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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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저자소개
* 저자 : 리차드 니스벳(Richard E, Nisbett)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는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의 시어도어 뉴컴(Theodore M. Newcomb) 석좌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의 양대 심리학회인 미국심리학협회와 미국심리학회의 학술상을 수상했다. 2002년 사회심리학자로는 최초로 미국 과학원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Human Inference: Strategies and Shortcomings of Social Judgemant』, 『Rules for Reasoning』, 『Culture of Honor: The Psychology of Violence in the South』, 『The Person and The Situation』, 『Men, Honor and Murder』을 비롯, 수많은 저서와 논문을 저술했다.
* 역자 : 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저자인 리처드 니스벳 교수와 문화와 인간의 사고방식에 관한 많은 공동 연구를 수행하였다. 니스벳 교수의 지도 아래 1998년 사회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미국 일리노이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0년 서울대 심리학과에 부임하여 현재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3년 한국심리학회 소장학자상을 수상하였다
b. 독후감
입사초 DiSC라는 행동양식검사를 받았다. DiSC란 인간의 행동유형을 구성하는 핵심 4개요소인 Dominance, Influence, Steadiness, Conscientiousness의 약자로서 한 개인의 행동 패턴(Behavior Pattern) 또는 행동 스타일(Behavior Style)을 보여주는 검사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태어나서부터 성장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의 독특한 동기요인에 의해 일정한 방식으로 행동을 취하게 되는데, 그것은 하나의 경향성을 이루게 되어 일하거나 생활하는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 DiSC의 논리다.
이 검사를 하면서 나는 참으로 진지하지 못했다. 검사 당시에는, 읽어보면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해석 sheet지의 문구를 바라보며 흥미위주의 심리테스트 정도로 이해했었다. 정작 검사지의 위력을 알게 된 것은 입사해서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모든 것을 시키는 대로 진행해야 하는 신입사원의 자리에서 벗어나 시키지 않는 일을 진행하게 되었을 때, 그리고 부서 간 조율을 통해 업무를 진척시켜야 했을 때 나는 사람 때문에 애를 먹었다. 그리고 왜 사람들은 똑같은 상황에서도 달리 행동하는지, 저 사람의 행동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하나의 힌트를 얻었던 것이 바로 디스크였다. 모든 상황은 ‘맞다,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의 문제이며, 서로의 차이점을 인식할 때 상호보완을 통해 보다 넓은 이해의 폭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던 과장님의 말씀. 그때의 그 말씀을 생활 속에서 이해하자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었다.
이 책이 그리 와 닿지 않는다. 동양에 관한 이야기는 논리적 근거만 없었다 뿐이지 이미 짐작했거나 생활의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부분이라서 조금 식상하고, 서양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서양문화권에서 오랜 기간 생활해본 적이 없어서 확인할 겨를도 공감할 내용도 없다. 다만 우리는 이러이러한 특징을 가졌는데 서양인은 이러저러한 특징을 가졌다며 짝을 지어 설명하는 방식이 차이에 대한 이해를 명확하게 한다. 이 책의 그런 장점은 특정 부류의 사람들, 예를 들면 이중적인 문화 사이에서 차이를 감내해야 하거나 또는 이미 감당하기 벅찬 차이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더 없이 좋은 도구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개인적으로 진정 재미있는 것은 동서양의 차이라기보다 그러한 차이를 밝혀내기 위해 저자가 사용한 각종 방법들이었다. 어떻게 이러한 발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가 진행한 실험 내용들은 꽤 흥미롭다. 자발적인 피실험자가 되어 간간히 소개되는 실험들에 참여해보고 그 해석을 읽으면서 ‘역시 나는 토종 동양인이네’하며 흐뭇하게(?) 책을 읽었다. 동서양의 차이를 밝혀낸 점도 대단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이 철저한 과학의 힘에 큰 위력을 느꼈다.
c. 내가 저자라면
“우리 사회에는 대체로 두 부류의 학자들이 서양 고전의 번역에 종사한다. 하나는 그 고전이 쓰여진 원어에 능통한 학자가 자신의 전공분야와 상관없이 번역하는 경우이다. 예컨대 대학의 불문과 교수가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번역하거나 이탈리아에서 사학을 공부한 교수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번역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전공분야의 학자가 고전의 원어에는 능통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전공지식에 근거하여 영어, 독일어, 일어로 번역된 서양고전을 다시 번역하는 경우이다. 예컨대 옮긴이와 같이 서양 정치사상을 전공하는 교수가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를 모르면서 영어본에 근거하여 『사회계약론』이나 『군주론』을 번역하는 경우를 말한다. 물론 각각의 경우에 그 장단점이 있다. 전자의 경우 번역자는 원문의 ‘문의(文意)’에 충실할 수 있으나 사상사 전반이나 특정한 사상가의 사상에 대한 지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중요한 핵심용어나 문구들을 정확하게 옮기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후자의 경우 번역자는 전체적인 맥락을 제대로 포착하고 핵심적인 학술용어를 제대로 옮길 수 있을지는 모르나 원문의 미묘한 뉘앙스를 포착하지 못하는 결함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군주론』을 번역한 강정인 교수의 역자후기가 생각났다. 역자는 고전이라는 부분에 한정하여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였지만, 어디 그것이 고전에만 국한된 문제이겠는가. 나고 자란 ‘내문화’가 아닌 이상에야 그것이 영어이든 프랑스어이든 간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저자의 의도와 행간의 의미를 완전하게 파악하고 전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살펴본다면 이 책은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가 역자의 지도교수였다는 점이, 함께 같은 주제를 가지고 연구하고 실험하였던 사이라는 점이 책에 대한 신뢰도를 더한다. 적어도 역자는 저자와 생각과 경험을 공유한 사이가 아닌가! 경험을 공유하였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전달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나에게 있어서 저자와 역자의 이러한 관계는 참으로 믿음직스럽다.
전체적으로 책의 목차가 깔끔하다.
일목요연하게 핵심내용을 전달하고 있는 목차만으로도 그 내용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각 파트별로 제시된 소제목 역시 내용에 대한 포괄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수월함을 느끼게 한다. 다만, “아무리 동양과 서양의 차이에 대하여 균형 잡힌 시각으로 책을 쓰더라도 내가 서양인인 이상.....” 이라던 저자의 우려처럼, 목차 형식도 대단히 서양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간결하게 구획을 나누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실시한 후 타당한 증거를 제시한 뒤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는 결과를 도출해내는 일련의 방식들은 그가 말하는 서양의 논법이 아니겠는가. 재미있는 부분이다.
저자서문이 눈에 띈다.
자기개념이 명확한 서양인과, 좀처럼 스스로를 독특한 존재라고 여기는 착각을 하지 않는다는 동양인이라고 할지라도 분명하게 준거가 되는 구체적인 내집단과 외집단이 있을 것이요, 자신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인의 입장에서 일본인과 비슷한 부류라고 취급받는 것은 상당히 심기가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그것은 일본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한 오해를 염두한 저자는 이미 서두에 “편의상 사용하는 통칭이 그들 모두 동일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 그래서인지 중국인 일본인과 ‘같은 값’으로 취급받는 사실에 대해서도 민감해 지지 않는다(어쩌면 이러한 나의 행동은 ‘후견지명효과’에 취약한 동양인의 특성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저자의 세심함 내지는 꼼꼼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저자의 연구배경이 흥미롭다.
그는 비교문화학자가 아니었다. 사실 그는 보편주의자였다. ‘사고과정 자체는 내용과 독립적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대상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사고과정이 작용한다. 고로 사람이라면 문화에 상관없이 모두가 동일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지각한다’는 것의 그의 믿음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믿음과는 전혀 다른 일련의 연구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그 연구 직후 중국인 학생의 동서양 차이에 대한 견해를 듣게 되었다.
“중국 사람들은 사물은 늘 변화하며 언젠가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다고 믿습니다. 그들은 아주 많은 사건들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이고 사물들 간의 관계성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부분만을 떼어내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서양 사람들은 훨씬 더 단순하고 기계적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큰 그림보다는 부분적인 사물 그 자체, 혹은 사람 자체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물의 행위를 지배하는 규칙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다소 회의적이었다고 밝혔지만 그 말을 고스란히 기억 속에 저장해 두었다. 적어도 그 때는 그가 보편론자로서의 자신의 견해를 확고하게 갖고 있었을 때인데도 말이다. 남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을 줄 알았다는 것, 그리고 그 말을 계기로 더 넓은 학문 영역으로서의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는 것, 그것은 리차드 니스벳이 가진 큰 장점이며 듣고 싶은 말만 가려듣는 내가 주목해서 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d. 책 속에서
저자서문 ..........5
한국어판 저자서문 ..........8
서론 ..........13
1. 동양의 도와 서양의 삼단논법 ..........25
- 고대 그리스와 중국의 철학, 과학, 그리고 사회 구조
2. 동양의 더불어 사는 삶, 서양의 홀로 사는 삶 ..........51
- 현대 동양인과 서양인의 자기 개념
3. 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 ..........81
- 세상을 지각하는 방법의 차이
4. 동양의 상황론과 서양의 본성론 ..........107
- 동양과 서양의 인과론적 사고
5.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동양과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서양 ..........133
- 동양의 관계와 서양의 규칙
6.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과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 ..........157
- 서양의 논리와 동양의 중용
7.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의 차이, 그 기원은? ..........185
- 경제 구조와 사회적 행위
8. 동양과 서양, 누가 옳은가? ..........201
- 실생활에 주는 교훈
에필로그 :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 충돌할 것인가, 통일될 것인가? ..........223
역자후기 ..........231
참고문헌 ..........234
p.13 [서론] “중국 사람들은 사물은 늘 변화하며 언젠가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다고 믿습니다. 그들은 아주 많은 사건들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이고 사물들 간의 관계성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부분만을 떼어내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서양 사람들은 훨씬 더 단순하고 기계적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큰 그림보다는 부분적인 사물 그 자체, 혹은 사람 자체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물의 행위를 지배하는 규칙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p.20 [서론] 이 책은 동양과 서양이 서로의 사고를 이해함으로써 더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p.27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했던 고대 그리스]
p.28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했던 고대 그리스] 그리스인들은 다른 문화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즉 자신의 삶은 스스로 주관하는 것이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그리스인이 정의하는 행복이란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이었다........‘독특한 특성과 목표를 가진 상호 개별적인 존재’.......‘개인의 자율성’
p.29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했던 고대 그리스] 호기심
p.30 [개인의 관계를 중시했던 고대 중국]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개인은 ‘특정 집단에 소속된 구성원’이었다.
p.31 [개인의 관계를 중시했던 고대 중국] 그리스인들에게 행복은 ‘자신의 자질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것’이었지만, 중국인들에게 행복이란 ‘화목한 인간 관계를 맺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집단의 자율성’
p.32 [개인의 관계를 중시했던 고대 중국] 중국인의 일상에서 개인의 권리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권리 중 자신의 몫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p.33 [개인의 관계를 중시했던 고대 중국] 홀륭한 요리사는 서로 다른 맛을 잘 섞어서 조화롭게 감미로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이때 각각의 맛들은 자신의 고유의 맛을 잃어버리지 않고 유지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어 더 훌륭한 맛을 만들어낸다. - 유교경전 좌전(左傳)
p.34 [사물의 본질을 중시하는 그리스의 철학]
p.38 [사물의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의 철학] 새옹지마 이야기
p.40 [사물의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의 철학]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근원이며, 움직이지 않는 것은 모든 움직이는 것들의 근원이다. 무언가를 구부리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펼쳐야 하고 무언가를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강화시켜야 하며 무언가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풍성하게 하여야 하고 무언가를 취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주여야 한다. - 도덕경(道德經)
p.43 [사물의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의 철학] 중국인들의 기본적인 우주관은 우주가 상호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사물들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거대한 물질이라는 것이었다. 반면에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우주가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었다.
p.55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자기 개념] 저맥락(low context) 사회와 고맥락(high context) 사회....... 동양인들은 자신들이 속한 내집단에 대해서는 강한 애정을 보이지만, 외집단이나 그저 아는 사이인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거리를 둔다.
p.57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자기 개념] 동양과 서양의 자기 개념의 차이는 자신을 얼마나 독특한 존재로 보는가 하는 문제에서도 발견된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자신의 독특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동양인들은 그러한 착각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p.59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자기 개념] 자존감을 추구하는 서양인들과 자기비판을 통해 자기 향상을 추구하는 동양인들을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캐나다인은 창의력 점수가 높다는 통보를 받은 경우에 과제를 더 오랫동안 풀었지만, 일본인은 그 반대였다. 일본인들은 점수가 좋지 않다는 정보를 들었을 때 그것을 자신이 더 향상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노력했다. 서양인들은 자신들이 처음부터 잘했던 몇 가지 기술에만 능숙한 반면, 동양인들은 처음에 익숙하지 않았던 기술이라도 꼭 익히고야 마는 특성이 있는데, 이 실험 결과는 이런 현상의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p.63 [서양의 독립성과 동양의 상호의존성] 사물의 속성, 사물의 감정.... 미국의 어머니들은 자녀와 함께 놀이를 할 때 특정 사물에 초점을 맞추고 그 사물의 속성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반면에 일본의 어머니들은 사물의 '감정'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가르친다. 특히 자녀가 말을 안 들을 때에 그러하다. 예를 들어 '네가 밥을 안 먹르면, 고생한 농부 아저씨가 얼마나 슬프겠니?'
p.68 [서양의 독립성과 동양의 상호의존성] 서양인들은 보편주의와 같은 추상적인 규칙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어떤 특수한 상황 때문에 규칙을 저버리는 행위는 부도덕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동양인들의 눈에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때로는 비정하게까지 보인다.
p.71 [서양의 독립성과 동양의 상호의존성] 동양인들은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상호의존적 단서들을 통해 끊임없이 상호의존적인 사람이 되도록 유도<점화>되고 있고, 서양인들은 독립적 단서들을 통해 독립적인 사람이 되도록 늘 점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98 [세상을 통제하려는 서양과 세상에 적응하려는 동양] 서양인들에게는 자신의 직접적인 통제가 중요하지만, 동양인에게는 누군가와 같은 배에 타고 있다는 일체감이 중요한 것이다.
p.105 [동양의 순환론과 서양의 직선론] 현대의 동양인들은 고대의 동양인들처럼 세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한다. 그들은 전체 맥락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사건들 사이의 관계성을 파악하는데 익숙하며, 세상이 복잡하고 매우 가변적인 곳이라 믿는다. 또한 세상의 구성요소들은 서로 얽혀 있고, 세상사는 양극단 사이에서 순환을 반복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그렇나 사건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협동과 조정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왛는 반대로 현대의 서양인들은 고대의 그리스인들처럼 세상을 보다 분석적이고 원자론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사물을 주변 환경과 떨어진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변화가 일어난다면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개인이 그러한 일들은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p.123 [동양인의 인과 모델과 서양인의 인과 모델] 일본의 교실에서는 ‘왜(why)’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how)'라는 질문이 미국의 교실에 비해 2배정도 많이 오간다.
p.127 [후견지명 효과에서의 동서양이 차이] 자신은 처음부터 어떤 사건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과잉 확신하는 경향과 그 때문에 당연히 놀라워해야 할 예외적인 사건의 결과에 대해서도 별로 놀라지 않는 경향이 있음을 증명해냈다. 이를 후견지명 효과, 심리학 용어로는 과잉 확신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한다.
p.130 [후견지명 효과에서의 동서양이 차이] 서양인들은 지나치게 단순한 모델을 가지고 세상을 파악하는 약점이 있지만, 반면에 동양인들은 수없이 많은 인과적 요인들 모두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예외적인 사건이 발생해도 그리 놀라워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p.135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동양과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서양] 범주화는 지식을 제한하고 더 큰 지식을 분열시키는 짓이다. -장자
p.150 [문화적 차이는 순전이 언어적 차이에 기인하는가] 동양의 언어는 ‘맥락’에 주로 의존한다......... 서양의 언어는 맥락보다는 ‘대상’에 초점을 맞춘다.
p.152 [문화적 차이는 순전이 언어적 차이에 기인하는가] 중국인들은 '더 마실래?(Drink more?)'라고 묻지만, 미국 사람들은 '차 더할래?(More tea?)'라고 묻는다.
p.167 [서양의 Either/Or 지향과 동양의 Both/And 지향] 변화는 모순을 발생시키고, 모순을 다시 변화를 야기한다. 끊임없는 변화와 모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개개의 사물을 논하면서 다른 부분들과의 관계나 그것의 이전 상태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p.177 [서양의 Either/Or 지향과 동양의 Both/And 지향] 비모순에 대한 혐오에 가까운 미국인들의 반응은 때로 불필요하게 극단적인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 이러한 경향성은 동서양 철학자 모두가 염려하는 서양의 극단적인 논리주의의 병폐라고 할 수 있다.
p.182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인이 수학을 잘하는 비결은] 미국인들은 능력이란 애초부터 주어진 것이거나 아니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별 수 없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다. 그러나 동양인들은 적절한 환경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누구라도 수학을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p.198 [사고의 문화적 기원에 대한 증거들] ‘장의존성(field dependence)'
p.199 [사고의 문화적 기원에 대한 증거들] 실제로 장의존적인 사람은 장독립적인 사람보다 남과 어울리기를 더 좋아하고, 사람의 얼굴을 더 잘 기억하며, 사회적 상황과 관련된 ‘파티’나 ‘방문’같은 단어들도 잘 기억한다. 또한 다른 사람과 더 가까이 앉는 습관이 있다.
p.205 [법률에서의 동서양 차이] 미국과 같은 개인주의적인 사회에서는 개인 간의 갈등이 법적 대결로 해결되지만, 일본과 같은 집합주의적 사회에서는 중제와 같은 비법적 대응으로 해결된다........ 동양에서의 갈등 해결 목적은 승자와 패자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쌍방간의 적대감을 해소하는 것이다. 따라서 타협이 가장 선호된다...... 중국에서 법이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p.209 [계약에 대한 동서양 견해 차이] 편의를 봐주는 행위는 조목조목 따지는 분석적 사고방식에서 볼 때는 매우 비합리적이지만, 당사자들 간의 장기적 관계라는 측면에서 보면 매우 합리적이다.
p.211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동서양의 차이] 국가를 개인들의 단순한 집합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생각...... 동양인들은 권리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존재한다고 믿는다.
p.212 [종교에서의 동서양 차이] 서양 종교가 ‘옳고 그름(right/wrong)'의 구조로 되어 있는 반면, 동양종교는 ’둘 모두/함께(both/and)'를 지향........ 동양 종교는 순환과 윤회사상이 특징적이며 타종교에 대해서도 대단히 포용적이다. 이는 서양의 유일신 사상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p.214 [양자택일 논리] 서양사고에 만연한 ‘either/or'.......... 동양의 ’both/and' .......... 서양인들은 행동의 배후에 ‘다른 많은 이유’가 아니라 ‘하나의 이유(a cause)'가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어서, 행동을 설명할 때 그 행동이 ’내부적 이유‘로 일어났다고 설명하거나 아니면 ’외부적 이유‘로 발생했다고 설명하는 양자택일의 방식을 취한다.
p.216 [그렇다면 누구의 사고방식이 더 옳은가]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의 가정에 따르면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천성을 바꾸어야 하지만, 그것은 매우 어렵고 비생산적인 일이다. 그보다는 원하는 행동을 했을 때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해주고, 원치 않는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상황을 제거해주는 것이 낫다. 이러한 상황중심윤리는 동양인의 관점에 더 일치한다.
p.229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이중문화적(bicultural)이다.
IP *.73.132.29
* 저자 : 리차드 니스벳(Richard E, Nisbett)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는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의 시어도어 뉴컴(Theodore M. Newcomb) 석좌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의 양대 심리학회인 미국심리학협회와 미국심리학회의 학술상을 수상했다. 2002년 사회심리학자로는 최초로 미국 과학원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Human Inference: Strategies and Shortcomings of Social Judgemant』, 『Rules for Reasoning』, 『Culture of Honor: The Psychology of Violence in the South』, 『The Person and The Situation』, 『Men, Honor and Murder』을 비롯, 수많은 저서와 논문을 저술했다.
* 역자 : 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저자인 리처드 니스벳 교수와 문화와 인간의 사고방식에 관한 많은 공동 연구를 수행하였다. 니스벳 교수의 지도 아래 1998년 사회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미국 일리노이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0년 서울대 심리학과에 부임하여 현재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3년 한국심리학회 소장학자상을 수상하였다
b. 독후감
입사초 DiSC라는 행동양식검사를 받았다. DiSC란 인간의 행동유형을 구성하는 핵심 4개요소인 Dominance, Influence, Steadiness, Conscientiousness의 약자로서 한 개인의 행동 패턴(Behavior Pattern) 또는 행동 스타일(Behavior Style)을 보여주는 검사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태어나서부터 성장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의 독특한 동기요인에 의해 일정한 방식으로 행동을 취하게 되는데, 그것은 하나의 경향성을 이루게 되어 일하거나 생활하는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 DiSC의 논리다.
이 검사를 하면서 나는 참으로 진지하지 못했다. 검사 당시에는, 읽어보면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해석 sheet지의 문구를 바라보며 흥미위주의 심리테스트 정도로 이해했었다. 정작 검사지의 위력을 알게 된 것은 입사해서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모든 것을 시키는 대로 진행해야 하는 신입사원의 자리에서 벗어나 시키지 않는 일을 진행하게 되었을 때, 그리고 부서 간 조율을 통해 업무를 진척시켜야 했을 때 나는 사람 때문에 애를 먹었다. 그리고 왜 사람들은 똑같은 상황에서도 달리 행동하는지, 저 사람의 행동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하나의 힌트를 얻었던 것이 바로 디스크였다. 모든 상황은 ‘맞다,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의 문제이며, 서로의 차이점을 인식할 때 상호보완을 통해 보다 넓은 이해의 폭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던 과장님의 말씀. 그때의 그 말씀을 생활 속에서 이해하자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었다.
이 책이 그리 와 닿지 않는다. 동양에 관한 이야기는 논리적 근거만 없었다 뿐이지 이미 짐작했거나 생활의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부분이라서 조금 식상하고, 서양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서양문화권에서 오랜 기간 생활해본 적이 없어서 확인할 겨를도 공감할 내용도 없다. 다만 우리는 이러이러한 특징을 가졌는데 서양인은 이러저러한 특징을 가졌다며 짝을 지어 설명하는 방식이 차이에 대한 이해를 명확하게 한다. 이 책의 그런 장점은 특정 부류의 사람들, 예를 들면 이중적인 문화 사이에서 차이를 감내해야 하거나 또는 이미 감당하기 벅찬 차이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더 없이 좋은 도구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개인적으로 진정 재미있는 것은 동서양의 차이라기보다 그러한 차이를 밝혀내기 위해 저자가 사용한 각종 방법들이었다. 어떻게 이러한 발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가 진행한 실험 내용들은 꽤 흥미롭다. 자발적인 피실험자가 되어 간간히 소개되는 실험들에 참여해보고 그 해석을 읽으면서 ‘역시 나는 토종 동양인이네’하며 흐뭇하게(?) 책을 읽었다. 동서양의 차이를 밝혀낸 점도 대단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이 철저한 과학의 힘에 큰 위력을 느꼈다.
c. 내가 저자라면
“우리 사회에는 대체로 두 부류의 학자들이 서양 고전의 번역에 종사한다. 하나는 그 고전이 쓰여진 원어에 능통한 학자가 자신의 전공분야와 상관없이 번역하는 경우이다. 예컨대 대학의 불문과 교수가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번역하거나 이탈리아에서 사학을 공부한 교수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번역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전공분야의 학자가 고전의 원어에는 능통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전공지식에 근거하여 영어, 독일어, 일어로 번역된 서양고전을 다시 번역하는 경우이다. 예컨대 옮긴이와 같이 서양 정치사상을 전공하는 교수가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를 모르면서 영어본에 근거하여 『사회계약론』이나 『군주론』을 번역하는 경우를 말한다. 물론 각각의 경우에 그 장단점이 있다. 전자의 경우 번역자는 원문의 ‘문의(文意)’에 충실할 수 있으나 사상사 전반이나 특정한 사상가의 사상에 대한 지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중요한 핵심용어나 문구들을 정확하게 옮기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후자의 경우 번역자는 전체적인 맥락을 제대로 포착하고 핵심적인 학술용어를 제대로 옮길 수 있을지는 모르나 원문의 미묘한 뉘앙스를 포착하지 못하는 결함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군주론』을 번역한 강정인 교수의 역자후기가 생각났다. 역자는 고전이라는 부분에 한정하여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였지만, 어디 그것이 고전에만 국한된 문제이겠는가. 나고 자란 ‘내문화’가 아닌 이상에야 그것이 영어이든 프랑스어이든 간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저자의 의도와 행간의 의미를 완전하게 파악하고 전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살펴본다면 이 책은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가 역자의 지도교수였다는 점이, 함께 같은 주제를 가지고 연구하고 실험하였던 사이라는 점이 책에 대한 신뢰도를 더한다. 적어도 역자는 저자와 생각과 경험을 공유한 사이가 아닌가! 경험을 공유하였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전달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나에게 있어서 저자와 역자의 이러한 관계는 참으로 믿음직스럽다.
전체적으로 책의 목차가 깔끔하다.
일목요연하게 핵심내용을 전달하고 있는 목차만으로도 그 내용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각 파트별로 제시된 소제목 역시 내용에 대한 포괄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수월함을 느끼게 한다. 다만, “아무리 동양과 서양의 차이에 대하여 균형 잡힌 시각으로 책을 쓰더라도 내가 서양인인 이상.....” 이라던 저자의 우려처럼, 목차 형식도 대단히 서양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간결하게 구획을 나누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실시한 후 타당한 증거를 제시한 뒤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는 결과를 도출해내는 일련의 방식들은 그가 말하는 서양의 논법이 아니겠는가. 재미있는 부분이다.
저자서문이 눈에 띈다.
자기개념이 명확한 서양인과, 좀처럼 스스로를 독특한 존재라고 여기는 착각을 하지 않는다는 동양인이라고 할지라도 분명하게 준거가 되는 구체적인 내집단과 외집단이 있을 것이요, 자신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인의 입장에서 일본인과 비슷한 부류라고 취급받는 것은 상당히 심기가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그것은 일본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한 오해를 염두한 저자는 이미 서두에 “편의상 사용하는 통칭이 그들 모두 동일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 그래서인지 중국인 일본인과 ‘같은 값’으로 취급받는 사실에 대해서도 민감해 지지 않는다(어쩌면 이러한 나의 행동은 ‘후견지명효과’에 취약한 동양인의 특성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저자의 세심함 내지는 꼼꼼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저자의 연구배경이 흥미롭다.
그는 비교문화학자가 아니었다. 사실 그는 보편주의자였다. ‘사고과정 자체는 내용과 독립적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대상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사고과정이 작용한다. 고로 사람이라면 문화에 상관없이 모두가 동일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지각한다’는 것의 그의 믿음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믿음과는 전혀 다른 일련의 연구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그 연구 직후 중국인 학생의 동서양 차이에 대한 견해를 듣게 되었다.
“중국 사람들은 사물은 늘 변화하며 언젠가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다고 믿습니다. 그들은 아주 많은 사건들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이고 사물들 간의 관계성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부분만을 떼어내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서양 사람들은 훨씬 더 단순하고 기계적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큰 그림보다는 부분적인 사물 그 자체, 혹은 사람 자체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물의 행위를 지배하는 규칙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다소 회의적이었다고 밝혔지만 그 말을 고스란히 기억 속에 저장해 두었다. 적어도 그 때는 그가 보편론자로서의 자신의 견해를 확고하게 갖고 있었을 때인데도 말이다. 남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을 줄 알았다는 것, 그리고 그 말을 계기로 더 넓은 학문 영역으로서의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는 것, 그것은 리차드 니스벳이 가진 큰 장점이며 듣고 싶은 말만 가려듣는 내가 주목해서 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d. 책 속에서
저자서문 ..........5
한국어판 저자서문 ..........8
서론 ..........13
1. 동양의 도와 서양의 삼단논법 ..........25
- 고대 그리스와 중국의 철학, 과학, 그리고 사회 구조
2. 동양의 더불어 사는 삶, 서양의 홀로 사는 삶 ..........51
- 현대 동양인과 서양인의 자기 개념
3. 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 ..........81
- 세상을 지각하는 방법의 차이
4. 동양의 상황론과 서양의 본성론 ..........107
- 동양과 서양의 인과론적 사고
5.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동양과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서양 ..........133
- 동양의 관계와 서양의 규칙
6.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과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 ..........157
- 서양의 논리와 동양의 중용
7.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의 차이, 그 기원은? ..........185
- 경제 구조와 사회적 행위
8. 동양과 서양, 누가 옳은가? ..........201
- 실생활에 주는 교훈
에필로그 :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 충돌할 것인가, 통일될 것인가? ..........223
역자후기 ..........231
참고문헌 ..........234
p.13 [서론] “중국 사람들은 사물은 늘 변화하며 언젠가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다고 믿습니다. 그들은 아주 많은 사건들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이고 사물들 간의 관계성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부분만을 떼어내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서양 사람들은 훨씬 더 단순하고 기계적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큰 그림보다는 부분적인 사물 그 자체, 혹은 사람 자체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물의 행위를 지배하는 규칙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p.20 [서론] 이 책은 동양과 서양이 서로의 사고를 이해함으로써 더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p.27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했던 고대 그리스]
p.28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했던 고대 그리스] 그리스인들은 다른 문화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즉 자신의 삶은 스스로 주관하는 것이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그리스인이 정의하는 행복이란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이었다........‘독특한 특성과 목표를 가진 상호 개별적인 존재’.......‘개인의 자율성’
p.29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했던 고대 그리스] 호기심
p.30 [개인의 관계를 중시했던 고대 중국]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개인은 ‘특정 집단에 소속된 구성원’이었다.
p.31 [개인의 관계를 중시했던 고대 중국] 그리스인들에게 행복은 ‘자신의 자질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것’이었지만, 중국인들에게 행복이란 ‘화목한 인간 관계를 맺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집단의 자율성’
p.32 [개인의 관계를 중시했던 고대 중국] 중국인의 일상에서 개인의 권리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권리 중 자신의 몫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p.33 [개인의 관계를 중시했던 고대 중국] 홀륭한 요리사는 서로 다른 맛을 잘 섞어서 조화롭게 감미로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이때 각각의 맛들은 자신의 고유의 맛을 잃어버리지 않고 유지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어 더 훌륭한 맛을 만들어낸다. - 유교경전 좌전(左傳)
p.34 [사물의 본질을 중시하는 그리스의 철학]
p.38 [사물의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의 철학] 새옹지마 이야기
p.40 [사물의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의 철학]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근원이며, 움직이지 않는 것은 모든 움직이는 것들의 근원이다. 무언가를 구부리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펼쳐야 하고 무언가를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강화시켜야 하며 무언가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풍성하게 하여야 하고 무언가를 취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주여야 한다. - 도덕경(道德經)
p.43 [사물의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의 철학] 중국인들의 기본적인 우주관은 우주가 상호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사물들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거대한 물질이라는 것이었다. 반면에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우주가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었다.
p.55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자기 개념] 저맥락(low context) 사회와 고맥락(high context) 사회....... 동양인들은 자신들이 속한 내집단에 대해서는 강한 애정을 보이지만, 외집단이나 그저 아는 사이인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거리를 둔다.
p.57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자기 개념] 동양과 서양의 자기 개념의 차이는 자신을 얼마나 독특한 존재로 보는가 하는 문제에서도 발견된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자신의 독특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동양인들은 그러한 착각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p.59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자기 개념] 자존감을 추구하는 서양인들과 자기비판을 통해 자기 향상을 추구하는 동양인들을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캐나다인은 창의력 점수가 높다는 통보를 받은 경우에 과제를 더 오랫동안 풀었지만, 일본인은 그 반대였다. 일본인들은 점수가 좋지 않다는 정보를 들었을 때 그것을 자신이 더 향상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노력했다. 서양인들은 자신들이 처음부터 잘했던 몇 가지 기술에만 능숙한 반면, 동양인들은 처음에 익숙하지 않았던 기술이라도 꼭 익히고야 마는 특성이 있는데, 이 실험 결과는 이런 현상의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p.63 [서양의 독립성과 동양의 상호의존성] 사물의 속성, 사물의 감정.... 미국의 어머니들은 자녀와 함께 놀이를 할 때 특정 사물에 초점을 맞추고 그 사물의 속성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반면에 일본의 어머니들은 사물의 '감정'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가르친다. 특히 자녀가 말을 안 들을 때에 그러하다. 예를 들어 '네가 밥을 안 먹르면, 고생한 농부 아저씨가 얼마나 슬프겠니?'
p.68 [서양의 독립성과 동양의 상호의존성] 서양인들은 보편주의와 같은 추상적인 규칙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어떤 특수한 상황 때문에 규칙을 저버리는 행위는 부도덕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동양인들의 눈에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때로는 비정하게까지 보인다.
p.71 [서양의 독립성과 동양의 상호의존성] 동양인들은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상호의존적 단서들을 통해 끊임없이 상호의존적인 사람이 되도록 유도<점화>되고 있고, 서양인들은 독립적 단서들을 통해 독립적인 사람이 되도록 늘 점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98 [세상을 통제하려는 서양과 세상에 적응하려는 동양] 서양인들에게는 자신의 직접적인 통제가 중요하지만, 동양인에게는 누군가와 같은 배에 타고 있다는 일체감이 중요한 것이다.
p.105 [동양의 순환론과 서양의 직선론] 현대의 동양인들은 고대의 동양인들처럼 세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한다. 그들은 전체 맥락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사건들 사이의 관계성을 파악하는데 익숙하며, 세상이 복잡하고 매우 가변적인 곳이라 믿는다. 또한 세상의 구성요소들은 서로 얽혀 있고, 세상사는 양극단 사이에서 순환을 반복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그렇나 사건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협동과 조정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왛는 반대로 현대의 서양인들은 고대의 그리스인들처럼 세상을 보다 분석적이고 원자론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사물을 주변 환경과 떨어진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변화가 일어난다면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개인이 그러한 일들은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p.123 [동양인의 인과 모델과 서양인의 인과 모델] 일본의 교실에서는 ‘왜(why)’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how)'라는 질문이 미국의 교실에 비해 2배정도 많이 오간다.
p.127 [후견지명 효과에서의 동서양이 차이] 자신은 처음부터 어떤 사건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과잉 확신하는 경향과 그 때문에 당연히 놀라워해야 할 예외적인 사건의 결과에 대해서도 별로 놀라지 않는 경향이 있음을 증명해냈다. 이를 후견지명 효과, 심리학 용어로는 과잉 확신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한다.
p.130 [후견지명 효과에서의 동서양이 차이] 서양인들은 지나치게 단순한 모델을 가지고 세상을 파악하는 약점이 있지만, 반면에 동양인들은 수없이 많은 인과적 요인들 모두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예외적인 사건이 발생해도 그리 놀라워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p.135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동양과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서양] 범주화는 지식을 제한하고 더 큰 지식을 분열시키는 짓이다. -장자
p.150 [문화적 차이는 순전이 언어적 차이에 기인하는가] 동양의 언어는 ‘맥락’에 주로 의존한다......... 서양의 언어는 맥락보다는 ‘대상’에 초점을 맞춘다.
p.152 [문화적 차이는 순전이 언어적 차이에 기인하는가] 중국인들은 '더 마실래?(Drink more?)'라고 묻지만, 미국 사람들은 '차 더할래?(More tea?)'라고 묻는다.
p.167 [서양의 Either/Or 지향과 동양의 Both/And 지향] 변화는 모순을 발생시키고, 모순을 다시 변화를 야기한다. 끊임없는 변화와 모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개개의 사물을 논하면서 다른 부분들과의 관계나 그것의 이전 상태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p.177 [서양의 Either/Or 지향과 동양의 Both/And 지향] 비모순에 대한 혐오에 가까운 미국인들의 반응은 때로 불필요하게 극단적인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 이러한 경향성은 동서양 철학자 모두가 염려하는 서양의 극단적인 논리주의의 병폐라고 할 수 있다.
p.182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인이 수학을 잘하는 비결은] 미국인들은 능력이란 애초부터 주어진 것이거나 아니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별 수 없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다. 그러나 동양인들은 적절한 환경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누구라도 수학을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p.198 [사고의 문화적 기원에 대한 증거들] ‘장의존성(field dependence)'
p.199 [사고의 문화적 기원에 대한 증거들] 실제로 장의존적인 사람은 장독립적인 사람보다 남과 어울리기를 더 좋아하고, 사람의 얼굴을 더 잘 기억하며, 사회적 상황과 관련된 ‘파티’나 ‘방문’같은 단어들도 잘 기억한다. 또한 다른 사람과 더 가까이 앉는 습관이 있다.
p.205 [법률에서의 동서양 차이] 미국과 같은 개인주의적인 사회에서는 개인 간의 갈등이 법적 대결로 해결되지만, 일본과 같은 집합주의적 사회에서는 중제와 같은 비법적 대응으로 해결된다........ 동양에서의 갈등 해결 목적은 승자와 패자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쌍방간의 적대감을 해소하는 것이다. 따라서 타협이 가장 선호된다...... 중국에서 법이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p.209 [계약에 대한 동서양 견해 차이] 편의를 봐주는 행위는 조목조목 따지는 분석적 사고방식에서 볼 때는 매우 비합리적이지만, 당사자들 간의 장기적 관계라는 측면에서 보면 매우 합리적이다.
p.211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동서양의 차이] 국가를 개인들의 단순한 집합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생각...... 동양인들은 권리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존재한다고 믿는다.
p.212 [종교에서의 동서양 차이] 서양 종교가 ‘옳고 그름(right/wrong)'의 구조로 되어 있는 반면, 동양종교는 ’둘 모두/함께(both/and)'를 지향........ 동양 종교는 순환과 윤회사상이 특징적이며 타종교에 대해서도 대단히 포용적이다. 이는 서양의 유일신 사상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p.214 [양자택일 논리] 서양사고에 만연한 ‘either/or'.......... 동양의 ’both/and' .......... 서양인들은 행동의 배후에 ‘다른 많은 이유’가 아니라 ‘하나의 이유(a cause)'가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어서, 행동을 설명할 때 그 행동이 ’내부적 이유‘로 일어났다고 설명하거나 아니면 ’외부적 이유‘로 발생했다고 설명하는 양자택일의 방식을 취한다.
p.216 [그렇다면 누구의 사고방식이 더 옳은가]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의 가정에 따르면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천성을 바꾸어야 하지만, 그것은 매우 어렵고 비생산적인 일이다. 그보다는 원하는 행동을 했을 때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해주고, 원치 않는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상황을 제거해주는 것이 낫다. 이러한 상황중심윤리는 동양인의 관점에 더 일치한다.
p.229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이중문화적(bicultura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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