 강화시킨다. (20)

1. 동양의 도와 서양의 삼단논법
그리스인들이 정의하는 행복이란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28)

… 중국인들에게 행복이란 ‘화목한 인간 관계를 맺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 (31)

그리스 철학자들은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직선적(linear)’ 사고와 ‘이것 아니면 저것(either-or)’의 이분법적 사고 방식에 집착했다. (37)

중국인들에게 세상은 늘 변하며 모순으로 가득 찬 곳이다. 따라서 어떤 일의 경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반대 경우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옳다고 여겨지는 것이 나중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39)

유교는 경제적인 부와 교육을 강조하며,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41)

그리스인들이 ‘자연계’라는 개념을 발견하면서 과학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중국인들이 과학을 일찍 발견시키지 못한 것은, 호기심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인간계와는 독립적인 실체로서의 자연계’라는 개념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46)

2. 동양의 더불어 사는 삶, 서양의 홀로 사는 삶
저맥락 사회인 서양에서는 사람을 맥락에서 떼어내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개인은 맥락에 속박되지 않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행위자로서 이 집단에서 저 집단으로, 이 상황에서 저 상황으로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다. 그러나 고맥락 사회인 동양에서 인간이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유동적인 존재로서 주변 맥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55)

사람들에게 여러 대상의 그림을 보여주고 그중 한 사물을 선택하게 하는 연구…… 미국인들은 가장 희귀한 것을 고르고, 한국인들은 가장 보편적인 것을 골랐다고 한다. (57)

한국과 북한을 비교하고 서로의 장단점을 논하는 논쟁이 벌어진다면 모두가 한국의 우월성을 인정할 것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논쟁의 전통이 없는 한국인에게는 옳은 주장이 결국 승리라는 신념이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과거 한국 정부는 북한에 관한 정보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고자 했고, 북한에 관한 어떠한 형태의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서양인의 관점에서는 북한의 실상을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자국민을 보호하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다. (77)

동양인들은 상호의존적인 사회에서 살기 때문에 자기를 전체의 일부분으로 생각하지만, 서양인들은 독립적인 사회에서 살기 때문에 자기를 전체로부터 독립된 존재로 여긴다. 동양인들에게 성공과 성취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영광을 의미하나, 서양인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개인의 업적을 의미한다. 동양인들은 인간 관계 속에 조화롭게 적응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기비판을 하지만, 서양인들은 개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동양인들은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간 관계의 조화를 추구하지만, 서양인들은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고 인간 관계를 희생해서라도 정의를 추구한다. 동양인들은 위계 질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집단의 통제를 수용하지만, 서양인들은 형평성을 존중하고 개인의 자유를 선호한다. 동양인들은 모순과 논쟁을 회피하지만, 서양인들은 법률, 정치, 과학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논쟁을 끌어들인다. (80)

3. 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
서로 다른 지역에 존재하는 시어스 백화점이나 맥도널드에 가더라도 똑 같은 상품 진열 구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사물 위주로 세상을 분석하는 서양인들의 습관이 반영된 것이다. (85)

동양인에 비해 서양인들이 훨씬 더 세상을 통제 가능한 곳으로 여긴다. 동양인들은 환경을 바꾸기보다는 스스로를 환경에 맞추려고 한다. (97~98)

동양인들은 자신이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보다 자신을 통제해줄 사람이 주변에 있다고 믿을 때 더 행복감을 느꼈다. 서양인들에게는 자신의 직접적인 통제가 중요하지만, 동양인에게는 누군가와 같은 배에 타고 있다는 일체감이 중요한 것이다. (98)

현대의 동양인들은 고대의 동양인들처럼 세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한다. 그들은 전체 맥락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사건들 사이의 관계성을 파악하는 데 익숙하며, 세상이 복잡하고 매우 가변적인 곳이라 믿는다. 또한 세상의 구성 요소들은 서로 얽혀 있고, 세상사는 양극단 사이에서 순환을 반복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그러한 사건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협동과 조정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와는 반대로, 현대의 서양인들은 고대의 그리스인들처럼 세상을 보다 분석적이고 원자론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사물을 주변 환경과 떨어진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변화가 일어난다면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개인이 그러한 일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106)

4. 동양의 상황론과 서양의 본성론
미국인들은 성격적 특질이나 여타의 내부적 속성을 통해 그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였다. …… 인도인들은 미국인에 비해 ‘상황 요인에 의한 설명’을 2배나 더 많이 시도했다. (112)

사람의 행동을 설명할 때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성격 특질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동양인이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의 힘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를 덜 범하게 된다. (119)


기본적 귀인 오류란, 행동을 유도한 ‘상황의 힘’을 무시하고 행동의 주원인을 ‘성격’으로 파악하는 경향을 말한다.
행동의 원인을 설명할 때 상황은 무시하고 성격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는 이 오류는 일상 생활에서 매우 빈번하게 그리고 광범위한 영역에서 일어난다. (119~120)

“미국 교사로서 일본 학생들의 에세이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의 글 속에는 어떤 인과 관계도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 미국에서는 원인과 결과에 대한 분석이 가장 초보적인 논리이다.” (125)

서양인들의 단순한 세계관은 적어도 과학의 영역에서는 매우 유용한 시각이다. 왜냐하면 단순한 모델은 검증이 쉽고, 따라서 개선의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130)

서양인들이 ‘과학에서 거둔 성공’과 ‘인과적 설명에서 범하는 오류’는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그 뿌리란 다름 아닌 ‘개인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모델을 만드는 자유’, 그리고 ‘그 모델을 이용하여 결과로부터 원인을 추구하는 자유’이다. 그러나 그들의 모델은 사물과 그 사물의 속성에만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탓에 맥락의 역할을 놓치고 있다. 따라서 맥락이 중시되는 상황에서 맥락을 무시함으로써 기본적 귀인 오류와 같은 오류를 범하고 인간 행동의 예측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130~131)

서양인의 ‘단순성 추구 경향’과 동양인의 ‘복잡성 추구 경향’은 인과 관계에 대한 접근 방식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세상을 바라보고 조직하는 방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131)

5.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동양과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서양
서양인들은 사물들 간의 유사성을 판단할 때 그것들이 동일한 규칙에 의해 범주화될 수 있는지의 여부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범주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동양인의 경우에는 규칙과는 무관한 ‘사물들 간의 표면적인 유사성’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138)

서양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명사를 가르치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 미국의 어린이들은 세상을 ‘사물’로 이루어진 곳으로 배우고 일본의 어린이들은 세상을 ‘관계’로 이루어진 곳으로 배운다. (146~147)

서양에서 행위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다. 그러나 동양인에게 행위란 다른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거나 주어진 상황에 자기가 적응한 결과이다. (151)

6.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과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
한국인들은 전형적인 대상에 대한 주장을 더 설득력 있는 것으로 판단한 반면, 미국인들은 비전형적인 논거도 전형적인 논거와 거의 비슷한 정도의 설득력을 가지는 것으로 평가했다. (161)

고대 중국인들은 변증법적 사고라 부를 만한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가장 큰 특징은 모순이 되는 주장들을 타협을 통해 수용하는 것이었다. 모순되는 두 주장 모두에서 진리를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 그 사고 방식의 핵심이다. (165)

동양인들은 타협에 의한 해결책과 종합적인 주장을 자연스럽게 모두 수용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또한 스스로의 선택을 정당화해야 할 때에는, 명백한 원리에 의존하기보다는 절충점 혹은 중도적 입장을 추구한다. 비모순의 원리에 충실한 미국인에게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다. 그러나 비모순에 대한 혐오에 가까운 미국인들의 반응은 때로 불필요하게 극단적인 판단을 내리게 한다. 이러한 경향성은 동서양 철학자 모두가 염려하는 서양의 극단적인 논리주의의 병폐라고 할 수 있다. (176~177)

대립적인 정서의 동시다발적 경험은 동양인들의 보편적인 특성이기 때문이다. (180)

7.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의 차이, 그 기원은?
그들은 A라고 주장을 하는 사람, 그리고 그 반대인 not-A를 주장하는 사람도 빈번하게 접해야 했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고대 그리스는 형식 논리를 개발하게 되었다. (188)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도 없는 데다가 남들과 다른 의견을 내세웠다가는 위로부터 혹은 동료들로부터 심한 제재를 당했던지라, 중국인들은 서로 다른 주장들 중 더 타당한 것을 결정하는 절차를 만들 필요가 거의 없었다. 대신에 불협화음을 없애고 서로간에 합의점을 찾는, 즉 중용의 도를 찾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 되었다. (188)

고대 그리스인들은 고대 중국인들과는 달리 모든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남들과의 화목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고, 따라서 보다 더 많은 영역에서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시장이나 공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논쟁하는 습관도 기를 수 있었다. (191)

두 사회의 생태 환경이 경제적인 차이를 가져왔고, 이 경제적인 차이는 다시 사회 구조의 차이를 초래했다. 그리고 사회 구조적인 차이는 각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규범과 육아 방식을 만들어냈고, 이는 환경의 어떤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주의 방식은 우주의 본질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민속 형이상학)를 낳고, 이는 다시 지각과 사고 과정(인식론)의 차이를 가져 왔던 것이다. (195)

8. 동양과 서양, 누가 옳은가?
동양의학은 서양의학보다 훨씬 더 종합적이기 때문에 수술과 같은 적극적인 개입은 거의 하지 않는다. 건강은 몸 안에 존재하는 기들의 균형으로 유지되며, 질병은 약초와 같은 자연산 치료제의 힘으로 치유해야 한다고 믿는다. (204)

서양에서는 정의의 실현을 원칙으로 하며, 법적 해결을 시도할 때 선과 악은 반드시 구분되며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기본 전제로 한다. 그러나 동양에서의 갈등 해결 목적은 승자와 패자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쌍방간의 적대감을 해소하는 것이다. 따라서 타협이 가장 선호된다. 서양인들은 보편적인 정의의 원칙에 입각하여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고 판사나 배심원들이 공평무사한 결정을 내리도록 기대하는 반면, 동양인들은 상황 논리를 중시하는 것이 현명한 갈등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205)

서양인들은 자유로운 아이디어 교환을 거의 신앙에 가까울 정도로 신봉한다. 아무리 해로운 사상일지라도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서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므로 결코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206)

동양인들은 어떤 사람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힌 경우에는 인과관계가 애매하기 때문에 일단 가해자가 무조건 사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일본이나 한국의 경영자들이 자신이 통제하지 못한 사건에 책임을 지고 기꺼이 사임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결국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문제는 일단락되었지만, 그 갈등 관계 이면에 존재하는 인과관계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주목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210)

서양 사고에 만연한 ‘either/or’ 식의 접근은 이미 많은 서양 철학자들에게 비판 받아 왔는데, 그 문제점은 동양의 ‘both/and’ 접근 방식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서양인들은 행동의 배후에 ‘더 많은 이유’가 아니라 ‘하나의 이유(a cause)’가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어서, 행동을 설명할 때 그 ‘내부적 이유’로 일어났다고 설명하거나 아니면 ‘외부적 이유’로 발생했다고 설명하는 양자택일의 방식을 취한다. (214)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공존함으로써 교육적 환경과 업무 환경이 더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222)

에필로그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이 일본의 전통적인 가치를 그다지 크게 바꾸어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226)

헌팅턴 교수가 지적했듯이, 서양인들은 산업화, 복잡한 직업 구조, 부, 사회적 이동성, 도시화 등의 근대화를 서구화로 착각하여 모든 국가가 근대화될 것이고 따라서 서구화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이 근대화를 달성했지만 그들의 주장대로 서구화되지는 않았다. 싱가포르나 타이완, 그리고 정도는 덜하지만 이란이 그 예이다. (226~227)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이중문화적(bicultural)이다. 우리 안에는 다른 사람들과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상호의존적인 특징과, 다른 사람들로부터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려는 독립성이 혼재한다. 따라서 이 중 어떤 특성이 더 강하게 부각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문화적 특징을 보일 수 있다. (229)

나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서로 문화를 수용하여 중간쯤에서 수렴될 것이라는 이 세 번째 견해가 ‘문화 차의 미래’에 대한 가장 타당한 견해라고 믿는다. 동양과 서양은 서로의 장점을 수용하여 두 문화의 특성이 함께 공존하는 문화 형태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230)


V. 더 읽어볼 만한 책
ㅇ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원제: 중서미학과 미학정신)/ 장파/ 1994
동ㆍ서문화의 차이에 따른 미의식의 차이를 비교-문화철학적 방법을 통하여 드러내준 역작이다. 존재를 철학적 탐구의 정점에 놓은 문화와 무의 체득을 정점에 놓는 문화, 세계의 근원을 고정.불변하는 실체로 파악하려는 문화와 기의 역동성으로 이해하려는 "명료성"에 의해 대상을 재단하려는 문화와 혼돈 속에서 조화로운 동참을 추구하는 문화, 서양과 동양의 이러한 문화의 차이는 미의식의 차이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비극, 숭고, 자유, 영감 등의 다양한 주제를 통하여 동양미학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전에 나온 중국미학 관련서들이 지나치게 자료 나열식이었다면 이 책은 매우 철학적이면이서 동시에 문화, 역사, 종교, 문화심리 등의 주변 맥락에 충실하였다.
- 교보문고 사이트 중에서(www.kyobobook.co.kr)
* 구본형 선생님 추천 도서(21세기를 움직일 화제의 명저 100선/ 신동아/ 2002)

IP *.99.24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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