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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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자에 대하여]
저자 심 광현은 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원장. 미학/문화이론.『문화과학』편집인. (사)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 (사)영화인회의 정책위원장.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사무처장,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편집실장, (사)민족미술협의회 편집실장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탈근대 문화정치와 문화연구』『스크린쿼터와 문화주권』『문화사회를 위하여』가 있으며,『영상시대의 문화연구와 문화정치』외에 문화이론, 영화학, 미학, 교육에 관한 논문들이 다수 있다고 한다.
어느 날 저자는 대한민국의 산수를 보고 불연 듯 ‘프랙탈(fractal)’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프랙탈이란 자기 유사성을 갖는 복잡한 기하도형의 한 종류로 사각형, 원, 구 등 유클리드기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고르지 않은 현상 및 불규칙한 형태의 사물을 묘사할 수 있는 것으로 1975년 폴란드 태생의 수학자 만델브로트가 만든 개념이라 한다. 이는 수학뿐만 아니라 물리화학, 생리학, 유체역학 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개념이 가장 잘 표현된 곳이 대한민국의 산수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프랙탈은 우리 전통문화와 결합하여 흥의 미학으로 구현되었다는 것이며, 지난날 일제 강점기와 동족상잔 및 군사독재를 지나면서 사라졌다가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서서히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러한 흔적을 잘 보전하고, 그 가치를 음미하는 단계를 넘어서 문화유산의 현대적 재해석과 전통 및 현대의 새로운 결합을 통해 21세기 또 다른 문화창조국으로 발돋움하여야 하며, 이에 일조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것이다. 그 문화창조국의 이름을 저자는 ‘흥한민국(興韓民國’이라 칭한다.
[2. 책을 읽고 나서]
1990년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와 2000년대의 <흥한민국>
지난 1990년대 초 문민정부 출범 때,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출간과 임권택의 <서편제> 개봉은 시대 변화를 환영하는 듯한 큰 문화적 사건이었다. 이 두 가지 일로 100만 독자와 관객들이 우리 전통문화의 진면목과 아름다움을 재발견했다.
이후로 우리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려는 다양한 성과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전통문화의 발굴과 보존을 넘어선 현대적인 해석은 아직껏 전무한 편이다. 그래서 우리 전통문화의 재발견은 여전히 1990년대식 문화현상에 머물고 있다.
10여 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 우리는 영화 한 편에 1,000만 관객이 모이는 문화적 사건을 목격했고, 세계를 놀라게 한 붉은 악마의 함성과 네티즌의 촛불시위, 인터넷과 휴대폰가입률 세계 1위, 그리고 동아시아를 휩쓴 한류열풍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경험했다. 그런데 이 경험들은 기존의 문화 해석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물며 전통문화와의 연관성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전통과 현대를 가로지르는 우리 문화에 대한 해석은 정녕 불가능한가? 그리고 구한말 이래 100년 넘게 우리를 괴롭혀 왔던 전통과 현대의 괴리는 극복할 수 없는 것인가? 이러한 사명감을 갖고 저자는 이 책을 써내려 간다.
2000년대 우리 사회 내에서 새롭게 생성되고 있는 힘을 우리 모두가 감지하고 있으며, 그 힘이 바로 전통문화의 원동력임을 역사적으로 풍부한 사례를 들어가며 입증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가로지르는 ‘동서도기東西道器’적 한국미학
우리의 자연과 전통문화, 생활문화를 관통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특징은 과연 무엇인가? 이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소박’ ‘질박’한 아름다움이나 ‘자연스러운 미’라는 뭔가 헐렁한 답변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지 못한 결과 우리들은 우리의 자연과 전통문화가 서구는 물론 중국이나 일본보다도 뒤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동안 우리 전통문화를 평가하는 기준은 서구의 근대미학이었다. 이 잣대로 보면 우리 건축과 정원 등은 비례가 잘 맞지 않고, 불규칙하고 비대칭적이라 매우 초라하다. 산은 수직으로 거대하게 솟아오르지도 않고, 나무들 역시 수평으로 광활한 숲을 이루지도 못한 채 비스듬하게 주름 잡혀 있고 울퉁불퉁해 쓸모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서구의 근대미학이 아닌,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해 볼 경우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생태적인 미학을 구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 따르면, 조선시대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우리 문화와 예술, 자연경관은 다른 나라의 것과 분명한 차이가 나며, 흔히 같은 동북아시아문화권으로 분류되는 중국이나 일본과도 매우 다르다고 한다.
이런 특성이 우리 문화만의 독특한 형태의 흥과 한의 미학, 그중에서도 ‘역동적인 흥의 미학’으로 구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과 예술은 물론, 전통음식과 전통건축, 정원의 조성과 복식, 기공과 한의학 등을 망라한 생활문화 차원에서도 이 흥의 미학은 일관되게 관철되어 왔다고 한다.
그러나 동양과 서양 양쪽의 전통과 현대에 있어온 바람직한 사상적, 문화적 원리 및 과학기술의 성과를 접목시켜 보면 우리의 전통문화는 풍부한 미감과 고도의 생태가치를 지닌 세련된 문화임이 밝혀진다.
그래서 이 책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가로지르는 일종의 ‘동서도기東西道器’적 한국 미학을 펼치고 있다. 저자는 이것을 프랙탈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국토박물관에 넘쳐흐르는 흥의 역사, 흥의 미학!
<흥한민국>은 우리의 자연과 전통, 그리고 생활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보면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변화무쌍하고 흥겨운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며, 그런 자연 속에서 수천 년간 발전시켜 온 우리의 전통문화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흥취를 뿜어낸다고 한다. 고구려의 웅혼한 벽화, 신라의 석굴암, 고려청자, 겸재와 단원의 그림, 홍대용과 박지원의 음악과 문학, 정약용의 높은 학문과 풍류, 건축물과 정원 조성 등 우리 전통 속에서 활짝 핀 예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만큼 많다는 것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조선 후기의 농민항쟁, 동학과 의병운동,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과 3.1운동, 4.19혁명, 5.18광주민중항쟁, 6.10민주항쟁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위로부터의 억압과 착취에 분연히 맞설 수 있었던 것도 흥의 문화에 내재된 역동적인 에너지의 역사 기록이다.
하지만 고도의 생태가치와 풍부한 미감을 지닌 우리의 전통문화는 19세기 말 강제 개항 이래로 계속 파괴되거나 폄하되어 이제는 생활 속에서 거의 사라졌다. 국토 여기저기에도 그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며, 이제는 날이 갈수록 그 흔적마저 파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전통문화와의 단절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환경ㆍ공동체ㆍ주체성에서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흥한민국>은 ‘흥의 미학’이 위기의 지구화 시대에 새로운 민주적 생태문화를 재창조하는 길잡이 노릇을 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근대화 이전에 풍부하게 발현되고 체화되었다가 근대화 과정에서 소멸한 우리의 흥의 미학은 21세기에 들어 우리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저자는 새롭게 생성되고 있는 이 문화적 활력을 세계사적인 문화경제 시대를 이끌어갈 원동력으로 활용해야 하며, 그것을 이끌어갈 우리나라에 ‘興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보려고 한다.
[3. 책 속에서]
1. 한국문화 다시 읽기
한반도는 국토의 70% 이상이 산이고, 고생대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으로 산과 능선과 들로 이어지는 지형 전체가 매우 주름 져 있다. 그런 주름 때문에 다기 다양한 동식물이 번식해, 경관생태적 다양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풍부하게 유지되고 있다. p42
한반도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해 경관이 다양하게 변화하며, 산과 물이 아름다워 사람 살기에 딱 좋은 곳이라는 점에서 금수강산이자 명당이라는 말이 꼭 어울리는 땅이다. p43
풍수지리의 요체가 생기를 파악하고 보존하는 것이라면, 다양한 방식으로 생기를 보존하는 데는 산이 적고 들이 넓은 경우(중국이나 일본)보다는 산이 많고 들이 적은 경우(한반도)가 훨씬 유리하다. p48
문화생태학은 아직 신생분야지만 생태 파괴가 극에 이른 만큼 앞으로 그 위험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에 부응하는 문화유형이 어떤 것일지를 고민하기 위해 적극 활성화되어야 한다. p50
우리의 근대문화는 전통문화, 서구문화, 동구문화만이 아니라 중국문화, 일본문화, 미국문화 등 6개 패러다임의 복잡한 역학 속에서 전개해 왔다고 할 수 있다. p51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밝히려면 예술미 외에도 한국의 자연 및 주거 같은 생활문화에서 나타나는 미적 특성을 함께 검토하고, 이들간의 상호관계 역시 밝혀야 한다. p54
우툴두툴하고 거칠거칠한 우주를 반영하는 프랙탈기하학은 구멍이 많고, 움푹 파이고, 잘리고, 꼬이고, 서로 엉켜 있는 것들을 다루는 기하학이다. p56
한반도는 크기는 작지만 무한히 많은 에너지를 담고 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특히 기가 세고 많은 자원을 담고 있는 지형이다. p58
한국 전통문화의 특징은 고급예술에서 생활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기의 프랙탈한 운행’과 그 속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것에 으뜸의 미적 가치를 부여했다. p59
퍼지논리를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나 감각이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초현대적인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지금까지 따라야 할 모델로 간주해 온 서구 근대문학까지도 감싸 안는 새로운 상위범주로 우리전통문화를 재해석하고 재배치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p64
풍류는 우리 역사를 관류해 온 강인하고 폭넓은 지적, 윤리적, 심미적 태도와 복합체를 총칭하는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p67
풍류라는 개념에는 본래부터 놀이와 예술만이 아니라, 자연과의 감응, 진리와 도의 탐구, 무예 단련, 제천의례, 충과 효를 매개로 한 공동체적 연대라는 매우 복합적인 정치적․사회문화적 의미가 담겨 있었다. p69
풍류란 곧 자연의 삼라만상에 접해 그 본질과 진수를 경험하면서, 놀기는 노는 것이되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현상과 사물에 접해 외양만 훑고 지나가는 놀이가 아닌, 그 현상의 내면 혹은 본질까지 구극해 들어가 그 진수에 접하면서 취하는 놀이라고 할 수 있다. p74
흥이 솟구칠 수 없는 조건이 되면 풀리지 못한 흥이 한이 되며, 억눌려 있던 한이 풀리면 엄청난 강도와 크기로 흥이 솟구친다. p77
나는 동북아 3국의 전통 미학이 기본적으로는 생태미학에 근간을 두고 있었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풍류의 개념과 유사하게 생태미학 역시 우리가 중국과 일본에 비해 생태 차원이 더 다양하고 생명친화적이었으며, 프랙탈 차원이 더욱 높았다. p79
외면적으로 아무 제약없이 마음껏 발산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흥은 정의 발산에 초점을 둔 주관적 미감이다. 흥이 절로 난다. 흥이 솟다. 흥겹다 등의 말이 그것이다. 또 흥이라는 것은 전체 속에 참여하면서 그 일부가 되는 데서 오는 즐거움, 생명감, 존재의 확산감을 뜻한다. 그래서 부분보다 전체를 강조하는 미감이다. p85
일본의 오카시와 중국의 자미는 모두 대상의 관찰에서 오는 일반적인 기쁨의 미감이다. 그러기에 한국의 흥과 같이 ‘대상과 일체가 되어’ ‘부분에서 전체로’,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는 역동적․참여적․상승적․생태학적 성격은 결여하고 있다. p88
우리의 산하와 전통문화를 다른 나라의 것과 구별해 주는 미학적 특이성이 바로 역동적이고 프랙탈한 흥의 생태미학에 있다고 장담한다. p91
흥이라는 말은 기쁨이나 재미, 쾌감 같은 일반적 의미와는 달리 역동적이며, 즐거움이 솟구칠 때 일어나는, 신체 내부에서 외부로 넘쳐 나가는 기운의 프랙탈한 생태학적 변화를 함축하고 있는 의미 심장한 용어다. p94
우리 전통문화는 프랙탈하게 빛나는 화창하고 역동적인 풍광 속에서 즐기는 풍류심을 정확히 전달해 주는 흥이라는 말에서나 국가적 상징구조에서나 근원적으로 프랙탈한 흥의 생태미학에 감싸여 역동적으로 발전해 왔다. p95
2. 자연과 생활에서 배어난 흥의 문화
환경과 문화적 세계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의 일상적 지각과 행동 속에서도 쉽게 입증된다. p104
한국의 전통적 풍류는 민중 생활문화의 차원에서는 참여적이고, 표현적이고,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집단적 흥을 바탕으로 한다. p122
나는 한류열풍의 미학적 핵심은 한국의 대중문화에서 표현되는 ‘프랙탈한 흥의 미감’에 있다고 본다. p123
김치를 만들 때 다양한 재료의 시너지효과와 삭임의 과정은 프랙탈기하학의 원리로 분석될 수 있다. p129
한국음식은 모두가 프랙탈하고 퍼지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며 그 과정에서 지속적인 자극과 흥분을 만들어 내는 독특한 흥취의 맛을 이루어낸다. p131
3. 전통예술에서 흥의 미학 읽어내기
프랙탈한 흥의 미감은 경직된 것, 둔감한 것, 현란하기만 한 것 등의 극단과는 거리가 멀다. 프랙탈한 것은 기본적으로 크리습한 이분법이 아닌 퍼지적인 ‘사이-존재’의 특징을 지니기 때문이다. p142
흥취와 몰아일체는 마음을 비우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서 성립한다. 허심-몰아일체-흥취로 이어지는 이런 태도는 무관심성이 선행되어야 미를 얻을 수 있고, 미를 얻어야 선에 이를 수 있다는 칸트의 미학과도 상통한다. p154
건축물 외관의 조형미를 강조하는 중국이나 일본의 전통건축(외부→내부로의 시선)과는 달리 우리 전통건축에서는 사용자가 공간 내부에서 생활하면서 보고 느끼는 미적 체험(내부→외부로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p171
조선시대 건축은 원심적으로 나아가다가 언덕이 있거나 큰 나무가 있으면 방향을 약간 틀어 그것을 안으면서 다시 나아간다. 이것이 전통 건축의 4차원 특성이 지닌 문화생태학 측면이다. p177
‘보편적 예술사’, ‘근대성의 모범’이라는 인공의 병상에서 하루속히 일어나 우리 전통문화에서 모델을 발굴해 울퉁불퉁한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콘크리트 정글을 가로지르며 오늘의 시공간의 복잡성을 담아낼 시각문화를 하루속히 창조해야 할 것이다. p185
전통원림은 프랙탈한 자연이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흥취를 가장 잘 드러낸다. p185
한국의 원림은 프랙탈 원림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 원림 조성법은 자연의 변화무쌍한 아름다움을 가장 경제적인 동시에 가장 풍부하게 담아낼 수 있는 방법임에 틀림없다. p200
한의 정서를 주조로 하는 판소리가 흥을 낸다는 것은 일견 모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장한 사설이나 애절한 음악 자체가 흥겨운 것이 아니라 거기에 몰입함으로써 슬픔을 다 탕진하고 난 뒤의 홀가분함, 긴장 뒤의 해방감, 이완감이 흥겨운 즐거움으로 바뀌는 것이다. p201
정악은 유현하고 장중하고 화평하며 감정표현이 절제되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속도가 느리고 별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궁정적이고 귀족적 성격의 무심의 미를 잘 드러낸다. p202
궁중무용과 승무는 춤가락이 우아하고 선이 고와 현실을 초월한 것처럼 신비스러운 멋이 있다. p207
‘덩실덩실’, ‘너울너울’은 발음할 때 ‘덩’과 ‘너’는 2박으로 ‘실’과 ‘울’은 1박으로 하는 우리 전통 음악의 기본박인 삼분박이다. p208
탈춤마당이란 단지 흥취를 집단적으로 구현하는 놀이의 장을 뛰어넘어 우리 전통을 관류해 온 고차원의 풍류도를 가장 역동적으로 실천하는 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p215
우리 민족의 기본적인 미감은 ‘흥’이지 ‘한’이 아니다. p216
'흰 그늘‘이라는 단어가 구조상 흥의 측면을 한의 측면보다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p217
나는 수운 최재우의 동학적 가르침을 유불선 3교포함과 접화군생을 근간으로 삼는 풍류도의 19세기적 재해석이라고 보는 것이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p223
4. 흥의 파괴와 근대예술의 어긋난 궤적
시간적 지체와 수용 여부에 대한 계급, 계층의 차이들은 이후 우리의 근대성 형성의 궤적이 크게 어긋나고 뒤틀리게 된 주된 원인이 되었다. p229
해방의 근대성이라는 민주주의적 이념 없이 단지 자본축적을 위한 근대적 기술만이 지배하는 문자 그대로 천민자본주의만이 날개 치는 독특한 근대성이 지난 100년간의 우리 역사에서 구현되었다는 것은 뼈아픈 사실이다. p232
우리는 지금 문화의 세기, 지식기반사회라고 통칭되는 21세기에 들어와 있다. 하지만 지난 세기 동안에는 제대로 된 지식과 문화를 향유하려는 욕구가 기술과 자본의 근대성에 떠밀려 철저하게 억압되거나 왜곡되었다. p232
전통과 모더니티의 접점 찾기의 실패는 전통의 긍정적 측면을 모더니티의 부정적 측면이 파괴하고, 전통의 부정적 측면이 남아 있어 모더니티의 긍정적 계기의 발현을 저해한다고 하는 상극의 효과를 초래한다. p239
지난 세기에 진행된 근대적 공간구성은 자연과 어우러져 있던 생태학적 장소성을 파괴하고 우리의 의식 속에 격자화한 다이어그램으로서 추상적 공간에 대한 인식적 지도를 심어놓았다. p244
영화와 함께 대중음악과 게임, 방송 부문도 급성장해, 한국의 대중문화는 이제 젊은 세대에게는 미국 및 일본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훨씬 뛰어넘는 힘을 행사하는 자립성을 확보했다. p267
서구적 근대화의 병폐와 한계가 널리 알려지면서 탈근대를 모색하고 있는 오늘날, 서구 근대예술의 특징 경향을 답습해 온 우리의 낡은 예술의 해체를 촉진하고 더불어 탈근대에 상응하는 새로운 예술의 창조를 모색하는 것은 정말 필요하고도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p271
5. 21세기 한국, 프랙탈 흥의 르네상스
외래문화의 수용만 있고 역사와 전통의 계승이 없는 문화발전이란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p275
문화의 지구화시대에 걸맞은 창의적 민족문화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비생선적 이분법에서 벗어나,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온전하게 사고할 필요가 있다. p276
우리의 경우는 지난 20세기 동안 식민적․탈식민적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전통의 보전․계승보다는 폐기․혁신의 계기가 압도적이었다. p279
전통의 복원 및 계승이냐, 서양문화의 수용이냐 하는 이분법은 극복해야 한다. 전통과 현대의 창조적 접목이라는 중심축을 세워 그 양편으로 비판적 계승과 수용을 재배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p280
한 민족이나 국가가 특색 있는 문화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창조적 역량을 길러내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일은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 지속적, 체계적 노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p282
김지하는 《생명과 평화의 길》에서 현재 진행 중인 새로운 문화 흐름의 내용을 다섯 가지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컨버전스, 컨셉터, 유비쿼터스, 에코디지털, 카오스모스가 그것이다.
* 컨버전스 : 디지털 매체와 영역들의 동종과 이종 간의 수렴과 통합을 의미한다.
* 컨셉터 : 창조적 발상 지원시스템으로 정보화에서 창조화로 이행을 촉진하는 창발성을 중층적으로 활용하는 인식론적인 프랙탈 시스템을 뜻한다.
* 유비쿼터스 : 지구상 어디에서든 또 아무 때나 각자가 다른 모두에게 동영상 메시지를 온라인으로 발화하고 수신할 수 있는 ‘디지털 애니캐스트’ 시스템을 말한다.
* 에코디지털 : 농촌-도시, 생태학-뇌과학, 생명-영성의 이중교호적 결합을 핵으로 하는 복합문명화를 말한다.
* 카오스모스 : 혼돈으로부터의 새 질서를 의미한다. P283
신자유주의 지구화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과학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생명과 문화의 파괴를 조장할 우려가 더 높다. P284
‘엇박’은 유클리드적으로 구획된 질서의 박자가 아니라 프랙탈한 불규칙성의 변주를 생명으로 삼는 역동적인 박자다. P287
우리 역사의 큰 흐름을 짚어보면 유목적인 성격은 기층에 깔리고 농경적, 유교적 문화가 상층을 덮는 형태로 발전해온 것이 아닐까 싶다. P289
디지털 정보화와 지구화는 유목적 문화가 상승하게 만드는 새로운 기술경제적 조건이다. P290
디지털 정보화와 지구화라는 새로운 유목적 문화경제의 큰 파도와 맞물리면서 문화정치적 개벽의 가능성을 열고 있는 것이 ‘6월 개벽’에서 터져나온 프랙탈한 흥의 에너지가 아닐까 한다. p292
한반도의 자연은 세계에서 가장 프랙탈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 자연 속에서 수천 년간 발전시켜 온 우리의 전통문화도 세계에서 가장 프랙탈한 흥취를 뿜어내는 문화다. p296
흥은 기운생동하며 상승하는 자기-조직적인 에너지와 감정을, 프랙탈은 흥의 역동적인 작동양상을 정확하게 표현해준다. p296
흥은 풍류미의 하위범주다. 그러나 우리 고유의 풍류미의 핵심범주는 무심의 미감도 한의 미감도 아닌 바로 흥의 미감이다. p297
“대~한민국”과 “짝짝~짝 짝짝”같은 ‘엇박’의 미학적 핵심은 무심이나 한이 아니라 경쾌하게 휘몰아치는 흥이다. p297
두 차례의 문민정부를 통한 민주화의 진전과 국민소득 1만불 시대에 이른 경제수준이, 새롭게 터져 나온 2002년의 프랙탈한 흥의 에너지를 문예부흥의 동력으로 만들 조건을 제공해 주고 있다. p303
한류의 미학적 근거는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개혁의 분위기가 진전됨에 따라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는 프랙탈 흥의 에너지에 있음이 분명하다. p309
미국이 아시아와 한국에서 범했던 문화제국주의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시장개척 태도를 속히 버려야 한다. p310
국내적으로는 한류열풍의 주역인 대중문화와 본격예술 및 전통문화 간의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연결접속을 시도하는 정책적, 창의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p310
문화산업은 과거와 같이 소수 전문가들만의 몫이 아니라 국민 다수가 종사하는 제1의 산업분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p313
낙관적 전망은 객관적인 역사 조건에 의해 자동으로 주어지기 보다는 위험을 극복하려는 주체적이고 집단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 p315
새로운 전문 인력의 원할한 공급을 위해서 나는 예술-인문사회과학-문화산업 분야의 3박자 결합의 연구개발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는 CRDS(콘텐츠 연구개발시스템)가 적절한 대책이 될 것이라고 본다. P318
맺음말
우리 사회는 2000년대 들어 매우 새로운 문화 경험을 했다. 월드컵 4강 진출과 붉은 악마, 청소년과 여성들의 자발적인 거리응원이 만들어낸 광장묺화,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노사모와 촛불시위, 동아시아를 강타한 한류열풍, 휴대전화와 인터넷 가입률 세계1위라는 신기록 등이 그것이다. P337
나는 그 힘이 지금은 파괴되어 버린 전통문화의 원동력이었고, 우리의 자연과 생활문화 속에 침잠되어 있다가 젊은 세대와 새로운 다중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는 프랙탈한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P337
우리는 문화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역사 속에서 매번 재구성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P339
역사는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거나 우리 혼자 무시해도 좋은 과거가 아니다. P341
나는 우리 전통에 대한 공부가 일천함에도 이런 낙관적 전망에 기대어 이 책을 썼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이 일을 계기로 동서의 고전과 전통문화에 대한 공부에 더욱 힘쓰도록 하겠다. P343
앞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또 내가 제안하는 CRDS같은 시스템이 현실화한다면 그동안 블랙박스 속에 갇혀 있던 우리 문화사의 역동적 잠재력이 ‘붉은 악마’와 같은 함성으로 터져나올 것이다. P343
세계사적인 21세기 문예부흥의 시대를 이끌어갈 우리나라에 새 이름을 붙여보고 싶다. 바로 ‘興~韓民國’이다. P343
[4. 내가 저자라면]
대한민국이라는 동방의 작은 나라, 5000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이 나라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매우 비관적으로 보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수많은 외침(外侵)과 동족상쟁 등 바람 잘날 없었던 시절이 많았기에 그러한 심성이 누적되었던 것은 아닌지
그러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우리민족이 이러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바로 ‘흥’으로 풀었기에 세계사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민족이 그토록 많았건만 우리는 그것을 꿋꿋하게 견뎌오지 않았던가. 바로 문화적 코드에서 흥이 베여있기에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흥이 과연 문화적 코드에만 존재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흥은 곳곳에 베여 있다. 문화속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정치에도 존재한다. 지난 날 우리 정치인들은 흥을 소재로 덕담과 만담을 나누었던 풍류 있는 민족이었다. 눈부신 경제발전 속에서도 흥, 유머경영이 제창되고 있기에 경제에서도 흥은 엄연히 존재한다. 사회 곳곳에도 흥의 외침이 들려오고 있다. 이 모두를 망라한 흥의 존재가 언급됨이 없이 단순히 문화속의 흥을 통해 우리나라 전체를 흥한민국이라 칭한 것이 좀 아쉬웠다. 앞으로 계속해서 발굴해야 할 숙제의 하나가 될 것이다.
좋은 글자에 대한 올바른 감정과 정서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순화하려는 의도를 가진 나로서는 흥을 통해 오늘의 우리나라를 21세기 반열에 올리고자한 저자의 의도가 정말 마음에 든다. 우리는 흥을 통해 다른 세계를 맛볼 날이 올 것이다.
IP *.57.36.34
저자 심 광현은 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원장. 미학/문화이론.『문화과학』편집인. (사)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 (사)영화인회의 정책위원장.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사무처장,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편집실장, (사)민족미술협의회 편집실장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탈근대 문화정치와 문화연구』『스크린쿼터와 문화주권』『문화사회를 위하여』가 있으며,『영상시대의 문화연구와 문화정치』외에 문화이론, 영화학, 미학, 교육에 관한 논문들이 다수 있다고 한다.
어느 날 저자는 대한민국의 산수를 보고 불연 듯 ‘프랙탈(fractal)’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프랙탈이란 자기 유사성을 갖는 복잡한 기하도형의 한 종류로 사각형, 원, 구 등 유클리드기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고르지 않은 현상 및 불규칙한 형태의 사물을 묘사할 수 있는 것으로 1975년 폴란드 태생의 수학자 만델브로트가 만든 개념이라 한다. 이는 수학뿐만 아니라 물리화학, 생리학, 유체역학 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개념이 가장 잘 표현된 곳이 대한민국의 산수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프랙탈은 우리 전통문화와 결합하여 흥의 미학으로 구현되었다는 것이며, 지난날 일제 강점기와 동족상잔 및 군사독재를 지나면서 사라졌다가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서서히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러한 흔적을 잘 보전하고, 그 가치를 음미하는 단계를 넘어서 문화유산의 현대적 재해석과 전통 및 현대의 새로운 결합을 통해 21세기 또 다른 문화창조국으로 발돋움하여야 하며, 이에 일조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것이다. 그 문화창조국의 이름을 저자는 ‘흥한민국(興韓民國’이라 칭한다.
[2. 책을 읽고 나서]
1990년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와 2000년대의 <흥한민국>
지난 1990년대 초 문민정부 출범 때,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출간과 임권택의 <서편제> 개봉은 시대 변화를 환영하는 듯한 큰 문화적 사건이었다. 이 두 가지 일로 100만 독자와 관객들이 우리 전통문화의 진면목과 아름다움을 재발견했다.
이후로 우리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려는 다양한 성과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전통문화의 발굴과 보존을 넘어선 현대적인 해석은 아직껏 전무한 편이다. 그래서 우리 전통문화의 재발견은 여전히 1990년대식 문화현상에 머물고 있다.
10여 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 우리는 영화 한 편에 1,000만 관객이 모이는 문화적 사건을 목격했고, 세계를 놀라게 한 붉은 악마의 함성과 네티즌의 촛불시위, 인터넷과 휴대폰가입률 세계 1위, 그리고 동아시아를 휩쓴 한류열풍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경험했다. 그런데 이 경험들은 기존의 문화 해석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물며 전통문화와의 연관성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전통과 현대를 가로지르는 우리 문화에 대한 해석은 정녕 불가능한가? 그리고 구한말 이래 100년 넘게 우리를 괴롭혀 왔던 전통과 현대의 괴리는 극복할 수 없는 것인가? 이러한 사명감을 갖고 저자는 이 책을 써내려 간다.
2000년대 우리 사회 내에서 새롭게 생성되고 있는 힘을 우리 모두가 감지하고 있으며, 그 힘이 바로 전통문화의 원동력임을 역사적으로 풍부한 사례를 들어가며 입증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가로지르는 ‘동서도기東西道器’적 한국미학
우리의 자연과 전통문화, 생활문화를 관통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특징은 과연 무엇인가? 이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소박’ ‘질박’한 아름다움이나 ‘자연스러운 미’라는 뭔가 헐렁한 답변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지 못한 결과 우리들은 우리의 자연과 전통문화가 서구는 물론 중국이나 일본보다도 뒤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동안 우리 전통문화를 평가하는 기준은 서구의 근대미학이었다. 이 잣대로 보면 우리 건축과 정원 등은 비례가 잘 맞지 않고, 불규칙하고 비대칭적이라 매우 초라하다. 산은 수직으로 거대하게 솟아오르지도 않고, 나무들 역시 수평으로 광활한 숲을 이루지도 못한 채 비스듬하게 주름 잡혀 있고 울퉁불퉁해 쓸모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서구의 근대미학이 아닌,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해 볼 경우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생태적인 미학을 구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 따르면, 조선시대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우리 문화와 예술, 자연경관은 다른 나라의 것과 분명한 차이가 나며, 흔히 같은 동북아시아문화권으로 분류되는 중국이나 일본과도 매우 다르다고 한다.
이런 특성이 우리 문화만의 독특한 형태의 흥과 한의 미학, 그중에서도 ‘역동적인 흥의 미학’으로 구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과 예술은 물론, 전통음식과 전통건축, 정원의 조성과 복식, 기공과 한의학 등을 망라한 생활문화 차원에서도 이 흥의 미학은 일관되게 관철되어 왔다고 한다.
그러나 동양과 서양 양쪽의 전통과 현대에 있어온 바람직한 사상적, 문화적 원리 및 과학기술의 성과를 접목시켜 보면 우리의 전통문화는 풍부한 미감과 고도의 생태가치를 지닌 세련된 문화임이 밝혀진다.
그래서 이 책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가로지르는 일종의 ‘동서도기東西道器’적 한국 미학을 펼치고 있다. 저자는 이것을 프랙탈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국토박물관에 넘쳐흐르는 흥의 역사, 흥의 미학!
<흥한민국>은 우리의 자연과 전통, 그리고 생활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보면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변화무쌍하고 흥겨운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며, 그런 자연 속에서 수천 년간 발전시켜 온 우리의 전통문화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흥취를 뿜어낸다고 한다. 고구려의 웅혼한 벽화, 신라의 석굴암, 고려청자, 겸재와 단원의 그림, 홍대용과 박지원의 음악과 문학, 정약용의 높은 학문과 풍류, 건축물과 정원 조성 등 우리 전통 속에서 활짝 핀 예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만큼 많다는 것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조선 후기의 농민항쟁, 동학과 의병운동,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과 3.1운동, 4.19혁명, 5.18광주민중항쟁, 6.10민주항쟁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위로부터의 억압과 착취에 분연히 맞설 수 있었던 것도 흥의 문화에 내재된 역동적인 에너지의 역사 기록이다.
하지만 고도의 생태가치와 풍부한 미감을 지닌 우리의 전통문화는 19세기 말 강제 개항 이래로 계속 파괴되거나 폄하되어 이제는 생활 속에서 거의 사라졌다. 국토 여기저기에도 그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며, 이제는 날이 갈수록 그 흔적마저 파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전통문화와의 단절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환경ㆍ공동체ㆍ주체성에서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흥한민국>은 ‘흥의 미학’이 위기의 지구화 시대에 새로운 민주적 생태문화를 재창조하는 길잡이 노릇을 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근대화 이전에 풍부하게 발현되고 체화되었다가 근대화 과정에서 소멸한 우리의 흥의 미학은 21세기에 들어 우리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저자는 새롭게 생성되고 있는 이 문화적 활력을 세계사적인 문화경제 시대를 이끌어갈 원동력으로 활용해야 하며, 그것을 이끌어갈 우리나라에 ‘興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보려고 한다.
[3. 책 속에서]
1. 한국문화 다시 읽기
한반도는 국토의 70% 이상이 산이고, 고생대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으로 산과 능선과 들로 이어지는 지형 전체가 매우 주름 져 있다. 그런 주름 때문에 다기 다양한 동식물이 번식해, 경관생태적 다양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풍부하게 유지되고 있다. p42
한반도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해 경관이 다양하게 변화하며, 산과 물이 아름다워 사람 살기에 딱 좋은 곳이라는 점에서 금수강산이자 명당이라는 말이 꼭 어울리는 땅이다. p43
풍수지리의 요체가 생기를 파악하고 보존하는 것이라면, 다양한 방식으로 생기를 보존하는 데는 산이 적고 들이 넓은 경우(중국이나 일본)보다는 산이 많고 들이 적은 경우(한반도)가 훨씬 유리하다. p48
문화생태학은 아직 신생분야지만 생태 파괴가 극에 이른 만큼 앞으로 그 위험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에 부응하는 문화유형이 어떤 것일지를 고민하기 위해 적극 활성화되어야 한다. p50
우리의 근대문화는 전통문화, 서구문화, 동구문화만이 아니라 중국문화, 일본문화, 미국문화 등 6개 패러다임의 복잡한 역학 속에서 전개해 왔다고 할 수 있다. p51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밝히려면 예술미 외에도 한국의 자연 및 주거 같은 생활문화에서 나타나는 미적 특성을 함께 검토하고, 이들간의 상호관계 역시 밝혀야 한다. p54
우툴두툴하고 거칠거칠한 우주를 반영하는 프랙탈기하학은 구멍이 많고, 움푹 파이고, 잘리고, 꼬이고, 서로 엉켜 있는 것들을 다루는 기하학이다. p56
한반도는 크기는 작지만 무한히 많은 에너지를 담고 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특히 기가 세고 많은 자원을 담고 있는 지형이다. p58
한국 전통문화의 특징은 고급예술에서 생활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기의 프랙탈한 운행’과 그 속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것에 으뜸의 미적 가치를 부여했다. p59
퍼지논리를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나 감각이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초현대적인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지금까지 따라야 할 모델로 간주해 온 서구 근대문학까지도 감싸 안는 새로운 상위범주로 우리전통문화를 재해석하고 재배치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p64
풍류는 우리 역사를 관류해 온 강인하고 폭넓은 지적, 윤리적, 심미적 태도와 복합체를 총칭하는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p67
풍류라는 개념에는 본래부터 놀이와 예술만이 아니라, 자연과의 감응, 진리와 도의 탐구, 무예 단련, 제천의례, 충과 효를 매개로 한 공동체적 연대라는 매우 복합적인 정치적․사회문화적 의미가 담겨 있었다. p69
풍류란 곧 자연의 삼라만상에 접해 그 본질과 진수를 경험하면서, 놀기는 노는 것이되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현상과 사물에 접해 외양만 훑고 지나가는 놀이가 아닌, 그 현상의 내면 혹은 본질까지 구극해 들어가 그 진수에 접하면서 취하는 놀이라고 할 수 있다. p74
흥이 솟구칠 수 없는 조건이 되면 풀리지 못한 흥이 한이 되며, 억눌려 있던 한이 풀리면 엄청난 강도와 크기로 흥이 솟구친다. p77
나는 동북아 3국의 전통 미학이 기본적으로는 생태미학에 근간을 두고 있었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풍류의 개념과 유사하게 생태미학 역시 우리가 중국과 일본에 비해 생태 차원이 더 다양하고 생명친화적이었으며, 프랙탈 차원이 더욱 높았다. p79
외면적으로 아무 제약없이 마음껏 발산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흥은 정의 발산에 초점을 둔 주관적 미감이다. 흥이 절로 난다. 흥이 솟다. 흥겹다 등의 말이 그것이다. 또 흥이라는 것은 전체 속에 참여하면서 그 일부가 되는 데서 오는 즐거움, 생명감, 존재의 확산감을 뜻한다. 그래서 부분보다 전체를 강조하는 미감이다. p85
일본의 오카시와 중국의 자미는 모두 대상의 관찰에서 오는 일반적인 기쁨의 미감이다. 그러기에 한국의 흥과 같이 ‘대상과 일체가 되어’ ‘부분에서 전체로’,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는 역동적․참여적․상승적․생태학적 성격은 결여하고 있다. p88
우리의 산하와 전통문화를 다른 나라의 것과 구별해 주는 미학적 특이성이 바로 역동적이고 프랙탈한 흥의 생태미학에 있다고 장담한다. p91
흥이라는 말은 기쁨이나 재미, 쾌감 같은 일반적 의미와는 달리 역동적이며, 즐거움이 솟구칠 때 일어나는, 신체 내부에서 외부로 넘쳐 나가는 기운의 프랙탈한 생태학적 변화를 함축하고 있는 의미 심장한 용어다. p94
우리 전통문화는 프랙탈하게 빛나는 화창하고 역동적인 풍광 속에서 즐기는 풍류심을 정확히 전달해 주는 흥이라는 말에서나 국가적 상징구조에서나 근원적으로 프랙탈한 흥의 생태미학에 감싸여 역동적으로 발전해 왔다. p95
2. 자연과 생활에서 배어난 흥의 문화
환경과 문화적 세계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의 일상적 지각과 행동 속에서도 쉽게 입증된다. p104
한국의 전통적 풍류는 민중 생활문화의 차원에서는 참여적이고, 표현적이고,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집단적 흥을 바탕으로 한다. p122
나는 한류열풍의 미학적 핵심은 한국의 대중문화에서 표현되는 ‘프랙탈한 흥의 미감’에 있다고 본다. p123
김치를 만들 때 다양한 재료의 시너지효과와 삭임의 과정은 프랙탈기하학의 원리로 분석될 수 있다. p129
한국음식은 모두가 프랙탈하고 퍼지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며 그 과정에서 지속적인 자극과 흥분을 만들어 내는 독특한 흥취의 맛을 이루어낸다. p131
3. 전통예술에서 흥의 미학 읽어내기
프랙탈한 흥의 미감은 경직된 것, 둔감한 것, 현란하기만 한 것 등의 극단과는 거리가 멀다. 프랙탈한 것은 기본적으로 크리습한 이분법이 아닌 퍼지적인 ‘사이-존재’의 특징을 지니기 때문이다. p142
흥취와 몰아일체는 마음을 비우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서 성립한다. 허심-몰아일체-흥취로 이어지는 이런 태도는 무관심성이 선행되어야 미를 얻을 수 있고, 미를 얻어야 선에 이를 수 있다는 칸트의 미학과도 상통한다. p154
건축물 외관의 조형미를 강조하는 중국이나 일본의 전통건축(외부→내부로의 시선)과는 달리 우리 전통건축에서는 사용자가 공간 내부에서 생활하면서 보고 느끼는 미적 체험(내부→외부로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p171
조선시대 건축은 원심적으로 나아가다가 언덕이 있거나 큰 나무가 있으면 방향을 약간 틀어 그것을 안으면서 다시 나아간다. 이것이 전통 건축의 4차원 특성이 지닌 문화생태학 측면이다. p177
‘보편적 예술사’, ‘근대성의 모범’이라는 인공의 병상에서 하루속히 일어나 우리 전통문화에서 모델을 발굴해 울퉁불퉁한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콘크리트 정글을 가로지르며 오늘의 시공간의 복잡성을 담아낼 시각문화를 하루속히 창조해야 할 것이다. p185
전통원림은 프랙탈한 자연이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흥취를 가장 잘 드러낸다. p185
한국의 원림은 프랙탈 원림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 원림 조성법은 자연의 변화무쌍한 아름다움을 가장 경제적인 동시에 가장 풍부하게 담아낼 수 있는 방법임에 틀림없다. p200
한의 정서를 주조로 하는 판소리가 흥을 낸다는 것은 일견 모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장한 사설이나 애절한 음악 자체가 흥겨운 것이 아니라 거기에 몰입함으로써 슬픔을 다 탕진하고 난 뒤의 홀가분함, 긴장 뒤의 해방감, 이완감이 흥겨운 즐거움으로 바뀌는 것이다. p201
정악은 유현하고 장중하고 화평하며 감정표현이 절제되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속도가 느리고 별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궁정적이고 귀족적 성격의 무심의 미를 잘 드러낸다. p202
궁중무용과 승무는 춤가락이 우아하고 선이 고와 현실을 초월한 것처럼 신비스러운 멋이 있다. p207
‘덩실덩실’, ‘너울너울’은 발음할 때 ‘덩’과 ‘너’는 2박으로 ‘실’과 ‘울’은 1박으로 하는 우리 전통 음악의 기본박인 삼분박이다. p208
탈춤마당이란 단지 흥취를 집단적으로 구현하는 놀이의 장을 뛰어넘어 우리 전통을 관류해 온 고차원의 풍류도를 가장 역동적으로 실천하는 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p215
우리 민족의 기본적인 미감은 ‘흥’이지 ‘한’이 아니다. p216
'흰 그늘‘이라는 단어가 구조상 흥의 측면을 한의 측면보다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p217
나는 수운 최재우의 동학적 가르침을 유불선 3교포함과 접화군생을 근간으로 삼는 풍류도의 19세기적 재해석이라고 보는 것이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p223
4. 흥의 파괴와 근대예술의 어긋난 궤적
시간적 지체와 수용 여부에 대한 계급, 계층의 차이들은 이후 우리의 근대성 형성의 궤적이 크게 어긋나고 뒤틀리게 된 주된 원인이 되었다. p229
해방의 근대성이라는 민주주의적 이념 없이 단지 자본축적을 위한 근대적 기술만이 지배하는 문자 그대로 천민자본주의만이 날개 치는 독특한 근대성이 지난 100년간의 우리 역사에서 구현되었다는 것은 뼈아픈 사실이다. p232
우리는 지금 문화의 세기, 지식기반사회라고 통칭되는 21세기에 들어와 있다. 하지만 지난 세기 동안에는 제대로 된 지식과 문화를 향유하려는 욕구가 기술과 자본의 근대성에 떠밀려 철저하게 억압되거나 왜곡되었다. p232
전통과 모더니티의 접점 찾기의 실패는 전통의 긍정적 측면을 모더니티의 부정적 측면이 파괴하고, 전통의 부정적 측면이 남아 있어 모더니티의 긍정적 계기의 발현을 저해한다고 하는 상극의 효과를 초래한다. p239
지난 세기에 진행된 근대적 공간구성은 자연과 어우러져 있던 생태학적 장소성을 파괴하고 우리의 의식 속에 격자화한 다이어그램으로서 추상적 공간에 대한 인식적 지도를 심어놓았다. p244
영화와 함께 대중음악과 게임, 방송 부문도 급성장해, 한국의 대중문화는 이제 젊은 세대에게는 미국 및 일본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훨씬 뛰어넘는 힘을 행사하는 자립성을 확보했다. p267
서구적 근대화의 병폐와 한계가 널리 알려지면서 탈근대를 모색하고 있는 오늘날, 서구 근대예술의 특징 경향을 답습해 온 우리의 낡은 예술의 해체를 촉진하고 더불어 탈근대에 상응하는 새로운 예술의 창조를 모색하는 것은 정말 필요하고도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p271
5. 21세기 한국, 프랙탈 흥의 르네상스
외래문화의 수용만 있고 역사와 전통의 계승이 없는 문화발전이란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p275
문화의 지구화시대에 걸맞은 창의적 민족문화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비생선적 이분법에서 벗어나,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온전하게 사고할 필요가 있다. p276
우리의 경우는 지난 20세기 동안 식민적․탈식민적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전통의 보전․계승보다는 폐기․혁신의 계기가 압도적이었다. p279
전통의 복원 및 계승이냐, 서양문화의 수용이냐 하는 이분법은 극복해야 한다. 전통과 현대의 창조적 접목이라는 중심축을 세워 그 양편으로 비판적 계승과 수용을 재배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p280
한 민족이나 국가가 특색 있는 문화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창조적 역량을 길러내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일은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 지속적, 체계적 노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p282
김지하는 《생명과 평화의 길》에서 현재 진행 중인 새로운 문화 흐름의 내용을 다섯 가지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컨버전스, 컨셉터, 유비쿼터스, 에코디지털, 카오스모스가 그것이다.
* 컨버전스 : 디지털 매체와 영역들의 동종과 이종 간의 수렴과 통합을 의미한다.
* 컨셉터 : 창조적 발상 지원시스템으로 정보화에서 창조화로 이행을 촉진하는 창발성을 중층적으로 활용하는 인식론적인 프랙탈 시스템을 뜻한다.
* 유비쿼터스 : 지구상 어디에서든 또 아무 때나 각자가 다른 모두에게 동영상 메시지를 온라인으로 발화하고 수신할 수 있는 ‘디지털 애니캐스트’ 시스템을 말한다.
* 에코디지털 : 농촌-도시, 생태학-뇌과학, 생명-영성의 이중교호적 결합을 핵으로 하는 복합문명화를 말한다.
* 카오스모스 : 혼돈으로부터의 새 질서를 의미한다. P283
신자유주의 지구화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과학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생명과 문화의 파괴를 조장할 우려가 더 높다. P284
‘엇박’은 유클리드적으로 구획된 질서의 박자가 아니라 프랙탈한 불규칙성의 변주를 생명으로 삼는 역동적인 박자다. P287
우리 역사의 큰 흐름을 짚어보면 유목적인 성격은 기층에 깔리고 농경적, 유교적 문화가 상층을 덮는 형태로 발전해온 것이 아닐까 싶다. P289
디지털 정보화와 지구화는 유목적 문화가 상승하게 만드는 새로운 기술경제적 조건이다. P290
디지털 정보화와 지구화라는 새로운 유목적 문화경제의 큰 파도와 맞물리면서 문화정치적 개벽의 가능성을 열고 있는 것이 ‘6월 개벽’에서 터져나온 프랙탈한 흥의 에너지가 아닐까 한다. p292
한반도의 자연은 세계에서 가장 프랙탈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 자연 속에서 수천 년간 발전시켜 온 우리의 전통문화도 세계에서 가장 프랙탈한 흥취를 뿜어내는 문화다. p296
흥은 기운생동하며 상승하는 자기-조직적인 에너지와 감정을, 프랙탈은 흥의 역동적인 작동양상을 정확하게 표현해준다. p296
흥은 풍류미의 하위범주다. 그러나 우리 고유의 풍류미의 핵심범주는 무심의 미감도 한의 미감도 아닌 바로 흥의 미감이다. p297
“대~한민국”과 “짝짝~짝 짝짝”같은 ‘엇박’의 미학적 핵심은 무심이나 한이 아니라 경쾌하게 휘몰아치는 흥이다. p297
두 차례의 문민정부를 통한 민주화의 진전과 국민소득 1만불 시대에 이른 경제수준이, 새롭게 터져 나온 2002년의 프랙탈한 흥의 에너지를 문예부흥의 동력으로 만들 조건을 제공해 주고 있다. p303
한류의 미학적 근거는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개혁의 분위기가 진전됨에 따라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는 프랙탈 흥의 에너지에 있음이 분명하다. p309
미국이 아시아와 한국에서 범했던 문화제국주의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시장개척 태도를 속히 버려야 한다. p310
국내적으로는 한류열풍의 주역인 대중문화와 본격예술 및 전통문화 간의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연결접속을 시도하는 정책적, 창의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p310
문화산업은 과거와 같이 소수 전문가들만의 몫이 아니라 국민 다수가 종사하는 제1의 산업분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p313
낙관적 전망은 객관적인 역사 조건에 의해 자동으로 주어지기 보다는 위험을 극복하려는 주체적이고 집단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 p315
새로운 전문 인력의 원할한 공급을 위해서 나는 예술-인문사회과학-문화산업 분야의 3박자 결합의 연구개발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는 CRDS(콘텐츠 연구개발시스템)가 적절한 대책이 될 것이라고 본다. P318
맺음말
우리 사회는 2000년대 들어 매우 새로운 문화 경험을 했다. 월드컵 4강 진출과 붉은 악마, 청소년과 여성들의 자발적인 거리응원이 만들어낸 광장묺화,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노사모와 촛불시위, 동아시아를 강타한 한류열풍, 휴대전화와 인터넷 가입률 세계1위라는 신기록 등이 그것이다. P337
나는 그 힘이 지금은 파괴되어 버린 전통문화의 원동력이었고, 우리의 자연과 생활문화 속에 침잠되어 있다가 젊은 세대와 새로운 다중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는 프랙탈한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P337
우리는 문화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역사 속에서 매번 재구성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P339
역사는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거나 우리 혼자 무시해도 좋은 과거가 아니다. P341
나는 우리 전통에 대한 공부가 일천함에도 이런 낙관적 전망에 기대어 이 책을 썼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이 일을 계기로 동서의 고전과 전통문화에 대한 공부에 더욱 힘쓰도록 하겠다. P343
앞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또 내가 제안하는 CRDS같은 시스템이 현실화한다면 그동안 블랙박스 속에 갇혀 있던 우리 문화사의 역동적 잠재력이 ‘붉은 악마’와 같은 함성으로 터져나올 것이다. P343
세계사적인 21세기 문예부흥의 시대를 이끌어갈 우리나라에 새 이름을 붙여보고 싶다. 바로 ‘興~韓民國’이다. P343
[4. 내가 저자라면]
대한민국이라는 동방의 작은 나라, 5000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이 나라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매우 비관적으로 보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수많은 외침(外侵)과 동족상쟁 등 바람 잘날 없었던 시절이 많았기에 그러한 심성이 누적되었던 것은 아닌지
그러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우리민족이 이러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바로 ‘흥’으로 풀었기에 세계사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민족이 그토록 많았건만 우리는 그것을 꿋꿋하게 견뎌오지 않았던가. 바로 문화적 코드에서 흥이 베여있기에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흥이 과연 문화적 코드에만 존재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흥은 곳곳에 베여 있다. 문화속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정치에도 존재한다. 지난 날 우리 정치인들은 흥을 소재로 덕담과 만담을 나누었던 풍류 있는 민족이었다. 눈부신 경제발전 속에서도 흥, 유머경영이 제창되고 있기에 경제에서도 흥은 엄연히 존재한다. 사회 곳곳에도 흥의 외침이 들려오고 있다. 이 모두를 망라한 흥의 존재가 언급됨이 없이 단순히 문화속의 흥을 통해 우리나라 전체를 흥한민국이라 칭한 것이 좀 아쉬웠다. 앞으로 계속해서 발굴해야 할 숙제의 하나가 될 것이다.
좋은 글자에 대한 올바른 감정과 정서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순화하려는 의도를 가진 나로서는 흥을 통해 오늘의 우리나라를 21세기 반열에 올리고자한 저자의 의도가 정말 마음에 든다. 우리는 흥을 통해 다른 세계를 맛볼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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