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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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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27일 19시 44분 등록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남들은 농활활동이다, 스터디 그룹이다, 유럽배낭여행이다, 하면서 뜨거운 젊음을 익혀갈 무렵, 나는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나만의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때 접했던 분들이, 피터 드러커, 토마스 만, 도스토옙스키, 움베르토 에코, 공지영, 박경리, 오정희였다. 그 뜨거운 여름, 나는 태양을 피해서 어둠 속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그때 나에게 주역이 다가왔다.

그러나 그 여름방학이 아직까지 그리 좋게 기억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책 때문이다. 그때 나는 ‘대산주역강의’를 접했는데, 그만 당시에 이해하기에는 너무 높은 산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그 책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그 후로도 줄곧 나에게는 주역에 관한 무거운 짐이 가슴 한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성당에 나가는 사람이 주역 같이 ‘미신’을 믿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뒤로 힘들게 잡았던 만큼, 그 책을 엎고 다시 잡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번에 선택한 책은 주역을 설명한 책들 중 가장 쉬워 보이는 것을 선택했다. 만화로 되어있는 책이 있다길래 그 책을 볼까, 하고 출판사측에 연락도 해 보았으나, 절판된 상태였다. 나는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사상을 쉽게 접하고 흥미를 느끼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다시 ‘대산주역강의’를 접해 10년의 세월 동안 변한 내 지적 수준을 측정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으로 다져놓은 후 후에 살이 될만한 책들을 추가적으로 접하는 방법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방법은 내가 고등학교 때 수학 공부할 때 사용했던 방법이었다. 공부를 좀 한다는 아이들이 거의 모두 ‘실력 정석’을 풀고 있을 때, 나는 그저 나의 실력에 맞는 ‘기본정석’을 선택해 꾸준히 풀었다. 그 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자 방학 때를 틈타 ‘실력정석’으로 업그레이드 해 기대할 만한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에서 느낀 방식을 그대로 주역에도 적용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주역과학교실’은 저자가 직접 쓴 책이 아니라, 저자인 초우 김승호 선생이 용산도서관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주역에 대한 강의를 한 내용을 그 학생들이 엮어서 만든 책이다. 그러기에 주역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주역의 깨달음을 적어가는 방식으로 짜여있어 읽기 쉽게 편집되어있었다. 바로 전문인이 아닌, 일반인을 위한 책이었던 것이다. 현재 이 책은 4권까지 나와있으나, 시리즈물로 연속적으로 발간된 계획을 갖추고 있어 시간을 두고 이해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얼핏 보면, 초등학생 학습지에 등장할 만한 삽화들이 삽입되어있어 자칫 책의 수준이 낮아 보일 수도 있으나, 주역을 이해한다는 측면에서 굳이 한자가 범벅이 되어있는 책을 선택할 이유가 나에게는 전혀 없었다.

이 책을 지은 지은이는 앞서 이야기 했듯이, ‘주역과학아카데미 학술부’ 이다. 이 책을 감수한 초우 김승호 선생은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입산수도하여 덕유산 등지에서 선도(仙道)와 주역(周易), 병법, 무술 등을 연구한것으로 알려져있다. 그 후 환속하여 선도, 단학, 병법, 무술 등을 지도하였으며, 도미하여 미국 물리학자등 지식인에게 주역을 강의하기도 했다 한다. 1983년 천진학회 설립하였으며, 맨하튼 응용지성 연구원의 상임연구원과 미국 명륜당강사를 역임받았다고 책은 전한다. 그가 지은 책으로는 <소설 주역(문화일보 연재)>, <계곡의 도>, <소설 가이아>, <주역원론>, <물고기는 물과 싸우지 않고, 주객은 술과 싸우지 않는다>, <살아있는 저녁형 인간> 등이 있다.

앞으로 나는 현재 4권까지 나와있는 이 책을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어내려갈 예정이다. 인상적인 글귀나 남기고 싶은 구절은 4권을 다 읽은 후에 따로 올릴 계획이다. 현재는 첫째 권만 읽었지만, 우선 4권을 전부다 읽은 후 이해가 안되거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다시 한번 섭렵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 같다. 이 책에서도 밝혔듯이 주역은 생활의 일부분으로서 존재할 때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이 책 ‘주역과학교실’을 읽어가는 동안, 나는 다른 책들도 접하면서 나름대로 조심스레 나의 시아를, 사고의 폭을 넓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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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7.30 23:57:53 *.145.125.146
저도 도서관에서 주역만화책으로 된걸 봤는데,
그건 그림이 조잡하고, 글이 많아
차라리 텍스트가 낫겠더라구요.

찬찬히 올려주세요. 같이 음미할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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